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월호

더 나은 디지털 사회를 향한 청사진
E. 글렌 웨일(E. Glen Weyl),재런 래니어(Jaron Lanier)

ARTICLE

더 나은 디지털 사회를 향한 청사진

개인과 플랫폼을 위한 근본적인 경제 변환이 필요하다.

재런 래니어, E. 글렌 웨일

 

 

 

 

지털 변혁이 세계를 뒤바꾸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변혁에 만족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특히 데이터 감시를 통해 소셜미디어, 검색엔진과 같은 무료 서비스에 수익을 안겨주는 타깃광고 모델이 미디어계에 널리 적용되고 있지만, 이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견해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지금 거대 인터넷기업들은 이용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원하는 제3자에게 비용을 청구해서 서비스 제공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그 결과 합의에 의한 담화 대신 의도적인 조작에 기반한 인터넷과 사회가 만들어졌다. 부지불식간에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시스템이 디지털 세계를 점령했고, 비뚤어진 유인책이 프라이버시 침해, 선거 개입, 개인의 불안,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러 대형 기술기업의 힘이 비대해지는 결과도 나타났다. ‘세이렌 서버siren server로 불리는 막강한 온라인기업의 전형적 예가 바로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다. 디지털기업이 늘 수반하는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유튜브는 디지털 영상의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시장을 독점하는 한편 구매를 독점해, 마치 공산주의 중앙정책 기획자처럼 어떤 콘텐츠 생산자가 돈을 벌지, 수십억 명의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지 결정한다.

 

거대 기술기업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 나머지, 이제는 어느 국가의 정부보다 우리의 미래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초국가적 정부처럼 기능하고 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과 구글은 사실상 모든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와 선거 개입 간의 균형점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중재자가 됐다.

 

시장 참여자들 간의 중개활동이 대체로 감소하는 한편, 기술업계는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한 대규모 실업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인간이 점차 쓸모 없어지고 경제행위자로서 기능을 상실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보편적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야심을 북돋웠다. 이들은 우리가 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대량 빈곤이 발생하는 미래, 아니면 중앙정부가 사회적 부 펀드social wealth fund를 통해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미래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극단적 불평등과 소위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는 둘 다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된 디스토피아, 가정 내여성노동의 시장 가치가 오랜 세월 동안 무시되고 과소평가돼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데이터 크리에이터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는 디스토피아라는 공통점이 있다.

 

더 많은 선거가 위협받고, 심각한 사회 분열이 더 많이 일어나고, 사생활 침해적인 데이터 감시가 더 많이 자행되고, 더 많은 노동자의 일자리가 불안정해질 미래를 속수무책 기다리는 지금 상황에서, 어떤 모델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절망뿐이다.

 

대안은 있다. 인터넷 이용자가 소비자이자 판매자가 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정보 중심적 미래 경제에서 데이터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를 직접 거래한다. 주요 당사자들끼리 정보기반 가치를 직접 거래한다면, 3자에게 감시와 설득을 판매하는 활동이 사라질 수 있다. 이런 경제환경 속에서 플랫폼은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번창하고 급격히 성장할 것이다. 물론 데이터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는 가치가 늘어나면서 플랫폼의 이윤 폭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데이터 거래 시장이 데이터 크리에이터의 존엄성을 회복시키리라는 점이 중요하다. 데이터 크리에이터는 품위 있는 정보경제에서 핵심 존재가 될 것이다.

 

이 모델들은 지난 수년간 널리 논의돼 왔다. 이 아티클에서 우리는 이런 모델이 뒷받침하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비즈니스 구조와 사회 구조를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더 일관성 있는 시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일관성 없는 시장에서는 그 어떤 시정 조치도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 존엄성

 

일관성 있는 시장은 다양하고 열린 온라인 사회와 결합된 진정한 시장경제다. 사람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한 대가를 받고, 타인의 데이터가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 대가를 지불한다. 개인들은 광고주나 제3자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집중한다. 플랫폼은 고품질의 데이터를 얻어 머신러닝 시스템을 훈련한다. 그 결과 플랫폼은 양질의 서비스를 기업과 개인에게 판매해 더 높은 수익을 얻고, 구매자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사용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원하는 제3자 대신,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용자가 서비스의 품질과 가치를 평가한다. 소비자가 곧 사용자가 될 때 열린시장과 열린사회 간 연계성은 점차 강화된다.

