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8월(합본호)

편견 없는 조직 설계하기

편견 없는 조직 설계하기

 

직원들의 태도보다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편이 쉽다.

가디너 모스의 아이리스 보넷 교수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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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보넷은 기업들이 다양성 교육에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도무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그녀는 워크숍을 더 많이 개최하거나 차별을 낳는 편견을 뿌리뽑기 위해 노력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애초에 편향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넷은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여성과 공공정책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동시에 행동통찰력그룹BIG[1]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그녀의 신간는 어떻게 단순한 변화가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편향된 행동을 줄일 수 있는지 다루고 있다. 자기평가를 공유하는 관행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사무실 내 자원봉사 활동을 보상하는 것에 이르는 다양한 변화가 포함된다. HBR의 선임 에디터인 가디너 모스와의 인터뷰에서 보넷은행동 설계가 어떻게 편견을 없애고 숨은 재능을 발휘하게끔 하는지 알려준다.

 

HBR:조직들은 더 다양하고 평등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입니다.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열심히 하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둘 다 인가요?

 

보넷:둘 다 조금씩 문제가 되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제대로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들이 당장은 제일 걱정됩니다. 더 심각한 점은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도 못하면서 돈만 낭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많은 미국 기업들이 다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정작 그 효과를 측정하는 작업은 전혀 안 하고 있죠. 제 동료인 하버드대의 프랭크 도빈 교수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이런 프로그램의 유효성에 대한 훌륭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체로 행동은 둘째치고 태도조차 바꾸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호에 함께 실린 프랭크 도빈의다양성 프로그램은 왜 실패할까?’ 참조)

 

자신의 조직에서 효과적인 다양성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영향을 실제로 평가하고 기록으로 남기기를 권장합니다. 아마도 대단한 서비스가 될 겁니다. 제게는 기업과 NGO, 정부기관들이 재무적인 의사결정이나 마케팅 전략에 적용하는 엄격함을 사람 관리에도 똑같이 적용하도록 설득하는 임무가 있어요. 마케터들은 A/B 테스트를 통해 무엇이 효과가 있고 무엇이 효과가 없는지 오랫동안 측정해 왔습니다. HR 부서라고 다를 이유가 없죠.

 

다양성 평가란 어떤 것인가요?학교에서 진행한 좋은 실험이 있는데 괜찮은 예가 되겠네요. 존 도비디오와 그의 예일대 동료들이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61개 학급에서 반편견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했어요. 임의로 선정된 학급들 중 절반은 4주간 성별과 인종, 체형에 관한 수업을 들었습니다. 자신과 여러 측면에서 다른 아이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르치는 수업이었죠. 다른 절반의 학급은 이 수업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다른 아이들과 경험을 나누고 같이 놀고자 하는 아이들의 의향을 북돋우는 데 사실상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더 잘 받아들이도록 가르치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단지 사람들이 차별하지 않도록 성향을 바꾸는 일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가 있는지 알기 위해 데이터를 계속 모을 필요는 있지만요.

 

이 사례가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는 도입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이와 같은 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임의로 선택한 직원들을 교육시킨 뒤 그들의 행동을 대조군(교육을 받지 않은 그룹)과 비교해봐야 합니다. 물론 그 전에 성공의 의미는 정의해야겠죠. 조직들은 자신들이 바꾸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 변화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계획인지에 대해 진지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다양성 교육 프로그램이 그저 할 일은 했다는 티만 내고 마는 단계를 넘어설 수 있어요.

 

[1]하버드 케네디스쿨 내의 의사결정과 행동과학 분야 학자들의 리서치 그룹으로 2013년 구성

대체로 다양성 교육 프로그램들은 직원들의 행동은 둘째치고 태도조차 바꾸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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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과학에 따르면 성공에 대한 평가를 하는 일 외에 또 무엇을 해야 할까요?우리의 마음이 고집스러운 괴물처럼 완고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편견을 없애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우리의 편협한 마음이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설계할 수는 있어요. HBR 독자들은 오케스트라들이 1970년대에 블라인드 오디션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아마 알 겁니다. 편견 없는 행동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행동 설계의 좋은 예죠. 미국 유수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 중 여성은 10%도 안 된다는 점이 문제의 발단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성이 남성보다 연주를 못해서가 아니라 오디션 심사위원들의 인식이 그렇게 박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들은 연주자들이 커튼 뒤에서 오디션을 보도록 했습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도록요. 저의 하버드대 동료인 클라우디아 골딘과 프린스턴대의 세실리아 로우스는 이 단순한 변화가 오케스트라의 여성 비율을 거의 40%까지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이 사고의 전환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들은 커튼 따위는 필요 없다고 확신했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그들만큼은 겉보기에 그 역할에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분명 음악의 질에 집중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닌 것으로 드러났죠.

