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in DBR (~2013)

위대한 기업은 ‘목적있는 성과’ 를 생각한다
로자베스 모스 캔터 (Rosabeth Moss Ka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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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 11월 호에 실린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 로자베스 모스 캔터의 글 ‘How Great Companies Think Differentl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이제 비즈니스 이론과 신념들은 위대한 기업들의 운영 방식을 따라잡아야 한다. 위대한 기업들이 오늘날 자신들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반영해야 한다. 경제학자들과 자본가들은 오래 전부터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이윤 창출이라고 주장해 왔다. 더 많은 돈을 벌수록 더 좋다고 믿었다.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와 같은 편리하고 편협한 이미지는 대부분의 기업이 취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기업은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고 주주들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그들의 결정은 재무적으로 표현된다.

 

필자가편리하다(convenient)’는 표현을 쓴 이유는 기업의 유일한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는 편파적인 논리 때문에 기업들이 좋건 나쁘건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양의 자원을 이용하며 자사의 전략이 기업 운영을 위해 의존하고 있는 직원, 파트너, 소비자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에는 위대한 기업들이 생각하는 성공 방식이 반영돼 있지 않다. 위대한 기업들은 비즈니스가 사회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 중 하나라고 믿으며 산업 시대가 도래한 이후부터 기업도 가족, 정부, 종교와 마찬가지로 사회를 지지하는 기둥 역할을 해왔다고 인정한다. 물론 위대한 기업들도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을 선택할 때 기업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제도적 기관(enduring institutions)이 돼 가고 있는지 고민한다. 위대한 기업은 사회와 사회 구성원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자각하는 동시에 미래에 투자한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뛰어난 성과를 내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수많은 기업의 관행 뒤에 숨어 있는 매우 차별화된 논리(사회적 혹은 사회제도적 논리)를 집중 조명할 생각이다. 이런 기업들에 사회와 사회구성원은 차후에 고민할 대상이나 사용한 후에 버릴 자원이 아니라 기업의 목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다. 필자는 4개 대륙에 위치한 20개 국 이상에서 활동하는 기업 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동시에 뛰어난 재무 성과를 자랑하는 기업에 대해 오랫동안 현지 연구를 실시했다. 이 연구에서 찾아낸 내용들은 기업 내에서 사회제도적 논리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필자의 논리적 근간이 됐다.

 

사회제도적 논리(institutional logic)에 의하면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그 이상이다. 다시 말해서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성취하는 원동력이자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학설에 의하면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를 평가할 때는 단기 이익이나 급여뿐 아니라 기업이 오랜 기간 번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건을 지속시키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위대한 기업을 운영하는 리더들은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속적인 사회제도를 구축한다.

 

위대한 기업들은 조직 프로세스를 좀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여기기보다 사회적 가치와 인간의 가치 기준을 의사 결정 기준으로 삼는 체계로 만들어낸다. 위대한 기업들은 기업은 목적이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기관이라고 믿는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사용자의 삶을 개선시키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방법, 일자리를 제공하고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공급자와 비즈니스 파트너로 구성된 강력한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방법, 개선과 혁신을 추구하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기 위한 자원을 공급해 금전적인 실행 가능성을 보증하는 방법 등 다양한 수단이 있다.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들은 사회제도적인 관점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경제학자들이 대개 외면적 성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요인들을 받아들이며 목적과 가치를 중심으로 회사를 정의한다. 기업의 리더들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행동을 한다. (그 행동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핵심적 기능과 관련이 있건 그렇지 않건 마찬가지다.) 재무적 논리의 목표는 자본이익률 극대화다. 물론 자본이익률 극대화로 주주 가치가 생성될 수도 있고 소유주가 더 많은 돈을 얻게 될 수도 있다. 반면, 사회제도적 논리의 핵심은 공익과 금전적 이익 간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사회제도적 논리는 경제적 논리와 일맥상통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제도적 논리가 경제적 논리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모든 기업들은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기업 자체를 지속시키기 위해 자본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위대한 기업에서는 이윤추구는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 이익을 지속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다. 따라서 이윤의 극대화 관점(profit-maximizing view)보다 기업의 사회제도적 관점이 더 이상적이다. R&D, 마케팅 등과 같은 확고부동한 방식들은 장단기적으로 이윤과 연계될 수 없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이런 방식에 갈채를 보낸다. 기업이 자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너머에 있는 목표를 달성할 생각이라면 CEO는 직원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감정적인 참여를 장려하고 가치 기반의 리더십을 수행하고 관련 있는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사회제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영속적인 기업을 키워낸 기업가의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호튼(Houghton) 가문은 코닝 글래스(Corning Glass)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뉴욕주에 코닝이라는 도시를 만들었다. 타타(Tata) 가문은 인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기업 중 하나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인도 북동부에 위치한 자르칸드주(Jharkhand)에 잼셰드푸르(Jamshedpur)라는 철강 도시를 만들었다. 경제적 논리와 주주 자본주의가 기업에 대한 가정을 지배하게 되고 기업이 특정한 장소에 얽매이지 않게 되면서 기업이 이런 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갖는 방식은 더 이상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글로벌 환경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달리 생각해야 한다.

