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8월호

‘인사쟁이’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HR 파트너’의 시대
김성남

웬만한 규모의 회사에는 HR 부서가 있다. 작게는 1 HR에서 크게는 담당자가 100명이 넘는 회사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조직 안의 다양한 부서 가운데 HR처럼 모순된 평가를 동시에 받는 부서도 드물 것이다. 채용, 급여, 승진, 평가 등 직장생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부러움과 함께, ‘못 하면 욕 먹고, 잘 해야 본전이라는 자조론이 공존한다. 이번 Spotlight는 주로 미국의 맥락에 부합하는 내용들이지만 국내 기업들에도 시사점이 많다. HR이 조직성공에 기여하고 존경받기 위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필요한 역량 등을 다루고 있다. 인사, 조직 관련 기고문들이 주로 새로운 제도나 트렌드 중심이라고 하면 이번 특집의 내용은 그런 업무를 추진하는 주체로서의 HR 조직과 전문가에 대한 요청이 포함돼 있다. 다만, 각 아티클이 다루는 내용이 제법 다르고, 미국 조직의 맥락을 모르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이에 세 아티클의 핵심적이고 공통된 내용을 정리해보고 필자가 HR 실무 및 컨설팅 업무를 하며 관찰하고 느낀 것들을 접목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HR이 강한 회사가 성과도 좋다

컨설팅 및 아웃소싱 전문기업 액센추어는 글로벌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회사의 HR 및 인재육성 부서들이 조직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잘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고성과 기업군의 87%가 긍정적인 응답을 한 반면, 상대적 저성과군은 불과 28%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HR과 조직 성과 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1] 또 이 결과는 글로벌 기업의 고위 경영자들이 HR에 대해 갖는 기대와 평가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HR은 어떤 일을 할 때 조직 성과에 기여할까?

 

고성과 조직이 되기 위해 HR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나?

필자가 컨설팅과 HR 실무를 하면서 경험한 바 HR은 업무가 많은 부서 중 하나다. 하지만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가치가 낮다면 조직 안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사람들은 단순히 지원support을 하는 업무에 대해 큰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열심히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세 아티클의 내용들을 종합하면 HR이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업무는 크게 아래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전략 프로세스에 적극적 참여조직의 성공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려면 전략이 수립된 후에 실행만 하면 안 되고, 전략 수립 자체에 참여해야 한다. 신규사업, 성과지표, 조직설계, 인력·예산 배정 등 이슈 논의 초기부터 참여하고, 사람과 문화 관점에서 의미 있는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CEO들 역시 HR이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문제는 그럴 역량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 핵심인재의 선제적 확보·육성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는 사업 성공의 선행지표이다. 소수지만 조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리더는 가능하면 내부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좋지만, 새로운 분야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 영입도 필요하다. 잘못된 인사를 해놓고 코칭으로 이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교한 평가도구를 활용해 사전에 적절한 인사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적 자산의 배치와 재배치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자본투자 결정 이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직무-사람 적합도job-person match를 높이고, 커리어 비전을 제시하며, 인재의 성장에 필요한 도전적 직무를 부여해야 한다.

 

•조직 성과의 원인 분석 및 해결방안 제시조직 성과는 협업, 소통, 프로세스, 동기부여, 권한위임 등 다양한 사회적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다. 핵심 이슈를 파악한 후 이슈 해결을 위한 제도, 교육, 코칭을 실행해야 한다. 당연히 기존 관행을 폐지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HR 담당자들은 자기가 맡은 개별 제도에 매몰돼 부분최적화를 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현업에서는 좋아지는 것이 없다고 느끼곤 한다.

많은 기업에서 HR 부서는 제도라는

사일로silo에 갇혀 있다.

