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8월(합본호)

인두제를 위한 변론
그레고리 P. 폴슨 (Gregory P. Poulsen),브렌트 C. 제임스 (Brent C. James)


인두제를 위한 변론

의료의 질을 높이면서 낭비를 줄이는 유일한 길이다.

 

브렌트 C. 제임스, 그레고리 P. 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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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의료비 지출의 고삐를 죄려면 W. 에드워즈 데밍W. EDWARDS DEMING의 아이디어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데밍은 기업이 품질 향상을 통해 업무프로세스에서 낭비를 줄이고 운영비를 낮추는 방법을 선보인 전설적인 경영 구루다. 데밍의 접근방식을 활용한 최근 연구들은 불충분하고 불필요하며 미흡한 협진 체계 및 비효율적인 진료행태와 최적화되지 않은 업무 프로세스가 잡아먹는 비용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매년 미국의 보건의료비 약 3조 달러 가운데 35%를 차지하고, 어쩌면 절반을 넘을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1조 달러 이상이 낭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Idea in Brief

 

문제

미국의 GDP 대비 보건의료비 지출은 현재 추진 중인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연간 의료비 지출 총액의 35%에 해당하는 1조 달러 이상이 낭비되고 있다.

 

근본 원인

가장 널리 적용되고 있는 진료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는 낭비 제거로 얻은 절감액을 의료공급자에게 돌려주지 않아 이들의 재무건전성을 해치고 의료의 질 향상을 통한 비용절감 프로그램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훼손한다.

 

해결책

현 지불방식을 인두제로 전환해 일정 기간 환자의 보건의료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는 돈을 의료공급자에게 직접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순수 건강보험사의 역할이 대폭 축소된다. 인터마운틴의 비영리 보건의료 시스템 사례가 인두제의 효과를 입증해 준다.

 

연방정부와 민간보험업계가 추진 중인 개혁조치는 의료공급자가 의료의 질을 높이고 낭비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 그렇지만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미 연방정부는 기존 개혁조치와 새로운 개혁안의 효과를 감안해도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의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증가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의료서비스의 양에 기초한 가장 일반화된 의료비 지불방식 하에서는 의료공급자가 낭비를 줄여 생긴 절감액으로 전혀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의료공급자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개혁조치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훼손된다.

 

 

이런 진퇴양난에서 벗어나려면 기업, 정부, 그리고 기타 보험가입자의 의료비 지불 방법을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population-based payment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의료공급자는 일정 기간 각 환자의 예상 니즈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모두 보장하는 일인당 정액제, 즉 인두제capitated 방식으로 의료비를 받게 되고, 환자에게 양질의 결과를 제공할 책임도 의료공급자가 지게 된다.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는 의료공급자에 대한 금전적 인센티브 제공과 모든 주요 낭비 요소의 제거라는 목표를 완벽히 일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근본적으로는 의료서비스의 양, 방식, 비용을 관리할 책임을 보험사에서 의료진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낭비 제거로 발생한 절감액의 상당 부분을 의료공급자에게 돌려주고 비용 절감 조치에 자금을 댈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해 준다.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 모델은 순수 건강보험사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순수 건강보험사의 업무영역에서 진료에 대한 감독이 제거되므로 보험청구처리, 리스크 분석, 재보험, 마케팅, 고객서비스와 같은 본연의 보험 업무만 맡게 되기 때문이다. 상당수 비영리 건강보험사가 건강보험수가 총액의 10%도 안 되는 자금으로 이처럼 포괄적인 서비스를 훌륭하게 제공하고 있다. 현 지불제도에서 다수의 건강보험사가 받는 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액수로 말이다.

 

이 글은 보건의료계에 존재하는 여려 유형의 낭비를 살펴본 후 미국에서 계속 진화해 온 다양한 의료비 지불방식과, 각 방식이 낭비요인에 미치는 영향을 개략적으로 짚어본다. 그리고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에 제대로 된 보고체계가 뒷받침되면 어떻게 임상적 결과가 향상되고, 불필요한 지출이 제거되며, 비용이 줄어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 가지 낭비

보건의료계에는 생산 수준의 낭비production-level waste, 환자사례 수준의 낭비case-level waste, 인구집단 수준의 낭비population-level waste라는 세 가지 낭비 요인이 존재한다.

