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월호

“군중론?” 신권력 이해하기
헨리 팀즈(Henry Timms),제레미 하이먼즈(Jeremy Hei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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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군중(crowd)이 전통적인 리더십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군중이 가진 에너지를 활용하고 다루는 방법을 알아보자.

 

우리 모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권력이동을 체감하고 있다. 정치적 시위가 증가하고, 민주주의의 대표성과 지배구조가 위기를 맞았으며, 신흥기업들이 전통적인 산업의 패러다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권력 이동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아니면 심각하게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먼저 새로운테크노-유토피아가 암시하는 화려한 전망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사람들 사이의 연결성이 증가하고 덕분에 민주화도 번영도 순식간에 이뤄진다. 또한 기업계와 관료계의 거인들은 무너지고 각자의 머리에 ‘3D프린터로 제작한 왕관을 쓴 군중crowd이 대관식을 치르는 날이 도래한다. 반면 이런 모든 현상 자체가 새롭지 않다고 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경험자답게 그들은 실제로는 상황이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고 일축한다. 트위터가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무너뜨린 일등공신이라고들 하지만 과연 이집트가 진정으로 민주화됐을까? 그가 물러난 자리를 다른 독재자가 대신 차지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공유경제에 기반을 둔 최신 스타트업에 대해 흥분해서 떠들지만 가장 강력한 기업과 사람들은 건재할 뿐 아니라 갈수록 강력해지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의 두 가지 관점 모두 틀렸다. 이 같은 관점들은 기술발전에 대한 이분법적이고 편협한 논쟁의 테두리 안에 우리 스스로를 가둘 뿐이다. 모든 것이 변하거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논리 말이다.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훨씬 흥미롭고 복잡한 변화가 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변화의 원동력은 확실한 두 세력 사이에서 날로 증가하는 긴장이다. 바로 구권력old power과 신권력new power이다.

 

구권력은 통화currency처럼 기능한다. 소수가 권력을 쥐고 있으며 일단 권력을 손에 넣고 나면 사력을 다해서 곳간을 지킨다. 그리고 권력자들은 원할 때 마음대로 사용하기 위해 권력 곳간을 채우는 데 여념이 없다. 또한 구권력은 사회의 리더가 주도하고 폐쇄적이며 여간 해선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작용하는 하향식, 즉 톱다운 방식이고 또 다른 권력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여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유발한다.

 

반면 신권력은 다르게 기능한다. 비유하자면 해류나 조류 같은 하나의 흐름current에 가깝다. 신권력은 많은 사람들이 합심해 창조하고 P2Ppeer-to-peer방식으로 각자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주도하고 공개적이며 참여적이다. 또한 아래에서 위로 몰아주는 상향식, 즉 보텀업 경향이 있고 사회의 여러 곳으로 분배되고 탈집중화하는 특성이 있다. 물이나 전기처럼 한꺼번에 쇄도할 때 가장 강력해진다. 신권력의 목표는 축적이 아니라유통되고 흘러가는 데에 있다.

 

-구권력 사이의 갈등, 그리고 둘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은 앞으로의 사회와 비즈니스계에 뚜렷한 특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역학과 권력이 실제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즉 누가 권력을 소유하고, 권력이 어떻게 분배되고,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프레임워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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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력 모델

수십 권에 이르는 저서를 남긴 영국 출신의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권력을의도하는 효과를 창출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구권력과 신권력은 각기 의도하는 효과를 창출하는 방식이 다르다. 신권력 모델은 개인에서 개인으로 연결되는 P2P 협업과 군중의 행동에 의존한다. 사실 참여 없는 신권력 모델은 빈 수레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구권력은 일부 사람이나 조직이 권력자원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거나 지식을 갖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행사된다. 따라서 이 같은 방식이 사라진 구권력 모델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해버린다.

 

비즈니스에서 구권력 모델은 소비consumption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잡지는 독자들에게 구독을 갱신하라고 요청하고 제조업체는 고객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구입하라고 부추기는 식이다. 그러나 신권력은 소비를 넘어서서 참여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구와 점점 커가는 역량을 적극 활용한다. 대중들은 단순한 소비행위 이상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싶어 한다. 도표 참여 척도를 보면 알겠지만 신권력에 참여하는 행동에는 소비 말고도 다섯 가지가 더 있다. 타인의 콘텐츠를 취하고 불특정 다수와 나누는공유’, 기존 콘텐츠나 자산에 새로운 메시지나 의견을 추가하며 리믹스하거나 각색하는조성[2], 돈으로 지원사격하는펀딩이 있다. 또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나 핸드메이드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엣시Etsy, 혹은 온라인 기반의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엔비Airbnb 같은 P2P 커뮤니티 안에서 콘텐츠를 창조하거나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하는생산역시 중요한 행동이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같은 모델의 특징인공동소유도 있다.

