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월호

가장 돈이 많이 드는 환자를 관리하는 법
필립 마드비(Philip Madvig),로버트 펄(Robert Pearl)

HEALTH CARE

가장 돈이 많이 드는 환자를 관리하는 법

새로운 1차진료 모델로 의료비는 낮추고 치료효과는 높일 수 있다.

 

 

 

 

내용 요약

문제점

5%의 환자가 미국 전체 의료비의 절반을 차지한다. 여러 질병관리 프로그램들을 통해 상위 5% 환자들에 대한 치료품질은 개선했지만, 운영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

 

원인

의료비 상위 5% 환자는 생각보다 더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 일부 집단의 구성원은 끊임없이 변한다. 현재의 질병관리 프로그램으로는 이런 이질성과 예측불가능성을 해결할 수 없다.

 

해결책

카이저 퍼머넌트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의료보조원과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1차진료 의사를 도와주도록 했다. 특히 개선의 여지가 있는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택해 비용절감 효과를 높였다. 이 모델은 이미 비용 상위 5%에 있는 환자들과, 병세가 나빠져 앞으로 상위 5%에 포함될 위험이 있는 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미국에서는 중증환자 5%가 전체 의료비 지출의 50%를 차지한다. 그래서 기업인과 의료기관장, 정책입안자들이 미국 의료비 절감문제를 논의할 때면 대화는 어김없이 이 5%에게로 향한다. 미국은 의료비로 매년 35000억 달러를 쏟아붓는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의료서비스의 효율성과 품질을 개선하면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래서 값비싼 질병관리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1차진료를 맡은 의사와 더불어, 공인등록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를 활용해 의료비 상위 5%에 속하는 환자들에게 모니터링과 코칭,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 질병관리 프로그램으로 치료의 질이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필자들이 운영했던 카이저 퍼머넌트(KP)를 비롯해 거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순비용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KP는 북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환자 400만 명에 대한 내부 연구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들에 대한 상세 치료정보는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EHR) 시스템에 남아있는 데이터를 활용했다. KP의 임상연구자들이 발견한 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의료비 상위 5%에 속한 환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이질적으로 구성돼 있다. 개선이나 관리가 가능한 1개 혹은 그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한 환자(집단1), 일회성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는 환자(집단2), 중증 만성질환으로 건강 회복이 불가능하며 지속해서 비싼 치료가 필요한 환자(집단3) 등 의료적인 필요가 서로 매우 다른 세 가지 환자집단이 대략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집단1과 집단2에 속하는 환자들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년 구성원 변화가 심하다. 이를 종합해 보면, 기존 질병관리 프로그램이 왜 비용 절감에 소득이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상위 5% 환자집단의 이질성과 예측불가능성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KP는 질병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시에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새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을 적용한 그룹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한 여러 질환을 보유한 환자들(집단1)로 제한했다. 또 이미 의료비 상위 5%에 속하는 환자들 외에도, 건강이 악화하면 향후 5% 집단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도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우리는 이렇게 환자집단 전체의 문제를 파고들어야 의료품질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여러 IT기술과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의료 스태프를 활용해 1차진료 의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덕분에 1차진료의는 별도의 질병관리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만성질환자의 필요를 직접 살펴 해결해줄 수 있다.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DC에서 새 모델을 운영한 결과, 상당한 비용 절감과 의료품질 향상 효과를 확인했다. 초기 투자가 필요했지만, 강화된 1차진료 모델에 힘입어 KP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어났다. 덕분에 KP 네트워크에 등록된 500만 명에 이르는 회원들에게 경쟁사보다 10~15% 낮은 가격으로 보험상품을 제공할 수 있었다.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KP는 연 10억 달러 이상 소요되는 대규모 자본 투자에도 나섰다. 무보험자와 저액보험가입자에게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고, 차세대 의료인재 양성에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KP가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와 대서양 중부 지역에서 실시한 의료 프로그램들은 이제 질적인 측면에서 미국 내 상위 5위 안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우리는 새 모델이 성공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른 기관들도 이 모델을 도입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있다. 필자 중 한 명인 로버트 펄은 미국에서는 KP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처럼 보험상품과 의료시스템을 결합해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KP와 동일한 모델을 사용하지만, 자체 보험상품은 제공하지 않는 1차의료기관 세 곳에 관해 연구에 나섰다. 이 의료기관들은 미국 내 17개 주에서 운영 중이며 25만 명이 넘는 환자를 돌본다. 펄의 연구에 따르면, 이 기관들은 뛰어난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환자들은 만성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건수가 감소했고 새로운 만성질환 발병도 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응급실과 병원 방문빈도가 20~50%나 줄어들었다. 이 사례는 진료의 양이 아니라 치료결과에 따라 치료비를 지급받는 의료기관이라면 어디라도 강화된 1차진료 모델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의료비 상위 5%를 구성하는 환자집단에 관해 우리가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한다. 또한 다른 의료기관도 우리와 비슷한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고용주들도 그것을 요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모델에 관해 더 자세히 설명해보려 한다.

