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월

조직의 소금 같은 존재인 ‘투명인간’에 주목하라!
데이비드 츠바이크(David Zweig)

최고의 인재들 중에는 높은 지위를 탐내지 않는 이가 많다. 이들은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그런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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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Getty Images/Thomas Jackson


2004
10, Lab126이라는 프로젝트가 3년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출중한 엔지니어들이 한데 모여 관련업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새로운 기기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그 뒤 1년 정도가 지나자 이 프로젝트를 배후에서 주도하던 거대 테크기업은 이 혁명적인 기기의 핵심 요소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한 외부 업체에 의뢰했다. 바로 제품명을 짓는 일이었다.

 

의뢰를 받은 업체의 수장이었던 마이클 크로난(Michael Cronan)불을 지피다, 자극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를 제품명으로 선정했다. 이쯤에서 당연히 알아챘겠지만 크로난에게 작명을 의뢰한 기업은 아마존이었고 신제품은 바로 킨들(Kindle, 전자책 리더기)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품명을 결정하는 일이 연구개발 과정에서 보다 중대한 사안들을 결정한 다음에야 덧붙이는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의 생각은 달랐다. “제프는 제품명에서 독서의 미래를 엿볼 수 있도록 하려 했죠. 과장 없이, 소소한 방식으로요.” 디자인 저널리스트 스티븐 헬러(Steven Heller)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고인이 된 크로난의 아내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카린 힙마(Karin Hibma)는 이렇게 말했다. 제품명은 그 제품이 내포한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동시에 추후 등장하게 될 많은 파생상품들의 단단한 뿌리 역할도 할 수 있어야만 했다. “지나치게 IT 마니아들의 전유물 같다거나 진부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죠.” 힙마는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Voltaire)의 말을 인용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책이 주는 교훈은 마치 불과 같아요. 이웃에서 불씨를 얻어와 더 크게 키운 뒤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면 모두의 자산이 되듯이 책도 그런 역할을 하죠.”

 

마이클 크로난의 깊이 있는 접근방식으로 탄생한 수많은 브랜드명들은 우리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크로난이 만들어낸 브랜드명을 읽고, 말하고, 생각한다.(크로난의 초창기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티보(TiVo)는 현재는 사용자가 거의 없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TV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는 의미의 동사로 쓰인다.) 하지만 마이클 크로난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는 현재 회사를 맡아 운영하고 있는 힙마에게 작명 실력이 뛰어나다고 계속해서 칭찬했다. 문화 전반에 파고들 만한 단어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힙마는 크로난과 함께 비행기를 탔을 때 킨들을 사용하는 승객을 본 적이 여러 차례 있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승객에게 제가 제품명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했다고 말하곤 했죠.” 하지만 힙마는 그럴 때마다 상대가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고 했다. 제품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마이클 크로난 같은 유형을투명인간(Invisibles)’이라고 부른다. 투명인간은 대중의 관심이 큰 업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일에 더 끌리는 유능하고 열성적인 전문가를 지칭한다. 투명인간들이 활동하는 영역은 다양하다.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들을 설계하는 데 참여한 구조공학자 데니스 푼(Dennis Poon)도 투명인간 유형에 속한다. 대개 사람들은 웅장한 빌딩을 바라보면서 건물 구조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도 건축가를 떠올리는 선에서 그친다. 하지만 푼 같은 전문 엔지니어들이 없으면 빌딩은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다. 내가 직접 만나본 투명인간들로는 UN에서 근무하는 뛰어난 통역사, 세계적으로 저명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기를 손보는 피아노 기술자, 캘빈클라인(Calvin Klein), 휴고보스(Hugo Boss), 톰포드(Tom Ford) 같은 브랜드들의대박향수를 만들어내는 조향사, 그리고 사실 확인을 담당하는 잡지사의팩트 체커(훌륭한 기사를 읽고 나서사실 확인 한 번 기막히게 했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던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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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Getty Images/Ondine Corewijn

나는 투명인간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까지 누비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투명인간들을 움직이는 동기에 대해 내가 발견한 점들을 주제로 삼은 저서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투명인간에 대한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투명인간들은 관리하기가 어려운 집단이라는 점이다. 투명인간들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지 않은데다 자기 PR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당연한 존재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투명인간들이 무엇을 진정으로 갈망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이 소중한 존재들, 그리고 이들이 창출해내는 엄청난 가치를 함께 잃게 될 것이다.