 

[2]최종 목표까지의 과정을 몇 단계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점진적 접근법역주

 

Idea in Brief

새로운 현실

오늘날은 권력이 예전같지 않다. 인터넷 기반의 차량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Uber의 네트워크화된 운전자에서부터 크라우드펀딩에서 자금을 대출받은 킥스타터의 공예가에 이르기까지 다윗들이 골리앗들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이러한 역학은 혼란스럽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제도권 조직의 관리자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프레임워크

‘신권력’의 행위자actor들과구권력의 당사자player들은 두 가지 점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그들이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사용하는모델과 그들이 지지하는가치. 페이스북 같은 일부 조직들은 신권력 모델에 의존하되 신권력의 가치를 지지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반대로 파타고니아같이 신권력의 가치를 지지하되 구권력형 비즈니스모델에 의존하는 기업들도 있다.

 

신권력은 왜 필요할까?

권력의 본질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즉 누가 권력을 소유하고, 권력이 어떻게 분배되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이해하는가가 미래 비즈니스의 생존이 걸린 결정적인 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유와 조성.페이스북은 공유하고 조성하는 행동에 의존하는 신권력형 모델의 대표적인 조직이다. 현재 약 5억 명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매달 300억 개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조성한다. 이는 실로 엄청난 참여도로 페이스북의 생존이 여기에 달려 있다. 구권력 세상의 기업들을 포함해 자신들의 브랜드 파워를 증가시키기 위해 이러한 행동에 의존하는 조직들이 많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신발을 디자인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나이키아이디NikeID는 오늘날 나이키의 온라인 매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펀딩.펀딩 행위는 대개 공유와 조성보다 헌신도가 훨씬 높다. 신권력 모델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돈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이미 수백만 명에 이른다. 일례로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3]의 대표주자이자 세계 최초 인터넷 기반의 소액 대출기관인 키바Kiva는 지금까지 76개국 약 130만 명의 사람들에게 총 5억 달러 이상을 대출해줬다.

 

P2P 기반의 기부와 대출, 투자 모델은 전통적인 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효과적으로 낮춘다. 세계 최대 비영리 자선단체인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 같은 대형 기관을 통해 기부하는 대신에 사람들은 특정한 문제로 고통받는 특정 지역의 특정 가족을 선택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가령 위펀더Wefunder 같은 단체는 소수의 거액투자자들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수천 명의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스타트업들에게 투자한다. 어떤 발명가는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펀딩 신기록을 세웠는데 62000명의 투자자들로부터 1300만 달러를 모금했다. 물론 신권력의 펀딩모델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다. 크라우드의 지지를 한몸에 받는 캠페인이나 프로젝트 혹은 스타트업이 가장 현명한 투자처가 아닐 수도 있고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돌려주지 못할 수도 있다. 솔직히 크라우드펀딩은 전략적이거나 영향력 있고, 혹은 장기적인 대상보다는 즉각적이고 본능적이며 감정적인 무언가에 끌리는 인간의 본성을 강화한다.

 

생산.신권력 모델의 다음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타인의 노력을 지지하거나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자신의 노력을 투입한다. 유튜브의 콘텐츠 게시자, 엣시의 공예가, 온라인 기반의 심부름 서비스를 제공하는 태스크래빗TaskRabbit의 심부름꾼 모두는 생산을 통해 참여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들 플랫폼은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머물 곳이 필요한 여행자와 빈 방이 있는 현지 주민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숙박 중개업체인 에어비앤비를 예로 들어보자. 2014년 현재까지 에어비앤비는 약 35만 명의 집주인과 1500만 명의 여행자들을 연결시켰다. 이는 기존 호텔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충분하다.

 

공동소유.위키피디아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운영체제인 리눅스Linux는 공동소유 행동들이 주요 동력이며, 그러한 행동은 해당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펭귄과 리바이어던The Penguin and Leviathan>의 저자이자 하버드 법대 교수인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동등한 개인 간의 상호 협조peer mutualism’라고 부르는 P2P 기반의 분권화된 많은 시스템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공동소유 행동의 대표적인 사례는 테크노-유토피아의 산실인 실리콘밸리가 아닌 런던의 한 교회에서 탄생한 어떤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주인공은 사람들에게 기독교 교리를 소개하기 위해 삼위일체 브롬프턴 교회Holy Trinity Brompton Church에서 시작된 알파코스Alpha Course(신앙생활을 막 시작한 사람들을 위한 교리코스). 코스를 개최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자료와 기본 구성을 무료로 제공하는 알파코스는 인생의 중요한 질문들을 주제로 총 10주에 걸쳐 진행된다. 굳이 교회에서 모임을 가질 필요도 없다. 알파코스는 이제까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거실과 카페에서 2400만 명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했는데 이는 지역 리더들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모델이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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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참여행동의 특징은 분산돼 있으나 저변이 매우 넓은 출처로부터 권력이 상향식으로 아주 효과적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즉 낮은 곳에서 시작돼 의도하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지점으로 힘이 이동한다. 그러한 권력이 바로 다수의 열정과 에너지다. 물론 테크놀로지가 뒷받침해주기는 하지만 이들 모델의 성장엔진은 인간의 행위주체성human agency[4]에 대해 높아진 군중들의 인식이다.

