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월호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협상을 장악하라
디팩 맬호트라(Deepak Malhotra)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협상을 장악하라

Control the Negotiation Before It Begins


협상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4가지 요인에 초반부터 신경을 쓰자.

Focus on four preliminary factors that can shape the outcome.

20151130_78_1
 

 

Idea in Brief

 

문제점

크나큰 손해를 부르는 실수는 협상자들이 본격적으로 협상의 내용을 논하고자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일어나기도 한다. 그 이유는 협상자들이 협상의 내용(제안, 역제안, 양보)에 치중하느라 절차에는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해법

네 가지 전략으로 협상에 성공하기 위한 기초를 닦을 수 있다.

 

•처음부터 절차 문제를 논한다.

 

•현실적인 기대를 설정한다.

 

•협상에 영향을 미치거나 협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관계자를 모두 확실하게 규명한다.

 

•협상을 바라보는 심리적 프레임을 확립한다.

 

상 테이블에서 실수하지 않는 법을 조언하는 책과 글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크나큰 손해를 부르는 실수는 협상자들이 본격적으로 협상 내용을 논하고자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일어나기도 한다. 그 이유는 협상에 임하는 이들이 언뜻 생각하기에는 합리적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알고 보면 문제 있는 가정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흔히 협상자들은 협상에서 큰 가치를 제시하고 충분한 교섭력을 확보하면 당연히 거래가 잘 성사되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두 가지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각자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는 그 밖에도 많은 다른 요인들에 좌우된다.

 

이 글에서 나는 그동안 수십 개 기업들이 수백만에서 수십억 달러가 걸려 있는 굵직한 협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언한 경험을 토대로 협상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네 가지 요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각각의 요인과 관련해 협상자들이 어떤 제안을 하거나 역제안을 내밀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알려주겠다.

 

1 내용 이전에 절차부터 협상하라

 

2, 3년 전 즈음 어떤 기술 벤처기업의 공동 창업자 두 명이 자신들에게 1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포천> 100대 기업의 CEO와 회동을 했다. 이미 일주일 전에 양측이 투자 금액과 가치 평가액에 대한 합의를 본 상태였으므로 이날의 만남은 그저 투자건을 축하하는 자리가 될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회의실에 들어선 순간 두 사람은 뜻밖에도 한 무리의 변호사와 은행 간부들을 보게 됐다. CEO도 그 자리에 동석하기는 했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참여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금세 명확해졌다.

 

두 공동 창업자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맞은편의 은행 간부들이 재협상에 돌입했다. 1000만 달러라는 투자 금액은 그대로였으나 그들은 훨씬 낮은 가치 평가액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두 공동 창업자에게 훨씬 더 많은 지분을 포기하라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은 이미 다 합의된 사항이라고 애써 설명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일까? 지난 번 회의에서 두 공동 창업자가 거래에 대한 공약의 수준을 잘못 파악한 것이었을까? 두 사람이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한 절차를 간과했을까? 사실은 CEO가 아예 약속을 어길 작정이었거나 협상팀이 거래를 좀 더 유리한 쪽으로 이끌 수 있다고 그를 회유하는 책략을 쓴 것일까?

 

두 공동 창업자는 당혹감과 낭패감을 느끼면서 얼른 자신들에게 주어진 선택안들을 따져봤다. 새로운 거래안을 받아들이면 경제적으로(그리고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기는 하겠지만 필요로 하는 자금 1000만 달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들이 협상 테이블에 내놓은 투자안의 가치가 심히 과소평가될 터였다. 두 사람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그냥 자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회의실을 나서기 전에 초기 조건 대로 계약하기를 강력히 원한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원칙도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그들은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바로 며칠 뒤에 CEO가 직접 전화를 걸어 초기안을 수용한다고 알려준 것이다.