첫 번째 생산 수준의 낭비는 진료단위unit of care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과 관련돼 있다. 진료단위는 약제, 실험실 검사, X선 촬영, 간호 지원 등 치료 과정에서 이용되는 모든 항목을 말한다. 이런 낭비는 보건의료계에서 발생하는 전체 낭비의 약 5%를 차지한다. 이를 제거하려면 소모품 납품업체와의 가격 협상을 통해 납품가를 낮추고, 취급비와 보관비를 줄이며, 실험실 검사나 X선 촬영 절차를 간소화하고, 파손, 오배치, 유통기한 만료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줄여야 한다.

 

두 번째 환자사례 수준의 낭비는 의료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데, 입원, 외래진료, 혹은 기타 치료, 즉 환자사례를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하거나 최적화되지 않은 진료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면 X선 필름 원본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재촬영을 하는 경우, 의사가 이미 수행한 실험실 검사를 다른 의사가 다시 의뢰하는 경우, 합병증 방지용 약을 처방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

 

세 번째 인구집단 수준의 낭비는 전체 낭비의 45% 정도를 차지하는데, 환자인구 가운데 불필요하거나 예방 가능한 환자사례와 관련돼 있다.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가 치료 중단 의사를 명확히 밝혔는데도 집중치료를 제공하는 경우, 정보 부족으로 인해 불필요한 선택적 외과수술을 받는 경우, 더 저렴한 외래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해 전문의 상담이나 입원을 해야 하는 경우 등이 이런 낭비에 해당한다. 불필요하거나 예방 가능한 환자사례 모두 진료서비스를 소모하기 때문에 세 번째 낭비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낭비를 증가시킨다고 볼 수 있다.

 

 

각 지불모델이 미치는 영향

보건의료 지출을 높이는 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비 지불방식이 낭비 감소를 부추기거나 저해하는지, 만일 그렇다면 그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불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낭비 제거로 생긴 절감액을 분배하는 문제다. 만약 그 돈의 대부분 또는 전부를 [보험회사 같은] 의료비 납부자payers에 준다면 의료공급자는 굳이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의료공급자에게 준다면 그 돈의 일부가 고객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 특히 효율적인 시장이 없는 경우라면 말이다. 보건의료계는 워낙 복잡해서 효율적인 시장이 조성되기 어렵다. 두 번째 문제는 환자와 의사가 환자에게 가장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에 지불방식이 미치는 영향이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진화돼 온 지불방식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어떤 장점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원가가산 방식Cost-plus. 1965년 미 의회는 빈곤과의 전쟁War on Poverty의 일환으로 정부지원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1]와 메디케이드Medicaid[2]를 제정했다. 이들은 원가가산 방식으로 의사와 병원에 의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의료공급자가 각 진료단위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의 견적을 내면, 정부는 그 비용에 일정 인상분markup을 더해 의료공급자에게 지급했다. 그 결과 의료공급자는 자원을 아끼지 않고 마음껏 이용했다. 지출을 줄이게 하는 인센티브는 부재한 상태였다. 오늘날 원가가산 방식 지불제는 일부 전문병원과 농촌지역의 소형 병원 등에만 남아 있다.

 

진료행위별 수가제Fee for service. 1980년대까지는 병원과 의사가 실험실 검사, 소모품, 의료서비스와 같은 개별 진료단위의 비용을 의료비 납부자에게 청구하는 방식이 거의 표준화되지 않았다. 그래서 메디케어가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수가 범주를 일부 체계화하기 시작했고, 민간보험사와 공공보험이 사용하는 대다수 항목의 가격과 용어가 어느 정도 표준화됐다.

 

진료행위별 수가제 아래에서는 입원, 외래수술, 외래진료 시 소모된 진료단위 각각에 대해, 승인받은 청구코드를 의료공급자가 기재한다. 청구코드는 진료단위 이용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하다. 코드가 없는 진료단위는 청구할 수 없다. 정부는 각 청구 항목에 대해 의료공급자의 실제 청구금액과 연방정부가 허용한 청구 가능 최대액 중 더 낮은 금액을 지불한다. 참고로 정부의 금액 산정 방식은 실질적인 기본비용underlying costs과 밀접하게 연동돼 있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많다. 결과적으로 의료공급자는 연방정부 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청구하려 한다. 정부가 견적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정부 산정금액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의료공급자가 돈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려면 모든 진료단위의 가격을 높게 책정해 두면 된다.


의료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의 절반가량이 X선 재촬영이나 합병증 방지용 약 처방 등 불필요하거나 최적화되지 않은 진료행위다."