 

Idea in Brief

 

투명인간의 정체는?

자기 PR이 끊이지 않고 이를 독려하는 요즘 시대에도 타인의 관심을 피해 맡은 업무에 몰두하는 것을 선호하는 뛰어난 전문가들이 있다. 어느 분야에 속해 있든투명인간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세간의 인정에 대해 양가감정을 지니고 있고,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며, 일에 대해 책임지기를 좋아한다.

 

관리상의 어려움

투명인간들은 자신의 업무 성과를 과시하지 않지만 묵묵하게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관리자는 투명인간들이 어떤 존재이며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핵심 조언

직원들 가운데 투명인간들을 찾아내라. 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라. 무엇보다 업무 자체가 흥미롭도록 만들라. 그러면 투명인간들을 조직에 머물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직업의식과 탁월한 능력을 조직 문화에 융합시킬 수 있다.

 

투명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지금껏 만난 투명인간들 중에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 위치에 올라 있는 사람이 많다. 복잡한 기업활동이나 직원 수십, 혹은 수백 명을 책임지는 이들도 있고 높은 보수를 받는 경우도 많다. 문득 궁금해졌다. 성공하려면 자기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거나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모두가 적극적으로 자기 PR에 매진하는 듯한 이 시대에 빼어난 기량을 갖춘 전문가인 투명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은 채로 일하는 데 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만치 않은 업무를 처리해낼 자신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성과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싶어 하는 자의식이 없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연구한 결과, 투명인간들은 직종에 상관없이 세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첫째는 남들의 인정을 받는것에 대해 이중적인 욕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업무를 어느 정도는 하게 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인정을 받으면 자긍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명인간들은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한다. 이들은 칭찬이나 명예를 얻는 데 시간을 쏟는 일은 눈앞에 있는 흥미롭고 중요한 일을 처리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정에 대한 투명인간들의 반응은 보통 사람들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투명인간은 뛰어난 성과를 낼수록 오히려 자신을 더 숨긴다. 투명인간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때는 오직 문제가 발생할 때뿐인 경우가 많다.

 

내가 데니스 푼을 만난 곳은 중국에서 최고이며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상하이 타워(Shanghai Tower), 완공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푼은 현재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구촌 최고층 빌딩 다섯 개 가운데 세 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실력자다. 그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의 이사로 수십 년간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탁월한 실력에 대한 명성을 얻었다. 푼이 자신이 속한 분야 내에서는 좋은 평판과 높은 인지도를 지닌 인물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 없다. 투명인간으로 일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얼마나 이름을 떨치게 되느냐와는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이들을 일하게 만드는 동기다. 푼은 내가 지금껏 인터뷰한 다른 투명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인정에 대해 강한 이중적 생각을 품고 있다.

 

