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in DBR (~2013)

조직 개편, 의사결정 구조부터 바꿔라
폴 로저스(Paul Rogers),마르시아 W. 블렌코(Marcia W. Blenko),마이클 C. 맨킨스(Michael C. Mankins)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 6월 호에 실린 베인 앤드 컴퍼니의 마르시아 W 블렌코(보스턴 사무소 파트너), 마이클 C 맨킨스(샌프란시스코 사무소 파트너), 폴 로저스(런던 사무소 파트너)의 글 ‘The Decision-Driven Organiz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0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Distributed by The New York Times Syndicate)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조직구조(organizational structure)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전쟁에 나선 장군처럼 적재적소에 적합한 병력을 배치하는 일이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믿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전투의 무대가 혁신(innovation)이라고 한다면 CEO의 최우선 순위는 혁신을 위해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최상의 조직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된다. 이런 믿음 때문에 많은 CEO들이 조직 구조 재편(reorganization)에 몰두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 CEO의 절반 가량이 취임 후 첫 2년간 조직 재편을 추진한다. 길지 않은 임기 동안 조직 재편을 반복하기도 한다. 조직 재편을 위해 겉으로 내세우는 목적은 매번 다르다. 비용 절감, 성장 촉진, 기업 문화 쇄신, 전략적 우선순위 변화 등이 주로 거론된다. 그 구체적 목표가 무엇이든 조직 재편은 결국 성과 개선을 위한 기업 조직의 대대적인 구조 변화와 관련된다.


그러나 이처럼 의욕적으로 시작한 대부분의 조직 재편이 안타깝게도 처참한 실패로 끝난다. 최근 베인 앤드 컴퍼니가 20002006년 실시한 57번의 조직 재편 사례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조직 재편이 실제 유의미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가 세 건당 한 건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조직 재편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일부 사례에서는 오히려 기업가치가 파괴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세 번이나 사업부를 재편했는데도 결국 파산을 면치 못하고 피아트에 합병된 크라이슬러가 대표적인 예다. 크라이슬러 경영진은 조직재편을 시작할 때마다 수익 전환을 약속했지만, 실적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크라이슬러가 실패한 건 조직 구조와 성과의 상관관계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원의 성격과 규모, 특징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적 믿음과 달리 이런 요소가 기업의 성과를 좌우하는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군대가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강한 전투력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전장에 나선 장교와 군인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이길 수 있다. 기업 구조도 이와 비슷하다. 기업의 조직구조가 성과를 개선시키려면 해당 구조를 통해 경쟁업체보다 나은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략적 우선순위가 혁신이라면, 의사결정을 통해 혁신의 질과 양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조직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재편에 대한 접근방법부터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과거에는 조직 재편을 시작하기 전 기업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에 대한 분석부터 실시했지만, 이제는 구조조정 전에 ‘의사결정 감사(decision audit)’를 실시해야 한다. 의사결정 감사의 목적은 전략 성공에 필수적인 일련의 의사결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또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조직의 어떤 수준에서 그러한 결정이 내려지고 실행돼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조직 구조와 각 의사결정을 잘 정렬할 수 있다면 조직은 훨씬 잘 작동할 것이고, 기업의 성과도 개선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한 조직 재편의 기본 원칙을 설명한다. 먼저 의사결정과 성과와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 성과를 결정하는 요소는?

조직구조가 성과의 유일한 결정요소는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조직구조가 전혀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 구조를 재편하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일례로, 혁신을 위해 애쓰는 조직은 창의적인 투입요소를 끌어 모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일에 관여하게 된다. 결국 의사결정 과정이 느려지고 혁신이 저해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야후(Yahoo)의 예를 보자. 2006 12, 당시 야후의 CEO였던 테리 시멜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상품 중심의 조직 구조를 사용자와 광고주 중심으로 개편했다. 7개의 상품 부서가 ‘이용자’ 부서로 통합됐으며, 또 다른 7개 부서는 ‘광고주/발행자’ 부서로 통합됐다. 이와 함께 위 2개 사업부서에 대한 인프라 지원을 위해 ‘기술’ 부서가 신설됐다. 이는 야후의 다양한 이용자와 광고주 보유 상품 전반에 걸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시멜의 지시로 결성된 조직혁신팀은 새로운 조직 구조 하에서 각 부서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신중하게 계획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직 재편 이후 회사의 의사결정력과 이행 능력은 오히려 악화됐다. 이용자 부서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맞춤 솔루션을 기술 부서에 요구했다. 광고주/발행자 부서는 자기 부서만의 상품이 필요했기 때문에 개발 인력을 얻기 위해 이용자 부서와 경쟁하는 관계에 놓였다. 야후 경영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부서를 조율하는 관리 부서를 만들었다. 의사결정은 12단계에 걸쳐 이뤄졌고, 조직은 점차 비대해졌다. 의사결정이 지체되면서 상품 개발 속도도 느려졌다. 간접비용도 증가했다.

