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월호

브랜드가 빅데이터의 그림자에 가리지 않으려면
로버트 더보프(Robert Duboff),피터 호스트(Peter Horst)

브랜드가 빅데이터의 그림자에 가리지 않으려면

 

캐피탈원이 지나치게 데이터 분석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깨닫게 된 교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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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in Brief

 

전형적인 갈등

마케터들은 언제나 브랜드 구축과 단기 판촉 사이에서 어렵게 균형을 잡아야 했다. 단기 판촉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캐피탈원이 깨달은 바와 같이, 상징성이 별로 없는 브랜드가 돼버리고 말 것이다.

 

빅데이터로 인해 악화된 상황

요즘은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빅데이터와 분석기술, 그리고 이 두 가지를 활용해 표적화 수준을 높인 프로모션들 때문이다. 확실한 판매 증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투자를 무시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조언

브랜드를 보호하려면, 모든 메시지가 두 가지 의무를 다하도록 하라.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위한 장기 전략을 세우기 위해 데이터에서 얻은 통찰을 활용하라. 브랜드를 고려할 때 옹호할 수 없는 판매 방식은 시도하지 마라. 브랜드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가가 생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라.

 

과거에는 효과가 불확실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브랜드 구축에 대한 투자를 옹호하기가 어려웠다면,

이제는 그렇게 하기가 두 배나 더 어렵다. 요즘은 단기 매출을

아주 정확하게 계획하고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연도상 2분기 중반을 훌쩍 넘어섰을 무렵,한 레스토랑 체인 기업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최고경영자CEO가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이 업계 CEO에게 ‘CMO’란 매출을 담당하는 최고책임자이며, 그가 사무실에 들른 이유도 CMO와 판매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제 2분기가 끝날 때까지 한 달밖에 안 남았습니다.” CEO가 말한다. “날씨 탓에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부양책이 필요합니다. 정보기술 분야의 데이터 분석가들 말로는 버거와 애플리케이션 광고에 대한 고객 반응이 가장 좋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쿠폰을 좀 발행해야 할 때가 아닌가요?”

 

CMO의 당초 계획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음식의 질과 브랜드의 전통을 부각시키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었다. 1분기 실적 부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한 가격 할인 기조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그러나 이렇듯 회사의 수장이 뭔가를 요구해 온다면 어떤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실제 상황과 매우 유사한 이 가상 시나리오는 CMO들이 겪는 전형적인 갈등을 보여주며, 어쩌면 그들이 하는 고난도 업무가 조직에서 반드시 필요한 주된 이유를 가늠케 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바로 단기적인 수익 추구와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이다. 오늘날 CMO의 이런 책무는 고도의 마케팅 분석력과 빅데이터로 인해 한층 더 어려워졌다. 과거에도 효과가 불확실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브랜드 구축에 투자하자는 안건을 옹호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두 배나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요즘에는 단기 매출을 매우 정확하게 계획하고 실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애널리틱스(데이터 분석학)는 고객들이 어떤 프로모션 제안을 흥미로워할지 예측하는 데 거의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또 빅데이터 덕분에 특정 고객의 구매 유형과 거래 이력에 관해 놀라운 양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므로 마케팅 자금을 단기 수익이나 브랜드 구축 중 한 가지 노선에 투자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졌다면, 당장 매출을 발생시키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우리는 애널리틱스의 영향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중 한 명은 수년간 금융기업인 캐피탈원에서 마케팅 업무를 주도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캐피탈원을 비롯해 다른 여러 기업들의 자문역을 오랫동안 맡아왔기 때문이다. 캐피탈원은타고나게 분석적인회사였다. 1988년에 신용카드 회사로 출발한 캐피탈원은 당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정보처리 역량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캐피탈원의 설립자는 컴퓨터 분석과 반복적인 과학적 검증이 뒷받침됐을 때 신용카드 산업이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고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기틀을 마련했다. 시장에 진출할 때 경쟁우위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캐피탈원 전체의 문화를 규정할 수 있는 그런 전략이었다. 캐피탈원은 아주 세분화된 세그먼트(segment•세분시장)에서 관찰되는 행동경제학의 메커니즘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할 때 훨씬 많은 고객들에게 훨씬 매력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면서도 재정적인 리스크는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전자) 방식으로 권유하지 않고 우편을 활용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캐피탈원의 경우에는 우편물 발송으로도 분석에 필요한 반복적인 피드백을 충분히 얻고도 남았다. 그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교훈까지 얻어냄으로써 캐피탈원은 경쟁업체들을 능가하는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런 역사를 감안하면 캐피탈원이 최근 택한 마케팅 노선은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지난 10년에 걸쳐 갈수록 증가하는 디지털 데이터 자원을 활용한 프로모션에 주력해 포춘 200대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성장을 이뤄낸 뒤, 캐피탈원의 CEO 리치 페어뱅크는 이제 브랜드 강화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최근 몇 년 사이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와는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캐피탈원과 같은 성공 사례에 고무된 세계 곳곳의 기업들은 효과가 불확실한 브랜드 광고에 과도한 투자를 했다는 판단을 내리고는 판촉용 분석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이는 방향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페어뱅크 CEO는 고객들에게 자사 브랜드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비자나 마스터카드의 명성에 기댄다면 미래가 험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그는 고객들이 캐피탈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하기 위해 브랜드 가치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는데, 그 결과 캐피탈원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단 한 가지 압도적인 특성은메일을 엄청 많이 보낸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그처럼 꼭 필요한 균형을 맞추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캐피탈원의 방향 전환은 물론 우리가 존경하는 다른 마케팅 전문가들에게서 얻은 통찰 덕분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현명한 CMO들이 직접 전수한전술에 해당하는 몇 가지 실행 방안들을 제시하겠다. 이런 경영진을 둔 기업들의 특징은 단기 프로모션을 동원해 특정 고객들을 겨냥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브랜드 구축에 무게중심을 둔 전략을 동시에 펼친다는 점이다.

