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월

쏟아지는 경영 기법 어떻게 적용할까
줄리언 버킨쇼(Julian Birkinshaw)

새로운 경영 아이디어를 도입하기 전에 우선 조직에 적합한지 확인하라.

 

cover_32_May

Photography: Bruce peterson

 

새로운 경영 기법(management practices)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일부는 학자와 컨설턴트의 머릿속에서 완전한 형태로 태어나지만 대다수는 기업의 중역들이 조직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구성원들의 자율적 활동을 통해 조직이 재구성되게 하는운영체제’, 이른바홀라크라시 (holacracy)1]로 기존 수직적 위계질서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

 

자포스의 실험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전에 등장했던 수많은 경영 혁신과 마찬가지로 홀라크라시도 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며 기대감을 자아내는 매력이 있다. 분명히 다른 기업의 경영진 중에서도 혁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상존하고 종업원의 성향이 급변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해 다음과 같이 자문하는 사람들이 아주 없진 않을 것이다. 이것이 현재 최선의 경영 아이디어인가? 이것으로 우리 회사가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도입하고자 할 때 감수해야 할 위험은 무엇인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영 혁신이 불쑥불쑥 등장할 때마다 경영진은 비슷한 질문을 했다. 이따금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막강한 변화 추동력이 나와 기업이 유례없는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식스시그마와 린 생산이 그런 효능을 발휘해 관리자들이 품질을 개선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도입하면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아무리 효과가 확실시되는 이론이나 기법이라고 할지라도 만약 기업이 거기에 담긴 통찰을 제대로 활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영 아이디어는 그 가치를, 그리고 그로써 조직이 도달하게 될 결과를 확실히 알 수 없다. 홀라크라시의 핵심은 창의성의 증대인가, 권위의 해체인가? 여러분의 회사에서모든 사람이 리더가 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런 극적인 변화에도 조직의 문화와 구조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는가? 실험적인 발상은 특정한 상황에 있는 특정한 기업에는 잠재적 보상이 클지 모르나 나머지 기업은 그런 발상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조직이 파괴될 수도 있다.

 

다른 기업들이 일으킨 혁신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런 혁신이 여러분의 회사에 자리 잡은 사고방식 및 운영방식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차근차근 확인해 나가면 어떤 실험적 발상이 도입할 가치가 있는지 좀 더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 신중하고 사려 깊게 탐구하면 실제로 아이디어를 차용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사업에 보탬이 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이것이 정말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인가?

급진적인 경영 혁신은 순식간에 언론인, 학자, 컨설턴트들의 관심을 사로잡게 마련이다. 필자가 런던비즈니스스쿨 연구원 스테파노 터코니(Stefano Turconi)와 실시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그런 관심이 몰릴 때 어떤 중요한 이점이 있는지 드러났다. 연구자와 저술가는 기업이 자사의 아이디어를 명료하게 명문화하거나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아이디어가 가시적으로 드러남으로써 경영자는 회사 안팎에서 좀 더 수월하게 자신의 경영 기법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다른 기업들도 그 아이디어에 대해 알게 된다.

 

세간의 관심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환상을 품었다 실망할 위험이 커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디어가 일축될 위험도 증가한다. (‘불가피한 거품 사이클참조.) 일례로 지금까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소개돼 왔던 아이디어 중 일부는 현재 경영 규범으로 자리 잡았지만 또 일부는 문서 보관실로 밀려나 먼지만 쌓여가는 처지가 됐다. 관리자로서 우리의 목표는 언론인, 학자들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파도가 밀려온다고 무작정 올라타려고 하면 안 된다.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는 파도를 찾아야 한다. 여론을 따르기보다는 아이디어의 근간이 되는 개념을 파헤치는 편이 합당하다. 실제로 경영기법이 인기를 잃어도 핵심 아이디어는 계속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관리자가 환상에 빠지지 않고 경영 혁신의 변화무쌍한 지형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혁신 기업의 산물을 차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관찰 및 적용, 다른 하나는 핵심 아이디어 추출이다. 각각 장점과 애로사항이 있다.

