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월

이사회(理事會)에 부는 조용한 혁명
마크 A. 파이겐(Marc A. Feigen),리처드 D. 파슨스(Richard D. Parsons)

[106-Fe]c

미래지향적인 이사회는 조심스럽게 스스로를 변화시켜 왔다

 

 

지난 10년간 기업 이사회는 주주, 증권거래소, () 정부 및 연방 정부의 압력을 받으며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어떤 이사가 10년의 안식 기간 후 이사회로 복귀한다면 기껏해야 회의실 벽을 두른 판자 정도나 알아볼 것이다.

  

오늘날 규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부분의 이사를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하는데 과거에는 선택사항이었던 관행이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할 경우 대다수 이사회(S&P 500대 기업의 97%)는 이사회 대표 또는 이사회를 주도할 사외이사를 별도로 선임한다.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 대표는 이사회실 안팎에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외이사들은 CEO가 참석하지 않는이그제큐티브 세션(executive session)’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관행이다. 이사회의 보상위원회가 내린 결정에 대한 주주들의 검토가 허용됐고 감사위원회 위원들의 책무도 크게 확대됐다. 각 이사들은 과거보다 더 자주 회의에 참석하고, 경영진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며, 회사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외부에서 주도한 개혁은 이사회의 경영 감독 기능을 개선하는 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기업지배구조(governance) 분야의 선도적 변호사인 마티 립톤(Marty Lipton)의 지적대로 이런 개혁들은획일적인 기준(one size fits all)’을 적용하려는 문제를 지닌다. 감독 기능을 개선하려면 조직 구조를 바꾸거나, 이사회 회의에 참석을 요구하거나, 독립적이면서 공정해 보이는 사람들을 임명하는 일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사회의 모범사례를 (기독교의) 교리문답서(catechism)처럼 인용할 수 있다.” 사모투자전문회사 클레이튼 두빌리어 앤 라이스(Clayton, Dubilier & Rice) CEO이자 여러 이사회에 몸담고 있는 돈 고겔(Don Gogel)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최고의 이사회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최고의 이사회는 뛰어난 성과를 이루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에스티로더(Estée Lauder)는 파브리지오 프레다(Fabrizio Freda)를 외부에서 영입해 회사 경영을 맡겼다. 그리고 가족 경영 위주의 운영방식을 전문가 경영으로 바꿔 190억 달러 이상의 주주 가치를 창출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모든 측면에서 그를 지원했다. 다양한 인적 구성으로 유명한(15명의 이사 가운데 7명은 여성, 2명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1명은 중국 국적) 에스티로더의 이사회는 경영 역량과 이를 실행할 전략적 비전을 유지하면서도 10년에서 20년 후의 미래를 계획하는 남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능력은 에스티로더 가문의 전통에도 기인했다. (참고로 이 글의 공저자인 리처드 D. 파슨스는 에스티로더 이사회에 몸담고 있다.)

  

우리는 이런 마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이사회들에서 24명의 이사를 선정해 인터뷰했다. 그리고 이사회와 CEO들을 이끌고, 함께 일하고, 조언했던 우리 스스로의 폭넓은 경험과 연결해 시사점을 살펴봤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사회 내부에서 조용하면서도 급격한 자기 개혁 및 꾸준한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새로운 관행들은 주로 비공개로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거나 논의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내부적 변화가 이사회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이사회실 밖에서 오는 변화(이사 해고, 정책 도입 등)나 언론에 집중 보도되는 변화의 영향보다 더 크다고 생각된다.

  

다음 장에서 우리는 이사회의 관행에서 눈에 띄는 혁신들을 네 가지 주요 영역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즉 전략 및 인재 관리, 이사회 구성, 이사회 토론의 수준, 이사회와 CEO의 관계다. 이사회는 이런 혁신들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략 및 인재 관리

  

과거 이사회가 회사 전략을 파악하는 전형적인 방법은 대개 관리자들이 집중 리허설을 거친 형식적이면서도 장황한 프레젠테이션을 차례로 진행하고 이사회가 이를 경청하는 식이었다. 우리가 아는 어떤 이사는 이런 프레젠테이션을슬라이드에 깔려 죽기(death by slide)’라고 부른다. 

