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월호

하향식 기획과 상향식 현장정보 린 전략으로 통합하라
전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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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한 스타트업을 만드는 비결(Start-Ups That Last)

▶ 린 전략(Lean Strategy)

▶ 성장의 불꽃을 다시 타오르게 하려면(Reigniting Growth)

 

사업가정신으로 무장한 린 전략Lean Strategy

 

이번 HBR 스포트라이트의 글들은 오늘날 대기업이나 벤처기업 모두가 당면하고 있는 근본 경영문제를 다루고 있다. 잘나가던 기업의 성장엔진이 갑자기 멈춘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벤처회사가 급성장하면서 관리조직이 커지고, 의사결정이 느려지며, 통제가 잘 먹히지 않고, 긴밀한 팀워크도 발휘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체계적인 경영전략을 세우면서도 동시에 시장 상황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벤처정신을 회사 전반에 불어넣을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에 대해 저자들이 공유하는 사례와 경험을 통해 여러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스포트라이트 글들은 매우 유용했다. 그중 경영전략과 벤처정신을 함께 구현하는 방안으로 소개된 린 전략은 경영전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정도로 의미 있는 설명이었다.

 

우선 린 전략의 족보를 추적해 본다면 린 생산Lean manu-facturing과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도요타의 린 생산방식은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대량생산 방식과는 달리, 일본의 작고 불규칙한 변화가 많은 내수시장에 맞도록 설계된 생산방식이다. 도요타는 수요 변화에 따라 유연하고 효율성 높은 생산라인을 구축하여 빠른 성장을 이루어냄으로써 석유파동 시절에 전 세계를 제패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린 생산에서는 모든 낭비[1]적 요소를 찾아내어 개선시키며 종업원들의 자발적, 지속적인 학습 및 개선활동 참여, 재고 최소화 및 적시Just In Time 생산, 경영자의 강한 의지 등이 필수적이다.

 

린 스타트업은 린 생산 개념을 스타트업에 적용한 개념이다. 불확실성 아래에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군살을 빼고 빠르게 움직이는 초기 벤처를 린 스타트업이라 칭한다. 실제로 벤처가 목표로 삼고 있는 시장은 너무나도 빨리 변하기에 시장조사, 전략기획에 많은 공을 들여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말미암아 많은 벤처사업가들은 일단 일을 저지르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실패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린 스타트업은 고객 및 시장에 대해 지속적 학습을 강조한다.

 

린 생산과 린 스타트업을 비교해 보자면, 린 생산에서는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낭비적 요인을 지속적으로 제거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린 스타트업은 고객 및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여 지속적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두 개념 모두 지속적 개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측정하고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콜리스 교수가 제시한 린 전략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존 경영전략 개념은 변화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사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일관적 의사결정 과정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 개념은 일반적으로 대기업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때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특히나 수많은 회의와 보고, 파워포인트 보고서 작성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반면 벤처정신은 이와는 반대로 빠르게 변하는 시장상황에 즉시적으로 대응하며 기회를 찾는 개념이다. 린 전략은 이런 경영전략과 벤처정신을 동시에 매개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략인 것이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회도 찾고 동시에 일관성 있는 중장기적 의사결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린 전략은 이미 굳건한 자리를 잡은 대기업이나 이제 사업을 막 시작한 스타트업 모두에게 유용하다.

 

전략

 

린 전략도 전략이니 우선 전략 개념을 설명해 보자. 전략에 대해 어느 컨설턴트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가령 생물학자가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생물들의 경쟁 생태계를 연구한다고 가정해 보자. 실험을 하는 연구자는 우선 유리판 위에 설탕을 마구 뿌린다. 어느 곳에는 설탕이 더 많이 쌓여 설탕산을 이루고 다른 곳엔 설탕이 거의 없다. 그리고 나서 단세포생물을 무작위로 뿌린다. 어떤 단세포생물은 운 좋게도 설탕산 위에 자리잡고 운이 나쁜 단세포생물은 설탕이 거의 없는 곳에 떨어진다. 며칠이 지나 몇 세대가 흘렀을 때, 운 좋은 단세포생물의 후손들이 여전히 설탕산 위를 차지하고 있을까 아니면 운이 나쁜 단세포생물의 후손들이 설탕산을 차지할 것인가?

