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12월(합본호)

캐피텍은 어떻게 남아공 최대 은행이 되었나
프릭 버뮬렌(Freek Vermeulen)

캐피텍은 어떻게 남아공 최대 은행이 되었나

 

프릭 버뮬렌

 

 

 

 

소비자금융은 진입하기 매우 어려운 사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래은행을 잘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것보다 배우자를 더 자주 바꾼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금융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남아공 금융산업은 스탠더드, FNB, 네드뱅크Nedbank 및 압사Absa의 상위 4대 은행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2000년 캐피텍Capitec이라는 새로운 은행이 업계에 진입해서 빠르게 지점을 늘리기 시작했다. 2007년 캐피텍의 액티브고객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10년 뒤 1000만 명을 훌쩍 넘고 지점은 800개로 늘었다. 현재 캐피텍은 남아공 최대 은행이 됐다.

 

 

동시에 이익도 늘었다. 2002년 손익분기점을 지나 2017년 순이익이 38억 랜드Rand( 3000억 원)까지 증가한 한편, 주가는 117랜드에서 72500랜드로 무려 61800% 상승했다. 캐피텍은 2016년과 2017 2년 연속 소매금융 리서치그룹인 래퍼티그룹Lafferty Group이 선정하는세계 최고 은행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캐피텍 고객도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남아공 모든 은행 고객 중 캐피텍 고객이 가장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피텍은 시장 차별화, 내부 운영과 조직문화 면에서 좋은 전략을 많이 구사한다. 그 가운데서도 세 가지 요인이 돋보인다.

 

 

매출성장에 대한 유혹 떨치기

 

“늘 우리의 강점은 집중하는 데 있었습니다.” 창업자인 리안 스타센Riaan Stassen회장이 내게 들려준 말이다. 사실, 캐피텍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부분 은행은 물론 대부분 기업보다 더 선택과 집중을 잘한다. 이 은행은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누구나 계좌 하나만 만들 수 있다. 또 모든 고객에게 조건, 가격, 서비스가 똑같은 골드카드를 제공한다. 고객은 이 계좌로 저축, 대출, 지불 등 세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그 밖에 다른 서비스는 없다. 이 은행은 효율이 높은 물리적 지점망을 통해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 항상 이 모델을 고수하고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기업, 특히 새로이 시장에 뛰어들어 성장을 모색하는 기업은 종종 다양한 새로운 수익 사업에 뛰어들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이해할 수 있다. 성장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을 때는 어떤 추가 매출도 반갑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신이 원래 생각했던 것처럼 시장이 잘 형성되고 그 자체로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리라 사전에 완전히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은 새로운 잠재적인 매출 흐름이 포착될 경우 이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수익사업들이 개별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부분의 단순 합 이상 아무런 효과도 없으면서 괜히 복잡하고 비용만 많이 드는 잡다한 사업을 하는 결과가 되고 만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했던 말을 빌리면, “미시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 성장하기 위해서 기업은 일관되게 선택해야 한다.

 

달리 말해서 집중이 필요하다. 조직의 모든 부문과 모든 사람의 노력이 한 방향으로 작용해야 한다. 스탠퍼드대 로버트 버글먼Robert Burgelman교수는 이를벡터 전략vector strategy’이라고 불렀다. 옆길로 새는 수익원을 추가하면 점차 전략적 초점이 흐려진다.

 

캐피텍은 각자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추가 수익원의 유혹을 떨쳤다. 수년 동안 이 은행은 단일계좌 이외에 보험, 환전, 중소기업금융 등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용카드 서비스를 추가하고 장례보험을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서비스 추가는 캐피텍이 남아공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은 후이다. 이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계획적으로 발전하기

 

캐피텍은 항상 철저하게 집중전략을 구사했지만, 고객층, 상품 포트폴리오, 유통망 등에서 전략은 수년 동안 크게 변화했으며, 이는 계획한 대로였다.

 

캐피텍은 처음에 농촌지역에서 업계에 진입했다. 이 지역에는 기존 은행의 서비스가 부족했다. 대부분 농촌 거주자는 매우 가난해서 은행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소액 단기무담보대출을 제공하는 소액대출 업체가 많았다. 캐피텍은 이 업체들을 사들여 자기 은행 지점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큰 은행들은 캐피텍에 신경 쓰지 않았다. 큰 은행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바닥시장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농촌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캐피텍은 케이프타운, 더반, 프리토리아 등 대도시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대도시에서는 자동차를 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미니버스 정류장 근처에 지점을 세웠다. 이때도 큰 은행들은 캐피텍의 움직임을 무시했다. 이들도 이미 은행계좌를 보유한 고객이지만, 높은 이윤과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고객층이었기 때문이다. 큰 은행들은 기꺼이 이들이 캐피텍으로 계좌를 이전하도록 내버려 뒀다.

 

하지만 캐피텍 경영진의 생각은 앞서 있었다. 도시에 자리를 잡고 잘 알려진 브랜드 이름과 명성을 얻은 캐피텍이 이번에는 고급 쇼핑몰에 지점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기존 은행들은 당황했지만, 이 신규 참가자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캐피텍의 기반은 이제 확고부동했으며 계속 성장했다.

 

캐피텍의 전략은 하버드경영대학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의파괴적 혁신 모델Disruptive Innovation을 생각나게 한다. 캐피텍은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자들과 정면승부하는 방법으로 업계에 진출하지 않았다. 바닥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점차, 하지만 단호하게 자기 시장지위를 높여갔다. 이제는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므로 서서히 수익모델을 바꿔 나갈 수 있다.

