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8월

고객, ‘데이터’가 아닌 ‘사람’으로 보라
홍진환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썸 탄다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이성과 섬싱(something)이 생길 듯 말듯 하는사랑도 아닌, 우정도 아닌애매모호한 관계를 의미한다. ‘썸 타는이성에게 대시를 할 것 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보는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연애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도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따라서 내가 상대방을 대하는 관계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마케터의 입장에서도 고객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파악한다면 썸 타는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7/8월 호 스포트라이트인 에이버리, 포니어, 위튼브레이커의고객관계의 수수께끼를 풀어보다에서는 브랜드와 고객과의 다양한 관계 유형을 분석하고 각 관계 유형별로 어떻게 관계를 관리해 회사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11개국 200여 브랜드에 대한 정량적 조사를 통해서 브랜드와 고객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29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원나이트’ ‘단순 거래’ ‘단짝’ ‘부부등 다양한 고객 관계 유형별로 시장점유율과 가격 프리미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충성도가 높은단짝 친구유형의 고객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만 가격 인상에는 큰 실망과 저항을 하게 된다. 이렇게 고객 관계의 유형을 파악했으면 그 관계를 이해하고,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며, 더 나아가 고객 관계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전략과 실행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 마케팅의 중요성과 과제

마케팅의 대상인 고객 소비자와 다르다. 1회성 거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계(relationship)를 맺고 그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며 가치를 교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케팅 교과서는 S-T-P프로세스(시장세분화 - 목표고객 선정 - 포지셔닝)와 마케팅믹스 4P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고객과의 관계 관리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거래 마케팅보다 관계 마케팅이 강조되고 고객관계관리(CRM)란 용어가 일반화된 지도 오래됐지만 실제로 고객과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논문에서 지적했듯 고객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면서도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나 구매 데이터 수집에만 신경 썼지 정작 중요한관계 지성을 파악하는 데 취약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로 고객의 생애가치(lifetime value)나 다양한 방식의 고객 분류 기법 등에 이어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이용한 성공 사례들도 속속 나오고 있지만 고객을 데이터로 취급하면서 생기는 문제들도 적지 않다. 데이터로서의 고객은 성별이나 나이 등 인구통계학적 정보와 구매일시와 빈도, 금액 등의 구매 정보를 제공해주고, 언제 어떤 홍보물로 자극하면 걸려들 가능성이 높은 낚시터의 물고기 같은 존재로 여겨지거나 SNS상에 어떤 단어를 언급한 점 같은 존재에 그친다. 고객과의 관계를 데이터로 파악하는 것은 결국 정형화된 정보 처리를 통해서 구매 확률을 높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고객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교류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다보면 저자들이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데이터의 이면에 있는 고객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고 고객을 크게 실망시키는 문제의 사례들이 발생할 소지가 높아진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데이터의 신봉자들은 빅데이터 분석이나 뇌인지과학 등 데이터 분석 기법을 더욱 정교화해서 고객의 감정까지 읽어내려는 시도를 한다. 반면 인간적 교류를 활용해 고객과의 관계를 증진하는 방식도 하나의 좋은 대안이다. 할리데이비슨은 고객과 어울리는 전담 직원들을 두고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처럼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들의 경험을 활용하면 고객과의 바람직한 관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과 인간적 관계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기업
현실에서의 고객 관계관리 역시 오래된 직원의 경험과 데이터베이스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경우가 많다. 실제 모 기업에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 CRM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직원들은 기존 정보도 제대로 입력하지 못했고 이용하는 데 불편하다고 기피했다. 결국 실제 업무는 직원들의 경험에 의지하고 시스템에는 숙제하듯 고객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는 결국 기업이 고객과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전략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전략과 마찬가지로 고객 관계에 관한 전략 역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목표 설정이 핵심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제언