 

배짱 있는 행동으로 두 공동 창업자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했지만 애초에 일이 틀어지지 않게 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들은 협상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거래의 내용에만 치중하느라 절차에는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내용은 최종 합의문을 구성하는 조항들이다. 절차는 현재 위치에서 합의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협상자들에게 내용 이전에 절차부터 협상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또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당신이 어떤 사람과 수개월째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양보하기를 꺼리는 조건이 최종적으로 몇 가지 남아 있다. 그 조건들을 양보하면 손실이 따르기는 하겠지만 협상이 타결되기만 한다면 그 정도 손실은 감수할 만하다. 결승선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결국 양보 의사를 밝히자 상대방이 대답한다. “반가운 말씀이네요. 이 쟁점들에 유연성을 발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윗선에 보고해 의사를 알아보겠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상대방에게 윗선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가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만 생각했다.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건만 당신에게는 남은 패가 하나도 없다.

 

절차에 대한 약속을 명확하게 할수록 내용에 관한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줄어든다. 절차를 협상하는 일에는 거래 결과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논의하고 그런 요소들을 좌우하는 사전 조율도 포함된다. 상대편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확인하라. 거래가 성사되려면 귀사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까? 누가 참여해야 합니까? 협상의 속도를 늦추거나 높일 만한 요인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할 만큼 중요한 단계나 날짜가 있습니까? 그리고 다음과 같이 간단한 것들도 잊지 말고 확인하자. 내일은 누가 회의에 참석합니까? 안건은 무엇입니까? 우리에게 중요한 쟁점들을 다음 회의에서는 논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러면 언제 그 사안들을 다룰 수 있게 됩니까?

 

물론 처음부터 모든 질문에 확답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가 해야 하는 질문들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되도록 많은 절차적 요소에 대해 명확한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만, 그것도 적절한 시기를 봐가며 최대한 빨리 이끌어내야만 나중에 내용과 관련해 차질이 빚어지는 일을 피할 수 있다.

 

2 진행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알려라

 

언젠가 아시아에서 다수의 제조시설을 보유한 사업가에게 듣자 하니 이제는 서양 기업에서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을 해도 그쪽 최고경영진이 자신이 사는 도시로 직접 와서 회동을 갖기 전에는 절대 거래를 트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인가? 관계 구축을 위한 것인가? 일종의 문화적 규범이나 의례인가? 그런데 사실은 이 세 가지 생각 모두 그가 내세우는 계약의 전제 조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의 설명은 이러했다. “이 도시를 찾아와 공항에서 거리로는 20㎞ 떨어져 있지만 시간은 한 3시간쯤 걸리는 우리 제조공장까지 방문해봐야지, 안 그러면 여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그쪽에서 이해를 못하면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처음으로 지연이나 차질이 빚어지는 순간, 혹은 우리가 재협상해야 할 사안이 생기면 그쪽에서는 대뜸 우리가 능력이 모자라거나 자기네 지적 자산을 훔치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쪽 상황을 직접 보고 나면 한층 생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사업 파트너가 특정한 환경이나 문화권에서정상적인것이 무엇인지 모르면 부정적인 사건이 생겼을 때 오해하거나 과민반응을 보일 공산이 크다. 이는 모든 종류의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진행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결국에는 중재가 필요했을 만큼 심각한 갈등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실제로 그런 일을 목격했을지도 모르겠다. 유능한 중재인이라면 협상 당사자들이 격하게 논쟁을 벌이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지금 여러분이 서로를 미워한다고 생각하시죠? 내가 장담하는데 이게 한 사흘쯤 더 가면 서로를 훨씬 더 미워하게 될 겁니다. 그럴 때 여러분이 기억했으면 하는 점이 있어요. 그게정상적이란 거죠.”

 

중재인이 이렇게 주의를 주지 않으면 협상 당사자들은 감정이 고조되고 일이 다 결딴날 것처럼 보일 때 아예 협상을 중단해버릴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하지만 처음부터 중재인이 원래 사태가 악화되다가 호전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일러주면 협상 당사자들이 그 과정을 견뎌낼 확률이 높아진다. 진행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알려줌으로써 중재인은 그들의 기대를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전부 이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우리 쪽에서 지연이나 차질이 예상되면 상대편에 알리도록 하라. 그러면 차후에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도 그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줄 수 있고, 따라서 그 문제의 중요성이 과대평가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문제로 일이 틀어져버리면 그들의 인식을 바꾸거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훨씬 더 큰 고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진행 과정의 정상화, 다시 말해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인 사안들을 양측이 수용하도록 하려면 상대편에서 우리의 의도나 능력에 의구심을 품게 할 만한 요인, 혹은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에 회의를 품게 할 만한 요인이라면 무엇이든 미리 논의해야 한다. 말하자면 으레 부딪히게 마련인 장벽, 협상 과정에서 흔히 불안해지거나 비관적인 생각이 들 수 있는 순간, 진척을 방해할 수 있는 사건, 흔하게 발생하지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차질과 그보다 심각한 차질의 차이를 설명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우리 쪽에 똑같이 해달라고 요청하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과 거래의 이점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여주려 하기 때문에틀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해 논하기를 꺼린다. 특히 특정한 문화권이나 경쟁이 극심한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상대방으로서는 이러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라이벌들은 다 잘될 것처럼 말하는데 왜 우리는 문제를 거론해야 하지?’

