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월

‘윤리적’ 은행이 총기 제조 사업을 지원할 수 있을까?
후안 알만도스(Juan Almandoz),크리스토퍼 마르퀴스(Christopher Marq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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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라로에
(Ken LaRoe) 퍼스트그린은행(First Green Bank) 회장 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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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플로글
(John Replogle) 세븐스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 회장 겸 CEO

 

Illustration: Brett Affrunti

 

HBR 가상 케이스 스터디는 기업 리더들이 처할 가능성이 높은 문제에 대해 전문가의 해결책을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이 글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케이스 스터디퍼스트그린 은행: 척박한 환경에 붐을 일으키다(First Green Bank: Bringing Boom to Desert Landscape), 크리스토퍼 마르퀴스(Christopher Marquis), 후안 알만도스(Juan Almandoz) 공저를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새로운 윤리적 은행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제이 맥구안(Jay McGuane)은 고민에 빠졌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비즈니스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가치를 토대로 자신과 이사진이 대출 요청 중 어떤 것을 승인하고 거절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서둘러야 하는 일이었다.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열망이 워낙 강하다 보니 제이는 이 문제에 관한 결정을 뒤로 미루고 있었다. 결국 현재 은행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두 가지 요청에 직면했다. 하나는 셰일가스 프래킹1]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 다른 하나는 총기 제조 회사에서 온 요청이었다.

 

제이는 윤리적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걱정이 앞섰다. 분열된 이사진이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언론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사태를 주시하며, 투자자가 달아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이가 업계에 뛰어들기로 결정했을 때 윤리적 금융산업은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이 사업이 마치 벌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환경적인 비전

제이가 처음부터 윤리적 금융사업에 뜻이 있던 건 아니었다. 굳이 할 필요도 없었다. 올해로 쉰 살이 된 제이는 오랫동안 기업가로 활동해왔다. 메릴랜드 주에 은행을 설립한 뒤 총자산 4억 달러에 지점 6개를 거느린 규모로 성장시켰고 높은 가격에 매각했다. 제이는 다음 프로젝트를 찾던 중 우연히 영화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을 보게 됐다.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자신의 우려와 고향인 콜로라도 주에 대한 사랑, 금융산업과 관련한 지식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결과 환경에 대한 책임을 널리 알리는 사명을 띤 기업 로키마운틴그린은행(Rocky Mountain Green Bank)이 탄생했다.

 

제이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창업을 하고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사회는 성공한 기업가 4명과 변호사 한명, 콜로라도 스프링스 전 시장, 제이가 메릴랜드에 설립했던 은행 출신 이사, 의사 한 명, 목사 한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의사는 제이의 학교 친구이자 가끔 사냥을 같이 나갈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였고, 목사는 그가 가끔씩 예배에 참석하는 초대형 교회의 목사이자 열렬한 환경운동가다.

 

이사진은 은행의 사명(mission)을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이해시키기 위해 유명한 건축가를 고용했다. 그들은 본사 건물을 아직 시제품 단계인 태양광발전 유리창과 풍력발전용 터빈, 비나 눈 녹은 물이 지하 수조로 흐르게 하는 나비형 지붕(butterfly roof)을 설치한 친환경적인 전시 공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성공하고 돌아온 지역 출신 금융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이, 본사 건물은 신문 기사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다뤄졌다. 그 덕분에 로키마운틴그린은행은 콜로라도 주의 예금 고객과 소액 대출 고객의 주목을 받았다. 거대한 연방 은행이나 글로벌 은행에 점점 더 환멸을 느끼던 사람들이었다. 예금액은 건전한 속도로 증가했으나 은행이 재정적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몇몇 대기업과 대규모 대출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하지만 여태껏 체결된 대형 대출 건은 없었다.

 

게다가 가치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은 제이의 생각보다 실행하기가 더 어려웠다. 이사진 사이에 존재하는 틈이 점차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충돌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첫 번째 징조가 나타났다. 직원용 체력 단련 시설을 짓는 문제로 회의를 열었을 때였다. 제이는 이를 사소한 문제로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1]지하에 물과 화학물질을 주입해 셰일층 암석을 분쇄하는 방식으로 가스를 추출하는 수압파쇄, '프래킹' 기법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지하수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니타 웰만(Neitha Wellman)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꺼냈다. “잠시만요. 체육관에 퍼스널 트레이너도 둘 예정이세요?”