진료행위별 수가제는 의료공급자가 필수적인 조치인지, 아니면 최선의 조치인지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많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질병을 치료하는 데 투입되는 치료의 유형이나 양이 일관적이지 않고 의료공급자마다 제각각이라 공급자간 실제 진료비용을 비교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결국 민간 보험사는 종종 의료공급자와 협상해 결정한 할인율을 기반으로 구매 결정을 내린다. 그래서 일부 의료공급자는 인상분을 매우 높게 책정해 보험사에 제공하는 할인 폭을 늘리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진료행위별 수가제는 온갖 낭비의 제거를 효과적으로 유도하지도 않고 의료공급자, 의료비 납부자, 환자에게 절감액을 골고루 배분해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펼치도록 부추기지도 못한다. 이런 단점들이 널리 알려졌지만 진료행위별 수가제는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의료비 지불방식이다. 동시에 의료공급자와 건강보험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회계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1]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의료보험 제도

[2]저소득층 의료보장 제도

 

 

포괄수가제Per case. 포괄수가제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에 미 연방정부는 메디케어 환자를 위해 질병군diagnosis-related group(DRG) 제도를 도입했다. 주 목적은 역시 비용 통제였다. 오늘날 DRG는 병원 환자와 외래수술 환자를 원발질환primary disease, 구체적인 치료법, 2차적 만성질환, 치료 강도를 기준으로 753가지 고유 범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DRG 7은 폐 이식, DRG 179는 단순 폐렴, DRG 343은 간단한 맹장수술을 가리킨다. 메디케어는 각 환자사례에 투입된 범주의 고정금액을 병원, 외래수술센터surgery center같은 시설에 지불한다. 한편 담당의에게는 진료행위별 수가제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한다. 민간보험사 가운데서도 병원과 외래수술센터에는 포괄수가제로 지불하고 담당의에게는 진료행위별 수가제 방식으로 지불하는 곳이 있다.

 

2016년 미 정부는 메디케어에묶음형포괄수가제를 도입했다. 이에 앞서 일부 민간 건강보험사를 대상으로 유사한 방식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정부의 첫 실험은 엉덩이 관절 및 무릎관절 교체수술에 초점을 뒀다. 기존의 DRG 정액제에 모든 의사수가physician fee및 관련 치료비용, 합병증, 최초수술일로부터 90일 이내 재입원까지 포함했다. 이 실험으로 의료비가 성공적으로 줄어든다면 미 정부는 묶음형 포괄수가제를 다른 환자사례에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포괄수가제는 의료공급자에게 환자사례별 효율성을 개선하도록 유도할 순 있겠지만 진료행위별 수가제와 마찬가지로 낭비를 조장하는, 진료의 양에 기반한 제도다. 의료공급자가 다루는 환자사례의 수가 많을수록 이들이 받아가는 돈은 늘어난다. 따라서 환자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환자를 해치는 치료라 하더라도 환자사례의 수를 최대한 늘리는 편이 의료공급자의 재무상황에 도움이 된다.

 

인두제Capitation. 인두제는 진료행위별 수가제, 포괄수가제와는 정반대로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낭비를 모두 줄이고 환자와 의사가 최선이라 판단하는 치료법을 택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인두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불비용을 환자의 위험도에 따라 보정해야 한다. 개별 환자보다는 인구집단 수준에서 보정하는 게 더 수월하다. 여기서 인구는 일반적으로 한 사업장의 근로자와 부양가족을 말한다. 의료공급자가 필요한 진료를 보류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측정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낭비 제거로 생긴 절감액을 의료공급자에게 돌려주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최근에 광범위하게 적용된 인두제는 마지막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미 정부와 민간보험업계는 보건의료비 상승률을 낮추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적용한 메커니즘이 일반적으로 보험회사가 소유·관리하는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s[3]였다. 일반적으로 고용주들은 HMO에 인두제 방식에 기초해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지만, 대부분 HMO는 계속 진료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에 따라 의료공급자에게 비용을 지불했다.

 

