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월

고성장 추억 가진 한국기업, 지속가능성 접목 하려면?
김성우

이번 4월 호 Spotlight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사는 ‘CFO도 사랑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모델을 찾아…’이다. 보통 재무와 지속가능성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이 두 개념을 어떻게 연결했을지가 궁금했다. 더욱이 사회공헌이나 CSR 부서 책임자의 의견이 아닌 CFO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반가울 따름이다. 세미나 장에서 발표되는 CEO의 선언적 의견과는 다른, 실질적인 고민이 묻어나는 UPS CFO의 주장이 필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CFO를 포함한 자원배분 의사결정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행력 확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을 동시에 자문해 온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의 의미와 한국에 적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언해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지난 214일 애플 CEO 팀 쿡은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에게기후변화보다 ROI(return on investment) 같은 수익 지표에만 관심을 두고 애플에 투자한다면 그런 투자금은 더 이상 환영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미국 NCPPR(National Center for Public Policy Research•공공정책연구센터)이 애플에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NCPPR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 사용 에너지 100%를 친환경적 방법으로부터 확보하려는 계획) 같은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이 기업 손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속가능성 이슈는 비단 애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갈수록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금전적 기부만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국내 기업들도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적절한 수준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사회공헌 활동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둘 간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사례 발표가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UPS CFO인 커트 쿠엔은 이 이슈와 관련, 사회공헌을 ROI 같은 기존 재무평가모형으로 분석하는 것의 한계를 지적했다. , 데이터 수집과 무형적 수익 측정의 어려움, 회수 기간의 장기성으로 인한 기술적 한계 때문에 기존 재무 모형에 의존한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다. 그는 대안적 분석 방법으로자사 핵심역량 증대여부를 제시하며 사회공헌을 자사 경영활동과 연계해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기업이 잘하는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추진하면 소요 비용과 실수를 줄일 수 있고 효과는 높아져 효율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기업은 자사의 역량을 계속적으로 증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사회공헌 수혜자와 공여자가 모두윈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기업의 핵심역량과 부합하는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자는 제안을 하면서최소 노력, 최대 효용을 지향하는 무술인 유도와 비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선결돼야 함을 동시에 느꼈다.

 

우리 실정에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까?

쿠엔은 집중해야 할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과정을 ‘UPS의 위치 선정법(박스 기사)’을 통해 설명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 경제, 사회적 지속가능성 이슈들을 나열하고 이를사업 성공에 끼치는 영향이해관계자들이 보는 중요성으로 분류해 중요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는 지속가능성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를 작성하는 기업들에는 익숙한 매트릭스다. 지속가능성 보고를 위한 대표적 국제 가이드라인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에서 제시된 방법으로, GRI는 중요한 이슈에 집중해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이해관계자 요구와 기업이 장수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관리해야 할 이슈가 겹치는 부분에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개발하는 기업들 상당수는 이런 이슈들을 면밀히 분석해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우리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달성을 위한 CSR 활동 추진을 위해 반드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첫째, 우리는 과거 오랜 기간 고성장시대에서 성장해 온 DNA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성과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성과와 관련이 깊은 사회적 책임은 회사 내에서 힘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의 핵심인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회사 내 많은 의사결정자들을 설득하기에 논리가 부족하다.

 

둘째, 많은 한국 기업들은 고성장시기에 매우 효과적이었던 1인 의사결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CEO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계획은 추진하기가 매우 어렵다.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 경쟁력, 재무성과 향상에 구체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데다 특정 부서의 업무로만 인식되고 있기에 그 중요성에 비해 CEO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제한된 인력과 예산만으로 CSR 활동을 펼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셋째, 사회적 책임 활동과 관련한 경험이 부족한 것도 치명적 문제다. 실제 인사부서나 광고부서는 지속가능성 부서보다 자원 배분을 더 잘 받고 있는데 과거 경험상 효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진이 자원배분 의사결정을 할 때 경험이나 선행사례를 중시하는 한국 조직에서 CSR 활동이 전사적 관심을 모으기는 매우 어렵다.