 

제이가 대답했다. “그럴 생각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오후예요.”

 

니타가 눈동자를 굴렸다. “언제부터 체력 단련 시설이나 퍼스널 트레이너가 친환경과 관련이 있었지요?”

 

열렬한 플라이 낚시꾼이자 암벽타기 대회 전 우승자인 니타는 스스로를 실용적인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모 국가(Nanny State)2]라는 생각을 몹시 혐오했다. 니타는 리버테리언(Libertarian)3] 후보자를 지원하는 선거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 대규모 선거 유세에서 하원의원 후보가 저격 대상이 된 일이 있었다. 쇼핑센터에서 유권자들이 의원 후보와 악수하길 기다리며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그 자리엔 니타도 있었다. 부상당한 아이에게 심폐 소생술을 실시하는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아이는 사망했고 니타는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어쨌든 체육관 안건과 관련해 또 다른 이사 두 명이 니타의 의견에 찬성을 표시했고 제이는 체력 단련 시설 계획 규모를 축소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은행에 필요한 대출의 한 종류일 뿐이었다. 필드포스는 견실하면서 지역 주민에게 점점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이자 훌륭한 기업 시민이었다.

 

비슷한 두 가지 논란

니타는 문제를 일으킨 첫 번째 대출 요청을 유도한 인물이었다. 니타는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기술을 사용하는 펌프 시스템을 개발한 한 엔지니어링 회사의 사장과 대화를 나눴다. 콜로라도 주에 있는 그 회사는 해당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고분자 화합물과 유화액, 계면활성제를 생산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확장하려 하고 있었다. 사장은 생산하려는 제품의 독성이 현재 회사가 사용하는 제품에 비해 상당히 약하다고 주장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수압파쇄(fracking) 기술에 대해 찬반양론이 공존했지만 니타는 사장에게 로키마운틴그린은행에 접촉해 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대출 가능성에 대해 묻는 자리에서 이사진이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한쪽은수압파쇄 기술이 고용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쪽은 이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창출할 수 있는 그 어떤 이익보다 더 크다고 맞섰다. 콜로라도 동쪽 덴버 분지 아래에는 3억 년 된 퇴적암층이 있다. 이 층에 미국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매장지가 존재했다. 지역 내 여러 엔지니어링 기업은 시추를 위해 탐광하는 작업(driiling), 수압파쇄를 위해 물과 화학물질을 주입하는 일, 그리고 폐기물 처리의 전체적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압파쇄 공법을 통한 셰일 가스 채굴은 분명 성장 산업이었다. 그러나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진동을 일으켜 지반을 약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제이가 과열된 회의실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애쓰며 말했다. “여러분,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대출 요청 때문에 흥분하지 맙시다. 하지만 여기와 비슷한 회사가 우리에게 접촉할 때를 대비해 준비는 해야겠지요. 은행의 사명(mission)을 반영하는 대출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이는 다른 윤리적 기업이 가치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조사하고 모든 이사에게 개별적으로 의견을 물어 제안서를 작성한 뒤 다시 이사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다음날 제이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사회 구성원, 의사 친구(위장)인 프레드 킬러(Fred Keeler)를 찾아갔다. 프레드는 제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전 예방 원칙을 믿는 사람이네. 사전 예방 원칙이란 행동에 나설 때 부분적인 증거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지. 확실한 증명이 아니라.” 프레드는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한 법이 딱 맞는 사례라며 금연과 관련된 법안 다수가 간접 흡연의 위험성이 증명되기 전에 효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2]복지국가를 낮춰 부르는 말

[3]자유지상주의를 내세우는 미국의 제3 정당 소속

 

‘그러니까 나쁘게 보이면 실제로도 나쁘다는 말이군.’ 제이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다른 관점을 기대하며 다음으로 클라이드 달버그(Clyde Dahlberg) 목사를 찾았다. 놀랍게도 클라이드 목사는 철저한 증거 중심 접근법을 지지하는 인물이었다. 목사가 사무적인 투로 말했다. “종이를 반으로 나눠서 한쪽에는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다른 한쪽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나열하십시오. 영향을 수치로 나타내는 방법을 찾은 다음 계산하시면 됩니다.” 간단했다.

 

클라이드 목사와 이야기를 끝낼 무렵 은행 대출 부문 책임자가 제이에게 보낸 메일이 도착했다. “, 300만 달러라니.” 제이는 놀란 나머지 무심결에 숫자를 내뱉었다.

