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월

당신 회사의 언어 전략은 어떠합니까?
로버트 스티븐 캐플란 (Robert Steven Kaplan),세던 닐리 (Tsedal Neeley)

 

기업의 언어 전략은 글로벌 인재 경영과 비전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어야 한다.

 

 

ARTWORK Tomás Saraceno, Cloudy Dunes. When Friedman meets Bucky on Air-Port-City, 2006

PHOTOGRAPHY: ALTROSPAZIO, ROMA

 

언어는 조직 생활의 모든 면에 스며들어 있다.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게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재 경영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볼 때, 직원들이 저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은 언어에 극히 적은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수많은 기업들을 관찰해본 결과, 아무런 제한 없이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은 가장 헌신적이고 우수한 인력으로 구성된 조직에서조차 효율성을 저해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소통에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판매 기회를 잃어버리게 하며, 그 밖에 기업 경쟁력을 위협하는 다른 심각한 문제들을 대거 초래할 수 있다. (HBR 2012 5월호에 실린 세덜 닐리의영어로 소통하는 글로벌 비즈니스참조.) 이러한 취약점을 경쟁우위 요소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언어 관리 전략을 개발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1]또는 공통의 언어를 정하면 직원들이 국제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새로이 떠안게 되는 도전 과제들도 생기지만 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공용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지어를 사용하고 현지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필요성과도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직원들의 유창하거나 부족한 공용어 실력 때문에 그 사람을 특정 임무에 배치하거나 승진시킬지 여부의 적절성을 따져야 할 리더의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자들은 언어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함으로써 인재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과 글로벌 팀에서 사용되는 언어에 대해 10년 넘게 파고든 세덜 닐리의 연구와 글로벌 기업의 리더십을 20년 넘게 조사해온 로버트 캐플란의 연구를 통해 언어 전략이 글로벌 인재 경영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가 공용어를 채택하든 안 하든 간에 당신은 리더로서 인재 채용과 교육, 평가, 승진을 결정하는 요인이자 글로벌 팀을 경영하는 핵심 요소로언어와 문화적 역량을 보다 신중하게 포함시킬 수 있다. 물론 하나의 글로벌 기업 내에서도 구체적인 선택과 전략은 각 사업 부문과 지역 사정에 따라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그런 차이도 결속력이 강한 시스템 안에서 공존해야만 모든 직원이 조직 전반에 걸쳐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가장 핵심이 되는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 침투해서 조화롭게 운영하기를 원한다면 당신이 속한 회사의 언어 전략은 고객에 대한 가치 제안과 잘 맞아야 한다.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핵심 인재관리 방안에언어를 어떤 식으로 반영시킬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Idea in Brief

문제점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은 대개 직원 채용 및 교육, 평가, 승진을 결정할 때 언어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을 이뤄내야 하는 팀원들 사이에 오해와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그 결과 기업의 경쟁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결책

글로벌 차원에서나 지역 차원에서 모두 경쟁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회사 전체가 언어 능력과 문화적 인식을 쌓아야 한다. 언어 전략을 기업에서 가장 중시하는 우선순위 목록에 포함시켜라.

 

이점

가장 우수한 역량을 지닌 직원들을 유치하고 원어민과 비원어민 사이의 간극을 좁힘으로써 약점을 강력한 경쟁력으로 바꿀 수 있다.

 

 

 

[1]모국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의사 전달을 위해 사용하는 국제 공용어. 역사적으로 라틴어, 프랑스어, 영어 등이 그 기능을 해왔다 - 편집자 주

 