 

뉴스를 마케팅 하기

 

마케팅 전공자라면 판촉 전략이 브랜드와 맞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 유명 시사주간지의 사례를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타임> 1988년 최대 판매부수 460만 부를 자랑하는 주간지였다. 그 이후로 미국 인구가 31%나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타임의 판매부수는 오히려 30% 감소해 현재는 330만 부가 채 되지 않는다. 2014년 이 주간지는 결국 타임워너에서 분사됐다. 타임워너는 한때 강력한 위세를 자랑했던 타임을 기반으로 성장한 미디어 기업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느 순간 타임은 더 이상 제 밥벌이를 못하고 있었다.

 

첫 번째 도전은 뉴스 전문 케이블 채널의 형태로 찾아왔다. 전문 케이블 채널의 등장으로 뉴스 공급 속도가 빨라지자 일주일에 한 번 발행되는 인쇄매체로는 최신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타임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대응책으로 택한 TV 광고는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안녕하세요. 주간지 타임의 상담원 주디입니다. 여러분 꼭 기억하세요. 지금 바로 전화하시면 타임을 정가의 거의 절반밖에 안 되는 가격에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타임 전용 AM/FM 라디오를 무료로 드립니다. 이 파격적인 제안은 곧 마감되므로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저희 상담원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줄어드는 독자 수를 어떻게든 다시 회복해 보려는 절박함에 타임은 노골적인 판촉 광고를 내보냈다. 이는 당시 진행 중이던 전통적인 이미지 광고와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 이미지 광고는 타임 기사의 전통과 우수성을 강조하고 타임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개성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타임으로서는 의도치 않게 한 가지 실험을 하게 된 셈이었는데, 그 결과가 거센 파도처럼 순식간에 밀려들었다. 판촉 광고의 효과가 너무나 강력했던 나머지 타임은 곧바로 브랜드 광고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던 것이다. 이 사례에서 정말로 안타까운 부분은 당시 타임 기자들이 속도가 한층 빨라진 시대에 걸맞은 더 우수한 잡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급작스럽게 뉴스 강박증에 걸려버린 이 세상에서 자신들이 가장 강력한 뉴스 브랜드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로지 판매부수에만 관심있는 그들의 동료들은지금 주문 전화를 하라는 식의 공격적인 할인에 매달림으로써 기자들의 이런 생각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인상까지 주게 된 것이다.

