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월호

의학계의 에디슨
스티븐 프로케시(Steven Prokesch)

MANAGING ORGANZATION

의학계의 에디슨

스티븐 프로케시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자랑하는 연구기관에서 배우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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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rief

 

문제

 

초기단계의 연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성이 높으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결과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

 

해결책

 

중대한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연구를 시행하면 기업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면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모범 사례

 

MIT의 밥 랭어는 연구의 속도를 높이고 연구결과를 제품의 형태로 세상에 내놓기 위한 검증된 공식을 갖고 있다. 어떤 기관에라도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이다.

 

 

 

2016년의 어느 아침, 제임스 달먼James Dahlman MIT 코크 통합 암연구소Koch Institute for Integrative Cancer Research에 있는 밥 랭어Bob Langer의 사무실에 작별인사를 하러 찾아갔다. 박사학위 지도교수였던 랭어와 댄 앤더슨Dan Anderson을 만나러 간 것이었다. 29세의 달먼은 조지아공대 의생물공학과에서 제안한 첫 교직 수락을 앞두고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큰 일을 목표로 해주게.” 랭어는 달먼에게 일렀다. “자잘한 일들 말고 온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일 말이야.”

 

그의 말은 옛 제자에게 영감을 주려는 단순한 덕담이 아니었다. 그것은 MIT에 몸담고 있던 40년 동안 화학공학자이자 방출조절식 약물 전달 및 조직공학 분야의 선구자인 그를 한결같이 이끌어준 좌우명이었다. 그리고 랭어 랩Langer Lab을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연구기관으로 만든 원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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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코크 연구소에 있는 랭어의 사무실. 그 옆은 연구소 휴게실의 게시판이다.

 

학교와 기업, 정부에 속한 연구소는 물론이고 전문분야가 서로 다른 걸출한 인재가 모인 집단을 이끄는 리더라면 누구나 랭어의 모델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랭어는 신속하게 연구결과를 도출하고 학문적 성과를 제품화해 선보이는 다섯 갈래의 접근법을 마련했다. 파급 효과가 큰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법, 연구와 제품 출시 사이에 놓인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법, 여러 전문분야 간 협력을 촉진하는 법, 끊임없이 바뀌는 연구자와 프로젝트 펀딩의 시간적 제한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법, 연구자의 자율성 존중과 연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리더십 형태 등이 그 내용이다.

 

수년간 학교와 기업 연구소에 대해 조사해온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켄트 브라운Kent Brown명예교수는 연간 연구비로 쓰이는 돈이 미국 내에서만 약 5000억 달러에 이르지만 그 성과는 대개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랭어 랩처럼 파급 효과가 큰 연구에 주력하고 분야 간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연구소가 늘어난다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미국의 잠재력이 실현될 것입니다.”



 

랭어는 여러모로 놀랄 만한 업적을 남겼다. 학자가 발표한 논문 수와 그것이 인용된 횟수를 평가하는 ‘h-인덱스점수가 랭어의 경우 230인데, 이는 지금까지 어떤 공학자보다 높은 점수다. 더구나 1100건이 넘는 특허권, 출원 중인 특허의 실시권 또는 재실시권을 3000여 개 제약, 화학, 생명공학, 의료기기 회사에 제공하며의학계의 에디슨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의 연구소가 단독으로, 또는 타 기관과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만도 40개에 이르고 그 가운데 단 하나를 제외한 모든 회사가 독립 법인이나 인수기업의 일부로 건재하고 있다. 이 회사들의 시장 가치를 합산해 보면 유니레버가 비공개 가격으로 인수를 추진 중인 헤어제품 회사 리빙 프루프Living Proof를 제외해도 23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랭어 랩이 내놓는최종제품은 사실 사람이다. 석사학위 취득자나 박사 후 연수자로 이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900여 명 가운데 수십 명은 학계, 산업계, 벤처캐피털 분야에 진출해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또한 14명은 미국공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Engineering, 12명은 미국의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Medicine 정회원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대학에서의 학문분야 간 융합은 여전히 진행 중인 목표지만 지난 10여 년 사이 그 진행속도는 크게 빨라졌다.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양산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대학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비록 산업계에서는 과거부터 흔히 볼 수 있던 현상이지만 랭어가 연구결과를 제품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기업에 소속된 연구소에 적용한다면 기업들 역시 한층 훌륭한 연구성과를 얻고 참신한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파급 효과가 큰 문제에 집중하기

 

랭어가 프로젝트를 선택할 때 반드시 지키는 한 가지 원칙은프로젝트가 벌어들일 돈이 아니라 사회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것이다.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성과를 낸다면 고객과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대기업들이 주로 추구하는 전략과는 크게 동떨어진 생각이다. 제품 아이디어가 너무 급진적이어서 현금흐름할인Discounted Cash Flow의 계산이 불가능하다면 대기업은 보통 그 제품의 생산을 진행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연구가 뜻밖의 난관에 부딪칠 때도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야심 찬 연구를 추진하다 보면 그런 문제는 늘 생기게 마련이다.

