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월호

미지의 영역으로 팀을 이끌려면..
제프리 다이어(Jeffrey H.Dyer),나단 퍼(Nathan furr)

혁신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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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 Berndnaut Smilde, Unflattened 2012, photomural, prism, light, 200 x 30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Ronchini Gallery

 

주목할 만한 혁신을 이룬 리더들에게 전통적인 경영 방식, 가령 대표적인 MBA 프로그램에서 가르치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상당히 격한 반응을 듣게 된다. 페이팔, 테슬라, 스페이스X의 공동 창립자인 엘론 머스크는우리 계열사들은 MBA 학위 때문이 아니라 MBA 학위에도 불구하고 채용한다는 입장입니다라고 말한다.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튜이트의 공동 창업자인 스코트 쿡은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MBA 졸업자들이 회사에 들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훈련해야 합니다. 그들이 배운 건 회사의 혁신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될 테니까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대체 그 이유가 뭘까? 우리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끊임없이 내놓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 상당한 주가 프리미엄을 누려온 기업들을 선별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5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이 문제를 파고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이 수차례 성공을 거듭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운 좋게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과정의 신뢰성을 높이고 위험을 낮춘 결과임을 알게 됐다.

 

성공한 기업들은 지난 50여 년에 걸쳐 발전돼온 수많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그런 과정을 구축해왔다. 그중 몇 가지 아이디어를 살펴보자. 테드 레비트 하버드대 교수는 진정한 사업 기회와 제품의 목적을 고객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통찰을 제시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사람들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작업을 했다. 제프리 다이어와 할 그리거슨,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같은 학자들은 혁신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데 사용하는 전문 기술에 대해 조사했다. ‘디자인 싱킹으로 알려진 IDEO의 접근법은 고객과의 공감을 발전시키고 이질적인 영역에서 나온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융합하는 방법이다. 스티브 블랭크와 에릭 리스는 신속하고 집중적인 일련의 실험을 통해서 제품의 가능성을 검증하는린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언 맥밀런과 리타 맥그레스의검증-학습접근법은 유망한 제품과 사업모델이 시장에서 성공할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이런 아이디어들을 조합해 성공적인 혁신가들이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혁신을 생각하고 발전시키고 검증하며 제품을 출시하는 데 이용할 수 있도록 실행과정을 정리했다. (‘혁신에 대한 포괄적 접근방식참조.)

 

다른 효과적인 기업 활동과 마찬가지로 우리가혁신가의 방법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은 훈련과 인내, 헌신적이며 효과적인 리더십을 요구한다. 그러나 머스크나 쿡과 같은 혁신가들이 지적하듯이 이 방식은 우리 대부분이 아직 익히지 못한 기술과 방법을 요하는 전혀 다른 형태의 리더십이다. 이 글에서 우리는 그런 기술들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특별한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찰을 제시하려 한다.

 

Idea in Brief

문제점

본질적으로 혁신은 발견의 과정이며 핵심 사업과는 다른 접근방식의 리더십을 요구한다.

해결책

뛰어난 혁신 리더는 명령이 아닌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일한다. 즉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며, 최종 목표를 찾기보다는 혁신 팀을 위해 미지의 영역으로 가는 길을 내고, 적당한 시간과 적절한 제한, 적합한 도구를 사람들에게 부여한다.

함의

혁신 리더들은 특별한 것을 창조하는 우월함을 통해서가 아니라 경쟁자들보다 실수로부터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더 일관성 있게 배울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감으로써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창조할 수 있다.

 

VIDEO혁신을 위해 새로운 경영 방식이 필요한 이유에 관한 나단 퍼의 인터뷰를 보려면

hbr.org의 본 기사를 참조하라.

 

비전을 명령하지 말라-원대한 도전을 장려하라

거대한 혁신에 도전하는 리더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릴지 모른다. 주머니에 1000곡의 노래를 담고 다닐 수 있는 아이디어로 자신의 팀원들을 자극했던 그런 이야기 말이다.

