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월호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의 결정적 착오
조지프 L. 바우어(Joseph Bower),린 S. 페인(Lynn Paine)

SPOTLIGHT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의 결정적 착오

조지프 L. 바우어, S. 페인

 

대다수의 CEO와 이사진은 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자신들의 주요 임무라고 믿는다. 그렇지 않다.

 

 

In brief

 

문제점

이사회와 경영진의 최우선 임무는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기업법 측면에서 그 신빙성이 확실하지 않으며, 잘못된 경영 관행을 유도한다. 그리고 중대한 책임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해결책

기업 경영진은 주주의 부가 아니라 기업의 건전성을 최우선 관심사로 삼아야 한다.

사소한 변화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런 변화를 통해 파괴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기업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으며 경영진이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도록 도울 수 있다.

 

2014년 가을,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자이자 제약회사 엘러간의 주주인 빌 애크먼은 제약회사 엘러간 이사회 때문에 점점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애크먼은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이사회가 매년 40만 달러나 받으면서 회사의 주주를 위해 했어야 할 일에 실패했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여기서 실패란, 밸리언트 파마슈티칼이 엘러간 측에 제안한 인수협상에 엘러간이 응하지 않은 일을 두고 한 말이다. 애크먼은 헤지펀드와 인수 희망자 간 동맹결성을 위한 물밑작업에도 참여했던 당사자다. 인수 제안을 홍보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애크먼은 밸리언트의 주주 친화적인 자본 배분, 주주의 이익과 연계된 임원 보수, 리스크가 큰 초기단계 연구에 대한 기피성향을 높이 평가했다. 엘러간에서도 동일한 접근방식을 도입하면 주주들에게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전했다. 애크먼은 엘러간의 연구예산을 90% 감축하겠다는 밸리언트의 계획이확실한 기회라고 말했다. 밸리언트의 마이크 피어슨 CEO 역시밸리언트는 오직 주주의 가치만을 생각한다며 애널리스트들을 안심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장면들은 기업지배구조와 경영에 대한 금융계와 재계 전반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이런 사고방식은 일단 경영진의 존재 목적이 당연히 주주를 위한 가치 극대화라는 인식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성과 측정과 임원 보수에서부터 주주권, 이사진의 역할, 기업의 책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도 결부된다. 애크먼과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기관투자가들, 수많은 이사진, 경영진, 변호사, 교수, 그리고 일부 공직자와 국회의원들까지도 이런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계율은좋은 거버넌스모델, 그리고 엘러간의 사례가 보여준 투자자 행동주의 모델의 일종으로 널리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기업 경영진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인식, 그리고 이사진은 경영진이 이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런 발상은 1970년대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이른바대리인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리인 이론의 핵심을 요약하면법인의 주인은 곧 주주이며, 주주는 법인의 기업활동에 대한 최종 권한을 쥐고 있으므로 주주의 뜻에 따라 기업 활동을 펼치도록 법인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인의 소유권이 주주에게 있다는 말은 얼핏 그럴싸하게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말의 뜻이 법적으로도 명확히 정의되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게다가 책임성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수반한다는 점이 어쩌면 더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주주는 회사를 보호하거나 회사를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지지 않으며, 유한책임의 원칙 덕분에 회사의 부채나 악행에 대한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게다가 주주는 무제한적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으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신의 신원을 공개할 필요도 없고, 회사의 기업 활동과 물리적·정신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상장사의 주주들이 회사에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고려할 여지는 그리 많지 않으며, 주주가 원하는 대로 기업활동을 했을 때 회사나 기타 관련 당사자, 혹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은 일반적으로 통용되지 않고 있다. 대리인 이론은 주주가 법인의 주인이라는 핵심 전제가 옳다고 했을 때 발생하는 책임의 공백이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다뤄본 적이 아직 없으며, 우리는 이 핵심 전제가 잘못됐다고 본다.

 

 

이런 태만이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은 대리인 이론에 기반한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 모델이 기업의 건전성을 약화시킨다는 것과, 이 모델이 보다 넓게 적용되면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 전략과 자원 배분에 미칠 영향은 더욱 우려스럽다. 지난 몇십 년간 대리인 이론 모델은 지배구조와 경영관행상의 다양한 변화에 대한 근거가 되어왔으며, 이런 변화들은 전체 주주 가운데서도 특정 부류 주주들의 힘과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주주의 주장을 다른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의 주장보다 훨씬 더 우선시했다. 심지어 힘을 행사하는 주주에게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책임이나 의무도 지우지 않았다. 그 결과 경영진은 더 빠르고 확실한 이익 창출에 힘쓰고, 미래의 수요에 대응하거나 세계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법을 찾으려는 목적의 고위험성 투자는 제한해야 한다는 압박에 점점 더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함부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모두는 누가 뭐래도 자본주의자다. 우리는 상장기업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경제에 참여하는 활동이 사회 구성에도 중요하다고 믿으며, 강력한 주주 보호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시스템의 건전성은 주주의 역할을 바로 잡아야만 담보할 수 있다. 대리인 이론 기반 모델의 극단적인 주주 중심주의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법적으로는 모호하고 실질적으로는 해를 끼친다. 이보다 개선된 형태의 모델이 되려면 주주 역할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하는 한편, 법인이라는 것은 다양한 목적을 지니고 장기간에 걸쳐 존속할 가능성을 법적으로 부여받은 독립적 존재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사진과 경영진이 주주에게뿐 아니라 법인에게도 책임을 진다는 점을 포함하는 법적 원칙을 인정해야 한다. , 개선된 모델은 보다 기업 중심적이어야 한다.

 

 

대안 모델을 고려하기에 앞서 대리인 이론 기반 모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대리인 이론의 토대

 

대리인 이론의 토대를 이루는 구상은 밀턴 프리드먼의 널리 알려진 1970년 뉴욕타임스 매거진 기고문에 잘 나타나 있다. 이 글에서 프리드먼은 법인의사회적 책임개념이 사회주의적 원칙이라고 비난했다. 프리드먼은 주주의 법인 소유를 기정사실로 본다. 그리고경영자는 법인을 소유한 개인들의 대리인이며 경영자의 일차적책무는 (소유자의) 바람에 따라 사업을 이끄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프리드먼은 경영자를주권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대리인으로 묘사한다.

