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6월호

이제는 무한 연결의 시대
크리스티안 터위시(Christian Terwiesch),니콜라이 시겔코(Nicolaj Siggelkow)

이제는

무한 연결의 시대

 

니콜라이 시겔코 와튼경영대학원 교수

크리스티안 터위시 와튼경영대학원 교수

 

 

신기술의 등장으로 기업이 고객과 24시간 내내 연결될 수 있게 됐다.이제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할 때다.

 

 

 

 

 

 


 


Idea in Brief

기존 접근법  

과거 많은 기업들은 고객이 먼저 다가와야 관계를 맺었다.

 

새로운 접근법

신기술의 등장으로 많은 기업이 고객 니즈가 발생한 즉시 이를 충족시켜 준다. 심지어 니즈가 발생하기도 전에 알아서 행동한다. 기업은 연결전략을 이용해 고객과 두터운 관계를 맺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결론

기업 비즈니스 모델에연결을 기본 요소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 전략을 쓸 수 있다. 욕구에 반응하는 전략, 상품·서비스 큐레이션 전략,고객 행동코칭 전략, 실행자동화 전략이 그 예다.

 


 


 

 

 

 

 

지각 변동은 이미 일어났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예전보다 자주, 차질 없이, 고객 맞춤형 디지털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기업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이제 기업은 고객이 찾아 주기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는다. 그 대신 고객 니즈가 발생하는 즉시 이를 반영한다. 심지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나선다.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좋은 현상이다. 우리는 이를연결전략connected strategies이라고 부른다. 고객은 이를 통해 대폭 향상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고, 기업은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미 플로리다 주 디즈니월드가 방문객에게 나눠주는 매직밴드 사례를 살펴보자. 무선주파수인식을 더한 작은 손목밴드를 차면 방문객들은 디즈니월드에 편리하게 입장하는 것은 물론 놀이기구를 남보다 먼저 이용할 수 있다. 음식이나 기념품을 결제할 수도 있고, 호텔객실 키 대용으로도 쓸 수 있다. 고객뿐만 아니라 디즈니에도 긍정적 효과가 생긴다. 현재 고객이 디즈니월드 어디쯤 있는지 위치를 추적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최적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가령, 특정 고객이 지나갈 때 디즈니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안녕, 소피아. 일곱 살 생일을 축하해!” 같은 인사를 건네는 식이다. 또한현재 스페이스마운틴 줄이 짧습니다!”같이 이용객이 적은 놀이기구를 포착해 승객을 모을 수도 있다. 놀이기구에 카메라를 설치해 자동으로 탑승기념 사진을 찍어주거나 자신만의 추억 앨범을 제작해 줄지도 모른다. 방문객이 별도로 기념 촬영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출판사의 사례도 비슷하다. 출판사 맥그로힐 에듀케이션은 단순히 교과서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생들이 맥그로힐 e북을 읽고 과제를 하는 동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각자의 성취도를 추적하고, 교사에게 이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사 데이터 시스템에도 저장한다. 과제로 씨름하는 학생이 있다면 즉시 교사에게 알려주고, 과제에 도움이 될 만한 교재의 다른 단원이나 관련 영상을 안내한다. 나이키도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이다. 운동화에 칩을 탑재해 웰니스 시스템과 운동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새로운 모델을 바탕으로 나이키는 단순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에서 헬스, 피트니스, 트레이닝 서비스 제공자로 진화하고 있다.

 

디즈니, 맥그로힐, 나이키가 어떻게 이런 방법을 활용해 경쟁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지 알기는 어렵지 않다. 다른 많은 기업도 데이터 수집과 애널리틱스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 자사만의 연결전략을 개발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보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넘쳐나는 데이터 홍수에 압도되거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매니저가 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분명하게 알고 체계적으로 사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 손에 넣은 정보들을 토대로 고객과의 관계를 향상시키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우리는 연구 결과 효과적인 고객 연결전략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각 전략은 모두 기존 고객관계를 크게 넘어서고, 기존과 근본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각 전략은욕구에 반응하라’ ‘상품·서비스 큐레이션’ ‘고객행동 코칭’, ‘실행자동화라고 한다. 여기서 혁신적인 점은 각 전략에 활용한 기술이 아니다. 기업들이 고객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관계를 맺기 위해 이런 기술을 활용한 점이 혁신적이다.