투명인간은 당연한 존재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투명인간들이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이 소중한 존재들, 그리고 이들이 창출해내는 엄청난 가치를 함께 잃게 될 것이다.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대신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서도 푼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푼은 다수의 직원들을 관리하고 수십억 달러짜리 복합 빌딩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데도 자신은 그저 팀의 일원일 뿐이라고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지상에서 수백m 떨어진, 아직 공사가 채 끝나지 않은 고층의 공간에서 분주하게 일하는 작업자들과 그들 너머로 펼쳐진 근사한 도시 경관을 바라보며 나는 이 웅장한 빌딩 구조를 설계한 푼의 업적에 대해 계속 재잘거렸다. 그리고 푼 정도 수준의 공학자들이라면 고층 빌딩의 디자인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텐데 소위스타 건축가들만 주목을 받는다는 점이 이상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이 질문을 받고 언짢은 듯한 기색을 내보이는가 싶더니저희는 그저 구조 공학자들일 뿐입니다라고 답하며 타워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작업자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푼은 자신이 여러 명의 구조공학자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구조공학 자체도 고층 빌딩을 디자인하고 건설하는 데 필요한 많은 전문 분야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다시 마이클 크로난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나는 자신이 작업한 결과물을 일상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데도 이름이나 실력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 때문에 크로난이 실망하지는 않았는지, 아니 심지어 분개하지는 않았는지 힙마에게 물었다. 힙마는 크로난이 오히려 익명으로 남기를 바랐다고 대답했다. 크로난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름이 대중에게 조롱을 받거나 거부당하지 않고 제품이나 브랜드와 거의 뗄 수 없는 필연적인 요소처럼 사람들이 쓰는 말에 스며들게 되면 그제서야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힙마는 크로난이 일하는 것 자체에 만족하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서 제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책임이 가장 막중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이 모르는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중에게 매우 잘 알려진 영화배우나 유명 운동선수, 기업 총수 같은 사람들도 인정에 대해 양가감정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많은 유명인들과 함께 작업해 그들의 인생사와 삶의 열망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한 대필 작가(투명인간의 전형이란 게 있다면 바로 이런 사람일 것 같다)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이 작가는 유명인들 대부분이 명성이 아니라 실력을 추구하는 데서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물론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일을 가장 주요한 동기로 삼는 듯한 유명인들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명성이란 일에 뒤따라오는 부산물일 뿐 일을 하는 목적은 아니라는 생각은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반짝 스타들이 아니라 정말로 능력 있고 존경받는 스타들만이 지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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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Getty Images/Ryo Konno

투명인간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꼼꼼함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향수를 여럿 제조한 조향사(관련 업계에서는 이들을(nose)’라고 부른다)인 데이비드 아펠(David Apel)의 맨해튼 사무실에 앉아 있노라면 이 공간이 대도시에 자리잡은 성공한 전문가의 사무실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근사하게 느껴진다. 창 밖으로는 스카이라인이 펼쳐져 있고 유리로 된 책상 위에는 최신 모델 컴퓨터, 뒤에는 현대식 인체공학 의자가 놓여 있다. 하지만 10개가 넘는 적갈색 유리병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광경은 보통 사무실과 다른 점이다. 어찌 보면 18세기에 의사가 숨겨둔 약물 혹은 정신 나간 과학자가 사용하는 실험 재료 같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면 아펠은 과학자는 아니지만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과학적 지식과 엄격한 방법론으로 무장한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아펠은 무척이나 칭송을 받는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 전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 원료를 혼합하고 화학 관련 지식을 쌓으며 수년간을 보냈다. ‘리모넨‘감마테르피넨’앰브록산같이 복잡한 화학용어들은 마치 랄프로렌 블루(아펠이 만든 향수)를 목에 뿌릴 때처럼 어렵지 않게 아펠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온다. 새로운 향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펠은 몇 달 동안이나 시행착오를 거쳐가며주스제조법을 다듬는다. 백분의 1, 혹은 가끔은 천분의 1그램까지도 정확히 계량해야 하는 수백 가지의 성분이 들어가는 향수는 성분의 치환 작업(permutation)에 대한 실험기록을 꼼꼼하게 정리해야만 한다. 아펠은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손으로 만들었던 도표를 몇 장 보여줬다. 이 도표들은 베티버 버번나 헬리오트로핀 같은 신비로운 물질을 의미하는 숫자들이 칸칸마다 깨알같이 적혀 있었기에 마치 굉장히 꼼꼼한 회계사가 작성한 문서처럼 보였다.

