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8월호

기발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선사하는 HR의 미래
스티븐 라이스(Steven Rice),존 부드로(John Boudreau)

가장 유용하고 참신한 인사관리 방식들을 검증하고 통합하는 주니퍼 네트웍스의 사례

 

Idea in Brief

 

문제점

HR 관리자들은 관련 분야의 참신한 주제, 이를테면 인재 관리와 리더십에 관한 새롭고 근사한 연구나 발상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하면 그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해 일관성 있는 시스템으로 통합시킬 수 있을까?

 

모범사례

‘의도된 차별화를 실현하겠다는 주니퍼네트웍스의 의지는 모두 네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주니퍼의 HR팀은 기업의 전체 그림을 파악하고, 가장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포착하며, 그것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그 효과를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교훈

혁신을 두고 경쟁하는 기업이라면 어디든 인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와 관련한 경쟁력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는 HR 기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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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부분은 어떤 얘기를 듣다가 문득 상대방이 얘기하는 큰 아이디어를 자신이 직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와 연결시켜본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 뉴로리더십학회 소속 학자인 데이비드 록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신경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에 눈을 뜨게 되는 식이다. 록이 소개하는 한 가지 흥미로운 학문적 발견이 있다. 타인과 비교당하고 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의 뇌에서는위협 반응이 일어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그로 인해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진다는 내용이다. 만약 당신이 회사에서 연례 인사고과를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일이 서열 매기기 관행에서 비롯된 한 가지 수치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록의 통찰은 당신에게 놀라운 깨달음을 줄 수도 있다.

 

아니면 조직관리 이론의 권위자인 미국 버지니아대 롭 크로스의 강연을 듣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그는 당신 회사가 공식적인 조직도와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닌, 숨겨진 체계에 따라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려줄 것이다. 비공식적인 네트워크가 공식적인 위계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다. 어디서 무슨 정보를 접했든 간에 당신은 수많은 HR 관리자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기발하고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들뜬 마음으로 휘갈겨 쓴 몇 장의 메모와 그것을 팀원들과 함께 연구해보겠다는 강한 결심의 형태 그대로 움켜쥔 채 돌아오는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비즈니스 전략을 새롭게 조명하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불가피할 듯했다. 따라서 HR 담당자들은 HR 프로그램과 활동을 바탕으로 인재들이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준비와 역량을 보다 잘 갖추게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런 행태를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대부분은 오히려 그 반대되는 반응, 그러니까 가만히 팔짱을 끼고 앉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 어떤 아이디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가 훨씬 나쁘다고 말하고 싶어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열정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따른다. 새롭고 엄청난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일은 HR 업무를 어떤 측면에서든 변화시킬 것이며, 그 측면은 더 큰 시스템 안의 다른 모든 요소들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으로 고성능 네트워킹 기술을 혁신한 주니퍼네트웍스가 그러한 어려움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지 설명할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이 회사 HR팀은 최신 연구결과와 견해를 수집해 예기치 않은 상황에 적용해보는 방식을 취했다. 이는 대략 네 과정으로 나뉘는데, 이 글에서 간단히 살펴볼 것이다. 그 전에 먼저 이 회사가 그렇게 지속적으로 진화와 혁신을 일궈낸 행보로 인해 우리가 깨달은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얘기하고자 한다. 어떤 해법이 적절한지는 물론이고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파악할 수 있기까지 주니퍼네트웍스는 특별한 사고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에 애정을 가져라

조직의 리더로서 우리는 강력한 효과가 예상되고 아예 판을 바꿀 수도 있는 아이디어라면 언제든 접근할 준비가 돼 있다. 어떤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책을 제공할 것 같은 새로운 관행이나 새로운 전문가, 새로운 연구 주제를 좇아다니는 일은 어렵지 않은데다 솔깃하기까지 하다. 그보다 더 힘들지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은 어떤 문제 자체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일 먼저 접하는 그럴듯한 해결책을 덥석 받아들여 밀어붙이려고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문제를 충분히 파악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하고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 말이다. 의사결정이나 선택의 범위를 좁히려고 서두르기보다는 더 나은 해결책이 추가적으로 생기면 언제든 수용하려는 자세를 유지한다. 예를 들면, 주니퍼네트웍스는 데이비드 록의 얘기를 듣고 워크숍이나 별도의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이 회사는 뇌과학의 도움을 받아 아주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기업 가치와 인재에 관한 문제였다.

