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in DBR (~2013)

기업 무너뜨리는 콜레스테롤 없애려면
란제이 굴라티(Ranjay Gulati),파니시 푸라남(Phanish Puranam),프릭 버뮬렌(Freek Vermeu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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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 6월 호에 실린 런던 경영대학원의 프릭 버뮬렌 부교수와 파니시 푸라남 교수,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란제이 굴라티 교수의 글 ‘Change For Change’s Sak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로 기업이 조직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기업이변화를 위한 변화를 원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반드시 변화해야 할 필요도 없는데 굳이 조직에 변화로 인한 고통을 가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변화에 대해 이처럼 회의적인 견해를 갖는 건 위험한 태도다. 경쟁 환경이 어떠하든 기업은 주기적으로 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외부 환경이 기업의 대응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내부 환경이 대응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을 수도 있다. 조직 내 인간 역학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조직 또한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시간이 흐르면 비공식 네트워크는 조직의 공식적인 구조와 같은 모습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각 부서가 폐쇄성을 띠게 된다. 구조조정을 실시하면 사람들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조직을 더 창의적인 곳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혁신과 적응을 방해하는 조직 내부의 구태의연한 틀도 뒤흔들 수 있다. 그간 눈에 띄지 않게 회사의 자원을 엉뚱한 곳에 할애해 왔을지도 모를 권력 구조도 와해시킬 수 있다.

 

이 모든 과정, 즉 폐쇄적인 구조 형성, 조직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틀, 지배 권력층의 등장은 쉼 없이 진행된다. 겉으로 보기에 건강해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동맥이 위험한 수준으로 막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듯, 모든 일이 제대로 굴러갈 때에는 이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 논문에서 기업의 건전성을 점검하기 위한 일종의 콜레스테롤 테스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질문지를 활용하면 기존 식습관을 약간만 변화시키면 될지, 중대한 변화를 추구해야 할지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불건전한 구조와 패턴이 어떤 식으로 쌓이는지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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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구조 형성

대부분의 기업 및 사업부는 하나의 기준을 중심으로 조직돼 있다. 그 기준은 기능일 수도 있고, 제품일 수도 있으며, 지리일 수도 있고, 시장일 수도 있다. 이런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조직 내 의사소통 및 협력이 기능, 제품, 지리 등 각 기준을 중심으로 하는 폐쇄적인 구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제품을 중심으로 조직된 기업은 불필요한 일을 중복하고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된 기업은 제품과 관련한 기회를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기준을 따라 통합이 이뤄지도록 조직을 매트릭스 형()으로 설계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 조직은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조직을 매트릭스 형으로 설계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의사 결정 속도가 둔화된다. 따라서 우리는 주기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기준을 따라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조직을 재정비한다고 해서 기존 네트워크와 문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잭슨 니커슨(Jack son Nickerson) 교수와 토드 젠거(Todd Zenger) 교수는 조직을 재정비한 후에도 직원들이 한동안 과거와 동일한 상호교류 패턴을 이어간다는 점을 발견했다. 따라서, 적어도 조직 재정비 후 한동안이나마 직원들은 비공식적인 네트워크와 공식적인 네트워크 둘 다를 활용해서 협력을 한다. 그 결과, 기업은 서로 다른 2개의 세계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

 

시스코가 대표적 사례다. 1997∼2001년 시스코의 조직은 3개 업종을 대표하는 3개의 사업부로 재편성됐으며 각 사업부는 각기 다른 고객 유형에 집중했다. 각 사업부는 독자적으로 마케팅, 판매, R&D 조직을 운영했다. 직원들은 주로 사업부 내부 인력들과만 상호교류를 하고 사업부 내부 업무에만 충실했다.

 

하지만 2001년 시스코는 창립 후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시스코는 다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이때의 변화는 기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시스코는 조직 재편 과정에서 더 빠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중앙 집중화된 R&D 그룹과 11개의 하위 그룹을 신설했다. 조직 구조가 재편되자 과거 3개 사업부 중 자신이 속해 있는 사업부와 관련된 업무만 진행했던 엔지니어들이 사업부를 막론한 모든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제품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 시작했다. 시스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나날이 심각해지는 제품 중복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변화를 단행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R&D 그룹을 중앙 집중화하면 고객과의 접촉이 끊기게 될 수 있다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 두려움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그 이유가 기존 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강한 영향력 및 시스코의 고객 중심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스코의 직원들은 고객을 위해 서비스 및 제품을 개발할 때 여러 기술을 아우른 최적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조직 재편 이전에 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그들을 찾아가는 듯했다.