 

 무슨 말입니까?” 클라이드 목사가 물었다. 제이는 아무 말도 하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e메일은 필드포스(Field Force)에서 보낸 공식적인 제안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필드포스는 사업을 확장하고자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대출 계약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제이에게 의견을 타진한 대규모 지역 기반 기업이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은행에 필요한 대출의 한 종류일 뿐이었다. 필드포스는 견실하면서 지역 주민에게 점점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이자 훌륭한 기업 시민이었다.

 

“총기 제조 회사 필드포스 말입니까?” 클라이드 목사가 경악하며 되물었다.

 

“방위산업체지요.” 제이가 대답했다.

 

“총기 제조 회사입니다.” 목사는 자신이 한 말을 반복했다. “콜로라도 주에서요? 콜럼바인고등학교와 오로라에 있는 영화관, 아라파호고등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난 뒤에? 이사회에서 결정이 나기 전까지 아무 일도 하시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회장님이라면 다음 주에 열리는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하겠습니다.”

 

주제를 바꾸다

제이는 총기 제조 회사에 대해 몇몇 이사가 보인 부정적인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다. 제이 생각에는 총기 산업과 환경 보호 문제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이사회 결정이 필요하다는 클라이드 목사의 말은 맞았기 때문에 필드포스의 대출 요청에 대해 이사들에게 통보하고 회의에 대비해 전략을 세웠다.

 

며칠 뒤 이사들을 향해 제이가 입을 열었다. “모두 아시다시피 저는 환경과 관련된 사명을 실천하고자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감독 기관에서는 먼저 수익을 창출하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환경 친화적인 은행이 되는 일은 그 다음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우리는 당국의 인가를 받기 위해 회사의 사명(mission)이 엄청난 비용 지출이나 심각한 은행 업무 제한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친환경 은행추구로 인해 본말전도가 일어나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 것임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했습니다. 감독 기관에환경에 관한 우리 은행의 사명에 부합하는 기업에만 돈을 빌려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말한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한 달 안에 파산할 테니까요.”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도 이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다른 은행을 맡았다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환경 친화적인 은행을 운영하는 대가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메릴랜드은행 시절 제이와 함께 일했던 마크 레먼(Mark Lerman)이 제이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몇 가지 사실과 수치를 제시했다. 자료는 조경 회사와 농부, 종묘 회사, 유기농 식품 회사, 태양열 에너지 기업은 물론 환경 인증을 받은 건축 회사와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하는친환경적인대출 상품은 은행 전체 대출에서 고작 7%만을 차지하며, 친환경적인 기업 및 은행의 사명(mission)에 이끌려 찾은 손님이 예금한 돈은 1.8%뿐임을 보여줬다.

 

제이가 말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발휘하는 가장 큰 영향력은 우리가 만든 대출 상품이 아니라 은행의 설립 및 존재목적을 다룬 언론의 보도 내용에서 나오나 봅니다. 친환경적인 은행으로 성공하면, 특히성공에 강조를 두면 환경 운동 조직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 들어가도록 길을 닦아줄 수 있겠지요.”

 

“지난주에 말씀드렸듯이 의사결정에 관한 커다란 틀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야 일부 이사진이 윤리적으로 회색 지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대출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시스템을 다시 손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 부분에 대해 여기 계신 프레드 씨와 클라이드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일을 약간 진행했습니다.”

 

클라이드 목사가 말을 가로챘다. “회장님,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희 앞에 그런 대출 요청서가 있군요. 필드포스에서 온 요청 말입니다.”

 

아무래도 클라이드 목사가 다른 이사 몇몇을 자기 편으로 포섭한 모양이었다. 이들은 함께 총기 제조 회사가 신청한 대출 요청을 확실히 거부하겠다는 성명서를 작성해 왔다.

 

클라이드 목사가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하나, 경제적으로 고려할 때….” 성명서는 총기 제조 회사를 담배 회사와 비교하면서 대중이 폭력에 대해 점점 더 우려를 표시할수록 회사의 주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미국 투자 회사 서버러스캐피털매니지먼트(Cerberus Capital Management) 2012년 발생한 코네티컷 주 뉴타운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사용된 무기를 제조한 회사에 투자한 사실을 은폐하려다 실패한 사례를 언급했다. 서버러스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투자자가 개인 소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게 허용했다.

