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월

‘투명성’이라는 올가미
이던 번스타인(Ethan Ber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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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 Michael Wolf

Transparent City 75, 2008

 

지나치게 개방적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프라이버시도 투명성 못지않게 업무 성과에 중요한 요소다.

투명성 이 요즘 경영 현장의 좌우명처럼 부각되고 있다. 왜 그런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무래도 탁 트인 곳에서 업무를 수행하면 사람들이 좀 더 개방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하지 않을까? 보다 쉽게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하고, 각종 정보와 좋은 아이디어들도 훨씬 더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런 결과를 얻을 것이란 기대를 품은 채 나는 몇 년 전 투명성이 조직 내 업무 성과를 높인다는 실증적인 증거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철저한 현장 조사와 실험 그리고 연구자들을 파견해 관찰해본 결과, 그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방형 업무 공간에 대한 다양한 연구(이번 호 스포트라이트우리와 나 사이의 균형 맞추기참조)를 보완하는 내 연구 결과는 투명성이 더 높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업무 환경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프라이버시는 투명성만큼이나 업무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필수적이다.

 

역설적인 사실은 이렇다. 불필요한 관행을 몰아내고 협업을 촉진하며 함께 배울 기회를 만드는 등의 모든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투명성이란 요소는 지나치면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고 비생산적인 억압을 유발할 수 있다. 즉흥적이고 실험적인 행동들이 때때로 완전히 중단돼버리기도 한다. 완전히 개방된 업무 공간과 개인별 시간 활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방대한 데이터로 인해 직원들은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느낄 수 있다. 누군가 지켜보면 직원들의 행동은 달라진다. 어떻게든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비밀로 하려고 애쓰기 시작한다. 숨겨야 할 만한 나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 같은 은밀한 활동의 징후를 경영진이 알아차리면 본능적으로 직원들의 행동을 더욱 강도 높게 감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대응은 문제를 더 악화시키기만 한다.

 

Idea in Brief

문제점

직원들을 더욱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 관리자들은 개방형 업무 공간과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투명성을 높인다. 하지만 지나친 투명성은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노출돼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감추기 시작하면서 심지어 업무를 개선하는 것까지도 드러내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생산성은 물론, 역설적이게도 투명성마저 떨어뜨린다.

 

해결책

직원들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일정한 구역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을 때 실력 발휘를 더 잘한다. 기업들은 다음 네 가지 유형으로 경계를 두어 직원들에게 일정한 프라이버시를 허용할 수 있다. 팀으로 조직된 사람들 주변(주의력 구역), 피드백과 평가 사이(판단 구역), 의사결정 권한과 개선할 권한 사이(유휴 자원 구역), 실험 적용 기간(시간 구역)에 경계가 필요하다.

 

이점

업무 환경의 투명성이 완화될수록 직원들은 오히려 더 투명해진다. 기업들은 투명성과 프라이버시의 균형을 통해 혁신적인 행동을 장려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일탈을 촉진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약간은 전체주의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업계 선도 기업들에서 목격한 일부 행동들은 실제로 그랬다. 그곳에서는 강도 높은 투명성과 추적 시스템이 현실을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었다. 예를 들면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전화 생산 시설 중 하나로 글로벌 위탁제조업체가 중국에 소유한 공장에서는 한 라인에서 작업하는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공정을 개선하고도 관리자는 물론 다른 라인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까지 숨기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공장에서 일하는 숙련된 노동자 한 명은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은 비밀로 하고 나중에 얘기하는 편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하다. 관리자들은 보고 싶은 걸 보고, 우리는 우리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유독 이곳만 그랬던 게 아니다. 연구 결과, 개인이나 그룹이 이로운 행동들을 감추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일상적으로 낭비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상관이나 동료 그리고 자신들을 지켜볼 수 있는 외부 관찰자들이 그 행동을 제대로 이해할 방법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가장 좋은 의도만 지니고 있을 때조차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면 더 나은 결과를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왜곡된 행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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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가리기

