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10월호

중국은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앨런 J. 모리슨(Allen J. Morrison),J. 스튜어트 블랙(J. Stewart Black)

중국은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기업이 글로벌한 문화와

전략을 택한다면 가능하다.

 

 

J. 스튜어트 블랙

인시아드 교수

앨런 J. 모리슨

선더버드 글로벌경영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문제점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포천 500대 기업에 가장 많은 자국 기업을 올려놓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인

포천 500대 기업에 든 중국기업들은 내수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노동생산성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GDP 성장의 상당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도 이와 비슷한 인구통계적 변화를 겪으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해결책

중국 대기업들이 포천 500대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스위스기업들과 같은 글로벌기업들의 마음가짐과 특징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부분의 일본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시도를 했으나 지금까지도 쉽지 않았다.

 

 

 

 

중국의 부상(浮上)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8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11개가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 126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1995년만 해도 중국기업 단 세 곳만이 포천 500대 기업에 들었다. 2018년에는 상위 10대 기업에 세 개를 올렸다. 많은 이들이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포천 500대 기업에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을 올리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회의적 시각은 일본의 사례에 근거하고 있다. 1995년 일본은 포천 500대 기업에서 근소한 차이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졌던 일본경제의 높은 성장세 덕분이었다. 일본은 1973~1995년 사이 1171%라는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규모가 12배 증가했다는 말이다. 중국도 거의 비슷하다. 중국경제는 1995 7350억 달러에서 현재 122000억 달러로 16.6배 성장했다. 중국 GDP의 성장과 중국기업의 포천 500대 기업 리스트 진입 간 상관계수는 99%.

 

우리는 중국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일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국 경제의 역동성에 달려 있다고 본다. 2018년 포천 목록에 오른 톱3 중국기업은 중국국가전력망공사,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이며, 이들 회사는 매출의 85% 이상을 내수시장에서 창출한다. 500대 기업에 든 중국기업 111개 중 이 톱3 기업과 기타 84개 기업이 공기업이다. 공기업의 성장은 내수시장에서의 매출에 기반한다. 심지어 500대 기업에 든 민간기업들도 내수시장에서의 매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알리바바는 매출의 74%, 텐센트는 매출의 80%가 내수시장에서 발생한다. 여기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해외에서 매출의 50%가 창출되는 화웨이, 70%가 창출되는 레노보 등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 글로벌 500대 기업에 든 중국기업 대부분은 중국경제의 성장둔화 리스크에 취약하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의 성장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인구통계 데이터를 보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노동인구의 감소는 GDP 성장률 하락을 의미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경험했고, 성장을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정도로 생산성을 증가시키지 못했다. 일본이 실패한 일을 중국기업들이 성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낮았던 과거의 생산성 기준점productivity baseline, 농어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주에 따른 풍부한 노동력 공급, 해외기술에 대한 용이한 접근 등 지난 20년간 중국의 강력한 성장을 견인해 왔던 요인들이 상당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또 다른 성장전략이던 해외사업과 수출증가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있다. 중국의 높은 부채는 해외사업 투자를 위해 가용한 자본을 감소시키고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켜 혁신을 이루기 어렵게 한다. 중국의 경영스타일도 혁신 추구와는 정반대다. 이러한 여러 이유를 감안했을 때, 우리는 중국이 놀라운 급부상 이후 상당히 어려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선 인구통계적 환경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인구통계적 재앙

 

중국과 일본은 인구통계적으로 놀랄 만큼 유사하다. 생산가능인구는 15 ~ 64세 사이의 인구를 의미하는데,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5~2035년 사이 9%, 2050년까지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127p 그래프생산가능인구의 증감참조) 다시 말하면 생산가능인구가 2억 명 줄어든다는 뜻으로, 이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의 생산가능인구를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수다. 일본도 지난 20년간 비슷한 인구감소를 경험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1997~2017년 사이 13.4% 감소했다.

 

1979년 도입된 악명 높은한 자녀 정책은 중국의 출생률이 가구당 2.9명에서 1995 1.6명으로 감소하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인구통계 데이터는 중국에서 그 전부터 이미 출생률 감소가 나타나고 있었으며, ‘한 자녀 정책은 단지 이를 가속시켰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출생률은한 자녀 정책이 도입되기 10년 전부터 하락세였다. 생활수준 향상이 출생률 감소를 초래하는 경제발전의 보편적 추세가 반영된 결과다. ‘한 자녀 정책이 없는 일본에서도 출생률은 1965 2.1명에서 1989 1.6명으로 낮아졌다.