 

 

5%를 구성하는 3개 집단

 

의료전문가들은 가장 돈이 많이 드는 5%의 환자라고 하면, 당뇨, 심장질환, 천식, 정신질환 등 만성질환자를 주로 떠올린다. 이런 환자들은 종종 응급실을 찾고, 진료도 자주 보고, 정기적으로 입원해야 한다. 일반적인 질병관리 프로그램들의 목표는 더 나은 치료와 코칭으로 이런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하고, 더불어 의료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이런 만성질환자는 비용 상위 5% 환자 중 3분의 1에 불과하며, 또 그 구성이 매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뀐다는 점이다.

 

비용 상위 5% 환자의 또 다른 3분의 1은 치명적인 질환을 일회성으로 앓는 환자군이다. 심각한 외상을 입었거나, 극단적인 조산(早産)을 했거나 또는 급성 암에 걸린 사람 등이다. 그런데 이런 일회성 중증질환은 대부분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치료비를 절감할 기회도 거의 없다. 또한 여기에 속한 환자 다수는 곧 회복하거나 사망하기 때문에 1년 후에는 이 집단에서 제외된다.

 

의료비 상위 5% 환자 중 나머지 3분의 1은 중증 심장질환이나 만성 신장질환 등을 앓고 있어서 값비싼 치료가 수시로 필요한 집단이다. 이들 중에는 첫 번째 집단(만성질환자)에 몇 년간 있으면서 병세가 악화된 경우가 많다. 장기를 이식받는 것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 세 번째 집단에 속한 사람이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막대한 의료비 발생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 세 번째 집단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위 5% 환자에 대한 총 지출액 중 약 35%를 차지한다. 질병관리 프로그램들은 이들에게 더 효율적이고 더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의 재무적인 성과는 현재까지 미미했다. 이 환자들에게는 강도 높은 관리와 고비용의 약물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세 번째 집단의 환자 대부분은 가까운 시일 내에 매우 값비싼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결론은,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5% 환자의 치료비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집단1이다. 하지만, 집단1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위 5% 환자에게 드는 모든 지출의 30%에 불과하다. 이 집단을 구성하는 환자들이 매년 변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치료 효과를 보면서 비용도 절감하려면 이 집단 안에 들어갈 수도 있는 사람들 전부를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보면 거대한 집단이 된다. 미국 내 65세 이상 메디케어 가입자만 해도 5500만 명에 이른다. 대략 2750만 명이 적절한 치료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5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400~500만 명이 매년 의료비 지출 상위 5%에 해당한다.

 

그 나머지 사람들도 조만간 상위 5%에 들어올 위험이 크기 때문에, 성공을 극대화하려면 2750만 명 모두를 치료 프로그램에 포함해야 한다. 기존의 질병관리 프로그램으로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간다. KP의 강화된 1차진료 모델은 지원 스태프를 1차진료와 통합하고,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보다 인건비가 낮은 인력을 활용하며, IT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이런 어려움을 피해간다.