중국 휴대전화 공장의 제조 라인에 칸막이처럼 커튼을 치자 생산성도 덩달아 올라갔다. 이런 방식으로 외부와 차단된 라인들의 생산성은 개방된 형태의 나머지 라인들에 비해 10~15% 높게 나타났다. 커튼 안쪽의 세상에서는 투명성, 다양한 시도를 꾀하는 실험적인 속성, 동료애가 전부 다 강해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프라이버시와 투명성, 이 두 가지가 지닌 각각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 [1]을 찾아낸 기업들도 있다. 이런 기업에서는 개방적인 환경 내에 일정한 프라이버시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네 가지 유형의 경계 장치를 활용했다. 먼저, 개별 팀 주변에 경계의 선을 긋는 식으로 직원들이 작은 행동 하나하나까지 노출돼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일 없이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피드백과 평가 사이에 확실한 경계를 둠으로써, 다시 말해 평가 영역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함으로써 사내 정치 활동과 이미지 관리에 헛되이 노력을 낭비하는 일을 막았다. 이 기업들은 의사결정 권한과 성과 개선에 대한 권한 사이에도 경계를 설정해창의적인 땜질이 사라지지 않도록 뒷받침해주는 유휴(slack) 구역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신중하게 정한 실험 기간들 사이에도 경계를 뒀다. 지나치게 자주 간섭하거나, 지나치게 드물게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시간 구역을 설정한 것이다. 다양한 산업과 문화, 업무 형태를 아우르며 폭넓게 진행한 연구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면, 이 네 가지 유형의 경계를 모두 활용한 기업들은 직원들로부터 가장 혁신적이고 생산적이며 깊은 생각이 담긴 업무 성과를 꾸준히 이끌어냈다.

 

Type 1 팀을 둘러싼 경계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그리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도구들까지 더욱 발전을 거듭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강하게무대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이 대인관계 행동에서 간파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타인에게 비춰질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연기에 쏟는다. 특히 직장에서 더욱 그렇다.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춰 그들이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14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중국 휴대전화 공장의 상황이 꼭 그랬다. 내가 업무 환경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을 때 그곳은 투명성을 완벽히 구현해낸 전형으로 보였다. 이 공장 건물은 한 층이 대략 축구장만큼 컸는데, 각 층마다 벽이나 칸막이도 없는 공간에서 직원 2000명이 교대로 근무했다.

우리는 중국에서 태어난 하버드 학부생 연구원 5명을 각 라인마다 투입했는데, 이 학생들은 신분을 감춘 채 직원들과 똑같이 일하고 먹고 생활했기에 공장 근로자들은 이들을 단지 동료로만 알았다. 이 현장 실험을 통해 생산 팀들이 그처럼 개방된 환경에서도 자신들을 지켜보는 시선을 피해 상당히 많은 것을 숨긴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조립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은 바코드 여러 개를 한 번에 스캔했다. 표준 작업 절차에서 규정한 대로라면 전화기 금속판에 바코드를 붙인 뒤 한 번에 하나씩 스캔해야 한다. 휴식 시간이면 밖에서 보기엔 노닥거리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팀원들끼리 각자 맡은 일에 대해 서로 연습시켰다. 그래서 작업 도중 어느 한 사람이 뒤처질 경우 다른 동료들이 대신 처리해줄 수 있었다.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다. 다만 굳이 설명하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가장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합리적으로 계산한 결과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눈가림은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제품 결함에서부터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공유 학습의 기회가 부족해진다는 것까지 수많은 이유들을 감안할 때 분명 문제가 있다. 몇 가지 기본적인 중재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현장 실험을 수차례 실시해봤다. 32개 생산 라인이 모두 비슷한 휴대전화 데이터 카드를 제작하는 한 층에서 임의로 4개의 라인을 골라 실험 대상으로 삼고, 나머지 28개 라인은 늘 하던 대로 작업하는통제 집단으로 남겨뒀다.

 

실험 대상이 된 라인 중 한 곳이 통제 집단과 매우 가까웠던 터라 이 두 그룹 사이에 커튼을 설치했다. 커튼을 걷어 올리자 공장 직원으로 투입된 학생들은 한 근로자가 다음과 같이 얘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라인 전체를 커튼으로 둘러서 완전히 가리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우리도 훨씬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을 텐데.” 그 말이 사실일지 궁금했으므로 우리는 기술자들에게 의뢰해 마치 병원 침대에 두르는 식으로 각 실험 라인을 커튼으로 완전히 둘러싸도록 했다. 놀랍게도 그로부터 다섯 달 동안 커튼을 두른 라인의 생산성이 나머지 라인에 비해 10~15%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단지 실험 대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성과가 개선되는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 등 여러 가지 다른 영향에 의한 변수들을 통제하고 얻은 결과였다.