 

 

이런 구상은 1976년 마이클 젠슨과 윌리엄 멕클링의 금융경제학 저널 기고문기업 이론을 통해 한 단계 더 진전됐다. 두 저자는 이 이론의 기본 전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주주는 법인을 소유하며 법인의 사업과 업무를 관리할 본래의 권한을 지닌주권자.

• 주주가 법인의 의사결정 권한을 경영진에게 위임하므로 경영진은 곧 주주의대리인이다.

• 경영진은 주주의 대리인이므로 법인의 사업을 주주의 요청에 따라 이끌어야 할 의무를 진다.

• 주주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기를 원한다.(해당 기고문은 모든 주주가 이런 목적에 전원 찬성한다는 가정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음.)

 

두 사람의 글에 경영진이 사업활동 중 준수해야 할 윤리적 규범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과 생각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이 사안에 관한 두 가지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주주들의 일반적인 요구가경영진이 법적, 윤리적 관행에 담긴 기본적인 사회규칙 안에서 최대한 많은 돈을 버는 것이라고 적은 다음, 주주는 경영진이 최대한속임수를 쓰거나 사기를 범하지 않고 공개적인 자유 경쟁에 참여함으로써 자원을 활용해 이윤을 추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젠슨과 멕클링도 기업이사회적 책임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프리드먼의 견해에는 동의한다.

 

 

지난 수십 년간의 대리인 이론 관련 학술연구 대부분은 주로 경영진과 주주의 이익을 나란히 맞춤으로써 경영진이 주주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어왔다. 그리고 이런 구상은 조직이론으로 발전되어 나타났다. 해당 이론에서는 경영진이결정 권한을 적절히 위임하고 적당한 인센티브를 마련한다면 회사 전체에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각은 이사회를 경영진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일과 관련해 주주가 부담하는대리 비용을 통제하는 조직 메커니즘으로 보는 관점으로도 이어졌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사회의 주된 역할은 경영진을 감시하는 일이며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개념, 그리고 이사회의 임원 보수 결정은 경영진과 주주의 이익이 합치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개념이 탄생하게 됐다.

 

 

대리인 이론 기반 모델의 결함

 

이러한 발상들이 엇나가는 지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1 기업법과의 상충: 법의 관점에서 주주에게는 법인에 대한소유주의 권리가 없으며, 경영진은

주주의대리인으로 볼 수 없다.다른 학자들과 평론가들이 지적했듯이 주주가 법인을 소유한다는 말은 좋게 말해모호한 문제, 엄격히 따지면틀린 말이다. 법적 관점에서 주주가 법인 활동의 수혜자는 맞지만 그 재산에 대한지배권을 갖고 있지는 않다. 법인 사업장에 자유롭게 드나들거나 법인의 자산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다. 주주가 보유하는 것은 법인의 주식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 그 주식을 매도하거나 이사 선출, 회사 정관 개정, 법인의 실질적인 모든 자산 매각 등을 위한 표결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권리와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포천 500대 기업 절반 이상의 법적 근거지이자 기업법의 기준이 되는 미국의 델라웨어

주법(州法)주주가 선출한 이사회가 법인의 사업과 업무를 관리할 권한을 부여받고, 이사회는 그 권한을 법인 경영진에 위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 체제 안에서 경영진과 이사진은 대리인이 아니라수탁인이다. 이들은 주주와 법인 모두로부터 신탁을 받은 셈이다. 대리인과 수탁인 간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대리인은 주권자가 원하는 바를 실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수탁인은 수혜자를 대리하되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대리인은 지시를 받을 뿐이지만 수탁인은 자유재량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법적으로 보았을 때 이사진은 법인의 이익을 최대한 고려해 수탁 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는 단순히 주주의 명령을 따르는 행위와는 크게 다르다.

 

 

2대리인 이론에 나타난 일반적 용어의 범위 이탈: 주주는소유주의 전통적 정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아니며, 실제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달리 기업의 경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동기가 없다. 이런 견해는 아돌프 벌리와 가디너 민즈 두 사람이 기념비적인 연구현대 기업과 사유재산 >을 발표한 1932년보다 지금 시점에 더 적확히 들어맞는다. 오늘날 미국 상장기업 주식의 약 70%는 뮤추얼펀드, 연기금, 보험사, 국부펀드, 그리고 기타 기관투자가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가계, 연금수령자, 보험가입자, 정부 등과 같은 수혜자를 대신해 주식을 관리하며, 대다수의 경우 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이 수혜자들이 누구인지까지는 알지 못한다. 이런 투자를 관리하는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운용 중인 다수의 투자건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의 총합에 따라

분기마다 평가와 보수를 받는다. 그 결과 주식 손바뀜이 잦아지는 부작용(‘상장주식 평균 보유기간참조)이 나타나며, 투기자의 초단타 매매도 이런 현상에 한몫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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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와 투기자는 비교적 단기적인 주가변동 예측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린다. 경기순환

과정에서 기업 주식은 업계를 막론하고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어느 특정 시기의 장부상 주주가 해당 기업의 의사결정을 위한 표결에 참여하더라도 이들은 이 회사에 대해 잘 알 필요도 없고, 진심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게다가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헤징하거나 즉시 매도해 표결 결과에 따른 장기적인 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들을 통상적인 의미의 소유주로 보기는 힘들다.

 

 

주주의 익명성 탓에 지분 보유로 이익을 얻는 실질 주주와 해당 기업 간 관계는 더욱 약해졌다. 미국에서 공개 거래되는 주식의 약 85%는 증권업자 명의로 되어 있다. 기관 자체나 해당 기관의

고객들을 대신해 중개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지분의 최종소유자 중 약 75%는 자신들의 신원을 주식 발행 회사에 공개하지 않도록 중개인에게 지시하고 있다.