 

꼼꼼함은 투명인간의 직업의식에 매우 널리 퍼져 있고 강하게 박혀 있었던 터라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 이들은 금방이라도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낼 것처럼 느껴졌다. 비록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투명인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꼼꼼함이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라는 점이 더 분명하게 드러났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투명인간들의 세 번째 공통 분모는 책임을 지는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내가 초반에 인터뷰를 진행한 투명인간들 중에는 마취과 의사들도 있었다. 투명인간들이 종사하는 많은 다른 직종들과는 달리 마취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의사는 말했다. “환자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과일바구니라도 받고 싶거든 마취과는 선택하지 않는 게 좋지요.” 환자는 담낭수술을 해준 외과의의 이름은 절대 잊지 않지만 마취과 의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끔찍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뿐이다. 맡은 일을 잘 수행하기만 하면 누구도 마취과 의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환자의 목숨을 손에 쥐고 있는 이들은 마취과 의사들이다. “TV에서 외과의를 수술실의 우두머리로 그리는 것을 보면 우스워요. 실제로는 응급환자를 다룰 때 외과의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절 바라봅니다. 수술실을 이끄는 것은 제 역할이죠.” 뉴저지 주 프리홀드에 위치한 센트라스테이트 병원에 근무하는 마취과 의사 알버트 스카마토(Albert Scarmato)가 말했다. “하지만 전 그런 책임을 맡는 일을 좋아합니다.”

 

수천 명이 매일 이용하며 도시와 국가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상징물이 될 건물들을 안전하게 설계해야 하는 데니스 푼이 느끼는 책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계산이나 디자인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푼에게 중압감을 어떻게 이겨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는 건 영광이죠.” 마이클 크로난 역시(실패했을 때 위험성이 푼의 경우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신제품이나 리브랜딩 작업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기업들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아마존 같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기업이 당신에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신제품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의뢰한다면 그 중압감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우리는 호기심이 강해요.” 카린 힙마가 말했다.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꾸면 완전히 그 일에 매혹된 상태로 일할 수 있죠.”

 

투명인간들을 보면 꼭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통은 피라미드의 꼭대기, 무대 맨 앞에 자리하고 있거나, 회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가장 막중한 책임을 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이 잘 모르는 누군가가 그 무거운 짐의 무게를 상당 부분 떠받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투명 브랜드도 존재할 수 있을까?

브랜드들은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있다. 적어도 마케터들은 브랜드에 개성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정 기업과 상품을 인간과 같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투명인간의 특징들을 일부 적용해보면 어떨까?

 

개인들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문화보다 불협화음이 많은 광고 분야에서 브랜드들은 어떤 포지셔닝 전략을 취해야 할까? “기업과 브랜드들은 대중에게 시끄럽게 자신을 알리는 것 외에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BMW, 드림웍스(DreamWorks), 유튜브(YouTube)와 같은 고객사를 보유한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digital creative agency)인 빅 스페이스십(Big Spaceship)의 창립자이자 CEO인 마이클 레보비츠(Michael Lebowitz)가 말했다.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끼워넣는 방식(interruption)은 이제 한물갔죠. 혹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볼 수 있죠.”

 

 투명인간과 같은 특성을 지닌 제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샤피(Sharpie) 마커펜이죠.” 레보비츠가 말했다. “샤피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지만 샤피가 훌륭한 제품이라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샤피는 소리 없이 굉장한 인기를 끌 수 있는 제품입니다. 빼어난 기량을 갖춘 전문가(투명인간)와도 같은 제품이지요. 그리고 샤피라는 브랜드는 그 점을 반영하고 있어요.” 이 같은 현상이 다른 맥락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하려면 파티에 모인 다양한 유형의 손님들을 떠올려보면 된다. ‘파티 분위기를 띄우는 인물이 있는 반면 11, 혹은 삼삼오오 모여 깊은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있다. “사람들이 가득한 방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는 없잖아요.” 레보비츠가 말했다. “전문성과 관련된 브랜드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오랜 기간 피상적으로 전문 지식을 떠들어봐야 널리 퍼지지 않습니다. 대중에게 소리 내어 알리면안 될이유는 없지만 조용한 전문가의 모습을 연관 짓는 편이 더 나아요.