 

다른 사람들이 공장 직원들을 지켜보지 못하도록 막아줌으로써 커튼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지엽적인 문제 해결과 실험 그리고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커튼 안쪽에서는 작업이 훨씬 투명하게 이뤄졌다. 부분적으로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업무 처리량이 전반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불량률은 극히 낮게 유지됐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경계 안에서 동료애가 형성되면서 직원들은 하나의 그룹으로서 자기들끼리 개발해낸 해법을 다른 라인과도 공유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팀 내에서는 완전히 투명하기를 기대하지만 팀 밖에서까지 그렇지는 않다. ‘팀 경계를 이용하면 대단히 개방적인 환경에서도 생산적이고 선택적인 불투명함(‘비공개’)이 가능해진다. 내가 프란체스카 지노, 브래들리 슈타츠와 함께 연구했던 세계적인 PC게임 개발업체 밸브 소프트웨어의 사례가 이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밸브에서는 4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각자 소비자에게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프로젝트에 근무 시간을 100% 할애할 수 있다. 새로운 상품이나 기획을 위한 협업이 필요할 때는카발(cabals)’이라고 부르는 팀을 조직하고 바퀴 달린 책상을 움직여 무리를 이룬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도 몇 번씩 여러 가지 다른 카발로 책상을 옮기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무실 배치가 매우 유동적으로 변하는 터라 이 회사에는 책상 위치를 추적하는 사내 애플리케이션까지 있다.

                          

[1]골프채나 라켓, 배트 등에 공이 맞을 때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가장 잘 날아가는 지점을 뜻하는 스포츠 용어이나, 최근엔 주식과 마케팅 등 경제 경영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 역주

 

 

우리는 커튼과 긴 탁자 그리고 카발을 이용해 관찰 범위를 제한하는 모습을 봤다. 심지어 단지 이름뿐인 팀 경계조차 관찰자들을 소규모로 제한함으로써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무대 위에 서 있다는 중압감을 덜어준다. “

 

밸브에서는 카발별로 직접 작업 공간을 선택한다. 다른 카발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는 방식으로 프라이버시를 확보한다. 카발 내 투명성은 높지만 회사 전체적으로 보면 그래 봤자 미온적인 수준이다. 물리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게 공간이 배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 분위기 자체가 관리 감독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각 카발을 예의 주시하거나 이리저리 정보를 옮기는 일을 하지 않는다. 덕분에 각 카발은 더욱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탐구할 수 있다.

 

한 직원이 밸브가 하드웨어 분야에 진출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카발을 시작했을 때 처음엔 그 규모가 아주 작았다. 만약 조직 내 모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려고 했더라면 하드웨어 관련 아이디어는 생겨나자마자 사망 선고를 받았을 것이다. 아무리 밸브라도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동조자들을 구해 함께 실험을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는 일은 충분히 가능했다. 이 하드웨어 카발은 인력과 자원을 흡수해 점차 규모를 늘리고 가속도도 붙었다. 이 프로젝트에 동참할 사람들을 더 많이 모집하기 위해 초창기 팀원들은 결국 다른 동료들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달리 말하면 팀 밖으로 투명성을 확대시킨 셈이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충분한 준비가 됐을 때야 비로소 그렇게 했다.

 

지금도 밸브는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 밸브의 사업이 성공하고 있으니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 업계에서 18년간 존속해오면서 밸브는 최고의 PC게임 중 상당한 몫을 만들어냈다. 회사 설립자의 말에 따르면 밸브는 매년 5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해왔으며, 직원 한 명당 거둬들이는 수익이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서도 높다. 밸브의 게임 플랫폼은 웬만한 국가보다 인터넷 사용량이 더 많다. 카발 시스템은 창의성과 더불어 프로토타입을 신속히 제작하고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역량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장에서 밸브가 경쟁력을 갖도록 도와준다.