 

물론 결국에는 공식적인 구조가 비공식적인 네트워크 및 문화와 동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예전 동료와의 연락을 줄이고, 부서 내부 사람들과 주로 어울리고 상호작용을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회사의 경영진이 다시 조직 구조를 변경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2004년 시스코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 당시 시스코는 사내의 여러 기능 부문 및 기술을 담당하는 고위 경영진을 모아 3개의 기업 위원회를 신설했다. 3명의 위원회장 중 1명의 얘기처럼 기업 위원회의 설립 목적은고객의 목소리를 대변해 시스코의 전략, 제품, 서비스에 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작업이었다. 각 위원회가 특정한 고객 유형에 치중한 점을 미뤄 볼 때 이런 변화는 부분적으로 과거의 구조로 회귀하는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틀

조직에 안정성이 자리를 잡았을 때 비단 구성원들의 의사소통 및 협력에만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특정한 방식을 활용하는 시기가 길어지면 시장 상황에 변화가 생겼을 때 적응하기가 한층 더 힘들어진다. 조직 구성원들이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등한시할수록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역량도 줄어든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제임스 마치(James March) 교수가 남긴이용이 탐색을 몰아낸다(Exploitation drives out exploration)’는 유명한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이용은 기존 자원을 이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활동이며 탐색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여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의미함-역자).

 

즉 현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이용이 위험하지만 가치가 있을 수도 있는 새로운 방법을 추구하는 탐색을 몰아낸다는 뜻이다. 필자들이 앞서 설명한 방식으로 폐쇄적인 구조를 무너뜨리면 조직이 구태의연한 틀에 갇혀버리는 걸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의 변화에만 의존하는 일도 위험하다. 단 한 가지의 변화에만 의존하면 변화 자체가 하나의 틀이 되기 때문이다. 휴렛패커드(Hewlett-Packard)는 여러 해 동안 판매, 마케팅, 제품 개발 등 여러 기능을 중앙 집중화했다가 제품 그룹별로 각 기능을 분산시키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2개의 서로 다른 방식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휴렛패커드의 전략은 결국 하나의 익숙한 과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개의 전략이 반복되자 경영진은 서로 다른 2종류의 틀을 오가는 행태, 즉 최근의 업무 방식을 버리고 5년 전의 업무 방식을 택하는 관행에 익숙해졌다. 휴렛패커드의 경영진은 중앙 집중화로 인한 결점과 분산으로 인한 결점을 반복해서 맞바꿨다. 결국 휴렛패커드의 성과는 악화됐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필자들은 기업들에 변화의 유형 및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다양화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예를 들어, 한 해 동안 보상체계에서 단체 성과보다 개인 성과를 강조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다른 해에는 특정 사업부에 속해 있는 직원들을 고객 부문이 아닌 기능별로 집결시키기 위해 사무실 공간을 재배치했다가 몇 년 후에는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와 이멜트의 후임자 조 호건(Joe Hogan) GE 헬스케어(GE Healthcare, 이전의 GE 메디컬 시스템스) CEO로 일하는 동안 이 방법을 택했다. 이멜트는 서비스와 고객에 대한 회사 차원의 집중도를 강화하겠다는 잭 웰치(Jack Welch)의 결정을 따라 웰치가 공표한 목표를 성공시키기 위해 일련의 변화를 시도했다.

 

1997년 이멜트는 3개의 지역 센터를 중심으로 GE 헬스케어를 구조조정했다. 이멜트가 주창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GE 헬스케어는 장비 부문과 서비스 부문을 통합하게 됐다. 호건은 GE 헬스케어의 경영권을 넘겨받자마자 회사의 구조조정을 도모해 서비스 부문을 새로운 글로벌 조직 GE 헬스케어 서비스에 넘겼다. 그 후, GE 헬스케어 서비스의 폴 미라벨라(Paul Mirabella) 사장은 장비와 서비스를 다시 연계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변화를 주도했다.