 

2009년 주니퍼의 최고 경영진은 차별화 전략으로 기업의 가치와 문화에 다시 한 번 관심을 집중시키는 작업을 필요로 했다. 이들은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제트블루에서 많은 성과를 낸 앤 로즈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녀는 훗날 <차별화된 기업 문화가 일등 기업을 만든다>라는 책에 주니퍼와 작업한 내용을 담았다.) 이런 노력으로 얻은 한 가지 결과물이트리오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75회에 걸쳐 고위 임원 세 사람이 여러 회사 사업장을 돌면서 그 사업장의 직원들과 함께 주니퍼의 문화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토론 당시 한 젊은 엔지니어가 작심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가 끄집어낸 주제는 회사가 강제적으로 운영하는 성과 등급 제도였다. 그는 이 제도가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동료들과 제로섬 게임에서 경쟁하도록 부추긴다고 느꼈다. ‘이런 제도가 어떻게 주니퍼가 지지하는 진정성과 신뢰라는 가치와 조화를 이룹니까?’ ‘이런 방식이 어떻게 혁신 문화를 뒷받침하죠?’ 물론 그의 솔직함이 당혹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파고들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이 직원들의 재능을 신뢰하고 모두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기를 바란다면 성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재를 통한 차별화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어째서 다른 모든 기업과 똑같은 인사고과 방식을 사용하는가?’

 

신경과학이 비즈니스 세계로 조금씩 진출하기 시작했을 때, 마침 주니퍼는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록의 연구는 강제 성과 등급이 신뢰와 협력, 리스크 감수라는 이상적인 기업 문화를 왜 약화시키는지 분명하게 알려줬다. 뿐만 아니라 문화와 가치, 인재 시스템이 지닌 복잡한 특징들을 살펴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2011년에 주니퍼는 강제 성과 등급 제도를 폐지한 첫 번째 글로벌 기업이 됐다. 이제는 직원들을 종모양의 정규분포곡선에 배열하지 않고 단순하게최우수 인재라고 부르는 이들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연례 평가를 없애는 대신대화의 날을 자주 갖는 목적은 성장과 목표, 희망 경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오늘날 주니퍼 직원의 97% 이상이최우수 인재로 간주되며 주니퍼의 인재관리 노력은 적합한 인재를 적절한 자리에 배치해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방갈로르 엔지니어의 주장은 전적으로 옳았다. 하지만 그의 통찰력은 그저 서둘러 해결책을 찾는 것 그 이상을 필요로 했다. 문제 자체를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주니퍼의 관리자들은 성급하게 반사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좀 더 포괄적인 아이디어와 기본적인 원칙을 얻으려고 한다. 그들은 중추적인 해결책, 그러니까 변화를 가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낼 만한 것에 주력한다. 그래서 리더십 전문기관인 창의적 리더십센터의 크리스 언스트와 데이비드 곤잘레스, 코트니 해리슨에게 의뢰해 HR을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데 전념할 HR팀을 조직했다. 이 팀의 구성원들은 다 함께 문제 해결에 몰입한다. 그중엔 HR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거나 너무나 방대한 나머지 도저히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문제들도 있다.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자체와 사랑에 빠지면샤이니 오브젝트 신드롬[1], 일관성 없는 프로그램,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HR 혁신 같은 참사들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전반적으로 이런 사고방식의 틀 안에서 취해야 할 적절한 접근방식은 다음과 같은 네 과정으로 이뤄진다고 본다.