 

우리가 여기서 말하려는 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리더들이 하듯 회사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는 식의 비전 수립에 대해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 두 가지 접근법에는 모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한 다음 그에 따라 조직을 이끄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사실 혁신은 발견의 과정이다. 따라서 혁신을 주도하는 이는 시작과 동시에 결론으로 건너뛸 지름길을 찾기보다는 사람들이 혁신의 경로를 제대로 밟도록 해주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될 필요도 없고 미래를 예측하려 들 필요도 없다. 그보다는, 혁신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정신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혁신을 통해 경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조성해야 한다. 흔히 패션 디자이너들은 고객들이 좀 더 이색적인 스타일을 시도하도록 자극하기 위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매우 대담한 디자인을 집어넣는다. 그와 비슷하게, 조직을 좀 더 대담하고 혁신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아마존은 무인항공기 드론을, 구글X 연구소는 무인 자동차와 고고도high-altitude와이파이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 수준까지 갈 필요는 없다. 제품과 고객, 사업모델에 대한 조직의 가장 근본적인 가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상상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에 못지 않게 경계를 극적으로 넓힐 수 있다.

 

미국의 대형 식품기업 크래프트가 중국에서 얻은 경험을 살펴보자. 크래프트는 기존의 성공적인 제품군을 기반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1984년 중국 시장에 진입했다. 그런데 2006년에 이르러서도 중국 사업의 수익은 목표치의 10분의 1에 불과했으며 적자가 이어지고 있었다. 크래프트에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세 명의 고참 리더를 파견해 정해진 기간 동안(12개월) 그들이 결정한 대로 어떤 변화든지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백지 위임계획을 이끌도록 했다.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과 실행 가능한 사업모델을 찾기 위해 세 명의 리더는 고객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 과정에서 얻어낸 초기의 통찰을 근거로 이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오레오(과자)의 저비용 대량 판매 방식을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충격적인 제안이었다. 왜냐하면 그 말은 현대식 대형 공장들과 베이징과 상하이에 집중시킨 유통 부문을 폐쇄하고 고임금의 숙련된 주재원들을 귀임시킨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질문은 회사가 목표 이익의 수준을 낮추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그렇게 하면 크래프트의 혁신가들에게는 사업모델의 근본적인 대안들을 실험하기 위한 유연성과 자원, 시간이 생길 수 있었다.

 

이런 질문 자체도 상당히 대담했지만 세 명의 리더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다. 이들은 오레오라는 제품의 본질에 관한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 조사 결과 중국의 소비자들이 오레오의 겉을 감싸고 있는 쿠키는 너무 쓰고 속을 채운 크림은 너무 달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들은 이렇게 물었다. “둥근 모양이 아니어도 오레오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맛을 다르게 한다면?”

 

경계를 얼마나 더 확장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봤기 때문에 세 명의 리더들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오레오 시제품을 20개 이상 개발할 수 있을 만큼의 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시제품 중에는 포장 상자 크기를 작게 하고 당도를 낮추는 등의 익숙한 방식으로 변형한 버전뿐만 아니라 땅콩버터나 녹차 아이스크림 같은 완전히 생소한 맛을 내거나 여러 겹으로 된 오레오, 빨대 모양 오레오 등도 있었다. 경계를 재정립하는 자발적인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서 오레오 매출은 6배나 증가했고 오레오는 중국 최고의 쿠키 브랜드가 됐다.

 

그렇다고 해서 오레오 팀이 했던 모든 시도가 성공한 건 분명히 아니었다. 예컨대 풍선껌을 채워 넣은 오레오는 맛은 좋았지만 삼킬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혁신을 위한 여력을 확보하려는 리더들이 해결해야 할 두 번째 과제가 대두된다. 그건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불확실성이 자신들의 직업에 미칠 영향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은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취약한 면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효율적인 조직뿐만 아니라 최전선에 있는 혁신가들에게도 불확실성이 큰 문제들은 어렵고, 골치 아프며, 결과를 예측하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리고 그게 전혀 비정상이지 않으며, 그러므로 불안을 느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내라.