 

앞으로 우리는 이 네 가지 고객 연결전략에 대한 정의와 함께 실제 적용 시 어떻게 해야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다루겠다. 하지만 그 전에 점점 외면받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한번 짚고 넘어가겠다.

 

 

이 중에서 골라 보세요

 

아직도 기업 대부분은 고객이 자신의 니즈를 인식하고 이를 반영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찾아 나서면 그때서야 고객과 접촉하기 시작한다. 이른바이 중에서 고르세요모델이다. 이 모델을 가진 기업들은 양질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큰 힘을 쏟는다. 마케팅과 운영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일시적이라는 전제 아래 꾸려 나간다.

 

전형적인이 중에서 고르세요모델의 예시를 소개하겠다. 어느 화요일 재택근무를 하던 데이비드에게 일어난 일이다. 급히 보내야 할 서한이 있는데, 절반 정도 인쇄될 무렵 프린터기 토너 카트리지가 뚝 떨어져 버린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렇게 지체할 여유가 없다. 머리끝까지 짜증이 차오른 가운데 데이비드는 열쇠를 겨우 찾아 차로 15분 만에 가장 가까운 사무용품점에 도착한다. 통로 여기저기를 헤맨 끝에 토너 카트리지 코너를 찾아 가니 하나같이 똑같이 생긴 카트리지가 벽에 빼곡해 구분하기 어렵다. 제품 사양과 정보를 재빨리 훑어보니 비록 자신은 없지만 집에 있는 프린터에 맞겠다 싶은 카트리지를 찾아낸다. 하지만 비싼 패키지 상품만 보인다. 단품으로도 파는지 물어보고자 점원을 찾아 헤맨 끝에 매니저를 겨우 만나지만, 매니저는 한번 확인해 봐야 한다며 창고로 사라져 버린다.

 

그 후로 한참이 지난다. 마침내 매니저가 돌아오지만, 미안한 기색으로 현재 단품은 동난 상태라고 말한다. 한시라도 급히 서한을 보내야 하기에 데이비드는 어쩔 수 없이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기로 한다. 하나를 집어 계산대에 갔더니 이번엔 줄이 엄청나게 길다. 마침내 집에 도착했을 때는 한두 시간이 지난 후다. 데이비드는 갑자기 늙은 기분이 든다.

 

우리는 기존 고객여정customer journey을 세 가지로 구분해 보다 명확히 하는 게 좋으리라 판단했다. 첫째는인지단계로, 고객이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는 것이다. 둘째 단계에서는요청이 일어난다. 고객이 니즈를 충족시킬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찾는다. 셋째는부응이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 고객은 상품과 서비스 제공 방법을 직접 체험한다. 데이비드는 이 모든 단계에서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토너 판매사는 데이비드가 어떤 불편을 겪었는지, 이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 세 단계 전부에서 기업과 고객간 상호작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불편을 겪은 것은 고객만이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 연구팀이 제시하는 연결전략 네 가지를 적용했다면, 데이비드의 고객여정 세 가지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이 더 나아질 수 있었고, 이는 사업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각 전략에 어떤 것들이 수반되는지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욕구에 반응하다

 

고객의 욕구에 반응하는 전략의 골자는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최대한 빨리 매끄럽게 이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신속한 배달, 잡음의 최소화, 유연하고 정확한 실행 등 운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주로 리더 성향이 강한 고객이 이런 전략을 선호한다.

 

이 전략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고객 목소리에 귀를 열고 구매과정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많은 경우, 고객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자신이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있는지다. 당연히 품이 덜 들수록 반응이 좋다. 이렇게 고객의 욕구에 충실한 접근이야 말로 데이비드가 토너 카트리지를 찾아 헤매는 동안 간절히 원했던 전략일 것이다. 이런 전략이 바꿀 데이비드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카트리지가 바닥났다. 데이비드는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찾아 프린터 모델명을 입력한다. 클릭 한두 번만으로 원하는 상품을 당일 주문한다. 신용카드 번호와 집주소는 이미 입력돼 있기 때문에 토너 구매까지 1~2분도 채 안 걸린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초인종 소리가 울리면 원하던 카트리지를 손에 넣는다.

 

이 전략의 생명은 속도다. 리프트나 우버 승객들은 부르자마자 차가 달려오길 기대한다. 환자들은 의료진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락이 닿길 바란다. 온라인 고객은 주문상품이 가급적 빨리 오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아마존이 가장 총력을 기울이는 부분도 신속배송 서비스다.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재정비한 것이다. 수년 전 클릭 한 번으로 주문과 결제를 끝내버리는원클릭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은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자사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에게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면 알렉사는 주문을 비롯해 고객의 복잡한 여정을 대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욕구에 성공적으로 반응한 예다.