 

1. 그림 전체를 파악하라

HR 담당 리더들이 몇 가지 중추적인 해결책을 선택하고 조직에 성공적으로 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합리적인 방법으로 큰 그림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내릴 선택의 맥락을 구성하는 조건과 비즈니스 철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6년 전 일종의 정체성 위기를 겪고 나자 주니퍼에는 그런 큰 그림이 분명하게 다가왔다. 주니퍼는 스타트업으로서 M40 라우터[2]로 컴퓨터 네트워크 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회사였다. M40 라우터는 인터넷을 오늘날과 같은 규모로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주니퍼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판매 목록을 확대해나갔고,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중간에 낀존재라는 정체성 문제로 고심했다. 가장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경쟁자와 비교하면 덩치가 작지만, 단일 솔루션으로 틈새를 공략하는 기업들보다는 규모가 크고 훨씬 다각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문제에도 자금과 시간, 인력을 10배 투입할 수 있는 기업과는 경쟁을 벌일 수 없는 처지였다. 게다가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과는 달리 주니퍼는 이미 데이터 송수신 관련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단간end-to-end 솔루션에 주력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비즈니스 전략을 새롭게 조명하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불가피할 듯했다. 따라서 HR 담당자들은 HR 프로그램과 활동을 바탕으로 인재들이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준비와 역량을 보다 잘 갖추게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건 HR 부서 내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로부터 몇 년 뒤에 주니퍼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 시작했던 한 프로그램은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일부 사람들에게는 정신 나간 소리로 들렸지만, HR팀은 회장을 포함한 사내 모든 고위 관리자( 150명의 임원)는 물론 전 세계에 걸쳐 있는 100명의 다른 관리자들과도 일대일 대화를 나누기로 결정했다. 그 대화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포함됐다. 외부 환경과 관련해 현재 주니퍼가 직면한 핵심 과제는 무엇입니까? 그런 문제들이 특히 당신과 당신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주니퍼의 비즈니스 전략, 실행과 관련해 당신이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가장 우려됩니까? 물론 HR팀으로서는 아무런 해결책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사람 문제에 관해 듣게 될 위험이 있었다.

 

[1]온갖 종류의 참신한 아이디어나 프로젝트 등 새로운 것에 쏠리는 경향. ‘스타 물건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 편집자 주

[2]랜을 연결해주는 장비로 인터넷 접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역주

 

 

마침내 불편한 진실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니퍼 내부에는 사일로(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폐쇄적인 부서) 문화가 너무 팽배해 있었고, 우선과제도 지나치게 많았다. 구조적으로는 최상층이 비대해 균형이 맞지 않고, 갈등을 회피하는 성향도 존재했다. 또 고객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보다 상호 협력적으로 운영돼야 할 부분에서 작업이 지나치게 복잡하게 이뤄지고 있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리더십 개발과 성과 관리를 훨씬 뛰어넘는 차원의 성과를 거둬들였다. 주니퍼는 혁신 과정에서 알게 된 진실들에서 자극을 받아 사업 부문의 구분을 없애고 손익계산을 무시한 채 이전에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조직의 통합을 시도했다. 현재 주니퍼는 창립 이래 가장 단순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사내 어디에서든지 여섯 명이 모여 팀을 이루기만 하면 어떤 결정이라도 내릴 수 있다. 제품군도 합리적으로 간소화하는 작업을 거쳤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다양한 라우터와 스위치, 보안 제품들에 수없이 많은 자원이 동원돼야 했다. 이제는 완전히 달라져 하나의 공통된 자원 전략이 제품 로드맵을 전체적으로 포괄한다. 이런 변화 덕에 회사 입장에서는 수백만 달러가 절약되는 것은 물론이고 말 못할 골칫거리들도 사라지는 효과를 맛보게 됐다.

 

2. 가치 있는 통찰을 얻어라

회사의 비즈니스 상황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나면 HR 리더들은 두 번째 과정을 시도해볼 수 있다. 그것은 경영에 관한 가장 훌륭한 최신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수용해 조직 내 가장 중추적인 부분과 연결시키는 일이다. 주니퍼를 예로 들자면 기업 가치와 인사고과, 신경과학을 결합하는 작업이 있다. 또 하나는 조직 네트워크를 분석해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 시도는 HR이 비즈니스 운영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계기가 됐다.