 

세계화로 인해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더 많은 장소에서 더 많은 경쟁자가 등장해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서 글로벌 경제는 인간의 상상력, 동기 부여, 협력 중심의 혁신을 매우 중요시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M&A로 인해 복잡성이 한층 증대되며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직을 통합하는가에 따라 M&A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게다가 기업은 반드시 자사의 목표와 사회적 가치를 일치시켜 적법성이나 대중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국경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은 문화 적합성과 현지 적절성이라는 질문과 직면하게 된다. 해외 진출 기업은 어디에서 영업을 하건 정부 기관과 여론 주도층, 대중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 근로자들은 회사의 내부자로 활동하는 동시에 외부 사회에서 자신이 일하는 회사를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

 

리더가 스스로를 사회제도를 구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만 오늘날의 변화와 도전에 통달할 수 있다. 필자는 연구, 분석, 교육, 정책, 경영상의 의사결정 등의 측면에서 경제적, 재무적 논리와 더불어 사회제도적 논리가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금부터 위대한 기업이 사회제도적 논리를 활용하는 여섯 가지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고 사회제도적 논리가 위대한 기업에 어떤 이익을 제공하며 이런 관점이 리더십과 기업 행동을 얼마나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는지 설명하려 한다.

 

공동의 목적

기업을 사회제도적 기관으로 여기면 일관된 정체성으로 기업을 규정함으로써 불확실성과 변화로부터 충격을 막아주는 완충장치의 역할을 한다.

 

기업이 성장하고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등의 변화를 겪으면서 비즈니스 구성 현황이 자주 변화하며 국가별로 직무 역할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정확히 무엇이 기업에 일관된 정체성을 안겨주는 것일까? 불확실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행동을 하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확실성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조직이 갖고 있는 정체성의 핵심은 (각종 장치가 아니라) 목적과 가치(purpose and value)에 있다. 목적과 가치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장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마힌드라그룹(Mahindra Group)을 생각해 보자. 마힌드라그룹은 110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으로 100개 국가에서 117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여러 산업에 진출해 있다. 신흥 시장 출신의 수많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금융, IT 외에도 수십 개의 산업에서 활동한다. 다른 위대한 기업들처럼 마힌드라그룹은 다양성 속에서도 일관성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의 목적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많은 투자를 하며 자사를공동의 목적으로 모여 있는 수많은 기업의 집합체라고 선언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조직은 하나의 특정한 사회로부터 분리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계화는 기업이 많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내재화하도록 요구한다. 명확한 사회제도로서의 가치를 정리해 두면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펩시코(PepsiCo)목적 있는 성과(Performance with Purpose)’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면서 건강이 이 포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영양(nutrition), 환경에 대한 책임(environmental responsibility), 인재 유지(talent retention)목적 있는 성과라는 펩시코의 슬로건을 떠받치는 축이다. ‘목적 있는 성과는 펩시코가 수많은 국가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비즈니스에 전략적 방향성과 동기를 제시한다. 펩시코의 표현을 빌리자면목적 있는 성과당신을 위한 재미있는 것(fun for you)’에서당신을 위해 좀 더 나은 것(better for you)’으로, 그리고 또다시당신에게 좋은 것(good for you)’으로 자원의 점진적인 이동을 요구한다. ‘목적 있는 성과는 인수와 투자의 근거를 제공한다. ‘목적 있는 성과라는 펩시코의 슬로건은 새로운 조직인 글로벌 뉴트리션 그룹(Global Nutrition Group)과 최고글로벌건강책임자(Chief global health officer)와 같은 새로운 기업 직책을 만들기 위한 논리적 근거가 됐다. ‘목적 있는 성과는 식품과 음료에서 당분과 나트륨을 줄이거나 제거하기 위한 탐색을 하도록 인도한다. 결과적으로목적 있는 성과는 전 세계에 있는 펩시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정체성을 제시한다.