야후의 사례는 아무리 좋은 목표를 가진 조직 재편이라도 의사결정 과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업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결국 기업의 가치는 의사결정과 그 이행의 총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진과 관리직이 중요한 결정을 올바르게 내리지 않는다면 기업이 보유한 자산, 역량, 구조는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여러 사례를 연구한 결과, 기업 성과와 의사결정 사이에는 단단한 연결 고리가 존재함이 확인됐다. 200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와 베인 앤드 컴퍼니는 매출액 10억 달러 이상의 세계 760개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이들 기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이들의 답변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의 질(결정이 옳았는가), 속도(경쟁업체보다 빨랐는가), 산출물(얼마나 잘 이행됐는가)과 투입(결정을 위해 투자된 시간과 노력, 비용)을 평가했다. 그런 다음 각 기업의 종합 점수를 산출하고, 이 점수를 해당 기업의 재정 성과와 비교했다. (자사 상태를 점검하고 싶다면 ‘의사결정의 효과성 평가’ 박스기사 참조)

조사 결과 의사결정의 효과성(Effec-tiveness) 95% 이상의 신뢰수준에서 표본의 국가, 산업,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재무적 성과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에 포함된 기업 중 의사결정과 이행 면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기업은 총주주수익률이 다른 기업보다 약 6%포인트 높았다. 많은 기업들에서 성과 개선의 여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위 20% 기업은 의사결정 효과성 측면에서 100점 만점에 71점을 받았지만, 나머지 80% 기업은 평균 30점 미만에 그쳤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조직이 의사결정의 효과성을 2배 이상 개선할 여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점은 조사결과 기업 구조와 성과 사이에는 어떤 통계적 상관관계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설문 응답자들이 자사 조직에 대해 평가한 결과가 의사결정의 효과성이나 재무적 성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조직 재편을 할 때 조직 구조보다 의사결정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자세히 살펴보자.


의사결정 감사

조직 재편은 대부분 SWOT 분석으로 시작된다. 조직의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조직이 가진 자원과 역량은 무엇이고, 발생 가능한 위험은 무엇인가? SWOT 분석은 기업이 전략 실행을 위해 필요한 모든 요건을 구비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된다. 굉장히 합리적인 절차로 보이며, 실제로도 여러 측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의사결정’이라는 요소를 무시하면 전략과 합치되지 않는 조직 구조를 선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SWOT 분석은 조직 재편을 하기 전에 실시할 게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서 기업의 전략을 결정할 때 실시해야 한다.


의사결정 감사와 함께 조직 재편을 시작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 첫 번째 단계는 최대 주주가치 창출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부터 점검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성장을 위한 의사결정과 수익 중심 전략은 다르다. 그렇다고 이 과정에서 전략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조직 재편은 현재의 전략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전략에 따라 우선해야 할 결정 사항과 지금 현장에서 내리는 결정 사항을 서로 비교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 둘 사이 격차가 크고 조직 구조가 만들어낸 장애물이 높을수록 조직 재편의 규모 또한 커지게 된다.