한국 기업들이 바람직한 고객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도 기본적으로는 현재의 고객 관계 유형과 향후 고객과의 바람직한 관계 유형에 대한 합의가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본문에서 제시한 것처럼 고객의 감정과 기대를 제대로 읽어내기 위한 관계 지성의 향상 노력과 관계 중심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이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들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첫째, 경영자들이 먼저 고객들을 이해하고 고객과 공감(共感)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고객을 데이터가 아닌 인간으로 이해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어떤 관계 정립을 할 것인지에 대한 내부적 합의가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고객을 이해하는 데 많은 성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데이터로는 파악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이해, 고객에 대한 통찰력과 공감 능력을 갖추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그런데 경영자들 중에는 고객의 불만과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으로도 경영자에게 고객으로서의 생각을 얘기했을 때당신이 몰라서 그런다는 뉘앙스로 필자를 설득하려 했던 경영자의 반응을 여러 번 겪은 바 있다. 이런 경영자들에게는 직원들도 귀에 거슬리는 보고를 하기 어렵다. 이렇게 고객의 의견이 무시되고 직원들이 부정적 내용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 못하면 전략 수립을 위한 기본적 합의가 불가능해진다.

 

둘째, 고객 관계에 있어서 신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고객충성도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고객충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신뢰(trust). 신뢰는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기도 하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1) 역량 및 전문성 2) 일관성(지속성, 예측가능성) 3) 충성고객에 대한 배려(benevolence) 등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담합이 의심스러운 가격 인상이나 갑작스런 브랜드 정책의 변화, 장기 우수 고객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고 신규 고객을 우대하는 정책 등 신뢰를 깨고 고객을 실망시키는 일들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작아서 불만이 있더라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충성도는 만족을 통해서 나타나지만 독과점 시장의 브랜드 중에는만족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고객처럼 부정적 관계의 고객들이 다수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각 브랜드의 마케터들은 우선 자신들의 고객 관계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실상을 이해해야 신뢰도를 높이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현실의 한국 기업들은 마케팅팀에회원가입자 수 몇 명같은 정량적 목표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한 번만 구매하면 되는데 복잡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홈페이지의 내용 한 번 둘러보는데 회원가입을 시켜서 얻은 고객 데이터는 불필요한 고객 불만과 데이터 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다.

 

셋째, 고객 관계를 평가하는 평가지표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본 논문에서 주장했듯 고객 관계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으며 고객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원나이트관계처럼 일회성 거래관계가 오히려 수익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현실의 한국 기업들은 마케팅팀에회원가입자 수 몇 명 같은 정량적 목표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한 번만 구매하면 되는데 복잡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홈페이지의 내용 한 번 둘러보는데 회원가입을 시켜서 얻은 고객 데이터는 불필요한 고객 불만과 데이터 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다. 고객 관계의 유형을 고려해 비회원에게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등 고객에게 부담을 적절히 줄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고객을 데이터가 아닌 사람으로 보기 위해서는 마케팅 담당자를 비롯한 직원들도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직원들의 만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관계품질(relationship quality)은 그 브랜드와의 관계품질도 중요하지만 그 브랜드 담당자와의 관계품질도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고객과의 관계를친구로 생각한다면 친구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 고객을 데이터로 바라보는 프랜차이즈 음식점보다 나를 반겨주는이모가 있는 옛 단골집에 더 애정을 갖는 것처럼 사람 간의 관계는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SNS를 통해 직원들이 고객과 친구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스튜어디스가 SNS를 통해 여행지를 소개한다거나 매장 매니저가 개인의 SNS를 통해 친구를 맺고 소개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교류가 나타나고 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혹시나 하고 불안하게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통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며 고객 관계의 유형에 따라서는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SNS등을 통한 직원과 고객의 교류는 반드시 자발적이어야 한다. 교류의 공간인 SNS는 직원 개인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 만족을 위한 노력을 통해서 직원들이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도록 장려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직원들이 회사나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으면 고객들은 결코 그 회사나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홍진환

홍진환 교수는 수원대 경영학과 소속으로 마케팅 전략을 전공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박사 수료, 중앙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듀폰 과장, 엠드림 이사와 옵티멈경영연구원 이사를 역임했으며 일본 히토츠바시대 연구원, 중국 임기대 교환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 분야인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전략을 중심으로 다수의 마케팅 전략 컨설팅을 수행했다. 저서 <코에볼루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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