 

[1]부분으로서 전체의 구성에 관여하는 동시에 각각이 온전한 하나의 전체로서 자율성을 가지는 단위를 뜻하는홀론(holon)’들로 구성된 시스템인홀라키(holarchy)’와 통치를 뜻하는크라시(-cracy)’의 합성어. 위계질서에 따른 상명하달식 명령체계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는 여러 단위, 즉 자기조직적(self-organizing)서클(circles)’들이 각자 고유의 권한을 행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면서도 전체 회사를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조직 형태

 

Idea in Brief

 

문제점

다른 기업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혁신적인 경영 아이디어들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딜레마에 빠진다. 그 아이디어들을 차용해야 할까? 만일 그렇다면 어떤 아이디어를 어떻게 도입해야 할까? 아무리 유망한 경영 관행이라고 할지라도 어울리지 않는 회사에 이식되면 실패할 위험이 있다.

 

해결책

가장 좋은 방법은 경영 혁신에서 핵심 원리, 곧 근본 논리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일련의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예컨대, 원회사와 우리 회사는 어떻게 다른가? 그 혁신의 목표가 우리 회사에도 쓸모가 있는가? 설사 그 아이디어가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런 분석을 통해 자사의 경영 모델을 더 잘 파악하고 경영 관행을 향상할 수 있다.

 

관찰 및 적용.새로운 경영 아이디어를 도입하고자 할 때 가장 당연시되고, 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제대로 통하기만 하면 훌륭한 효과를 내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제한돼 있다. 그중 하나는 관찰 대상인 경영 관행이 독립적인 단일 활동으로 쉽게 분리될 수 있거나 보조 활동(supporting behaviors)이 많지 않은 경우다. 호평을 받은 GE CEO 승계계획 프로세스가 좋은 예다. 2000년에 잭 웰치에서 제프리 이멜트로 CEO직이 매끄럽게 승계된 때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해당 프로세스에 따르는 보조 활동은 후보 선정의 투명성 확보, 탈락한 후보들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에 대한 대비책 마련 등 몇 가지 안 된다. 이런 활동은 비교적 모방하기 쉽다. GE를 참고한 승계체계가 월마트,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테스코 등 다른 기업에서도 잘 운용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관찰 및 적용은 조직의 경영모델이나 사고방식이 원 기업과 흡사할 경우에도 잘 통한다. 예컨대 두 소프트웨어회사가 똑같이 애자일 개발법(Agile development approach)을 쓰고 있다면 십중팔구 여러 기술과 어휘도 똑같이 사용하고 있을 테니 그중 한 회사가 새로운 경영모델을 도입하면 다른 한 회사도 관찰 및 적용을 통해 그 경영모델을 수월하게 모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기업의 사업방식이 비전통적이라면 역시 그처럼 비전통적인 성향을 보이는 기업의 경영 혁신을 차용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급진적인 아이디어일수록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흐름을 탈 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자포스가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두 군데에서 탄생한 홀라크라시라는 아이디어를 실행해서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자포스의 독자적 행보야 진작에 드러났다. 자포스는 사직하면 보상금을 주겠다는 제안으로 직원들의 충성심을 시험하는 등 비전통적 정책을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한 기법이 다른 기업에서 악수(惡手)로 드러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1990년대 말 GE의 성과 지향 문화를 생각해보자. 사측이 개인의 책임을 크게 강조하는 까닭이 무엇보다도 시장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대부분의 직원이 잘 알았다. 그런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각 부문의 전 직원에게 순위를 매겨서 성과가 좋은 이들은 보상과 승진 혜택을 주고 하위 10%는 해고하는(또는 성과 개선 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침을 잭 웰치가 내놓을 수 있었다. 등급을 매겨 내쫓기(rank and yank)’ 제도를 많은 기업이 모방했지만 대체로 실패했다. 특히 생산적인 내부 경쟁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조직들이 그랬다. 그런 압박감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에게서 빈번하게 역효과가 났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줄 세워 자르기 때문에 직원들이 서로 싸우느라 다른 회사와 경쟁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새로운 파도가 밀려온다고 무작정 올라타려고 하면 안 되고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는 파도를 찾아야 한다.

 