 

[1]“The talent to grow” 2011, No.1, David Smith, Catherine S. Farley, Diego Sánchez de León and Stephanie Gault

 

 

먼저 인사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역할을 재정의해야

HR이 전략적인 과제에 더 집중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CEO HR 인력을 대폭 충원해준다거나 기존 운영 업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기존 조직, 역할, 책임, 일처리 방법 등을 재설계, 효율화해 여유자원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HR 부서들은 전통적인 채용, 평가, 보상, 승진, 교육 등의 업무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 조직은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관리 역시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HR 담당자들은 자기가 맡은 개별 제도에 매몰돼 부분최적화를 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현업에서는 좋아지는 것이 없다고 느끼곤 한다. 많은 기업에서 HR 부서는 제도라는 사일로silo에 갇혀 있다.

 

낡은 틀을 바꾸려면 HR 조직의 역할 자체가 재정의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것이 HR의 역할에 대한 모델이다. 1990년대에 미시간 대학의 데이비드 울리히David Ulrich교수는 HR 영역을 전략적 관점에서 재정의했다. 이후 약 20년간 셰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 전문성 센터Cener of Excellence, HR 비즈니스 파트너HR Business Partner등의 역할들이 주목받았고,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보편화됐다. 국내에서도 꽤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HR 비즈니스 파트너를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 대기업 중 일부는 전문성 센터를 도입한 곳도 있다.

 

HR 비즈니스 파트너 확산 필요

HR 조직의 역할 업그레이드를 위해 국내에서 특히 확산이 필요한 역할은 HR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사업 팀장이 HR 관련 이슈가 있으면 채용, 승진, 평가, 보상 담당자를 따로따로 만나 얘기해야 한다. 불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작 일년에 한두 번 만나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기도 어렵다. HR 비즈니스 파트너는 회사의 제반 인사제도를 익숙하게 알고 있고 절반 정도 해당 사업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조직, 사람, 성과 등과 관련해 부서 상황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조직 맥락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세 가지 방법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많이 쓰는 방법은 인터뷰, 설문, 직원제안 등이 있다. 두 가지 접근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미리 가설을 세워놓고 검증을 위한 방법으로 진단을 하는 것, 다른 하나는 특정 어젠다 설정 전에 폭넓은 의견 수렴을 하는 것이다. 둘 다 필요하나 후자의 방법이 상대적으로 많이 쓰이지 못하고 있다. Spotlight 아티클에 소개된 주니퍼네트웍스의 시도(150명의 임원 전부에 대한 인터뷰 및 100명의 전 세계 관리자와 일대일 대화)는 대단하다.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데이터에 대한 자연어 분석을 통해 조직분위기를 진단하는 빅데이터 기법도 보편화되고 있으므로 활용해볼 만하다.

 

HR 비즈니스 파트너 활용.앞서 언급했듯이 HR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사업현장에서 50% 이상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실제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어볼 수 있다. 각 사업본부별 HR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인사담당 임원과 매주 회의를 통해 동향을 공유하고, 필요한 요청을 하며,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의견을 피드백해야 한다.

 

•사업과 경영에 대한 이해도 제고. HR이 현업을 가르치려 하기 전에 먼저 배우자는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현장의 언어로 설득해야 수용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카펠리도 “HR 부서는 업무 현장의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Business Acumen) HR 분야에서 모든 경영자의 필수적 자질로 인정되고 있다.

 

HR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이 특히 빛을 발하는 영역은 탤런트매니지먼트다. HBR 이번 호 아티클에서 램 차란과 공동 필자들은 자본배분과 주주가치의 관계에 대한 맥킨지 연구를 인용하며인사 담당 임원들도 인재를 유연하게 활용, 배치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바로 이것이 탤런트매니지먼트의 지상목표다. 기존 채용, 배치, 이동, 평가, 보상, 교육 등 제도를 넘나들며 주로 핵심인재, 직책자 후보를 중심으로 풀pool을 관리하고 승계 계획을 실행하는 핵심적인 역할이다. 이 업무는 실제 인사 담당 임원이 챙겨야 할 사안이지만, 대기업에서 CHRO 혼자서 이를 챙기기가 불가능하므로 이를 위임받아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사람을 판단하는 능력은 CHRO의 특별한 기술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유능한 CHRO라도 개별 상황을 모두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런데, 실무자로 승승장구하던 직원이 관리자가 되면서 부하직원과 갈등을 일으키고 팀이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 업계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던 사람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입사했는데 업무 스타일과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 좌절하고 퇴직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일하는 사람을 가장 잘 판단하는 것은 사실 함께 일하는 동료다. 같이 일해본 여러 사람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장점과 단점은 사실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인재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많은 동료의 피드백을 확보하는 것이다. HR 비즈니스 파트너는 이런 정보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벤치마킹보다 조직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야