 

그러면 일반적인 질병관리 프로그램과 KP강화된 1차진료 모델의 핵심 차이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강화된 1차진료 vs 질병관리

 

일반적인 질병관리 조직은 일반적으로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를 모아서 특정 질병 하나만을 전담 치료하는 팀으로 구성한다. 환자가 여러 만성질환에 시달린다면 여러 팀으로부터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일대다(一對多) 방식의 상호작용은 1차진료 의사의 의료행위와 별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복된 의료활동이 종종 발생한다. 질병치료팀과 1차진료 의사 모두 각 환자의 검사결과와 약물치료,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한다. 환자 대부분은 이런 프로그램이 편리해서 좋아한다. 복잡한 의료서비스 체계에 대한 안내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병원 방문 예약, 교통편 예약, 사회복지 서비스와의 연계 등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교육기회와 코칭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가는 돈을 더 잘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질병관리 프로그램은 말기 신장질환이나 중증 심장질환, 폐질환과 같이 복잡하고 비용이 지속적으로 많이 드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이들은 병세가 악화돼 입원해야 할 위험에 상시 처해 있기 때문이다. 중환자실 입원을 1년에 1회만 줄여도 1개 질병관리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다른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KP는 질병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해 증세가 심각한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델을 복수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합병증을 겪는 모든 환자에게 일괄 적용하는 방식은 경제성이 없다. 그 대안으로, 간호사나 전문간호사nurse practitioners를 활용해 만성질환자를 치료하는 모델도 여러 곳에서 시도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은 의료진이 참여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맡은 업무는 전문성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검증, 각종 실험 및 방사선검사 준비, 환자 개인의 주관적인 건강상태 정보 수집, 치료현황 파악, 예상과 치료결과의 일치 여부 확인을 위한 데이터 추출 등과 같은 업무를 해야만 했다.

 

KP가 도입한 모델은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하면서도 비용의 효과성을 높여야 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그 비결은 다음 네 가지 요소를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 제공되는 1차진료들을 통합.이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중복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스태프로부터 여전히 지원을 받는다. 덕분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기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효율 높이기. KP가 도입한 모델은 네 가지 유형의 IT 기술을 사용한다. (1)통합 전자건강기록(EHR)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의료진에게 각 환자의 건강상태에 관해 가장 업데이트된 정보를 제공하고, 추가 치료나 검사가 필요한지 알려준다. 이 시스템을 통해 의료진은 검사 요청, 약물 변경, 환자에게 메시지 발송, 임상결과 모니터링 등과 같은 업무를 쉽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정기방문 진료일이 도래하기 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만성질환자를 파악해 우선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2)혈압과 체중에 대한 데이터를 기록하는 웨어러블 장치다. (3)환자에게 자동으로 전달되는 음성메시지와 문자메시지다. (4)스마트폰 영상통화 기능이다. 퇴원 후에도 의사가 환자를 영상으로 모니터링하며 문제에 즉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재입원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의료보조원 활용을 통한 비용절감. KP에서는 1차진료의 한 명마다 의료보조원을 한 명 배정한다. 의료보조원은 환자와의 의사소통, 의사를 위한 정보검토 및 준비, 의사의 지시사항 전달, 교통수단 마련 등을 담당한다. 덕분에 다른 접근방식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의사는 환자의 만성질환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또 의료보조원 덕분에 의사들은 시간도 대폭 절약한다. EHR에서 모든 데이터를 추출, 결합해 환자의 임상정보를 정리하는 데만 하루에 몇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보조원이 받는 급여는 지역에 따라 또 노조 계약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4~5만 달러 수준으로, 공인 간호사나 전문 간호사가 받는 연봉의 약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의료보조원이 되려면 전문대, 주립대, 직업학교에서 제공하는 1년간의 교육훈련을 이수하면 된다.

 

약사와의 협업을 통한 의료 효율성 제고.약사는 최근에 이 모델에 추가됐다. 약사는 검사실 데이터에 접근 가능하고 의사가 설정한 프로토콜에 따라 필요한 만큼 약 처방을 변경할 수 있다. 덕분에 의사는 시간을 더 많이 절약하게 된다.