 

좋은 소식이군요. 행동 설계가 효과가 있다는 얘기니까요., 그렇습니다. 커튼은 감독들이 보다 쉽게 재능을 감지할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재능의 소유자가 어떤 모습인지는 상관없이 말이에요. 저는 한편으로 모든 사람들이 의식 수준이나 좋은 의도와 상관 없이 편견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낍니다. 이 연구는 나쁜 사람들을 비난하기 위한 게 아니거든요.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평등을 위해 헌신하고 다양성을 장려하는 사람들조차 편견의 희생양이 된다는 점은 우울하지만요.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몇 년 전 제가 하버드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처음으로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갔을 때 맨 처음 본 교사들 중 한 명이 남자였어요. 솔직히 전 뒤돌아 뛰어나오고 싶었어요. 이 남성은 제가 어린이집 교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에 대해 품은 기대에 전혀 들어맞지 않았거든요. 물론 그는 훌륭한 돌보미로 판명됐고 나중에 저희 가정의 믿을 만한 베이비시터가 됐습니다. 하지만 제 본능적인 첫 반응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아주 잠시 동안만 성차별주의자이긴 했지만 이 일은 오늘날까지도 저를 괴롭힙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그러니까, 생각을 바꾸려면 실제로 고정관념에 반하는 예들을 직접 봐야 한다는 얘기예요. 더 많은 남성 유치원 교사나 여성 엔지니어를 보기 전까지는 행동 설계를 통해 우리의 편협한 마음이 바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요. 그리고 본능적인 반응과 실제 행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조직 내에서 볼 수 있는 바람직한 행동 설계의 예는 어떤 게 있을까요?, 편견이 만연해 있는 채용과 인재관리 분야를 한번 보도록 하죠. 입사 지원자들을 커튼 뒤에 있도록 하는 건 쉽지 않지만 소프트웨어를 통해 그와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저는 고용주가 지원자들의 인구통계학적인 특성을 보지 못하게 막는 어플라이드, 갭점퍼스, 유니티브와 같은 도구의 굉장한 팬입니다. 이런 소프트웨어는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의 나이와 성별, 교육과 사회경제적 배경, 그리고 이력서의 기타 정보를 지울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래서 오롯이 지원자의 재능에만 집중할 수 있죠.

 

인터뷰 과정에서 편견을 없애는 방법에 관한 연구 논문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직감에 의해 판단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는 논문들이죠. 적합성이나 잠재력 측면에서 느낌이 좋은 지원자와 꺼림칙한 지원자를 가려낼 수 있다고 관리자들이 생각하는 비구조화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시간낭비예요.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한 질문들을 같은 순서로 묻는 구조화된 인터뷰 기법을 사용하고 그들의 답변을 순서대로 실시간 채점하는 게 좋습니다.

 

채용에 대한 접근방식이 심지어 지원자들의 생각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채용 공고에 무의식적으로 남성 또는 여성의 지원을 막는 언어를 쓰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최고의 교사를 뽑고 싶은 학교라면 채용 공고에 이상적인 지원자를 묘사하면서보살피는또는도와주는처럼 문구를 사용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는 남성들의 지원을 꺼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남녀의 이목을 똑같이 끌고 싶으면 선호하는 지원자를경쟁심이 강한또는적극적인과 같은 단어를 동원해 묘사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여성 지원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거든요. 요지는 이겁니다. 최고의 인재를 끌어 모으고 인재 자원의 100%를 활용하고 싶다면 채용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신경 쓰는 자세부터 갖춰야 합니다.

 

 

일단 채용한 다음에는요? 그때는 어떻게 경영자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설계를 하죠? 원칙은 같습니다. 직감을 최대한 배제하고 확실한 데이터에 의존하는 거죠. 예컨대 누군가를 승진시킬 때 상사의 느낌보다는 객관적으로 측정된 업무 성과에 근거를 두는 걸 의미합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여전히 조직에서 놀라울 만큼 드물게 보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사용하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합니다. 잘못된 데이터 사용은 데이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좋지 않습니다. 예를 하나 들죠. 기업의 많은 경영자들이 부하직원들에게 자기평가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인사고과를 작성하죠. 하지만 스스로에 대해 갖는 자신감의 정도는 직원들마다 달라요. , 자기 자랑에 대해 스스로 편안해 하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이는 상사의 평가를 편향되게 만듭니다. 자기 PR에 능한 사람은 스스로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줄 겁니다. 닻내림 효과[2]에 관한 연구는 많이 나와 있죠. 우리는 협상을 할 때든 업무평가를 할 때든 눈앞에 제시된 숫자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부풀려진 자기평가를 보면 저도 모르게 인사고과를 조금 상향 조정해 주게 되죠. 마찬가지로 보잘것없는 자기평가를 보면 사실 여부를 떠나 더 나쁜 인사고과를 주게 됩니다.