i1_35_May

좀 더 최근 사례로, 영국 백화점 존루이스(John Lewis)의 유명한 경영 방침들을 영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이 따라 하려고 애썼다. 그 방침이란 두둑한 복리후생제도, 고위 인사 선출 시 직원들의 의견 반영, 일선 노동자들에게 최고위층과 똑같은 연간 상여금(봉급 대비 비율) 지급이다. 이런 관행들 덕분에 존루이스 백화점은 직원 몰입도와 근속률에서 업계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들은 회사가 일반 주식회사라면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존루이스 백화점의 기법들은 하나의 조각처럼 서로 잘 맞물려 있어 상호 증진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직원 교육 및 계발에 큰 비중을 두는 방침은 매우 까다로운 채용 절차, 내부 승진을 강조하는 정책에 힘을 싣는다. 또한 그런 관행들은 애초에 노동자들이 소유한 조합체로 설립된 회사의 직원 중심 철학에서 자연스럽게 비롯됐다. 이와 동떨어진 환경이라면 평등주의 정책이 대체로 중역과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구글에서 직원들이 근무 시간의 20%를 혁신에 쓸 수 있게 하는 방침도 많은 기업이 관찰 및 적용을 통해 도입하려 한다. (정작 구글은 개발자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벌여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이 프로그램에 제한을 걸어 뒀는데도 말이다.) 이 방침은 단순함이 매력이다. 그리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쉴 새 없이 배출되리란 전망이 있으니 다른 조직의 관리자들이 매료될 만하다. 하지만 다른 회사가 이 관행을 도입해서 재미를 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경영진의 태도 때문이다. 구글에서는 고위 간부들이 (적어도 초반에는) 그 발상을 열렬히 옹호했다. 하지만 많은 회사에서는 그처럼 경영진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다. 또 한편으로 구글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이리저리 굴려보기 좋아하는 재기 발랄한 개발자들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나 제약이 없는 실험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들은 일반적으로 혁신 시간이 생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이 두 가지 이유로 구글의 방침을 모방하는 기업 중 대부분이 20% 프로젝트들에서 성공의 기미가 보이기도 전에 방침을 철회해버린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실패는 크나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새 기법을 도입했다 폐기하면 조직의 동력이 떨어지고 지도부가 지속적인 개선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도 줄어든다. 그래서 관찰 및 적용법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새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폐기하면 조직의 동력이 떨어진다.

i2_36_May_re
 

핵심 아이디어 추출.경영 혁신을 차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해당 경영 기법의 정수가 되는 원리만 뽑아내는 편이 좋다. 그러면 원조직과 새 조직의 환경이 달라도 크게 중요하지 않고 이런저런 조정을 덜해도 해당 원리가 뿌리내릴 수 있다.

 

UBS웰스매니지먼트(UBS Wealth Management)가 좋은 예다. 2000년에 성공리에 합병을 마친 UBS는 성장 방안을 모색했다. 브레인스토밍 중에 지도부는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예산관리 프로세스, 그중에서도 특히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 본사와 사업부의 협의 과정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한 중역이 10년 전에 예산관리 프로세스를 없애버린 스웨덴의 스벤스카 한델스방켄(Svenska Handelsbanken)의 선례에서 배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일단의 고위 관리자들이 직접 한델스방켄을 찾아가서 보니 사업 모델이 다르긴 하지만 몇 가지 입안 원리를 차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이를테면 본사의 감독 축소, 일선 직원의 책임 강화, 동급 부문 간의 우호적 경쟁 등이었다. UBS 지도부는 자사 조직 문화에 더 잘 맞는 간소화된 예산관리 모델을 만들었다. 일례로 그룹 전체의 실적을 토대로 하는 한델스방켄의 집단 상여금제(collective-bonus plan)를 도입하지 않고 각 사업 부문의 투자수익률을 서로 비교해 상여금을 책정했다.

 

또 다른 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하 GSK)이다. 1990년대 말, 생명공학 혁명으로 제약업계의 R&D 모델이 위협받자 로슈(Roche)와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ristol-Myers Squibb) 등 몇몇 제약회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발원지를 손에 넣고자 거액을 들여 생명공학회사들을 인수했다. GSK는 과감히 한발 더 나아가 생명공학 벤처기업들을 연구한 후 그 성공 비결이 제약업계의 관행과 달리 다기능팀들(cross-functional teams)을 만들어 구체적인 치료 영역에 집중시킨 데 있다고 판단했다. GSK는 내부적으로 그 모델의 정수를 모방해 먼저 반()자율적(semi-autonomous)인 신약 개발 최고역량센터(Centers of Excellence)들을 조직하고, 다시 그 센터들을 각각 30~60명으로 구성된 개발수행부(Discovery Performance Units)들로 나눠 내부 투자위원회를 통해 연구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 모델 때문에 경영상의 난점들이 생기긴 했으나 또 한편으로는 세계 최고 제약회사 자리를 지키며 업계 최강의 신약 개발망을 갖추게 됐다.