피터 카펠리는 미국에서 HR이 변해온 역사적 맥락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력의 수급에 따라 인재와 HR을 바라보는 경영자들의 태도가 달라져 왔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자.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직무기반 성과주의라는 미국식 인사제도 패러다임에 눈을 뜨게 됐고 미국의 주요 기업 인사제도를 벤치마킹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팀제 도입, 연봉제 적용, 구조화 면접structured interviews[2], 상대평가 제도forced ranking[3], 360도 평가, 고용브랜드employment brand등 실로 다양하다.

 

[2]각 직무별로 필요한 역량을 기준으로 면접의 절차, 질문, 평가방식 등을 사전에 정의하고 면접관들이 이를 바탕으로 면접을 실행함으로써 다양한 평가 오류를 방지하는 기법

[3]직원 개인의 직무수행 성과 평정 결과를 그 직원이 속한 집단 내에서의 상대적 수준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으로, 한 집단 내 구성원들의 성과 발현이 표준정규분포를 따른다는 가정에 기반함. 평가의 관대화를 피하고 변별력을 높이는 데는 유리하나 집단 외부 비교 형평성이 낮고, 목표 대비 성과달성 노력을 반영하기 어려우며, 구성원 간 과열경쟁을 유발하는 등의 단점도 존재함

 

 

우리 기업들이 신속한 추격fast follower전략을 구사할 때는 벤치마킹이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벤치마킹 가지고는 안 된다. 우리 조직에 맞는 HR 방향을 스스로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조직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카펠리의 글 역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HR 관행에 대한 세밀한 지식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지금 이 조직에서 작동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라는 언급이 그것이다. 그리고 예로, PwC와 주니퍼네트웍스의 인사고과 폐지, 전통적인 승진체계를 대체한 딜로이트 등을 제시한다.

 

필자도 실제로 조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실무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 2010년 한창 국내에 <스마트워크> 붐이 불 때였다. 한국보다 앞서 스마트워크를 도입해 성공한 브리티시텔레콤, IBM, 액센추어, NEC 등의 회사를 벤치마킹 했다. 공통적인 시사점 중 하나가 사람들은 시간기반 유연화보다 공간기반 유연화 프로그램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공간기반 프로그램을 입안해 사전에 여러 부서 직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예상과 달리잘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4] 인터뷰를 통해 이유를 물어보니 하나같이 상사가 승인을 안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설문지를 만들어 의견조사를 했다. 그 결과, 팀장급 이상에서는 재택근무나 스마트워크센터 근무에 관심 있다는 비율이 3%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공간기반 유연화는 장기 목표로 돌리고 시간기반 유연화 프로그램으로 선회했다.

 

img_20150629_108_grp1

 

또 조직 맥락을 이해하려고 할 때 그 접근은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비즈니스적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의 인사부서는 최근 HR 담당자의 사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벌써 20여 회 이상 현업 전문가를 초빙해 시장 현황 등에 대한 내부 세미나를 실시했다.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난 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 하나가 과거에는 없었던 차별화된 직무교육이다. 과거에는 무역실무, 외국어, 비즈니스 에티켓 등 범용적인 콘텐츠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졌는데, <산업용 보일러 이해>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HR 부서에서 새롭게 개발했다. 예전 같으면 인사교육 담당자가 우드펠릿(발전용 톱밥), 석탄무역, 발전플랜트 등 여러 아이템의 공통분모가 보일러라는 것을 알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HR도 데이터를 알아야