 

이건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예요. 성별이나 문화권별로 자신감에는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거든요. 직설적으로 말하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무척 자신만만하기 때문에 자화자찬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0개에 가까운 독립표본을 토대로 메타 분석을 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스스로를 여성에 비해 훨씬 더 효과적인 리더라고 여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타인의 평가를 보면 이들의 리더십은 훨씬 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죠. 반면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들은 자신의 수학 실력을 과소평가하고 상위 레벨 수학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여학생들은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수강 신청을 취소할 가능성이 남학생들에 비해 더 높습니다. 여기서 요점은 상사가 인사고과에 대한 마음을 정하기 전에 자기평가를 상사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왜곡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게다가 제가 알기로는 자기평가를 공유하는 일이 직원 스스로에게나 조직에 득이 된다는 어떠한 증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편향된 사고가 끼어들 만한 관리 활동을 전부 다 없애는 건 아마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그렇죠. 하지만 경영자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는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성 중립적이라고 생각했던 관행이 사실은 편향된 결과를 낳지는 않았는지 조사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을 예로 들어 보죠. 성별에 따른 점수의 차이가 나타나서는 안 되는데 실제로는 그랬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테스트에서는 예전에 객관식 문제의 오답에 벌점을 준 적이 있습니다. 잘 모르는 문제를 대강 어림짐작으로 맞히려고 하면 리스크가 따른다는 의미였죠. 오하이오주립대 케이티 발디가 코프먼의 연구는 이 점이 여학생들에게 특히 문제가 된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수준이 같은 응시자들을 놓고 볼 때 남학생은 대강 찍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학생은 벌점이 무서워서 아예 문제를 건너뛰는 성향이 높았거든요. 그래서 결국에는 여학생들의 점수가 더 낮게 나왔고요. 이 연구에 따르면 답을 찍은 학생들 사이의 성별 격차는 절반 정도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성향의 남녀 차이로 인해 생겨난 것이었어요. 2001년 가을에 실시된 SAT 수학시험을 분석해본 결과, 이 현상 하나만으로 남녀 간 점수 차이의 최대 40%까지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부터 SAT는 오답에 벌점을 주지 않도록 재설계 됐어요. 추측에 따른 위험을 제거한다는 건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의 차이가 학생들의 점수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 조치가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주리라 예상할 수 있죠.

 

새로 선보인 SAT는 리스크에 대한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위험을 감수하는 허용 수준을 올바르게 조정했죠. 어쨌든 시험은 적성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지 위험 감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한 게 아니니까요. 조직들은 이를 그대로 따라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의 성별을 다른 성별보다 선호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끔 사람들의 능력을 막는 관행이 회사에 시스템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지 잘 살펴보세요. 예컨대, 회의라는 방식이 자신의 의견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모두에게 공평한 회의 방식이 따로 있을까요?

 

기업들이 편견 없는 조직을 설계하는 작업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데이터를 모으는 데서 시작해야죠. 제가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학장이었을 때 얘기입니다. 하루는 출근을 하니, 제 방 앞에 한 무리의 학생들이 진을 치고 있었어요. 그 학생들은 여성 교수진의 부족 현상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아니, 저는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여성 교수의 수 자체가 아니라 여학생들이 따를 만한 롤 모델이 부족하다는 점이 주된 우려 사항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랐어요. 교실에서, 패널 명단에서, 교단 위에서, 강의자로, 연구자로, 그리고 조언자로 말이죠. 그러고 보니 케네디스쿨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성별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따져본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런 데이터를 처음으로 수집해본 여타 대부분의 기관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결과를 얻었죠. 수치가 정말 보기 안 좋았어요.

 

[2]어떤 사항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처음 접한 정보나 제시된 기준에 영향을 받아 판단을 내리는 현상. 앵커링 효과, 정박 효과라고도 불린다.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뒤에는 변화를 가하고 나아진 부분을 측정할 수 있어요. MIT 1999년에 의도치 않게 여성 교수들을 차별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급여, 공간, 자원, 시상, 그리고 외부 제안에 대한 반응 등의 측면에서 성 차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던 거죠. 이 데이터는 실질적인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2011년 발표된 후속 조사 결과, 이과대와 공대의 여성 교수 수는 거의 2배로 증가했고 몇몇 여성은 리더 자리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어요.