 

어떤 주요 고객 기업과의 소통에 잇따라 차질이 생기면서 업무 실책과 품질 문제가 불거졌다. 이 경우에 누가 봐도 답이 분명한 전통적인 해법에 의지한다면 아마도 그 고객사를 상대했던 영업사원에게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그러나 주니퍼의 HR팀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곱씹어봤다. 그건 바로 조직은 위계질서와 사업 부문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엄연한 네트워크라는 견해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제는 각 사업 부문과 부서 간에 충분한 협력이 이뤄지지 못한 바람에 생겨난 것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조직원에게 조금씩만 더 협조하라고 독려하는 방법은 효과적일 것 같지 않았다.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몇몇 부분만 골라 협력을 크게 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롭 크로스 교수가 초빙돼 조직의 네트워크 분석에 나섰다. 크로스 교수는 HR팀과 함께 이슈가 된 고객사와의 거래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직원들을 파악하는 작업으로 시작했다. 10여 명의 핵심 인물과 이야기를 나눈 뒤 모두 344명의 직원을 찾아냈다. “말도 안 됩니다.”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전무이사가 보인 반응이었다. “고작 한 고객사와의 거래에 344명이나 관여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HR팀은 정식으로 네트워크 분석작업에 들어갔고, 이 작업을 마친 뒤 전무이사에게 그의 의견이 일부분 옳았다고 보고했다. 그 고객 기업과의 거래에 관여한 사람은 344명이 아니었다. 920명이었다. 다시 말하면 주니퍼 전체 직원의 10% 가까이가 그 거물 고객과의 거래가 잘 처리되도록 하는 데 조금씩 관여한 것이다. 그러니 혼선이 빚어졌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주니퍼의 창립자인 프라딥 신두가 자주 했던 말을 뒷받침하는 (불편하긴 해도) 강력한 증거를 얻었다. “사일로 문화는 네트워크 고유의 가치를 앗아간다.”

 

그때부터 주니퍼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조직 네트워크를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여기는 법을 배우게 됐다. 그러나 회사가 네트워크 분석을 도구로 삼아 해나가는 일이야말로 정작 조직에 변화를 일으킨다. 예를 들면, 그 뒤 HR팀은 또 다른 고객사를 상대하는 팀에 단순히 비공식 네트워크를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 네트워크를 최적화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했다. HR팀이 그 팀의 조언자 역할을 하면서 매주 네트워크 분석으로 파악하게 된 사실과 개념을 팀 차원의 기획과 개발, 정보 공유에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팀은 내부 인맥을 폭넓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를 더욱 신속하게 참여시키고 의사결정 권한을 확실하게 구분했으며, 권력이나 정보 흐름에 방해가 되는 병목 구간을 없앤 것이다. 불과 몇 사람하고만 밀접하게 유지되는 식으로 운영되던 고객사와의 관계도 두 조직 모두에서 부서와 지위를 막론하고 열린 소통을 나누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현재 이 고객사는 주니퍼의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고객으로 2014년에 예상보다 35% 많은 수입을 가져다줬으며 고객 서비스 면에서도 최상의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는 언뜻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해 조직에 도입한 얘기로 들린다. 그런데 여기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교훈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대체로 유용하기는 하겠지만, 우리가 그 아이디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을 염두에 둘 때 그 효과가 최대로 발휘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연구 내용을 이해하라. 결과를 확인하라. 그런 다음 더욱 깊게 파고들어라. 그 개념을 당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해석할 방법이 더욱 확실하게 보일 것이다.

 

 

3. 신중하게 적용하라

다음은 이렇게 얻은 통찰을 이미 진행 중인 프로그램들에 신중하게 접목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요 HR 혁신에는 막연하게 특별한 목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주니퍼는 막연하게모범 사례를 추구하는 방식에서 확실하게 벗어났다. 대신에 모범 사례가 지닌 핵심 교훈만 추려낸 다음 주니퍼 특유의 분위기와 브랜드, 사업 목표에 적합한 여러 직무 경험들에 널리 적용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디어를 적용한 데 따른 효과가 다른 요소들과 결부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하도록 만들며, 이는 더 큰 성과로 이어진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조직에서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시험 적용해보는 일은 필요한 시너지 효과를 찾아내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기회도 선사한다. 사람들에게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으로 그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그들이 직접 그 가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해봐야 한다. HR 기능은 그런 경험들을 마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니퍼가 연구에서 도출한 아이디어에 자기만의 색깔을 입힌 한 사례는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리더십, 경계 해제boundary spanning리더십의 영역에 속한다.