 

 

3 도덕적 해이의 소지: 주주는 회사의 활동에 대해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지지도 않고, 간부 및 이사진과 같이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없다.

주주를 소유주로 대할 때 생기는 문제는 소유권의 또 다른 일반적 특징인소유 재산에 대한 의무와 그 재산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제3자에게 입힌 피해에 대한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심화된다. 어떤 경우에는 소유주가 이런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지게 되지만, 주주는 이런 의무를 전혀 지지 않는다. 주주는 유한책임의 원칙 아래 법인의 부채나 법인의 행위 및 태만으로 인해 제3자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해 어떠한 개인적인 법적 책임도 질 수 없다.

 

 

몇 가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주주는 증권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다. 자기 거래를 삼가야 하는 이사진과 달리 주주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엘러간과 밸리언트 사이에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려 보자. 밸리언트 주식을 보유한 엘러간 이사회 임원은 밸리언트의 엘러간 인수건에 대한 표결에 참여하거나 밸리언트의 제안을 옹호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엘러간과 밸리언트 주식을 모두 갖고 있는 주주들은 보유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팔며 원하는 대로 표를 던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양사의 이익을 최대한 고려해 행동할 의무는 없었다. 수천 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인수전의 양 당사자 모두와 큰 이해관계가 걸려있을 때 이런 협상에 영향력을 자주 행사한다.

 

 

질서가 잘 잡힌 경제에서는 권한이 책임을 수반한다. 주주에게 소유권을 주면서 면책까지 허용한다면 기회주의, 과욕, 법인 자산 악용의 여지를 열어주는 셈이다. 주주들이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에 입김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런 위험에 대한 걱정이 줄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량의 회사 주식을 일시적으로 보유하는 이들이 회사 이사진을 재편성하거나,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회사 재무구조를 뜯어고치려고 개입하는 경우 문제는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주가를 올려 처분한 후 다음 타깃으로 이동한다. 이들의 개입으로 영향을 받은 기업과 기타 이해관계자에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은 채.

 

 

4 합치의 허상: 대리인 이론의 이해관계 합치 원칙은 전사적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경영진의 시야를 좁힌다.책임에서 자유로운 주주들이 회사에 대한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사안에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있듯이, 경영진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합치시키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대리인 이론은 조직 전체의 시야도 왜곡시킬 수 있다. 층층이 연결된 경영조직 전체의 이익이 이런 식으로 ‘합치’되면 회사는 현 주주들의 이익에만 과도하게 집중해 고객이나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진 나머지 회사 조직을 더 이상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엔론을 기억하는가? 이들의 몰락은 회사 조직이 얼마나 처참한 수준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회사 이익을 위한 경영이 곧 주주 이익을 위한 경영이라는 인식은 많은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수학적 모델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이론적 교만이라는 각도에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보면 회사 이익을 위한 경영과 주주 이익을 위한 경영 간에는 극명한 차이가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 성장 유지에 초점을 맞췄던 엘러간 경영진이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보유를 유도하기 위해 주가를 주당 180달러까지 높이겠다고 목표를 변경하자, 조직 전체의 우선순위도 덩달아 바뀌었다. 연구비가 삭감되고, 투자가 중단되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5 전체 주주를 하나로 보는 잘못된 전제: 주주 개개인의 목적은 모두 다르며 이들을 한 명의소유자로 취급할 수 없다.대리인 이론은 모든 주주가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해 줄 것을 원한다고 전제한다. 이처럼 단순화된 가정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용이할지 모르나 중요한 차이점은 슬쩍 덮어버린다. 주주마다 투자 목적, 리스크를 보는 태도, 투자 기간은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현재 수익과 자산 보존을 원할 수도 있고, 기부기금은 장기적인 성장을 원할 수도 있다. 청년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고령 투자자보다 리스크 수용성이 훨씬 높을 수도 있다. 위임투표 기록을 살펴보면 주주들은 눈앞의 다양한 결정사항 앞에서 제각기 다른 결단을 내린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주주들은 전략적 기회마저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지 모른다. 밸리언트가 엘러간 인수 계획을 발표한 후 몇 개월 동안 엘러간 간부들은 다양한 기관투자가들을 만났다. 엘러간의 선임 사외이사 마이클 갤러거에 의하면 밸리언트의 당시 제안에는 주식과 현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는데, 인수 거부는 물론 주식도 절대 원하지 않는다는 사람들부터일생일대의 기회에 왜 당장 협상을 진행하지 않느냐는 쪽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현실화된 대리인 이론 기반 모델

 

이런 문제들이 있지만, 대리인 이론은 수많은 추종자를 끌어모았다. 대리인 이론은 주주의 힘을 강화시키고 주주 중심주의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지배구조 및 경영 모델을 등장시킨 실질적인 각종 변화에 학술적 근거를 제공했다. 대리인 이론의 영향력이 가시화된 몇 가지 영역들을 살펴보자.

 

 

임원 보수.대리인 이론은 주로 현금에 기반하던 임원 보수 지급 시스템에서 주식 관련 보상에 크게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전환을 지지한 이들은 주식 연계 보수가 임원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더 잘 합치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급여와 주식실적 간 연계를 강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지지와 이런성과급방식의 도입을 유도하는 세금 제도를 이끌어내는 데도 동일한 논리가 활용됐다. 이 논리에 따라 1992년 미국 의회는 100만 달러 이상의 임원 보수가성과 기반인 경우에만 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오늘날 임원 급여는 약 62%가 주식 형태로서, 고작 19%였던 1980년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임원 급여 공개.대리인 이론이 정의하는 성과, 그리고 이해관계 합치의 원칙은 기업들이 임원 급여 수준과 연례 위임장권유신고서에 기재하는 주주수익률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자는 2015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안을 뒷받침한다. 이 제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연간 총주주수익률(TSR) 추이 및 동종 기업들의 연간 총주주수익률을 보고하고, 자사 총주주수익률과 임원 보수 간의 관계, 그리고 자사 총주주수익률과 동종 기업들의 총주주수익률 간의 관계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주주권.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인식은 이사 선임 및 선출에 대한 주주의 발언권을 더 강화하고, 주주가 서면 동의를 받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거나 이사를 해임하기 용이하게 만드는 데

