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월호

좋은 혁신전략은 혁신에 대한 올바른 분류에서부터 출발한다
김한얼

좋은 혁신전략은 혁신에 대한

올바른 분류에서부터 출발한다

 

피사노 교수의 논지는 혁신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하는 경영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혁신의 중요성이 더욱더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혁신을 올바르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혁신전략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전반적인 경쟁전략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전략과 혁신의 수립 및 실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실행방안들(innovation practices) 간의, 또한 각종 이해관계 집단의 상충관계를 관리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혁신이라는 개념 안에는 성격이 매우 다른 여러 가지 종류의 혁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혁신을 추진한 결과가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이를실행의 실패라고 진단을 내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더 근본적인 원인은 혁신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그에 따른 혁신전략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은 매우 타당하며 필자도 공감한다.

 

하지만 경영자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혁신전략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선도기업이 일상적 혁신을 제외한 나머지 범주의 혁신을 왜 성공적으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며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

 

경쟁전략과 긴밀하게 연계된 혁신 포트폴리오의 운영

피사노 교수는 네 가지 종류의 혁신을 설명한 후 많은 혁신에 관한 이론/저술들이 일상적 혁신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자살행위로 간주하고 다른 종류의 혁신을 통해야만 기업이 원하는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상 대부분의 이익은 바로 이런 일상적 혁신이 창출하고 있다면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기존 이론들이 일상적 혁신 이외의 다른 종류의 혁신만이 살 길이며 일상적 혁신을자살행위로 간주하고 있을까? 필자의 판단에 의하면 대부분의 기존 이론들도 피사노 교수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혁신은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각기 다른 성격의 혁신은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서로 다른 공헌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아키텍처 혁신의 개념을 제시한 헨더슨 교수와 클라크 교수는 점진적, 급진적 혁신 외에 모듈 혁신modular innovation과 아키텍처 혁신을 설명하면서 아키텍처 혁신은 기존 기업들이 해왔던 제품의 아키텍처가 조직의 아키텍처, 즉 비공식적 정보유통 채널과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과정에 반영이 돼 있다고 말했다. 언뜻 아키텍처 혁신은 점진적인 혁신처럼 보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기존의 조직 아키텍처를 바꾸지 않고 추진하다 보니 실행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아키텍처 혁신이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또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개념을 제시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도 파괴적 혁신과 그에 대비되는 존속형 혁신sustaining innovation모두 각각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헨더슨, 클라크 교수와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존의 시장선도기업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존속형 혁신을 수행한다며, 파괴적 혁신이 특별히 어려운 이유는 기존 존속형 혁신을 통해서 터득되고 체계화된 프로세스(일을 하던 루틴화된 방식)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조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기존 시장선도기업들이 뛰어난 인적, 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괴적 혁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파사노 교수가 일상적 혁신을홈구장 어드벤티지에 비유하면서 조직역량의 많은 부분은 자연스럽게 홈구장을 향한 혁신으로 흐르기 쉽다고 한 것은 헨더슨, 클라크 교수나 크리스텐슨 교수의 논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기존 이론과 피사노 교수의 논문은 기업 리더의 명확한 전략과 그에 상응하는 혁신전략이 없이는 조직이 익숙하게 여기는 혁신(피사노 교수의 표현으로는 일상적 혁신)이 주를 이루게 되므로 이러한주도적인 추세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 리더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일상적 혁신이주도적인 추세가 되는 이유는 기존 조직이 지금까지 잘해온 매우 익숙한 종류의 혁신인 동시에 기술과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른 종류의 혁신에 비해 비교적 낮아 단기 재무적인 성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새로운 경쟁자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서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경쟁을 통해 시장의 판 자체를 흔들고 있는 요즘 파괴적, 급진적, 아키텍처 혁신은 날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일상적 혁신에 익숙한 조직은 (1) 새로운 종류의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제때에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2) 새로운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한다고 할지라도 이미 일상적 혁신에 매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일 처리 방식과 정보수집 및 처리능력,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요구되는 새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며, (3)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게 되면 가시적인 결과를 빨리 내놓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의 성공요인에 의존하면서 불리한 상황을 극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마법의 열쇠처럼 보이는 기회에 무모한 투자를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혁신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면서 중요한 자원과 우선순위가 일상적 혁신에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도록 하고 범주가 다른 혁신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제도를 운영해야만 할 것이다.

 

이렇게 피사노 교수는 일상적, 파괴적[1], 급진적, 아키텍처[2]혁신의 네 범주를 전제하고 왜 그중에서 특히 일상적 혁신이 과도하게 추진되는지, 왜 일상적 혁신에 익숙한 조직은 다른 범주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지, 왜 혁신 포트폴리오를 잘 관리해야 하는지를 얘기했다.