 

리더는 사회제도적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을 보완할 수 있다. 위대한 기업은 목적과 의미를 제시하기 위해 단순한 거래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찾아낸다. 의미를 만드는 일은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며 목적은 조직에 일관성을 제공한다. 사회제도적 기반에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거의 행동이 모인 부산물로 문화가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역사를 통해 수동적으로 생겨난 결과가 문화다. 사회제도적 기반은 일련의 활동과 관계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 이런 활동과 관계들은 단기적으로 비즈니스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해당 조직이 상징하는 가치,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 반영돼 있다.

 

사회제도적 기반으로 살아남은 기업과 세계적인 변화에 휩쓸린 기업을 분리할 수 있다. 목적은 조직에 의미를 불어넣고, 사회의 고정물로 기업을사회제도화(institutionalizing)’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할을 한다. 이름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체성과 목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2007, 스페인의 금융기업 산탄데르그룹(Grupo Santander)은 브라질 은행 방코헤알(Banco Real)을 인수한 다음 방코헤알을 자사가 보유한 브라질 자산과 통합시켰다. 하지만 방코헤알의 정신은 방코헤알의 금융자산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CEO였던 파비오 바르보사(Fabio Barbosa)가 통합된 금융기관 산탄데르 브라질(Santander Brazil)을 설립할 책임을 맡았다. 새로 생겨난 통합 조직은 지사 수익성을 강화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방코헤알은 산탄데르그룹에 통합되기 전 바르보사의 지휘 아래 소매금융(private banking) 모형과 더불어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 왔다. 이와 같은 방코헤알의 정신은 산탄데르 브라질과 모기업인 산탄데르그룹 전체에 확산됐다.

 

가치와 문화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적인 합병 사례를 살펴보자. 1996, 2개의 스위스 제약회사가 합병하면서 노바티스(Novartis)가 설립됐다. 당시 CEO였던 대니얼 바셀라(Daniel Vasella)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이 노바티스의 사명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또한 바셀라는 노바티스의 사명이 통합 전략과 성장 전략의 중심이 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서 바셀라는 직원들에게 이런 가치를 반영하는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필자가 전 세계에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의 날을 갖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자(당시 유럽에서는 그런 일을 하는 기업이 없었다) 노바티스는 동의했다. 노바티스는 세계 각국의 지사에 두 나라의 역사와 하나의 미래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을 직접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후 노바티스는 매년 합병일을 기념해 봉사의 날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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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 목적과 가치를 확인하는 일은 위대한 기업이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정기적인 방법이다. 2011 6, IBM은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각지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30만 명이 넘는 IBM 직원들이 세계 봉사의 날에 260만 시간의 봉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IBM 직원들은 학교, 정부 기관, 비정부 기구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도구(그중 상당수는 봉사의 날 행사를 위해 특별 제작됐다.) 활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각종 소프트웨어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당시 IBM은 독일에 있는 100개의 학교에서 개인정보보호와 왕따 금지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인도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신규 웹사이트를 개발해 50개 국에 선보였으며 미국의 여성 기업인들에게 중소기업을 위해 할당된 자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IBM은 사회에 기여하는 일원이 되겠다는 신념을 표출하기 위해 각종 도구를 무료로 나눠줬다. 상업적인 제품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마저도 아낌 없이 공개했다.

 

장기적인 관점

기업을 사회제도적 기관으로 생각하면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고 오랜 기간 영속하기 위해 필요한 그 어떤 단기적인 재무적 희생도 정당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을 얻게 된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재무적 논리는 숫자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위대한 기업들은 단기적인 재무 기회가 사회제도적 가치에 위배되면 기꺼이 단기적 재무 기회를 포기한다. 이런 가치들은 품질, 상대하는 고객의 본성, 제조 공정으로 생겨나는 부산물 등 기업의 정체성과 명성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방코헤알은 잠재 고객의 재무상태와 사회적 지위를 평가하기 위한 심사 과정을 도입했다. 방코헤알은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 측면에서 자사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고객과의 거래를 끊을 뜻을 갖고 있었다. 이와 같은 단기적인 희생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신중한 리스크 관리의 역할을 했다.

 

사회제도적 논리를 채택한 기업이 조직의 인재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인재에 대한 투자는 즉각적인 재무 수익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정당화될 수 없지만 지속 가능한 사회제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1990년대 말 아시아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한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신한은행보다 규모가 크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었던 조흥은행은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신한은행이 조흥은행 인수 결정을 발표하자 일반 행원에서부터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총 3500명에 달하는 조흥은행의 남성 노조원들이 신한은행의 인수에 항의하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삭발을 감행한 후 서울 도심에 있는 신한은행 본사 앞에 머리카락을 쌓았다. 조흥은행 노조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신한은행은 인수를 계속 추진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계획대로 조흥은행을 인수할 경우 조흥은행 직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해야만 했다.