 

제이는 짜증이 났다. “어느 누구도 우리 군대가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서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펜타곤이 무기를 발주하는 한 필드포스 주가는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클라이드 목사가 성명서를 내려놓고 제이를 바라봤다. “로키마운트그린은행은 윤리적인 원칙을 기반으로 설립됐습니다. 윤리적인 원칙이 없다면 무엇이그린(green)’입니까? 설립 원칙은 은행이윤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은행 국제 연합(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 회원으로 가입한 이유와도 같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할 때에도 그 이름에선택된(Selected)’이라는 단어는 없었습니다.4] 우리가 총기 제조 회사에 자금을 빌려 준다면 다른 회원은행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클라이드 목사가 계속 말했다. “회장님께서 우리의 가장 큰 영향력이 언론의 보도 내용에서 나온다고 말씀하셨지요. 우리가 필드포스에 대출해 주면 언론이 뭐라고 말할까요? 그 소식은 틀림없이 친환경 건축물 인증(LEED)을 받은 우리 고급 사무실 빌딩 소식을 잠재울 것입니다. 총기 제조 회사에 대출해 줬다는 소식은 전 세계에 우리가 실제로 아무 원칙 없이 일하며 그린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모든 일이 단지 마케팅용 장치라고 떠들겠지요. 그렇게 되면 저는 이사회를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 친화적인 드라이클리닝 사업 체인 설립자이자 이사회 일원인 루카스 호닉(Lukas Hoenig)이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호닉이 클라이드 목사를 향해 말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여기가 친환경적인 은행은 맞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진보(liberal)의 전체 의제를 다루는 은행이 됐지요? 군에 무기를 납품하는 일은 합법적일 뿐만 아니라 칭찬받을 만한 행위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사업을 해야 해요.”

 

제이가 덧붙였다.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사용되는 무기를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행위에 비윤리적인 면은 없습니다. 우선 제 자신이 총기 소유자고 프레드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4] 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 ‘Values’ 앞에 ‘Selected’라는 단어는 없었다는 의미. 즉 가치를 추구함에 있어 일부만 선택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

 

제이가 지지 의견을 구하는 눈빛으로 니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니타는 잠시 제이를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시카 벨포드(Jessica Belford) FF286에서 발사된 총탄을 맞고 숨졌지요.”

 

제이는 잠시 니타가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했다. 제시카 벨포드는 쇼핑센터에서 필드포스가 제작한 총에 맞아 사망한 소녀였다.

 

니타가 말했다. “물론 필드포스는 군에 무기를 납품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총기 취급점에서 FF286을 살 수 있지요. 그러한 까닭에 FF286은 필드포스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제품이 됐습니다. 우리 은행의 사명은 지속가능성입니다. 군용 등급 총기류가 어린아이를 죽이기 위해 사용되는 곳에서 어떻게 우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양심상 어떻게 우리가 그런 회사와 사업을 할 수 있을까요?”

 

클라이드 목사가 입을 열었다. “아주 쉬운 문제입니다. 회장님께서 의사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시겠다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장단점의 무게를 따지는 방법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수압파쇄 기술 회사의 대출 요청을 검토할 때 이 방법을 씁시다. 하지만 총기 제조 회사라면 우리가 따라야 할 가이드라인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클라이드 목사가 프레드 킬러를 바라보았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비슷하지요? 해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이런 말은 어떻습니까? 악을 행하지 않겠습니다.”

 

해롭다는 징후가 있다면 대출 요청을 거부하겠다고 말한 사람은 프레드였다. 그러나 프레드는 지금 혼란스러운 듯했다. 프레드는 화승총에서 우지 기관단총까지 자신이 수집한 총기를 무척 아끼는 사람이었다. 제이도 이를 알고 있었다. 프레드는 허공을 향해, 그리고 모두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무엇이입니까? 무엇이입니까?”

 

로키마운틴그린은행은 총기 제조 회사에 자금을 빌려 주지 말아야 하는가?

다음 페이지에 전문가 답변이 소개돼 있다.

 

전문가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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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라로에는 퍼스트그린은행의 회장 겸 CEO.