 

[3]웹사이트나 다른 온라인 도구를 통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기금을 모아서 특정 프로젝트의 자금을 대는 것역주

 

[4]자신의 삶에 대해 자율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는 인간의 특성을 뜻함 - 편집자 주

 

신권력의 가치

신권력 모델이 우리네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커뮤니티와 사회의 운영체제로 녹아들면서 일련의 새로운 가치와 신념이 창조된다. 신권력이 흐르는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사람들이 신권력에 반응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가령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10대 청소년은 타인의 아이디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적극적인 콘텐츠 창작자로 참여한다. 한편 P2P 금융플랫폼인 렌딩 클럽Lending Club을 통해 자금을 빌린 대출자는 구권력 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관에 작별인사를 할 수 있다. 바로 은행이다. 또한 온라인 기반의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인 리프트Lyft 회원은 일종의 공유 행동으로 소비하고 자산 소유에 대한 생각이 미묘하게 변화한다.

 

이 모든 게 군중들의 참여에 바탕을 둔다는 점에서피드-고리feed-in loop라고도 부르며 P2P에 기반하는 집단행동의 결과를 가시화해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권력에 대한 감각sense of power을 심어준다. 또한 협업에 관한 규범을 군중 스스로 강화하도록 만든다. 20세기를 지배했던 구권력의 중개인들이 없어도 자신들의 삶에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군중은 이를 깨닫는다. 여론조사 결과도 기존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다국적 PR컨설팅업체인 에델만이 매년 실시하는 2014년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에서 기업과 정부에 대한 신뢰도 점수가 2001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점을 기록한 것이 바로 그런 예다.

 

신권력에 깊이 관여하는 사람들 중에, 특히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0대 이하의 참여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인간에게는 양도할 수 없는 천부적인 참여권리가 있다는 가설이다. 앞선 세대들에게는 참여라는 의미가 몇 년마다 실시하는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권리 혹은 노동조합이나 종교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로 국한됐을 수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거나 창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기대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또 이렇게 커진 기대감은 다시 수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일련의 가치를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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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신권력은 거버넌스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존 형식을 탈피한 새로운 접근법을 선호한다. 또한 이 거버넌스와 의사결정과정은네트워크화된 특징을 보인다. 신권력의 군중이 국제연합, UN을 창설하지는 않았지만 국가 차원의 행동이나 관료제도의 개입 없이도 사회의 커다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따금 실리콘밸리에서 맞닥뜨리는 이런 생각의 핵심에는 공공재에 미치는 혁신과 네트워크의 힘에 대한 깊고 때로는 순진할 정도의 강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정부나 거대 기관들의 전유물이었던 공공재를 혁신과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거버넌스에서는 공식적 대표성은 우선순위에서 빠진다. 신권력은 총회보다는 플래시몹flash mob의 성격이 강하다.

 

협업.신권력은 협업을 특히 강조한다. 이는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나 의무적인협의 과정의 일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권력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타인의 아이디어를 확산하고, 혹은 기존 아이디어를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줌으로써 인간의 경쟁욕구가 아니라 협업욕구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유경제 모델은 지역사회에서 모아지고 축적된 의견에 의해 이끌어진다. 보통 평판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이를 테면 에어비앤비의 서비스를 사용했던 여행자가 무례하게 행동했거나 방을 지저분하게 사용했다면 다음 번에 숙소를 구할 때 애를 먹게 되는 식이다.

 

DIO.미트업Meetup[5]의 스콧 하이퍼만Scott Heiferman CEO의 말마따나 신권력은우리 스스로 하자 DIOdo it ourselves 정신을 창조한다. 또한 예전에는 전문화specialization와 전문직화professionalism로 대표됐던 분야에서 아마추어 문화에 대한 믿음도 생성시킨다. 신권력의 영웅들은 직접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거나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고, 혹은 자신의 도구를 직접 제작하는 소위메이커들이다.