 

 

상품·서비스 큐레이션하기

 

많은 기업들이 상품·서비스 큐레이션 전략을 활용해 고객여정의 초기 단계부터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한다. 고객이 자신의 니즈를 인식하지만, 아직 어떻게 이를 충족시킬지 결정하기도 전에 개입한다. 큐레이션 전략을 제대로 실행한다면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고 기업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기업이 해당 시점에서 가장 제공하기 쉬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의 핵심은 개인별 맞춤형 추천에 있다. 여러 조언을 듣기 좋아하지만, 최종 결정은 스스로 내리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대개 선호한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사례에 큐레이션 전략을 적용하면 어떨까?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데이비드가 토너 카트리지를 주문하려고 온라인에 접속하면 해당 쇼핑몰 사이트는 데이비드의 과거 구매기록을 바탕으로 필요한 제품을 자동 추천한다. 굳이 프린터 모델번호를 찾아 프린터와 호환되는 토너 카트리지가 무엇인지 검색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데이비드가 해당 사이트 추천에 따라 주문하면 몇 시간 뒤 초인종이 울리고, 큰 어려움 없이 원하는 물건이 손에 들어온다.

 

블루에이프런Blue Apron 같은 간편식 제공업체는 큐레이션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이는 인스타카트Instacart를 비롯해 최근 등장한 식품배달 업체들이주문 즉시 배달이라는 원칙, 즉 욕구에 반응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인스타카트의 전략은 슈퍼마켓 계산 줄에서 대기하는 것과 비교하면 만족스러운 서비스다. 그러나 여전히 레시피를 찾고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 쓸데없이 충동구매하는 실수도 저지를 수 있다. 블루에이프런은 이런 불편을 해소해 준다. 고객별 맞춤형 추천을 제안해 많은 고객들이 혼자 할 때보다 편리하고 즐겁고 건강한 쇼핑을 할 수 있다.

 

 

행동코칭 전략

 

앞서 설명한 두 전략은 고객이 자신의 니즈를 적기에 파악한다면 유효하다. 그러나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자신의 니즈를 알기가 쉽지는 않다. 행동코칭 전략을 활용하면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기업이 먼저 나서서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환기시켜 주고,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몇 가지 단계를 밟을 것을 권한다.

 

행동코칭 전략은 자신을 누군가 은근히 이끌어 주기를 원하는 고객에게 가장 효과적이다. 어떤 이들은 몸매를 관리하고 싶지만, 체계적으로 운동하는 생활방식을 유지하지 못한다. 또 어떤 이들은 약을 먹는 것을 자주 깜박한다. 이런 경우 기업이 고객을 주시하면서 도와줄 수 있다. 고객이 미리 기업에 제공한 정보나 과거 고객 행동을 관찰한 결과에 기반해 고객에게 어떤 게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다. 이 전략을 수행하려면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 니즈를 깊이 이해해야 하고, 고객 행동의 맥락을 읽을 수 있는 데이터contextual data가 많아야 한다. 나아가 이 데이터를 심층 분석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현재까지 고객이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은 무엇인지, 지금 시점에 목표 달성에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비드 사례에 코칭 전략을 적용한다고 상상해 보자. 프린터 스스로 마지막 토너 카트리지 교체 시점 이후 얼마나 많이 출력했는지 횟수를 집계한다. 그런 뒤 이 정보를 프린터 제조업체에 전송한다. 업체는 조만간 데이비드가 새 토너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데이비드에게 다시 주문할 시기가 왔다는 이메일을 보낸다. 토너가 얼마나 남았는지 살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프린터 청소 기능을 사용하라고 권유해 나중에 먹통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한다. 데이비드는 지시에 따라 토너를 다 쓰기 전에 미리 구매한다. 토너 교체에 시간을 뺏길 필요가 없다. 게다가 미리미리 청소해 프린터를 최상의 상태로 쓸 수 있다.