 

오늘날 뛰어난 이사회는 이사들이 회사의 전략과 인재를 이해하려면 쌍방향 학습 과정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델파이 오토모티브(Delphi Automotive), HP, 타이코(Tyco), 뱅가드(Vanguard)의 이사를 맡은 라지 굽타(Raj Gupta)는 이렇게 지적한다. “과거 이사들은 주로 회의실에 앉아서 일했다. 오늘날 이사들은 밖에서 업체들을 만난다.” 하니웰(Honeywell)의 전 회장인 래리 보시디(Larry Bossidy)는 그의 이사들이회사의 비즈니스별 성장 전망, 어느 부문에 투자할지, 어느 부문을 매각할지, 어떤 사업을 키울지등에 정통했다고 회고한다. 이사회의 의제도 변했다. 보다폰(Vodafone) 이사회의 의장인 헤라르트 클레이스테를레이(Gerard Kleisterlee)는 이사회에 지난 분기 결과를 세밀히 검토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쏟지 말라고 요구한다. 그는나는 전략적 주제와 사람들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말한다.

  

 

[106-Fe]_02
 

 

“우리는 이사회의 모범사례를 교리 문답서처럼 인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이사회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돈 고겔 클레이튼 두빌리어 앤 라이스의 CEO

 

 
이사들은 갈수록 비즈니스에 대해 더 많이 배우며 자신의 통찰과 이해를 비즈니스에 적용해 간다. 예를 들어 포드(Ford)의 전 이사회 대표였던 어브 하커데이(Irv Hockaday)에 따르면 현재 포드 포커스(Focus)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는 최초 우주왕복선에 들어간 소프트웨어보다 많다. 이에 따라 포드의 이사회는 기술주도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파브리지오 프레다는 에스티로더가 심층 연구를 통해 만든 10년 계획나침반(compass)’을 이해시키기 위해 이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10년 계획은(중요하긴 하지만) 틀에 박힌 3년 계획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이사회의 리더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문제에서 특히 중요하다. 마티 립턴이 최근 언급했듯, “이사회는 윤리적 기준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기업 문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그에 맞는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회사가 고객, 공급업체, 지역사회, 정부, 대중이 지닌 욕구를 잘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데 이사회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하다. 가령 타임워너(Time Warner)의 이사회에서는 어떤 음악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적합한지가 안건으로 올라왔다. 결국 경영진은 자사의 음악 브랜드 가운데 하나를 이사회 동의를 거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브랜드가 타임워너의 기준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능한 이사회가 지닌 또 하나의 주요 역할은 뛰어난 인재풀(pool)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의 핵심 인재들을 검토하고 승계 계획을 논의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애트나(Aetna)의 경영진은 상위 200명 임원들 각각의 핵심 개발 수요(development needs•역자주: 경력계발을 위해 필요한 요소)를 이사회와 공유한다. 애트나의 전 회장 겸 CEO였던 론 윌리엄스(Ron Williams)는 이렇게 언급했다. “이사회는 인재 관리 프로그램 및 최고 임원들 개개인에 대한 자료를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임원들을 직접 만나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임원들과의 만남은 지극히 사적인 환경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가 많고 솔직히 말해 운에 맡기는 일이나 다름없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사들 옆에 임원들을 앉히는 정도로는 사교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진정한 인재 관리라고 할 수 없다.”

 

회사의 인재에 대한 이사회의 이해 수준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승계와 관련한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부즈앤컴퍼니(Booz & Company) 2500개 상장회사의 CEO 승계와 관련해 진행한 연례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70~80% CEO들이 회사 내부에서 승진했다. 이는 점점 더 많은 이사회들이 내부 인재를 발굴하고 훈련해서 상위 보직으로 승진시키려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Idea in Brief
문제

 

외부 주도의 개혁은 이사회가 보다 효과적으로 회사 부정을 방지하고 주주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했지만 전략 수립 및 경영 감독이라는 성과를 내는 데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

 

해결책

 

저자들은 성공적인 이사회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수의 이사회가 스스로를 규제해 나가면서 다음 네 가지 영역에서 모범사례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밝혔다.

 

전략 및 인재 관리.뛰어난 이사회는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승계 계획과 관련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이사회 구성.이사회는 점점 많은 이사들을 다른 기업에서 영입하고, 이사들의 성과를 더욱 면밀히 관찰하며, 인적 다양성을 더욱 강조한다.

 

토론의 수준.이사들은 회의 준비를 더 철저히 하며 실제로 경영 현장을 방문하는 일도 늘고 있다. 또한 이사들은 사외고문과 더 자주 상의한다.

 

CEO와의 관계.뛰어난 이사회는 CEO가 이사회의 집단적인 전문지식을 활용하도록 권장한다. 또한 강력한 이사 대표 또는 비상임 의장을 둬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호한다.