 

비록 밸브는 극단적인 사례이고 밸브의 성공 역시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긴 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이와 유사하게 팀을 경계로 그 안에서 프라이버시를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혁신과 생산성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구글은 엔지니어들이 근무 시간의 20%를 언제 어디서 사용하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며 직원들은 그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열중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꾸린 팀, 그러니까 일을 실제로 수행하는 이 조직 내에서 팀원들은 다른 동료들에게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느낀다. G메일, 애드센스, 구글 토크, 구글 뉴스, 구글 트랜지트, 구글 나우, 구글 투명성 보고 등 현재 구글의 제품 포트폴리오 절반 이상이 이처럼 보호받는 20%의 시간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받는다.

 

팀 경계는 서비스 분야의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멜리사 밸런타인과 에이미 에드먼슨이 진행한 연구는 그러한 경계로 어떻게 병원 응급실 내 팀워크와 효율성이 개선되는지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는 간호사와 의사들로 이뤄진 작고 아주 유동적인 그룹들을 구분 짓는 경계로 긴 탁자들을 사용했다. 경계 내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투명성과 책임감의 수준이 높아졌다. 그 결과 응급실 환자 대기 시간이 40% 이상 줄어든 반면 질적 저하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같은 진전의 양상은 놀랍게도 연구가 진행된 1년 동안 하루 평균 환자 수가 25%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유지됐다.

 

관찰(박스 기사일거수일투족 추적하기참조)과 협업을 위한 도구들이 매우 강력해지면서 개개인의 인력이 굳이 형식적인 팀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훨씬 수월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는데도 불구하고 팀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장기적인 변화를 다룬 종적 연구들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오늘날 <포춘> 선정 1000개 기업 대부분이 형태를 갖춘 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1980년에 20% 미만이었던 수준과 비교된다. 이 같은 변화를 가져온 요인은 많지만 내가 연구한 바로는경계가 지니는 가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직장인들은 문제를 해결할 때 대규모 인맥을 동원하고, 심지어 불특정 대중과도 협력할 수 있다. 하지만에 대해 연구해온 리처드 해크먼이 증명한 것처럼 대개는 경계가 확실히 지어진 팀 내에서 문제 해결이 더 잘 이뤄진다. 경계를 통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간섭이든, 무질서한 업무 절차든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우리’, 그리고우리가 함께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의 성격과 무관하게, 작업 현장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고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경계가 존재하면 작업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일정한 범위 내로 한정 지을 수 있다. 이는 커튼과 카발, 긴 탁자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심지어 단지 이름뿐인 명목상의 팀 경계조차 관찰자들을 소규모로 제한함으로써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무대 위에 서 있다는 중압감을 덜어준다.

 

Type 2 피드백과 평가 사이의 경계

기업들은 갈수록 더 많은 실시간 데이터, 즉 우리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빵 부스러기처럼 각종 전자기기들이 흘려놓은 모든 흔적들을 실적 평가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대응해 직원들은 이미지 관리를 하느라 소중한 에너지를 엄청나게 낭비한다. 하지만 데이터에 근거한 피드백을 평가 과정에서 분리하는 도구들을 활용하면 직원들의 경계심을 낮추고 생산성과 문제 해결 등 원하는 내용에 정확히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인사고과에 포함되는 정보는 그게 무엇이든 사람들을 예민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조직원들이 익명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든 소셜미디어 플랫폼 리플의 인기를 보라. (세일즈포스닷컴은 출시한 지 3년도 안 된 리플을 60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지금은 워크닷컴이라고 부른다.) “당신은 간단히 묻기만 하면 됩니다. ‘X에서 나는 어떻게 일하고 있습니까?’” 리플 공동 설립자인 대니얼 디보우가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대답은 순전히 당신만을 위한 겁니다.” 오직 피드백을 받은 사람만 그 내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반격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더 나아가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정직하고 유용한 평가를 하게 된다고 디보우는 강조했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기 때문에 솔직하게 비판해도 동료의 평판이 훼손될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직원들이 작은 실수 하나까지 모두 경영진에게 드러내지 않고도 일상적인 행동에서 스스로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일정한 보호막(protected bubble) 안에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의 한 대형 화물운송 업체는 운전자의 안전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 모든 운송 차량의 운전석 앞 유리 위쪽에 드라이브캠을 설치함으로써 이 방법을 도입했다. 작은 비디오카메라인 드라이브캠은 차 바깥쪽과 운전자 모두를 향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무선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분석가들이 이 정보를 토대로 위험한 행동을 알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초록색 불빛은 운전자에게 모든 게 정상적이라고 알리는 표시다. 하지만 과속이나 급제동,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처럼 정상 범위를 벗어나 중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G-포스 이벤트에는 빨간색과 초록색 불빛이 번갈아가며 깜빡인다. 그 힘이 충분히 강해지면 불빛이 빨간색으로 바뀌고, 카메라는 이 시점 8초 전부터 4초 후 장면까지 저장한다. (평균적으로 각 차량의 드라이브캠은 매달 5분 정도의 영상을 저장한다.) 또 트럭의 속도와 위치 같은 핵심 지표들도 기록한다.