 

 

 

 

코칭 전략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업이 고객에게서 정보를 끊임없이 받고, 서비스를 제안할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때 기술은 저렴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하며, 고객과 기업 간 양방향 소통을 가능케 해야 한다. 구현하기 쉽지 않아 오랫동안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점점 나아지고 있다. 가령, 디지털 웨어러블 기기의 등장으로 헬스케어 기업은 고객 주변에 24시간 내내 머물며 현재 고객이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나이키 새 비즈니스 모델도 이 코칭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고객에게 가상 달리기 클럽 가입을 제안하고 클럽 회원이 얼마나 달렸는지 측정한다.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번 운동은 언제 해야 하는지 파악한다. 고객은 앱으로 오디오 트레이닝 가이드나 운동 계획표를 받을 수 있다. 때 맞춰 고객에게 꼭 맞는 제안을 해 고객의 신뢰를 얻고, 단순 신발 제조업체가 아니라 건강을 관리해 주는 코치라는 이미지를 얻는다. 이런 이미지 덕분에 나이키가 앱을 통해 고객에게 밖에 나가 달리라고 권할 때 기꺼이 달리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칭 전략은 고객에 도움이 된다. 계속해서 동기를 부여하고 몸매를 관리하게 돕는다. 동시에 이 전략은 나이키에도 이롭다. 열심히 달리기를 한 고객들이 새 신발을 사러 나이키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실행자동화

 

앞서 말한 전략은 전부 고객 참여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제 소개할 마지막 전략, 즉 실행자동화는 고객이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도 전에 회사가 니즈를 찾아 해결해 주는 전략이다. 실행자동화 전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기업에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대신 관리할 권리를 내어줘야 한다. 그 시점부터 기업은 모든 일을 대신한다. 이 전략은 깊은 신뢰와 풍부하고도 원활한 고객 정보를 필요로 한다. 실수 없이 고객 니즈를 예측할 역량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실행자동화에 개방적인 고객들은 자신들이 이용한 기업 측에서 현재 사용하는 기기를 활용해 끊임없이 정보를 가져가도 꺼림칙하지 않아 하고 기업들이 해당 데이터를 이용해 합리적 가격에 니즈를 충족하리라 믿는다. 사생활 침해 문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데이비드 사례에 실행자동화 전략을 적용해 보겠다. 데이비드는 프린터를 구매하면서 프린터 제조사가 토너 사용량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잔량이 크게 줄어들 때마다 새 토너를 보내는 것을 허용한다는 계약서에 동의한다. 해당 시점부터 프린터 제조사는 데이비드의 니즈를 관리할 책임을 지게 된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여러 귀찮은 일에서 해방된다. 토너 잔량이 충분한지, 어떻게 토너를 살지 확인할 필요도 없고, 직접 주문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하던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토너가 필요한 때가 오면 초인종이 울리고, 자연히 토너가 손에 들어올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온갖 종류의 실행자동화가 가능해졌다. 데이비드의 프린터 토너 배달 시나리오는 가설이 아니라 현실이다. 프린터업체 HP와 브라더Brother는 이미 고객 프린터에 잉크 잔량 경고가 뜰 때마다 새 제품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곧 있으면 냉장고 센서가 남은 우유를 확인하고 다음 날 아침 우유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배달에 앞서 냉장고가 달력을 확인해 임박한 휴가 일정이 없으니 고객에게 우유가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까지 내린다.

 

실행자동화 전략은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나아가 생명까지 구할 수 있다. 많은 노인들이 착용하는 소형 의료기기에는 착용자가 넘어졌는지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다. 이 기기를 처음 개발한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고객의 욕구에 반응했다. 앞서 말한 첫 번째 전략이다. 고령의 착용자가 넘어져서 도움이 필요하면 기기에 달린 버튼을 눌러 구조신호를 보내도록 했다. 좋은 기능이지만 버튼을 누르기조차 힘겨운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오늘날 헬스케어 기업들은 인터넷 웨어러블 기기로 환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사람들이 혹시라도 넘어져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먼저 구조요청을 보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호흡이나 심장박동 등 징후를 모니터링하고 가속도계로 낙상사고를 감지하는 팔찌가 있다고 하자. 팔찌 착용자가 미끄러지거나 지하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의식을 잃으면, 팔지 센서가 긴급상황을 인지하고 구조신호를 보낸다. 이게 바로 실행자동화다.