 

투명성.신권력 지지자들은 투명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세계의 주민이 돼가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들은 물러가고 대신에 일종의 영구적 투명성permanent transparency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됐다. 공적 담화와 사적 담화 사이의 경계가 확실히 무너지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복합적인 결과를 낳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과 사진이 때로는 신중하게 포장된 자기과시라 하더라도 갈수록 투명성이 증가하는 세태는 많은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도권 조직과 리더들은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고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최근 진보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로 들어보자. 비밀주의로 유명한 조직의 리더로서 교황은 신권력과의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놀랄 만큼 영민하게 반응한다. 특히 바티칸은행의 재무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바티칸의 언론 관행을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그동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혁명적인 행보다.

 

제휴Affiliation. 신권력은 제휴를 좋아하지만 보통 제휴는 수명이 길지 않다. 신권력 세상의 주민들은 특정 조직의 정식회원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의심스럽다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American Citizen Liberties Union 같은 단체에 물어보라. 그들은 정식절차에 따라 회원으로 가입하는 제도가 위협에 처했다고 생각한다. 제도권과 수십 년에 이르는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신권력 세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권력형 사고방식에 끌리는 사람들은 어딘가에 합류할 때도, 무언가를 공유할 때도 행동이 재빠르다. 신권력 모델 덕분에 제휴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지만, 이들은 충성을 맹세하는 데는 몸을 사린다. 이는 신권력 모델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신권력은 신속하되 부침이 심하다는 의미다.

 

[5]서로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는 참가자들이 대면모임을 갖고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하나역주

 

한편 신권력은 사람들이 매일 제도와 권위, 서로와의 관계에서 자신을 정의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이러한 새로운 규범이 반드시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예컨대 신권력은 선거권을 확대하고 권력을 분배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지만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행위와 군중심리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특히 공식적인 보호조치가 미흡한 자기조직형 네트워크self-organized network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티파티Tea Party[6]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대표적인 자기조직형 네트워크다. 문제는 신권력이 티파티나 월가 점거 시위의 발자취를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둘 중 하나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다.

 

신권력 조직들을 이해하기 위한 프레임워크

이쯤 해서 간단한 프레임워크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구권력의 모델과 가치를 각각의 축으로 하는 사분위 도표다. 이 프레임워크는 조직들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이해하는 데는 물론이고 더욱 전략적인 위치로 나아가는 진전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신권력 매트릭스를 참조하라.

 

캐슬Castle. 3사분면에 포함된 조직들은 구권력 모델을 사용하고 구권력 가치를 지지한다. 우리는 일부 거대조직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인 애플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추측한다. 지난 15년간 애플의 성공신화는 의도적인 배타성과 상의하달식의 제품 공급 전략을 주도 면밀하게 시행한 덕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구글과는 달리 애플은 오픈 소스 접근법을 극단적으로 회피한다. 반체제주의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팬 기반, 용의주도하게 관리되는 앱스토어의메이커 문화maker culture’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비밀주의와 철통 같은 지식재산권 보호주의로 명성이 자자하다.

 

커넥터Connector. 2사분면에 위치하는 조직들은 가령 많은 사용자나 메이커들과 연결하는 네트워크처럼 신권력 모델을 사용하되 구권력의 감수성을 갖는다. 커넥터형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첫째는 사용자들의 참여에 의존하면서도 의사결정을 할 때 가끔 커뮤니티의 바람을 무시하는 듯 보이는 페이스북 같은 테크놀로지 회사다. 두 번째는 강력하고 분권화된 풀뿌리 네트워크를 구축하지만 매우 전통적인 권력의 중심부에 영향력을 미치는 티파티 같은 조직들이다. 요컨대 커넥터 범주에 속하는 조직들은다수에 의해 만들어지는모델에 의존하는 동시에담배 연기로 자욱한 방[7]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점점 더 큰 위험을 자초하는 조직들도 많다.

 

치어리더Cheerleader. 구권력 모델을 사용하되 신권력 가치를 수용하는 조직들은 4사분면에 위치한다. 대표적인 치어리더형 조직은 친환경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Patagonia인데 이 회사는 전통적인 구권력 비즈니스모델에 의존하지만 투명성 같은 신권력의 가치를 노골적으로 지지한다. 한편 치어리더들 중에는 신권력의 가치를 지지할 뿐 아니라 신권력 모델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을 포지셔닝하기 위해, 1사분면으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들이 있다. 영국의 좌파성향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이 좋은 예다.

 

군중Crowd. 1사분면에 속하는 조직들은가장 순수한신권력 운동가들이다. 그들 조직의 핵심 운영모델은 P2P기반이며 군중의 권력을 우선시하는 가치를 추구한다. 이 범주에는 위키피디아와 엣시, 비트코인Bitcoin[8]처럼 P2P 생산방식을 따르는기성조직과 온라인 차량공유 서비스업체들인 사이드카Sidecar와 리프트같이 좀 더 최근에 생겨난 공유경제 스타트업들이 포함된다. 또한 광범위한 시민운동단체와 급진적인 열린교육모델도 크라우드형 조직이다.