HMO는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일련의 수단을 동원했다. 이를테면 많은 HMO가 일차 진료의사primary care physicians에게 문지기gatekeeper역할을 부여했다. 의료공급자가 전문의를 통해 시술, 의료영상 촬영, 입원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에 소속된 간호사와 의사의 허가를 얻어야 했다. HMO가 필수 의료서비스 비용을 모두 처리하기 위해 환자 일인당 지불되는 보험수가의 일부를 의료공급자에게 떠넘겨 재무리스크를 전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HMO는 지출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 GDP 대비 보건의료비 비율은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물론 같은 기간에 GDP가 급격히 증가한 덕분에 보건의료비 인상이 두드러지지 않은 이유도 있다. 그러나 보험사가 환자와 임상의 간 상호작용에서 배제된 탓에 치료방식을 결정할 때 보험사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지 못했다. HMO의 관료적 통제로 인해 분쟁과 치료 지연이 발생했다. 인두제를 도입한 후에 진료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일부 의료진은 재무적 부실에 직면했다. 환자와 의사는 인두제에 기반한 금전적 인센티브 때문에 HMO가 진료서비스 공급을 제한한다고 주장하고 보험사가 환자의 건강보다 이윤을 우위에 둔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른 정치적 반발로 인해 국가 차원에서 추진했던 보험사 기반 비용통제 정책은 종지부를 찍었다.

 

 [3]일정한 연회비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건강관리기구로, 회원들에게 예방의학적 서비스와 치료비 할인 혜택을 제공

 

 

개선된 인두제 모델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는 대다수 보험사가 적용 중인 인두제와 상당히 다르다.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 아래서는 의료공급자가 환자의 위험도에 따라 보정된 금액을 매달 받는데, 이 돈으로 한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보장한다. HMO의 평판을 떨어뜨린 문지기와 제3자의 진료허가 절차를 제거하고, 치료비용을 고려하는 책임을 환자와 담당의에게 맡긴다. 결과적으로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는 1990년대의 HMO와 달리 의료서비스의 질 측정과 기준까지 포함한다.

 

의료공급자는 개별 의사에게 기존 진료행위별 수가제 메커니즘으로 비용을 지불하지만, 임상적 품질 수준, 환자 만족도 수준, 보험 대상 인구집단의 총 진료비에 따라 분기마다 지불액을 조정한다. 이런 접근방식은 의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시스템에 기반하고, 의사가 의료서비스의 질과 비용을 개선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의사에게 보상을 제공하면 낭비를 제거함에 따라 총 진료서비스의 양이 줄어들면서 감소한 소득을 보전해 주는 효과가 있다.

 

2010년 제정된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에 따라 실시된 연방정부 차원의 비용통제 노력이 보건의료비 지불을 이런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양에 기초한 지불방식이 지출을 부채질하고 낭비를 늘리며 잠재적으로는 의료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점을 인식한 정부관리들은 가치보상제pay for value system를 지향하고 있다. 가치보상제는 의료공급자가 임상적 결과와 환자 만족도를 향상함으로써 비용을 낮게 유지하도록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정부관리들은 전면적인 인두제로 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계획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의료의 질을 높이고 낭비를 제거하려면 의료공급자가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메디케어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모든 의료서비스의 질 및 환자 만족도에 대한 보고의 의무화. 기준에 미달하거나 다른 의료공급자보다 성과 순위가 낮은 의료공급자에게 금전적 제재 부과

2016년 시작된 메디케어의 묶음형 지불방식 실험

•의료공급자에게 전통적인 진료행위별 수가제와 DRG 포괄수가제 방식으로 의료비를 지급하는 동시에 협진과 낭비 제거를 통해 생긴 절감액의 일부도 제공하는 메디케어 비용절감 공유 프로그램Medicare Shared Savings Program

 

•환자 중심적인 주치의 의원Patient-centered medical homes, 메디케어 환자를 위한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4] 등 대안적 의료비 지불 모델. 이런 프로그램도 진료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를 통해 비용을 지불하지만 의료공급자에게 절감액의 상당 부분을 돌려주기도 한다. 단 진료비가 미리 정해둔 지출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하고, 초과하는 경우에는 의료공급자가 초과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할 수도 있다.

•전면적 인두제. 미 연방정부가차세대 ACO을 세우고 있다. 차세대 ACO에서는 메디케어 가입 환자에게 제공하는 모든 보건서비스를 보장하는 액수를 의료공급자가 인두제 방식으로 매달 받는다. 액수는 수급자의 예상 니즈에 맞춰 조정된다. 인터마운틴 헬스케어를 비롯한 다른 의료공급자들은 이와 다른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 실험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최종적인 지불 형태가 자리잡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

 

[4]의사와 병원이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과 질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는 책임의료조직

 

 

우리는 가능하다면 의료공급자가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로 즉시 전환하고 의료비 납부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가치보상제 방식 가운데 세 가지 낭비를 모두 제거하도록 의료공급자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유일한 지불방식이 바로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면 의료공급자가 낭비 제거로 생긴 절감액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게 해서 이들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낭비제거 조치에 계속 투자할 역량을 제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의료의 질을 높이고 낭비를 제거하려면 생산 측면의 비효율성과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치료를 중단하는 조치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공급자 역시 새로운 진료 제공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시험해 보고,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진료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는 낭비 제거로 절감된 돈을 투자 주체가 아닌 보험사의 주머니에 넣어 준다는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다음 두 가지 예를 살펴보자.