 

타임이균형 잡기의 중요성에 관한 단순한 진리를 알려주는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예를 들어, 미켈롭 맥주는주말은 미켈롭을 위해 생긴 것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다년간 프리미엄 맥주로 인기를 누렸다. 가격 할인 전략 때문에 밑바닥으로 추락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고객에게 약속한 브랜드 가치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건전한 수익률을 유지하려면 강력한 브랜드 구축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브랜드 자산과 판매 촉진 사이에는 으레 발생하는 갈등이란 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압박은 브랜드 구축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 관계를 염두에 둔 채 그 동안 단기 매출 증대에 대한 압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생각해 보라. 빅데이터와 애널리틱스는 판촉 활동의 효과를 월등히 높일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깜짝 놀랄 만한 보도 기사로 드러난 것처럼, 빅데이터와 애널리틱스를 활용하면 고객의 임신 관련 용품 구매 이력을 토대로 신생아 용품 홍보에 적절한 순간이 언제인지 파악해낼 수 있다. 또 최근 개인보험업계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피보험자를 포괄적으로 구분해 위험부담을 공유하게 했던 기존 방식이 빅데이터와 애널리틱스로 인해 개인별 습관에 맞게 보험료를 조정해 제안하는 방식으로 대체될 수 있게 됐다. 빅데이터와 애널리틱스는 판매자들로 하여금 소비자들이 매일같이 맞닥뜨리는 일상에서 솔깃해할 만한 대상이 무엇인지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그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게 해준다.

 

모든 메시지가 두 가지 의무를 다하게 하라

 

100여 개 국가에서 4만 개 넘는 가맹점을 거느린 샌드위치 전문 기업 서브웨이에서 CMO로 재직하는 동안 토니 페이스는올바른 균형을 잡는 데 성공했다. 서브웨이라는 이름은 고객과 약속한 일련의 브랜드 약속(가치)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 회사가 매주 맞이하는 4000만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페이스가 우리에게 알려준 비결이 있다. 그의 회사는 판촉과 이미지 구축을 위한 광고가 그저 포트폴리오 수준에서만이 아닌 모든 측면에서 균형이 이뤄지도록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5달러짜리 풋롱( 30cm 길이) 샌드위치 홍보에는 [스포츠 스타인 로버트 그리핀 3세와 마이클 펠프스 같이] 서브웨이를 좋아하는유명인 팬들도 등장합니다.” 페이스는 말한다. “그들이 광고에 등장하는 이유는 판매만이 아니라 브랜드 강화와도 관련이 있지요.” 실제로 2008년에 판매 신장을 위해 4주짜리로 시작된 프로모션이 무려 40억 달러 가치의 전략적인 브랜드 자산이 됐으며, 이제는 기억하기 쉬운 자체 광고음악과 로고, 그리고 ‘5달러 30cm’를 나타내는 손동작까지 갖춰져 있다.

 

서브웨이는 마케팅 방향이 애널리틱스에 의존하는 판촉 활동 쪽으로 쉽게 치우칠 수 있는 기업의 완벽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강력한 보상 프로그램과 각종 판촉용 홍보 메시지를 받는 카드 사용자들을 많이 보유한 덕분에 고객의 행동을 파악하고 영향을 미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판매를 극대화할 목적으로 애널리틱스 주도의 프로모션을 계획한다면, 항상 특정 고객에게 그 고객이 가장 자주 주문했던 제품을 권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페이스는 지적한다. (아무래도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는 즉각적인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미 서브웨이도 알고 있듯이, 한 고객의레퍼토리’(한 번 이상 주문한 샌드위치 유형)가 풍부할수록 그 고객은 더 많은 애정을 갖고 서브웨이의 단골로 남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론 미디어 바잉(매체 구매)과 광고를 배정하는 작업이 지나친 자동화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페이스는 지적한다. “프로그래매틱 마케팅[1]은 브랜드 전략과 동떨어져 결국 브랜드를 해치는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는 이렇게 설명하면서저라면 결코 메시지 내용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결정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마케팅 팀이 올바른 장기 목표를 세우고 초점을 꾸준하게 맞추고 있더라도 빅데이터 같은 도구가 그 목표를 추구하는 데 종종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서브웨이가 각기 다른 20가지 샌드위치의 판매 연관성을 파악하는 새로운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은 고객의 레퍼토리를 확대할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페이스는 마케터들이 전례 없이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가설을 세울 때 정확성이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한다.