 

차량 안전을 감독하는 코치들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에서는 예방할 수 있었다고 여겨지는 모든 경우들을 검토한다. 그리고 실제 피해가 발생했거나 안전벨트 미착용, 운전 중 문자메시지 전송 등 고의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한해서만 기록 화면을 경영진과 공유한다. 트럭 운전자를 평가하는 관리자들에게는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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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할 필요 없는 피드백

한 화물운송 회사에서는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해 운전자들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관리자는 이를 볼 수 없다.

 

드라이브캠을 처음 설치했을 때만 해도 운전자들은관리자들의 감시를 받고 있다며 크게 염려했다. 빨간 불이 켜지자 일부 운전자들은 거기에 신경을 쓰느라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드라이브캠 덕분에 힘을 얻게 됐다. 경영진이 비디오를 평가나 문책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코치가 설명한 것처럼 드라이브캠을 활용한 협업은 운전자들이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도록도와주고 안전 운전 기록도 나아지게 만들고 있다. 코치들이 운전자들과 함께 기록 화면을 보면정말 도움이 된다고 또 다른 코치가 말했다. “이 서비스는 사람들의 관점을 바꿉니다.” 가끔은 그냥 단순한 깨달음을 준다. “와우, 보세요. 제가 앞차에 너무 바짝 붙어서 가고 있어요.”

 

Type 3 의사결정 권한과 개선할 권한을 구분하는 경계

관리자들이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을 분명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구체적으로 밝혀둬야만 원활한 조직 운영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이중으로 수고를 하거나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일을 예방한다. 하지만 선택된 소수에게만 권한을 주면 조직 내 다른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처연한 신세처럼 느낄 수 있다. 특히 시스템과 프로세스, 임무와 과제를 개선하도록 명백하게 권유를 받지 않는다면 더 그렇다. 직원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드러내지 않거나 은밀하게 실행할지도 모른다. 조직에서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이들에게 문제를 개선할 권한도 주지 않을 경우에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해법을 찾아내는 사람들, 즉 생산적이거나 긍정적이거나 평범하지 않은 이들이 주도하는 혁신의 노력은 효과적으로 억압되고 만다. 규정에 순응하고 따르는 데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말이다.

 