최근 빅데이터가 화두가 되고 있다. 당연히 HR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개별기업 차원에서 직접 분석을 수행하는 수준까지 가지는 못했다. 빅데이터까지는 아니더라도 데이터에 기반한 HR 관련 의사결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오랫동안 강조됐다. 그리고 이미 선진기업들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액센추어사의 조사는 고성과 기업군과 상대적 저성과 기업군이 HR 관련 데이터 분석 및 활용 측면에서도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래 표 참조) 그리고 이번 아티클들에서 간단하게 언급된 기업들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 IBM, 시그나, 다우케미컬, JP모건, 코너스톤 온디맨드 등이 있다. 하지만 HR 관련 데이터 분석의 대표기업은 단연 구글이다.

 

구글은 데이터로 먹고 사는 회사다. 비즈니스모델의 중심에 데이터가 있고,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 역시 데이터로 입증되지 않으면 안 된다.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는 주장이나 제안은 가설에 그칠 뿐이다. HR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부서 이름부터 남다르다—‘People Operations’. 이 팀 밑에는 통계, 수학 등 분야의 박사급 인재가 포진된 ‘People Analytics’팀이 있다. 이 팀은 사람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공학적 의사결정과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데이터 분석을 적용하는 것을 모토로 한다. 구글에서 실제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사례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6] (1)

 

 

img_20150629_108_grp2
 

다행히 최근 국내에서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HR 관련 의사결정의 정교함을 높이려고 하는 시도들이 감지된다. 특히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영역은어떤 직원들을 뽑아야 이직률을 낮추고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인력을 가져가는 것이 운영상 최적인지어떤 성격 특성을 가진 리더들이 나중에 조직관리에 문제를 일으키는지직원몰입에 영향을 주는 주요 동인은 무엇인지교육 프로그램의 투자대비 수익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등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HR 조직 내에 그런 분석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직원이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내부 IT 부서나 아니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고, 사회학, 심리학, 통계학, 조사분석 등에 소양을 가진 인력을 HR 조직에 끌어들여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4]시간기반 유연화 프로그램은 출퇴근 시간을 개인별로 다르게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 공간기반 유연화 프로그램은 근무 장소를 사무실이 아닌 집(재택근무) 또는 제3의 장소(스마트워크센터, 모바일 근무)로 선택하는 것임. 필자가 조사한 회사가 경기도 남부권이어서 사전 내부조사 시 ‘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힘들다는 의견이 많아 공간기반 제도에 긍정적인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5]“The talent to grow” 2011, No.1, David Smith, Catherine S. Farley, Diego Sánchez de León and Stephanie Gault

[6]출처: http://www.eremedia.com/tlnt/how-google-is-using-people-analytics-to-completely-reinvent-hr

 

 

CHRO는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가?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램 차란Ram Charan등이 쓴 <전략보다 사람이 먼저다> CHRO의 역할이 어떻게 재정립돼야 하는지를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저자들이 CHRO의 역할과 자질에 대한 논의를 전개함에 있어 CFO를 준거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CFO라는 직책도 처음에는 회계와 자금관리에서 시작해 점차 전략적인 역할을 추가하면서 오늘에 이른 것처럼, CHRO 역시 노동법 준수, 보상 운영, 고과 관리, 직책 보임 등 전통적 역할을 넘어선 전략적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논지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는 HR 담당 최고 임원이 누구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 적절한가이다. 저자들은 여기에 대해 명시적으로 얘기하지는 않고 있지만, CEO-CFO-CHRO로 구성된 핵심그룹(‘G3’)을 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CFO CHRO를 대등한 위치로 간주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사실, 인사가 재무담당 임원의 지휘를 받는다면 전략적 역할을 발휘하는 데 제약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미국과 글로벌 대기업 CFO 180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인사담당 임원이 CFO에게 보고하는 경우는 13%에 불과했다.[7] CFO CHRO가 대등하게 협업하는 경우 조직성과가 더 높다는 조사도 있다. 글로벌 회계·세무·컨설팅 전문기업인 언스트앤영은 글로벌 기업 CFO CHRO 5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및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고성과 조직의 CFO CHRO는 대조군 기업 평균(주당 5.1시간) 대비 50% 더 많은 시간(주당 7.8시간)을 상호 협업에 쓴다고 밝혔다.[8]