 

새로이 업계에 진출하는 많은 기업은 잠재고객에게 새롭고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기존 플레이어보다 훨씬 뛰어나게 하고 싶고, 종종 이윤이 큰 고객층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때로는 적어도 일부 차원에서는 시장에서 이미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보다 못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신규 진입자의 성공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전략가들은 미래를 내다보며, 성장한 후에는 전략을 발전시켜야 함을 안다. 이는 단지 기존 포트폴리오와 가치 제안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원래 전략 가운데 일부 낡은 전략을 중단할 필요도 있다. 캐피텍의 예를 들면, 소액대출 업체를 전환한 지점 중 오늘날에도 운영하는 지점은 한 곳도 없다. 캐피텍 경영진은 회사 상황이 바뀌었으므로 이 지점들을 폐쇄해야 함을 깨달았다. 집중전략이 중요하지만, 미래에 이런 전략 초점을 바꿀 수 있게 하거나 이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

 

 

낡은 관습 깨기

 

캐피텍 설립자들은 이 업계 진출 초기 과정에서 현금대출 업체 등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다. , 기업들이 영문 모를 관행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였다. 예컨대 현금대출 업체들과는 달리 남아공의 모든 은행은 오후 3시 반에 영업을 마감했다. 캐피텍 공동 설립자이자 전 회장인 미힐 르루Michiel le Roux는 내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이 관행이 물리적 화폐 시대의 잔재라고 생각합니다. 당시는 일과가 끝나면 은행직원들이 돈을 계산하고 결산하는 데 한두 시간이 필요했어요.” 오늘날 대부분의 거래가 전자식이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결산이 끝남에도 은행들은 여전히 오후 3시 반이면 문을 닫는다.

 

이와는 달리 캐피텍은 일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오후 6시 또는 심지어 8시까지 지점을 열고, 일요일에도 영업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업계 전반에 걸쳐 은행들은 거래수수료를 이체금액의 일정 비율로 부과한다.(이것도 온라인이 아니라 수표로 이체하던 시절에 일어날 수 있는 분실이나 도난 위험을 고려한 관행의 잔재일 것이다.) 하지만 캐피텍은 이체금액에 상관없이 정액수수료를 부과했다. 고객은 캐피텍의 정액수수료 부과 방식을 좋아했지만, 기존 은행들은 캐피텍 방식을 모방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들의 정률수수료 방식은 부서 예산, 관리자 정원, 임원 상여금 제도 등 자신들 모델의 여러 측면과 연계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캐피텍의 서비스는 예기치 않게 오랫동안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캐피텍이 기존 은행들과 다르게 준비한 것은 단지 특정 업무관행과 시스템만은 아니었다. 특히 고객을 대하는 회사와 직원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전통적인 은행에서는 고객이 줄을 서야 했다. 지점과 은행 직원들의 태도는 다소 관료적이고 위압적이었다. 은행 내부 활동은 때로는 베일에 싸여 투명하지 않았다.

 

캐피텍 창립자들 눈에는 큰 은행들보다 소규모 현금대출 업체들이 종종 고객을 훨씬 더 잘 대우하는 것처럼 보였다. 캐피텍은 사람들을 진정한 고객으로 대우하기로 했다. 이제 캐피텍의 고객들은 기다려야 할 때도 줄을 서지 않고 앉아서 기다리게 될 것이다. 창문이나 책상을 마주보지 않고 응대하는 직원과 함께 컴퓨터 화면을 보게 될 것이다. 은행 사무실보다는 소매점을 방문하는 기분이 들게 될 것이다. 이런 문화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캐피텍은 다른 은행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을 스카우트해 오지 않고 소매산업 경력자들을 고용하기로 했다.

 

캐피텍은 새로운 사업의 초점을 업계의 낡은 관행을 제거하는 데 맞추고 새로운 모델을 업계에 도입했다. 현재 CEO인 게리 포리Gerrie Fourie는 이를좌절감의 혁신innovating around frustrations으로 불렀다. 잘 정립된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종종 매우 비슷하다. 이들은 거의 똑같은 일을 하며, 종종 수년 동안 그렇게 해오고 있다. 가끔 왜 그래야 하는지 묻는 말에 업계 내부자들은 어깨를 으쓱하며이것이 우리가 늘 해오던 방식이다라고 선언하듯 말한다. 때로는 업계의모범 사례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장상황, 고객요구 또는 기술발전에 따라 모범 사례도 부적절하게 될 수 있다. 이때는 캐피텍이 그랬던 것처럼 기존 관행을 버리는 혁신이 성장과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캐피텍의 성공은 영원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비즈니스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기존 은행들이 (드디어) 따라잡기 시작했다. 게다가, 18년이 지난 지금 캐피텍 역시 기존 은행에 속하게 되었으며, 언젠가는 혁신적인 신규 참가자가 나타나 캐피텍 모델을 파괴할 수 있다. 더욱이 캐피텍은 여전히 매우 위험하고 평가가 어려운 무담보대출 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캐피텍의 성장전략은 많은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에서 성장을 모색하는 기업들에 몇 가지 교훈을 남겼다. 이것은 업계에서 지배적 지위에 있는 기존 업체의 낡은 관행을 과감하게 떨치고 집중을 통해 발전하는 기업의 이야기다.

 

 

번역 손용수 에디팅 조진서

 

 

 

프릭 버뮬렌(Freek Vermeulen)은 런던경영대학원에서 전략 및 기업가 정신을 강의하는 교수이자 〈Breaking Bad Habits: Defy Industry Norms and Reinvigorate Your Business(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7)의 저자다.

 

트위터 계정: @Freek_Vermeu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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