 

랭어에게파급 효과란 결과물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구의 수다. 그의 연구소를 모태로 탄생한 생명과학회사 다수에 자금을 지원해온 벤처캐피털회사 폴라리스 파트너스Polaris Partners는 이들이 전 세계 47억 명의 삶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1996년부터 시장에서 판매 중인 랭어 랩 제품 중에는 뇌에 이식해 교모세포종이 발생한 부위에 바로 화학요법을 실시하게 할 수 있는 칩이 있다. 최근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신생회사 시길론Sigilon으로 넘긴 제품은 타 대학의 연구진과 공동 개발한 1형 당뇨의 잠재적 치료제다. 연구진은 베타세포를 중합체로 감싸면 신체의 면역체계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혈당 수준을 감지해 적절한 양의 인슐린을 방출하게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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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포, 중합체, 그 밖의 물질을 순간 냉동하는 데 사용되는 액체질소. 랭어가 자신이 공동설립한 회사인 세븐스센스 바이오시스템스(Seventh Sense Biosystems)가 개발한 버튼식 채혈기인 TAP을 시험하고 있다.

랭어의 연구소가 이처럼 구체적이고 원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자 정말로 고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재단, 기업, 다른 연구소의 과학자들, 미국 국립보건원을 비롯한 정부기관들도 포함된다. 현재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전립선암 연구재단Prostate Cancer Foundation부터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 호프만라로슈Hoffmann-La Roche등 다양한 재단과 기업이 랭어 랩의 연간예산인 1730만 달러 가운데 63%를 지원한다. “우리가 랭어와 협업하기로 결정한 주된 이유는 그의 연구소가 통제전달 분야에서 이룩한 업적 때문입니다.” 게이츠 재단의 통합 발전과 말라리아 분야 사업을 책임지고 있으며 이 재단과 연구소 간 협력관을 맡고 있는 댄 하트먼Dan Hartman의 설명이다. “랭어와 연구팀의 창의력과 기술 전문성은 어떤 칭찬으로도 부족합니다.”

 

프로젝트 선정의 두 번째 기준은 프로젝트의 내용이 약물 전달, 신약 개발, 조직공학, 생체 재료 등 연구소의 주력 분야와 잘 맞는지 아닌지다.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재료, 생물학, 의학의 범위 안에 있습니다.” 랭어의 말이다.

 

세 번째로 랭어는 당해 의학, 과학적 과제가 그의 연구소 단독으로든 다른 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서든 기존 과학을 적용하거나 확장하여 해결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진다.

 

이 접근법은 연구에서 제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 오랫동안 널리 퍼져 있던 인식, 즉 그것이 직선과정이라는 견해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기존 직선과정은 기초연구, 응용 및 중개연구, 그리고 상업용 개발의 3단계로 진행된다. 기초연구는 실용성을 일단 배제하고 자연현상에 대한 지식 확대를 우선적 목표로 하며, 응용 및 중개연구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는 단계다. 그 다음 상업용 개발 단계에서는 그동안 발견한 내용을 실제 프로세스와 제품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 모두가 결국 제품의 대량생산으로 가는 과정인 셈이다. 이런 패러다임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국가방위위원회National Defense Research Committee와 과학연구개발국U.S. Office of Scientific Research and Development 수장으로서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제안한 대표적인 인물 배너바 부시Vannevar Bush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이후로는 대학이 기초연구의 대부분을 주도했지만 기업들도 여기에 참여했다. AT&T, 코닝, 듀폰, IBM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근래 수십 년 사이에 대기업들은 기초연구가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성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결과에 대한 예측이 곤란한 데다 가치를 창출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점차 학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연구 결과를 사들이거나 라이선스를 획득하기도 하고, 연구결과를 상품화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기도 하며, 학술연구에 자금을 제공하거나 자체적으로 과학자들을 연구실에 파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직선 패러다임이 보편적으로 옳다고는 볼 수 없다. 19세기 중반 이후로 뛰어난 연구자들은 절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과학의 경계를 확장해 왔다. 프린스턴대 정치학자 도널드 E. 스톡스Donald E. Stokes는 이런 연구자들이 일하는 영역을 일컫는파스퇴르의 사분면Pasteur’s quadrant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질병 및 식품 부패를 퇴치하기 위해 미생물학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루이 파스퇴르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통신시스템을 개선하고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초 과학을 발전시킨 벨 연구소Bell Labs, 지금껏 존재한 가장 성공적인 혁신 조직인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DARPA등이 대표적 예다.