 

동시에, 불확실성 주위에 어떤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위험을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어떤 제한을 두는 동시에 다른 제한은 푸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어 리더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회를 좇아야 할지 자신의 팀에 알려줄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공략할 시장을 확정하거나 배제할 시장을 지정하고 분석 대상으로 삼을 고객 세그먼트를 선정함으로써 출발점을 제시할 수 있다. 고객의 행동과 테크놀로지의 경향을 깊이 이해하는 리더라면 이런 조사를 위한 초기 단서들을 제안해줄 수도 있다.

 

 

이때 몇 가지 방법이 특히 유용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타임 박스를 설정하는 것이다. 팀에 보통 2~3개월 정도의 실험기간을 주고 혁신 프로젝트를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불확실성을 해결하도록 하는 매우 단순한 방법이다. 하지만 두 번째 방법은 결정의 순간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꽤 까다롭다. 실험 결과가 바라던 대로 나오지 않은 채 시간이 다 흘러가버렸을 때, 팀이 그 결과를 정직하게 평가하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수정기도 하고, 때론 프로젝트를 폐기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정신적신체적 자원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리더의 책임이다. 말로 떠벌리기는 쉽지만 프로젝트를 폐기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실제로 그렇게 하는 데에는 약간의 용기 정도가 아니라 단호한 결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핵심 전략을 분명히 이해하고, 주력 제품의 수호자로 행동하며, 소중한 고객들의 소리에 늘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리더들을 두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혁신 리더의 일이 아니다. 혁신 리더라면 새로운 것과 다른 것을 옹호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원대한 도전을 하도록 만들고, 아웃라이어[1]나 불만 고객, 비정상적인 현상 등과 같은 특이한 것에 주목하고, 핵심사업의 기초를 이루는 가정에서 거침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표준에서 크게 벗어난 듯한 행동을 기꺼이 시도해보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될 필요도 없고 미래를 예측하려 들 필요도 없다. 그보다는, 혁신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정신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혁신에 대한 포괄적 접근방식

새로운 제품을 고안하고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는 일은 본래 위험을 수반하는 일이다. 혁신 이론가들과 실행 전문가들이 수년 동안 발전시켜온 위험 감소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조합해보면 불확실한 시장에서 혁신적인 제품의 성공적 출시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실행과정을 구성해볼 수 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은 4단계로 돼 있다.

 

1. 통찰하기

해결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를 폭넓게 통찰하기 위해 질문하고 관찰하며 네트워킹하는 기술을 사용하라.

2. 중요한 문제 찾기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회라면 충분한 수의 사람들을 직접 관찰해서 풀리지 않는 문제나 충족되지 않은 감정, 또는 사회적 욕구를 찾도록 하라.

3. 해결책 개발하기

완제품 대신 다양한 해결책을 적용한 간단한 시제품을 여러 개 만들라. 이때 각 해결책에 대한 이론상의 시제품을 먼저 만들어보라(, 말로 설명해보라). 머릿속으로 생각해봤을 때 가능성이 보이면 그때 고객에게 검증할 수 있는 실제 시제품 단계로 넘어간다. 반드시 시제품을 시각화하되 그림도 가능하다. 그런 다음 실행 가능한 가장 단순한 시제품(가장 간단하고 신속하게 만들 수 있는 시제품)을 고객을 대상으로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완전한 해결책을 적용한, 단순하면서도굉장히 멋진제품(고객을 흥분시킬 몇 가지 특징이 매우 인상적인 시제품)을 모의 검증한다.

4. 비즈니스 모델 고안하기

해당 제품에 대해 검증을 끝내고 나면 가격결정이나 고객유치를 비롯한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요소들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데 동일한 접근방법을 적용하라.