 

 궁극적으로 브랜드들은 대중의 인식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를 이해해야만 한다. “TV 시대에는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노출하기만 하면 됐죠.” 레보비츠가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브랜드의 목적을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목소리와 태도를 갖춰야 합니다.” 그는 과자 브랜드 도리토스(Doritos)가 투명인간의 특성을 본보기로 삼아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배워야 할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브랜드는 끊임없이 광고를 더 많이 생산해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 많은 광고를 통해 우리 제품을 대중에게 더 알려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하죠. 그 주장이 적절하고 효과적인 때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레보비츠는 대중에게 무언가를 남들보다 잘 알고 있다고 느끼거나 규모가 작은 집단의 일원이라는 특권 의식을 심어주는 방식이 특정 브랜드가 포지셔닝 전략을 세우는 중요한 방식이 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광고를 집행하는 활동 자체에도 모순이 내재돼 있지만 적어도 하나의 메시지는 추려내 상업적 세계(commercial world)에 전할 가치가 있다. 마케팅의 초점을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데만 맞출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다. 특정 브랜드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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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Getty Images/Ondine Corewijn


소음이 가득한 문화

아마도 지금쯤이면 투명인간들이 어째서 관리하기 어려운 인력인지가 명확해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눈에 띄지 않게 주변인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양하는 투명인간들은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존재지만 이들이 조직에 남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직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렇다면 투명인간들을 관리하는 일은 기업에 주어진 새로운 도전과제일까? 그렇다고 볼 수도,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투명인간들은 예전부터 항상 존재해왔고 종종 기관과 단체의 활동에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조직을 번영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기업이 당면한 새로운 과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경영진으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직원을 평가할 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과 근거에 주로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분명 새로운 과제다. 투명인간들은 자기 PR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점점 이례적인 존재가 돼 버렸고, 따라서 이들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따라서 투명인간들에게는 이제 하나의계층(class)’으로 인식하고 이름을 기억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동안 투명인간의 존재와 이들의 요구를 등한시해온 기업의 관리자들이 투명인간들을 간과할 확률은 한층 더 높아졌다. 오늘날 투명인간들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성과를 앞다퉈 내세우는 동료들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자화자찬이 조장되는 문화가 조성된 탓에 어떤 이들이 정말 양질의 성과를 이뤄냈다 해도 자기자랑으로 가득한 소음에 파묻혀 이들이 내는 조용한 신호를 잘 감지해내기 힘든 상황이 돼 버렸다.

 

주목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언제나 다양한 양상을 띠어왔지만 요즘 시대에는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남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 1000년 전에 태어난 농부는 명성을 얻고 싶다고 해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명성을 얻기 위해 개인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반경이 넓어졌다. 인쇄기가 발명된 이래 등장한 모든 통신수단은 효과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환경을 우리에게 제공해왔다. 지금은 인터넷, 그중에서도 소셜미디어가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우리의 외침을 더 크게 울려 퍼지도록 도와준다.

 

소셜미디어의 속성은 주목받고 싶은 우리의 욕구를 한층 더 강화한다. 소셜미디어의 구조는좋아요와 팔로어 수처럼 가시적인 측정 기준에 따라 얼마나 주목을 받았는지 알 수 있도록 돼 있다. 게시물이 얼마나 많은 반응을 얻었는지가 내용의 질보다 중요하다. 인터넷에 밈(meme)1]으로 입소문 나게 하는 법을 검색해보라. memecrusher.com을 비롯한 엄청난 수의 사이트들을 비롯해데이터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비즈니스 인사이더> 같은 매체의 기사들, 조나 버거(Jonah Berger)가 집필한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Contagious: Why Things Catch On, 문학동네, 2013)> 같은 서적 등 저마다 해결책을 알려준다고 주장하는 온갖 정보의 홍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정보는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지만 그 근간에 가장 중요한 브랜드는자기 자신이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투명인간들은 소셜미디어가 범람하는 최근의 추세에 불안해 하고 있다. 내가 책 기획을 제안하는 단계에서 출판사들과 미팅을 하던 당시 한 편집자는 자신의 상사가 자꾸인지도를 높이기 위해트위터(Twitter) 계정을 만들고 블로그를 시작하라고 압박을 가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 “편집자는 무대 뒤에서 작업하는 사람이라고요.”