 

브랜딩 효과를 내는 수준의 통찰을 데이터에서 끄집어내라

 

브랜드 구축과 판매 촉진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유지했던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찾다 보니 미국 식품기업 제너럴 밀스의 CMO 마크 애딕스가 이룬 업적을 간과할 수 없었다. 회사를 위한 성과와 개인적인 성취 모두! 마케팅 광고 주간지가 보도했듯이 그는 2015년 은퇴하기까지식품업계 최장기 CMO 중 한 사람으로서 제너럴 밀스에서 26년 동안이나 근무했다.

 

애딕스의 설명에 따르면 제너럴 밀스의 빅데이터 활용 전략은 단기적인 판매 촉진과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늘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초기엔 데이터가 단순히 판매를 촉진하는 데만 사용됐어요. 일주일 중 가장 적합한 요일을 찾아 광고하고, 개입 시점에 정확성을 더하며, 누구에게 어떤 제품을 선보이고 어느 지역에서 어떤 파이에 주력할지를 파악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실제로 애딕스는 다른 많은 CMO들에 비해 프로모션에 필요한고객의 논리를 데이터로 파악하는 일을 훨씬 편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웹데이터로 확인한 한 가지 패턴을 예로 제시했다. 특정 종류의 요구르트를 살펴본 상당수 소비자들이 그 다음에는 닭 요리법들을 찾아본다는 것이었다. “이상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 논리를 따르기 시작했죠.” 애딕스의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처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 통찰을 얻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제너럴 밀스는 브랜드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보다 적절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행동을 세세하게 이해하고 구분하는 역량을 갖추면 특정 고객을 겨냥한 선별적인 제안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일부 소비자들이 공유하는 고민과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욕구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어린 자녀를 두고 있거나 콜레스테롤 섭취를 주의하라는 의사의 지침에 따르고 있는 소비자 집단을 들 수 있다. “이건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에요.” 애딕스가 설명한다. “사람들은 그런 세세한 정보를 얻으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될까 봐 걱정하거든요.” 그러나 마케팅 담당자의 메시지가 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그들이 해결해야 할 어떤 문제 사이의 연관성을 강화할 수 있다면, 그 메시지는 결국판매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폭넓은 브랜드 포지셔닝과도 연결된다고 그는 말한다.

 

아마도 애딕스에게는 이것이 애널리틱스가 택해야 할 자연스러운 방향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빅데이터가 온갖 화제를 양산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다소 이례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러나 그의 팀이 다른 최고위 경영진 앞에서 첫 번째 프레젠테이션을 했을 때 빅데이터로 예측 가능한 판매 수익을 강조하는 바람에 오히려투자 받으려던 노력을 망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회사는브랜드를 강화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데이터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은 적절치 않아 보였다는 것이다. 이제는 데이터 활용이 브랜드 구축에도 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에 요즘에는 그런 투자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덜한 편이다.

 

브랜드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라

 