 

이제 좀 더 근본적인 이슈를 다뤄보기로 하자. , 피사노 교수가 제시한 네 범주의 혁신을 도출해 낸 Y(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활용 vs.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필요) X(기존 기술역량의 활용 vs. 새로운 기술역량 필요)은 과연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를 점검해 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흔히 혁신을 분류할 때는 기술적으로 얼마나 변화하는지(점진적인 혁신incremental innovation, 급진적인 혁신radical innovation) 또는 기존의 기술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역량활용 혁신competence-enhancing innovation, 역량파괴 혁신competence-destroying innovation)를 기준으로 사용해 왔다. 그런데 피사노 교수는 최근 들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이라는 차원을 두 번째 차원으로 도입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설명을 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수 있느냐, 아니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하느냐, 이렇게 분류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식인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롭게 등장하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의 경쟁자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받아들이기 싫은, 꺼려지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휴대전화 산업에서 일어났던 변화를 살펴보자. 휴대전화 산업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두 번의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첫 번째는 2007년의 아이폰으로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이고 두 번째는 최근 들어 샤오미로 대변되는 중국, 인도의 신흥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혁신이다. 아이폰은 기존의 피처폰 범주 안에서 여러 가지 스펙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경쟁하고 있던 기존 업체들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통화와 문자, 그리고 매우 간단한 수준의 인터넷 접속밖에는 하지 못하던 소비자들에게 아이폰은 훨씬 더 큰 스크린을 갖추고 여러 업체가 개발한 앱을 활용할 수 있는 손 안의 컴퓨터를 제공했다. 또 매우 높은 가격과 마진에, 게다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앱이라는 수익원을 활용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쟁의 패러다임을 도입한다. 기존 경쟁자들 입장에서 보면 기술적으로 더 뛰어난 제품을 통해서 훨씬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앱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거둬가는 스마트폰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적으로 도전적이긴 하지만 매우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래서 경쟁자들도 최선을 다해서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물론 아이폰이 도입되던 초창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서 대응을 하는 정도와 시기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휴대전화 업체들로서는 도저히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다.

 

 

[1]Disruptive innovation은 파괴적 혁신, 교란형 혁신, 와해성 혁신 등의 다양한 용어로 번역되고 있다. 필자의 경우 과거에는 파괴적 혁신으로 번역했으나 (동아비즈니스리뷰 26닌텐도의 파괴형 혁신과 산업 리더십 28새로운 기준 만들면 파괴적 혁신’) 최근에는 교란형 혁신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파괴적이라는 단어를 통해 연상하게 되는 이미지로 인해 실제 크리스텐슨 교수가 의도한 뜻

(기술적으로 열등하게 등장해서 기존의 시장에서는 상용화되지 못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상용화되거나 기존 시장에서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상용화되는 혁신)과는 다르게 이해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피사노 교수가 파괴적 혁신과 아키텍처 혁신을 구별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파괴적 혁신의 개념을 고안해 낸 크리스텐슨 교수의 정의를 따르면 피사노 교수의 아키텍처 혁신도 파괴적 혁신에 속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필자 주

[2]아키텍처 혁신은 헨더슨(Rebecca Henderson)과 클라크(Kim Clark) 교수가 고안한 개념이다. 그들은 혁신이 일어나는 차원을 (1) 제품의 구성요소(컴포넌트) (2) 구성요소가 통합돼 시스템화되는 방법(제품 아키텍처)으로 구별한 후, 제품의 구성요소는 크게 변화하지 않지만 그들 간의 통합되는 방식이 급격하게 변하는 경우를 아키텍처 혁신으로, 제품의 구성요소는 크게 변하지만 그들 간의 통합되는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는 경우를 모듈혁신으로 정의했다. 아키텍처 혁신이 흥미로운 이유는 구성요소가 크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는 점진적인 향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제품 아키텍처의 변화로 인해서 기존의 경쟁자들이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피사노 교수가 새로운 기술역량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필요로 하는 종류의 혁신을 아키텍처 혁신으로 명명한 것에 대해서 혁신을 주요 연구주제로 삼고 있는 학자로서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기존 학계의 통념과 피사노 교수의 정의 간의 차이가 경영자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도록 한다 - 필자 주

 

 