 

 

  

적절한 이사회 구성

 

오늘날 미국 이사회에서 일하는 많은 이사들은 뛰어난 비즈니스 판단력과 소중하고 오랜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 비상근 이사며 대개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능력을 회사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는 한편으로 이사 대부분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져온 결과다. 경쟁사 직원이나 관련 비즈니스 종사자가 아니면서 심도 있는 산업적 지식을 지닌 사람을 찾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제이 로시(Jay Lorsch) 교수가 지적하듯 오늘날 이사들 대다수는 다방면에 걸쳐 넓은 지식을 가진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이런 상황은 문제가 많다. <포천> 500대 기업 중 하나의 전 CEO는 이렇게 불평한다.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를 잘 모르는 이사들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사들의 비위를 맞추고 잘 관리해야 하지만 사실 그들은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다.” 

 

“이사회는 인재 관리 프로그램 및 최고 임원들 개개인에 대한 자료를 파악해야 한다….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사들 옆에 임원들을 앉히는 정도로는 사교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진정한 인재 관리라고 할 수 없다.”

론 윌리엄스, 애트나의 전 회장 겸 CEO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이 제시된다. ‘새롭고 전문적인 이사회, 혁신을 부른다(The Case for Professional Boards, 하버드비즈니스리뷰,2010 12월 호)’라는 글에서 로버트 포젠(Robert Pozen)전문 이사(professional director)’라는 새로운 부류를 만들고 주로 은퇴한 임원 가운데서 전문 이사를 영입하라고 주장한다. 이런 해결방법은 다소 극단적이지만 갈수록 많은 이사회가 업계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회사인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tuart)에 따르면 S&P 500 모든 기업의 이사들 가운데 다른 회사에서 주요 비즈니스 부문의 리더를 맡은 사람의 비율은 10년 전 겨우 7%에서 현재 22%로 상승했다. 감사위원회 의장을 맡은 CFO, 회계담당자, 기타 재무 담당 임원의 비율은 2002년 겨우 4%였으나 현재는 무려 30% 이상으로 치솟았다.

 

또한 이사회는 개별 이사들이 회사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적극적으로 관찰한다. <포천> 500대 기업 중 한 곳에서는 매년 각 이사들에게 이사회에 남기를 원하는 다섯 명의 다른 이사들을 지명하라고 요청한다. 그 결과 누구에게도 지명을 받지 못한 이사는 이사회를 떠나야 한다. 이 회사 CEO는 이렇게 말했다. “성과가 부진한 이사를 내보내지 않으면 다른 이사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힘든 결정이지만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갈수록 많은 이사회가 회사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원한다. 우리는 스스로 회사의 전략이 요구하는 기술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스프린트(Sprint)의 이사회를 사직한 사람을 알고 있다. 우리는 또한 회사와 은밀한 거래를 맺은 <포천> 100대 기업의 이사 세 명을 만났다. 이 거래는 만약 다른 두 명이(또는 이사회 전체가) 자신에게 실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이사는 변화된 모습을 보이든지 또는 이사회를 떠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유능한 이사회는 이사들이 전략에 대한 논의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사외이사들의 판단은 사실, 지식, 경험, 전문성에 기초해야 한다고 본다. 직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06-Fe]_03

 

 “어떤 이사회 회의는 '완벽한 질문의 땅(the land of perfect question)'에서 벌어진다. 만약 당신이 제대로 된 질문을 제기하지 못하면 경영진은 진짜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답변할지도 모른다.”

어느 <포천> 50대 기업의 이사

 
물론 좀 더 관련 있는 경험자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인적 다양성까지 희생해서는 안 된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은 집단적 사고를 하기 쉽다. 따라서 자기 확신에 찬 편견 때문에(그리고 너무 쉽게 의견 일치에 이르기 때문에) 회사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교육뿐 아니라 나이, 성별, 인종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최근 통계를 보면 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펜서 스튜어트에 따르면 오늘날 S&P 500대 기업 이사들의 17%가 여성이며 이는 2002 12%에서 상승한 수치다.

 

토론의 수준 향상

 

어떤 이사는 자신이 몸담은 <포천> 50대 기업의 경영진과 이사회 사이의 토론은완벽한 질문의 땅(the land of perfect question)’에서 이뤄진다고 불평했다. 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만약 당신이 제대로 된 질문을 제기하지 못하면 경영진은 진짜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답변할지도 모른다.” 또한 영리한 이사들은 선의의 관리자들조차 이사회를 대할 때는 기회를 과장하거나, 위험을 축소하거나, 문제를 좋게 포장하는 등 전형적인 인간적 성향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여러 이사회실에서 진행되는 토론의 문제점을 보여주는데 성실한 이사들은 토론에서 핵심 논점의 이면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개별 이사들은 이사회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경영진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또 어떤 이사들은 중대한 비즈니스 영역을 더 깊이 이해할 목적으로 개인 지도를 받기도 한다. 헤라르트 클레이스테를레이는이렇게 하면 이사회의 어떤 회의에서든 우리가 당면한 중대 이슈에 곧장 접근해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관행은 건설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P&G의 이사들은 개인적으로 현장 답사를 다녀온 후 서로 정보와 통찰에서 앞서려는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됐다고 전한다.