그동안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을 비롯한 여러 출처를 통해 얻은 데이터에 따르면 S&P 500대 기업 중 이사회에서 과반수 투표제를 실시하는 기업의 비율은 2006 16%에서 2015 88%로 늘었고, 임시 주주총회 관련 조항을 둔 기업의 비율은 2002 41%에서 2015 61%로 늘었다. 그리고 주주에게 이사 후보자 지명권을 주는 기업의 비율은 2013 0.5%에 약간 못 미쳤으나 2016년 중반 즈음에는 약 39%로 증가했다.

 

이사회의 힘.대리인 이론에 기반한 사고방식은 이사회 시차임기제를 없앰으로써 모든 이사를 해마다 선출할 수 있게 하고, 회사의주인들이 프리미엄 제안과 관련한 결정을 표결에 부치려고 할 때 이사회가 표결을 늦추거나 저지할 수 있게 하는독소조항(포이즌 필)’을 없애자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2002~2015년까지 이사회 시차임기제를 실시하는 S&P 500대 기업의 비율은 61%에서 10%로 급격히 하락했고, 독소조항을 둔 기업의 비율은 60%에서 4%로 떨어졌다. 물론 독소조항이 없는 기업들도 엘러간 이사회가 밸리언트의 인수 제안에 대응했던 것처럼 자발적 인수 제안에 대응하기 위한 독소조항을 새로 도입할 수도 있다.

 

경영진의 태도.대리인 이론이 주장하는 경영진의 의무는 널리 적용되어 왔다. 미국 주요 대기업 CEO들로 구성된 이익단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1997경영진과 이사회가 최우선적 의무를 진 대상은 법인의 주주들로서…(중략)…기업의 주된 목표는 소유주를 위한 경제적 수익의 창출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기관투자가들의 이어지는 압박에 내놓은 이 입장문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주주가 좋은 수익을 얻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타당한 우려에도 적절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사실상 수정했음을 드러낸다.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점차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이사회에 다수 투표제 대신 과반수 투표제를 택한 기업에서는 과반수 지지를 얻은 주주 제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고, 최고재무책임자(CFO) 다수는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분기별 예상 이익 달성을 위해서라면 장기적 수익성이 있는 프로젝트 투자를 기꺼이 포기한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결과들이 있다. 아스펜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경영대학원 졸업자 다수는 주주 가치 극대화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여긴다고 답했다.

 

투자자 행동.대리인 이론은 투자자 행동주의의 등장에 일조했고, 기업 주식을 매입해주인이라는 위치를 점하고 이를 이용해 주주 가치 창출을 위한 변화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분명한 목적으로 자본을 동원하는 헤지펀드의 전술을 정당화했다. (본문에 딸린행동주의 투자자의 전술은 대리인 이론의 논리가 실제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이들 투자자는 더 빈번하게 경영에 개입하고 기업의 자원 배분 방식을 바꿔놓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모든 기업과 이사회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고려하는 전략적 맥락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전술

 

대리인 이론 기반 모델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면 행동주의 투자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살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우선 행동주의 투자자는 목표로 삼은 기업의 지분을 취득한다. 대개는 5~10%의 주식을 매입하지만 1% 미만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주식을 일단 보유한 다음에는 지침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다.(이 힘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헤지펀드들에 이 사실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주인이라는 표현이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일례로 2014년 퍼싱 스퀘어 자산운용의 빌 애크먼은 밸리언트 파마슈티칼의 엘러간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나섰다. 그는 엘러간 이사회가 급여를 받으며회사 주인들을 대신해하기로 한 일을 제대로 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들을 공격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대리인 이론에서 규정하는 이사회의 역할을 근거로 들며 이사회의 전문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애크먼이 엘러간 이사회에 보낸 서신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당신들의 행위로 인해 회사의 자원이 낭비되고, 주주를 위한 막대한 잠재 가치의 창출이 지연되었다. 이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부끄러워야 마땅할 행위다.”

 

세부 전략은 경우마다 다르지만 행동주의 투자자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은 상당히 표준화되어 있다. 이안 고우와 수라즈 스리니바산을 비롯한 동료 연구진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약 800건에 달하는 행동주의 투자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는 자본 구조, 전략,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비용 절감, 추가 차입, 자사주 매입, 특별 배당 실시, 기업 분할, 이사회 재편성, CEO 교체, 전략 수정, 회사나 회사의 주요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한다. 세금을 줄이는 것도 많은 행동주의 투자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요구가 무시당하면 현직 이사회 임원들을 행동주의 투자자의 제안에 우호적인 이사진으로 교체하기 위한 위임장 쟁탈전이 시작된다. 심지어는 행동주의 투자자가 자신이 선택한 이사 후보자에게 선거에 나가주는 대가로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거나 그 후보자가 이사 자리에 오른 후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써주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모로 볼 때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변화들을 꽤 성공적으로 이뤄낸 듯 보인다. 업계 보고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의 표적이 된 기업 수는 2010년에는 136개였지만 2016년 상반기에 이르러서는 306개의 미국 기업을 포함해 473개로 늘어났으며, 이들의 요구가 관철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2015년 미국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내세운 요구사항 가운데 69%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달성되었다. 이는 2010년 이래로 가장 큰 수치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영향력은 이사회 안에서도 커지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행동주의 투자자가 미국 기업 이사회 의석 397개를 차지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인해 2016년 초반 3분기 동안 약 74억 달러가 유출됐지만, 운용자산(AUM) 규모는 2000 27억 달러에서 2016년 말 116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별적으로 보면 이사회의 과반수 투표제 도입과 같은 변화는 나름의 장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은 총체적으로 경영진에게 단기간에 재무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가중시키고 이사회에행동주의 투자자처럼생각하도록 종용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기업이 받는 영향