 

신한은행 경영진은 사회제도적 논리를 적용했다. 신한은행 경영진은 조흥은행 노조와 협상을 진행했다. 공식적인 합병 시기를 3년 늦추고 새로운 조직의 경영위원회를 꾸릴 때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관리자를 각각 반반씩 배치하고 조흥은행 직원들의 연봉을 인상해 신한은행 직원들의 연봉 수준과 맞추기로 약속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삭발을 감행한 시위대를 위해 3500개의 모자를 조흥은행에 전달했다. 신한은행은감성적 통합(emotional integration)’을 위해 투자했다. 전략적, 운영적 정보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사회적 결속력을 다지고하나의 은행(one bank)’이라는 생각을 공고히 할 목적으로 각종 회의와 콘퍼런스를 열었다. 재무적 논리로는 신한은행은 돈을 쓸데없이 낭비했다. 하지만 사회제도적 논리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이 같은 투자는 미래의 안정성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인수가 시작된 지 18개월쯤 되자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고객이 모두 늘어났으며 조흥은행 노조 측은 더 이상 사려 깊은 인수기업에 대한 불만을 확산시키지 못했다. 공식적인 합병이 1년 반쯤 남아 있었지만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직원들은 대책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며 베스트 프랙티스에 대해 논의했다. 각종 아이디어가 양쪽 은행에 확산되면서 두 은행의 지점들이 한층 비슷한 모양새를 갖게 됐다. 직원들 사이에서 자기 조직화가 이뤄졌다. 합병 발표 이후 3년째가 돼 공식적인 통합이 이뤄지자 신한은행은 은행업계에서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감정적 관계

사회제도적인 가치를 전달하면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 규제나 동료에 대한 규제를 가할 수 있다.

 

공리주의적 합리성(utilitarian rationality)만이 조직 내에서 기업 성과와 행동을 지배하지는 않는다. 감정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의 분위기는 전염성이 강하며 잦은 결근, 건강, 노력과 활력의 강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속적인 실패와 성공이 팀과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필자의 연구에서 확인했듯이 사람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그 과정에서 상대의 성과를 개선시키기도 하고 약화시키기도 한다. (필자의 저서 <자신감(Confidence)>, 크라운, 2004년 참고) 널리 알려진 가치와 원칙이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역할을 해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조직이 가치 성명서를 내놓는 일은 너무도 흔한 일이 돼버렸다. 따라서가치 기준이라 부를 만한 단어들이 사내 어딘가에 존재하는가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회제도적 논리를 고수하면 주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일이 기업의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필자가 연구한 수많은 기업의 CEO들은 미국, 멕시코, 영국, 인도, 일본 등 본사가 위치한 장소가 어디건 자사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 성명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데 상당한 자원과 시간을 할애했다. 이들은 직급을 막론하고 모든 관리자들을 기업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사회제도적 일에 참여시켰다. 가치를 표현하는 단어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목적을 가장 중요시하도록 만들고 직원들이 조직의 가치를 기준 삼아 비즈니스 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대화를 장려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프록터 앤드 갬블(Procter & Gamble, 이하 P&G) CEO 로버트 맥도널드(Robert McDonald)는 오래 전부터 P&G의 목적, 가치, 원칙(Purpose, Values, and Principles) P&G 문화의 주춧돌이라고 확신했다. 맥도널드는 이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서 강력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P&G의 브랜드에 의미를 부여했다. 2010년 맥도널드가 P&G CEO가 된 지 한 달 만에 P&G의 목적(전 세계 소비자의 생활 수준 개선)을 비즈니스 전략(좀 더 많은 장소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좀 더 완벽하게 개선)으로 승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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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P&G 서아프리카의 모든 직원들은 양적으로 측정 가능한 목적이 이끄는 목표를 세운다. 내가 올해 얼마만큼 달성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P&G 서아프리카의 유아 관리 그룹(Baby Care Group)은 높은 유아 사망률을 낮추고 어린 아기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팸퍼스(Pampers) 이동 병원을 설치했다. 한 명의 의사와 두 명의 간호사가 팀을 이뤄 밴을 타고 서아프리카 일대를 돌며 산후 관리 방법을 가르치고 아이들의 상태를 진찰하며 후속 조치나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산모들을 병원으로 보낸다. 또한 팸퍼스 이동 병원 의료진은 자녀를 둔 여성들을 엠빌리지(mVillage)에 등록시켜 준다. 엠빌리지는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 전문가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문자메시지 서비스로 서아프리카에서는 빈곤층 중 상당수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엠빌리지 서비스가 여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이동 병원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팸퍼스 기저귀가 2장씩 제공된다. P&G 직원들은 이런 활동에 감정적으로 상당한 매력을 느낀다. P&G 직원들은 목숨을 구한다는 사명의 중심에 자사의 제품이 놓여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P&G 직원들은 팸퍼스의 매출이 급증하고 서아프리카가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P&G의 시장 중 한 곳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스스로를 사회제도적 기관이라 생각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업무에 감정적으로 매력을 느낀다. 또한 이런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낮은 개인에 대한 추종에서 의미를 찾기보다 조직 전체에서 의미를 찾는다. 최고위급 리더들은 기업의 목적과 가치를 몸소 실천하고 전달한다. 모든 직원들이 조직 전체의 목적과 가치에 주인의식을 느끼며 업무, 목표, 성과 기준에 가치가 반영돼 있다. 위대한 기업들은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에 의존하기보다 카리스마가 조직 전체에 확산될 수 있도록 카리스마를 규칙화한다.