채용과 교육

글로벌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최상의 입사 지원자를 찾을 때 언어와 관련해 간과할 수 있는 맹점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 먼저, 지원자가 공용어나 현지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경우 그 사람의 실제 기량이나 성장 가능성, 시장이나 문화 관련 지식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확실하게 가장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하려면 언어 능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한계를 수용하고, 그 대신 언어 교육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차원에서나 각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에 맞출 수 있도록 대비하는 방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일례로 IBM은 이미 오래전에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시장에 도움이 되는 8개 주요 언어를 지정했다. IBM이 세계 각국의 전문 인력들을 스스럼 없이 채용하는 건 이들의 언어 능력은 몰입식 집중교육이나 개인 지도 혹은 온라인 학습으로 충분히 강화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일부 국제 업무에는 언어 교육이 의무적으로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 한 가지 맹점은 새로운 언어 학습 능력과 동기로 충만한 우수한 신입사원들을 채용하고 키워서 중간 직급을 채우기보다는 어느 정도 언어 실력을 갖춘 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하는수평 이동에 의존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는 사실이다. 내부적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은 처음에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기업들을 보면 말단으로 입사한 직원들이 궁극적으로는 최고의 리더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이들은 입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업 문화와 관행 속에서 훈련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수평 이동형 채용에 의존할 경우 결속력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미 다른 기업에서 교육을 받아온 이들이 새로운 기업 문화에 동화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이직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지나면 기업들은 수평 이동한 경력사원들이 언어 실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다른 중요한 역량에서는 미흡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역량을 향상시키고 언어 교육을 강화해왔다. (‘언어 능력을 좀 더 수월하게 습득하도록 돕는 지원책참조.) 이런 접근 방식은 더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할 수 있지만, 끊임없이 채용을 거듭하는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결속력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훨씬 더 빠르게 구축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언어 능력을 좀 더 수월하게 습득하도록 돕는 지원책

전 세계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반드시 습득해야 할 언어를 확인한 다음, 직원들이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

 

비원어민 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평가와 교육을 제공하라. 전 직원의 언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모든 관계자들이 책임지고 적당한 기간 내에 진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밖에 없다. 아직 회사에서 바라는 유창함에 도달하지 못한 직원들에게는 교육을 받으라고 요구함으로써 실력의 잣대를 높게 가져가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영어가 공용어일 경우 3500 단어 정도는 말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원어민들이 통달한 15000 단어 수준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의사소통하기에는 충분하다.

 

교육비를 지원하라.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교육 과정을 제공함으로써 회사에서 능숙한 언어 실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표시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교육을 직원들이 시장성 있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라고 규정한다면, 그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학습에 쏟아붓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결심으로 부응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교육 과정을 근무 시간 중에 개설하라.교육 일정을 평일로 정하고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현장에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교육 프로그램에 회사가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확인시키고, 언어 교육이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임을 강조할 수 있다. 언어 교육을 직원들이 하는 업무의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야 한다. 직원들에게 업무 시간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이용법을 배우거나 다른 필수 교육을 마치라고 요구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직원들이 회사에서 필수로 삼은 언어를 진지한 태도로 습득하리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확한 인재 평가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고 교육시키는 회사 차원의 역량을 향상시킨 다음에는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승진 여부를 결정할 때 언어 능력의 상대적 차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뛰어난 언어 실력이 우수한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직무 다면평가 방식을 활용해 여러 가지 능력과 자질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다면평가는 부하 직원과 동료, 상사, 그리고 (적절한 경우에는) 고객들로부터도 피드백을 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관리자들은 성과를 평가할 때 언어적 명민함 이면의 부분까지 볼 수 있다. 이는 일종의 현실 점검, 다시 말해 당신이나 다른 관리자들이 유창한 언어 실력에 턱없이 휘둘리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글로벌 은행의 일본 자회사 대표인 짐은 관리자들이 다면평가 과정과 같은 적절한 평가 도구 없이 승진 인사를 결정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몸소 경험했다. 그는 카토 히로시라는 직원을 승진시켜 핵심 관리직에 임명하기로 결정했었다. 카토는 1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으로 일본어와 영어를 둘 다 유창하게 구사하는 터라 의사소통하기가 수월했고, 일본 문화와 사회에 대해서도 정통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짐은 카토가 회사 동료와 고객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믿었다.

 

 