 

일반적인 행동주의 투자 계획이 미치는 전략적 영향을 이해하려면 1960년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자원 배분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도울 목적으로 개발한성장 점유율 매트릭스도구를 활용해 보는 것이 좋다. 이 도구는 하나의 회사를 4대 유형으로 나눈 사업체의 포트폴리오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첫 번째 유형의 사업체는 이미 충분히 성숙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의 확장과 점진적 개선을 위한 투자만 해도 충분할 수 있다. 가장 근접한 경쟁사에 비해 점유율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그러한 사업체는 수익성도 높고 현금을 벌어들일 가능성도 크다. 두 번째 유형의 사업체는 업계 우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시장의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경우인데,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지만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끌어올리려면 해당 부문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세 번째 유형은 성숙한 시장에 속해 있으면서 경쟁력이 약한 사업체들이다.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이 필요하지만 성장이나 수익 증대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마지막 유형의 사업체는 급성장하는 신규 시장에 속할 가능성이 큰데, 이 시장에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전망이 밝지만 위험성이 크다.

 

성장 점유율 매트릭스 설계자들은 4대 유형에 각각 주수익사업cash cows, 신성장사업stars, 사양사업dogs, 불확실사업bright prospect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주수익사업을 유지시키고, 신성장사업에 충분한 자금을 투입하고, 사양사업을 제거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 잠재력을 지닌 불확실사업을 골라내기 위해 사업의 유형을 이렇게 구분했다.(본문에 딸린성장 점유율 매트릭스참조) 이렇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체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기업의 자금이 각 프로젝트의 예상 수익에 근거해 전 사업부문에 걸쳐 균일하게 배분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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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점유율 매트릭스는 단순한 도구다. 하지만 사용법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주수익사업이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신흥 경쟁자를 맞아 신성장사업을 계속 육성하고, 가망 없는 사업부문을 손보거나 처분하고, 앞으로 육성할 한두 개의 불확실사업을 선별하는 작업에는 하나의 팀이 되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유능한 임원들이 필요하다. 이런 자원 배분 업무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은 계속 성장하고 시간이 흘러도 지속적인 자기 쇄신이 가능하다.

 

성장 점유율 매트릭스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미래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기 위해 경영진이 내려야 하는 전략적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단기간에 기업의 주가를 올리는 방법을 보여주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어떤 기업이 사양사업을 매각하고, 불확실사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철회하고, 신성장사업에 들어갈 마케팅과 R&D 등의 비용을 삭감한다고 해보자. 이렇게 수익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동원하면 주가는 오른다. 하지만 이 기업은 곧 신성장사업과 주수익사업으로 자랄 수 있었던 불확실사업의 싹을 잘라버린 것일 수도 있다.

 

2014년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듀폰에 제안한 내용은 좋은 사례다. 주주 수익을 높이기 위해 펠츠가 고안한 3개년 계획의 핵심은 듀폰을 세 개의 독립적인 회사로 쪼개고 중앙 연구조직을 없애는 것이었다. 이렇게 분할되어 탄생한 신생기업 1그로스코는 듀폰의 농업, 영양 및 건강, 산업 생물과학 부문을 맡고, 2시클리컬코/캐시코는 성장세는 느리지만 현금 창출 가능성이 높은 기능성 소재, 안전, 전자제품 부문으로 이루어졌다. 3번은 듀폰이 예전부터 분리하기로 했던 기능성 화학 부문을 담당할케무어스였다. 성장 점유율 매트릭스 식으로 말하자면 펠츠의 계획은 본질적으로 듀폰을 주수익사업, 신성장사업, 사양사업으로 분리하고 몇몇 불확실사업을 제거하자는 것이었다. 이들 불확실사업은 어쩌면 중앙 연구조직이 내놓은 혁신에 힘입어 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펠츠가 제안한 다른 내용 중에는 기타초과비용을 삭감하고, 차입금을 늘리고, 시클리컬코/캐시코가 벌어들인 현금을 분배하는 보다 주주 친화적인 방침을 도입하고, 그로스코가 추진하는 사업들에 투자한 자본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것을 우선순위에 놓고, 임원 보수와 주주 수익 간 연계를 강화하는 등의 보다 주주 친화적인 거버넌스를 도입하라는 항목들도 있었다. 이 모두는 사실상 예상 주가를 두 배 올리자고 듀폰을 사실상 해체시키면서 미래를 막아서는 계획이었다.

 

 

가치 창출인가, 가치 이전인가?

 

초반 주가 상승 외에 주주들이 행동주의를 통해 얻는 이득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마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관련 연구들이 방법론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나태한 이사회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거나, 한참을 미뤄두었던 전략 변화나 경영상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한 경우들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가치 창출이라고 하는 대부분을 정확히 표현하면 가치 이전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연구자금을 지원하거나 신규 벤처를 시작하거나 기존 사업을 키우는 대신 주주에게 현금을 배당할 경우 새로 생기는 가치는 없다. 아무것도 창출되지 않는다. 미래 수익 창출에 투자했을 수도 있을 현금을 그저 현재 주주들에게 지급했을 뿐이다. 현금 배당을 결정한 시점과 그 결정이 기업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되는 시점 간의 시차는 일반적인 재무 모델이 설정하는 기간보다 길기 때문에, 사회 전반은 말할 것도 없고 회사와 미래 주주들에게 미치는 잠재적인 피해는 쉽게 간과된다.