 

근로자는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하다. 노동인구가 줄어들면 기업의 매출도 감소한다. 이는 일본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이미 겪은 일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소비가 줄어들자 일본기업들은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밀려나는 것 간의 상관관계는 94%였다. 중국도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영향을 상쇄하려면 이민을 통해 근로자의 수를 증가시키거나, 남아 있는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노동자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중국에서 출생률 감소 영향을 막기 위해 이민을 증가시키는 것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세계은행 데이터를 보면 중국 거주 인구 중 외국인의 비율은 0.1% 미만이다. 일본은 호황기에는 외국인 비중이 조금 더 높긴 했으나 2015년에는 단 1.7%였다. 반면, 같은 해 미국과 독일은 전체 인구의 약 15%가 합법적으로 머무는 외국인이었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노동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이다. 생산성이 증가하면 더 적은 수의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고도 기업은 여전히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높은 급여는 내수시장에서 근로자 1인당 소비의 증가로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선순환이 나타나지 못했다. 1997년 생산가능인구가 최대치에 이르기까지 20년간 일본의 생산성은 연평균 13% 증가했다. 그러나 그 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던 20년간 생산성 증가는 연평균 1%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생산성 증가의 대부분은 일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부문이 아니라 제조부문에서 이루어졌다.

 

중국도 마찬가지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최고치에 도달했던 1995~2013년 생산성 증가율은 15.5%였지만, 2014~2018년에는 5.7%로 낮아졌다. , 중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상승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이런 우울한 시나리오는 특히 중국 공기업에 문제가 된다. 중국의 공기업은 사기업보다 매출규모가 더 크지만 평균적으로 고용직원 수도 더 많고(중간값 143927 vs. 77073), 이익은 더 적다(중간값 74600만 달러 vs. 17억 달러).

 

직원 1인당 연매출(326338달러 vs. 496172달러) 1인당 이익(5355달러 vs. 22507달러)을 기준으로 볼 때, 평균적으로 중국 공기업들이 사기업들보다 생산성 증가율이 훨씬 더 낮은 상황에서 성장둔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생산성 증가율 감소를 막거나 상쇄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중국의 노동생산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의 장기 전망, 그리고 기업들이 감소하는 내수시장 매출을 수출(중국에서 생산하여 해외에서 판매)과 해외사업(해외에서 생산하여 해외에서 판매)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중국의 생산성 전망

 

중국의 생산성을 전망하려면 지금까지 중국의 급성장에 기여해 왔던 요인들이 향후 증가할지, 유지 또는 감소할지 살펴봐야 한다. 경제 및 비즈니스 전략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을 견인한 요인을 세 가지로 꼽는다. 매우 낮았던 과거 생산성 기준점, 생산성 높은 일자리를 찾아 농어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주에 따른 풍부한 노동력 공급, 중국기업들의 해외 기술시장에 대한 용이한 접근 등이다.

 

낮았던 과거 생산성 기준점.  1994년 중국의 GDP 5640억 달러, 1인당 GDP 473달러에 불과했다. 2014 GDP 10조 달러에 육박했다. 경제학적으로 GDP 규모가 커질수록 동일한 성장률을 유지하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자 수가 줄어든 것도 문제다. 한 국가의 성장률이 6%라고 가정해 보자. 노동인구가 3% 감소하면, 나머지 노동인구의 생산성 증가율이 9.3%가 돼야 원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렇게 높은 수준을 달성하기란 당연히 어렵다.

 

풍부한 노동력 공급.여러 전문가들이 최신 기계와 기술이 없는 농어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주가 개도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에서는 지난 25년간 분명히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주현상은 농어촌 지역의 노동력 공급이 풍부해야만 가능하다. 중국은 더 이상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난 10년간 농어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주는 급감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2016년 겨우 0.3% 인구가 농어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했다. 그 이전 10년 동안에는 28000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도시로 이주했다. 이주 둔화는 임금 상승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6년 중국 동부 도시지역에서 이주노동자 임금이 7.4% 상승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중국이 루이스 전환점Lewis turning point·LTP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농어촌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실질적으로 멈추는 시점을 말한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이 2018년 이전에 이미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10년간 주요 도시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건설된 주택 중 상당수가 아직도 비어 있다. 일부 자료에서는 거의 모든 도시 지역에서 비어있는 아파트를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수가 640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2025년까지 추가적으로 25000만억 명의 인구를 농어촌에서 도시로 이주시킬 계획이라는 중국의 최근 발표는 공허하게 들린다.