 

랭어 랩 역시 파스퇴르의 사분면에 속한다. 랭어 랩의 연구자들은 주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응용과학과 공학에 역량을 쏟지만 그 과정에서 기초과학의 경계를 넓히는 성과를 내기도 한다. 일례로 랭어의 가장 중요한 발견 가운데 하나는 다공성 중합체를 이용해 몸속에서 대분자 약물의 정해진 분량을 몇 년에 걸쳐 배출하는 기술이다. 이는침투이론으로 알려진 물리학과 수학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양자통신quantum communications과 이산화탄소 포집 물질 개발에 열정을 쏟은 코닝, 인지컴퓨팅과 스마트 시티 분야를 개척한 IBM, 보건과 자율주행차에 헌신한 알파벳Alphabet 등 주목할 만한 예외도 있으나, 오늘날 기업들은 구태여 초기단계의 연구를 실생활의 문제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개리 P. 피사노Gary P. Pisano의 말이다. “그런 기업들은 굉장히 드문데,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커다란 사회문제들을 정말로 해결한다면 실제 수익과도 물론 직결되죠.”

 

코크 연구소의 신경과학 교수로 MIT 총장을 지낸 수전 호크필드Susan Hockfield도 같은 생각이다. “기업 R&D의 현실에 대한 우려와 회의론이 많습니다. 제약회사 R&D의 경우 연구의 초기단계인 탐색조사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데 이 단계에서 기업 외부의 생물학자나 공학자들과 적절히 협력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최근 국립 연구기관들을 평가하는 위원회에서 임기를 마쳤습니다. 이들 기관이 가진 탁월한 아이디어와 우수한 연구 품질에 대단히 놀랐죠. 하지만 그 연구 결과를 제품으로 만들어 출시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죽음의 계곡에 다리 놓기

 

물론 가장 첫 단계는 앞으로 추진할 적절한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현하려면 기나긴 험로,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만 한다. 랭어는 어떻게 해야 연구결과를 확보하며 초기연구와 상업용 개발 사이의 계곡을 지혜롭게 건널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플랫폼 기술에 주력한다.많은 기업과 대학 연구소는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뿐 그 이상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랭어 랩에서는 좀 더 넓은 관점을 취한다. 폴라리스의 공동창업자 테리 맥과이어Terry McGuire에 따르면 이 전략은 폭넓은 시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예상 밖의 응용 분야를 찾을 수 있게 한다. 당 분자의 구조를 이해하고 조작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2001년 설립한 모멘타Momenta도 당초의 목적은 암,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 등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헤파린의 배열을 밝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현재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의약품인 로베녹스Lovenox의 복잡한 구조를 결정하는 데도 이 유망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결과 심부정맥 혈전증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바이오제네릭 제품이 탄생했다. 이 제품은 출시 첫해에만 10억 달러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실험실의 연구자들은 특정 용도를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다양한 응용 방법을 구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랭어는 반도체 관련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수년간 약물을 방출할 수 있고 체외에서도 제어가 가능한 이식형 마이크로칩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칩이 약물을 전달하는 용도로 사용될 뿐 아니라 TV 속으로 들어가 시각적 경험을 한층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향기를 분출하는 데도 쓰일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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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특허권을 확보한다. MIT는 본래부터 학술 연구결과로 특허권을 확보하고 라이선스를 허용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랭어는 강력한 특허를 확보하는 데 남다른 수완을 발휘해 왔다. 랭어의 목표는 타인이 연구소의 특허 범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가능성을 제한 또는 차단함으로써 연구결과의 상업화에 필요한 돈을 기업이 지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금액은 대개 값비싼 임상시험 비용을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으며 실제 연구비를 크게 능가한다. 참고로 랭어의 비결을 몇 가지 추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출중한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서로의 권고안을 반박하게 한다. (2) 특허청구항에 권리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 불필요한 표현을 삭제한다. (3) 모든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사실을 뒷받침하는 실험결과를 첨부해 특허 소송에서 권리 범위가 모호해질 경우를 대비한다.