 

애플이 최신 아이폰 칩을 개발하는 데는 장장 8년이 걸렸다. 이처럼 어떤 중요한 연구사업이 결실을 맺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주가 상승을 바라며 대규모 예산 삭감을 강하게 밀어붙인 후 파이프라인이 마르기 전에 주식을 매도하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연구와 혁신이 수반하는 위험은 명확하다. 이런 위험은 행동주의투자자의 재무 모델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자본시장은 혁신의 가치 평가에 서툴기로 악명이 높다. 밸리언트, 그리고 애크먼의 퍼싱스퀘어 자산운용이 엘러간에 인수안을 내놓자 다른 헤지 펀드들이 엘러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엘러간의 주가는 30% 상승했다. 기관투자가 일부는 단기수익을 노리고 주식을 매도했고, 엘러간 경영진은 현금 흐름을 가속화하며수익을 우선시하라는 나머지 기관들의 압박에 직면했다. 이들 주주를 붙잡기 위해 엘러간은 애초 계획보다 더 많은 인력을 감축했고, 몇몇 초기연구 사업에 대한 지원도 줄였다. 여러 학술연구는 헤지펀드의 개입이 대부분 차입금 증가와 투자의 대대적 축소, 특히 R&D 부문의 축소를 수반한다고 밝히고 있다.

 

주주를 위해 창출된 것으로 알려진 가치의 일부가 실제로는 다른 이해 당사자나 일반 시민들로부터 가져온 가치임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들을 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가치 창출의 신빙성은 더욱 모호해진다. 이 문제에 관해 대규모 표본을 모아 수행한 연구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헤지펀드의 개입 발표로 인해 발생한 비정상적 이익이 부분적으로는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부를 주주들에게 이전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가 하나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개입이 시작된 후 3년 동안 직원들의 근로시간은 줄고 임금은 정체됐다. 또 다른 연구를 보면 주주가 얻은 수익 중 일부가 채권소유자를 희생한 결과임을 보여주는 내용도 있다.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 연구들은 주가 성과와 임원보수 간의 공격적인 연동을 소비자 피해, 환경 파괴, 변칙 회계 및 재무보고 관행 등 다양한 문제들과 결부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헤지펀드의 개입이 모든 주주나 사회 전반에 미치는 총체적 영향을 다룬 연구가 있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주주의 수익을 단순히 일반 소비자의 지갑에서 꺼내온 경우도 있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경영진이 기업의 세무상 주소를 세율이 낮은 관할지역으로 옮겨 수익을 개선하는 것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종종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로서, 밸리언트도 엘러간에게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예산 삭감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의 탐구형 연구사업을 중단시키면, 눈앞의 수익은 오르겠지만 결국 사회 전체와 회사의 미래 가능성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헤지펀드 행동주의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오너들’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할 때 반드시 나타나는 위험들을 잘 드러낸다. 우리가 대리인 이론의 전제들을 분석한 결과에서 보듯이 도덕적 해이 문제는 실재하며,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계속해서 대리인 이론의 원칙들을 수용하고 있고 규제 당국은 대리인 이론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가면 갈수록 단기수익 달성에 대한 압박에 시달린다. 그리고 법률전문가들은 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경향이 이어지리라 전망한다. 상장기업들이 오히려 더 철저하게 대리인 이론 기반 모델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는 예측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전반에 걸쳐 기업들이 일률적으로 대리인 이론 기반 모델을 엄격하게 고수한다면 현재 이익에 가해지는 압박은 커지고 R&D와 인재 개발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며, 변혁을 위한 전략이나 비즈니스 혁신 모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소수의 전문 투자자가 일반 투자자와 그 밖의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부를 지금보다 더 많이 가져가게 될 수도 있다.

 

 

기업 중심적 모델을 지향하며

 

우리는 대안적인 모델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단기 수익보다는 기업의 건전성을 밑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모델은 우선 법인을무기한 존재할 가능성을 법적으로 부여받은 독립적 실체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법인은 제대로만 경영하면 오랫동안 시장과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 대리인 이론은 대체로 법인이법적 허구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처럼 고유하고 사회적인 가치를 지닌 법인의 특징들과 장기적인 기업경영 관련 난제를 간과한다. 젠슨과 멕클링은 1976년의 바로 그 기고문에서 회사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혹은 회사의 사회적 책임이 있는지를 묻는질문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두 사람은 이런 질문이 법인을 편의상 만든 법적 구성체 대신사람으로 보는 실수를 저지르도록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먼도 비슷한 맥락에서 법인은인위적 인물이기 때문에 의무를 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법인이 법적 구성체라는 점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인이 인위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법인은 경제적·사회적 유기체이며, 정부는 파트너십, 소유권과 같이 제한적인 조직 형태로는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들을 이루기 위한 법인의 설립을 허가한다. 거의 400년에 이르는 법인 발달사는 이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말해 준다. 원래 법인의 목표는 운하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등에 필요한 사업 면허장에서 시작됐지만, 그 형태가 일반화되면서 결국에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선택한 다양한 목표를 달성할 목적으로 법인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규모가 커지고 범위가 늘어날수록 힘도 강해졌다. 오늘날에는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이 결정하는 사안들이 사회의 면면을 바꾸고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가 구상하는 대안적 모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러한 조직을 경영할 때 맞닥뜨릴 현실을 인정하고, 특정 시기에만 가장 목소리가 큰 주주가 아니라 모든 주주의 요구에 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에 우리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지만 보다 현실적인 기업 거버넌스와 주주 참여의 토양을 만들어 줄 8가지 명제를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1 기업은 반드시 유능한 리더와 경영진이 있어야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복잡한 조직이다.리더의 성공은 주주의 수익과 연계된 보수를 받는지가 아니라 내재적 동기, 스킬, 역량, 인성과 더 관계가 깊다. 직무에 필요한 자질이 없다면 리더와 주주를 한 배에 태운다고 상황이 좋아지지도 않고, 오히려 나빠지기도 한다. 또한 임원 보수를 주식에 연계시키면 리더의 경영능력과 단순한 요행이 묘하게 겹쳐 보이도록 만든다. 기업의 리더들은 전략을 짜고, 강한 조직을 구축하고, 유능한 다른 경영진을 육성해 동기를 부여하고, 회사의 현재와 미래 수익을 동시에 고려해 여러 사업부문에 자원을 배분하는 등의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효과적인 리더십을 담보한다고 인센티브에만 시선을 두는 대리인 이론은 이런 난제의 심각성은 물론 난제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의 중요성마저 등한시하게 만든다.