 

그럴 법도 하다. 아무래도 상대편에서는 자신들이 일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언급하면 사업 기회를 날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당신이 그 점을 악용해 더 큰 양보를 이끌어낼 속셈이라고 생각한다면 진실된 태도로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적다. 사람들이 솔직하게 문제를 논하게 하려면 그렇게 해도 안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여러분이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거래를 체결하고 관계를 맺든 간에 난관과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그래서 이번 일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구체적인 위험 요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터놓고 말하자. 그리고 그런 요인들을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사용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알릴 수 있다면(혹은 보장한다면) 양쪽이 서로를 이해해 모두에게 이로운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어떤 일이 예상되는지 상대방에게 미리 알리자.

그러면 차후에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도 그들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줄 수 있고, 따라서 그 사건의 중요성이 과대평가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3 협상 지도를 그려라

 

몇 년 전, 나에게 의뢰해온 한 고객이 4자 공동 소유 회사의 지분을 매각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소유주들이 벌써 수년째 분쟁 중이라 소유권이 한쪽(혹은 서로 뜻이 맞는 두 진영)의 것으로 통합될 필요성이 분명히 있어 보였다. 그리고 어느 쪽도 지분을 매각할 마음이 없다는 사실도 분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그중 한 소유주(X기업)가 규모도 훨씬 큰데다 나머지 셋을 몰아낼 만한 세력과 영향력을 갖춘 회사였기 때문이다. X기업은 나머지 세 소유주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겠다고 공표했다.


 

내 의뢰인은 X기업이 다른 두 소유주의 지분을 매수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분 매각 협상에 들어가려 했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되면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수 있으리란 계산이 서 있었다.

 

그와 만나 어떤 전략을 취할지 의논하는 자리에서 나는 그에게 한 발짝 물러서서협상 지도를 그려보자고 했다. 이 지도에는 협상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관계자와 협상에 영향을 받는 모든 관계자가 들어간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어떤 전략이 양자적 측면에서 생각할 때, 다시 말해 어느 두 쪽의 관계만 생각할 때는 이치에 맞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다자적 관점에서 보면 별안간 쓸모 없는 전략, 심하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전략으로 바뀔 수 있다. 나는 의뢰인에게 모든 관계자의 이익, 제약, 대안, 관점을 꼼꼼히 따져보자고 했다. 우리가 살펴본 요소들 중 하나는 각 소유주가 얼마나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이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지배력을 행사하느냐였다.

 

이어서 우리는 각 기업의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 이 거래에서 그들이 가져갈 이익은 정확히 무엇인가? 그들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가? 네 소유주가 서로를 오랫동안 알아왔기 때문에 내 의뢰인은 각 소유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힘들이지 않고 파악할 수 있었다. 예컨대 X기업은 세 가지에 관심이 있었다. 그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 평판: 자사의 평판에 해가 될 수 있는 조직과는 엮이기를 원치 않았다. (2) 지배력: 자사가 이사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해 사업의 지배권만 소유하기를 원했다. (3) : 가능하면 적은 돈을 내려고 했지만 평판과 지배력만큼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각 기업의 관점을 철저하게 규명한 다음, 우리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밝혀냈다. A기업이 지분을 매각할 의향이 가장 적은데 이미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싸움이 제법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구체적인 정보를 종합하자퍼즐의 마지막 조각전략은 현명치 않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

 