애초에 일본에 파견될 당시 지속 가능한 사업을 도모할 수 있도록 현지인들로 팀을 꾸리는 임무를 부여받았기에 짐은 일본인 전문 인력을 승진시킬 수 있어 무척 기분이 좋았다. 처음에는 다른 이들의 반응도 긍정적인 듯했다. 하지만 일본인 간부 한 명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짐은 자신이 사람들의 반응을 너무 성급하게 판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간부는 짐에게 말했다. “카토의 동료들은 그를 존경하지 않아요. 업무 성과나 고객과의 관계를 볼 때 카토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뒤떨어집니다. 다른 일본인 직원들 중에서 훨씬 좋은 선택을 하실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결정을 하셨는지 사람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이를 계기로 카토에 대해 좀 더 깊이 파악하자 짐은 자신이 그의 유창한 영어 실력만으로 경영과 고객 관리 능력도 뛰어날 거라고 간주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훗날 이와 비슷한 실수를 방지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다면평가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이 새로운 평가 도구를 활용한 덕분에 그는 이전처럼 자신이 받은 인상에 의존하는 대신 좀 더 심층적이고 폭넓게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자신이 받는 인상은 아무래도 상대방의 유창한 언어 실력, 그리고 직원을 이해하는 스스로의 (제한된) 능력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외 주재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많은 기업들은 숙련된 전문 인력을 해외로 파견해 사업 부문을 이끌도록 한다. 해외 주재원들은 현지 언어나 문화, 비즈니스 관행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상품과 공정,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 문화를 파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채용, 교육, 그리고 승계 계획이야말로 그들이 맡는 임무의 중요한 부분이 돼야 한다. 특히 현지에서 인재를 발굴해 그 지역 사업을 현지 인력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작업에 주력해야 한다.

 

 

다음의 예를 생각해보자. 어느 유명 금융회사의 CEO는 아시아 지역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실망만 더 키우게 됐다. 이 회사는 해당 지역에서 조직을 이끌어나갈 현지인 관리자 그룹조차 꾸릴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바로 그런 목적으로 본사에서 꾸준히 해외 주재원들을 파견했는데도 말이다. 파견 기간은 보통 3∼5년이었다. 당시 이 CEO는 지역 책임자가 곧 미국 본사로 복귀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동안의 경험에 대해 직접 보고를 들었다. 책임자는 지역의 주요 고객들을 방문했던 노력을 자랑스럽게 설명하며 새로운 주재원이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CEO가 그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현지인 직원 10명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하자 이 주재원이 지역 인재 발굴은 별로 중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금세 드러났다. 그는 현지인 부하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관리하는 멘토나 코치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고,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개선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잠재력이 유망한 인재들을 위한 경력개발위원회 같은 것도 운영한 적이 없었다. 회사 지원으로 중국어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업무 과제가 생길 때마다 현지인에게 기회를 주기보다는 영어가 유창해 자신이 이해하고 소통하기 편한 또 다른 해외 주재원들에게 일을 맡기곤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당황한 CEO는 즉각 해외 주재원들을 관리하는 방식을 바꿨다. 차기 지역 책임자를 만나 파견 전에 미리 자신이 기대하는 성과가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설명했다. “나는 자네가 현지인 관리자들을 발굴해 교육하기를 기대하네. 고객과 접촉할 때는 반드시 현지인 파트너와 함께해주기를 바라네. 나는 얼마나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가가 아니라 이 사업장을 얼마나 잘 발전시켜 자네가 본사로 복귀한 뒤에도 이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성과물을 구축했는지 여부로 주재원 업무 성과를 평가할 생각이네.” 이와 함께 CEO는 최소한의 중국어 구사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6개월짜리 중국어 집중 코스를 수강하라고 권유했다. 이 해외 주재원은 자신이 단순한 책임자가 아니라 경영 리더이자 관리자가 되기 위해 아시아 지역에 파견되는 것임을 깨닫고 전임자보다 일을 훨씬 잘해냈다.

 

해외 주재원들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선에서 그치지 말고, 해외로 파견하려고 후보로 올린 사람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라. 현지인 리더들로 구성된 강력한 팀을 조직하려면 기업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에게 해외 주재 임무를 맡겨야 한다. 회사에 든든한 조력자로 기여한 인재들 중 마침 적절한 언어 능력을 갖춘 데다 본사에서 빠져도 큰 문제 없는 업무를 맡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인물을 낙점해 해외로 파견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 회사의 해외 사업장들은 높은 성과를 내는 데 꼭 필요한 현지인 인재를 끌어들이고 개발하며 보유하는 데 실패하고 말 것이다.