 

필자가 접한 기업 가운데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핵심역량을 활용해 사회적 책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Make up your life’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고유 사업인 뷰티와 헬스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암 치료 과정에서 외모의 변화로 상실감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 암 환우들에게 화장 노하우를 전수하는 메이크업 및 피부 관리, 헤어 연출법 등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이들의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여기서 얻은 경험을 제품 개발에 연계함으로써 자사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 기업의 CSR 활동에도 희망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적 상황에서 기업이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모멘텀을 찾아 사회적 책임 경영을 잘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 기업에 대한 제언

무엇보다 NAS(Numbering, Attention, Sample)가 필요하다. 사회적 책임 경영의 활동은 Numbering(수치화)돼야 한다. 회사 내에서 자원배분을 받는 의사결정 시 기준이 되는 언어는 숫자다. 이에 다양한 사회적 책임 경영 활동들을 비용과 효용으로 나눠 수치화해야 한다. 물론 많은 가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항상 낫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관련 활동을 측정하고 정량화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기업이 환경회계를 관리하고 있지만 지속성과 체계성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존재한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비용과 기업에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를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회사의 사회책임 투자에 대해서 그 사회적 효용을 숫자로 만들어내는 기법이며 호주 및 유럽 등에서는 은행 및 제조업종의 대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사회책임 활동을 수치화하고 이를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있다.

 

그리고 Attention(관심)이 필요하다. 이는 물론 CEO 혹은 의사결정자의 관심을 뜻한다. 사회적 책임 경영처럼 효용이 장기적이고 간접적이기 때문에 회사 내의 다양한 경영층을 모두 설득하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기업 핵심경쟁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방안으로 경영진의 관심과 전사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오뚜기의 경우 회장의 환경경영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력해 회사 전체가 변하고 있다. 회장이 환경경영을 주제로 매월 1~2차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실질적으로 오뚜기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챙긴다. 또한 두산은 2012년 선포한 경영철학두산 Way’의 근간을 이루는 9가지 핵심가치에 사회적 책임, 안전과 환경, 정직과 투명성 등 지속가능경영 이슈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두산그룹은 각 그룹사에 CSR팀을 두고 지속가능 경영의 체계적인 추진과 그룹 전체의 역량을 고르게 향상시키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 매뉴얼 개발, 교육 등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CSR을 기업 경영 전반에 융합하기 위한 것으로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Sample(사례)이다. 지금까지 타사에서 사례를 찾았다면 이제는 자기 스스로의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외부에 적절한 사례가 많지 않고 타 산업 분야의 사례가 자사와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중요성 우선 순위 설정 매트릭스를 토대로 구체적인 성공사례 개발이 필요하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마케팅, 연구개발, 경영지원 담당 임원들이 모두 각자의 고유 업무를 사회책임경영에 접목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에 따라 물 절약 샴푸 개발, 핑크리본캠페인 등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 CSV와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적 사회공헌 활동도 적절한 비율로 추진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쿠엔은 UPS가 물류를 핵심 경쟁력으로 하는 회사인 만큼 물류 관련 요소가 없는 자선적 사회공헌 활동은 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자선적 사회공헌,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 모두가 적절한 비율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CSV 개념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언어적 부담을 덜고 기업 간 차별성 없는 사회공헌 활동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다. 기존 사회적 책임, 사회공헌 활동을 배척하고 CSV만을 추구했다가 그 결과가 신통치 못할 경우 또 다른기만적 지속가능성 활동(Sustainability Washing)’으로 여겨져 불신만 남기고 기업과 사회, 고객 모두의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기업의 거대한 사회책임 담론보다는 지금 당장의 연탄 한 장과 김장김치 한 포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이 내부 논란을 마무리하고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난 다음 사회적 책임 활동을 하겠다는 접근법도 위험하다. 심파네트웍스(Simpa Netwokrs)는 인도 오지마을에 태양광을 활용해 가정의 전구와 전열기, 핸드폰 충전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 필자는 본 사업모델이 CSV의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이 회사 폴 니덤(Paul Needham) 대표는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한 마을에 방문했는데 어떤 이가 ‘5년만 먼저 왔으면 어둠으로 인해 집안의 독사를 발견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니덤은 이 얘기를 듣고 좀 더 일찍 이 일을 시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CSR은 사회에 당장 필요한 지원과 기업의 가치 창출 방안이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성우

김성우 전무는 미국 University of Louisville에서 지질학 및 수학을 공부했고 듀크대에서 건설환경공학 석사 학위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포스코 투자사업실과 에너지사업실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KPMG CCS(Climate Change & Sustainability) 대표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의 녹색사업 전반을 지휘하는 총괄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 클린에너지투자, 지속가능경영 분야의 전문가로 이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인하대 겸임교수와 세계은행 외부자문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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