위기에서 회생한 포드의 사례를 보면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 사항을 정의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앨런 멀렐리가 CEO로 취임한 2006년 포드는 변화가 절실했다. 2000년 이후 시장 점유율을 1% 이상 꾸준히 잃어온 포드는 파산 직전의 상태였다. 멀렐리는 기업 구조를 먼저 재편하고 의사결정에 대해 고민하는 보통의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정반대의 방식을 선택했다. 멀렐리는 우선 기업 회생에 필수적인 의사결정 사항을 파악했다. 이어 해당 의사결정 사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업 구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경영 방식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경영진이 파악한 주요 결정 사항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가 설계됐다. 가치사슬의 각 단계에 필요한 주요 의사결정을 정의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 같은 결정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개선이 있었는지도 매주 점검했다. 이들은 애스턴 마틴, 재규어, 랜드 로버, 볼보 등 비핵심 브랜드를 매각했고, 생산 플랫폼의 수도 줄였다. 협력업체와 딜러를 통합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회사 구조도 재편했다. 지역별 사업부제를 기능(Functions)과 지리(Geographies)를 고려해 조합한 글로벌 매트릭스 형태 조직으로 재편했다. 이 결과 경영진은 중요 의사결정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내리게 됐다. 예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동일한 자동차 플랫폼을 사용하려는 의사결정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렸다. 조직 재편 이후에는 이 의사결정이 손쉽게 이뤄졌다. 포드의 조직 재편은 합리적이었고 2010년 흑자 전환의 일등공신이 됐다. 의사결정 감사를 실시할 때에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유형의 중요 의사결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대 규모의 일회적 결정(Big, one-off decisions). 석유화학 기업의 경우,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투자 결정을 주기적으로 내려야 한다. 석유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에틸렌 분해공장을 언제 어디에 지어야 할지에 관한 결정이 이런 종류의 의사결정에 속한다. 만약 공장 건설 시기와 장소나 기술을 잘못 선택한다면 수십 년간 이에 따른 문제를 안고 가야 한다.


-
작지만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누적되면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Small, routine decisions). 아마존이 지속적인 성공을 구가하는 이유는 판촉과 관련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특별 할인가나 배송비 할인, 관련 상품 제안, 고객별 맞춤 신상품 알림 메일 등과 같은 결정 사항은 어느 하나만 분리해서 살펴보면 그리 큰 영향력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면 기업 영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의사결정의 중요도와 유형을 분류하고 나면 조직 내 어떤 부서에서 해당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때 규모의 경제 및 조율에 따르는 편익과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고객의 욕구에 맞춰나가는 데 따르는 편익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고, 어떤 경우에 업무 부서나 사업부가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게 더 나은가? 어떤 경우 많은 사업부 간의 조율이 필요한가?


주체가 꽤 명확한 의사결정도 있다. 예산 배정이 그 좋은 예다. 예산 배정을 위해서는 경영진이 먼저 기업 전체에 적용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설계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 따라서 예산 배정은 경영본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반대로 정보기술(IT) 투자는 대개 각 사업부서로 결정권이 이관된다. 물론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상품, 고객, 채널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경우 영역이 중첩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주체를 결정하는 일이 상당히 복잡해진다. 일례로, 가격 결정은 고객 그룹과 채널 간의 조율이 필요하다. 상품 관련 결정은 내·외부 관점 모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한 기업은 주요 의사결정의 내용과 주체가 조직별로 달라질 수 있다.