 

개중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나의 사분면에서 다른 사분면으로 이동하는 조직도 있다. 대표적인 조직이 미국의 비영리재단으로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에 집중하는 TED. 10년 전 TED는 협업과 네트워크에 대한 화제성 발언으로 주목받았지만 솔직히 말해 당시에는 신권력 모델이라 부를 만한 특징이 부족했다. 고작해야 값비싸고 배타적이며 신중하게 조직된 연례 회의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이후 TED TEDx 프랜차이즈를 통해 자기조직화와 참여를 가능하게 만들고 이전의 배타적이었던 콘텐츠 접근성을 모든 사람에게 허용함으로써 모델의 영역을 확대했다. 이런 두 가지 결정은 비록 TED가 통제력 약화와 관련된 위험에 직면하도록 만들었지만 TED 브랜드의 규모와 도달범위를 크게 향상시켰다. 오늘날 TED는 구권력과 신권력의 상호보완적인 모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6]2009년 미국의 길거리 시위에서 시작한 보수성향의 정치운동으로 1773년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에서 이름을 따왔다역주

 

[7]지역사회의 엘리트들이 강한 응집성을 가지고 담배연기 자욱한 밀실 같은 곳에서 정책을 결정한다는 의미 - 역주

 

[8]온라인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통화로서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구조역주

 

신권력 사례연구: 우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의 탄생과 성공은 신권력에 대한 연구대상으로 안성맞춤이다. 우버는 물리적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뤘고 탄탄한 교통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우버는 첨단 소프트웨어와 효과적인 평판시스템을 기반으로 차량 소유자와 교통수단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P2P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승객과 운전자는 서로에 대해 평판등급을 매기고, 이는 자칫 부담을 줄 수도 있는 강제적인 규칙 기반의 시스템이 없어도 신뢰를 구축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는다.

 

우버의 비즈니스모델은 네트워크 참가자, 즉 운전자와 승객들과의 관계에만 거의 의존한다. 오늘날 그런 관계가 위기를 맞았는데 우버의 신권력형 모델과 구권력형 가치가 마찰음을 내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버 CEO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은 운전자가 필요 없는 미래의 자동차를 예견하면서 올해 초 이런 말을 했다. “운전자가 없으면 요금을 인하할 수 있다.” 칼라닉의 발언은 많은 우버 운전자들을 격분시켰고 일부 도시의 운전자들은 우버가 자신들을 착취하는 악덕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이유로 노조를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회의적인 규제자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집주인들을 규합해서 풀 뿌리 지지자군단을 만든 에어비앤비와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설상가상으로 우버는 차량의 수요가 높아지면 요금도 올라가는 모델을 둘러싸고 고객기반과도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우버 입장에서는 그들 고객기반을 자신의 편으로 유지해야 하는 필요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우버는 자신들의 가격결정 모델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것을 불신에 따른 행위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군다나 리프트 같은 신권력 경쟁자들은 내친 김에 우버와 고객기반 사이를 확실히 갈라놓기 위해 이런 불신을 더욱 부채질한다. ‘자동차를 소유한 당신의 친구your friend with a car’를 부르짖으며 커뮤니티 기반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구축한 리프트는 신권력 모델과 신권력 가치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덩치가 커짐에 따라 현재 우버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14 12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한 이후 우버는 현재 자사 모델의 근간인 운전자와 소비자들과 가치를 덜 공유하고 힘을 한데로 집결시킴으로써 이익을 창출하라는 상당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

 

동시에 구권력도 우버를 향해 반격을 개시했다. 최근에 런던과 파리에서 택시 운전자들이 우버의 정책과 차량 공유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당국은 택시 운전자들에게 우선권을 주기 위해 우버 차량을 원하는 모든 고객은 차량을 요청한 후 최소 15분을 기다리도록 규정하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켜 우버를 규제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신권력 조직들은 규제와 관련된 도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현재로서는 신-구권력을 강력히 통합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반응으로 생각된다. 즉 전통적인 로비 전략을 네트워크 참가자들을 동원하는 능력과 결합시키는 방법 말이다. 최근에 우버가 오바마 대통령의 신권력형 선거전략을 전두지휘했던 데이비드 플라우프David Plouffe를 영입했다는 사실은 자신들이 어떤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권력을 육성하라

대부분의 조직은 권력의 본질이 변하고 있음을 인지한다. 그러나 새로운 이 시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을 이해하는 조직은 매우 드물다. 기업들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함으로써 신흥강자로 부상하는 조직들을 보면서 자사의 근본적인 모델이나 가치는 변화시키지 않은 채 테크놀로지라는 옷을 살짝 걸친다. 예컨대 구권력의 리더들에게디지털 대리인을 붙여주기 위해 최고혁신책임자CIO를 고용하거나 트위터를 통해 소통의 제스처를 보이는 식이다. 심지어는 CEO가 구글 행아웃hangout[9]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조차도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고 별다른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9]구글에서 제공하는 통합 메신저 기능 - 역주