 

물론 원리 추출이 무조건 통하진 않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근본 원리를 밝히기란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경험과 인지 편향 속에 갇혀 산다. 그리고 대개 나무 때문에 숲을 보기가 어렵다. 일례로 1990년대에 비용 및 품질에 대해 높은 기준을 고집하는 도요타의 방침에 맞서기 위해 포드도 자동화, 교육, 품질관리조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도요타 시스템의 정수를 간과한 탓이었다. 그 정수란 직원들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신뢰였다.

 

이와 연관된 두 번째 이유는 설사 근본 원리를 밝힌다고 해도 보통은 적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내가 어느 대형 투자은행의 중역들을 도와 기능 간 협업을 시행하려고 했을 때 그 기법의 초석이 공동 목표, 투명한 의사소통, 지식 공유 유도라는 점은 쉽게 드러났지만 실제로 시행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명됐다. 그 회사는 개인의 실적에 큰 비중을 두는 상여금 문화가 아주 단단히 자리 잡아 모든 직원의 행동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아무리 협업을 도모한들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불가피한 거품 사이클(hype cycle)

급진적인 경영 혁신에서는 값진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마련이다. 그런 혁신이 쇠락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혁신은 쇠락한다. 브랜드화된 경영 아이디어 100가지를 조사해 보니 열에 아홉이 약 10년 안에 인기를 잃었다. 여기에는 GE의 워크아웃(Work-Out), W.L. 고어(W.L. Gore)의 격자 구조(lattice structure), 제록스의 실천 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 서모 일렉트론(Thermo Electron)의 스핀아웃(Spinout) 모델, 구글의 20% 혁신 시간 방침도 포함된다.

 

덴마크 보청기회사 오티콘(Oticon)의 스파게티 조직(Spaghetti Organization)2]이 전형적인 예다. 1990년대 초에 오티콘이 직원들에게 자율적으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 곧 이 실험에 대한 찬사로 경영계가 떠들썩해졌다. 다른 회사들의 문의가 쏟아져 들어오고 중역들은 각종 행사에 연사로 초대됐다. 하지만 몇 년 후 오티콘은 자사의 신제품 포트폴리오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아무 성과도 못 내는 프로젝트들 때문에 너무 많은 자원이 낭비된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됐다.

 

오티콘 중역들이 전통적인 조직 구조로 재전환을 시작하면서 프로젝트 심사가 한층 강화되고 직원들의 업무 변동 빈도가 줄어들었다. 컨설턴트들은 스파게티 조직 기법을 부정적인 사례로 언급하기 시작했고 2003년 학계의 분석 논문에서는 그 실험을부분적인 실패로 평했다.

 

하지만 오티콘의 경험은 거품 사이클의 시사점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스파게티 조직 초창기에 매출과 수익이 증가했고 이후 중역들이 철회 결정을 내리고 기존 관행의 개선판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도 계속해서 매출과 수익이 증가했다. 게다가 스파게티 조직을 도입한 덕에 회사가 쇄신되는 효과도 있었으니 오티콘의 성공적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1990년대 초에 도입된 관행들이 현재 대부분 자취를 감추긴 했지만 말이다.

 

거품 사이클 때문에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으려면 경영 관행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 관행을 처음 만든 회사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 그러면돌파구, ‘실패니 하는 말에 현혹되지 않고 그 아이디어에서 정말로 유용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다.

 

 

[2]조직 구성원들이 독립적으로 일하며 각각의 프로젝트를 독립된 사업 단위처럼 운영하도록 자유를 주는 조직 형태

 