 

이런 새 모델을 통해 의사는 1명당 약 1800명의 환자에게 기존 1차진료보다 훨씬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경제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1800명 중 30%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있는 환자다. 의사는 의료보조원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약사가 어떤 약물을 가지고 얼마나 정밀하게 조제량을 조절해주고 있는지, 그리고 IT 음성 및 텍스트 시스템이 환자에게 어떤 건강관리법을 권장하는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또한, 이 모델을 통해 의사는 환자의 필요에 따라 방문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모든 만성질환자가 3~4개월마다 검진을 받게 하는 대신, 어떤 환자들은 1개월에 한 번씩 더 길게 진찰받게 하고 상태가 좋은 다른 환자들은 1년에 한 번씩만 방문하게 할 수도 있다.

 

KP의 프로그램은 정교한 EHR 시스템과 자체적으로 개발한 여러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분석도구를 제공하는 상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의료보조원과 분석 소프트웨어를 마련하는 데 최소한의 투자를 해서 응급실 방문 횟수와 입원 일수가 감소하게 되면 지출한 금액의 몇 배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환자 한 명당으로 (보험사에서) 의료비를 지급받는 의료기관에서 이 모델을 적용하면 선순환이 생긴다. 1차진료에 투자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하게 된다. 비용절감 효과도 매년 커진다. 그렇게 절감한 비용은 다음해에 의료보조원과 IT기술을 더 확장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 품질의 향상

 

KP가 도입한강화된 1차진료 모델은 비용면에서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에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생명을 위협하고 치료에 돈이 많이 드는 다음 질병들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사례를 살펴보자.

 

대장암.오늘날 대장암 사망자 절반은 적절히 검진을 받았다면 살아남거나 악성 종양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통 엄청난 치료비 부담을 지고 투병하다 사망한다. 대장암 치료비는 종종 20만 달러가 넘어간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양성 용종에서 암으로 진행하는 데 10년이 걸린다. 용종을 조기에 발견해 제거하면 악성 종양은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간단한 대변검사를 통해 암 이전 단계의 악성 종양을 찾아낼 수 있다. 매년 실시할 경우, 대변검사로 대장암을 발견할 확률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한 발견율과 동일하다. 대변 샘플은 환자가 각자 화장실에서 채취한다. 따라서 대장내시경을 할 때처럼 미리 장 정결제를 들이킬 필요도 없고 장에 천공이 뚫릴 위험도 없다. 관건은 환자 본인의 참여다. 강화된 1차진료 모델은 환자의 참여율을 크게 향상시킨다. KP의 수검률은 90% 70% 정도인 미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그 결과, 대장암 사망률이 전국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KP 환자의 경우 훨씬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환자가 1차진료의를 방문하면, 의료보조원은 EHR을 확인해 검사가 필요한지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진단키트를 전달한다. 환자가 검사대상 연령이지만 해당연도에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키트를 반납하지 않은 경우,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이 이를 가려내 음성이나 문자 알림을 발송한다. 필요하다면, 의료보조원이 검사키트를 해당 환자에게 발송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고혈압. 2018 11월 미국의사협회저널(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JAMA)에 따르면, 고혈압은심혈관 질병의 가장 큰 요인으로 뇌중풍, 심부전증, 관상동맥 질환을 일으키며, 신장 질병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고혈압 관리가 부실한 이유는 단순치 않다. 하지만, 두 가지 요인과 관련돼 있다. 첫째로, 의사가 고혈압 약을 각 환자에 맞춰 정확한 양으로 미세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둘째, 환자의 다수는 처방받은 약을 지시대로 일관성 있게 복용하지 않는다. 의료보조원은 의사가 이런 문제에 대응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첫째, 의료보조원이 환자의 혈압을 직접 더 자주 측정하거나 원격 모니터를 통해 수집한 혈압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의사를 도울 수 있다. 둘째, 의료보조원이 환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로 약 복용시점을 상기시켜줄 수 있다. KP에서도 이 방식을 도입한 결과, 고혈압환자 중 90%가 혈압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평균 고혈압 관리율이 54%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탁월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당뇨.만성질환인 당뇨는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당뇨로 인해 치료비가 많이 드는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발이나 발목 부위의 염증, 찰과상, 궤양 등이 발생한 후 빨리 치료하지 않아서 결국 환자가 발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의료보조원은 스마트폰의 영상통화 기능을 통해 이런 위험부위들을 검사해서 당뇨환자가 경각심을 갖고 이상징후를 발견하는 즉시 의사에게 상담받을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병원 정기검진을 한 다음에야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에 비해 치료를 몇 주는 앞당기게 된다.