 

사실 파악(fact finding)은 이사회의 판단을 대체하거나 경영진의 권위를 대신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 애플(Apple), 셰브론(Chevron), 암젠(Amgen)의 이사이며 노스롭그루먼(Northrop Grumman)의 전 회장이자 CEO인 론 슈거(Ron Sugar)이사회는 CEO의 업무 영역에 너무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CEO와 경영진이 자신들의 일을 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훌륭한 이사회의 멤버들은 회의실 밖에서도 함께 활동한다. 오늘날 이사들은 자주 함께 여행을 다니고, 1년이나 2년에 한 번씩 현장에서 회의를 연다. 또 대부분의 이사회는 연례 전략 워크숍을 개최하는데 여기서 현안들이 공론화되고 상세한 토론이 진행된다. 예를 들면 하트퍼드(Hartford)의 회장 겸 CEO인 리암 맥기(Liam McGee)는 매년 이사들 및 경영진과 이틀짜리 외부 워크숍을 개최하며 가장 도전적인 비즈니스 문제들을 이 자리에서 논의한다. 하트퍼드에서 이런 워크숍 혹은 유사한 회의가 열렸던 3년의 기간 동안, 이사회는 회사가 당면한 사업 기회를 깊이 이해했고 경영진이 내린 어려운 결정들을 지지해서 이후 뛰어난 성과로 연결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경향이 늘어나 이사회가 내리는 결정의 수준이 높아졌다. 뛰어난 이사회는 기존 관행을 검토하고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를 참여시킨다. 물론 CEO 및 다른 고위 임원들의 보상 패키지를 마련할 때는 평소처럼 컨설턴트를 고용한다.

 

보상에 대한 결정과 마찬가지로 경영진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상충될 위험이 있을 때는 전문가들이 특히 도움이 된다. 동일한 분야의 조언자를 이사회와 경영진이 따로 보유하고 있다면 양측이 상대방 조언자의 수준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고 (서로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협력을 통해 회사의 긴급한 당면 문제들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가 전문적인 조언자들을 고용하면 회사의 일상적인 경영에까지 관여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뛰어난 이사회는 반드시 업무의 경계선을 지킨다. 가령 시티그룹(Citigroup) 이사회는 자체적으로 규제 및 신탁에 관한 법률고문을 두고 있지만 이들의 조언을 이사회로서의 역할에 한정하도록 주의한다.

 

 

[106-Fe]_04

 

 “이사회는 CEO의 업무 영역에 너무 관여해서는 안 된다. CEO와 경영진이 자신들의 일을 하도록 맡겨야 한다.”

론 슈거 애플 셰브론 암젠의 이사이자 노스롭그루먼의 전 회장 겸 CEO

 
이미 잘하고 있는 이사회들도 토론의 수준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우리는 이들이 경영진과 협력해 위기에 대한 모의훈련을 실시해보기 바란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이사회가 어떤 대응을 보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단체로 압박을 받으며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는 창의력, 대응력, 리더십 등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기업은 드물다. 흔한 접근방법은 아니지만 이런 예행연습은 이사회가 위기 상황을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CEO와의 관계

 

영리한 CEO들은 이사회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으며 이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리암 맥기는 자사의 이사회를 하나의 팀으로 간주한다. 그는 이렇게 언급했다. “내가 외부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이사회와 나는 서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투자했다. 그 결과 우리는 회사에 어려운 도전이 닥칠 때 함께 힘을 합쳐 맞선다. 완벽한 투명성과 충분한 토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이사회가 분기 또는 지분가치를 따지기 전에 향후 100년간 어떻게 비즈니스를 만들어갈지에 대해 고민하기를 원했다.”