 

중요한 논문을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한다.연구 결과가 네이처나 사이언스지에 실리면 연구의 안정성과 중요성을 다른 학자들은 물론이고 잠재적인 비즈니스 투자자들에게 입증하고 홍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동물 실험을 통해 개념을 충분히 검증하며 연구결과를 너무 성급하게 실험실 밖으로 유출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연구결과가 제대로 실현될 가능성을 높이고, 상업화가 차질을 겪을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런 일은 대학은 물론 기업에서도 흔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에 추진 일정을 신중하게 계획해 좋은 성과를 얻은 프로젝트의 예로 저분자 약품, 고분자생물 약품, 핵산 등 폭넓은 수준의 치료제를 초음파(과거에는 주사로 투여해야 했다)를 이용해 위장관으로 신속하게 전달하는 연구를 들 수 있다. 초기 연구결과가 유망했고 연구소 과학자 가운데 한 명이 법인을 세워 이 발견을 상업화하겠다는 열정을 보였으나, 랭어는 아직 그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이르다고 보았다. 그는 연구팀이 그대로 유지되어 기술 개발에 계속 매진하기를 바랬다. 연구팀이 대형 동물에장기 치료(동물에게 한 달간 날마다 치료법을 적용)’를 실시하는 연구 등을 통해 그 안전성을 증명하고 약물전달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배합법을 개발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상업화 일정에 매이지 않고 진행한 추가연구는 과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약 18개월 동안 연구소는 이 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약물(캡슐에 싸이지 않은 핵산)까지 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해 잠재적 응용 범위를 넓혔다. 또한 연구팀은 연구에 관한 논문을 추가로 상호심사 학술지에 발표해 최초의 연구 데이터가 신뢰할 수 있고 반복 가능함을 증명했다. 그제야 랭어는 그 기술의 개발업무를 수행할 새 회사 수오노바이오Suono Bio를 위해 재원 조달을 돕기로 했다.

 

연구자들에게 보상한다. MIT는 각종 경비와 수수료를 제한 사용료 수익 중 3분의 1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한다. 나머지는 연구자들의 소속 부서나 센터, MIT의 기술 이전 조직, 대학의 일반 기금 등으로 들어간다. 근래 몇십 년 동안 유사한 정책을 채택하는 대학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접근법이다.

 

상업화에 연구자들을 참여시킨다.지난 몇 해 사이에 많은 연구소 구성원들이 그들의 프로젝트를 이어받은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업에서는 기술을 시장으로 옮기는 열정이 전문지식만큼이나 중요하다. “여러 기업이 훌륭한 성과를 낸 데는 그쪽으로 옮겨 큰 일을 해낸 우리 학생들의 공이 큽니다. 그들은 자신이 연구실에서 일궈낸 성과에 대해 확신을 갖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를 원합니다.” 연구소에 남거나 다른 대학으로 옮긴 다음 기업에 조언을 제공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랭어 역시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탄생한 보스턴지역 10개 스타트업의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수들의 직접적인 영리사업 참여에 대해 제한을 완화하고 오히려 창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기관을 설립해 연구결과의 상업화를 권장하는 대학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MIT처럼 확고한 창업 친화적 문화가 없는 기관에서는 그런 활동에 대해 여전히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곤 한다. 산업계에서도 과학자들이 상업화에 깊이 관여하는 경향을 낯설어 하고 있다.

 

기술 이용 형태에 따라 라이선스 설정에 변화를 준다.만약 기업이 연구소로부터 라이선스를 부여받은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라이선스를 포기하게 할 수 있다. 뇌종양 치료를 위한 칩이 어떻게 시장에 나왔는지를 돌이켜보자. 그런 치료에는 사실 관심이 없는 기업이 어쩌다 그 기술의 라이선스를 지닌 회사를 인수했다. 그러자 MIT는 그 기업에 라이선스 수수료를 적게 받는 대신 칩을 개발할 스타트업을 설립하겠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MIT만큼 공격적으로 특허권을 관리하는 대학이나 기업은 흔치 않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유용한 잠재 가치가 있는 연구 결과들이 함부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 꾸리기

 