 

2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응하고, 쇄신할 수 있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번영할 수 있다.오늘날 몇몇 분야에서는 시장과 경쟁구도의 변화, 또는 기술의 변화에 충분히 발을 맞추려면 기업들이 5년에 한 번은 자기 쇄신이 필요하다. 사실 쇄신만 하려고 해도 벅찰 마당에,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직원 개개인마다 고정적인 결정권을 부여하고, 명확한 목표를 주고, 그것을 달성하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달성 여부에 따라 보수를 조정하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방식은 어느 정도의 예측가능성, 위계구조, 그리고 오늘날 조직에서는 보기 드문 직무 독립성을 상정할 때나 가능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직무는 여러 사내조직 간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개인의 기여도와 특정한 성과 사이의 분명한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3기업은 사회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기업은 알다시피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부를 창출한다. 하지만 기업은 그 외에도 상품과 서비스 생산, 일자리 제공, 기술 개발, 세금 납부를 비롯해 사업활동을 영위하는 지역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기여한다. 누군가가 특정 기업에 대해 이런 수많은 기능 중 하나만을 꼭 집어이것이 바로 이 기업의 유일한 존재 목적이라고 한다면, 그 기업에 대한 팩트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의도만 부각되게 마련이다. 대리인 이론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은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일을 중심 목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마케팅 전문가는 고객 서비스에, 엔지니어는 제품 성능의 혁신과 우수성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여기에 설명한 모든 기능을동시에수행한다는 점이다. 유한책임과 일반회사법을 둘러싼 논쟁들에서도 나타나듯이,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법인의 본래 목적은장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의 수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있었다.

 

4 기업마다 목적이 다르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도 다양하다.사회적 관점에서의일반적

법인’, 그리고 창립자, 경영진, 혹은 행정 당국이 말하는특정 법인의 목적은 애당초 다르다.

개별 기업의 목적과 전략이 다양하듯이 기업의 성과 측정 방법도 분명 다양할 것이다. 게다가 기업의 전략은 시장 변화에 따라 꾸준히 변한다. 기업 성과를 비교·평가하는 데 총주주수익률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회사의 전략 실행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5 기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위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자유시장 체제에서 기업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고객이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 직원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 협력사들이 거래하고 싶은 기업, 주주들이 주식을 사고 싶어하는 기업, 지역사회가 반기고 환영하는 기업이 되어야만 한다. 이런 관계들을 유지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여러 집단들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때가 언제인지 판단하는 일은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난제다. 대리인 이론에 내포되어 있는 의사결정 원칙, 즉 경영자는 항상 주주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런 난제들을 과도하게 단순화하며, 결국에는 다른 중요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투자를 줄이게 만든다.

 

6기업은 주주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의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상호작용에서 지켜야 할 윤리규범을 갖춰야 한다.단순히 사기와 공모를 금지하는 이상의 윤리규범을 준수하는 일은 기업활동을

장기간 효과적으로 지속하는 데 필요한 신뢰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 대리인 이론이 기업윤리에 대해 취하는 양면적 태도는 기업의 파괴적인 행동, 더 나아가서는 범죄 행위마저 방조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대리인 이론 지지자들이 그토록 비난하는 고비용 규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

 

 7 기업은 정치적·사회경제적 체제와 밀착된 존재이며, 체제가 건전해야 기업이 지속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글에서 기업활동이 유발하는 부정적 외부효과에 무관심한 기업들이 손실을 유발하거나 스스로를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회적인 문제 및 시스템 전반의 문제가 기업에게 위험의 원천인 동시에 기회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GE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한에코매지네이션사업을 떠올려 보자. 아니면 차이나모바일이 농촌지역 서비스 확대 전략을 통해 중국 내 도시인구와 농촌인구 간 디지털 격차를 좁히고 거의 5년간 회사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자. ‘기업은 법적 허구이므로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없으며, 사회 문제는 비즈니스의 권한을 벗어난 문제이므로 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리인 이론은 기업 리더들의 시야를 가려 다가오는 위험과 기회를 제때 발견하고 대응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8 기업의 이해관계는 특정 주주나 특정 이해관계자 집단의 이해관계와 다르다. 1610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이사회의 임원들조차 투자기간을 10년으로 잡은 주주들이장기 사업 투자에는 별로 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런 투자는 애초 허가장에 적힌 20년 중 후반부 10년쯤에야 성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임원은 초반 10년만 투자하려는 사람들보다 기업의 전략적 목표, 즉 동인도회사의 아시아 역내 입지를 유지하기 위한 장기 사업 투자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모든 주주의 관심사가 동일하고, 그 관심사가 곧 기업의 관심사와 동일하다는 인식은 이렇게 근본적인 차이를 가려버린다. 또한 기업을 자기 입맛대로 움직이려고 하면서도 모든 주주를 대신해 힘쓰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힘있는 주주들에게 지능적인 방어 논리를 제공해 준다.