 

선진기술 접근이 쉬운 환경.글로벌기업들은 성숙하고 경쟁이 치열한 중국 비즈니스 환경에서 시장접근에 대한 대가로 자사의 고유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더 이상 이익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UNCTAD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내 기술역량에 대한 투자를 보여주는 지표인 해외직접투자(FDI) 흐름이 2012~2017년간 연평균 2%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2002~2012년간 연평균 10%였던 데 비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고프로, 파나소닉, 소니, 하스브로, 레브론, 로레알 등은 최근 중국의 매장을 정리하거나 투자를 크게 줄였다. 그 외 여러 다른 글로벌기업들도 관세, 정치적 압력, 임금상승 등의 우려와 함께 중국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고유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더 이상 이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내 사업확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해외에서 중국기업들의 활동에 대한 조사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화웨이 고위임원의 체포와 미국, 캐나다, 영국 정부가 내린 제한 조치에서 알 수 있듯이, 해외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 IT 대기업들을 안보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서구 기업과 정부당국들은 데이터베이스와 고유 기술을 중국 해커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에 대한 해외 기술 이전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도 해외 기술 수용을 통해 생산성이 쉽게 증가하던 시절이 끝났음을 잘 알고 있다. 2015년 중국은 자체 기술혁신을 통해 10대 전략산업을 세계 강국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모방과 수용에서 창조와 혁신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조직문화의 변화가 요구된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국가의 여러 기업들이 이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중국 정부의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기업들이 조직문화 변화에 더 성공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중국기업의 경영문화는 대부분 톱다운 중심의 독재적인 문화이며, 혁신을 위한 기업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중국기업들만이 겪는 또 다른 고유한 장애요인도 있다. 직원이 50명 이상인 모든 중국기업은 반드시 공산당원을 현장에 둬야 한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복잡해지고, 보상체계가 왜곡되고, 혁신절차가 관료화된다.

 

위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중국기업들이 향후 요구되는 생산성 증가를 이루기 어려울 거라고 전망한다.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500대 기업 지위를 유지하려면 이제 한 가지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수출과 해외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두 가지 중대한 장애물이 있다. 높은 수준의 부채, 그리고 보수적이면서 내향적인 경영문화다.

 

중국의 부채 위기

 

중국 정부가 보유한 부채는 약 34조 달러로 GDP 266%에 달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 부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18 7월 중국 재정부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공기업들이 보유한 총 부채는 16조 달러가 넘으며,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이는 미국 금융 외 부문의 기업 전체 부채를 합친 것보다 15% 더 많은 규모다. 중국의 부채는 지난 7년간 4배 증가했으며, 2017년에만 14% 증가했다.

 

지금까지는 자국 내 높은 저축률 덕분에 해외의 높은 이자율을 피해 높은 부채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중국은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왔다. , 제품 및 서비스의 수입보다 수출이 훨씬 더 많았다. 덕분에 중국은 순채권국이 될 수 있었다. 경제성장이 둔화된다고 해도 중국은 여전히 성장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헤쳐 나갈 잠재력이 있다. , 부채가 현재 수준에서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가능한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차입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해왔다. 우리의 예상대로 노동인구 감소와 생산성 증가의 감소로 경제성장이 더욱 둔화된다면, 중국 정부는 SOE 등을 통한 차입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그러면 해외사업 투자를 위한 가용 자본이 줄어들며 중국의 수출경쟁력도 저하된다.

 

해외사업 투자를 위한 자본 부족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중국의 경영문화다.

 

 

리더십 위기

 

1995년 포천 500대 기업에 들었던 일본기업들도 오늘날 중국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매출의 85%가 내수시장으로부터 발생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자국 내 생산성이 정체되기 시작하자, 일본기업들은 수출과 해외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가 당시 일본기업들과 함께 협력하며 직접 경험해본 결과, 소니, 도시바, 도요타 등 글로벌 시각을 가진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본기업 경영진들은 자국 경제의 회생이 어렵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까지 인정하지 않고 그런 생각을 거부했다. 이들은 2002년이 돼서야 비로소 해외 성장으로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안타깝게도 일본기업에는 자국시장과 국제시장 모두를 잘 이해하는 경영자가 거의 없었으며, 국제 경험을 보유한 외국인 고위임원급 인력은 사실상 전혀 없었다. 이유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시장이 매출의 15%밖에 차지하지 않는데 해외사업을 위한 인재 양성에 굳이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리고 일본인 경영자들 입장에서도 핵심 사업도 아닌 해외사업을 굳이 맡아 자신의 경력을 위태롭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자국시장에서의 성과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었기 때문에 일본기업들은 외국인 인재에 관심이 없었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2005~2010년까지 500대 기업에 든 일본기업의 최고경영진과 이사는 전원이 일본 국적이었다. 또한 거의 다 남성이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해외 경험이 많고 해외 시장을 잘 아는 외국인 경영자들은 일본기업에서 근무하기를 꺼렸다. 고위임원급 인력의 다양성 부족 문제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우리가 2018 500대 기업에 든 52개 일본기업들 중 무작위로 20개 기업을 선정해 살펴본 결과, 임원의 거의 97%, 이사의 98% 이상이 일본 국적이었으며, 90% 이상이 남성이었다.