 

대부분의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그 내용을 척도화(scaling)하는 데 자원을 쏟기 전에 4단계의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다만, 페이팔처럼 회원이 늘어날 때마다 혁신의 가치가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지닌 사업의 경우는 예외다. 그런 경우라도 신중하게 이 4단계를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닷컴 시대에 어울릴 법한 파멸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섣불리 결정하지 마라-실험을 설계하라

1980년대 말 일본 NEC에서는 기업용 전화 프로그램 제작 방식을 연구하던 엔지니어링 팀이 매우 작은 크기의 컴퓨터 단말기를 개발했다. 그 단말기가 무척 가볍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회사 부사장 톰 마틴은 MS-DOS가 구동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 어렵지 않다는 대답을 들은 마틴은 그 단말기가 대단한 제품, 즉 새로운 형태의 휴대용 PC가 될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빨리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팀을 구성해 개발 작업에 나섰다.

 

그런데 휴대성과 유용성의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 팀은 어려운 결정과 맞닥뜨리게 됐다. 3.5인치 내장 하드 드라이브를 추가하면 노트북 PC의 메모리 용량은 상당히 증가하겠지만 무게도 늘어난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프로젝트 리더는 하드 드라이브를 빼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들은 항상 외장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드 드라이브의 용량이 작아도 상관하지 않으리라는 이유에서였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 시작하고 출시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NEC는 수천 대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태세를 갖췄다.

 

어느 상쾌한 10월 저녁 뉴욕에서 울트라라이트가 첫선을 보일 무렵, 이미 이 신제품에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무게는 유사 경쟁제품의 절반인 1.8㎏에 불과했으며 후면발광 스크린은 놀라운 기술적 성취였다. 울트라라이트는 <PC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했고 <뉴욕타임스>는 기술적 가치를 칭송했다. <컨슈머 리포트>는 열광하며 이렇게 썼다. “NEC 울트라라이트는 포르쉐다.” 몇 년 뒤면 컴퓨터 역사가들은 울트라라이트를 휴대성의 새 시대를 연 제품으로 공인하게 될 분위기였다.

 

그런데 단 한 가지 결점이 열렬한 반응에 찬물을 끼얹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광고에도 불구하고 울트라라이트는 팔리지 않았다. 뒤늦게야 깨달은 문제는 명확했다. 소비자들은 내장 하드 드라이브가 없는 컴퓨터를 사려 하지 않는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이었다. NEC는 하드 드라이브를 빼도 괜찮으리라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에 기초해 생산량을 늘렸으나 그런 가정은 치명적인 오류임이 드러났다.

 

[1]통계적 이상치에 해당되는, 보통의 범주를 뛰어넘는 것 - 편집자 주

 

 

우리는 NEC가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하드 드라이브를 뺀 것이었으며, 더 중요하리라 생각되는 또 다른 실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 프로젝트 리더의 역할이라고 믿었다는 점이다.

 

이 글의 초반에 언급했던 혁신가의 방법은 어려운 결정에 필요한 유익한 도구를 제시함으로써 시장에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데 따르는 위험을 줄여준다. 이는 중대한 가정들을 고객들과 체계적으로 검증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도구에는 리더십에 관한 강력한 함의가 들어 있다. 리더 스스로 최고의사결정자에서 최고실험책임자로 변해야 한다는 함의다.

 

이 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본질적으로 리더의 역할이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팀의 관리자 혹은 누군가가우리가 X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면 그 다음에는 반드시우리가 X를 해야 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실험을 가장 신속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의 역할을 전환하는 일은 간단명료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첫째, 무엇이결정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필요로 한다. 리더들이 최고의사결정자 역할을 중단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다른 종류의 결정을 내리기 마련이다. 관리자들은 대부분 양자택일의 선택에 이골이 나 있다. 어떤 프로젝트가 있을 때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든지, 아니면 그냥 폐기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 리더들이라면 그렇게 하는 대신 이렇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글쎄요, 어찌할지 결정하기 위해 먼저 실험을 해봅시다.”

 

둘째, 최고실험책임자가 되려면 때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중대한 가정을 확인하고, 그 가정들을 검증하는 실험을 고안하고, 실험결과를 해석하도록 팀을 도와주는 과정에 상당히 능숙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의 실험에서 다음 실험으로 넘어갈 때, 설사 팀원들이 전통적인 역할로 되돌아가더라도 리더만큼은 흔들림 없이 최고실험책임자로서의 접근방식을 고수해야만 한다.