 

 

이런 명제는 기업을 사회 안에 공존하는 하나의 기관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기업의 지속적인 성과에 중점을 두는 지배구조 접근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사회의 역할 강화와 이사회 및 경영진이 주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더 넓은 영역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암시한다. 이런 명제를 내포한 모델 안에서는 이사회와 기업 리더가 전략 개발, 자원 배분, 성과 평가, 주주 참여 등 기본적인 업무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전략 수립과 자원 배분에 경영진이 장기적인 관점을 취하는 모습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새로운 모델이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개념적인 토대는 대략 설명할 수 있다. 이 글에 딸린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두 가지 접근방식을 보면 우리가 구상한 기업 중심적 모델은 법인이 독립적인 실체이며, 경영진의 권한은 법인의 이사회 및 궁극적으로는 기업법에서 나오며, 경영진은 대리인보다 수탁인으로 보아야 하므로 기업과 주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기본적인 기업법을 따르고 있다. 여기서 주주에게 가장 이익이 되도록 한다는 말은 다수 주주의 뜻에 따른다는 말이 아니다. 이 모델은 주주의 목표가 다양할 수 있으며 사회 내에서 기업이 수행하는 역할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존중한다. 우리는 이 모델이 대리인 이론 기반 모델에 비해 기업의 지속적 성공을 위한 경영의 현실은 물론대규모의 장기간 투자 사업을 위한 수단이라는 기업 본래의 목적과 고유의 잠재성에도 보다 적절히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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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중심적 지배구조가 가져올 실질적인 영향은 매우 광범위하다. 이런 접근방식을 도입하는 이사회는 아래 내용 중 일부 또는 모두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이사회 시차임기제를 실시하는 이사회가 지속성을 강화해 조직에 대한 지식의 이전을 용이하게 한다.

• 경영승계 계획과 리더십 개발에 대한 이사회의 관심도가 높아진다.

• 이사회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쇄신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 임원 보수와 회사의 전략적 목표 달성 간 연관성이 더 높아진다.

• 위험분석과 정치적·환경적 불확실성에 더 주목하게 된다.

• 자원을 배분할 때 재무에 한정된 관점 대신 전략적 접근방식을 취하게 된다.

• 신규 역량과 혁신에 대한 투자에 더 집중하게 된다.

• 레버리지를 시장 변동성을 완충시키는 보다 보수적인 목적으로 활용한다.

• 단순한 법 준수를 넘어 기업 시민의식과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기업 중심적 거버넌스 모델을 도입한다고 해서 자본비용을 반영한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의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폭넓은 전략적 포지션을 취하게 되고, 투자기간을 다양화하게 되고, 기업과 목표를 같이 하는 투자자를 모으기는 더 쉬워질 것이다. 투기세력들은 항상 주가 변화를 부당하게 이용하려고 하겠지만, 어떤 기업 거버넌스도 투기세력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대리인 이론은 다른 근대 경제학 교리들과 결합해 투자자들 간 차이를 지워버리고 모든 이들을 투기세력으로 바꿔 놓았다.

 

우리가 제시한 모델이 받아들여진다면 투기세력들이 장기 투자자들을 착취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고 주가를 높여 이득을 취할 기회는 줄어들 것이다. 보유주식 현황이 불분명하고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이들의 공격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힘을 잃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장기 투자에 집중하는 새로운 부류의 투자자와 자산 운용사까지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들은 기업의 성공 전망을 보다 폭넓게 조망하거나 기존 모델들이 종종 간과해 온 가치 평가가 어려운 혁신과 무형자산, 그리고 큰 손실을 초래하는 외부 효과를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평가 모델을 내놓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확실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약속하면서 성실한기업시민답게 행동하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싶어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투자자들을 위한 위임장 대결 대행사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주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더 커졌으면 한다. 예를 들면 상당한 영향력과 통제권을 원하는 행동주의 주주들을 법인의 수탁인으로 간주하게 될 수도 있고, 보유 주식을 매도하거나 주식의 가치를 헤지하는 데 제약을 받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규제기관이 주식의 실질소유권에 대해 더 큰 투명성을 요구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들은 투자자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해당 펀드 조직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할지도 모른다.

규제기관은 헤지펀드가 공시를 통해 지분을 매입하는 시점과 해당 지분이 실제로 공시되는 시점 사이의 열흘이라는 시간차를 없애려고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 시간차를 없애려는 시도는 대리인 이론 옹호자들의 저항에 번번이 부딪쳤다.

대리인 이론 옹호자들은 헤지펀드가 성과가 낮은 경영자를 제거하는 번거로운 작업에 나서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는 이 시간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제는 마침내 대리인 이론 기반의 기업 거버넌스 모델에 이의를 제기할 시점이 다가왔다.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대리인 이론의 모토는 혁신, 전략적 쇄신,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해야 할 기업과 기업 리더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 깨어 있는 경영진과 합리적인 규제를 갖춘 기업은 사회가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하도록 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례는 많다.

하지만 이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회사와 사업에 대해 장기적이고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충분한 재량권을 얻은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다. 언제 어디서무책임한 주인들이 공격해올지 모르는 한 오늘날 비즈니스 리더들은 근시안적 경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번역: 장효선 / 에디팅: 석정훈

 

조지프 L. 바우어하버드경영대학원 도널드 K. 데이비드 명예교수로, S. 페인하버드경영대학원 존 G. 맥린 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은 허먼 B. 레너드와 함께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1, 국내 미출간)를 저술했다.

 

Further Reading

 

본문에서 다룬 주제들과 관련하여 도움이 될 만한 단행본과 기사들을 소개한다.

 

Capitalism at Risk: Rethinking the Role of Business

Joseph L. Bower, Herman B. Leonard, and Lynn S. Paine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1

 

왜 우리는 기업에 실망하는가 

콜린 메이어 저, 이남석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2014

 

Fixing the Game: Bubbles, Crashes, and What Capitalism Can Learn from the NFL

Roger L. Martin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1

 

The Shareholder Value Myth: How Putting Shareholders First Harms Investors, Corporations, and the Public

Lynn Stout

Berrett-Koehler, 2012

 

Focusing Capital on the Long Term” 

Dominic Barton and Mark Wiseman

HBR, January–February 2014

 

A Global Leader’s Guide to Managing Business Conduct” 

Lynn S. Paine, Rohit Deshpandé, and Joshua D. Margolis

HBR, September 2011

 

The Incentive Bubble”

Mihir Desai

HBR, March 2012

 

“투자자들을 관리하는 현명한 전략

저스틴 폭스(Justin Fox)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 2014 6월호

 

What Good Are Shareholders?”

Justin Fox and Jay W. Lorsch

HBR, July–Augus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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