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월호

경우에 따라서는 쥐가 사람보다 똑똑할 수도 있다

 

 

연구 내용:벨기에 루벵가톨릭대 소속의 벤 베르메르케Ben Vermaercke와 그의 동료들은 쥐와 인간의 인지학습 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실험 대상으로 삼은 실험실 쥐들과 학생들에게 두 가지 과제를 부여했다. 이 연구팀은 먼저좋은패턴과나쁜패턴을 구별하도록 쥐와 학생들을 훈련시킨 다음, 이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새로운 패턴에 적용하는 능력을 각각 측정했다. 첫 번째 실험 과제에서는 방향orientation이 됐든 간격spacing이 됐든 패턴이 한 가지 측면에서만 바뀌었는데, 이 경우 쥐와 사람은 임무를 똑같이 잘 수행했다. 그런데 패턴의 변화가 방향과 간격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나타났던 두 번째 실험 과제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쥐가 인간보다 과제를 더 잘 수행해낸 것이다.

 

논의점:그렇다면 쥐와 같은 설치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한 걸까? 경우에 따라서는 쥐가 인간에 비해 우월한 인지 능력을 가진 것일까? 베르메르케의 설명을 들어보자.

 

베르메르케:여기에선경우에 따라서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쥐들은 두 번째 실험에서 인간에 비해 임무를 잘 수행했어요. 첫 번째 실험에서는좋은패턴과나쁜패턴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인간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해야 했지만 두 번째 실험에서는 앞서 습득한 것을 인간보다 더 빨리 적용했지요. 이 실험에서 쥐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보여주기 위해 수영을 해야 했고 학생들은 컴퓨터를 사용했습니다. 그 외에는 모든 조건을 가능한 한 똑같이 만들려고 노력했고요.

 

HBR: 쥐들의 과제수행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실험 과제의 목적은 규칙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실험은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췄어요. 인간의 학습은 두 가지 방식 모두를 통해 이뤄집니다. 규칙에 기반해 판단을 내리는 인간의 시스템은 거듭 진화하며 현 수준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어떤 열매는 먹어도 되고 어떤 열매는 먹으면 안 되는지 어떻게 아나요? 예컨대 작고 빨간 산딸기류 열매가 있다고 칩시다. 이 열매를 먹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굳이 다른 모양이나 색깔의 열매들을 채집하느라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아도 되지요. 이렇게 우리의 뇌는 규칙을 찾도록 돼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부모님으로부터 규칙을 배우고, 이를 적용해 훌륭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단순한 규칙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상황들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정보 통합information integration학습이 힘을 발휘하지요. 방사선 전문의가 X-레이를 판독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스크린상에 나타난 하나의 점이 암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데 어떤 규칙을 활용하는지 물어보면 아마도 그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할 거예요. 그는 의과대학에서 표준 사례를 배우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익혔겠지요. 그리고 나서 자신이 과거에 본 것에 기초해 암을 구별하는 직관을 키웠을 거예요. 다른 예를 들자면 입사 지원자를 면접하고 있는 기업 관리자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누가 좋은 직원이 될지 알아보는 데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관리자라면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는 한편 그 동안 직장생활에서 사람들을 겪으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의 판단이나 직감에 의존해야 하지요. 불행하게도 이런 식으로 정보를 통합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있어서 인간이 쥐에 비해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증거가 대단히 많습니다. 그 이유는 규칙이 없는 곳에서도 규칙을 찾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쥐들은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맞습니다. 복잡하게 작동하는 뇌라고 해서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우리 이론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이번에 우리의 실험 대상이었던 쥐들은 인간처럼 특정한 데이터를 염두에 두고 규칙을 찾아 적용하려고 하는 대신유사성에 기초한 범주화전략을 사용했다고 봅니다. “이 패턴이 이전에 봤던 그좋은패턴들과 비슷한가?”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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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작동하는 뇌라고 해서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실험에서는 쥐들이 이전에 습득한 것을 인간보다 더 빨리 적용했습니다.

 

쥐들에게 정말로 그런 식별력이 있나요?