 

미라벨라 사장은 변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요 고객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할 기업 총괄 관리자(Enterprise General Manager)직과 고객 협력관계 구축을 담당할 기업 개발 임원(Enterprise Development Executive)직을 신설했다. 이와 더불어 미라벨라 사장은 보고체계를 변화시켰으며 과거 성과를 중시하던 인센티브 시스템을 폐지하고 미래지향적인 지표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혼란과 변화가 문제를 야기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GE 헬스케어는 이런 변화 덕에 서비스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04, 신설된 판매 조직은 총 11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 거래를 따냈다. 이듬해인 2005년 미라벨라 사장이 주도한 변화의 결과로 등장한 기업 개발 임원들은 12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협력 관계 기회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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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 권력층의 등장

조직이 너무 오랜 기간 변화를 회피하면 제3의 문제도 발생한다. , 기업의 자원 할당 역량이 점차 약화돼 심각하리만치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자원을 할당하는 상황에 이른다. 특정한 사업부가 많은 자원을 갖고 있을수록 그 사업부는 점점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처음에는 각 사업부가 갖고 있는 힘이 해당 사업부의 중요성과 비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힘이 더 이상 정당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회사의 관점에서는 더 많은 자원을 다른 곳에 배치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에 직면한 기업들은 대부분 약간의 변화를 주는 데서 그친다. 가령, 여러 부서를 아우르는 통합 팀을 설립하거나, 여러 부서에서 참여하는 협력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집중화된 기업 자금을 조성하거나, 특정한 통합 기능부서를 신설하는 방법 등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방법들을 택하면 언제나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타난다.

 

부서의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를 받는 막강한 사업부의 임원은 다른 사업부와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다른 사업부에 정보 및 자원을 제공해야 할 때 늑장을 부릴 수도 있다. 막강한 사업부의 임원이 무언가를 하려 할 때쯤은 이미 약한 부서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버린 뒤일 수도 있다. 막강한 부서의 임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를 완수하는 한 그들에 대한 평가를 맡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팀과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사내의 특정 그룹이 이처럼 강력한 힘을 갖게 되면 상당히 강력한 조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사내에서 활동하는 각종 그룹을 아예 해체시켜야 할 수도 있다. 권한 중 일부를 박탈한다 해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그룹들이 존재하는 한, 이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으로 인해 회사 전체의 진전과 부활이 방해 받게 마련이다. 때로는 이 변화에 반발하는 일부 직원들의 퇴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런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거나,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바람직할 수 있다.

 

세계적인 상업용 부동산 관리 회사 존스 랭 라살(Jones Lang LaSalle)의 사례를 보자. 존스 랭 라살은 임대를 담당하는 세입자 대표 그룹(Tenant Representation Group), 상업용 부동산 관리를 맡고 있는 기업 부동산 서비스(Corporate Property Services), 신규 건축물 개발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개발 서비스(Project and Development Services) 등 총 3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었다. 존스 랭 라살은 위 3개의 사업부를 중심으로 돌아갔으며 직원들은 대개 3개 사업부 중 한 곳에서 퇴사할 때까지 일을 했다. 성과를 평가할 때도 각 사업부와 관련된 지표에 초점을 맞췄다. 회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3명의 부서장이었다.

 

문제는 3개 사업부가 각자의 시장에서 동등한 수준의 우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특정한 시장에서 한 사업부가 약세를 보이면, 나머지 2개 사업부가 3종류의 서비스 모두를 원하는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래 전부터 존스 랭 라살의 최고 경영진은 상당 기간 고착화돼 온 권력 구조에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각 사업부의 자율성이 이미 고착화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업부로 하여금 특정 지역에 투자를 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규모가 큰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은 수익성이 높고 성장 속도도 빨랐다. 하지만 서로 다른 3개의 사업부가 이 시장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도록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각 사업부는 다른 사업부를 일종의 침입자로 여겼으며 해당 사업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될 때에만 다른 사업부와 협력했다.

 

2002년 자사의 내부 구조가 갖고 있는 문제점으로 놓친 기회까지 합하면, 조직 구조로 인한 회사의 손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결국 존스 랭 라살의 최고 경영진은 뉴욕의 부동산 시장을 겨냥해 3개 사업부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조직을 설립했다. 이후 1년 만에 뉴욕에서 존스 랭 라살이 관리하는 상업용 부동산이 약 25% 증가했다. 존스 랭 라살은 뉴욕에서 세 번째로 큰 상업용 부동산 관리업체로 성장했다.

 

존스 랭 라살의 신임 CEO 콜린 다이어(Colin Dyer)는 뉴욕에서 성공을 거둔 후 다른 지역에서는 뉴욕에서만큼 현지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다이어는 2005 3개의 사업부를 폐지하고 고객과 시장을 중심으로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기로 했다. 기존 3개 사업부는 대기업 고객과의 관계 관리에 집중했고, 새롭게 거듭난 존스 랭 라살은 대도시 지역에서 일회성 거래를 맡았다. 이후 2년 동안 존스 랭 라살의 주가는 3배 올랐다.