 인터마운틴이 덜 침습적인 조산아 폐 치료법을 실시한 후 이익이 500만 달러나 줄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해서는 올바른 조치였다.”

 

혈류가 심장으로 제대로 흐르지 못해 생기는 울혈성 심부전과 허혈성 심장질환은 매우 흔한 질환인데, 메디케어 환자들 사이에서 특히 빈번히 나타난다. 베타 차단제, ACE 억제제, ARB 억제제 같은 약물을 매일 복용하면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고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이때 이런 약이 필요한 환자가 누구인지 알고 투약하는 일이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병원이 이 두 가지 조건을 준수해 환자에게 적합한 장기복용약을 처방하는 경우는 전체의 44%에 불과하다.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인터마운틴 헬스케어 산하 LDS 병원은 그 비율을 57%에서 98%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결과 연간 사망건수는 450여 건 낮아지고 연간 입원건수도 거의 900건가량 줄어들었다. 이런 환자사례의 치료비용 대부분은 DRG 포괄수가제 방식으로 메디케어를 통해 지불됐다. 입원율이 낮아지자 LDS 병원의 연 수익은 320만 달러 감소했고, 관련 영업이익도 줄어들었다. 순전히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치료 결과를 개선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투자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인터마운틴 산하 아메리칸 포크 병원American Fork Hospital은 대규모 분만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매년 신생아 110여 명이 정상 임신기간 40주를 채우지 못하고 34~37주 사이에 태어난 후기 조산아였다. 조산아는 대개 폐가 완전히 자라지 않은 채 태어나기 때문에 폐가 허탈collapse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청색아blue baby대부분이 사망에 이르렀다. 그래서 임상의들은 아기의 입을 통해 호흡관을 기도에 삽입하고 몇 주간 인공호흡기로 폐의 움직임을 도왔다. 이렇게 신생아의 폐가 성숙할 시간을 주자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삽관과 인공호흡이 침습적인 방법이어서 일부 신생아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했다.

 

 

아메리칸 포크 병원의 일부 산부인과·신생아 전문의들은 후기 조산아의 폐가 성숙에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에 덜 침습적인비강 지속적 양압환기nasal 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 즉 신생아의 코를 통해 압축공기를 넣어주는 방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임상실험에서 삽관율이 78%에서 18%로 급감했다. 이 아기들은 훨씬 더 비싼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실하지 않고 일반 신생아실에 머물렀다. 더 간단하고 덜 침습적인 조치 덕분에 아메리칸 포크 병원은 조산아 치료에 드는 총 운영비를 연간 544000 달러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료행위별 수가제에 따른 지불액이 873000 달러 줄어드는 바람에 병원의 영업이익은 329000달러만큼 감소했다. 거기다 이런 새로운 조치를 기획하고 시행하는 비용까지 감당해야 했다. 인터마운틴이 모든 산하 병원에 같은 방법을 도입하기로 하자 영업이익 감소분 329000 달러는 연간 500만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물론 아이들을 위해서는 올바른 결정이었다.

 

이런 사례는 다음과 같은 중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의료공급자가 재무적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의료 질 개선에 투자해야 할까? 설령 올바른 대의를 위해 투자를 했다 해도 다음 낭비 제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어디서 구해야 하나? 낭비 제거로 얻은 건강보험사의 우발적 이익을 추가적인 비용 개선 작업에 써야 옳지 않을까? 절감액을 적절히 배분해 의료공급자의 재무건전성이 좋아지고 시장 경쟁력이 강화되면 다른 의료공급자들도 동일한 비용절감 전략을 도입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우리는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낭비 제거로 생긴 절감액을 의료공급자에게 돌려주면 의료공급자는 낭비를 모조리 제거하려 할 테니 말이다. 새로운 묶음형 지불방식을 비롯한 포괄수가제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낭비 제거 기회의 절반가량이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다. 진료행위별 수가제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모든 낭비 제거 기회의 90% 이상이 도중에 실패할 테니 말이다. (‘낭비 제거로 얻은 절감액, 누가 가져가나?’ 참조)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는 이 외에도 다른 장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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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이 증가한다.의료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의료서비스 양에 기초한 지불제 하에서 수익을 늘릴 때보다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 하에서 낭비를 제거할 때 훨씬 긍정적인 재무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진료행위별 수가제나 포괄수가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때 얻는 신규수익의 5~9%만이 의료공급자의 순이익에 반영된다. 반면에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를 적용하면 낭비 제거로 생긴 절감액의 50~100%가 의료공급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더 많은 의료공급자가 더 큰 기회를 누린다.미국에서 한 해에 절감할 수 있는 낭비의 규모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조 달러인데, 이는 신규 서비스를 제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금전적 이득을 압도하는 액수다. 역량 있는 의료공급자라면 이 절감기회를 즉시 잡을 수 있다. 반면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낭비 제거가 신규 서비스 출시보다 투자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특히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신규 서비스의 경우라면 투자비용 차이가 훨씬 크다.