2001
년 앤 멀케이 CEO의 지휘로 시작된 제록스의 흑자 전환 노력은 야후 사례와 상반되는 교훈을 준다. 야후의 시멜 CEO와 달리 멀케이를 비롯한 제록스 경영진은 의사결정에 기반한 조직 재편에 착수했다. 경영진은 파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주요 결정을 철저히 점검한 후 해당 의사결정 권한을 어디에 위임해야 할지를 결정했다. 기업 구조를 구축하는 데 기본 원칙은 명확성(clarity)과 단순성(simplicity)이었다. 이를 위해 제록스는 산업별로 글로벌 팀을 구축해서 영업 및 가격 결정을 내렸던 과거 구조를 해체했다. 이어 국가별 조직으로 나눠 해당 국가와 관련된 결정은 현지 영업팀이 내리도록 했다. 이렇게 조직 구조를 바꾼 제록스는 중첩된 중간 관리조직을 없애고 현지 지사의 책임 권한을 확대했다. 이 결과 2년 만에 10억 달러의 기업 비용을 절감했다. 기업 구조를 단순화한 덕분에 사무기기 제품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기술로 전환하기 위한 의사결정권이 상품 조직의 경영진으로 집중됐다. 디지털 기술로의 전환은 당시 제록스 성공의 핵심 요소였다. 이는 핵심 사무기기 사업 분야에서 신제품 개발과 출시 속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처럼 결정 권한을 분명하게 위임한 덕에 제록스는 기업 회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의사결정 감사를 끝내고 나면 신속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해 조직 재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주요 의사결정이 무엇인지, 누가 결정 권한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올바른 원칙이 조직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면 성과 부진의 원인이 조직 구조에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다른 조직적 요인에서 문제가 초래됐을 수 있다. 영업직이 보상 체제에 불만을 가져서일 수도 있고, 경영진이 의견 일치를 너무 중시하다 신속한 행동에 나서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그 구체적 원인이 무엇이든 조직 구조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전면적 조직 재편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조직원을 경쟁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는 그런 전면적 조직개편 없이도 말이다. (자료 ‘조직 재편성, 정말 필요한가?’ 참조)

지금부터는 의사결정 감사 결과 조직 구조 재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때 어떻게 조직 재편을 추진할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의사결정 중심의 기업 구조 구축

중요 의사결정의 수립 및 이행을 위한 역할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려면 먼저 복잡한 조직을 관리 가능한 단위로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요 결정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치가 창출되는 경로를 살피고 이를 중심으로 전반적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 센트리카(Centrica)의 자회사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의 사례를 살펴보자. 브리시티 가스는 2006년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새 경영진은 가치 창출원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경영진은 서비스·영업지역·고객그룹별로 수익성의 차이를 검토했다. 이 결과 다른 어떤 변수보다 고객 그룹별 수익성의 편차가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고객그룹 중에는 가스나 전기 소비량이 가장 많고, 직불카드를 통해 정기적으로 대금을 납부하는 고객그룹이 있다. 이 최상위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이사를 할 때에도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한 전략과 추가 서비스 제안을 위한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했다. 두 번째 고객그룹은 에너지 사용량이 첫 번째 그룹보다는 작지만 선불카드로 대금을 정기 납부하는 고객군이다. 이 고객그룹에서는 비용 조절과 관련된 내용, 특히 추가 사용량에 대한 납부 처리나 계량기 판독이 중요했다. 마지막으로는 대금 납부가 일정치 않아 수익성이 제일 낮은 고객그룹이 있다. 이 경우에는 요금 채권 관리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중요했다.

고객군 사이의 수익성 격차를 인식한 필 벤틀리 상무(managing director)는 고객군별로 기업 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이 최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에너지 사용량별 고객군 특성에 따라 ‘프리미엄(Premier Energy), ‘실속파(Energy First), ‘종량제(Pay-As-You-Go)’로 사업부서를 나누었다. 벤틀리는 구조 재편을 통해 서비스 수준, 포지셔닝, 묶음 상품 판매 등과 같이 고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 책임 권한을 해당 사업부서로 이관했다. 본사는 IT나 재무 등 고객과 대면할 필요가 없는 후방 업무에 집중했다. 브리티시 가스는 의사결정 내용에 맞춘 구조 재편으로 기업 성과를 크게 개선했다. 고객 이탈률은 20%에서 10% 미만으로 감소했다. 부실채권 또한 줄었고, 사업은 수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의사결정 중심의 조직 재편(decision-driven reorganization)이 의사결정 감사와 기업의 거시구조를 가치의 원천과 정렬하는 일에 관련된 것쯤이라면 조직 재편 작업은 손쉽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경영 환경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큰 변화를 일으키려면 조직 곳곳에서 작은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대부분의 조직 재편에서는 보고 라인을 확립하고 이에 따른 위계질서를 구축하는 한편 업무 영역을 정의하는 노력을 집중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의사결정을 분석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를 낳게 된다. 영역 설정에 집중한 조직 재편은 현실적 타협으로 이어진다. 강력한 위치에 있는 관리자들이 다른 부서에 이관해야 하는 의사결정 권한을 움켜쥔다. 세력이 약한 쪽은 응당 자신이 가져야 할 결정권마저 양보한다. 각 부서의 책임 범위는 이들에게 주어진 결정 권한에 따라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협소해진다.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면 업무 감독에 소홀해지기 쉽고,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일이 어려워진다. 반면에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면 조직의 위계질서가 복잡해져 감독자는 많은데 막상 일을 실행할 사람은 없는 비효율적 조직이 되고, 지나친 간섭이 일상화된다. 이렇게 의사결정에 초점을 두지 않으면 조직 재편 시 권력 다툼이 발생해서 조직의 기본 구조 자체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조직 세부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면 어떤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에너지 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다. 1994 BP에는 소수의 지역·고객 부서와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본사 밖에 없었다. 그러나 회사가 적극적 인수 합병을 통해 신규 시장에 진출하면서 부서를 신설하기 시작했다. 권한 범위가 좁아졌고, 관리직 수가 증가했다. 보고 라인은 더욱 길어졌다. 그 결과 각 지역과 부서, 직급이 의사결정 수립 및 이행을 위해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는 ‘의사결정 허브’가 1994 500개에서 2007 1만 개로 증가했다. 의사결정 허브에서는 신제품 개발이나 사업 계약과 관련해 서로 다른 기준과 방침을 도입했다. 심지어는 비용 절감 방안마저 달랐다.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 의사결정과 이행 속도가 느려졌고, 비용은 계속 상승했다.