 

테크놀로지와 자아를 위한 MIT 이니셔티브(MIT Initiative on Technology and Self)’라는 프로그램의 책임자이자 <외로워지는 사람들: 테크놀로지가 인간관계를 조정한다(Alone Together: Why We Expect More from Technology and Less from Each Other, 청림출판, 2012)>의 저자이기도 한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자신을 브랜드화해 대중에게 알린다는 개념이 사람들을 더 불안하고 외롭게 만들며 행복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한다. 터클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르는 순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의하는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때문에 고독을 향유하는 것, 다시 말해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문제가 생겨 버렸죠.” 터클은 이런 능력이 없이는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타인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학교에서는 외향적이고 자신의 생각을 모두와 나누려는 적극적인 성격을 선호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지배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다수의 연구진과 저술가들(분수령을 이룬 베스트셀러 <콰이어트: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Quiet: The Power of Introverts in a World That Can’t Stop Talking, 알에이치코리아, 2012)>을 집필한 수전 케인(Susan Cain)을 비롯한)이 지적했다시피 많은 사람들은 혼자 일할 때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다. 많은 이들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회의와 불펜 시팅(bull pen seating)2]은 오히려 최상의 결과는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들은 그저 가장 큰 목소리로 주장을 펼치는 사람 위주로 일을 진행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투명인간들의 조용한 자아의식과 일을 최우선시하는 헌신적인 태도는 소음으로 가득한 현대 사회의 일터 풍경과 대조를 이룬다. (일부 조직에서는 해독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1]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적 요소

[2]후배 직원들이 실무경험을 빨리 쌓도록 돕기 위해 선배들과 함께 한 사무실에서 일하게 하는 방식

 

세계 곳곳의 투명인간들

주목을 받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문화권에서는 반대되는 증거를 제시해 흥미를 돋운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 특히 유교전통이 강한 나라들의 경우에는 이목을 끌려는 욕구를 금기시한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속담튀어나온 못은 망치질을 당한다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스칸디나비아인들의 정신에 깊이 새겨져 있는옌틀로운(Janteloven)’ 철학3]도 이와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회계법인 어니스트앤영과 보잉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과 비영리 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 컨설팅 일을 하는 타티아나 퍼텔마이스터(Tatyana Fertelmeyster)가 말했다. “러시아 사람은 자기 PR을 거의 안 합니다.” 그녀는 미국 근로자들은 상사와 공식적으로 회의를 하기도 전에 자신이 올린 성과를 알리는 경우가 많지만 러시아에서는 그렇게 나서는 일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관리하는 집단주의(collectivist)적 사고방식이 더 낫다는 뜻은 아니지만 미국 전반에(일부 전문가들은 국제 기업 문화가 지배적인 모든 국가에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깔려 있는 문화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들에서 얻은 교훈들이 합쳐지면 더 우수한 잡종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스타급 투명인간을 육성하고 관리하기

자기 자랑을 거짓 겸손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겸손한 척 보이지만 은근한 자기 자랑을 뜻하는험블브래그(humblebrag)’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자기 PR이 우리의 일상에 만연해 있으며 타인을 불쾌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증거다. 투명인간들이 조직에서 가장 존경받는 구성원에 속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용하는 당근책으로는 투명인간들을 조직에 붙들어두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로부터 일의 성과에 대한 인정을 받는 일은 결코 투명인간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이들을 역할모델로, 리더로, 누구나 알아주는 팀 플레이어로서 인정하고 대우하는 일은 중요하다. 투명인간들을 만족시키고 이들의 업무 성과를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려면 말이다.