 

공공기관과의 파트너십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국경을 넘고 새로운 부문으로 진출할 필요성을 느낄 때는 기업의 경계를 넘어 공공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즉 민관 협력을 통해 기업 경영자는 사업적인 이익과 더불어 사회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화의 역설 중 하나는 세계화의 물결이 한층 거세질수록 현지에 기반을 둔 관계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다양한 지역과 정치 관할구역에서 성공하려면 각국에서 공급업체와 고객뿐 아니라 정부 관료, 공공 중개인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만 환경(그리고 담당 공무원)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자사의 의제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거래 역량뿐 아니라 지역사회 공헌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와 동시에 위대한 기업들은 현지 이해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관계와 더불어 자사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문제에 관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한다.

 

사회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 협력이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사회제도적 논리로 생각하는 기업에서 민관 협력 사례를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민관 협력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UN(United Nations)과 세계기구가 협력하는 형태의 국제활동(P&G UNICEF와 여러 NGO와 진행하는어린이를 위한 안전한 식수(Children’s Safe Drinking Water)’ 프로그램), 정부 부처와 개발 기관이 협력해 진행하는 대규모의 국내 프로젝트 (펩시코가 멕시코에서 미주개발은행(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과 공동 추진 중인 농경 프로젝트), 충족되지 않은 사회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P&G의 서아프리카에서 공립 병원과의 협력), 단기적인 봉사의 형태(아시아를 덮친 쓰나미, 허리케인 카트리나,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등 자연 재해 발생 후 IBM이 구조 물자를 추적하고 가족 상봉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함)로 진행된다.

 

사회제도적 논리를 고수하는 기업의 경영자들은 현지 공무원들과의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은 공무원들과 관계를 쌓으면서 보상이나 특정한 거래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해당 국가의 공공 의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 의제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기여하려 애쓴다. 과거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펩시코의 최고글로벌건강책임자는 아동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부문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IBM CEO 새뮤얼 팔미사노(Samuel Palmisano)는 매년 6∼7차례 세계 일주를 하며 자사가 진출해 있는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을 만나 IBM이 어떻게 각국의 목표 달성을 도울 수 있을지 논의한다. 팔미사노의 이 같은 행보는 판매나 마케팅을 위한 일이 아니다. 팔미사노는 자사가 진출한 각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자사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고위급 대화를 한다. IBM을 대표하는 CEO가 이처럼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덕에 IBM의 다른 리더들도 국가의 미래에 대해 논의를 하는 자리에 초청을 받고 있다.

 

사회제도적 기업이 되려면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고위급 경영자가 외부적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국가와 지역사회와의 관계 구축에 애쓰는 직원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와 같은 외부적 관계를 관리할 공식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더라도 자원봉사, 공청회 참석, 지역 봉사 참여로 사회제도적 업무에 참여하는 사람은 무척 많을 수도 있다. 이런 활동은 진정성 있는 동기를 반영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은 특정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이나 오랫동안 해당 지역에 거주한 사람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끈질긴 판매 전략이 아니다. 이런 활동을 매력적으로 만들 만큼 정서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소가 있다. 장소를 옮겨가며 다양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으로 자신이 맡고 있는 조직에서의 역할과 자신이 살고 있는 장소와의 연계를 강화해 해당 지역에 한층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자신이 사회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여기는 리더는 지역적, 국가적, 세계적 차원에서 참여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몇 해 전, IBM 중국 책임자는 몸소 외교 사절단의 역할을 자청해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 직원들과 미국의 정치인들을 만나 경제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영향력을 논의했다. IBM 중국 책임자는 중국과 미국, 양국 모두가 성장하기를 바랐으며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덕에 자신이 남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고 믿었다. IBM 중국 책임자는 2009년에 퇴직을 한 후에 IBM슈퍼 동문(super alum: IBM이 사용하는 표현)’이 됐으며 IBM의 지원을 받아 미국의 명문대에서 1년간 수학하며 의료 서비스를 공부했다. 2010년 말에 중국으로 돌아온 전 IBM 중국 책임자는 중국 정부 산하기관과 협력해 IT를 활용한 중국 한의학의 근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IBM이 중국 정부와 맺어 온 관계를 발판 삼아 점차 발전하게 될 것이다.