 

창의적 리더십센터의 연구에 기초한 경계 해제의 개념에서 보면 일반적인(수평적, 수직적, 이해 당사자, 인구통계학적, 지리적) 장벽들은 기회와 혁신의 근거지로 새롭게 인식된다. 주니퍼에 이 개념을 소개한 인물은 창의적 리더십센터의 크리스 언스트다. 그러나 경계를 넘나들며 사람들을 이끌고 협력을 도모하는 능력은 오늘날처럼 폐쇄적이고 내부 경쟁이 심한 조직에서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주니퍼에서는 경계 해제의 효과를 보다 깊이 있게 탐색해보기 위해 엔지니어링, 영업, 운영 분야에서 역할과 지위는 물론 지역과 배경도 서로 다른 85명을 선정해 한 곳에 불러모으기로 결정했다. 이 모임의 핵심 목표는주니퍼의 혁신 도전이라는 기치로 설명된다. 참가자들은 사흘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동으로 작업을 했는데, 신제품 아이디어를 창안하는 것이 협업의 명시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회사에는 또 다른 목표가 있었다. 딱히 일부러 숨기려고 하지는 않았던 그 목표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경계 해제 리더십이 어떻게 해서 주니퍼가 가장 애정을 지닌 사안인획기적인 혁신의 필요성과 연결되는지를 확인시켜줄 만한 경험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목적을 갖고 마련한 네트워크와 의욕을 북돋우는 경험은 주니퍼 전체 직원들의 작은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85명으로 하여금 각자의 혁신 능력에 가졌던 생각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이 경험에서 비롯된 한 가지 제품 아이디어는 6개월이 채 안 돼 시제품으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여섯 곳이 넘는 대기업의 생산 환경에서 이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다. 물론 모든 HR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뚜렷하게 눈에 띄는 비즈니스 성과나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단계의 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니퍼의혁신 도전프로젝트는 신개념의 초기 적용 사례를 이미 잘 알려진 우선과제와 접목시키고,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시도해봄으로써 단시간에 교훈을 얻는 방법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보여줬다.

 

궁극적으로 어떤 아이디어든 널리 퍼지게 되면 통합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당신이 매진하는 아이디어들의 집합은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서로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요소들이 없어야 하며, 모든 일이 동일한 감수성과 관점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도입한 개념들이 서로 잘 융합하면, 그 점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개념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고 서로 보강하기 시작할 테니 말이다.

 

2014년 말, 라미 라힘이 최고경영자CEO로 지명됐을 때, 그는 취임한 지 30일 정도가 지나면주니퍼 방식Juniper Way’(기업 가치와 그와 관련된 행동들)이 다시 전면에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당시에는 비공식 네트워크와 경계 해제 개념이 이미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니퍼 방식을 새롭게 선보일 때는 하향식으로 확산시키는 대신에 일부연결자들에 의지했다. 비공식 여론주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연결자들은 조직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찾아냈다. 라힘 CEO는 그들에게 기업 가치를 단순한 언어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행동에 초점을 맞춰 다시 표현하고, 그것을 전체 직원들에게 이해시키는 일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순간 HR 차원에서 적용된 개념들이 하나의 잘 융합된 시스템을 이루고 있음이 증명됐다.

 

4. 비즈니스 성과를 목표로 하라

서로 굉장히 다른 전략을 가진 조직들 사이에서도 HR 관련 기준들이 유사성을 띠는 것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무엇을 평가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직원들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우리 연구팀의 견해로는 의도를 갖고 HR의 기능을 재검토한다면 진행추이와 영향력을 측정하는 방식도 재고해볼 필요성이 생길 것이다.

 

 

HR은 무엇을 평가하든 간에 직원들이 기업에 있어 가장 중추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핵심 영향력을 측정하는 것은 더 큰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단계다. 그렇게 하면 평가라는 일이 과거 지향적으로 성패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학습이자 개선 작업이 된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표와 신호들은 무엇이 효과적이며 효과적이지 않은지, 그리고 어떤 부분을 다시 측정하거나 추가 질문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를 위해서는 실험과 수정, 잦은 실수를 용납하는 태도와 의욕이 필요하다.