 

KP는 이보다 시야를 넓혀, 앞에서 설명한 방법들과 함께 운영 효율성 개선, 질병 예방조치 강화와 환자 안전 극대화, ‘최우수센터활용 등 다른 노력도 기울였다. 이 덕분에, 우리 병원들이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메디케어 환자 1명당 연간 입원일수를 미국 전체 평균의 절반인 0.7일로 줄일 수 있었다. 이 모델을 도입하기 전 KP의 메디케어 가입자당 연간 입원일수는 1.2일로 미국 평균의 85% 수준이었다.

 

질병예방 영역에서도 개선이 이뤄지면서 사망률이 감소하는 성과도 있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와 대서양 중부 지역의 KP 회원의 대장암 사망률과 패혈증 사망률은 미국인 평균보다 각각 28%, 40%가 낮다. 심장병과 뇌중풍 사망률도 평균 대비 각각 43%, 14%가 낮다. 과거 이 지역에서 KP의 성적표는 전국 평균보다 약간 좋은 수준이었고 동서부 해안지역에 있는 최고 수준의 병원들에 비하면 훨씬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이 모델은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하다

 

대규모 종합병원만이 KP와 같은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소규모 의료기관 세 곳에서 우리 모델을 채택했고 환자치료 결과와 재무적 성과에서 KP와 비슷한 개선을 보였다. 이 세 병원은 모두 1차진료기관으로서 수십 곳에 진료소를 두고 있다. 이 병원들은 모두 보험사와 사전 합의한 인두제(환자 1인당) 기반의 수가를 적용받으며, 메디케어 가입자를 집중 치료한다. 특히,

더 높은 수가를 적용받는 메디케어 중증가입자 치료에 중점을 둔다. 또한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와 메디케이드(저소득자 의료보험)에 모두 가입 가능하거나 이미 모두 가입한 여러 사람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각 병원에서 재무성과는 병원 방문과 시술, 입원 횟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고 입원과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지에 달려 있다.

 

이 병원들이 상대하는 환자는 일반 메디케어 가입자보다 증세가 훨씬 심각하다. 따라서 세 곳 모두 1차진료의에게 지역 평균보다 적은 수의 환자를 할당한다. 이 병원들은 사무실 스태프가 KP의 의료보조원과 같은 역할을 맡아 1차진료 의사를 지원하도록 한다. 이 사람들이 가입자와 더 자주 연락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EHR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살핀다. 치료시점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경고와 알림 메시지를 발송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또한 KP와 마찬가지로, 집단3에 해당하는 중증 입원환자의 경우 1차진료소 외부에서 활동하는 전문 간호사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높은 전문 담당자를 배정해 치료를 조율하도록 한다.

 

이 세 병원 중 하나인 첸메드ChenMed 8개 주에서 1차진료 클리닉을 59곳 운영한다. 환자들은 각자 원하는 바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첸메드에서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2018년 첸메드의 의사들은 환자 1명당 평균 189분을 함께 했다. 이에 비해 미국 평균으로 1차진료의가 환자와 만나는 시간은 평균 20.9분에 불과하다. 이곳에 중증질환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평균을 조정하더라도 첸메드 의사들은 일반적인 지역사회 기반 병원 의사보다 메디케어 환자를 보는 시간이 약 2배나 길었다. 그리고 환자에게 투자한 시간은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의료기관의 전국 평균과 비교할 때, 첸메드 환자들의 응급실 방문 횟수는 34% 적고, 등록환자당 연간 입원일수도 26% 적으며, 메디케어 가입자 1000명당 재입원율은 16% 낮다. 한 기관에서는 품질과 환자만족도에서 첸메드에 별 5(만점)를 부여했다.(참고: 첸메드는 2년 전 필자 중 한 명인 로버트 펄에게 1일 컨설팅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적이 있다.)