성찰의 기회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간에 기업의 자기 인식은 큰 이점이 된다. 그에 힘입어 회사에 적합한 혁신을 차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프로그램을 더 잘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그 결과로 조직학습이라는 부수적인 혜택도 누리게 된다. 다시 말해 실험이란, 설사 막판에 가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지라도 일종의 자극제 역할을 해서 외부에서 차용한 아이디어에 비춰 조직의 기존 경영 모델을 다시 살펴보게 한다. 거기서 새롭게 얻은 지식을 토대로 회사의 현행 기법을 갈고 닦을 수 있다.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의 예를 보자.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로슈의 컨설팅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다.) 일군의 중역들이 다른 기업들에서 사용 중인 개방형 혁신 기법에 흥미를 느꼈다. 그들은 기업이 수천 명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술적 문제의 해결을 요청할 수 있는 웹 플랫폼인 이노센티브(InnoCentive)를 통해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R&D팀이 씨름하고 있는 골치 아픈 기술 문제 하나를 게시했더니 기발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고무돼 몇 번 더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열 번을 시도한 후에 그들은 거기서 나온 결과를 사내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실행할 때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프로세스 관련 문제의 해법은 순조롭게 실행되는 편이었으나 무슨 영문인지 더 깊은 과학적 문제에 대한 해법은 대부분 그냥 방치됐다. 이 경험으로 로슈는 만병통치약 같은 혁신술이란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혁신 접근법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 소프트웨어회사의 예도 있다. 이 회사는 금융, 물류, 공공 분야의 클라이언트들에게 보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의 설립자는 소프트웨어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프로젝트 기획법들이 너무 복잡하고 융통성이 없어서 오랜 불만이 쌓여 있었다. 그러던 차에 채용 컨설턴트업체들이 후보자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경매형 모델에 영감을 받아 직원들이 각자의 기술과 관심사를 내세워 프로젝트 참여에 입찰하게 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새로운 모델은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있었다. 개발자들은 통제력을 잃어버린 기분이라고 불평했다. 탈락해도 왜 탈락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달리 자신이 적임자임을 증명할 방법도 없었다. 그래서 회사는 경매 비중을 줄이고 전 직원이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주간 회의에서 프로젝트 참여 인원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정을 내릴 때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팀뿐 아니라 각 개발자의 니즈도 고려했다. 이는 새로운 시스템이라지만 많은 소프트웨어업체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효과는 더 좋다. 의사결정 과정에 개발자들을 참여시키는 방법을 관리자들이 새로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실험이 실패하면 누구나 당장 중단하고 아무 일 없었던 척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유혹을 뿌리치길 바란다. 실패를 통해 배우기란 절대 근사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지만 거기서 아주 값진 교훈이 나올 수 있다.

i3_38_May


 

 

네 종류의 이단아

다른 회사의 경영 혁신을 차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는 반드시 그 원천(source)을 따져봐야 한다. 대체로 혁신이란 무리(crowd)를 따르지 않는이단아(deviants)’ 기업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단아라고 다 똑같진 않다. 어떤 회사의 혁신을 차용할지 신중하게 결정하자.

 

유사 부류(Related Species)

비즈니스 조직은 아니지만 유익한 깨달음을 주는 조직. 일례로 알코올중독자협회(Alcoholics Anonymous)를 보면 목적의식이 뚜렷한 조직은 공식적인 관리체제가 없어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조직의 경영 아이디어를 멀리서 칭송하긴 쉬워도 영리기업이 실제로 실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독특한 원리를 면밀히 검토하면 때때로 영감을 받을 수도 있다.

 

신성(Upstarts)

설립된 지 얼마 안 되는 소규모 기업. 때로는 의도적으로 인습에 도전한다. 비디오 게임 개발사 밸브 코퍼레이션(Valve Corporation)은 직원들에게 스스로 근무 시간과 프로젝트를 정하고 이 팀 저 팀 옮겨 다니기를 요구한다. 작업을 해야 하는 곳으로 아예 책상째 들고 이동하라고 권한다. 물론 규모가 작으면 관습을 거부하기가 쉽다. 신성의 실험이 그보다 규모도 크고 역사도 오래된 기업에서 당연히 통하리라고 보면 안 된다.

 

공인된 별종(Certified Weird)

규모가 큰데도 남다른 원칙으로 운영하며 큰 성공을 누리는 기업. 캘리포니아 소재 토마토 가공업체 모닝스타는 관리자 없이도 20년 이상을 잘 버텨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에는 그 기업만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지배구조(: 가족 소유지분, 신탁 등)가 있다. 예로 든 모닝스타는 비공개기업이다. 이런 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입하려는 조직은 날마다 주주들의 압박에서 그 아이디어를 보호해줄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춤추는 거인(Dancing Giants)

독특한 모델을 실험하는 전통적인 대기업. 중국 가전제품회사 하이얼은 고도로 분권화된 예산관리 프로세스를 만들어 개별 팀에 책임을 부과한다. 쉘은 게임체인저(GameChanger)라는 혁신적인 R&D 투자 모델로 다양한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육성했다. 춤추는 거인이 시도하는 관행들은 이미 주주들의 까다로운 검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훌륭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전진

이제 경영 혁신을 평가하고 도입할 때 실질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들을 살펴보자.