 

만약에 당신의 새로운 시도가 원만하게 적용된다면 중요한 새 지표들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일 역시 가능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주니퍼에서는 네트워크 분석과 경계 해제를 시도함으로써 연결자 역할을 하는 거의 5%의 비중을 차지하는 직원들을 파악하고 나자 중요한 새 지표에 필요한 토대가 마련됐다. 연결자들을 대시보드에 표시해놓으니 집단 내에 어떤 마찰이 발생하더라도 원인 조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발전 추이를 파악한다는 것은 주어진 데이터를 다른 렌즈를 통해 바라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제품이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제품 개발에서 출시까지 공정에 소요되는 시간, 신제품 개발 주기, 품질 지표에 주목하라. 이 지표들을 인재 관리, 보상제도, 교육 목표에 필요한 요소로 포함시켜라. 그런 다음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나 쟁점에 비춰 그 지표들이 갖는 의미를 해석하라. 주니퍼의 경우 퇴직연금 가입 비율이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간접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기업 문화와 가치를 가늠하는 지표인 것이다. HR팀 입장에서는 직원의 87%가 현재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으며, 이 수치가 하이테크 기업 중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직원들이 회사의 미래 성장에 헌신하고 있으며 그들 자신과 동료들이 실제로 그렇게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신호다.

 

HR 영역에서의 중요한 신개념을 놓고 정확한 투자수익률을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HR이라는 영역이 스스로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그 개념의 효과를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효과적인 HR 프로그램과 바람직한 비즈니스 성과 사이에 논리적으로 타당한 연결고리를 찾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측정 가능한 것에 주력하고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것은 추정하라. 이는 다른 모든 경영 부문에서도 똑같이 하는 방식이다.

 

주니퍼는 상당한 변화와 시련을 겪었다. 3년 새 CEO가 세 명이나 거쳐간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2014년 주니퍼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한 설문조사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우리의 전략을 알고 있는가? 그 전략을 실행하는 데 당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가? 회사가 그 전략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 스스로가 충분한 의욕과 책임감을 가졌다고 느끼는가? 세 질문 모두 긍정적인 답변 비율이 50%도 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니퍼는 순회 설명회를 마련해 임원들이 세계 각지의 팀원들을 직접 만나 회사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연결자 역할을 하는 직원들에게 회사 전체에 걸쳐 동료들과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전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권한을 부여했다. 첫 설문조사 뒤 4개월 만에 실시한 두 번째 설문조사 결과, 세 가지 질문 모두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 비율이 80%를 넘었다.

 

의도된 차별화

혁신적인 HR 조직이라는 평판을 얻으려면 균형 잡힌 줄타기를 해야 한다. 기업은 연구개발 기관도, 대학도 아니다. 그렇다고 사회과학 연구자나 데이터 과학자들을 대규모로 고용하지도 않는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혁신 아이디어는 흔히 대중을 위한 강연을 듣거나 글을 읽을 때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포용하거나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적용한다면 유행을 타기 좋아한다는 평판이 생길 수 있다. 표면 아래로 파고들어 그 토대를 이루는 과학적 연구와 통찰에 닿도록 하라. 그래야만 진정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혁신에 실패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책임지고 조직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할 때는 그에 맞는 구체적인 방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니퍼가 시도한 방법, 다시 말하면 큰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발견을 놓치지 않고, 그것을 지혜롭게 적용하며, 확실한 효과를 내도록 하는 편이 유용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으로 주니퍼는 일회성 프로그램이나 서로 연관성이 없는 실험들에서 벗어나 흥미롭고 언제나 비즈니스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발전을 거듭하는 시스템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선구적인 경영 사상가들이 말하는 기발하고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나 프로젝트에 매료된다고 해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 아이디어들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적어도 당신이 가졌던 전제들을 재검토해보도록 자극을 줄 테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들과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 장기적으로 애정을 갖는 일이다. 당신의 HR 프로그램이 갈수록 경쟁업체들 프로그램과 닮지 않게 되고 경쟁력 차별화에는 더 기여하게 될 때, 비로소 당신이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당신이 의도한 고유의 차별점이 더 확실해지면서 말이다.

 

 

존 부드로, 스티븐 라이스

존 부드로 USC 마셜 경영대학의 경영 조직학과 교수다. 이 대학 내 효과적인 조직 센터의 연구 디렉터이기도 하다. 스티븐 라이스는 이 글을 공동 집필할 당시만 해도 주니퍼네트웍스에서 9년째 인사담당 전무이사를 맡고 있었다. 현재는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인사담당 최고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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