 

저는 박사학위 논문을 쓴 이후로 줄곧 동물들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제 결론은 동물들이 상당히 복잡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사람들은 사실상 쥐들이 거의 앞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쥐의 시력이 꽤 좋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잖아요. 우리의 연구 결과, 쥐들은 쥐가 나오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의 데이비드 콕스David Cox와 그의 동료들은 쥐들이 크기가 바뀌거나 회전하는 3D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지요. 그 외에 다른 연구 결과들을 봐도 쥐가 복잡한 시각적 과정을 연구하는 데 있어 가치 있는 동물 모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쥐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어째서 중요한가요?

 

쥐의 뇌는 인간의 뇌보다 훨씬 더 작고 덜 복잡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의 구조와 기능은 꽤 흡사합니다. 쥐의 뇌도, 인간의 뇌도 고도로 밀접하게 연결된 방대한 양의 뉴런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 뉴런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말을 합니다. 이 의사소통의 기저에 깔린 주요 원칙들에 대해 인류는 아직까지 아주 제한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보다 덜 복잡한 포유동물의 시스템부터 조사합니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셰익스피어부터 읽지는 않으니까요. 그뿐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는 진행할 수 없는 연구를 쥐에게는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제가 하버드대 연구원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살아 있는 쥐의 두개골에서 작은 부분을 제거하고 도려낸 부위에 투명한 덮개를 씌우는데요. 이렇게 하면 쥐의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창이 생기는 거나 마찬가지죠. 이 창을 통해 쥐가 자신의 임무를 습득할 때 신경회로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도 같은 실험을 진행할 수 있고요.

 

동물보호협회 PETA는 이 실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는 동물 실험을 할 때 항상 인도적 사육 환경과 실험에 대해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준수합니다. 쥐가 지적 생물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이런 실험에 쥐를 사용하는 데 따른 좋은 점은 원숭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모든 연구에서 영장류 대신 쥐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쥐를 사용하는 일이 가능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훨씬 더 많은 수를 훈련시킬 수 있고 윤리적, 재정적 제약도 덜하지요.

 

 

뇌 연구에 유용하다고 밝혀진 다른 동물들이 있습니까?

 

아주 많은 동물 모델이 신경과학 연구에 사용되고 있고, 저마다 명확한 장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제브러 피시zebra fish라는 열대어의 치어는 완전히 투명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뇌 세포 발달 영상을 포착하는 데 유용하지요. 어느 발달 단계에서 어떤 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 태아의 발달과 관련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동물로는 명금song bird이라는 새의 수컷을 들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명금류 특유의 노래를 익히는 새랍니다. 그 과정에서 작용하는 신경 프로세스를 연구함으로써 운동 패턴이 어떻게 발달해나가는지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걷고 먹고 말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운동 패턴에서도 가변적 행동이 나타나고 점진적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당신의 실험으로 다시 초점을 돌리자면 인간이 쥐에게 패배하리라고 예상하셨나요?

 

아니요. 처음에 이 연구는 단지 쥐에 관한 연구였어요. 쥐가 두 가지 유형의 학습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지요. 그런데 그 실험 결과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간 연구를 추가하기로 결정했고, 가능한 한 직접적으로 비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 연구팀도 정말 놀랐었지요.

 

인간이 규칙을 찾으려는 성향에서 벗어나 정보 통합을 더 잘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쥐를 이길 수 있나요?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규칙에 기반한 뇌의 학습 시스템을 다른 과제로 바쁘게 만드는 방법을 꼽을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 규칙 위주의 시스템이 정보 통합 학습시스템을 장악해버리지 않도록 말이지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J. 빈센트 필로테오Vincent Filoteo가 이끌었던 한 실험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이 팀은 우리 연구팀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단지 훈련과 테스트 사이에 숫자를 기억하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한 경우에는 사람들이 두 번째 실험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숫자를 기억해야 하는 과제가 규칙에 기반한 시스템을 장악하는 역할을 한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연구를 더 해야 할 여지도,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두 시스템을 파악하게 된 이래 15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어요. 그런데 이 시스템들이 학교나 각종 조직에서 학습 능력을 개선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해답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진행 앨리슨 비어드Alison Be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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