반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샤오미를 살펴보면 새롭지만 기존 휴대전화 업체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매우 껄끄러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샤오미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모바일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본다(샤오미는 종종 중국의 애플로 묘사되지만 창업자 레위준은 애플이 아닌 아마존이 그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여러 곳에서 밝히고 있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PC가 아니라 모바일에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피처폰이 아닌 스마트폰을 사용해야만 하는데 레이쥔이 샤오미를 창업한 2010년 이전의 중국시장에서 스마트폰 보유율은 (자료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긴 하지만) 최대 10%를 넘지 않고 있었다. 낮은 스마트폰 보급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높은 가격이었고 이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모바일 전자상거래라는 레이쥔의 비전은 시대를 앞서간 야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창업기업으로서 기존 업체들과 같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샤오미 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폭스콘 같은 생산 전문업체를 활용하는 방법이었고 폭스콘 같은 생산 특화기업들은 신제품 개발 등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기존 휴대전화 업체들보다 생산단가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바일 전자상거래 업체를 표방하는 샤오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수익원은 전자상거래를 통한 이익이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유해야만 하기 때문에 기존의 핸드폰 업체들이 최신 폰에 40% 정도의 영업이익을 반영해서 가격을 책정하는 데 반해 샤오미는 약 5% 정도의 영업이익만을 책정했다. 핸드폰을 판매해서 이익을 얻는 것이 그들의 전략적인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샤오미는 기존 업체의 최신 폰에 비해 스펙은 약간 떨어지나 가격은 매우 저렴한 스마트폰을 팔아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를 통해서 높은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기존 업체 입장에서 그들의 주력 제품을 거의 공짜로 뿌리는 샤오미 같은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력적이기는커녕 받아들일 수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는, 한마디로 매우 불편한 모델이다.[3]

 

피사노 교수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분류는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경쟁자들에게 어렵거나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위의 핸드폰 산업의 변화가 보여주듯이 기존 경쟁자 입장에서 볼 때 어렵더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냐, 아니면 받아들이기 싫은 비즈니스 모델이냐로 분류를 세분화한다면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역량을 필요로 하는 기술도 처음 등장할 때는 매력적이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기존 기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역량을 필요로 하는 기술에 대해 기존 경쟁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우리는 혁신은 기존의 역량을 활용하든, 아니면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든 간에 기존 기술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고 할지라도 (어떤 차원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우월하고 열등한 것에 대한 판단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과연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이 처음부터 기존 기술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전혀 다른 기술역량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술이 기존 기술보다 열등한 모습을 보인다면 기존 경쟁자는 과연 어떤 반응을 나타낼 것인가?

 

급진적 혁신 사분면에서 언급된 제트엔진이나 광케이블의 경우는 각각 이동속도나 정보의 전송속도 측면에서 이전에 사용되고 있던 기술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여주는, 하지만 전혀 다른 기술적인 역량을 필요로 하는 혁신에 해당된다. 이런 경우에는 기술적인 장벽만 뛰어넘을 수 있다면 고객에게 훨씬 향상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기존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에 아키텍처 혁신 사분면에 언급된 디지털 이미징 기술의 예를 보자. 디지털 이미징은 제트엔진, 광케이블처럼 기존의 경쟁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역량과는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지만 아날로그 이미징 기술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해상도밖에는 제공하지 못하는, 즉 당시 중요한 성능의 판단 기준이었던 해상도 차원에서 매우 열등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1975년에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던 코닥, 그리고 코닥과 함께 아날로그 이미징 기술로 경쟁하고 있던 기존 카메라, 필름 업체들은 그들과 전혀 다른 산업에 있던 소니가 디지털카메라를 상용화하기 전까지 디지털 이미징 기술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다(물론 디지털 이미징은 필름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혁신 특성 지도의 X축에서 다루고 있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기술역량을 습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코닥의 사례처럼 새로운 기술역량을 습득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필요한 기술역량의 자체 개발이 어렵다면 그 기술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인수하는 방법 등도 있으며 코닥의 경우는 심지어 자체적으로 그런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존 경쟁자들에게 열등한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추구할 가치를 느끼지 못함으로 인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파사노 교수의 논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위에서 언급된 다양한 경우를 좀 더 잘 분류해낼 수 있는 방법이 제안된다면 경영자들에게 더 큰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3]이처럼 전통적인 경쟁자가 아닌 새로운 경쟁자가 기존 기업의 주력제품을 자신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loss leader로 활용하면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저렴한 가격의 기름을 판매함으로써 영국의 주유업계를 강타한 유통업체 테스코가 대표적 사례다 - 필자 주

 

김한얼

김한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 학사 및 석사,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KDI국제정책대학원 최우수 강의상과 홍익대 경영대학 최우수 강의상을 수상했으며 다수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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