X기업에는 돈보다 지배력이 우선이었다. 지배력을 확보하려면 내 의뢰인이나 A기업의 지분을 매수해야 했는데, 어느 쪽이든 지분을 사들이는 순간 이사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게 돼 그 회사를(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내 의뢰인이 나중에 파는 입장이 되면 X기업이 지배력을 확보한 뒤에 협상을 벌이게 되는 셈이었다. 그때는 6분의 1의 지분에 대한 돈밖에 받지 못한다. 하지만 A기업이 지분을 팔지 않겠다면서 X기업을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는 시점에서 내 의뢰인이 먼저 팔겠다고 나서면 지분과 이사회 의석, 두 자산을 모두 현금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다시 말해 나중에 협상하는 쪽은 교섭력도 가장 약하고 자산을 현금화할 기회도 제한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었다.

 

20151130_78_2_800

 

현실에서는 원하는 만큼 완벽한 그림이 나올 리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협소한 시각에서 협상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은 쪽만 보면 더 불리한 입장이 된다. 우리는 거래에 영향을 미치거나 거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관계자의 관점을 따져봐야 한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협상자에게 누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가? 다른 관계자들의 전략이나 행동 때문에 나의 대안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 이 거래가 지금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지 않는 이들의 이익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이 협상이 미래의 협상 상대들에 대한 내 교섭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다자간 거래일 경우에 그들과 일제히 협상하는 것과 순차적으로 협상하는 것, 함께 협상하는 것과 개별적으로 협상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나은가?

 

그렇게 분석을 한 결과,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설 수도 있다. 이를테면 다른 쪽과 먼저 협상을 해야 한다, 거래를 미루거나 속도를 줄여야 한다, 다른 관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거래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해야 한다 등의 여러 전략적 대안들이 나올 수 있다.

 

지나치게 협소한 시각에서 협상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상대방을 바라보면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협상에 영향을 미치거나 협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관계자의 관점을 따져봐야 한다.

 

4프레임을 장악하라

 

협상자들은 심리적 렌즈를 통해 협상을 바라보는데, 이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협상 결과는 양측의 교섭력에 크게 좌우된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우리 쪽에서 택할 수 있는 대안이 더 우수하고 또 우리가 상대방에게 보상을 제공하거나 상대방을 강요할 방법이 더 많다면 우리 쪽에서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한층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래의 심리적 측면도 그만큼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당사자들이 협상을 보는 프레임, 즉 심리적 렌즈가 협상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당사자들이 협상을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로 보는가, 아니면 이겨야 할 싸움으로 보는가? 협상을 동등한 주체들의 만남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지위의 차이를 인지하는가? 장기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가, 혹은 단기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가? 양보를 서로가 당연히 해야 할 도리로 보는가, 아니면 약자임을 알리는 신호로 여기는가?

 

유능한 협상자라면 초기에 프레임을 장악하거나 조정하려 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기는 거래 내용이 아예 거론되기도 전이다. 현명한 협상자라면 프레임을 장악하기 위해 당연히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요소를 소개한다.

 

가치 vs. 가격.내가 같이 일했던 수많은 기술 기업이 고객에게 어마어마한 가치를 제공하는 자사의 혁신 제품에 경쟁사보다 훨씬 비싼 가격, 혹은 고객이 구형 제품에 지불하는 금액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 제품이 비싼 가격에 걸맞은 가치를 제공하는데도 잠재고객이 현재보다 5~10배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영업사원은 저항에 직면하기 일쑤다. 그럴 때 영업사원은 주로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다른 회사보다 5배나 더 많이 받겠다는 말이군요. 이런 제품에 그만큼이나 낼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이 같은 상황에서 영업사원이 자기도 모르게 저지르는 흔하디 흔한 실수 중 하나는 비싼 가격에 대해 사과를 해버리는 것이다. “비싼 건 알지만…”이라고 말하거나 황급히 가격을 조정해주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식이다. 내 조언은 이렇다. 무조건 가격의 정당성을 알리고 절대 섣부른 사과는 하지 말자. 사과를 하게 되면 자신도 그 가격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소리로 들리게 되므로 상대방에게 흥정할 빌미를 주게 된다. 이쪽에서는 가치를 논하고 싶은데 협상의 프레임은 순전히 가격에 맞춰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대응하는 편이 낫다. “그러니까 우리가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데도 어떻게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또 고객이 계속 늘어나는지 궁금하다는 말씀이시죠? 아시다시피 상품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낼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저희가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요.”