 

글렌 웨일은 정보를 위한 진정한 시장 경제를노동으로서의 데이터’ ‘자유 급진주의로 부르는 반면, 재런 래니어는인본주의적 디지털 경제학’ ‘기업가적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이 아티클에서 웨일과 래니어는 덜 정치적인데이터 존엄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데이터 존엄성은 20세기에 전체주의를 물리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간 존엄성의 개념을, 새로운 권력집중 현상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현 상황에 맞게 변형한 용어다.

 

우리는데이터라는 말이 대부분의 디지털 활동을 포함한다고 본다. 데이터에는 유튜브 동영상, 소셜미디어 밈meme등 의도적으로 만든 엔터테인먼트 데이터뿐만 아니라 위치정보, 신진대사 추적 기록처럼 감시나 생체 센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수집된 데이터도 있다. 그밖에도 번역엔진 소프트웨어 훈련을 위해 입력되는 언어, 스카이프로 제공되는 음악 레슨 같은 실시간 데이터 흐름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모든 게 데이터 생산자에게 가치가 있으며, 생산자가 그 가치에 대한 통제권을 쥐게 될 때 유인책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시장 참여자는 표적 구매자를 조종하기 위해 독점 플랫폼에 돈을 지불하는 대신 구매자와 직접 거래하려 들 것이다.

 

일례로 자동번역 서비스는 인간 전문 번역자의 직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인간 번역자들에게 대량의 신규 데이터를 매일 제공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시사나 대중문화 같은 최신 정보를 따라잡을 수 있다. 번역자는 온라인 친구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외국영화에 자막을 달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런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번역자에게 솔직하게 알리면, 번역자는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고,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자동 번역 서비스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디지털 세계의 전체 아키텍처는 점점 분명해지고 덜 음흉해질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절대 유토피아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솔루션이 디지털 네트워크에 과도하고, 변덕스럽고,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집중되는 권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개별 데이터 중재자

 

데이터 존엄성을 적용할 때 마주치는 가장 큰 문제는, 대형 기술 플랫폼과 플랫폼이 데이터를 제공받는 개인 사이에 매우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형 기술 플랫폼에만 변화를 요구한다면 실패할 것이다. 너무 많은 이해 충돌이 존재하고, 플랫폼들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권력의 집중은 경쟁 시장과 열린 사회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인 스스로가 데이터 존엄성을 요구할 수도 없다. 정부가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청원을 올린다 해도 불가능하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플랫폼의 권력이 지나치게 커졌고, 디지털 경제가 워낙 복잡해서 세세한 규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존엄성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 격차를 줄여줄 중간 규모의 조직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개별 데이터 중재자mediators of individual data’, 또는 MID라고 부른다. MID는 자체 원칙을 마련하고 준수하는 일군의 자원활동가이며, 회원들을 대신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데이터 로열티나 임금을 협상해, 가치 있는 데이터를 보유한 개인들에게 단체 교섭권을 제공한다. 표준을 장려하고 조직이 대변하는 각 데이터 생산자의 독특한 자질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구축한다. MID가 보통 하는 업무에는 일상적인 회계 관리, 법무, 세금 처리 등이 있지만 훈련과 코칭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타기팅 광고 같은 숨은 동기보다 회원들이 이익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MID가 특별히 획기적인 개념은 아니다. 물리적 세계에서도 이런 형태와 목표를 지닌 독립체를 찾아볼 수 있다. 기업, 노동조합, 소비자연맹, 농업협동조합, 대학교, 뮤추얼펀드, 보험, 길드, 파트너십, 퍼블리셔, 직능협회, 심지어 스포츠팀까지 모두 품위 있는 사회에 매우 중요한 존재들이며, 사실상 MID와 같은 기능을 한다.

 

민주적 시장사회를 다룬 주요 사상가 중에도 이런 유형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이들이 있다.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미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공동체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부부 베아트리스 웹과 시드니 웹은, 생산적인 노동자에게 발언권을 주는 노동조합이 대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 아렌트는 전간기의 극심한 개인주의와 사회제도의 몰락이 1930년대 전체주의가 도래하는 데 길을 닦아줬다는 점을 강조했다.