 

혁신

돈을 버는 일보다 포괄적인 목적을 명확하게 표현하면 전략과 행동을 이끌고, 새로운 혁신의 근원을 제시하고, 직원들이 일상적인 업무로 기업의 가치와 개인적인 가치를 표출하도록 도울 수 있다.

 

리더가 즉각적으로 이익을 얻겠다는 욕심 없이 국가나 지역사회 프로젝트에 시간과 인재, 자원을 할당하고 직원들이 자신의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를 위해 기여하도록 장려하면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기업의 주장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IBM의 글로벌 기업봉사단(Corporate Service Corp)은 세계 각지에서 몇 달의 기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자사의 최우수 인재들로 구성된 다양한 팀을 파견해 미래의 리더를 양성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결과 혁신으로 이끄는 아이디어를 얻게 될 수도 있다. 멕시코의 시멘트 회사 시멕스(Cemex)는 사회제도적 논리를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충족되지 않은 사회적 욕구를 고려해 다음과 같은 혁신을 이끌었다. 병원, 농장 등에 특히 중요한 항균성 콘크리트, 홍수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방수 콘크리트, 단기간 내에 도로를 포장하는 국가에서 가치 있는 노후된 타이어에서 추출한 노면 물질을 생산했다. 시멕스는 이집트에서 항만과 해양 시설물에 활용 가능하고 소금물이 스며들지 않는 콘크리트 아이디어를 얻은 후 해당 제품을 개발해 필리핀에서 선보였다.

 

사회제도적 기업을 만드는 일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파트너를 연결시키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수 있다. 2001, 시멕스는 소규모 하드웨어 매장을 위한 유통 프로그램 콘스트루라마(Construrama)를 선보였다. 당시 남미 시장에 진출한 홈 디포(Home Depot), 로우스(Lowe’s)와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자 그에 대한 대응이었다. 시멕스는 콘스트루라마로 매장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소규모 매장에서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브랜드를 강화했으며, 소규모 매장들이 자사 제품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시멕스는 자사가 중요시하는 가치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받는 중개인을 찾았다. 또한 시멕스는 자사의 윤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비즈니스 전술을 활용하는 사람들과는 거래를 하지 않았다. 시멕스는 콘스트루라마라는 브랜드를 소유하고 판촉 활동을 하지만 유통업자들에게 요금을 청구하거나, 매장을 운영하거나, 의사결정 권한을 갖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멕스는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 서비스 기준을 준수해줄 것을 요구한다. 시멕스가 소매매장에 요구하는 사항 중 하나는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자선 노력(고아원 증설, 학교 시설 개선)에 참여하는 일이다. 2000년대 중반이 되자 콘스트루라마는 남미에서 대형 소매체인으로 인정받을 만큼 많은 수의 매장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콘스트루라마는 남미 지역 외의 개도국으로도 진출했다.

 

개개인에게 기업의 자원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은 사회제도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바티스 직원들은 병원에서 봉사하며 질병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자사의 약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직접 관찰한다. 2011, P&G 직원들은 타이드 희망 캠페인(Tide Loads of Hope) 차량을 운행해 수해를 입은 미 남부 지역을 방문했다. P&G의 관리자와 전문가들은 이동 빨래방 차량에서 현지 주민들을 위해 세탁을 하고 옷을 정리해 줬으며 이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과 안면을 트고 이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게 됐다. 이런 종류의 상호 작용은 기업의 가치를 드러내 보이며 의미 있는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자기 조직화