마크 애딕스는 브랜드 구축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정도 상당한 기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데이터가 브랜드 구축에 기여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알려야만 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대개 브랜드 구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데이터 활용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사내의 다른 직원들이 판매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데이터를 활용한 브랜드 구축의 강력한 본보기가 되는 기업에 대단히 흥미를 느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는 일찍이 데이터 주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명성을 얻은 기업이다. 게리 러브맨 대표의 지휘 아래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는 매출 지향적인 동시에 대단히 분석적인 조직문화를 갖게 됐다. 측정 가능한 수치나 거래와 관련된 요소들에 치중하는 경향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타리크 샤우카트가 CMO가 됐을 때 그는 실적에 대한 책임과 세세한 분석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요소들을 브랜드 구축에 활용하려는 의지도 강한 인물이었다. “오늘날 우편번호보다 더 구체적인 zip+4[2]방식의 TV 광고 타기팅이 보여주는 정확성에 힘입어 우리는 광고에 다이렉트 마케팅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샤우카트 CMO의 설명이다. 이 얘기는 기업에서브랜드판촉에 각각 초점을 맞춘 광고의 효과를 면밀히 검증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단 둘 중 어느 한 가지에 이끌려 고객이 찾아오면, 카지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거래를 통해고객의 행동 방식이 드러나게 된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는 사업의 성격을 감안할 때 이 회사의 실질적인 브랜딩은 각각의 장소에서 고객들이토털 서비스라고 부르는 것을 몸소 경험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고 샤우카트는 말한다. 샤우카트의 마케팅팀이 사용하는 빅데이터에는 고객과의 거래뿐만 아니라 매년 50만 건 이상의 피드백 설문조사에 대한 답변도 들어있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가 어우러지면서 고객이 경험하는 요소들이 어떻게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에 관한 대단히 전략적인 통찰력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그들이 추구하는 평생 가치와는 어떤 상관관계를 이루는지 알아낼 수 있는 역량도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는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브랜드 평가 점수를 높이는 기업의 투자가 어떤 식으로 꾸준한 수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예측 가능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샤우카트의 표현대로우리가 B등급이었던 브랜드를 A등급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면 X 만큼의 효과를 얻게 된다.”

 

[1]인터넷 이용자의 사이트 방문기록 등 빅데이터 분석으로 소비 행태를 예측해 이용자가 관심을 보일 만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메시지를 자동적으로 보내는 방식 - 역주

[2]미국 우편번호 다섯 자리에 하이픈과 4자리 숫자를 더한 것으로 우편번호만 이용할 때보다 더 정확하게 위치를 지정할 수 있다 - 역주

 

 

보다 똑똑한 질문을 던져 훨씬 더 방대한 데이터를 얻어냄으로써 마케팅 의사결정을 굉장히 차별화된 방식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흐뭇한 일이다. 오늘날 시저스의 TV광고는 전적으로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기대감을 높이고 정서적인 매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이다. (마지막 5초 동안은 판촉 행사에 대한 안내가 나오기 때문에 이런 광고를 통해서도 토니 페이스의 조언처럼 브랜드과 판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이중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는 비록 채무 부담으로 곤경에 처하긴 했지만, 브랜드와 핵심 사업만큼은 여전히 건재하다.

 

피델리티, 균형 잡힌 마케팅을 향해 길을 닦다

 

브랜드 구축의 의미와 빅데이터의 타기팅을 효과적으로 융합한 한 광고 캠페인에는 초록색 방향표시선이 등장한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부문 전무이사인 짐 스페로스의 아이디어다. 이 광고가 처음 시작됐을 때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불황의 밑바닥에서, 피델리티는 많은 예금자들과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감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있었다. 그래서 예금자와 투자자들에게 피델리티가 뮤추얼 펀드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조언도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비록 고객들의 재무 상황과 목표가 저마다 달랐지만 피델리티는 사람들을 바른 길로 안내해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 스페로스에 따르면, 초록색 방향표시선을 떠올리게 된 것은 그가 보스턴으로 옮겨간 뒤로 끊임없이 자동차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를 확인해야 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그때피델리티는 왜 이런 안내자가 되어주지 못했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마케팅 프로그램과 광고 캠페인은 대체로 (브랜드의 핵심과 관련 요소, 명성 등을 참신하게 알림으로써)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거나 (어떤 구매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대개는 어떤 행동을 유도하거나 즉시 구매할 경우 혜택을 주는 방식과 더불어) 판매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초록색 방향표시선은 이 둘의 간극을 메움으로써 강력한 비즈니스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짐 스페로스는 2009년에 미국 금융홍보협회가 주는 ‘올해의 금융 마케터 상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초록색 방향표시선 광고는 2011년에 칸국제광고제 미디어부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 광고는 2015년에도 여전히 피델리티가 지향하는 방향과 상품을 열심히 견인해주고 있다.