의사 결정에 중점을 둔 조직 개편에서는 훌륭한 의사결정을 하고 효과적으로 이를 실행하기 위해 직급과 상관없이 필요한 권한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결정해야 한다. BP는 결정권을 가져야 하는 적임자들이 지역 본부장이나 상사 등 너무 많은 사람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행이 지연됐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새로 취임한 토니 헤이워드 BP CEO는 문제를 파악해 전사적 조직 단순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리고 적임자에게 결정 권한을 위임했다. 이 덕분에 겹겹이 가로막고 있던 중간 관리자층이 사라지고, 일부 업무 영역이 중앙 집중화됐다. 간접 비용이 33%가량 절감됐다. 의사결정 허브도 목표치인 5000개로 줄어들었다. BP의 의사결정 효과성 및 성과도 개선됐다. 2009년 말이 되자 BP 30억 달러의 운영 비용을 절감했고 전문가 예상보다 50% 이상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기업 구조를 개편하면 자연스럽게 의사결정 역학, 보상 제도, 정보 전달 구조, 성과평가 지표,프로세스도 바뀐다. UD트럭(옛 닛산 디젤)은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기업 구조를 재편할 필요성이 생겼다. 국가별 지사를 지역 지사로 통합했다. 국가 총괄팀과 트럭 및 서비스 부서 간 결정 권한도 명확하게 정의했다. 부서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성과평가 지표나 보상 제도도 재설계했다. 영업 인력은 주요 고객에 집중 배치했다. 이는 회사의 사활을 건 조직 개편이었다. 조직 개편이 없었다면 새로운 전략은 이행조차 못했을 것이다. 물론 전략 이행을 위해 경영 목표와 절차, 정보, 성과 평가, 보상 제도 등도 새로운 구조와 들어맞아야 했다.


마지막으로 관리자들은 신속히 결정을 내리고 이를 일관되게 실행할 역량을 계발해야 한다. 현명한 기업은 조직의 의사결정 필요에 따라 개인의 역량을 계발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더 훌륭한 의사결정 역량을 습득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04년 애봇 연구소에서 분사한 39억 달러 규모의 제약업체 호스피라(Hospira). 2008년 호스피라는 대규모의 변화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프로그램 목표 중에는 전사적 의사결정 역량 구축도 포함돼 있었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위 80명의 경영진은 조직의 주요 의사결정을 파악하는 법과 효과적·효율적 의사결정 수립 및 이행 방법을 가르쳐 주는 워크숍에 참여했다. 경영진은 누가, 어떻게, 언제, 어디서, 무엇에 관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판단하는 법에 대해서도 배웠다. 지속적 변화 유지를 위해 필요한 구체적 행동 방안을 학습하고 적용하는 법에 대한 연수도 받았다.