 

인사가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관련,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전사 전략조직과의 관계이다. 차란 등은 “CHRO는 어떤 조직이 왜 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지 혹은 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지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위치에 있다고 썼다. 사업담당 임원이 전략과 실행을 모두 책임지는 미국 기업에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개 한국의 대기업들은 전사 전략조직이 따로 있어 전략방향 제시, 목표수립 및 성과분석에 대한 책임을 지며, 때로는 조직설계까지 입안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한국의 CHRO는 전략부서와도 긴밀하게 협조를 하면서 사람, 조직, 문화 관점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사조직 안에 전략통을 키우고 협업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사 전문가의 경력관리

CHRO는 전략과 사업을 잘 알아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인사는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과연 어떤 말이 맞는 것일까? 차란 등은 ‘HR 기능조직 내에서만 일한 사람을 임원까지 승진시켜서는 안 된다고 못박는다. 그리고 최고경영진을 목표로 하는 리더들은 HR과 사업을 모두 경험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저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명시적으로 얘기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한 답변은 카펠리의 글에서 얻을 수 있다. 그는전통적인 HR 업무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경영전략을 지원하는 일이고, 그것은 전략 자체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실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관점을 아래와 같이 그림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사업전략이 결정되면 이를 수행한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을 채울 인력구조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 실행의 순서다. 과거에는 한 번 전략을 수립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조직과 인력을 운영할 수 있었는데, 갈수록 사업전략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변화 폭도 커진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대기업인 SAP의 경우 2008년과 비교해 2014년 매출에서 차지하는 제품이 50% 이상 바뀌었다. 이렇게 비즈니스가 바뀌려면 그에 따른 조직, 인력, 스킬 등의 변화의 폭도 상상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업이나 조직구조를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빨라지는 만큼 인력구조를 바꾸는 속도가 빨라지기는 어렵다.

 

 

img_20150629_108_grp3
 

다행히 최근 국내에서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HR 관련 의사결정의 정교함을

높이려고 하는 시도들이

감지된다.

 

결국 해결책은 하나다. 인력구조에 대한 준비를 사업전략이나 조직구조 혁신보다 먼저 하는 것이다. 만약 CHRO가 오로지 인사업무만 해왔다면 과연 이런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HR 리더들에게 필요한 제일 중요한 역량이 뭐냐고 글로벌 설문을 할 때마다비즈니스 지식이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회사의 전략 실행력은 인적자원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고, 인적자원의 수준은 HR 조직의 실력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CHRO 직책의 역할 변화, 전략적인 HR 파트너, 조직 맥락과 데이터 분석을 통한 HR 혁신 등 여러 가지 얘기를 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그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역량과 열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탁상공론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런 역량은 단순히 HR을 오래 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인사쟁이’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HR 파트너의 시대를 준비할 때다.

 

 

김성남

김성남 이사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듀폰코리아, 휴잇컨설팅, 머서컨설팅, SK C&C 인력팀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타워스왓슨 인사/조직 컨설팅 부문 이사로 재직 중이다.

 

  • 아티클 다운로드
    (PDF)
    5,000원

    담기바로구매

  • 2015년 7-8월(합본호)(품절)
    17,000원
    15,300원

    구매하기

  • 디지털서비스
    1년 150,000원

    디지털서비스란

    신청하기

전략 다른 아티클

무료 열람 가능 아티클 수 0/1 회원가입 | 서비스상품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