  

당신이 변호할 수 없다면 그 일은 하지 마라

 

우리는 앞서 데이터 분석 결과가 의외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직감에 어긋나는 마케팅 조치를 제안하는 데도 마크 애딕스가 기꺼이그 논리를 따르는모습에 대해 언급했다. 예를 들어, 그저 식료품점 한 곳이라면 위험 부담이 적기 때문에 참신한 판촉 아이디어를 시도해 볼 만하다. 그러나 캐피탈원처럼 고객들의 재정적 삶을 일부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다르다. 이런 경우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존한 의사결정이 회사의 가치나 브랜드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을 때 역효과가 상당히 클 수 있다.

 

그래서 일부 CMO들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단순히 데이터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하기 전에 직관적으로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가?” 캐피탈원처럼 규제 산업에 속한 기업체에서 일하는 CMO들은 이런 질문도 던질 필요가 있다. “이 내용을 규제 당국과 지역사회 리더들, 그밖에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데이터의 지시를 따르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투자수익률이 높은 마케팅 계획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본연의 의도와 다르게 각종 의혹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회사가 부적절한 타기팅이나 불합리한 배제, 혹은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차별로 느껴지는 데이터 주도의 상관관계를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인간이 주도하는, 그리고 가설이 우선시되는 모형에서는 훈련을 하고, 경각심을 높이며, 철저한 관리감독을 함으로써 이런 위험을 최소화시킨다. 그러나 데이터 주도의 자동화 세계에서는 판단이 과연 적절한지 걸러주는 장치가 없다면 전혀 의도치 않은 과실이 불거질 위험이 상당히 높아진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샤우카트는 애널리틱스를 무척이나 신뢰하는 시저스 문화에 철저하게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직관력과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에 익숙한 마케팅 전문가들의 관리감독이 조직 차원에서 항상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외의 상관관계는 마케팅 전문가들의 선입관이나 통념을 자극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 그러나 결국에는 마케팅 전문가들이 그 법칙을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만 그런 상관관계도 의미를 지니게 되는 법이다. “데이터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속삭여도 그 얘기가 직관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일을 하지 않습니다.” 샤우카트의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제안을 하려고 할 때 그 이유를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또한 하지 않을 거예요.” 이 말은 어떤 기업에나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브랜드 보호 철학처럼 들린다.

 

브랜드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가의 협력을 도모하라

 

브랜드 구축과 판촉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자 애쓰는 CMO들이 맞닥뜨리는 마지막 문제가 있다. 바로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는 인원이 갈수록 아주 다른 유형의 사람들로 채워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피자 체인 도미노의 CMO였던 (지금은 회장인) 러셀 위너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이제 기업들은 새로운 데이터 환경이 지닌 복잡성을 과거의 팔방미인형 마케터들로는 제어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빅데이터는 고도로 특화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도미노에서는 기존 마케터들과 다른 유형의 인재를 영입하고 있는데, 그들은 다른 업무로의 전환이 불가능한 인력이에요.” 그는 설명한다. 가장 창의적인 마케터들이 최고의 데이터 분석 실력까지 갖추진 못한 것처럼 분석 전문가들은 대개 브랜드, 이미지, 창의성 면에서 탁월한 능력이나 경험, 아마도 그와 관련한두뇌 회로자체가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본 다른 CMO들과 마찬가지로 위너는 고객들에게 선별적인 제안을 하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브랜드 구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다. 위너는채식주의자에게 페퍼로니 피자를 권하지 않는 행동은 판매와 브랜드 강화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서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면 두 배로 좋지만 잘못 활용하면 두 배로 낭패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도미노피자가 최근 고객들에게 전화보다 온라인 주문을 권유함으로써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데에는 마케터들이 이런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도우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위너에 따르면 성공적인균형 잡기를 위한 더 중요한 열쇠는 데이터에 정통하면서도 창의적인 마케터들과 소비자 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빅데이터 분석가들이 서로 매끄러운 업무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쿼터백과 공격 라인, 엘튼 존과 그의 작사가(버니 토핀)를 이어주는 것과 같아요.”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 팀워크가 늘 좋지만은 않다.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고 어느 쪽이 뒤에서 받쳐줄 것인지에 관한거버넌스차원의 문제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위너가 시도했던 해결책은 다른 CMO들이 반가워하며 빌려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묘수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도미노피자로 이직할 때 최고의 시장조사 전문가와 함께 움직였다. 이 전문가가 지닌 일련의 기술 덕분에 위너는 데이터 처리와 고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교차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안착할 수 있었다. 더불어 데이터가 어떤 결과를 제시할 때 그 이유를 파악하는 전문가의 통찰에 힘입어 그는 나머지 팀원들의 협력 공간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위너는 양측의 장점을 모두 활용한 캠페인에 대해 설명했다. “그건 빅데이터가 아니라 빅마케팅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가 지적하기를, 스포츠 세계에서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야구단의 정교한 데이터 분석력을 널리 알린 책(과 영화) ‘머니볼이 나온 이래 많은 조직들의 데이터에 대한 강박관념이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 결과로 모든 팀이 경기를 더 잘하게 된 것도 아니다. 왜 그럴까? “아마도 데이터 수치가 해줄 수 있는 게 그 정도까지가 아닐까요.” 위너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그 다음은 사람들이 그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는 문제고요.”