위대한 기업은 사람을 신뢰할 수 있으며 규칙과 체계뿐 아니라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위대한 기업들은 직원들을 자기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전문가(자기 조직화와 새로운 아이디어 생성으로 각종 활동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사람)로 대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제도적 논리에 의하면 사람은 최소한의 일만 하고자 하며 급여를 갈망하는 게으름뱅이가 아니다. 높은 성과를 내라는 명령을 전달받는 로봇도 아니다. 대신에 직원은 어떤 아이디어를 표현할지, 그 아이디어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입할지, 일상적인 업무 외에 어떤 부분에 기여를 할지 직접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공식적인 전략과 예산 처리 과정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관계, 자발적인 행동, 모든 직급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호도가 자원 배분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기업의 사회 구조와 비공식적 네트워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성과를 최적화하려면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 신한은행은 두 은행이 공식적인 통합이 이뤄지기 3년 전부터 사회적 유대와 관계를 만들어 스스로 통합을 추진했다.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자발적으로 본사 건물에 상대 은행의 현수막을 거는 등의 행동으로 두 은행의 새로운 관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P&G 브라질 관리자들은 전략과 조직적 전통을 완전히 뒤집어 고가 제품을 대체할 저가의 고품질 신제품을 내놓았다. P&G 브라질 관리자들은 자발적으로 이처럼 위험한 전략을 채택했으며 자기 조직화로 여러 기능 부서 간의 긴밀한 팀워크와 고객과의 협력관계를 이끌어냈다. P&G 브라질의 관리자들은 자신들에게 값비싼 제품을 구입할 돈이 없는 소비자들의 삶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기능부서가 참여하는 글로벌 그룹인 P&G 히말라야는 P&G 브라질과 비슷한 사회제도적 논리를 바탕으로 녹이 슬거나 닳고 닳은 면도날을 사용하는 이발사들에게 면도를 맡긴 후 피를 보곤 하는 현지인들이 관심 가질 만한 저렴한 질레트(Gillette) 면도기를 개발할 방법을 찾아 나섰다.

 

기업의 관리자들은 자원과 아이디어 흐름을 위한 다각적인 경로를 수용하기에는 공식적인 체계가 지나치게 일반적이거나 엄격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경직성은 혁신을 억압한다. 비공식적이고 자기 조직적이며 변화를 일으키는 임시 네트워크는 좀 더 탄력적이며 사람이나 자원을 훨씬 신속하게 연결시킨다. 직원들은 공식적인 역할을 수행하다가도 일상적인 업무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업무 관계를 발전시키고, 팀이나 그룹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식적인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매트릭스 조직(직원들이 업무의 성질에 따라 2명 이상의 상사에게 보고하는 형태의 조직)은 필자가스테로이드 먹은 매트릭스(matrix on steroids)’라 부르는 조직이 된다. 직원들은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이 모든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원을 수집하기 위해 각종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동시에 다양한 책임을 맡는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위한 공식 체계를 건너뛰는 경우도 많다.

 

힘들고 단조로우며 제약이 따르는 업무가 많다. 시멕스 직원 중 상당수는 공장에서 일하고, 신한은행 행원들은 창구에 앉아 일하며, 모든 기업에는 책상에 앉아 근무하는 지원직 직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일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업무의 매력도가 높아진다. 언제 어느 때건 미국의 IBM 사무실을 둘러보면 전체 직원 중 40%가 자리를 비우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고객의 기업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IBM 직원들은 필요에 따라 여러 곳을 오가며 일하고 자신이 선택한 기간에 휴가를 떠날 수 있다. 2001년에 일본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을 비롯해 IBM의 재택근무 프로그램은 기술 분야의 학위를 소지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여러 정부의 관심을 받았다. IBM은 가정 내에 업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IBM의 정책 덕에 인도에서 근무하는 하버드 졸업생은 프로젝트 업무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됐으며 이집트에서 일하던 소프트웨어 관리자는 남편과 함께 두바이로 옮겨갈 수 있었다.

 

사회제도적 논리에 의하면 사람들은 조직 전체의 운명(자기 자신의 일자리와 승진뿐 아니라)을 염려하며 지시를 기다리거나 직무기술서의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개선과 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다. 오늘날의 직무기술서는 실제로 사람들이 하는 일 중 일부만 기술하며 인사고과와 연봉에는 사람들이 기업에 최대의 가치를 기여하는 데 도움되는 활동 중 일부만 포함돼 있다.

 