 

사실 총기 사용 확대는 환경 관련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윤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은행 국제 연합에 가입해윤리적은행임을 사람들 앞에 공표했기 때문에 로키마운틴그린은행은 단순히친환경적인대의 명분을 알리기보다는 더 많은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필드포스에 자금을 빌려 주는 경우 은행의 주장이 그저 마케팅용 장치임을 사람들이 알아차릴 것이다. 로키마운틴그린은행은 대출을 승인하는 대신 더욱 확대된 가치에 대한 약속을 확인해야 한다.

 

약속에 대한 확인은 퍼스트그린은행에서 우리가 한 일이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환경(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을 강조했지만 은행의 강령은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했다. 훨씬 더 넓은 개념이었다. 그 결과 대출 관련 결정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총기 제조 회사에 관한 문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대출 승인 여부를 놓고 씨름했다(이 가상 케이스는 우리 경험을 개략적으로 재구성했다). 우리에게서 대출을 받으려 한 곳은 필드포스와 마찬가지로 탄탄한 재정적 기반을 갖추고 원활하게 운영되는 기업이었다(지금도 마찬가지다). 대출위원회 선임 위원 절반가량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은행이 대출 요청을 승인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 자신을 포함해 나머지 절반은 해당 기업이 반자동식 소총 및 탄약을 생산한다는 사실이 윤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몇몇 섹터를 제외한다고 해도 괜찮다. 윤리적 은행이 되는 일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 상황 변화가 우리를 구원했다. 또 다른 은행이 훨씬 더 낮은 이자로 대출해 주겠다고 제안해 계약을 가져갔다.

 

규모가 작았을 때에는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리더라도 괜찮았다. 그러나 은행이 성장하면서 제이 맥구안이 그랬듯 우리도 모든 사람이 참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가치를 생각하게 됐다. 예를 들어 우리는 셰일가스 채취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나 총기 제조 회사에는 자금을 빌려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결론지었다.

 

몇몇 사례에서는 이 결정이 은행의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다른 사례에서는 경제적으로 분명한 결과를 가져왔다. 퍼스트그린은행이 있는 플로리다 주에는 광업 회사가 많이 있으며 사람들이 수압파쇄로 천연가스를 추출하기 위해 새로운 파이프 설치를 고려하는 중이다. 그러나 몇몇 섹터를 제외한다고 해도 괜찮다. 윤리적 은행이 되는 일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환경과 사람, 공동체에 올바른 일을 하겠다는 은행의 기본적인 사명과 주주의 이익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다.

 

또한 가이드라인에 유연성을 부여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예를 들어 오로지 트랩 사격용으로 사용되는 최고급 산탄총을 생산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자금 대출을 생각할 수도 있다.

 

부동산은 심각한 논쟁을 유발하는 또 다른 분야다. 플로리다 중부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까닭에 우리는 플로리다 주의 연약한 생태계를 손상시키고 도시가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데 일조하는 마구잡이식 개발을 위해 대출 요청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가 단호하게 거절한다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잃을 것이며 다른 은행이 해당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다.

 

그 대신 우리는 환경에 대한 더 많은 책임 아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하는 개발업체에 대출을 승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개발업체가 올바른 건축가를 찾도록 도와주고, 이들에게 태양에너지나 다른 지속가능한 기술 및 실천 행위를 가르쳐 주고, 미래에 대한 이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로키마운틴그린은행은 지속가능성 및 다른 윤리적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지원을 수용하는 회사에 대출을 승인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생각이 전혀 바뀌지 않는 회사에서 대출 요청이 왔다면 거절 외에는 선택할 길이 없다.

 

전문가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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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플로글은 맥도널드의 소셜미디어 부문 이사(director).

 

필드포스가 제출한 대출 요청에 대한 대답은 명백하다. 제이 맥구안은 윤리적인 원칙에 의거해 로키마운틴그린은행을 설립했고 윤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은행 국제 연합 회원으로 가입했다. 사회 내 긍정적이고 진보적인 힘을 발휘하는 은행을 설립하겠다는 제이의 의도는 아주 분명하다.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제이는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반자동식 소총을 제조하는 회사에 자금을 빌려 줄지 말지 고민조차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제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원칙과 현실이 분리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제이에게 리더로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다. 하루라도 빨리 은행을 설립해 운영하겠다는 마음에 제이는 결정적인 단계를 지나쳤다. 즉 회사의 목적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다. 제이는 자신의 비전과 원칙을 분명히 설명하지 않았다. 기업이라면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를 확실히 알아야 하는데 제이는 그렇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윤리적 원칙을 따르는지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면 은행과 고객의 연결고리는 약해질 것이다.