 

심지어 쿠폰 한 가지를 발행하는 일조차도 브랜드의 정체성에 대해 뭔가를 알려주며,

아무런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 광고조차도 고객의 구매 성향에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를 낸다.

 

양 극단 사이에서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차이점은연령대와 관련이 있다. 애널리틱스와 데이터 주도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방식이 거대 마케팅 조직에 새로 고용된 젊은 직원들에게는 제2의 천성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울 테지만 그들의 고참 동료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일이다. 마크 애딕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빅데이터는근본적으로 마케터들이 하는 일과 생각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요. 고위 간부보다 신참 직원이 데이터를 보고 그 해당 카테고리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어요. 그런데 회의에서 신참 직원이죄송하지만 그 말씀은 데이터 카테고리에 맞지 않는데요라고 말한다면 대단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 있죠.”

 

데이터 주도의 판촉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압력을 이겨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심지어 리치 페어뱅크도 캐피탈원에서 브랜드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상당한 저항에 부딪혔다(그리고 그런 반발을 일부러 자극하기도 했다). 그래서 캐피탈원이 브랜드 구축에 다년간 꽤 많은 투자를 하기로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기까지는 대규모 내부 토론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마케터들의 지식과 기술 상당 부분은 쉽사리 구식이 되진 않는다. 모든 마케팅 프로그램은 브랜드 구축과 판촉 모두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판매 지향적인 마케팅은 단기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브랜딩에 초점을 둔 마케팅은 그 브랜드가 상징하는 바를 느끼고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심지어 쿠폰 한 가지를 발행하는 일조차도 그 브랜드의 정체성에 대해 뭔가를 알려주며, 고객에게 아무런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 광고조차도 고객의 구매 성향을 바꿔놓는 효과를 낸다. 훌륭한 마케팅이란 그 어느 쪽도 완벽히 안전하지는 않은 양 극단 사이에서의 성공적인 항해라고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마케터들이 판매는 무시한 채 참담할 정도로 브랜드 구축 작업에만 열을 올릴 때가 자주 있었다(오명으로 남은 애완용품업체 pets.com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그때와 똑같이 무섭게 판촉에 매진하고 있다. 자칫 브랜드가 망가질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다. 성공에 이르는 최선의 길은 언제나 중도를 요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피터 호스트, 로버트 더보프

 

피터 호스트는 캐피탈원의 브랜드 마케팅 부문 수석 부사장이었으며 지금은 허시의 마케팅 부문 최고 책임자다. 로버트 더보프는 마케팅 컨설팅 및 조사 기업인 호크파트너스의 설립자이자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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