위장 속에 머무르며 수주일에서 수개월간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경구투여 약물전달 장치를 개발하는 연구팀은 당초 장치의 형태를 별 모양으로 구상했다. 그 이후 모형제작 경험이 풍부한 한 기계공학자가 프로젝트에 합류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왜 하필 별 모양을 선택했나? 다른 형태는 어떨까? 연구팀은 육각형과 다양한 별 모양을 포함한 몇 가지 대안을 검토하다가 육각형 별이 캡슐에 넣기에 적합하고 위에 머무르는 기능도 가장 탁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새 팀원은 팔과 중심부가 딱딱하다는 점과, 접속 부위 탄성중합체의 내구성, 펼쳐진 상태에서의 장치의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토론을 거친 끝에 장치의 소재는 원래보다 더 오래가는 물질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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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을 이끄는 하버드대 위장병학자 겸 의공학자인 지오바니 트래버소Giovanni Traverso MIT 연구원의 말이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연구자들을 한 팀으로 묶을 때 그런 장점이 생겨납니다. 새로운 통찰과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죠.” 랭어 랩에는 화학공학자, 기계공학자, 전기공학자, 분자생물학자, 의사, 수의사, 재료과학자, 물리학자, 약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가 있다. 전문 분야가 다른 팀원들이 코크 연구소 6층에 밀집한 연구실과 사무실에 나란히 앉아서 일하고 있다.



 

암에서부터 지구온난화에 이르는 폭넓은 과제 해결에 다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소의 중요성을 학계가 인정하면서 이러한 연구소들이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암에 맞서는 사람들Stand Up to Cancer캠페인의 목표 가운데 하나도 그런 연구팀에 대한 재정 지원이다. 그러나 변화는 여전히 초기단계다. 수전 호크필드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2016 MIT 보고서융합: 보건의 미래Convergence: The Future of Health에서는지구의 심각한 당면문제 해결을 위해 공학, 물리학, 컴퓨터공학, 수학, 의생명공학을 통합하는 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통합을 위해서는 학술기관과 기업이융합의 문화를 형성하고 정부는 연구지원 관행을 바꾸는 등 교육계, 산업계, 정부를 아우르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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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어의 명성, 그의 연구소가 받아들이는 도전, 스타트업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 등 풍부한 경력 기회 덕분에 랭어 랩에는 많은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연구소에는 현재 119명의 세계 각국 출신 연구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학기마다 30~40명의 학부생을 받고 있다. 매년 10~20명을 뽑는 박사 후 연수자 자리에는 4000~5000 명이 지원하고 있으며 특정 프로젝트에 특수한 기술이 필요할 경우 전 세계의 인재를 대상으로 적임자를 물색한다.

 

지원자들은 반드시 탁월한 연구실적을 보유해야 하며 남다른 열정을 지녀야 한다. 그 외에도 랭어의 경영진의 일원인 트라버소와 의공학자이며 MIT 소속 과학자인 애나 재클러넥Ana Jaklenec인성과 붙임성이 좋고 소통 능력이 뛰어난사람들을 찾는다. 랭어 랩의 연구원들은 늘 동료들에게 자신의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누구나 실시할 수 있는 실험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8년간 MIT를 이끌며 뛰어난 융합능력을 발휘했던 호크필드는 다학제 간 연구환경에서 전문용어, 업무관행, 가치관, 심지어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의 차이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클러넥은 내게 수식이 가득 적힌 화이트보드를 보여주었다. 박사 후 연수자 두 명의 회의 과정을 보여주는 흔적이었다. 두 사람은 체내에 머무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방출되는 단일분사형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 생물학자와 의공학자였다. 생물학자는 백신에 사용된 바이러스가 인체에 주는 부담을 줄이는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중이었고, 의공학자는 열 안정화를 연구하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한 가지 문제와 맞닥뜨렸다. 두 사람의 데이터세트가 서로 모순적이었기 때문. 알고 보니 각자 농도가 다른 백신으로 실험한 것이 문제였다. 의공학자는 임상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농도를 따랐고, 생물학자는 자기 분야의 분석방법에서 요구하는 농도를 따랐다. 두 사람은 결과를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실험의 수치를 조절해야 했다. 이런 문제는 비일비재하다. “연구자끼리 말이 통해야 하고, 특정 문제에 대한 절대적 권위자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트라버소는 말한다.

 

랭어는 연구소에 꼭 필요하거나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도 종종 특이한 배경을 지닌슈퍼스타를 영입한다. “인재 채용에는 간혹 도박이 필요하죠. 트라버소가 좋은 예입니다.” 트라버소는 존스홉킨스Johns Hopkins병원의 저명한 암 생물학자 버트 보겔스타인Bert Vogelstein밑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박사학위 연구 내용 중에는 대장암 조기 진단을 위한 획기적인 분자 테스트 방법이 있었다. 랭어에게 처음 연락했을 당시 그는 보스턴에 있는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에서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면서 채용이 예정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소화기내과 의사로 어떤 일을 할지 궁리하고 있었다. 그는 랭어에게 위장관에서 약물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에 관심은 있지만, 자신이 엔지니어는 아니라고 말했다. 랭어는 그냥 그를 채용했다.

