2017
9-10월(합본호)

GE의 글로벌 성장 실험,글로벌-로컬조직 간 갈등을 해소하다
란제이 굴라티(Ranjay Gulati)

SPOTLIGHT

GE의 글로벌 성장 실험, 글로벌-로컬조직 간 갈등을 해소하다

by 란제이 굴라티

 

다른 수많은 글로벌기업과 마찬가지로 제프리 이멜트가 이끌어온 GE도 지역별 니즈와 글로벌 확장성 간 균형을 찾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이런 기업들은 흔히 매트릭스 구조를 우선 선택한 다음 그런 형태의 조직을 경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뼈저리게 경험한다. 지역의 목소리를 글로벌 사업부에 전달하는 일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도전과제다.

 

이런 어려움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CEO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에 기인한다. 많은 CEO들이 글로벌과 로컬을 확실히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 그 둘 사이에서 최적의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지점을 찾으려고 애쓰면서 하는 수 없이 끊임없이 조직 개편을 거듭한다. 그 결과 조직 안에는 내분과 무력감이 확산된다.

 

하지만 이멜트는 이것이 글로벌과 로컬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기업은 글로벌한 동시에 로컬할 수 있다. 지금은 특히 기술적 진보 덕분에 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소프트웨어가 있기에 글로벌한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됐고, 그 비용도 전보다 훨씬 저렴해졌다. 또한 3D프린팅, 로봇, 애널리틱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센서 탑재 장비 등 새로운 제조기술은 비용 효율적인 최소생산단위를 줄여 로컬시장을 위한 공장 설립을 가능하게 했다. 최적의 지점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대신 잠재력이 높지만 그동안 소홀했던 지역들을 글로벌 사업의 주요 시장으로 바꾸고, 개별 국가마다 독립적인 손익관리 조직을 세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이런 변화가 결코 쉽지는 않다. 사실 글로벌기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일이 어렵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GE 2011 1월 글로벌성장조직(GGO)을 출범시킨 이후 기존 제조업 사업부가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미국 외 지역에서 온 수익은 460억 달러에서 670억 달러로 증가했고,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4%에서 59%로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외 지역의 수주잔액은 1120억 달러(64%)에서 2320억 달러(72%)로 훨씬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미국 밖에 있는 사업부들이 향후 GE의 성장에 더 많이 기여하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커다란 진전에도 불구하고 GE 리더들은 자사의 글로벌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주저 없이 인정할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다국적 기업들이 GE의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들은 이미 충분히 많다.

 

로컬 조직에 권한을 부여하라.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로컬 사업체에 발언권을 줄 방법을 찾는 일이다. 글로벌 사업부가 실권을 쥐고 지역 사업체를 주로 영업조직으로 활용하는 GE와 같은 기업의 경우에는 특히 어렵다. 이런 기업들이 진출한 지역에서 매출이 빈약한 지역은 영향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성장을 위한 활동자금을 글로벌 사업체로부터 얻어내기가 아주 어렵다.

 

로컬 사업체에 발언권을 주는 가장 극단적인 길은 로컬 매니저들에게 해당 국가 또는 지역의 손익관리 업무를 전적으로 위임하고, 모든 직원이 로컬 리더와 사업부 리더에게 동시에 보고하게 하는 방법이다. GE는 인도를 비롯한 몇몇 지역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이 접근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만병통치약이 존재하지 않듯이 중국과 같은 일부 시장에서는 이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이멜트는 보다 급진적인 방법을 택했다. GE에서 가장 존경받는 고위임원 중 한 명인 존 라이스 부회장에게 글로벌성장조직을 맡긴 것이다. 라이스는 여러 GE 사업부를 이끌었던 경험자다. 이멜트는 미국 외 지역 매출 증대를 글로벌성장조직과 글로벌사업부가 공동 관리하도록 만들었지만, 글로벌성장조직의 잠재성이 높은 시장들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이멜트는 또한 라이스에게 GE 내의 우수 리더들을 글로벌성장조직에 데려올 수 있는 전권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라이스는 글로벌사업체 및 기능부서에서 풍부한 경험과 인맥을 갖춘 고위급 관리자들을 불러들였다. 이들 중 다수는 공격적 성장을 추구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고, 모두 GE의 글로벌사업부 및 기능부서의 리더들에게 존경을 받을 만한 인재들이었다. 이들의 뛰어난 자질은 논쟁적인 이슈를 다룰 때 각 사업부의 우려를 이해하고 완화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들은 대립보다는 영향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멜트와 라이스는 흔히 다국적 기업의 로컬 조직이 전혀 장래성 없는 직장으로 여겨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GE에서는 오히려 반대라는 점을 널리 홍보했다. 신흥시장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많은 이들이 GE의 주요 직책으로 승진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가 바로 존 플래너리다. GE의 인도 법인을 이끌던 플래너리는 기업 인수 및 매각 관리 업무를 맡다가 GE헬스케어 사업부 CEO를 거쳐 결국 이멜트의 뒤를 이어 CEO 자리에 올랐다.

 

이멜트는 성장시장으로 판단되는 지역들에 대한 계획을 직접 검토했다. 평소 건설적인 갈등은 오히려 권하는 입장이지만, 진전을 방해하는 다툼에는 직접 개입하고 글로벌 사업부 내에서 발목을 잡는 이들을 과감히 배제시켰다. 라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멜트는 이 미션이 일방통행로라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확실하게 전달했죠.”