 

우선 관리자들은 투명인간이 눈에 띄는 숫자보다 많으리라는 가정을 하고 조직 내에 있는 투명인간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내 책에서 제시한 수많은 증거들과 더불어 셰리 터클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자기 자신을 브랜드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한 이들 중 대다수는 거북함을 느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가 직접 만나본 투명인간들부터 기사 속 이야기와 논평들, 학술연구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례들을 살펴볼 때 세상의 흐름에서 한발 물러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기를 절실히 바라는 전문가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투명인간들은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기까지 하면서 자기 자랑을 일삼는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낙담하고 불안해하며 심지어는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주의할 점: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근로자들이 모두 투명인간만큼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자기 PR을 적게 한다 해서 무조건 업무에 더 매진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관리자들은 투명인간이 눈에 띄는 숫자보다 많으리라는 가정을 하고 조직 내에 있는 투명인간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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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PR을 장려하고 심지어 기대하면서도 이를 다소 수치스러운 일로 치부하는 시각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록 밴드 라디오헤드(Ridiohead)의 톰 요크(Thom Yorke)가 노래했듯이 야망은 당신을 추해 보이게 만든다’. 이런 모순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PR을 하되 자화자찬을 하지는 않는 듯이 보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겸손한 척 하면서 은근히 자랑을 일삼는험블브래그를 다시 한번 떠올려보라.) 기업의 관리자들은 투명인간의 가치를 증진시킴으로써 직원들이 겪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라.

 

또 관리자들은 팀 내에 투명인간의 숫자를 늘리는 편이 좋을지 결정해야 한다. 모든 전문가가 투명인간이 될 필요는 없다. (작가인 나 같은 경우는 기꺼이 표지에 이름을 내걸고 책을 홍보할 생각이며 어떤 관심이든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홍보 활동을 주저한다면 출판사에 피해를 입히는 셈이다.) 스타 파워가 꼭 필요한 직위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과도하게 타인의 관심을 좇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투명인간들이 지닌 직업의식과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많은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렇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 문화를 바꾸는 방법은 대대적인 작업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다. 좀 더 자주 접하기를 바라는 활동을 칭찬하는 방법부터 롤모델이 될 만한 리더를 승진시키는 방법까지 관리자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들을 동원해 직원들이 자신의 실적을 자랑하는 행동은 직장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면 된다. 투명인간과 다른 전문가를 명확히 구분하는 선은 없다. 투명인간들은 우리 모두가 속한 범주의 한쪽 끝에 위치할 뿐이다. 새로운 기업 문화를 구축하면 투명인간들이 속한 쪽으로 이동하는 직원이 많아질 것이다.

 