사람들이 자기 조직화를 통해 정보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했을 때 그 결과로 새로운 전략이나 혁신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조직은 이런 네트워크의 형성을 장려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나 만남의 공간으로 네트워크를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보통은 상사가 기대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자발적으로 해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네트워크가 가장 발전한다. 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포기하더라도 자기 조직화를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가 이 같은 아이디어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남미에서 일하는 3명의 펩시코 관리자들은 10여 년 동안 남미의 기후에 적합하고, 녹말이 적고, 환경적인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감자 품종을 개발하겠다는 꿈을 가졌다. 이들은 감자가 페루에서 유래된 식물인 만큼 이 계획을 페루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은 후에도 연락을 지속했고 몇 해 동안 따분한 반응 외에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새로운 감자 품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들이 강력하게 지지한 새로운 페루 감자칩이 돌풍을 일으키자 마침내 사람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외딴 마을에서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생산한 다양한 색상의 감자를 사용한 이 감자칩은 영양과 맛, 사회적 기여가 적절히 결합된 상품이었다. 콘셉트에 대한 증명은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2010 8, 펩시코의 CEO 인드라 누이(Indra Nooyi)는 페루에 글로벌 감자 개발 센터를 설립하며 이들 3명 중 한 명을 이 센터의 책임자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자기 조직화의 특성을 갖고 있는 지역사회는 변화를 위한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다. 즉 이런 지역사회가 없었더라면 기업이 이 방향으로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식적인 지시를 받지 않는 사람들은 탐험가나 기업가로 활동한다. 예를 들어, 자가 형성 네트워크가 없었더라면 IBM 2개의 중대한 비즈니스 아이디어(가상 현실화와 녹색 컴퓨터)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뒤처지거나 아예 이 아이디어를 놓쳐버렸을 수도 있다. 2006 7월에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14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며칠에 걸쳐 인터넷 채팅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행사)이 열린 후 가상 현실화와 녹색 컴퓨터가 IBM이 가장 중요시하는 전략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가상 현실화 계획은 공식적인 체계 밖에서 추진됐으며 처음에는 자발적인 활동으로 진행됐다. 린든랩(Linden Labs)이 운영하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등 가상 플랫폼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200여 명의 얼리 어답터들은 IBM의 채팅방에서 서로의 존재를 발견했으며 아이디어 공유를 위해 임시 그룹을 만들었다. 이들은 아바타를 사용해 대화를 하고 매주 전화를 주고받았으며 가상 세계에서 콘퍼런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1년 동안 비공식적인 자기 조직화의 과정을 거친 후 이 네트워크는 IBM의 어느 경영자로부터 지원을 받게 됐다. 그 후 IBM은 가상 현실화를 새롭게 떠오르는 비즈니스 기회로 정했고 이 기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했다.

 

필자의 주장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기업이 직원들을 자기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자원봉사자로 바라보는 논리(본질적으로는 직원들이 사회제도적인 기업이라는 관점을 믿기 때문에 높은 성과에 관심을 갖는 진정한 전문가라고 바라보는 방식)는 일관성과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과 가치로 동기부여하는 일을 한층 더 중요하게 한다. 첫 번째 원칙이 충족돼야 마지막 원칙을 실현할 수 있다. 필자가 본 논문에서 설명한 6개의 원칙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수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위대한 글로벌 기업의 경우 특정한 행동을 수행한 결과로 사회제도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일관성 있고 전체론적인 접근방법(서로 불가분의 관계로 얽혀 있는 구성 요소들이 상호강화작용하며 기업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논리와 리더십 스타일을 반영하는 접근방법)을 도입할 때 사회제도의 성격을 띠게 된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자사를 사회 봉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 제도적 기관으로 묘사하는 기업이 다른 기업에 비해 좀 더 엄격한 감시를 받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이런 기업들은 자사가 명시한 포부와 실제 성과 사이에 발생한 재정적, 사회적 격차에 대한 비난을 견뎌내야 한다. 선행을 하면서 수익을 낸다면 조작을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좋은 일을 하긴 하지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적극적이지 않다면 용기가 부족하다거나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기업과 사회, 양쪽 모두를 위한 가치를 생성해 윈윈의 기회를 찾아내는 새로운 유형의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의 책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위대한 글로벌 기업들은 근사한 새로운 이론이나 완벽한 답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위대한 기업의 리더들은 자사를 이끌고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경제적 논리나 재무적 논리를 보완하기 위해 이미 사회제도적 논리나 사회적 논리를 사용하고 있다. 비용편익 방정식으로 사회제도적 논리를 이해하거나 사회제도적 논리를 경제학의 언어로 축소시키는 방법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회제도적 논리가 재무 성과를 강화하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증명됐다.

 

위대한 기업의 리더들은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각자 다른 이야기를 내놓을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들은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변화시킬 행동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로자베스 모스 캔터 (Rosabeth Moss Kanter)

필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어니스트 L. 아버클 경영학 교수(Ernest L. Arbuckle Professo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이며 하버드대 선진 리더십 프로그램(Advanced Leadership Initiative)의 회장 및 책임자이다. 캔터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저서는 <최고의 기업: 선두에 서 있는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 혁신을 하고 이윤을 얻고 성장을 추구하며 사회적 공익을 이뤄내는가(SuperCorp: How Vanguard Companies Create Innovation, Profits, Growth, and Social Good)>, 크라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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