의사결정 권한과 개선할 권한 사이에는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 각각의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가진 욕구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겐 탁 트인 환경이 유리하다. 과학적 관리론을 창안한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가 한 세기도 더 전에 표현했던 것처럼, 그곳에서는작은 사실 하나하나가 신중하고 과학적인 조사 대상이 된다.”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에게 투명성을 요구하는 완벽한 개방성 혹은 가시성을 원하지만, 이런 식으로 남들의 눈에 완전히 노출되는 개방성은 현실을 개선하려는 직원들의 노력을 가로막는다. 휴대전화 제조공장과 다른 사례들에서도 나타나듯이 개선 작업에 반드시 필요한 실험적인 시도를 줄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남들이 지켜볼 때 심리학자들이 주반응(dominant responses) [2]이라고 부르는, 반복적이고 단련된 과제는 더 잘해내는 반면 창의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학습 과제에서는 더 못한 실력을 보인다. 투명성을 강조하는 문화로 인해 자신을 다 드러내야 할 경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제하게 된다. 음악가들이 청중 앞에서 공연하면서도 연습만큼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는 이유도 악기를 만지작거리면서 새로운 발견을 하려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명성의 수준 그리고 감독을 당하는 적절한 수위는 그 활동의 성격과 지켜보는 사람이 어떤지에 따라 달라진다. 음악가들은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 앞에서는 연습할 수 있지만, 이는 공연을 소비하는 청중이 아니라 음악가 자신이 초청한 지도자인 경우다. 기술의 발달로 프레드릭 테일러가 결코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많은 청중들이 소비자의 눈으로 아주 면밀하고 철저하게 지켜보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그들에게 확실한 의사결정 권한이 있을 경우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누구나 그런 청중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면 향상시키긴 했지만 숙련되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는 일만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저 공연 기준을 따르는 데만 충실하면서 말이다. 이런 식의 투명성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건리허설 중!’이라는 표시와 함께 문을 꼭 닫고 있고 싶은 갈망뿐이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는 기업들은 직원들의유휴 자원’, 즉 잉여 자원을 없애기보다 좀 더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완전한 투명성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 플렉스트로닉스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내가 윌리 쉬, 니나 빌리모리아 안젤로 같은 동료 학자들과 함께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IT 제조업체다. 플렉스트로닉스는문샤인 숍[3]이라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작업 현장을 직원들을 위한 진정한 놀이동산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은 직원들이 휴식 시간을 이용해 각자 속한 라인에 필요한 도구와 설비를 직접 개발하는 등 창의적인 작업을 하며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제조 회사들은 흔히 이런 식으로 직원들이 개선할 권한을 쉽게 발휘하도록 돕는다.) 간단한 파이프와 연결 장치, 재활용 소재들을 이용해 이 문샤인 숍에서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판매업체들로부터 특별히 공급받는 더 복잡한 설비 가격의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제품들의 품질은 이케아를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수준이지만 디자인은 분명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실용적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문샤인 숍이 직원들 스스로 꾸준하게 혁신을 주도해나가도록 장려한다는 점이다. 단지 자신들의 상상으로 그치고 말았을 수도 있는 효율성을 창출해내면서 말이다.

 

[2]어떤 자극에 대해 가장 쉽고 빠르게 유도되는 반응 - 역주

[3]미국에서 금주법이 있던 시절 몰래 술을 담그는 작업장이라는 뜻으로,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가능한 모든 재료와 수단을 동원해 작업할 수 있는 곳.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가 고비용의 제조 기술과 오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입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 역주

 

 

개선할 권한을 보장함으로써 유휴 자원을 좀 더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제조 분야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나는 사르버넌 케이셔번, 브래들리 슈타츠 같은 동료들과 함께 미국 소매기업 벨크에서도 그런 사례를 봤다. 벨크는 자사가 거느린 24000명의 직원과 300개가 넘는 백화점을 대상으로 육체노동이 대부분인 업무 일정 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다른 대규모 소매기업들처럼 벨크도 거의 모든 업무 관리를 자동화함으로써 복잡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노동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알고리즘은 시시각각 변하는 매출 지표와 실시간 날씨 예보, 가장 효과적인 생산 방식을 모색하는 활동 중심의 시간 연구 및 다른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벨크는 매장 관리자들과 업무 일정 관리자들이 유동적인 직원 수요와 다른 지역적 요인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소매점에서 근무하는 판매원들이야말로 고객 경험과 결국에는 매상을 이끌어 올리는 핵심 견인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벨크의 경영진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각 지점 관리자와 업무 일정 관리자들 스스로 회사 차원의 승인 없이도 이 시스템에서 제안하는 업무 관리 방식을 판단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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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인 유휴 자원

플렉스트로닉스의문샤인 숍에서는 직원들이 휴식 시간에 간단한 파이프와 연결 장치, 재활용 소재 등을 손봐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완성된 발명품 중에는 무거운 막대를 돌릴 때 사용하는 회전판, 통로가 복잡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접히는 의자, 평균 신장의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간편 높이 측정기, 사용하기 편리한 바퀴 달린 보관용 카트, 그리고 잘 떨어지지 않는 상표를 제거해주는 열처리 과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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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70%가 넘는 일정에 수정을 가했다. 지금은 그 비율이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수준인 50% 미만으로 낮아졌다. 벨크의 경쟁업체들 중 적어도 하나는 최근 널리 알려진 대로 완전 자동화된 신형 업무 관리 시스템으로 수익을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벨크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점포들의 경우 2013년 말 총수익이 2% 증가했다. 수동으로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지 몇 달 만에 얻은 성과다.