 

환자에게 더 저렴한 비용으로 질 좋은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를 도입하면 의료공급자들끼리 임상 서비스의 비용과 질을 두고 경쟁하는 시장이 조성된다. 경쟁은 의료공급자들이 절감액의 일부를 환자를 위해 사용하고 환자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메디케어 바깥의 시장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 모델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주장에 다른 이들도 동의하는 듯 보인다. 점점 많은 의료공급자가 자체 보험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보험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다수의 대형 건강보험사가 의료공급자를 인수했다. 의료 서비스 제공과 보험 업무를 단일 조직 아래 통합하면 사실상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가 마련되는 셈이다.

 

티핑 포인트 찾기

대다수 의료공급자는 할인된 진료행위별 수가제(민간보험)와 포괄수가제(메디케어 및 일부 민간보험)가 복잡하게 얽힌 방식들을 따르고 있다. 이에 비해 의료공급자에게 직접 지불되는 인두제인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는 아직 드문 편이다. 그러나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를 보다 폭넓게 적용하게 되면, 인터마운틴처럼 적극적으로 낭비를 줄이는 의료공급자가 재무적으로 혜택을 받아, 환자 일인당 발생하는 수익을 꾸준히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핵심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파악해 그 지점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여기서 티핑 포인트는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에서 낭비 제거로 얻은 이득이 다른 지불제도에서 발생한 손실을 능가할 만큼 의료공급자가 인두제를 통해 벌어야 하는 총 의료비의 비율을 말한다.

 

이 질문을 탐구하기 위해 우리는 수학적 모델과 실증적 모델을 세워봤다. 지역사회 의료공급자와 대학병원의 운영상황을 시뮬레이션 했을 때 티핑 포인트는 일관되게 30%를 밑돌았다. 의료공급자가 받는 지급액의 23~29%가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를 통해 들어오는 경우, 의료공급자는 낭비 제거에 집중해 재무상태를 개선할 수 있었다.

 

반론에 대한 답변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세 가지 우려를 제기하는데, 모두 근거 없는 주장이다.

반론 1: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가 제공하는 금전적 인센티브는 임상의가 의료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필수적 의료조치를 유보하게 한다.일부 반대론자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1990년대 HMO의 사례를 든다. 하지만 이 말은 여러모로 틀렸다.

첫 번째, 임상 품질을 평가하는 과학적 방법이 여전히 완벽하진 않지만 1990년대 수준에 비하면 극적으로 향상됐다. 인두제를 비롯한 가치보상제 방식은 모든 환자가 필수적이고 효과적인 진료서비스를 확실히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조치를 담고 있다. 조치의 수준은 1990년대 당시 HMO보다 월등히 높고, 아무리 못해도 현재 진료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 만큼은 된다.

 

 

두 번째, HMO 운동은 진료방식 결정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보험사에 맡겼다. 이로 인해 환자와 담당 임상의 간에 갈등이 생기고 보험사는 환자에게 냉담하고 금전적 이득만 우선시하게 됐다. 의료공급자에게 인두제 방식으로 의료비를 직접 지급하고 보험사의 관리감독 역할을 제거하면 HMO 운동을 실패하게 한 근본적인 갈등을 제거할 수 있다.