 

기업들은 직접 조사를 할 수도 있고 컨설턴트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과학고문으로 있는 EDGE는 모든 섹터에 있는 조직들이 양성 평등 분야에서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일을 하는 스위스 재단이자 사기업입니다. 패러다임이라고 불리는 회사도 있습니다. 전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기술업체와 얘기하다가 이 기업을 우연히 알게 됐죠.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직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진단하는 일을 돕는 업체인데, 데이터를 모으는 데서 시작해 주로 행동 설계에 기반한 가능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당신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일단 접해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고위직에 있는 여성 롤 모델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밖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10년 쯤 전에 케네디스쿨의 벽에 걸린 인물 사진들 중에 여성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우리가 벽에 걸어 놓은 사진은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한 직원들과 학생들의 믿음에 영향을 미칩니다. 무려 절반에 해당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게 우리의 의도는 아니었다고 저는 증언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별 생각 없이 행해진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 뒤에 새 초상 사진을 추가했어요. 그중에는 미국의 인권운동가이자 여성 참정권론자 아이다 B. 웰스와 라이베리아의 대통령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고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엘런 존슨 설리프가 포함돼 있죠.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지적하셨잖아요. 그런데 여성의 초상을 내거는 건 사실상 개인의 인식을 바꾸려는 전략처럼 보입니다.사고방식이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대체로 보면 생각이 바뀌려면 먼저 경험부터 달라져야 해요. 당신과 비슷한 모습을 지닌 롤 모델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당신과 같은 부류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예컨대 워싱턴대의 사프나 체리얀 교수는 컴퓨터공학과 강의실의 실내장식이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남성 위주의 스타워즈나 스타트랙 이미지를 성 중립적인 예술작품이나 자연 사진으로 바꿔 흔히 여학생들이 생각하는 여성과 컴퓨터공학 경력 사이의 연관성을 강화할 수 있었던 거죠. 다른 연구에서는 연설을 하기 전에 힐러리 클린턴이나 앙겔라 메르켈의 사진을 본 여성들이 빌 클린턴의 사진을 보거나 아무 사진도 보지 않은 여성들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더 연설을 잘 해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그렇다면 (남성 중심의) 역사를 기념하는 이사회실과 복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강연을 할 때 이 질문을 받았어요. 저는 우리가 때때로역사의 시곗바늘을 빨리 돌려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존 애덤스와 존 퀸시 애덤스를 각각 남편과 아들로 둔 선구적인 사상가이자 영부인인 아비게일 애덤스는 자신의 초상이 하버드대에 걸려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의 존재가 우리 여학생들에게 큰 힘을 준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유리한 조직적 변화를 반대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양성평등이 제로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여성이 이기면 남성은 지는 식으로요. 어떻게 남성들을 변화의 주역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까요?전체 인재 풀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이득 보는 걸 반대하는 남성은 별로 없을 겁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 말이죠. 하지만 어떤 이들은 실제로 공평한 경쟁의 장이 만들어지는 데 대해 염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케스트라의 블라인드 오디션 도입으로 남성 음악가들이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하게 된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여성이 포함되면서 이제는 모든 직업군에서 남성들의 경쟁 구도가 영향을 받게 됐죠. 경쟁이 치열해지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경쟁의 가치를 믿지 않기에는 지독히도 경제학자다운 면모가 강한 사람입니다. 보호무역주의가 세상에 기여했다는 증거는 없거든요.

 

남성을 참여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이 평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딸을 가진 아버지들은 양성평등의 강력한 지지자들입니다. 그들에겐 그럴 만한 명백한 이유가 있죠. 그래서 그들은 다른 남성들을 동참시키는 데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남성 CEO와 정치인, 판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딸을 둔 아버지는 자식이 없거나 아들만 있는 아버지보다 양성평등에 관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딸을 둔 아버지들은 각자의 조직에서 거침없이 양성평등을 주장하라고 강하게 권유하고 싶습니다. 그저 두루뭉술하게 광범위한 목표로만 주장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제가 여기서 지적하는 구체적인 부분들이 변화를 맞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바랍니다. 기준점이 되는 조직의 데이터를 모으고, 실험을 장려하며, 효과적인 방식을 평가, 측정하고, 우리의 편향적인 마음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도록 방법을 바꾸며,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식으로 말이죠.

 

중요한 점은, 그저,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의식을 고취해 나가는 겁니다. 문제점만이 아니라 이용 가능한 해법에 대해서도요. 최근에 월스트리트에서 남성들을 상대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자녀가 있는 사람들한테 손을 들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딸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했죠. 많은 손이 올라갔습니다. 전 그들에게 말했어요. 저의 가장 강력한 동맹들이 이 공간에 일부 함께 하기에 제 일이 쉬워진다고. 특히 제가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만 있다고 말했을 때 강연장 분위기가 확 좋아졌죠. 덧붙이자면 제 아들들은 대단한 페미니스트들이고 이미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교사들을 언급할 때그녀로 동시에 칭할 것을 상기시키는 식으로 소박하게나마 나름대로행동 통찰력을 삶에 적용하고 있답니다.

 

번역: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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