 

유휴 자원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영역을 만들려면 어떤 직원들에게 개선 권한을 줘야 할까? 그건 조직과 리더십에 따라 다르다. 불필요한 낭비가 없도록 생산 과정을 꾸준히 개선해나가는 린 경영 환경에서는 개선에 대한 책임이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의무사항이 아니라 하나의 기회로 여겨 연구개발 부문이나 고위 간부들로 구성된 실세 그룹, 우수 직원들에게 개선 권한을 부여하는 회사들도 있을 것이다. 또는 개선 작업을 공급업체나 하청업체, 혹은 컨설팅업체에 외주를 주는 회사도 있을 수 있다. 어떤 경우든 간에 개선할 권한을 배정하는 작업은 그 회사의 전략을 반영하는 동시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프라이버시 구역 내에 새로운 시도를 꾀할 수 있는 작은 실험실을 마련함으로써 개선 권한을 보호해야 한다.

 

 

Type 4 시간을 둘러싼 경계

투명성과 프라이버시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또 다른 방법은 시간을 일정한 범위로 한정해놓고 실험을 벌이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경영진은 정해진 시간 동안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하고, 이로써 직원들은 프라이버시를 누릴 수 있는 기회에 미리 대비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시간 경계 유형은 지금까지 이 글에서 살펴본 나머지 세 경계를 보완해준다. 일례로 어떤 기업에서는 아이디어 구상을 위해 임시로 팀을 조직하고, 360도 평가처럼 한 번에 여러 사람이 제공하지만 인사고과에는 반영되지 않는 발전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특정 그룹에 개선할 권한을 분기별로 배정할 수도 있다. 생명공학회사와 컨설팅업체 중에는 교육계에서 안식년 개념을 빌려와 직원들에게 비교적 불투명한 환경에서 유휴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구글 직원들은 ‘20% 시간을 보통 금요일에 사용한다.

 

자이언트 바이시클의 최고경영자 토니 로는 최고재무책임자 보니 투에게 여성 고객들의 요구에 더 훌륭하게 부응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라고 지시하면서 시한부 의사결정 권한을 줬다. 그는 보니 투가 이 계획에 가장 적합한 책임자라고 생각했다. 근무 경력이나 평판, 재무 감각 덕분에 그녀는 일상적인 법칙을 깰 수 있는 자유로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니 로는 원래 중요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라면 한 달에 한 번이나 일주일에 한 번, 심지어 하루 한 번이라도 확인하는 데 익숙했지만 무려 6개월 동안이나 투를 내버려두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시장에 선보이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투와 그녀의 팀원들은 그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 타이베이에 여성 전용 매장을 만들어 다른 자이언트 매장들보다 빠른 속도로 수익성을 확보했다. 그로부터 이 매장은 혁신적인 제품을 많이 내놓았으며, 전 세계 유사한 매장들에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일거수일투족 추적하기

자신들이 속한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던 기업들 중 대다수가 지금 작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 역시 주도하고 있다. 관리자들로 하여금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멀리서 직원들의 업무를 지켜볼 수 있도록 하면서 말이다.

 

이제는 지식 관련 업무까지도 디지털 기술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볼로메트릭스(VoloMetrix)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신생 벤처로 사내 e메일과 일정표, 소셜 플랫폼, 그리고 업무 수행 방식으로부터 데이터를 뽑아내고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개인 분석(people analytics)’이라는 생산성 내역을 제공하는데, 이는 각자의 협력과 활동 데이터나 그들이 관리하는 직원들의 데이터를 기초로 하는 자료다.