 

어떤 유형의 협상에서든 상대방이 부담하는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이쪽에서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빨리 전환할수록 그 가치를 현금화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의 대안 vs. 상대방의 대안.그동안의 연구 결과와 경험으로 미뤄보건대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협상 현장에 들어서는 사람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을 때 상대방에게 일어날 일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보다 나쁜 결과를 얻게 된다. 자신이 손에 쥔 대안에만 치중하면, 특히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을 때 우리 쪽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부실하다면, ‘저쪽의 승낙을 얻으려면 (최소한)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반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을 때 상대방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고려하면서 협상에 임하면 우리가 제공하는 남다른 가치를 중심으로 프레임이 전환된다. 그리고 우리 회사가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설명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평등 vs. 우열.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인데, 내가 다국적 대기업과 전략적 협상에 임하는 작은 신생 업체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가 협상 과정 내내, 특히 협상 초반부터 가장 중요시했던 작업 중 하나는 회사의 규모 차이를 바탕으로 협상의 프레임을 짜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협상팀에 일러뒀다. “이 사람들은 두 종류의 기업과 협상을 합니다. 하나는 상대방이 자기네와 동등하다고 여기는 회사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를 행운으로 여겨야 한다고 보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가치를 제공하든 간에 그 두 부류를 전혀 다르게 대우하죠.” 수년 동안 나는 대규모 조직이 자기들과 동등하다고 여기는 조직에는 하지 않을 요구를 자기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조직에는 들이미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는 이 협상에서 상대방이 우리를 동등한 기업으로 대우하게끔 하고 싶었다.

 

우열을 둔 프레임이 확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초장부터, 거래의 경제적인 측면을 따지기도 전부터 기대와 인식의 틀을 잡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협상 절차와 관련해 무언가를 요구했을 때 그 내용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동등한 입장의 상대에게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정중하게 거절했다. 상대방이 텀시트[1]에 자사에만 유리한 것처럼 보이는 조항을 넣으면, 설사 우리가 양보함으로써 치를 대가가 그리 크지 않더라도 균형 잡힌 조항으로 고쳐 썼다. 또 우리 회사가 비록 규모는 훨씬 작지만 어마어마한 가치를 제공하므로 협상에서 동등한 지위를 지니고 있음을 상대방이 인지하도록 시종일관 주의를 기울였다. 사소한 문제로 트집을 잡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건의 경우에는 올바른 프레임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측면이 있다.

 

협상자는 이 밖에도 무수한 방법으로, 그리고 다른 다양한 차원에서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당신이 제공하는 가치를 존중하는 쪽으로 심리적 렌즈가 확립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손자병법>을 보면 모름지기 전쟁이란 시작도 전에 승패가 결정되는 법이라는 대목이 있다. 이 말에는 대부분의 전략적 교류에 적용되는 진리가 담겨 있다. 협상자가 거래 내용을 면밀하게 따지는 일이 가지는 중요성을 무시한다면 그건 분명히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하지만 협상자라면 어느 쪽에서 공식적인 제안을 하기도 전에 불거질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을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 거론한 네 가지 요소에 주의를 기울이면 한층 생산적인 교류를 할 수 있을뿐더러 이익이 커지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미안하지만 우리 회사가 원하는 사람은 경력을 지닌 신입입니다.”

 

20151130_78_3


[1]
계약 조건을 기재한 문서역주


디팩 맬호트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엘리 골드스톤(Eli Goldston) 교수이며 년 출간 예정)>의 저자이다.

이 글의 일부분은 이 책에서 발췌했다.

 

  • 아티클 다운로드
    (PDF)
    5,000원

    담기바로구매

  • 2015년 12월호 (품절)
    17,000원
    15,300원

    구매하기

  • 디지털서비스
    1년 150,000원

    디지털서비스란

    신청하기

전략 다른 아티클

무료 열람 가능 아티클 수 0/1 회원가입 | 서비스상품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