 

어느 정도로 흔들림이 없어야 할까? 이 글의 공저자인 나단 퍼는 학생이나 관리자, 기업가들에게서 자주 이런 질문을 받는다. “제 아이디어가 괜찮은가요?” 나단은 자신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다는 점을 그들에게 상기시켜주곤 한다. 오로지 고객만이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다. 나단은 많은 고객 표본 중 그저 한 명일 뿐이다.

 

그런 시각을 유지한다는 건 높은 차원의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다. 팀에 권한을 내어줄 뿐만 아니라 당신의 아이디어도 다른 모든 사람들의 아이디어처럼 한낱 추측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튜이트의 공동 창업자 쿡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CEO인 브래드 스미스와 나는 동일한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나에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신념이 있어. 그렇다면 그 신념은 어떤 가정들에서 비롯된 거지? 어떻게 그 가정들을 검증할 요량이지?’ 마치 다른 누군가를 위해 하듯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필요가 있어요. 결정의 방식과 주체를 바꾸지 않는 한, 실험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할 겁니다.”

 

 

셋째, 최고실험책임자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혁신가들조차 항상 실험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험을 진행하는 유일한 목적은 불확실성을 해소해 저비용으로 위험을 신속하게 줄이기 위함이다. 그렇게 하려면 완제품이 아닌 시제품으로 검증을 해야 한다. 이는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감성적으로는 종종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 이유를 파악하려면 간단한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한번 해보길 권유한다.

 

당신이 완벽한 제품을 출시하는 프로젝트를 지휘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광범위한 고객을 대상으로 매우 창의적이고 잘 만들어진 제품을 발표한다.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언론 노출을 늘리고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모집한다. 당신의 제품이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한다. 수익이 급증한다. 당신은 아이팟에 버금가는 제품을 만들었다. 정말 잘했다!

 

이번에는 당신이 형편 없는 제품의 출시를 이끌어간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매우 한정된 고객들에게만 그 제품을 소개한다. 언론으로부터는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참여도 없고, 광고 캠페인도 없다. 그런데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편 다행스런 일이기도 하다. 사실 제품이 너무나 형편없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타깃 고객들조차 구입하지 않는다. 제품은 전혀 팔리지 않는다.

 

초점을 제대로 맞춘 실험을 신속하고 간소하게 진행할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렇다. 마치 제품 출시가 실패로 끝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혁신가들이 시제품을 과도하게 개발하고,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시제품을 선보이며, 어긋난 성공 지표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런 경향을 극복하는 데 퀄컴의 혁신 리더였던 리카르토 도스 산토스의 주장이 특히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모든 사업상의 실험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세 종류의 가치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통찰의 가치. ,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데서 오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통찰을 의미한다. NEC가 하드 드라이브가 없는 초경량 노트북PC의 초기 시제품을 고객에게 검증해봤더라면 아마 깨달았을지도 모를 그런 가치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아는 일은 좋아하리라는 사실을 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두 번째는선택의 가치.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어떤 행동방침을 따르고 수정하고 폐기할지를 선택할 때 얻는 가치다. 울트라라이트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NEC는 이 첨단기기의 시제품을 이루는 요소들(가령 코드나 부품, 멋진 스크린 등)을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제품에 적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전략적 가치. 이는 NEC의 혁신가들이 최초의 시제품을 검증하면서 잠재 고객들과 맺게 되는 관계의 가치다. 이로 인해 혁신가들은 여러 가지 특징을 이리저리 구성한 다양한 조합들을 신속하게 검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실험을 통해 얻게 된 지식의 전략적 가치기도 하다. , 여러 가지 특징들 사이에 최적의 균형이 존재하는지, 혹은 NEC가 타사 제품과 차별되는 가벼운 제품을 만들기가 불가능할 만큼 저장용량이 고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는지 등에 관한 지식이 지니는 전략적 가치라는 얘기다. 이처럼 판매량, 이윤, 시장점유율, 매출 같은 요소들이 아닌 다른 기준에서 보면 실험에 투자할 때 얻는 가치는 더욱 명확해진다.

