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월호

여 사관생도의 생존비결은? 언니파워!
엘라이나 로즈(Elaina Rose),닉 헌팅턴 클라인(Nick Huntington-Klein)

Gender

여 사관생도의 생존 비결은? 언니파워!

닉 헌팅턴, 엘라이나 로즈

 

 

 

성은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직업군에서 성공을 거뒀다. 일례로 1960년대만 해도 여의사가 드물었지만 오늘날에는 의사의 약 35%가 여성이다. 현재 의과대학 신입생의 과반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그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다. 여성은 법학, 수의학, 치의학 등 다른 분야에서도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대학원 컴퓨터공학과 신입생 가운데 여성은 18%에 불과하다. 기업의 고위임원 가운데도 여성은 11%뿐이다. 무엇이 여성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여성이 남성이 지배적인 분야에 진출해서 동등한 지위를 쟁취할 수 있을까?

 

남녀간 격차가 벌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한편에서는 여성을 배제하는 성별 편견과 남성 중심적인브로 문화bro culture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성별 격차 그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여성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주변에 여성들이 많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여성은 여성 동료가 늘어나기만 해도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학부 여대생들은 동성의 대학원생 멘토가 많을 때 전공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은데, 특히 여성 동기가 성적이 우수하면 여대생이 고급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과정을 수강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은선택 편향의 한계를 드러낸다.

 

특정 분야에 전념하는 여성이 비슷한 여성에게 더 끌리는 경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료집단이 여성의 성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불확실해진다. 또 여성 동료가 많을수록 오히려 여성의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도 있다. 예컨대 목표 할당량을 두고 여성이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변에 여성이 많으면 사실상 성공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서 여성이 다른 여성을 실제로 돕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의학실험처럼 여성을 무작위로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서 실험해 보는 것이다. 이때 실험군에 속한 여성에게는 여성 동료를 배치하고, 대조군에 속한 여성에게는 여성 동료를 배치하지 않는 것이다. 실험 결과 실험군에 속한 여성의 성과가 대조군의 여성보다 나으면 우리는 여성 동료가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 샘플을 무작위로 정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경제학자 데이비드 라일David Lyle의 연구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데이비드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중대라는 동료집단에 무작위로 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상황은 선택 편향을 우려할 필요 없이, 자연 상태에서 동료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육군사관학교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는 1802년 설립된 4년제 대학이다. 이 학교의 미션은 육군장교가 될 사관후보생을 훈련시키는 것으로 교육 강도가 세다. 학교의 평가 기준이 높고, 생도들의 성과는 면밀히 모니터링된다. 생도단은 군대 같은 계급제도에 따라 구성된다. 생도단은 4개의 연대로 나뉘고, 연대는 각 3개의 대대로 나뉘며, 대대는 각 3개의 중대로 나뉜다. 36개의 중대가 있고, 중대마다 학년당 약 32명씩 총 128명의 생도가 배정된다.

 

미국 육군사관학교가 1976년부터 여성의 입학을 허용했음을 감안해 우리는 1981년부터 84년까지 여생도 졸업생이 포함된 졸업반을 연구했다. 그 시대에 생도들은 외부와 교류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인터넷이나 이메일, 휴대전화가 없던 시대였다. 외부와의 소통은 재래식 우편이나 공중전화를 이용했다. 생도들은 교내에서도 격리됐다. 그들은 자기 중대 안에서만 생활하고, 식사하고, 교내 활동에 참여해야 했다. 연대 외부의 생도와 교류할 기회는 매우 엄격히 제한됐다.

 

많은 졸업생들은 육군사관학교에서의 가혹했던 1년을 잊지 못한다. 고위급 생도들은 군대식으로 후배 생도를 지도하고, 규율 위반을 훈육하는 책임을 맡는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이런 훈육은 종종 호된 신고식으로 이어졌다.

 

1976년 여성이 육군사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생도단 전반에 변화가 이뤄졌지만 여성들이 특히 가혹한 대우를 받을 때가 많았다. 게다가 매년 남성은 평균 1146명이 학교 전체에 퍼져있는 데 비해 여성은 103명뿐이어서 여성끼리 교류할 기회가 아주 적었다. 당연히 여성의 탈락률은 남성보다 평균 약 5%포인트 높았다. 남성의 탈락률이 약 8.5%뿐인 것을 감안하면 꽤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육군사관학교에서의 여성과 동료집단

 

우리는 1976년부터 1984년까지의 육사의 졸업앨범 데이터를 수집했다. 졸업앨범에는 생도들의 중대와 학년별 단체사진이 실려 있었고, 이것이 우리 연구의 동료집단이 됐다. 우리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 무작위로 배정된 각 생도의 동료집단을 성별로 추적하고, 매년 그들의 학업 진행과정을 확인했다.

 

우리는 중대에 여생도가 다른 여생도가 늘어날 때 학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매년 2.5% 증가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말은 중대에 기존 여생도 외에 여성이 평균 2명 늘어나면 남녀 학업 진행 격차 5%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동료효과의 영향력을 살펴보는 또 다른 방법은 탈락률이 가장 높은 1학년 생도만 평가하는 것이다. 여성 동기가 한 명뿐인 1학년 집단의 여생도가 이듬해에도 학교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겨우 55%였다. 하지만 여성 동기가 6~9명으로 가장 많았던 집단의 여생도들이 이듬해에도 남아 있을 가능성은 83%였다.

 

그렇다면 여성이 더 늘어났을 때 다른 여성에게 도움이 됐다면 다른 남성의 발전 가능성은 줄어들었을지가 궁금해졌다. 남성의 결과를 여성의 결과와 비교했을 때 여성 동료가 남성에게 미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즉 생도 집단에서 여성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오로지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다.

 

 

1980년대의 육군사관학교 이후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전 연구들과 달리 생도들이 자연스럽게 무작위로 중대에 배정된 덕분에 선택 편향 없이 여성에게 여성 동료가 있으면 상당히 이롭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1980년대의 육군사관학교도 일반적인 사례라고는 볼 수 없다. 이 결과를 어떻게 더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지난 40년간 육군사관학교의 상황은 꽤 많이 바뀌었다. 1990년에는 한 여학생이 전체 생도를 통솔하는 최고 지위인 여단장 생도에 임명됐고, 2016년 신입생의 22%가 여성이었다. 가혹한 신고식은 사라졌고, 생도들은 외부의 가족과 친구들, 교내의 다른 생도들과 교류할 기회가 늘었다. 분위기가 바뀌면서 여성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이유로 이번 연구 결과는 2018년의 대학이나 직장에는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은 여성이 소수의 약자일 때 직면하는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리더들의 의지도 강해졌다. 기업 업무 현장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확인할 수 있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여성을 집단에 배치할 때 성별을 고려하는 것이 남성 지배적인 분야에서 여성 비중을 늘리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번역 정유선 에디팅 배미정

 

 

닉 헌팅턴 클라인(Nick Huntington-Klein)은 풀러턴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다. 고등교육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며,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and Organization>, <Economic Inquiry>, <Research in Higher Education> 등에 논문을 발표했다. 엘라이나 로즈(Elaina Rose)는 워싱턴대 경제학과 조교수이며, 전공 분야는 노동경제학과 젠더경제학이다. 그녀의 연구는 <The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Demography>, <The Economic Journal>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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