 

대단히 큰 성공을 거둔 글로벌 제조기업의 CEO는 다년간 미국 외 사업장을 해외 주재원이 경영하도록 했지만 실적이 계속 들쭉날쭉하자 그제야 이러한 교훈을 깨우쳤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을 경영하는 친구가 그에게 말했다. “해외 주재원 임무는 정말 힘들다네. 현지인들로 이뤄진 팀을 조직하고, 후임자를 양성하고, 익숙하지 않은 시장과 문화를 상대하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지. 아마 본국에서보다 저조한 시장점유율과도 씨름해야 할 거야.” 이 믿음직스러운 친구는 가장 우수한 직원의 경우 해외 파견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그래도 가능하도록 만들라고 조언했다. 해외 파견 업무를 중요도가 가장 높은 보직으로 만들면 가능하다는 조언이었다. “우리 회사에는 최고의 인재들만 해외 파견 업무를 맡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네. 우리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으면 적어도 한 번은 해외 파견 근무를 해야 할걸세.”

 

이 충고를 들은 CEO는 자기 회사에서 가장 유능한 관리자들과 촉망받는 기대주들을 추린 50명의 명단을 작성했다. 이 명단의 최상단에 속한 인물에게 다음 해외 파견 임무를 맡아달라고 하자 이 직원을 밑에 둔 관리자가 그를 내줄 수 없다며 큰 소리로 항의했다. 그럴수록 CEO는 그 직원이 해외 사업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갖춘 주재원 감이 확실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회사는 업무 성과가 가장 뛰어난 이들에게만 해외 주재원 보직을 배정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최고의 일꾼들은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능력도 더 뛰어납니다. 언어적 차이로 인해 성과를 잘못 평가하는 일도 드물구요. 각자의 고유한 리더십 스타일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고 현지인 인재를 개발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회사에서 자신에게 요구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분하죠.” 직원들이 해외 사업장을 알짜배기 임무로 인식하자 여기저기서 지원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장점유율이나 인재 개발, 수익성 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실적이 현저히 개선됐다. 회사는 현지 출신의 능력 있는 후임자들을 본격적으로 양성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아주 중요한 진전으로 여겨지는 행보였다.

글로벌 팀에서 의사소통을 관리하는 방법

세계 각지에 흩어진 팀들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이 공용어를 채택하거나 유창한 현지어 실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할 경우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일례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대개 자신도 모르게 공용어가 모국어인 직원을 조직 내승자로 여긴다. 결과적으로 공용어를 모국어로 구사하지 않는 직원들은 권력과 지위 면에서 상당히 큰 손실을 경험한다. 기업들이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한 언어 이외의 다른 능력이 뛰어나고 헌신적인 전문 인력이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르네의 경우를 보자. 그가 다니는 회사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250억 달러 규모의 최첨단 다국적기업으로, 이곳에서는 영어가 주로 사용된다. 영어 실력이 유창하지 못한 르네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묘사했다. “일반적인 회의나 컨퍼런스콜에서 문제를 논의하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면 불편함을 자주 느낍니다. 솔직히 말하면 영국인 동료들과 함께하는 회의는 참석하지 않고 피하는 방법을 쓸 때도 가끔 있어요. 회의에 참석해봤자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고 당혹스럽기만 하기 때문이죠.”

 

르네의 동료인 이베트는 영어가 유창하지만 원어민은 아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담당자와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는데, 뛰어난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 회의가 부담스럽고 좌절감을 느끼기는 그녀도 마찬가지다. “미국인들이 완벽한 언어 실력으로 우리를 이용하거나 골탕 먹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우려를 토로했다.

 

독일에 있는 한 다국적기업도 원어민과 비원어민 동료들 간에 유사한 갈등을 경험해왔다. 독일 현지 직원들은 종종 독일어를 사용하는 팀원들만 불러 회의를 하거나 미국 시간으로 한밤중일 때 컨퍼런스콜 일정을 잡아 미국인 담당자들이 참석할 수 없도록 한다. “회의 규모를 확대해 영어로 대화하려고 하면 저는안 돼, 안 돼, 그러고 싶지 않아라고 반대합니다.” 독일인 직원 한 명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당신의 기업이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공용어 채택을 고려해보라...

국경을 초월한 협업

팀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경우, 그들의 업무가 정보 전달과 우수 활동 공유든 아니면 공동 프로젝트를 위한 협력이든 간에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공통된 언어가 필요하다.