 

오하이오와 워싱턴에 소재한 콘체르토헬스ConcertoHealth는 중증질환과 저소득, 장애로 인해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 모두 가입대상인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곳에서는 만성질환을 3가지 이상의 보유한 환자가 80%를 넘고,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도 50%에 육박한다. 콘체르토헬스는 강화된 1차진료 모델 도입을 통해 병원 이용률과 재입원율, 응급실 방문 횟수를 메디케어 환자의 미국 전체 평균보다 각각 16%, 50%, 17% 낮췄다. 이 병원은 별 4개를 받았다.

 

10개 주에서 49곳의 1차진료소를 운영하는 아이오라헬스Iora Health도 비슷한 성과를 달성했다.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아이오라헬스의 강화된 1차 진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의 병원 이용은 1년 후 15%, 2년 후 24%, 3년 후 42%까지 감소했다. 아이오라의 병원 이용률과 재입원율, 응급실 사용률은 메디케어 환자의 전국 평균보다 각각 40%, 36%, 23% 낮다. 이 병원은 별점 4.4를 받았다.

 

우리는 믿는다. 첨단 IT로 무장한 의료보조원을 통해 1차진료 의사를 돕도록 만드는 KP의 전략이 앞으로 더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KP의 모델은 환자가 앓고 있는 만성질환의 종류와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다.

 

암과 제2형 당뇨를 예로 들어보자. 이 질병들은 주로 흡연과 열악한 식사, 운동부족 등으로 발생한다. 일반적인 1차진료 과정에서 의사는 환자와 그런 습관에 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더 건강한 삶으로 유도해 정착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하지만 그 일에 쓸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의강화된 1차진료 모델에서는 지원인력과 IT를 보강함으로써 이런 개입이 가능해진다. 또한 고혈압, 혈액 지질 조절, 천식 관리, 당뇨와 같은 영역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KP식 접근법은 여러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환자의 치료를 개선한다는 데 가장 큰 가치가 있다. 하지만, 건강한 개인을 위한 질병예방 효과 증진, 생명 연장, 미래비용 절감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있다. 바로 미국 의료제도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행위별 수가제(fee-for–service payment system) 관행이다. 이 제도에서는 환자에게 많은 진료를 제공할수록 의료기관의 수입이 늘어난다. 따라서 질병과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제대로 보상할 수 없다. 행위별 수가제에 기초한 의료비 청구는 어김없이 과잉진료로 이어지고, 건강결과의 개선은 뒷전으로 밀린다. 의료의 질과 편리성,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환자 1인당 의료비를 청구하는 인두제로 신속히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KP를 비롯한 일부 의료 시스템이 증명한 바와 같이, 인두제는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혁신을 촉진한다. 혁신으로 창출한 수익은 더 많은 혁신 개발을 위해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HBR코리아 2016 7-8월호의인두제를 위한 변론참고)

 

인구가 고령화되며 만성질환 발병률은 계속 높아지고, 의료비도 급증할 것이다. KP와 더불어 세 곳의 의료기관이 도입한 운영제도와 인두제 기반 지불방식은 이렇게 커지는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로버트 펄(Robert Pearl)은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교수이자 스탠퍼드경영대학원 강사이며, 퍼머넌트 메디컬 그룹의 전 CEO. 퍼머넌트 메디컬 그룹은 카이저 의료재단과 함께 카이저 퍼머넌트를 이루고 있다.

필립 마드비(Philip Madvig)는 의사이자 퍼머넌트 메디컬그룹의 전 품질 및 병원운영 이사다.

 

 

편집자 주: HBR코리아는 이 아티클에서 미국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는 내용 일부를 제외했습니다. 관련 내용에 관심이 있는 분은 hbr.com에서 영문 아티클을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번역 김주영 에디팅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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