 

적절한 때를 기다린다.다른 회사의 경영 실험을 인지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일단 2년쯤 기다려본 다음에 아이디어를 전체적으로든 부분적으로든 차용할지 말지 따져보는 편이 현명하다. 새로운 기법이 도입되면 항상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성패가 드러나는 법이고, 일시적인 유행은 웬만하면 알아서 사라지도록 가만히 놔두는 쪽이 옳다. 어떤 기법의 매력에 너무 쉽게 넘어가지 말자. 그렇다고 그 아이디어를 아예 틀렸다고 일축해버리지도 말자. 실험을 하는 회사가 뭔가를 포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경영 모델을 해체한다.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면 먼저 그 아이디어의 정수를 밝힐 수 있도록 예리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보통 이 단계에서는 신선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외부인을 섭외하면 좋다. 질문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이 작업 방식의 핵심 논리는 무엇인가?예컨대 HCL 테크놀로지(HCL Technologies)에서 관리자에게 360도 열린 피드백을 제공하는 제도는 투명성이라는 간명한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 행동이나 시장의 작용 방식과 관련해 원기업이 가정한 내용 중 남다른 부분은 무엇인가?홀라크라시 실험을 하는 자포스는 구성원들의 자율적 활동을 통해 조직을 재구성하면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득이 더 크다고 가정한다.

 

원기업이 어디에서 영감이나 탁견을 얻어 이 모델을 이끌어냈는가? GSK의 신약 개발용 내부시장 모델은 캘리포니아에서 벤처캐피털이 생명공학 벤처를 지원하는 모델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설을 이해한다.이상적인 경우라면 원기업이 인지하고 있든, 인지하지 않든 간에 한두 가지 간단한 가설을 실험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예컨대 분석 대상이 관리자들의 360도 피드백 결과를 공시하는 기법이라면 그 작업가설은 그런 방침 때문에 관리자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더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일 수 있다. 직원들의 재택근무권을 확대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면 가설은 탄력적인 근로 제도가 직원의 몰입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증진한다는 것일 수 있다.

 

결과를 확인한다.그 다음으로 원기업의 결과를 분석한다. 사회과학식 어법으로 말하자면가설의 타당성이 입증되는가. 360도 피드백 공시로 정말 관리자들의 책임감이 향상되는가? 그 기법의 부작용은 무엇인가? 그 회사 사람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해보자. 관리자들이 그 제도를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한다는 증거가 보이는가? 더 깊이 파고들자. 직원들에게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자세가 정말로 좋은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더 효과적으로, 이를테면 업무에 덜 지장을 주는 방향으로 목적을 달성할 방법이 있는가?

 

자신의 회사도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원기업과 어떤 점이 비슷한가? 어떤 점이 다른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강한 영향을 끼칠 만큼 회사는 충분히 혁신적이거나 관습타파적인가? 회사의 관료주의가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 되진 않겠는가?

 

실험한다.문제점이 포착되면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어떤 프로그램을 확립한 후에 중단하기보다는 시작하기 전에 아이디어 차용을 재검토하는 편이 훨씬 쉽다. 그러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검토한 후에도 여전히 그 아이디어가 가슴을 뛰게 한다면 가설, 방법, 예상 결과를 설정하고 직접 자신만의 실험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우리의 가설은 온라인으로 관리자들의 360도 피드백을 공시하면 1년 안에 직원 만족도와 근속률이 대폭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 후 새로운 기법이 효력을 발휘해 회사에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아나가면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매력에 홀리면 수월하게 실행할 수 있으리라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성공한 경영 혁신자들은 대부분 수년간 땀 흘린 노력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정착시켰다는 점을 명심하자. 우리가 회사 내에 그런 아이디어들을 도입하려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크다.

 

다년간 경영 아이디어를 연구한 경험에 비춰보면 아이디어 도입은 이런저런 난제가 있긴 하지만 큰 보상이 따르기도 한다. 회사에 진정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험을 통해 풍부한 지식을 얻게 된다. 회사가 아이디어의 실행 과정을 꼼꼼하게 분석하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자기 인식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그렇게 새로 알게 된 사실을 통해 사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줄리언 버킨쇼

줄리언 버킨쇼는 런던비즈니스스쿨 전략 및 기업가정신 교수다.

  • 아티클 다운로드
    (PDF)
    5,000원

    담기바로구매

  • 2014 5월호(품절)
    17,000원
    15,300원

    구매하기

  • 디지털서비스
    1년 150,000원

    디지털서비스란

    신청하기

전략 다른 아티클

무료 열람 가능 아티클 수 0/1 회원가입 | 서비스상품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