 

창조적 마찰을 포용하라. 매트릭스형 조직은 갈등을 수반하며, 이 갈등이 조직을 마비시키고 관리자의 시간을 소모한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멜트와 그의 팀원들은 글로벌성장조직 설립이 반발을 불러올 수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기꺼이 감수하기로 했다. 그리고 반발의 목소리가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도로시 레너드 교수가창조적 마찰이라고 부르는 이런 방식으로 조직을 이끄는 일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창조적 마찰은 상대편의 입장을 헤아리고 타인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는 리더들이 누구인지 찾아낼 수 있게 해준다.

 


GE는 다양한 방법으로 창조적 마찰을 시도했다. 각 사업부와 기능조직에 있던 고위급 관리자들을 글로벌성장조직으로 데려오고, 얼마 후에는 지역 리더들을 여러 사업부로 이동시켰다. 이와 별개로 라이스와 그의 팀원들은 로컬 조직과 글로벌 조직의 직무를 명확히 정의해 가격 책정, 자금 조달, 채용, 인사고과와 관련된 의사결정의 틀과 한계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또한 글로벌 사업부 직원들이 고객들과 접촉할 때 로컬 조직 구성원들이 이를 방해하기보다는 지원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강력한 기능부서를 조직하라. 소외된 지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사업체들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유능한 로컬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글로벌사업부들은 대부분 이런 부분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GE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라이스와 그의 팀원들은 일찍이 이런 인재 부족이 중대한 사안임을 인식했다. 예를 들면 유능한 인사조직이 없다면 현지 인재를 채용, 개발, 유지할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 시장에는 강력한 기능별 리더십 팀을 꾸리고 인사, 재무, IT, 영업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법무 관련 역량을 구축하는 일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어떤 경우에는 글로벌성장조직 리더들이 글로벌사업부들에 로컬 팀 확장 비용을 지원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글로벌성장조직이 직접 나서서 인재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기능부서 관련 전문지식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거나 우수 인재를 유치할 여력이 없는 로컬 사업체를 지원해 주는센터 오브 엑셀런스도 여럿 구축했다.

 

전략의 사각지대를 제거하라. 연간매출 증가율, 이윤 마진, 비용 절감 등 성숙한 사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데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지표들이 신규 시장의 장기적 잠재성을 파악하는 일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글로벌사업체들이 자기 사업의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면 한 시장의 집합적 기회를 미처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단일 사업체의 작은 기회라도 기업 전체에 얼마든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함정을 피하기 위해 이멜트는 글로벌성장조직에 인재 채용 예산만이 아니라 자체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예산도 배정해 주고, 글로벌성장조직이 사업간 협력의 촉매 역할을 하도록 힘을 실어줬다. 예를 들면 글로벌성장조직은 인도의 푸네에 여러 사업부의 다양한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고도의 유연성을 갖춘멀티모델공장, 독일 시장을 위한 풍력터빈 개발 사업, 중국에 납품할 보급형 자기공명영상(MRI) 진단장비 개발 사업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그 후에는 개별 사업부에 공동 자금 지원을 제안하기 시작했고, 성공사례가 늘면서 사업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경향이 높아졌다.

 

또한 라이스는 지역 리더들에게 담당 시장의 잠재성을 평가해 3개년 성장계획을 세우고 해당 지역의 기회 활용 진척사항을 추적할 수 있는 수주 증가율과 같은 지표를 도입하게 했다. 지역 관리자들의 인센티브도 성장목표 달성률과 연동시켰다. 초기에는 글로벌사업부의 지표와 로컬 지표가 상충하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각 사업부와 글로벌성장조직 간에 성장과 이윤의 균형에 대한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지게 됐고, 최적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협력 활동이 시작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글로벌성장조직은 글로벌사업부 리더들이 동의하지 않거나 최소이윤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절대 추진하지 않았다. 이멜트와 라이스는 이를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이러한 마찰은 결국 양측이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조직 구성원을 GE의 전반적인 시장 내 입지 강화와 수익성 달성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하나의 GE’ 팀으로 뭉치게 해줬기 때문이다.

 

각 지역 매니저가 사업관련 직책과 지역단위 직책을 겸임하는 경우가 점차 흔해지고 있다. 일례로 레이철 두안은 GE 중국지사 CEO이자 헬스케어 중국사업부 CEO. 사업부와 기능부서의 리더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지역시장과 관련된 목표를 공유하고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지역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체계는 조직에 잘 안착했다. 더 많은 측정법들이 공유되고 있으며, 글로벌사업부들과 글로벌성장조직은 대규모 사업을 위해 원활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멜트는 사내 글로벌 조직이 점차 수평화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글로벌성장조직의 시범지역이던 인도는 이제 GE의 주요 시장으로 자리매김했고, GE 사업부들 간의 협력은 흔한 일이 됐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이멜트와 라이스는 지난 2017 1월 인도 사업체가 충분히 성숙해 더 이상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글로벌성장조직 인도지부를 이끌고 있는 반말리 아그라왈라는 이렇게 말한다. “손익관리 조직의 복잡성이 커짐에 따라 이로 인한 이익보다 손해가 더 커진 상황이죠. 이제는 독립채산제 없이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재와 체계가 마련됐다고 봅니다.”

 

라이스는 글로벌성장조직이 계속 군더더기 없는 효율적인 조직으로 남을 것이며 가까운 미래에 사라지는 일은 없으리라고 보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문합니다. 적재적소에 시의적절한 자원을 제대로 투입하고 있는지, 그리고 올바른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말이죠. 각 지역에 맞는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구하고 권한 분산과 충분한 안전조치 간 균형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혹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어느 부분에서 더 박차를 가해야 할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올티핑 포인트를 찾아야겠죠.”

 

번역: 장효선 / 에디팅: 석정훈

란제이 굴라티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제이미 조세피아 추아 티앰포 경영학 교수 겸 조직행동연구소 소장이며, 선진경영프로그램 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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