 

선거운동은 신권력으로, 국정은 구권력으로

신권력은 대규모 캠페인을 이끌고 시위를 촉발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몇 년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포퓰리즘 운동, 즉 대중운동과 시위들이 신권력의 잠재성을 확실히 증명한다. ‘아랍의 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권력이 정부의 사업에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능력은 아직까지는 증명된 바가 없다. 신권력은 봇물처럼 밀려들었다가 때로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구권력이 우위적 지위를 다시 차지한다.

 

2008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오바마의 대선 캠페인은 신권력형의 가치와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과 관련해 베스트 프랙티스를 보여줬다. 하지만 신권력을 등에 업고 백악관을 접수한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신권력은 대선 체제에서 정부 체제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오바마를 백악관으로 보내준 거대한 풀 뿌리 기반 대부분은 그러지 못했다. 정부라는 구권력 현실과 규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고착된 상부구조는 근본적으로 볼 때 출신성분부터가 신권력과는 전혀 달랐고, 하물며 신권력에게 선뜻 손을 내밀지도 않는다.

 

신권력은 구권력형의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역량과 관련해 커다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한다. 첫째, 구권력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데다가 난공불락의 성처럼 잘 보호된다. 둘째, 신권력은 본질적으로 지속적인 제휴와 구속을 거부하고 느슨한 구조인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한곳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신권력은 선거의 슬로건처럼 커다란 주장에는 아주 효과적이되 정부의 슬로건처럼 작은 세부사항에는 맞지 않다. 점거시위운동은 활활 타올랐다가 올해에 들어서는 유명무실해졌고 처음의 ‘시민 동원령말고는 전략적 방향조차 불투명하다.

 

정부를 진정으로 변화시키려면 신권력은 단기적인 정치역학을 변화시키는 이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 가령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클릭픽스닷컴SeeClickFix.com 같은 커뮤니티 운동 프로젝트, 아이슬란드가 새 헌법을 만드는 등 민주주의를 재부팅하기 위해 도입한 크라우드소싱 기법 등등 이러한 초기의 실험적 노력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기 위한 시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의 운영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에 관한 한 어떤 노력도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한다고 신권력 전략을 사용한다고 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특히 신권력에 의해 패러다임이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는 산업에 포함된 조직이라면 쇼윈도 디스플레이를 조금 손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신문사를 예로 들어보자.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모든 기사의 말미에 댓글 창을 추가했다고 그것을 신권력이라고 부를 수 없다. 대신에 독자의 참여를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활발한 커뮤니티를 계획적으로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단언컨대 자사의 모델과 가치를 변화시켜야 한다. 지난 해에 유출된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에는 이 신문이 신-구권력의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양새가 나타나 있다.

 

신권력형 역량을 개발하려는 전통적인 조직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세 가지 일이 있다. 권력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판단하고, 자신들을 향하는 가장 냉혹한 비판에 귀를 기울이며, 동원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당신의 권력을 감사audit하라.앞서 소개한 신권력 매트릭스 도표에서 당신 조직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현재 위치는 물론이고 향후 5년 안에 도달하고 싶은 목표 위치까지 표시하라. 또한 동일한 도표에 경쟁자들의 위치도 나타내보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우리/그들은 신권력 모델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우리/그들은 신권력 가치를 어떻게 구현하는가? 우선 당신의 조직이 신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면 당신 조직이 어떤 참여적 행동을 허용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 과정은 새로운 현실과 더불어 당신 조직에게 필요한 반응방식에 대한 대화를 촉발시킨다. 물론 이것이 신권력을 사용하겠다는 확고한 결의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기존 핵심모델과 가치 중에서 바꾸고 싶지 않은 측면을 확인하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직 내부에서 (상상의) 점거 시위를 전개하라.만일 당신의 조직이 월가 시위 같은 점거운동의 대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의 성난 군중이 당신 조직의 중심부를 점거한 다음 조직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그들은 당신 조직의 권력 분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또한 그것이 적법하다고 생각할까? 그들은 무엇을 규탄하고 없애려 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점거 시위하듯이 당신 조직을 철저히 감시하라. 신권력 메커니즘에 어떠한 투자를 하기 전에 이처럼 깊이 있는 자기반성과 성찰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특히 기업들은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문화를 창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인게이지먼트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문화가 선행되지 않는 플랫폼은 실패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알든 모르든 당신 조직이 이미 내부 점거자들의 거미줄에 걸려든 상태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직원들이 조직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리더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익명으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포럼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난다. 오늘날 신권력 세상에서 어떤 조직이든 비공식적 행동과 자신들이 직면한 중대한 도전을 숨길 도리가 없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등 어느 채널로든 유출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적당한 불투명 속에서 안주하던 구권력 조직에게는 무시 못할 위협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성과에 대해 예전과는 수준이 다른 초정밀 현미경을 들이대는 까닭이다. 당신 회사는 우리에게 약속했던 광고 도달범위를 달성하는가? 당신은 정말로 내 아이의 읽기능력을 향상시키는가? 이처럼 새로운 차원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가장 현명한 조직은 누구일까? 자신들의 영향력과 관련해 고통스러울 만큼 솔직하게 대화에 참여하는 조직들이 아닐까?