이반 사이덴버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의 전 회장

 

 

래리 보시디 역시 수고를 아끼지 않고 이사회와 소통하는 CEO. 그는이사회에 많은 정보를 제공할수록 당신의 걱정거리가 줄어든다. 나는 이사회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안다. 그래서 이사회에 모든 일을 알린다. 만약 폭풍이 몰려온다고 생각하면 이사회에도 그대로 보고하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테닛 헬스케어(Tenet Healthcare) CEO 트레보 페터(Trevor Fetter)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회의실에 대화가 흐르게 하라고 말한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Verizon Communications)의 전 회장인 이반 사이덴버그(Ivan Seidenberg)는 이사회를 성장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근거지로 만들었다. “나는 이사회가 분기 또는 지분가치를 따지기 전에 향후 100년간 비즈니스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기를 원했다.” 이런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이사회는 버라이즌의 디지털 역량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1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이는 그야말로 회사의 운명을 건 모험이었고 결국 현명한 결정으로 입증됐다.

 

에드 브린(Ed Breen)이 경영을 이어받았을 때 타이코(Tyco)는 대형 스캔들이 터진 후 파산 직전에 내몰린 상태였다. 브린은 회사를 구하는 데 몰두하면서 동시에 내부 감사 기능에 투자해 이를 세계적 수준으로 보강했다. 아울러 이사들(타이코는 이사회를 대폭 물갈이했다)을 현장에 보내 각 비즈니스 부문 리더들과 위기에 대해 논의하게 했다.

 

프론티어 커뮤니케이션스(Frontier Communi-cations)의 회장 겸 CEO인 매기 윌더로터(Maggie Wilderotter)는 이사들을 고위 관리자들에게 배정해 코치 역할을 하게 하는데 이런 정책은 관리자와 이사 모두에게 이롭다. 이사가 관리자를 가르치면 현업 및 실무진과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론 윌리엄스는 이사회와의 대화를 늘리기 위해 매년 애트나(Aetna) 이사들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하곤 했다.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추가로 열렸고 모든 의견들을 분명하게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CEO와의 긴밀한 의사소통은 매우 유익하다. 한편으로는 이사회는 CEO로부터의 독립성 또한 유지해야 한다.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강력한 리더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경우 그에게 압도당하기 쉽다. 이사회가 CEO를 어떻게 지원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평가하는지는 이사회 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사외이사들만 따로 모여 진행하는 이그제큐티브 세션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램 차란(Ram Charan)에 따르면 이그제큐티브 세션은현재까지 기업지배구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혁신이다.” 우리는 이 말에 동의한다. 이그제큐티브 세션에서는 이사들이 경영진을 불쾌하게 하거나 경영진과 소원해질 걱정 없이 관심사를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다. 이런 이그제큐티브 세션이 제대로 진행되면 모두가 이득을 얻는다. 특히 CEO는 이를 통해 성장을 위한 추가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테닛 헬스케어의 이사회 회의에는 두 개의 이그제큐티브 세션도 포함된다. 하나는 본회의 이전에, 또 하나는 본회의 이후에 열린다. 트레보 페터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그제큐티브 세션 일정은 반드시 미리 잡아놔야 한다. 그래야 CEO가 참석한 본회의 끝 무렵에 이사회 의장이나 이사 대표가 회의실을 둘러보며누구 이그제큐티브 세션이 필요한 분 있나요?’라고 묻는 어색한 순간을 피할 수 있다.” 페터는 심지어 이그제큐티브 세션이 필요 없어 보일 때에도 자신을 배제한 이그제큐티브 세션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그제큐티브 세션을 여는 회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CEO가 반가워하지 않을 결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다. 사외이사 대표는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뛰어난 이사회는 이그제큐티브 세션이 끝난 뒤 CEO를 다시 회의실에 초대해 이사회의 논의와 관심사를 전달하고, 다음 단계에 대한 합의를 끝으로 회의를 마무리하는 일이 많다. 대체로 피드백을 서면으로 적으면 도움이 된다. 피드백에 대응하기 전에 서면 기록을 수정할 기회를 CEO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제까지 살펴본 관행들은 이사회의 행동 방식, 이사회의 업무, 이사회가 내리는 결정, 이사들 간의 소통 및 경영진과의 소통 등에서 결국 조용한 혁명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미국의 많은 이사회들은 스스로를 회사 성과에 직접적인 기여자로 간주하면서 자사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통해 주주들에게 보답하고 직원, 고객, 지역사회에 장기적인 가치를 안겨주고 있다.

 

리처드 D. 파슨스, 마크 A. 파이겐

리처드 D. 파슨스(Richard D. Parsons)는 타임워너(Time Warner)의 전 CEO이자 시티그룹(Citigroup)의 전 회장이다. 현재 프로비던스 에쿼티 파트너스(Providence Equity Partners)의 수석 고문을 맡고 있다. 마크 A. 파이겐(Marc A. Feigen)은 파이겐 어드바이저스(Feigen Advisors)의 창립자이며 <포천> 300대 기업 CEO 및 이사회에 대한 경영 자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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