[3]덴마크 작가가 쓴 작품에 등장하는 마을옌트를 다스리는 법칙으로 남보다 잘난 체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의 관리자들에게는 어려운 과제일 수 있지만 투명인간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투명인간들이 자기 PR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본인의 가치를 모르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명성을 얻고 싶어 하는 이들과 피하려는 이들에 대한 보수체계를 완전히 뒤집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타인에게 주목을 받는 일이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인정받는 것 자체도 보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직원들의 실적을 전부 다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성과를 보고하는 방법과 시기를 엄격하게 규정해둬야 한다.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e메일을 이용해 간단히 보고하도록 하는 방식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모든 방식을 자유롭게 허용하는오픈 도어(open door)’ 정책을 선호하는 관리자들은 반대할지 모르지만 역설적이게도 형식과 체계를 갖춘 보고방식은 뛰어난 성과를 낸다 해도 이를 내세워 타인의 관심을 끄는 일을 불편하게 느끼는 다수 직원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 같은 정책들은 동료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을 줄이고 협업을 장려하는 팀 중심 업무환경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와튼스쿨(Wharton)의 저명한 교수이자 <기브 앤 테이크: 타인을 돕는 일이 성공에 도움이 되는 이유(Give and Take: Why Helping Others Drives Our Success, 국내 미출간)>의 저자인 애덤 그랜트(Adam Grant)도 이 점에 동의를 표한다. “정기적으로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 자기 PR 행위의 이점이 줄어들어 직원들이 이미지 관리보다 회사 일에 에너지를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랜트는 이를 통해 조직은 이기적인 테이커(taker)들이 승진하지 못하도록 막고 아량 있는 기버(giver)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갈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일 자체에서 내적 보상을 받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투명인간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능력을 개발하고,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데 관심이 많으며, 업무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 시티은행의 프로덕트 매니저였던 알렉스 세실(Alex Cecil) 2013 <뉴욕타임스>에 실린 취업 시장 관련 기사에서 자신이 은행을 떠난 이유를 밝혔다. “일은 잘했지만 일을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취직을 하고 난 뒤 처음 2년 동안은 누가 등을 두드리며 칭찬해주면 내가 일에 만족하고 있는 걸로 착각했죠.” 투명인간도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보수를 받으면 기뻐한다. 하지만 수많은 비즈니스 심리 연구, 그중에서도 특히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분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돈과 칭찬 같은 외적 보상들이 내는 효과는 한정돼 있고 심지어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뛰어난 스타급 투명인간들을 조직에 붙들어 두면서 다른 직원들로 하여금 이들을 본받게 하려면내적 보상이 중요하다. 구글이 (3M에서 배워) 도입해 유명해진 ‘20% 타임제는 직원들이 근무 시간의 일부를 자신이 생각해낸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독려하는 제도다. 혁신이 기업에 가져다주는 혜택은 대개 명백하게 드러나지만(포스트잇 발명이 가장 널리 회자되는 예다) 뛰어난 직원들이 조직에 헌신하도록 만드는 일처럼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혜택을 가져오는 능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조직의 구조, 작업환경의 디자인을 비롯한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투명인간들을 한데 모아 함께 비슷한 업무를 하도록 해야 할까, 아니면 사업 부문 전반에 걸쳐 나눠서 배치해야 할까? 투명인간들에게 독립적인 사무실을 줘야 할까, 넓은 작업장에서 다른 이들과 어울려 일하도록 해야 할까?) 명확한 답이 존재하지는 않지만투명인간들에게 어떤 방식이 좋을지 직접 물어봐야 한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

 

필자가 투명인간 부류의 전문가들을 많이 만나고 또 심리학과 사회학, 경영 분야의 전문 서적들에 몰두한 결과 이들에게는 굉장한 뭔가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투명인간들이 지닌 특성과 특출한 업무능력, 그리고 삶의 만족도는 연관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마이클 크로난 같은 투명인간들이 일하는 습관과 선호도에 대한 연구는 계속해서 진행돼야 마땅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수많은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될 뿐더러 그 과정에서 그들이 몸담은 조직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크로난에 대한 취재를 위해 카린 힙마와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투명인간의에 자리하고 있는 투명인간의 유형이었던 것이다. 신문 부고(訃告)란을 보면 내가 이 기사 앞부분에서 소개한 것과 마찬가지로 크로난에 대해 티보와 여러 제품명을 만들어낸 창조자라고 써놓았다. 하지만 크로난은 혼자가 아니라 힙마를 비롯한 팀원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전 처음 마이클과 함께 일을 시작했을 때 우리 회사에 크로난 디자인(Cronan Design) 같은 이름을 붙이는 대신 크로난이라고만 부르기로 결정했죠.” 힙마가 설명했다. 크로난의 이름을 단독으로 내거는 편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본인과 다른 팀원들의 역할을 축소시켜 생각한다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힙마는 최상의 결과를 내는 데만 관심이 있었고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아무 불만이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크로난이라는 이름이 단지 마이클을 지칭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크로난은 하나의 회사였고, 지금도 그래요.”

 

데이비드 츠바이크

뉴욕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츠바이크(David Zweig)는 작가이자 강연가이다. 이 글의 모태인 < Invisibles: The Power of Anonymous Work in an Age of Relentless Self-Promotion (Portfolio)> 2014 6월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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