 

세 번째, 의사에게 치료방법을 결정할 때 비용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면 의사 대부분이 일관되게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한다는 확실한 역사적 증거가 있다. 지금은 보편화된 제3자 의료비 지불방식이 없었던 1930년대와 1940년대에는 의사가 치료를 제공할 때 환자 가족의 경제사정을 고려하곤 했다. HMO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도 제한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우려가 있긴 했지만 현실로 나타나진 않았다. 실증적인 의료의 질 측정 결과를 보면 대체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약간이나마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의료인을 채용할 때는 윤리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의료인에게 강도 높은 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의료인이 윤리강령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감시한다. 물론 이런 조치가 실패할 때도 있지만 그런 사례는 드물다. 윤리강령을 어기는 의료인에게는 시정조치가 내려진다. 의료계 윤리강령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반론 2: 의료공급자는 파편화된 진료 관행 문제를 해결하고 인구집단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니다. 미국 의료계의 협진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 대다수 사람들이 동의한다. 현 시스템이 형편없이 파편화된 탓에 환자들이 일차 진료, 전문의 진료, 병원 진료로 이루어진 복잡한 미로를 직접 헤매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생활방식과 예방접종을 강화해 질병을 예방하고 질병 조기 발견을 도모하기 위해 전체 인구 차원의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건강보험사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낭비를 줄이면서 질을 높이는 데 있어 협진이 중요하다. 그러나 협진은 통합형 의료공급자integrated care delivery organization안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통합형 의료공급자는 일정한 인구 집단에 지속적으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임상적 결과와 재무적 결과에 책임을 지기로 약속한 의료공급자 연합체다. 이들은 이미 미국에서 제공되는 모든 의료 서비스의 3분의 1에서 2분의 1을 책임지고 있고, 그 비중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설령 통합형 의료공급자가 필수 의료서비스를 모두 취급하지 않더라도 보험사 자격으로 다른 의료공급자들과 제휴해 추가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때 유리하다. 게다가 인구집단 수준의 보건을 증진할 수 있는 모든 기회의 적어도 3분의 1이 보험사의 손이 전혀 미치지 않는 전문의 및 병원 기반 의료서비스 부문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한 조산아의 미성숙 폐 치료법은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보험사들이 인구집단 수준의 낭비를 제거할 역량이 어느 정도 있다 해도 여전히 의료공급자가 더 효과적이다. 일례로 인터마운틴은 치료방법을 결정할 때 환자와의 상담이 필요한 임상진료에 적정진료기준appropriate use criteria을 적용하면 환자에게 불필요하거나 해로운 진료행위를 보험사의 사전허가 방법preauthorization보다 더 잘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테면 인터마운틴 소속 심장전문의들은 심장도관술, 관상동맥 내 스텐트 시술, 혹은 영구 심박조율기와 제세동기 삽입이 필요한 환자들과 상담할 때 이처럼 공식적인 증거기반 기준을 관례적으로 적용해 왔다. 그 결과 이런 방법의 시행률이 거의 25%나 낮아졌다. 인터마운틴의 시행률은 원래 낮은 편이었지만 이런 조치 덕에 연간 3000만 달러 상당의 낭비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의료의 질을 측정한 결과 임상적 결과가 약간 개선됐다.

 

 

반론 3: 묶음형 지불방식을 확대하는 편이 훨씬 낫다.묶음형 지불방식은 대부분 백내장수술, 인공관절 교체술, 단순 분만, 외래환자의 단순한 상기도(上氣道) 감염처럼 경계가 뚜렷한 임상질환에 중점적으로 적용돼 왔다. 일각에서는 묶음형 지불방식을 당뇨, 심부전, 천식 등 만성질환과 같이 보다 복잡한 환자사례에도 적용하자고 제안한다. 이들은 이런 접근법이 환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권을 주고 보건의료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해 준다고 주장한다. (114쪽에 실린의료보험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 것인가참조.)

 

이런 묶음형 지불방식을 질환별 인두제disease capitation라고도 하는데, 전면적 인두제와 아주 약간의 차이만 있다. 이는 어떤 환자군의 위험도를 분석하기보다는 보험통계 리스크 분석을 개별환자 수준에까지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분석은 기술적으로 까다롭다. 게다가 이 접근방식은 의료공급자가 환자의 니즈보다는 재무성과를 기준으로 환자, 질환, 치료법을 고르는 경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심부전, 고혈압, 천식, 우울증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질병을 동시에 갖고 있다. 고령환자의 경우가 특히 심해서 고통완화치료, 용변 시 도움, 전반적인 통증 조절이 필요할 때도 많다. 모든 의료공급자는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 한 사람을 온전히 치료해야 한다. 환자 한 명이 앓고 있는 모든 질환에 대한 종합적인 진료를 직접적으로, 혹은 다른 의료공급자와 협진해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묶음형 지불방식 하에서는 환자가 단일 질병 및 관련 질환만 치료하는 고도로 전문화된 의료공급자를 찾아 다녀야 한다.