 

도박은 주효했다. 트라버소는 위장관 속 장치를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몇 가지 다른 방법의 개념을 증명했다. 이를 본 게이츠 재단은 그간 빈곤국가를 위해 재단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온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리라 보고 거액의 지원금을 출연했다. 노보노르디스크(내부 주사용 미세침 개발),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 연구소Charles Stark Draper Lab(삼킬 수 있는 새로운 장치 개발), 호프만라로슈(신형 약물전달 기술) 등에서도 연구비를 후원했다.

 

 

 

잦은 인력 회전 수용하기

 

여느 대학 연구실과 마찬가지로 랭어의 연구실에도 계속해서 누군가가 들어오고 또 떠난다. 박사과정생은 대개 4~5, 박사 후 연수자는 2~3, 학부생들은 최소 한 학기에서 최대 4년 정도를 머무른다. 신입 연구원들은 지속적으로 훈련을 받다가 주로 생산성이 최고조에 오른 시기에 연구소를 떠난다. 그러나 랭어와 동료들은 인력 회전의 이점이 단점을 압도한다고 본다. 우선 참신한 시각에서 문제를 보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이를 가리켜지속적인 자극이라 부른다. 이직 시기를 예상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며, 프로젝트 수행기간과 거의 맞물린다. 대규모 지원금도 체계화를 통해 어렵지 않게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연구원은 고용기간이 한정적이고 연구지원금의 지속기간에도 제한이 있으므로(일반적으로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3~5)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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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호크필드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학술연구 모델을 냉소적으로 보는 이도 많습니다.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는 말도 들었죠. 하지만 알고 보면 괜찮은 관리 방식이에요. 다양한 경험을 지닌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을 한데 모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교수들은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고 자기 분야의 연구문헌과 역사를 훤히 꿰고 있습니다. 학생과 박사 후 연수자들은 열정과 의욕이 넘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풍부하죠. 교수들은 그런 기발한 아이디어가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돕습니다. 놀랍게도 학생들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를 때가 있습니다. 충분한 지식이 없어서 유치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요. 똑똑한 학부생이, 대체 어떤 원리죠?’라고 물을 때만큼 당황스럽고 연구의 근본적인 가정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고용기간이 정해져 있는 의욕 충만한 슈퍼스타 팀, 성공한 과학자의 지도, 시간 제한이 있는 프로젝트,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이 모두는 DARPA의 구성방식과 유사하며 이 원칙들이 학술기관 밖에서까지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지휘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케이프코드의 자택에서 랭어와 그의 아내 로라Laura로부터 연구실 관리가 일반적인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원생들과 토론하다 보면 이들은 지도교수를 하나부터 열까지 물고 늘어지는 참견꾼으로 묘사할 때가 많아요. 사실 교수에게 연구실은 자식 같은 존재이니 이해는 갑니다.” MIT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로라가 말했다. “교수들은 연구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관리하려고 하죠. 학생들이 연구 중 저지르는 실수를 보면 답답할 겁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여지를 주지 않으면 그들의 숨을 틀어막는 꼴이 되고 혁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꺼리는 습관을 들이게 되죠.”

 

랭어는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관리하에서는 모든 이들이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어느 대안을 진행할지 선택하는 데 참여한다. “공동의 과제니까요. 사람들에게 자율권을 줘야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의견을 쉽게 낼 수 있습니다.” 이는 주로 리더에 의해 프로젝트가 선택되는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소와는 반대되는 입장이다.

 

전·현직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듣기로 랭어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일깨우고 어떤 일에 공을 들일지 스스로 결정하게 내버려두는 타입이라고 한다. 컬럼비아대 의공학 및 의학 교수로 1980~90년대에 랭어 랩에서 일한 적이 있는 고다나 번작노바코비크Gordana Vunjak-Novakovic는 이런 교훈을 마음에 깊이 새겨 직원 40명의 연구실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구원들에게 절대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하지 않고, 그들이 직접 가능성을 찾고 그중 하나에 진정한 열정을 갖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일하게 합니다.” 랭어가 이끄는 박사 후 연수자 및 연구원의 대다수와 박사과정 학생 일부는 몇 가지 프로젝트에 정성을 쏟고 있다.(랭어 랩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HBR.org에 게시된 이 기사의 온라인 버전에서 두 박사 후 연수자의 연구소 생활을 확인할 수 있다)