 

초점을 제대로 맞춘 실험을 신속하고 간소하게 진행할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렇다. 마치 제품 출시가 실패로 끝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디어를 촉발시키는 것만으로 끝내지 말라-

조직이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도록 대비시켜라

2006년 퀄컴에 들어간 도스 산토스는 실패로 치닫고있는 이 회사의 아이디어 관리 프로그램을 새롭게 바꾸는 일에 자신 있게 착수했다. 선견지명이 있는 CEO의 지원과 함께 파괴적인 신제품을 만들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도스 산토스는벤처축제라는 명칭의 대대적인 프로그램을 계획해 조직의 전 부문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모았다.

 

이 아이디어 축제의 출발은 고무적이었다. 직원들은 활발히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동료들의 평가를 거쳐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 20개가 선정됐다. 그리고 파트타임 방식으로 3개월 동안 운영된 부트캠프[2]에서 회사 연수생들은 그 아이디어들을 시제품으로 개발하고 고객을 대상으로 검증했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디어들 중 몇 개는 획기적이라고 판단돼 최고경영진의 승인과 자금까지 받았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최우수 직원들 중 일부를 차출하겠다고 하자 사업 부문의 관리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심지어 R&D 관리자들은 다 쓸데없는 헛수고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5년간의 소동을 겪고 나서 이 프로그램은 조용히 R&D 부문으로 흡수돼 버렸다.

 

규모가 큰 조직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대체 뭐가 잘못됐던 걸까? 도스 산토스는아이디어 생산자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촉발시키는 일, 즉 경험을 통해 배우도록 함으로써 혁신가들을 육성하는 일을 훌륭하게 해냈으며 회사 전반에 벤처정신을 높였다. 하지만 그는 만약 자신이 그 프로그램을 다시 진행하게 된다면 그땐아이디어 수용자 입장에도 동일하게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우리에게 고백했다. 조직 전체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 협력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도록조직의 나머지 사람들을 교육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2]원래 신병 훈련소란 뜻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조직의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위한 훈련의 장을 뜻함 - 편집자 주

 

 

사실 조직 전반에 공통의 언어를 확립하는 것처럼 아주 기본적인 일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경시하기가 쉽다. 그러나 우리가 인터뷰한 많은 혁신가들은 공통의 언어가 자신들이 하는 일의 논리를 알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조직의 핵심 업무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언어의 요소들이 있다.

 

수년간 경제적기술적 혼란을 겪고 난 지금은,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혁신의 시급성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불안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교육의 목표는 바로 그런 불안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우리 연구 팀은 불확실한 신제품을 개발할 때에는 기존 제품과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먼저 인식한 다음에, 불확실성 감소를 돕는 실험과정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이때 위험관리에서 쓰이는 친숙한 언어를 사용해야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시 말해, 조직의 여타 과정들이 사업의 핵심적인 운영 리스크를 감소시켜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험 과정은 혁신의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단지 사용하는 도구들만 다를 뿐이다. 혁신 리더가 이런 방식으로 조직에 혁신의 언어를 보여주면 내부의 반발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실제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에).

 

전문 지식 쌓기.우리가 알아낸 바로는 사람들은 대부분 혁신을 하려는 타고난 욕망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을 뿐이며 어떻게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잠재력을 깨우고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쌓으려면 혁신의 과정에 몰입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효과적인 몰입의 접근방식으로는 도스 산토스가 했던 것처럼 파트타임 부트캠프를 통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이 있다. 다른 방법은 엔지니어링이나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을 디자인 싱킹 분야의 전문가들과 짝을 지어주는 전담 실험실이나 특별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AT&T는 최근에주물공장이라고 불리는 40~50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5개의 실험실을 만들었다. 세 번째로는 개별 인력을 훈련시켜 특별한 목적의 스타트업 팀을 전담 지원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인튜이트는 지금까지 약 250명의혁신 촉진자를 양성했으며 매해 20~30명의 인력을 새롭게 훈련시키고 있다. 혁신의 정신은 이렇게 조직 전체로 확대된다.