 

물론 구조 변화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일부 고위급 임원은 자신에게 할당된 권한, 예산, 직속부하의 수가 급감하자 회사를 떠났다. 대부분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존스 랭 라살이 추구한 변화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으며 최고 경영진은 이에 많은 관심을 할애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직속 부하의 수가 1800명에서 단 2명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한 고위급 임원이 남긴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가 하나의 사업부로 훨씬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정말 만족스럽다. 오히려 팀이라는 느낌이 강해졌다. 과거에는 항상 장애물이 있었다. 이제 그 수가 훨씬 적어졌다. 예전에는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가 없었다. 일단 나부터 그런 일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는 모두가 폐쇄적인 구조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남긴 임원은 존스 랭 라살에 그대로 남아 회사의 실적이 급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변화가 필요한 때가 언제인지 파악하라

회사 실적이 우수하고, 비즈니스 모델에 특별한 문제도 없으며, 주가도 괜찮은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식생활과 운동습관을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생활방식의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기업 경영진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간단한 질문지를 만들었다. 모든 고위급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질문지를 활용하면 기업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안정적인 건 아닌지, 직원들이 아무런 의심도 없이 구태의연한 틀 속에 빠져 들고 있는 건 아닌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임원들이 과거의 비즈니스 활동에 투자자원을 쏟아 붓고 있는 건 아닌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질문지를 활용하면 조직을 재설계할 때가 된 건지,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할지, 얼마만큼 변화를 시켜야 할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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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라는 답변에는 각각 1점을 매길 수 있다. 총점이 3점 미만이면 지금 당장 변화를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 총점이 3점 이상 7점 이하면 조만간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변화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점수가 7점을 초과한다면, 변화가 시급하며 대규모의 변화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종류의 변화를 추구해야 할지 결정하고자 할 때에는 각 범주의 총점을 확인하기 바란다.

 

첫 번째 범주의 점수가 가장 높다면 제품, 기능 등 회사를 조직할 때 기반으로 삼았던 기준을 변화시켜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범주의 점수가 가장 높다면 다음 번에 변화를 추구할 때에 지난 번과는 다른 변화를 택해야 한다. 마지막 범주의 점수가 가장 높다면, 조직 전체를 개혁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변화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질문지의 내용을 변형할 수도 있다. 가령, 질문을 제안으로 변화시켜 응답자들에게 각 제안에 대한 동의 수준을 1-5의 숫자로 표현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직원들의 생각과 의견이 곧 조직 내에 기업 콜레스테롤이 축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직원들끼리 모여 얘기를 나눌 때면 협력 부족,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임원 및 사업부에 관한 불만이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어떤 회사에서건 구조, 보상체계, 과정 등이 업무를 제대로 진행하는 데 방해가 되면 직원들이 머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게 된다.

 

필자들이 앞서 묘사한 방식으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은 관상동맥 현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등장하는 대규모의 조직 개편, 수많은 대기업이 경험하는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다. 특히 회사가 급진적인 변화를 맞닥뜨리더라도 구성원이 변화를 잘 견뎌낼 준비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산 관리기업 SEI의 설립자 겸 최고 책임자인 앨프리드 웨스트(Alfred West)는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변화는 쉽지 않다. 하지만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변화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 웨스트는 끊임없이 SEI의 구조와 보상체계, 비즈니스 과정을 변화시키는 등 항상 변화를 추구해 왔다. 하지만, 조직적 불확실성 및 불확실성으로 인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SEI는 꾸준히 연간 40%의 수입 증가, 연평균 2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포춘(Fortune)에서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미국 기업(Best Companies To Work For In America) 목록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프릭 버뮬렌(Freek Vermeulen, fvermeulen@london.edu)은 런던 경영대학원(London Business School)의 부교수다. 파니시 푸라남(Phanish Puranam, ppuranam@london.edu)은 런던 경영대학원의 교수로 동 대학원에서 운영하는 이다티아 비를라 인도 센터(Aditya Birla India Centre)의 공동 책임자를 맡고 있다. 란제이 굴라티(Ranjay Gulati, rgulati@hbs.edu)는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의 제임 앤드 조세피나 추아 티암포(Jaime and Josefina Chua Tiampo)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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