 

운동정신movement mindset을 길러라.구권력 조직들은 자신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자기성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부와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소비나 여타의 소극적인 참여행동에 기반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한 조직들에게는 이것이 어려운 숙제일 수도 있겠지만 어렵다고 해서 빼먹으면 절대 안 된다. 오히려 갈수록 중요해지는 숙제로 반드시 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폭넓은 커뮤니티를 동원하는 역량은 결정적인 비즈니스 이점이 될 수도 있다. 의심스럽다면 2012년 미국의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구다가 결국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을 무산시킨 사례를 보라. 인터넷 업체들과 저작권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당시, 양측 모두는 로비스트들을 무더기로 참여시켰지만 승부는 시민들을 대거 동원하는 능력에서 갈렸다. 세 불리기에 성공한 쪽이 승리했다. 구글과 위키피디아를 위시한 많은 인터넷업체들은 1000만 명의 네티즌 청원서 서명운동, 국회의원에게 항의전화 10만 통 이상 하기, 인터넷 블랙아웃, 즉 서비스 중단 등 의미 있는 행동을 이끌어냈다. 때가 무르익었을 때 마침내 문화적 봉기가 일어났다. 최근에 전자책 판매 수익금을 둘러싸고 벌어진 아마존과 아셰트Hachette 사이의 분쟁에서도 양측 모두 자신들의 동원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온라인 쇼핑몰의 최대 공룡인 아마존은독자연합Readers United’, 프랑스 대형 출판그룹 아셰트는작가연합Authors United’을 각각 조직해 힘겨루기에 여념이 없다.

 

대중운동이 성공하려면 캠페인이나애스트로터핑astroturfing’[10]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리더들은 진정한 지지자들에게 강력히 호소할 뿐 아니라 그들을 지지세력으로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조직에게 해당되는 신권력의 핵심 질문은당신을 위해 누가 나타나줄까.

 

신권력이 맞닥뜨리게 될 도전

신권력에 의존하는 조직들은 군중의 에너지에 쉽게 도취하는 경향이 있는 대신에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들도 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 조직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당신의 커뮤니티 위에 군림하지 말고 그들을 존중하라.구권력 조직들이 점거를 두려워해야 한다면 신권력 조직들은 빈 둥지 신세를 경계해야 한다. 신권력 모델을 사용하되 구권력의 가치가 내재된 조직들은 특히 자신들을 지탱하는 커뮤니티를 소외시킬 위험이 상당하다. 이것은 조직들이 과거 자신들을 번영의 반석 위에 올려준 원동력이었던 군중과의 접점을 잃게 만드는 사고방식의 문제만은 아니다. 실질적인 도전이기도 하다. 투자자, 규제기관, 광고주 등등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는 종종 신권력 커뮤니티의 요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도 있고 양측의 안건을 조화롭게 균형 맞추기는 외줄 타기만큼이나 쉽지 않다.

 

신권력 모델을 사용하는 많은 조직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은 이러한 두 문화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페이스북은 데이터 소유권을 확대하고 주가를 끌어올리고자 하는데, 이는 구권력형 기업의 대표적인 야심이다. 그런데 이런 야심이 자사의 생사권을 쥐고 있는 대중의 요구와 충돌한다. 신권력의 가치를 구현하기로 약속하는 대안적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초기의 폭발적인 관심을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대한 하나의 징조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디지털 저작권digital right에 관한 신권력의 개념들이 진화함에 따라 신-구권력의 가치 충돌은 갈수록 증가하리라고 예상된다.

 

두 권력의 언어에 모두 능통하라.신권력이 꾸준히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사회의 구권력 상부구조superstructure[11]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키지 못한다. 미국의 비영리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칸아카데미가 디지털 지식층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지만 학교 시간표가 여전히 19세기 가정의 생활방식에 기초하는 등 미국의 교육시스템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신권력의 사상적 지도자로 법학자이자 <아이디어의 미래The Future of Ideas>의 저자인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은 미국의 선거자금 관련법을 전면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레식은모든 초 정치활동위원회 슈퍼-PACpolitical action committee[12]을 없애는최선의 방법이 또 다른 슈퍼-팩에 달려 있음을 인정한다.