 

실행자동화 전략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 전략이 모든 문제에 대한 최상의 해결책도 아니고, 모든 고객을 위한 것도 아니다. 사람마다 어디까지 데이터를 공유할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의 관여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어떤 가족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디즈니랜드 방문을 기념하는 추억 앨범을 받는다면 매우 기뻐할지 모르지만, 어떤 가족은 사적 영역을 침해당했다고 여기거나 섬뜩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기업이 고객들의 개인 정보를 계속해서 자동으로 수집하고 싶다면, 신뢰할 만한 기업임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사생활을 존중하고 사적 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의도로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지금 이 단계에서 신뢰가 깨진다면 해당 고객을 영원히 잃어버릴 뿐 아니라, 덩달아 다른 고객들까지 잃어버릴 소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대목을 살펴보자. 기업이 상대하는 고객의 기호는 모두 다르다. 기업들이 서로 다른 연결전략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수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려면 새로운 역량을 두루 갖춰야 한다. (‘어떤 연결전략을 취할까?’ 참고). 일괄적·일률적 접근법은 통하지 않는다.

 

 

반복하기Repeat

 

앞서 우리는 개별 고객여정을 3가지, 즉 인지, 요청, 부응의 단계로 나눈 바 있다. 그러나 4번째 단계가 하나 더 있다. 바로반복이다. 반복은 모든 연결전략의 근본이며, 개별 경험을 오래 이어지는 값진 관계로 확장한다. 이 단계에서 기업들은 현재 고객과의 상호작용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미래 고객과 어떤 관계를 쌓을지를 정한다. 또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어떻게 얻을지도 파악할 수 있다.

 

연결전략의 반복 단계에서 기업이 얻는 정보는 크게 두 종류다.

 

첫째, 회사는 현재 상품과 서비스 가운데 무엇이 개별 고객의 니즈에 잘 맞을지 잘 찾을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상호작용이 늘면 디즈니는 어떤 고객이 감자튀김보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빠른 놀이기구보다 공연을 좋아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이 정보로 해당 고객에게 더 근사한 디즈니랜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맥그로힐은 학생이 복리이자 계산 문제와 힘겹게 씨름하고 있으면 그 부분을 보충해 주는 교재로 관심을 유도한다. 넷플릭스는 정치 풍자를 좋아하는 회원에게 유사 장르의 영화를 추천해 준다.

 

둘째, 개인고객 차원을 넘어 전체고객 차원에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디즈니가 디즈니랜드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었다고 파악하면, 놀이공원 곳곳에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판대를 늘릴 수 있다. 맥그로힐이 복리이자 계산 문제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내면, 복리이자를 다룬 온라인 학습교재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정치드라마 시청자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새 정치드라마를 외주 또는 자체 제작을 통해 선보일 수 있다.

 

 

 

 

개인 차원의 분석이든 전체고객 차원의 분석이든 모두 긍정적 피드백 효과를 낳는다. 기업이 고객을 더 잘 이해할수록 각 고객에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이 더 만족할수록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고객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별로 더 섬세하게 제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뛰어난 맞춤형 상품·서비스로 새로운 고객이 더 많이 유입될수록 전체고객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고객 전체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상품 매력도가 더 높아진다. 상품 매력도가 높아지면 새로운 고객이 찾아온다. 이런 선순환이 반복된다. 개인고객, 전체고객 차원의 분석이 스스로 진화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시간이 흘러 개인 차원, 전체 차원의 분석이 반복되면 또 다른 긍정적 효과가 일어난다. 보다 근본적인 고객 니즈와 욕구를 발굴해 만족시킬 수 있다. 맥그로힐은 고객의 목표가 단순히 재무회계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것임을 파악할지도 모른다. 나이키 역시 고객이 달리기를 하는 목적이 단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처음 출전하는 마라톤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아낼지 모른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쟁사가 감히 끼어들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한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있다.

 

물론,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확실히 말할 길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연구 결과, 적어도이 중에서 골라보세요가 통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결론지었다. 앞으로 수년 뒤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되고 싶다면 연결전략을 사업의 근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제 막 도전장을 낸 스타트업이든 시장 방어에 고심하는 기성 기업이든 마찬가지다. B2C인지, B2B인지도 상관없다. 연결전략은 모두에게 중요하고, 지금이야말로 이 전략을 고민할 때다. 경쟁사가 앞서 나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번역 노이재 에디팅 김윤진

 

니콜라이 시겔코(Nicolaj Siggelkow)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경영관리전략 교수로 맥혁신경영연구소 공동이사다.

 

크리스티안 터위시(Christian Terwiesch)는 와튼경영대학원에서 운영 혁신을 가르치며 맥혁신경영연구소 공동이사로 재임하고 있다. <   Connected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9)를 함께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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