 

많은 경우, 불운한 단세포생물의 후손들이 설탕산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운한 단세포생물들의 후손이 설탕산을 차지하게 되었을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설탕산이 어디 존재하는지를 봐야 한다. , 설탕산에 대한 비전vision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전이 전부가 아니다. 비전이 있어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설탕산을 차지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목적objective이 있어야 한다. 또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범위scope가 필요하다. 게다가 경쟁자들보다 더 우수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에게 설탕산이라는 비전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을 학습learning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영전략의 개념은 하향식 전사전략의 관점에 기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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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략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쉽지 않다. 전략이란 개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워낙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기에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과거에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추구하는 안정적 경영전략의 개념이 주를 이뤘으나, 글로벌 시장 및 기술의 변화 등으로 제품 수명주기도 짧아지고 환경 변화 또한 극심한 초경쟁 상황에서는 현재에 안주하기보다 스스로 자신의 경쟁우위를 파괴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도 출현하고 있다.

 

[1]이때 낭비는 고객의 니즈와 관계없는 모든 것으로 정의된다.

[2]IMVU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3차원 아바타 기반의 가상 세계, 커뮤니티 및 가상 카탈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13000만 명의 사용자와 1600만 개의 가상 물품이 등록되어 있다.

 

 

린 전략

 

린 전략은 전략 패러다임에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린 전략 구현을 위해서는 하향식 전사전략뿐 아니라 상향식 현장전략을 함께 조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사항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그것을 하향식 전사전략에 반영한다. 게다가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향식 현장전략을 좀더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회사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3]이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오라클 요트팀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오라클 요트는 첨단정보기술의 총아로서 요트 사방에 센서를 부착하여 정보를 취득한다. 요트와 요트선수들, 바다 및 기상 상황, 경쟁요트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다시 이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텍사스에 위치한 오라클 데이터센터로 보내진다. 다양한 정보분석 툴을 이용하여 분석된 정보는 요트선수들이 들고 있는 태블릿PC로 보내져 선수들이 현장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요트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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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요트팀.                          출처 www.flickr.com/photos/chatani/9754618632/in/photostream/

 

이 사례는 정보기술의 중요성도 강조하지만 동시에 현장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우월한 경영성과를 내게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린 전략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상향식 현장전략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기업에 린 전략은 현장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많은 대기업들의 사업실패 사례를 보면 관료주의가 만연하고 고객접점 관리가 소홀해지고, 창업자정신이 잊혀질 때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린 전략의 도입을 통해 현장의 정보가 최고경영자에게 전달되면서 벤처정신이 되살아나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린 전략은 또한 벤처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많은 벤처창업자들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쓸모 없다고 생각하고 경영전략 컨설팅 서비스를 받지 않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제한된 자원으로는 기회가 한정되어 있고 한 번 정한 결정을 되돌리기 어려울뿐더러 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단기적 성과 추구만 하다 사업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린 전략은 벤처에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의미를 제공한다. 린 전략을 통해 벤처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린 전략은 그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결론

 

콜리스 교수는 린 전략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하향식 전사전략과 상향식 현장전략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제시했다. 린 전략을 통해 벤처는 사업 범위의 전략적 결정, , 하지 않을 일을 파악하게 되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게 되고, 대기업은 기존 경영전략에 기업가정신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현장의 정보를 경영전략에 반영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개념 제시로 평가할 수 있겠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된 1911,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의 원칙The Principle of Scientific Management이란 책을 출판했다. 그는 제철소에서 일하는 시급노동자들의 삽질에 대한 동작연구, 시간연구를 통해 표준작업량을 정하고 성과급을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1인당 생산성이 크게 올라가 같은 양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노동자 수는 3분의 1로 줄이면서도 급여는 60% 인상할 수 있었으며, 전체적 비용은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다. 테일러는 이 책을 통해 임금을 올려도 노무비는 줄이는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이 연구는 비즈니스의 중요 문제를 실증적으로 측정,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며 이후 생산관리, 크게는 경영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당시 유럽의 산업혁명에 뒤쳐진 후발주자 미국은 생산성 혁신의 도구를 얻게 된 것이다.

 

린 생산과 린 스타트업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 역시 측정의 문제이다. 피터 드러커의측정하지 못한다면 관리할 수 없다(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manage it)”는 유명한 말처럼 지속적인 생산 개선과 신사업에서의 혁신을 이루려면 낭비의 요인, 시장 및 고객의 니즈를 측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린 전략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측정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전사적인 하향식 전략과 현장 중심의 상향식 전략이 적절히 배합될 수 있도록 어떤 지표들이 정의, 측정, 관리, 개선되고, 재진단되어 지속적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을지 콜리스 교수의 향후 연구가 기대된다.

 

전성민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새너제이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력도 있다. 벤처회사들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P2P 대출, 소셜커머스, 비트코인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한중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역서에 <페이스북 시대>가 있다.

 

 [3]래리 엘리슨은 개인적으로도 여러 대의 호화 대형 요트를 소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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