 

[10]어떤 사안에 대해서 인기 있는 풀 뿌리 운동처럼 보이기 위해서 공적인 관계나 정치적인 캠페인을 이용하는 것으로 astroturf의 사전적 의미인 인조잔디를 따서 인조 혹은 가짜 풀 뿌리 운동으로 불리기도 함역주

 

[11]경제적 구조를 의미하는 하부구조 위에 성립하는 정치적, 법률적, 예술적, 철학적인 관념이나 그에 부합해 만들어지는 여러 제도를 지칭함역주

 

[12]미국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후보와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단체 - 역주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오늘날의 올바른 전략은 무엇일까? 때로는이중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이 정답이다. 즉 신-구권력을 활용하는 역량을 모두 개발하라. 예를 들어 미국 언론사 중에서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1위인 <허핑턴포스트>의 회장 겸 편집인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5만 블로거들의 네트워크로 구성된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구권력형 도구인 롤로덱스Rolodex[13]도 능숙하게 사용한다. 허핑턴같이 이중언어 구사자들은 자본, 적법성, 잠재적 파트너, 홍보 등등 자신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구권력의 연결성을 적극 활용하되 거기에 직접 가담하지도, 동력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요컨대 그들은 제도화되지 않고 제도주의적 권력을 사용한다.

 

구조적인 사고를 하라Get Structural.신권력 모델이 영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고 싶다면 특히 경계해야 하는 함정이 있다. 강점을 이용하기 위해 고안된 상부구조에서 활동한다면 영향력이 언제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런 상부구조를 하루 빨리 탈출하라. 전 세계적인 풀 뿌리 운동인 아바즈Avaaz가 좋은 예다. 아바즈는 회원 수가 4000만 명에 이르지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UN의 기후협상과정같이 고착된 구권력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그 안에서 머무르는 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그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별다른 결과를 맺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구권력 가치를 선호하든, 아니면 신권력 가치를 지지하든 미래 투쟁의 쟁점은 누가 사회의 본질적인 시스템과 구조를 통제하고 형성할 수 있는 권력을 획득하는가로 좁혀지리라 예상된다. 신권력이 기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능력을 증명할까? 그러한 구조를 철저하게 회피하고 대신에 새로운 구조를 창조할 독창성이 있을까? 아니면 궁극적으로는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거버넌스와 법률,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전통적인 모델이 사실상 계속 지배하게 될까?

 

온갖 약속에 환호하고 자신의 운명과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오늘날 우리는 중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신권력이 진정으로 공익을 도모하고 가장 다루기 힘든 사회문제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 물론 전략과 전술도 중요하다. 궁극적인 질문은 윤리와 관련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업체인 유니언 스퀘어 벤처스의 대표이자 저명한 벤처캐피털 투자자인 프레드 윌슨Fred Wilson은 이와 관련해 일침을 날린다. “민주화 도구로서 인터넷의 현주소를 냉정히 분석하면, 예전 보스를 새 보스로 갈아치우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새 보스는 시장 지배력까지 갖췄고, 조만간 그들의 시장 지배력이 예전 보스들을 훨씬 추월하리라고 예상된다.”

 

많은 신권력 리더들은 과열된 기업환경에서탈출할 수 있는 좋은 비상구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리더가 너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시민사회로 이어지는 거대한 출입문을 만드는 신권력형 리더가 필요하다. 군중의 권력을 한곳으로 집결할 수 있는 리더들은 그들의 에너지를 더욱 근본적인 무언가에 집중시켜야 한다. 어떤 의미를 창출할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을 포함시키고 그들에게 권력을 부여할 수 있는 사회의 시스템과 구조를 다시 디자인하는 일 말이다. 이렇게 볼 때 신권력형 리더들이 향후 직면할 가장 큰 시험은 권력이 가장 약한 자들의 어려움에 관여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닐까? 우리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13]주소록이나 전화번호부 등으로 사용되는 회전식 카드 파일의 상품명역주

 

제레미 하이먼즈, 헨리 팀즈

제레미 하이먼즈(Jeremy Heimans)는 시민운동을 이끄는 사회적기업 퍼포스(Purpose)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 또한 인터넷 기반의 정치커뮤니티인 겟업(GetUp)과 아바즈(Avaaz)[1]의 공동 창립자다.

헨리 팀즈(Henry Timms)는 뉴욕에 있는 유대인 문화커뮤니티센터인 92번가 와이(92nd Street Y) 부대표이며 글로벌 자선 캠페인을 전개하는 기빙튜즈데이(#GivingTuesday) 의 창안자다.

 

[1]힌두어로 목소리라는 뜻 -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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