 

외국 기업에 대한 인수나 합병

공용어를 사용하면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독립된 기업들을 조속히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일한 플랫폼상에서 움직이게 하고, 지원을 공유하고,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새로 구성된 조직에 결속력을 확대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기술 플랫폼 표준화

다국적기업의 경우 사내 소프트웨어가 혼란만 가중시키는 도구들을 양산해 운영, 재무, 고객 파악, 직원 데이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공통된 언어를 기반으로 모든 플랫폼을 표준화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 세계 차원의 고객 서비스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고 접근성이 높은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려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팀들이 상호간에, 그리고 국제적인 파트너들과 원활히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공통된 언어를 사용한다면 이 작업이 훨씬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각국의 서비스도 통일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 서비스 담당 직원이 자국에서 고객과 상담할 때는 현지어를 사용해야 한다.

 

 

 

전 세계 차원의 고객 서비스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고 접근성이 높은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려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팀들이 상호간에, 그리고 국제적인 파트너들과 원활히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공통된 언어를 사용한다면 이 작업이 훨씬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각국의 서비스도 통일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 서비스 담당 직원이 자국에서 고객과 상담할 때는 현지어를 사용해야 한다.

 

 

공용어로 채택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안간힘을 써야 하거나 아예 배제돼버린다면 직원들에게는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쾌한 일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영 관리자들은 국제적인 차원에서 생산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런 사안들을 직접 다룰 필요가 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언어 실력을 가진 직원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세심하게 지켜봐야 한다. 원어민과 비원어민이 신뢰를 쌓고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쉽도록 하는 게 그 목표다. 글로벌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관찰할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확인해야 한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누구인가? 의견을 밝힌 사람은 누구인가? 성과가 우수한 직원들도 의견을 표현하고 있는가, 아니면 언어의 제약을 받고 있는가? 그런 다음에는 회의나 컨퍼런스콜에서 원어민과 비원어민이 똑같은 발언 시간을 갖도록 조정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는 대체로 원어민들은 상대적으로 말을 적게 하고 비원어민은 상대적으로 말을 더 많이 하도록 지도하는 방법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회의 안건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며, 전체적인 회의 순서와 짜임새를 미리 꼼꼼하게 따져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라클의 숙련된 글로벌 팀 리더 와지드 자랄딘은 이런 식의 조정을 하는 데 달인이다. 현재 14개국에 흩어져 있는 그의 팀원들은 전 세계 고객들에게 제공할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유지 보수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와지드는 다양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진 팀원들의 회의 발언 시간을 일상적으로 관리해 효율성을 높인다. 또 제약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들을 쏟아내도록 하고 말없이 잠자코 기다림으로써 다른 동료에게 말할 기회를 충분히 주는 한편, 아직까지 참여하지 않은 동료 팀원들에게는 직접 말을 거는 방식으로 몸소 포용적인 회의 태도를 실천적으로 제시하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영어가 상대적으로 유창하지 못한 팀원들이 참여할 경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행동은 팀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적절한 속도로 시작하라

공용어 사용은 조직 전체가 다 같이 동시에 시작할 수도 있고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수도 있다. 기업의 환경이나 우선 사항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다 같이 동시에

모든 부서와 지역에서 동시에 공용어를 도입할 경우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원을 확보하고, 동의를 구하고, 공용어 도입에 대한 지침도 확실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직원들이 언어적으로 유리한 집단과 불리한 집단으로 구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순차적으로 도입할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협력을 강화하고 언어 장벽을 제거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따른 다국적기업들로는 일본계 거대 전자상거래 회사 라쿠텐(Rakuten), 독일계 소프트웨어 회사 SAP, 중국계 기술 회사 레노버(Lenovo)가 있다.

 

순차적으로

한 번에 한 부문씩 언어 능력 개발을 지원하는 방식은 공용어 혜택이 널리 확산되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확대 도입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데는 유리하다. 예를 들어 처음엔 다른 나라 직원들과 협업해야 하는 직원이나 고위 간부, 잠재력이 높은 직원 등 새로운 언어를 빠르게 수용하는 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유럽의 통신회사 오랑주(Orange)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직원들에게 영어를 습득해 글로벌 활동을 주도하도록 지시했다. 리더들이 먼저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직원들은 언어 학습이 회사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노력의 행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문화적 인식 쌓기