 

시간만 제공하는 걸로 끝내지 마라-신속한 행동을 취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라

“여러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 많이 시장에 내놓는 데 걸림돌이 되는 건 무엇인가요?” 대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대부분 이렇게 대답했다. “단지 시간이 없을 뿐입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는 잠재력을 지닌 제품 아이디어에 대한 착상, 검증, 수정 과정을 거쳐 최적의 제품을 선택하고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모델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규모가 큰 조직의 경우, 의사결정의 여러 단계를 통과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많은 혁신 이론가들은 혁신 업무의 기능을 독립시키고 가급적 핵심 사업 부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잡게 함으로써 혁신가들이 자기만의 속도로 일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한다.

 

우리는 그런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전용 공간보다는 전용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구글이나 3M, 밸브, 인튜이트는 상당수 직원들이 근무시간의 10~20%를 혁신에 할애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둬왔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특정한 시간의 양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진정으로 필요한 건 특정한 시간의 형태, 즉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다.

 

오롯이 혁신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통찰로 이끄는 연상 사고associational thinking가 관찰이나 대화, 실험, 명상 등을 통해 특별한 도전에 정신을 몰두할 때 더 잘 일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30~40분도 괜찮기는 하지만 일주일에 반나절을 할애하는 편이 집중에 더 도움이 된다. 한 달에 하루나 이틀을 혁신에 전념할 수 있는잼 세션에 허용하는 시간 투자는 사람들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시간을 할애하는 것뿐만 아니라 리더는 자신의 팀이 혁신의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조직의 장벽을 제거하고 자원과 도구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규모가 큰 조직일수록 위험을 인지했을 때 방어벽을 서둘러 쌓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장벽을 없애는 일은 위험을 줄이는 일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그중에서도 브랜드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인지했을 때 기업은 가장 높은 방어벽을 쌓는다. 실험을 진행하는 이들이 잠재 고객에게 이색적인 오레오 시제품을 내놓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조직의 나머지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따라서 혁신 리더들은 기존 사업을 뛰어넘도록 팀을 독려하면서도 그들의 실험이 기존 사업에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주의 깊게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걸핏하면 시험 삼아 가격을 변경하는데 똑같은 제품을 남들보다 비싸게 산 고객들로서는 유쾌할 리 없다.

 

 

혁신 리더들은 조금은 신중하고 요령 있게 조직 내 게이트키퍼[3]들과 협조하면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책임범위에 제한을 두는 지침을 수립할 수 있다. 혁신가들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식에 기반한 지침을 두게 되면 관료적인 절차를 줄여 혁신을 진행하는 과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튜이트의 법무팀이 고안한 규칙을 따르는 혁신가들은 매번 조직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자유롭게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윤리적 실험을 위한 인튜이트의 규칙참조.)

 

윤리적 실험을 위한 인튜이트의 규칙

최근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감정전이 실험을 위해 거의 7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의 뉴스피드를 조작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자신의 뉴스피드에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메시지를 본 경우 그 메시지의 영향으로 사용자들이 그와 유사하게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메시지를 포스트하는지를 이 회사의 혁신가들은 알고 싶어 했다. 흥미로운 실험이고 괜찮은 발상이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그 결과를 발표하자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연구 결과는그렇다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실험 결과, 밝고 긍정적인 언어로 된 뉴스피드를 없애자 사용자들이 슬픔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슬픈 느낌의 언어를 없애면 사용자들이 더 행복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그다지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 직접 돈을 내지 않는다는 사실과 더불어 소셜미디어 브랜드로서 누리고 있는 독보적인 지위 덕분에 페이스북은 자사의 평판에 대한 웬만한 타격도 견뎌낼 수 있을 만한 강력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실험의 첫 번째 규칙을 위반했다. 그건 회사의 평판을 떨어뜨리지 않는 윤리적인 방식에 의해 자발적인 고객의 소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페이스북만큼 강력한 지위를 점하고 있지 못한 조직이라면 아마도 기본적인 규칙들을 명확히 함으로써 회사의 평판을 보호하는 동시에 회사의 혁신가들이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기를 원하리라 여겨진다. 인튜이트의 법무팀이 그렇게 했듯이 말이다.