 

랭어는 재클러넥과 트라버소를 공동 연구책임자로 대우하는데, 이 역시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형태다. 지휘권은 연구실 전체에 골고루 배분되어 있으며,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사업 계획, 각자의 연구가 끌어오는 재원을 중심으로 누적된다. 처음에는 랭어도 연구자, 특히 대학원생들의 프로젝트가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제대로 체계를 잡을 수 있도록 지도를 아끼지 않는다. 어떤 대안을 고려할지 결정하는 것도 돕는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위장 속에 머무를 약물전달 장치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무렵 그와 트라버소는 두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하나는 위 속을 떠도는 장치이고 다른 하나는 위 벽에 부착되는 장치였다. 이행 가능성을 검토한 다음 그들은 떠다니는 장치를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따졌다. 그런 다음 랭어는 그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 “그 이후의 과정부터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할지 지시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심지어 대학원에서까지 우리는 남의 질문에 얼마나 잘 대답하는가로 평가받았죠. 그래야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고요. 그러나 실생활에서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의 답변이 얼마나 훌륭한지로 판단받지는 않을 겁니다. 질문이 얼마나 참신한가로 평가받죠. 나는 사람들이 훌륭한 대답을 하는 습관 대신 훌륭한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갖도록 돕고 싶습니다.”

 

개리 피사노는 이 철학이야말로 랭어 랩의 성공 비결이라고 본다. “‘당신과 당신 연구소가 더 좋은 성과를 내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겠다같은 방식이 현재 추세입니다. 그러나 랭어 랩에서 그렇게 했다면 연구소 분위기는 지금과 전혀 달랐겠죠. 연구원들은 아마, 제가 할 일을 알려주세요라고 하면서 가만히 있었을 겁니다. 랭어가 바라는 연구소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그의 연구소에서 사람들은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요. 그 때문에 그들은 뛰어난 교수나 비즈니스 세계의 우수한 과학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랭어는 연구자들이 난관에 부딪칠 때 랭어 자신과 그의 네트워크에 속한 전문가들에게 의지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랭어 랩에서 연구한 적이 있는 덴버대 경영학과 조교수 에이미 해밀턴Aimee L. Hamilton은 이를유도형 자율성이라고 부른다. 랭어의 신속한 반응은 전설적이다. 그는 아이패드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면서 몇 분 안에 이메일에 답장을 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1980년대에 랭어 밑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카토 T. 로렌신Cato T. Laurencin코네티컷대 교수는 자신의 제자 한 명이 랭어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랭어가 쓴 논문에 대해 질문했던 일을 떠올렸다. “핀란드에 있던 랭어는 그 학생에게 딱 10분 만에 회신을 하더군요.”

 


랭어는 또한 자신의 연구소를 떠나는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고 있으며 연구소를 거쳐 간 수백 명과 연락을 계속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제임스 달먼과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랭어는 달만의 지원금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스타트업을 지원한 여러 벤처 투자자들을 가족처럼 대하며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폴라리스의 테리 맥과이어Terry McGuire, 플래그십Flagship의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서드록Third Rock의 마크 레빈Mark Levin등이 대표적이다.(랭어, 맥과이어와 이들 부부의 자녀들은 지난해 보르도에서 휴가를 함께 보냈고, 랭어의 딸은 맥과이어의 딸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인맥에 대한 랭어의 투자는 연구협력의 생산성을 높이고, 연구소에 뛰어난 학생들을 소개받고, 스타트업의 인력자원을 확보하는 등 귀중한 성과를 낳았다. 랭어는 연구소 구성원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고자 할 때는 물론 연구소에 꼭 필요한 인재를 찾고자 할 때도 자신의 인맥을 활용한다. “랭어는 누가 가장 적합한 인물인지를 기막히게 알아냅니다.” 랭어 랩을 발판삼아 성장한 세 회사의 CEO 또는 총책임자인 에이미 슐먼Amy Schulman의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장을 옮길 생각이 있을 때 랭어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대단히 현명한 분인 데다가 구인자, 구직자 모두에게 좋은 기회를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죠.”

 

 

 

밥 랭어와 함께 일해본 사람들이 그에 대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연구를 제품 생산으로 옮기는 랭어 랩의 모델에서 랭어는 본질적인 요소다. 그리고 그는 누구도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걸출한 인물이다. 그렇다고친절한 아저씨리더십 스타일을 비롯한 그의 모델을 전혀 재현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의 사내 연구소를 랭어 랩처럼 조직한다면 어떨까? 몇몇 분야에서 깊은 전문성을 길러 고객들의 가장 절박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며 슈퍼스타 연구원들을 유인한다면?