 

 

전략을 전환한 후에야 일본기업들의 해외사업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기침체로 일본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2009 25.4% 감소했으며, 3년이 지나도 회복하지 못했다. 해외사업은 해외투자가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경기침체의 영향을 덜 받았다. 그럼에도 일본기업들은 글로벌 경쟁기업들보다 크게 뒤처졌으며, GDP 대비 해외자산 투자율도 크게 감소했다.(오른쪽 그래프수출과 해외사업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참조) 실적 저하는 사실 그래프에 나타난 것보다 더 심각했다. 비율의 증가 중 일부는 분자인 해외투자의 증가가 아니라 고정분모인 GDP의 지지부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 세대 만에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의 일본기업 비중이 최고치 대비 65% 감소했다. 여전히 최고경영진들이 거의 대부분 일본인 경영자들인 점을 볼 때,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회복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중국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우려가 된다. 2018년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0개 중국기업을 무작위로 선정해 살펴본 결과, 이사의 97% 이상, 임원의 97%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가 중국 국적이었다. 20개 표본 기업 중 13개가 공기업으로(65%), 목록에 든 전체 기업 내 비중(71%)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선정한 7개 표본 사기업에서도 다양성이 낮게 나왔다. 보험사 AIA만이 유일한 예외였다. 이번에는 글로벌 500대 기업 목록에서 공기업 10개를 추가로 무작위로 선정하여 살펴보았다. 이들의 리더십 다양성은 앞서 살펴본 사기업보다는 다소 높았으나, 여전히 양호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사의 80% 이상, 고위급 임원의 87.3%가 중국인이었다. 앞으로 리더십 다양성이 어느 정도는 개선될 것으로 생각되나, 가까운 미래에 중국기업들의 최고경영진 구성이 성공적인 서구 글로벌기업들 수준과 비슷해질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CEO나 고위급 임원들이 생산성 둔화를 야기하는 중국의 인구통계적 현실과 거시경제 요인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설명한 리더십 위기, 혁신의 부재 등은 문화적 문제이므로 경영진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중국기업들은 내향적이고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경영문화에서 성공적인 글로벌기업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혁신과 민첩성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꾸는 탈바꿈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글로벌 리더십 역량 개발

 

서구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민첩성, 적응성,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쟁우위의 원천은 우연히 얻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경영문화와 역량을 바꾸고, 도입하고, 개발해야만 한다. 스위스의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적극적으로 리더십 파이프라인에서 다양성을 증진하고 외향적 경영문화를 개발한 덕분이다. 이론적으로 중국기업들도 이렇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특히 중국기업 리더들은 다음 다섯 가지 방법으로 경영문화를 바꿔야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라.  우리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중국기업과 임원들에 대한 두 가지 불만사항을 들었다. 첫째는 지난 몇 년간 다수의 중국기업들이 투자한 어느 국가의 공무원의 의견에 잘 나타나 있다. “중국이 너무 큰 국가이고 오랫동안 빠르게 성장해 와서 그런지 모르지만, 중국기업 임원들은 거만하며, 중국에서 하던 대로 공급업체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지역사회를 무시하고, 환경을 훼손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30년 전에는 미국 임원들에 대해, 그리고 정도는 약하지만 유럽 임원들에 대해서도 같은 불평이 있었다. 이들은 쓰라린 경험과 실패를 통해 자국시장에서 통하는 방법이 해외시장에서도 반드시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중국 임원들도 해외사업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려면 같은 교훈을 받아들여야 한다.

 

두 번째 불만은 해외사업에 대한 중국의 사고방식에 대한 것이다. 한 기업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기업은 어느 정도 사익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해외시장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은 자신의 국가와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시장에서 가치를 착취해 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어느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해당 국가와 지역사회는 그 기업이 단순히 가치를 착취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서도 가치를 창출해 줄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단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태도는 오늘날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맞지 않는 중국 중심적 사고방식이다.