 

기업의 혁신가들이 실험을 위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경우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고 있다.

2개월의 실험 기간 동안 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통상적인 실험임이 분명히 확인된다. (예를 들면인튜이트 실험실이라는 명칭에 의해서)

•상업적 거래를 수반하거나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 실험이다. (실험 참가자들이 소정의 참가비를 받을 수는 있다.)

(공무원이나 정부기관이 아닌)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참가자들이 실험에 대해 알게 된다.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특허 문제에 대한 조사를 완료한다.

 

적합한 자원을 공급하는 일은 팀 구성 작업부터 시작된다. 이때 매우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원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혁신가들은 수년에 걸쳐 창고관리, 고객 주문처리, 로봇 공학, 가전제품 제조, 웹 서비스,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무인항공기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야만 했다. 이는 혁신 리더들에게도 도전적인 과제다. 자신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전문 지식을 지닌, 자신과는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일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MBA 학위 같은 자격 조건을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신에 머스크는 지원자들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헤쳐나갈 때 어떤 방식을 취하는지 보기 위해서 그들에게 복잡한 문제를 주고 어떻게 풀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보라고 한다.

 

또 혁신 팀은 폭넓은 통찰과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그런 목적에서 인튜이트는 소셜미디어, 공동 연구, 모바일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같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고용해왔다. 이런 인재들은 해결책을 더 광범위하게 모색하고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혁신가들은 신속하게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도구들, 가령 물리적인 시제품을 만드는 3D프린터나 공작기계, 조작 가능한 소프트웨어 코드 등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되는데, 혁신가들은 실험을 위해 고객들에게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AT&T는 정기적으로주물공장에 고객들을 초대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몬덜리즈 인터내셔널(크래프트그룹의 스낵 부문인 크래프트푸드의 새 이름)플라이 개러지라고 부르는 전용 공간에 고객들을 초청한다. 혁신 팀의 일원인 마리아 무히카는 이렇게 말한다. “그곳에서는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시각화한 다음, 제한된 자원으로 시제품을 만듭니다. 이틀 뒤엔 진짜 고객들이 와서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서 직접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내지요. 이건 굉장한 일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진짜 고객들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는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꿨으면 하는지 물어볼 수 있거든요.” 이런 식의 변화를 실행에 옮기고 난 이래로 양사의 주가는 모두 혁신 프리미엄이 50%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려면 당신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전문지식을 지닌 사람이 필요할 공산이 크다.

 

[3]뉴스나 정보의 유출이 이뤄지기 전에 이를 통제하는 사람 - 편집자 주

 

 

<포브스>가 선정한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들’ 2014년 순위에서 뉴욕에 기반을 둔 제약회사 리제네론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업이 제약 산업의 지형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은 건 어떤 특정한 약을 개발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과학자들이 유전자 질환의 다양한 조합을 시험하고 잠재적 치료제를 경쟁업체보다 수천 배 빠른 속도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강력한 새로운 시제품화 도구, 즉 인간에 가까운 실험용 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방법으로 리제네론은 신약 개발 비용을 80%나 줄이고 신제품 생산량을 인상적으로 끌어올리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기본적으로 리제네론은 혁신의 과정 자체를 혁신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어째서 이것이 그처럼 큰 차이를 만들어내겠는가? 우리의 연구 대상이었던 위대한 리더들은 혁신 경쟁을 펼칠 때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란 어떤 특별한 것을 창조하는 우월한 능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경쟁자들에 비해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더 일관성 있게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조직을 육성하는 리더의 우수한 능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단 퍼, 제프리 다이어

나단 퍼는 브리검영대 메리어트 경영대학의 기업가정신 조교수며, 제프리 다이어는 같은 대학 호레이스 비슬리 전략교수다. 두 사람이 공저한 책으로는 <혁신가의 방법: 조직에 린스타트업 도입하기(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프레스, 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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