 

“기업들도 최고의 실력자들이 모여 다음 승진이나 걱정하면서 30년을 보내기보다는 몇 년 안에 획기적인 업적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연구기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의 하버드 동료인 윌리 시Willy Shih교수는 그런 접근법을 통해 기업들은 더욱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원찮거나 부실한 프로젝트를 신속히 제거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연구소 구성원들이 계속 바뀌다 보면 참신한 시각의 검증을 견디지 못하는 아이디어는 당연히 퇴출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밥 랭어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세상을 바꾸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평생 동안 과학을 연구하면서 간직해온 목표죠. 제가 설립에 도움을 준 회사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해온 일들이 어떤 결실을 맺는지 지켜보고 싶어요.” 랭어 랩의 가치와 모델을 효과적으로 응용하면 기업들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성공을 거두게 되지 않을까.

 

 

번역: 김효정 / 에디팅: 석정훈

 

스티븐 프로케시(Steven Prokesch) HBR 시니어 에디터다.

 


 

랭어처럼 혁신하는 법

 

기업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성이 높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초기단계의 연구를 기피하므로 연구결과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 접근방식을 바꾸어 랭어 랩의 다음 원칙 가운데 전부 또는 일부를 채택한다면 연구기관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

 

쓰임새를 생각하고 연구를 추진한다.

 

기업들은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연구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그 해결책은 인류에게 주는 영향과 ROI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커다란 성과를 안겨줄지도 모른다.

 

(밥 랭어는 그가 설립에 도움을 준 회사에서 벤처투자자들이 최소 50%의 내부수익률을 거둬들였다고 추정한다.) 그런 노력은 회사가 지닌 전문적인 역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한다.

 

몇 가지 분야에서 깊은 과학기술 전문 지식을 기른다.

그리하면 절박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다.

 

지식재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한다.

매우 폭넓고 강력한 특허권을 설정한다면 기업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직접 실시하기를 원치 않는 특허권에 대해서는 실시권을 설정하여 다른 주체에게 대신 실시하게 하면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

 

주된 연구기관을 별개의 주체로 대우하고 기존 사업부서의 점진적인 요구에서 해방시킨다.

그리고 연구 프로젝트를 창의성이 아닌 시간 제한으로 압박하면 기업은 연구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

 

안정성보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강조해 연구소를 큰 뜻을 가진 뛰어난 과학자와 엔지니어로 채운다.

코닝, 제넨테크Genentech, 구글, IBM, 노바티스 등 여러 기업이 박사 후 연수생을 위한 자리와 교수들을 위한 안식년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이런 기업의 연구자들조차 대다수가 장기 고용자들이다. 그 대신에 기업들은 뛰어난 인재와 2년 내지 5년 기한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연구성과가 성공적일 경우 일부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다학제 환경에서 역량을 펼치려면 의사소통능력, 인내심, 호기심이 뛰어난 팀 플레이어여야 한다. 이런 접근법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재를 융통성 있게 유치할 수 있다.

 

첨단연구 부서에는 재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조직적으로 접근하며 독립성을 보장한다.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GE의 경우 R&D 예산은 CEO가 바뀔 때마다 크게 오르내렸다. 연구부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R&D의 기능을 깊이 이해하고 분기별 이익을 중시하는 행태에 기꺼이 맞서는 이사회가 필요하다.

 

탄탄한 리더십을 보장한다.

이는 자신의 분야에서 크게 존경받고 있으며, 자신의 역할이 주위 인재들에게 자율권과 성장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믿는 연구지도자를 찾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 리더들은 채용과 협업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 기업의 전문지식을 전략에 부합하는 새 주요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비전, ·외부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그런 비전을 남들에게 전달하는 능력, 연구기관의 가치를 명확하게 세우려는 목표의식을 지니고 있으므로 연구소를 혁신의 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

 

 

further reading

 

연구기관의 혁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HBR.org에서 다음 기사를 확인하라.

 

“스타급 인재를 협업으로 이끄는 길

하이디 K. 가드너 (2017 1~2월호)

 

“혁신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게리 P. 피사노 (2015 6월호)

 

“‘Special Forces’ Innovation: How DARPA Attacks Problems”

Regina E. Dugan and Kaigham J. Gabriel (October 2013)

 

Rebuilding the R&D Engine in Big Pharma”

Jean-Pierre Garnier (May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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