 

당연히 이 모든 것들이 꽤 거슬리고 심지어 섬뜩한 느낌마저 들 수 있다. 고용주들이 나서서 감시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에게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기업들은 바로 이런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개인정보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적당한 보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완전한 투명성의 가치를 드러내는 온갖 미사여구들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과연 관리자들은 디지털로 직원들을 추적하는 것에 어떤 가치를 주장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업무가 더 쉬워지거나 효과가 커질 수 있을까? 그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강압이 아니라 확인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을까?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 [4]를 통해 창업한 앰비션(Ambition)은 투명성이라는 요소를 더욱 매력적이고 덜 거슬리도록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판타지 풋볼[5]과 유사하게 만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직원들이 마치 판타지 풋볼 팀에 속한 선수가 된 것처럼 업무 수행과 관련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편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조본 업(Jawbone UP), 핏비트(Fitbit), 나이키플러스 퓨얼밴드(Nike+ FuelBand) 같은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장치로 자신의 행동을 직접 점검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직장에서 디지털 기술로 추적을 해도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상관이 지켜보고 있더라도 이로운 자각이 생겨날 수 있다.

 

몇 가지 사례

-       아마존의 물류창고 직원들은 손바닥 크기의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모든 움직임을 추적하고 최적화한다.

-       테스코의 물류창고 직원들은 팔에 두른 밴드를 활용해 그렇게 한다. UPS 운송 차량에는 운전자들의 거의 모든 행동을 기록하는 센서가 장착돼 있다.

-       하라스(Harrah’s)는 무선정보인식(RFID) 기술을 활용해 종업원들이 고객에게 음료수를 제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한다.

 

이와 같은 생각에서 몇몇 주요 소매기업들은 회사 차원에서 미리 정해놓은 상품 진열 계획(플래노그램)플렉소그램(flexogram)’이란 형태로 보완해 각각의 매장 관리자들이 고객 행동에 따라 상품 진열 방식과 위치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H&M 같은 일부 기업들은 플렉소그램을 표준 관행으로 정한 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1년 중 현지 맞춤형 전략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세운 계획이 매출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이는 시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주로 12월 연휴 시즌에 이런 실험적 시도를 자주 허용하는 식이다. 미국 소매업체 CVS는 자외선 차단 제품을 바퀴 달린 선반에 진열해 매장 관리자가 쉽게 위치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빠르게 변하는 날씨와 여름 시즌의 핵심 기간 중에서도 특정 시기에 몰리는 구매 경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알렉스 퍼거슨 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클럽의 전 감독으로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대열에 드는 인물로 널리 인정받는다. 그런 그가 투명성과 투명성이 실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훈련을 끝낸 지 20분 만에 분석이 가능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센서가 부착된 조끼를 사용하는 방법을 옹호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훈련 시간에는 선수들을 절대 비판하지 않습니다. 선수들이 시합 때 효과를 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 도전적인 시도에 나서는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클럽 전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경은 말했다. “훈련 시간에는 선수들을 절대 비판하지 않습니다.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

 

중요한 의견이 아닐 수 없다. 전통을 개의치 않는 반항적인 도전은 우리가 일을 수행하는 방식을 시험하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에서 벗어나려는 의욕을 강화시킨다. 하지만 완전한 투명성을 추구하는 문화로 인해 그런 무모한 도전이 골칫거리가 돼 돌아올 위험이 커지게 됐다. 실험을 시도해보려는 사기도 꺾이고 있다. 감시와 추적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모든 행동을 실시간으로 아주 잘 볼 수 있게 됐다. 그 모든 정보를 각 개인과 팀 그리고 관리자들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경영 차원의 문제다. 심리적 안정과 신뢰, 균형 잡힌 권력 관계, 협업을 추구하는 조직문화는 분명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진이 프라이버시 구역을 마련해 투명성을 완화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하다. 혁신과 생산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일탈을 허용하면서 말이다.

 

[4]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창업 사관학교 - 역주

[5]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실제 선수들을 뽑아 팀을 만들고 그 선수들이 실제 경기에서 올리는 성적을 대입시켜 겨루는 온라인 게임 - 역주

 

이던 번스타인

이던 번스타인은 하버드경영대학원 조직행동 경영학과 조교수다. 2012 6월 미국의 저명한 학술지 <행정학회보(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투명성의 역설(The Transparency Paradox)”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트위터 @ethanber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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