 

마지막으로 묶음형 지불방식은 질병예방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는 의료공급자가 적극적으로 질병을 예방하도록 유도해서 환자가 애초에 병원에 갈 일이 없게 해준다. 인두제 방식으로 의료비를 받는 의료공급자들은인구집단의 건강population health이라는 기치 아래 바로 이런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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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집단 기반 지불제가 효과적이라는 증거

유타, 아이다호와 인근 주()들에 거주하는 약 200만 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인터마운틴 헬스케어의 사례는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마운틴은 셀렉트헬스SelectHealth라는 자체 보험사를 두고 있다. 지역 최대 민간건강보험사인 셀렉트헬스의 가입자는 80만 명 정도 된다. 셀렉트헬스는 자체 민간보험, 인두제 방식의 메디케어 어드벤티지Medicare Advantage프로그램, 유타 주에 새로 도입된 인두제 방식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마운틴이 제공하는 모든 의료 서비스의 30%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자선 의료서비스까지 합하면 인두제 방식 진료는 인터마운틴 사업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사회적 사명을 추구하는 비영리기관 인터마운틴은 환자와 지역사회를주주로 간주한다. 인터마운틴 경영진과 이사진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2011년 인터마운틴의 CFO는 의료서비스 접근이 가격적정성affordability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2016년 말까지 인터마운틴의 연간 진료비 인상률을 소비자물가지수 인상률의 1% 이내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터마운틴은 이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효과적인 낭비 제거 방법참조) 2015년을 기준으로 낭비 제거 덕분에 인터마운틴의 총 운영비용total cost of operations, 즉 전통적인 진료행위별 수가제 기반 의료 회계 시스템에서 말하는 수익revenues 13%나 줄었다. 그러나 인터마운틴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티핑 포인트를 훨씬 상회하는 35% 이상이 인두제로 지불되고 있기 때문에 인터마운틴은 재무건전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인터마운틴은 영업마진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채권등급을 자랑하고 있다.

 

시행 초기 인터마운틴의 운영수익에 타격을 줬던 심혈관계 약물 처방 조치와 새로운 신생아 처치법은 이제 재무적으로 보탬이 되고 있다. 새로운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주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 모범실무표준을 적용하고, 의료·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업무에 대해 일차 진료클리닉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다른 비용절감 조치들도 마찬가지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총 보건의료비의 35%에서 많게는 50% 이상이 낭비된다고 가정하면 인터마운틴의 운영비 13% 절감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커다란 재무적인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1350여 명의 의료진을 갖춘 인터마운틴은 인구집단 보건 증진에 관심 있는 개인 개업의들이 인터마운틴의 활동에 참여하고 이들이 창출한 절감액을 공유하는 신규 프로그램을 2014년 개시했다. 앞서 설명한 개선된 진료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총 의료비가 줄어들고 환자 만족도가 개선되고 의사가 환자에게 이로운 진료를 보류하지 않게 보장하는 의료의 질 측정방법이 향상되면 이들 개업의는 인터마운틴 소속 의료진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 인터마운틴과 제휴하는 개인 개업의 4000여 명 가운데 1200명가량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2015년 가을 인터마운틴은 낭비 제거로 생긴 절감액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보험상품을 제공했다. 3년간 보험료 인상률을 인터마운틴 일반 보험료 인상률의 절반에서 3분의 1에 불과한 연 4%로 제한하는 상품이다. 인터마운틴은 이 보험상품을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지역사회, 주주에게 주는배당금으로 간주한다. 여기에 가입한 사업장은 저렴한 보험료 혜택을 받는 대신 해당 직원들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따르고, 담배를 끊고, 과도한 음주를 삼가도록 하는 등의 질병예방활동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

 

데밍이 옳았다. 공정상 변동을 줄이고 재작업을 감소시켜 품질을 높이면 낭비를 제거하고 운영비를 낮출 수 있다.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조직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사고에 기반한 전략들이 타 업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는 이런 전략이 보건의료계서도 유효하리라 믿는다. 인구집단 기반 지불제는 의료공급자가 이런 도약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의학박사 브렌트 C. 제임스는 인터마운틴 헬스케어 최고품질책임자이자 인터마운틴 의료전달연구소의 수장이다. 미국의학한림원 회원이며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에서 임상의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버드 공공보건대학원과 유타대 의과대학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레고리 P. 폴슨은 인터마운틴 헬스케어 상무 겸 최고전략책임자이다. 미국 내과의사협회 재단 이사이며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국가 객원 초빙 학자다.

 

번역: 장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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