앞서 논의한 것처럼 언어 교육은 직원들에 대한 중요한 투자다. 하지만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고 해서 문화적으로도 능숙한 것은 아니다. 이는 글로벌 리더들이나 부하 직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리더들이 자신의 경영 스타일과 관행을 다문화 환경에 적합하게 조절하는 데 실패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이들에게 각 팀원의 문화적 배경과 기업의 임무,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지역적 맥락 안에서 접하는 고객들에 대해 이해하는 일은 새로운 동사 활용법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모든 직급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팀원들이 공용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더라도 문화적 인식이 부족하면 심각한 오해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집단의 규범과 관행, 기대 수준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같은 균열을 막기 위해서는 언어 교육에 다문화 교육을 포함시켜야 한다. 다문화 교육에서는 직원들이 경험하게 될 다양한 협상 방식과 의사결정, 참여 가능성이 있는 사교 행사들, 그리고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행동과 기호의 광범위한 차이점들을 집중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한 글로벌 기술 기업의 CEO는 직원들이 자국 내에서는 현지어를 사용하더라도 국제적으로 교류할 때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도록 했다. 직원들이 각국 동료들과 공통된 언어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대단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CEO는 각 사업장 간에 마찰이 있다는 보고를 수없이 받았다. 그는 문제점의 상당 부분이 문화적 차이에 둔감하고 관용적이지 못한 관리자들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일례로 한 책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는 동료와 전화 통화를 할 때아니오를 확실하게 밝히는 대답을 들을 수 없어 불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계 형성의 중요성이나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소통의 가치, 문화적 차이의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 그러한 인식 없이 모국의 기준을 외국 동료에게 그대로 적용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들을 수없이 보고받은 뒤에 이 CEO는 고위 간부들을 위한 언어 개발 프로그램에 문화 교육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교육 시간마다 짧은 개별 교습 형태로 특정 국가 및 언어와 관련된 문화적 규범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어 수업에는 브라질의 문화 규범을 설명하는 짧은 튜토리얼(tutorial) 시간을 넣었다. 이 방식이 상당히 좋은 효과를 거두자 그는 자신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영진 컨퍼런스까지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회의를 팀원들이 각자가 담당하는 상대 국가들의 문화적 측면을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회의 장으로 마련한 것이다. 또 연말 평가는 물론 중간 지도 과정(coaching session)에서도 국경을 넘는 다채로운 문화적 감수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협력이 더 잘 이뤄지고 갈등은 줄어들었다.

 

언어 교육은 직원들에 대한 중요한 투자다.

하지만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고 해서 문화적으로도 능숙한 것은 아니다. 이는 글로벌 리더들이나 부하 직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이 사례는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부각시킨다. 관리자들은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하며, 언어와 문화적 역량이 조직 전반에 걸쳐 개발되도록 하는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발전에 대한 책임이 인사 담당부서나 개별 관리자들에게만 떠넘겨져서는 안 된다. 직원들에게 고취시키려는 행동을 고위 임원들이 직접 실천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줘야 한다. 이들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타인과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와 부하 직원들에게 그러한 성향을 장려하는 능력, 경영 방식을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 맞게 조정하고 다양한 언어 실력을 가진 직원들과 소통하는 역량 등을 연말 평가 항목에 포함시키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고위 경영진을 구성할 때도 이 같은 언어적, 문화적 배경의 다양성이 반영돼야 한다.

 

언어는 인재 경영 전략에서 대단히 중요한 고리다. 당신의 회사가 공용어를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언어라는 요소를무시할수는 없다. 실제로 당신이 글로벌 리더로서 인재 양성과 관련해 내리는 모든 의사결정에 언어는 영향을 미친다. 신중하게 언어를 관리한다면 기업은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얻고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어민과 비원어민 직원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함에 따라 이들 간의 간극을 좁히고, 나아가 지역 시장에서 입지를 더 탄탄하게 다질 수 있다. 요컨대 언어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세덜 닐리, 로버트 스티븐 캐플란 (Tsedal Neeley and Robert Steven Kaplan)

세덜 닐리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학과 부교수이며 마빈 바우어 펠로(Marvin Bower Fellow). 글로벌 문제 유한책임회사(Global Matters, LLC)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트위터: @tsedal. 로버트 스티븐 캐플란은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학과 수석 부학장이며 경영 실무 부문 마틴 마셜(Martin Marshall) 교수다. 드레이퍼 리처드 캐플란 재단(Draper Richards Kaplan Foundation)의 공동 이사장이며 인다바 자본관리회사(Indaba Capital Management) 회장이다. 골드만삭스 그룹의 부회장도 역임했다. 트위터: @RobSKa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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