 

외국인 인재를 받아들여라.중국기업들은 글로벌 리더들과 이메일이나 화상회의만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들을 실제 조직 안으로 들여야 한다. 스위스 브베Vevey에 위치한 네슬레 본사에는 약 26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그중 약 800명은 외국인이다.

 

해외 사업을 위해서는 이 정도의 외국인 인재 도입이 리더를 양성하고, 회사의 다양성 및 폭 넓은 관점을 증진하고, 인맥과 신뢰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기업들과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해외 인재 도입을 정말로 중요시하는 기업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일본기업도 이 부분에서 마찬가지로 실패했다. 글로벌 인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중국기업 경영진들의 태도는 혁신을 저해하고, 현지 시장의 대응성에 장애물이 될 뿐 아니라, 외국인 인재를 배척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해외 인력 파견을 개선하라. 기업이 글로벌화되면서 자연히 모국의 본사 인력을 해외 지사로 파견하게 된다. 본사 인력을 해외로 파견하면 커뮤니케이션의 용이함 등의 장점이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한계도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기업들은 경험을 통한 교훈을 얻고, 해외사업에서3국 인재기용을 크게 늘렸다. 네슬레는 전 세계에 2000명 이상을 파견하는데, 이 중 85% 이상은 스위스인이 아니다. 또 일반적으로 리더 후보자들을 경력 초기에 해외로 파견하여 잠재력을 테스트하고 글로벌 식견을 갖출 수 있게끔 지원한다.

 

안타깝게도 중국기업들은 스위스기업들보다는 일본기업들과 더 닮았다. 수십 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은 다른 선진국 기업들과 비교해서 해외 지사에 파견하는 인력 중 자국인 비율이 거의 두 배 높았다. 중국기업들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런 방식은 장기적으로 우수한 외국인 리더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지금의 인재 파견 패턴을 바꿔야 한다.

 

리더십 개발에 투자하라.글로벌 리더십 파이프라인은 해외 파견만으로 채울 수 없으며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여러 학습모듈을 통해 참가자들이 한 번씩 한자리에 모이게끔 만들며, 참가자들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프로젝트나 활동 등을 통해 서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준다. UBS, 네슬레, ABB는 직원들이 주요 경영대학과 함께 자사에 맞춤형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승진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외부 교육은 직원들이 회사 밖의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례를 접하고 배울 수 있어서 특히 중요하다.

 

중국기업들은 리더십 개발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술 훈련이나 기본 비즈니스 역량 개발에는 많은 투자를 하지만, 글로벌리더 양성을 위한 노력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콘텐츠나 직원들의 실제 참여 여부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대형 강의실에 직원들을 채워 놓고 강의를 하는 옛날 방식의 교육 모델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교육 프로그램은 효과적이지 않다. 교육장에 모인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보거나 딴짓을 하면서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글로벌리더 양성 과정을 개설하기 시작한 중국기업들도 일부 있다. 2018년 알리바바는 16개월간 전부 영어로 진행되는 리더십아카데미 과정을 중국에 개설했다. 참가자들은 세 개 사업부문을 순환근무해야 한다. 다른 중국기업들도 알리바바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중국 밖에서 혁신하라. 중국 정부가 발표한중국제조 2025’ 계획을 중국 내에서만의 혁신으로 강조하고 고집한다면 계획을 달성하는 데 차질을 겪게 될 것이다. 다케다제약 등 여러 일본기업과 유수의 글로벌기업들은 전략혁신센터를 해외에 설립했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혁신센터를 혁신의 온실로 여겨지는 텔아비브, 베를린, 오스틴, 보스턴, 밴쿠버 등에 둔다. 물론 시설에 투자하고 유능한 인재를 채용한다고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올바른 기업문화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중국 중심적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좋은 소식은 앞서 설명한 네 가지 권고가 다섯 번째 권고를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포천 글로벌 500대 목록에 든 중국기업 대부분은 자사의 규모와 생태계를 통해 중국시장 내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 획득한 글로벌 500대 기업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글로벌 확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다. 사고방식과 접근법에 대대적 변화가 없는 한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요구되는 강력한 생산성 증대를 이루어내기는 어렵다. 현재의 리더십 구성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서 같은 길을 걸었던 일본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기업들도 결국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밀려나고 말 것이다.

 

번역 한지은 에디팅 이미영

 

J. 스튜어트 블랙(J. Stewart Black)은 인시아드 교수다.

앨런 J. 모리슨(Allen J. Morrison)은 애리조나주립대 선더버드 글로벌경영대학원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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