 

리더십 공백은 제이가 이사진을 상대할 때 명백하게 드러났다. 제이는 질문을 던져 이사들의 반응을 살피고 서로 대립하는 집단을 이으려고 했다. 이는 리더가 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제이는 감독 기관의 요구에 굴복했다. 로키마운틴그린은행이 먼저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이 돼야 하며 환경 친화적인 조직이 되는 일은 두 번째라는 법적 요구사항은 제이가 항상 사람보다 수익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수익을 앞세운 상태에서 시작한다면 제이는 어떤 결정이든 합리화할 것이다. 그 순간 조직의 핵심적인 목표로 삼은 원칙이 무너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제이는 로키마운틴그린은행을 ‘B 기업(B corporation)’으로 설립하는 편이 나았다. B 기업이란 수익은 물론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과 실천, 투명성에 초점을 맞춘 조직을 말한다. 콜로라도 주를 포함해 몇몇 주에서 기업이 ‘B 기업자격을 갖출 수 있게 법안을 통과시켰다.

 

원칙과 현실이 분리된 두 번째 이유는 제이가 이사진을 잘못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사진은 윤리적인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이는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에서 거대한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사진은 단기적 요구 그 이상을 생각하며 전략적인 이슈에 대해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기업의 북극성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차후 제이는 은행의 목적과 원칙에 대해 명확히 정의한 다음 이사진을 재구성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목적과 원칙을 더욱 분명히 할수록 좋다. 원칙이 분명한 기업에서는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적다. 1982년 발생한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 당시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이 신조에 따라 행동한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보자. 존슨앤존슨은 확고한 태도로 소비자의 요구와 안녕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엄청난 비용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제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존슨앤존슨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와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기업을 보호했다.

 

제이는 이사회를 재구성할 때 목적과 원칙을 사용할 수 있다. 이사회 중 절반은 퇴출돼야 한다. 대체할 구성원을 찾는 동안 제이는 선정 기준을 확실하게 마련하고 자신의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채용전문 회사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때 주변에 있는 친구나 지인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전문적인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하는 지름길이다.

 

명확한 원칙이 없다면 결국 로키마운틴그린은행에 피해가 돌아온다. 우리는 투명한 세상에 살고 있다. 소비자는 기업이 추구하는 원칙과 가치를 살피고 어느 기업에 지갑을 열 것인지 선택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떤 윤리적 원칙을 따르는지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면 은행과 고객을 연결하는 고리의 힘이 약해질 것이다. 제이의 이상주의는 물거품이 되고 로키마운틴그린은행은 좋은 의도가 나쁘게 변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라면?

한국 전문가 의견

이것은 위험을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일단 프래킹 회사는 환경오염의 위험이 명백히 있다. 반면 총기 회사는그린뱅크라는 친환경적 이슈로만 판단하면 큰 연관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만일 이 은행이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재정적 상황에 처해 있다면 총기 회사 대출건 승인은 고려해볼 수 있다. 훗날그때 상황에서는 최선의 경영적 판단을 내렸다고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정이 급박하지 않다면 두 건의 대출을 모두 거부하는 게 맞다. 일반 대중은 결국 전쟁도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상용 고려대 대외협력처장(경영학과 교수)

 

여러 가지 조건에서 윤리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만을 대상으로 거래해 성공할 수 있어야 그 존재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비전을 유지하면서도 은행이 대출해 줄 수 있는 산업 분야는 많이 있다. 물론 특정 산업 분야를 제외하는 경우 은행의 운영이나 신용 위험 관리에 어느 정도 어려움이 늘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적절하게 운영하고 감독해 친환경이라는 사명을 버리지 않고서도 사업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김영기LG 부사장

 

시작부터 CSR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은행이라면 총기 회사와 프래킹 회사 두 대출 건 모두 거부해야 한다. 고객에게, 그리고 종업원들에게 일관된 철학과 핵심 가치(core value)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무적인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은행과 제휴를 맺는다든가 프라이빗에퀴티 펀드로부터 자금수혈을 받는 등의 다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조금 힘들다고 해서 핵심 가치를 버려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CSR의 가치를 내세우지 않는 기존의 큰 경쟁자들, 일반 은행들로부터 쉽게 위협당할 수 있다. 기업의 핵심가치가 흔들리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의 지위는 취약해진다.

이석주 ㈜애경 마케팅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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