호스피라 고위 경영진은 격월로 개최되는 경영진 회의에서 의사결정의 효과성을 추적하고, 이를 강화하고 유지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설문 자료를 수집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08년 이후 호스피라의 재무 성과와 주가는 크게 개선됐다. 크리스 베글리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의사결정력이 개선된 덕분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조직 구조에 대한 적응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거나 기존 전략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행시키기 위해서는 거시·미시적으로 기업 구조를 변경해야 할 때가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기업 구조 변화는 유연한 대처나 효과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사람들이 이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위기가 고조되자 시스코(Cisco)는 조직 재편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부상하는 데 큰 기여를 했던 고객 그룹별 사업 라인에서 벗어나 기능별 글로벌 조직을 두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요 부서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성하면 운영비를 대폭 감축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 재편에 대해선 반대보다 찬성이 더 많았다. 하지만 경영진은 중앙 집중화된 부서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할 경우 고객에 집중하기 힘들고 고객과의 유대관계 또한 약해질 위험이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 경영진은 과거 몇 년간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였던 운영위원회 직속으로 다양한 경영협의회와 회의체 등을 구성했다. 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모인 기능 통합적인 협의회와 회의체는 주요 전략에 대한 대안을 평가하고 고위 경영진에 정책을 제안했다. 그 결과 의사결정의 질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신속히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각종 협의체를 통해 각 부서 책임자들은 협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예산 및 자원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지금도 이 팀들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5개의 ‘세그먼트 협의회(Segment councils)’는 엔터프라이즈, 커머셜, 서비스 프로바이더, 소기업, 고객 세그먼트 부서의 의사결정 및 실행을 지원한다. 협의체는 특정 시장 기회를 중심으로 조직되며 맞춤형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을 감독한다. 엔터프라이즈 세그먼트 내의 협업과 가상 네트워크 구축이 이런 시장 기회의 예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4개의 세그먼트 통합 협의체는 비밀스러우면서도 기업 경영에는 핵심적인 이슈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최신 솔루션, 커넥티드 아키텍처(connected architecture), 신흥시장, 사업 운영 연계 등의 문제다. 시스코는 이 같이 서로 긴밀히 연결된 협의회와 회의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복잡한 통신산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며 자사의 기능별 글로벌 조직이 가진 강점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대등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조직을 여러 개 두는 일은 앞서 말한 단순성 및 책임 범위의 명확한 정의 원칙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이 프로세스를 보다 명확하게 간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스코의 협의회나 회의체와 같은 조직 덧씌우기(organization overlays)가 귀중한 전문지식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전문지식은 공식적 구조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사람의 수를 소수로 한정했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중간층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많은 CEO들이 조직 재편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기업 구조는 과도하게 복잡해질 수 있다. 경영 환경이 지금과 많이 달랐던 과거에 만들어진 후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지속된 조직 구조도 있다. 한번의 서명으로 단순화, 정렬, 현대화, 조직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 등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로지 구조에만 집중한다면 수단과 목적이 혼동될 수 있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가정하고 일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포드, 제록스, 시스코처럼 구조 재편에 성공하고 싶다면 먼저 조직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경쟁기업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이러한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하는 조직을 구축하라. 그렇게만 한다면 경영자들이 그렇게 원하면서도 좀처럼 성취하지 못했던 ‘성과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마르시아 W 블렌코
(Marcia W. Blenko, marcia.blenko@bain.com)는 베인 앤드 컴퍼니 글로벌 조직 부서의 책임자로 보스턴 사무소 파트너다. 마이클 C 맨킨스(Michael C. Mankins, michael.mankins@bain.com)는 베인 앤드 컴퍼니 미주 조직 부서 책임자로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파트너다. 폴 로저스(Paul Rogers, paul.rogers@bain.com)는 베인 앤드 컴퍼니 런던 사무소 파트너로, 이전에는 베인 글로벌 조직 부서를 총괄했다. 이들은 출간 예정인 <결정하고 실행하라: 조직의 성과를 혁신하기 위한 5단계(Decide and Deliver: Five Steps to Breakthrough Performance in Your Organization)>를 공저했다. 책의 내용 일부는 본 기사에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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