 

MID 모델 중에는 전통적으로 정치적 좌파와 연계된 모델이 있는가 하면 우파적 모델도 존재한다. 선진화된 정보경제에서는 이런 구분이 덜 중요해질 것이다. 좌파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MID는 전통적 장인 길드처럼 가장 잘나가는 회원의 성과를 재분배하고 벌어들인 수익을 널리 공유할 것이다. 어떤 MID는 미국 작곡가·작가·출판인협회 같은 예술가 로열티 징수 단체처럼 개인의 수익을 더 폭넓게 지원할 것이다. 우파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MID는 일류 로펌의 변호사가 되는 일만큼이나 가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MID는 정보경제의 현 추세를 뒤바꿀 것이다. 플랫폼들은 초기부터 극단적 개인주의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렌트가 극심한 개인주의가 전체주의를 불러온다고 경고했듯이, 이런 경향은 플랫폼의 권력 독점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례로 페이스북 창립 초기 슬로건인빠르게 움직이고 틀을 깨뜨려라Move fast and break things의 실제 의미는 퍼블리셔, 창의적 전문가 조합과 같은 인터넷시대 이전에 등장한 MID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문제는 과도한 권력 집중에 그치지 않았다. 망가진 사회구조는 타기팅 광고 알고리즘으로 대체됐다. 이런 알고리즘은 흔히 개인을 여러 집단으로 분리한다. ‘타자’에 대한 불신이 조장되면서 온라인참여를 높이기 위한 유인책은 결국 사회적 분열을 고조시킬 수 있다. 현재 네트워크 아키텍처의 이런 경향은 너무 두드러져서, 정보 전쟁의 가장 각광받는 도구가 됐다. 사회 분열을 부각시키고 조장하는 악의적인 소셜미디어 활동이 부유층과 빈곤층을 동시에 혼란에 빠뜨렸다.

 

스스로 조직화된 MID는 이와 다른 유인책을 만들어 낼 것이다. 개인들은 여러 다른 MID에 가입할 것이다. MID 간 경쟁이 이뤄지는 가운데 개인들의 소속 관계는 복잡하게 얽힐 것이다. 인터넷 이전 시대의 비유를 들자면, 서로 경쟁하는 가게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같은 교회를 다니거나 같은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면서도, 다른 자동차보험사를 선택하는 상황과 같다. 이런 식으로 개인들도 두세 군데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신 여러 MID에 가입할 것이다. 그 결과 개인은 쉬운 타기팅을 위해 관리 및 범주화 된 정체성 대신, 복잡하게 얽힌 정체성과 이해관계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가 MID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MID를 조직해 보려는 기업가들이 수천 건의 문의를 보내왔다. 산발적이긴 하지만 수십억 달러가 이미 이런 사업에 투자된 듯 보인다. 우리에게 연락을 취한 이들은 대부분 기술 스타트업이었지만 비정부기구, 노동조합, 비영리단체, 기존 기술기업 내 기업 이니셔티브, 신설 정부기관도 있었다.

 

이 아티클에서 우리는 특정한 제안을 논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이들 제안에서 나타나는 주요 경향을 살펴볼 수는 있다. 우리는 제안들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유형으로 추려냈다.

 

 

• 공통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한 집단을 조직해 이들의 데이터에 적정 가격을 매기는 협상을 할 수 있는 MID를 구성하려는 기업가: 비슷한 질병을 앓는 환자 집단과 자동번역 엔진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번역자 집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자금을 데이터 판매로 조달하고, 기존의 데이터 브로커와 유사한 방식으로 회원의 프라이버시와 신뢰를 남용하는 유인책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우려된다.

• 데이터의 가치를 관리하는 첫 번째 단계로 블록체인 같은 툴을 이용해 데이터 프로비넌스[3], 접근, 흐름을 관리하려는 기술 중심적 집단: 이들 프로젝트가 극단적 분권화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데이터 크리에이터가 데이터에 대해 제값을 받기 위해 필요한 협상력이나 정보 보안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 대형 기술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비영리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등을 구축해 이들 기업처럼 몸집과 영향력을 키우는 한편, 회원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약속하는 집단: 이런 집단을깨어 있는 세이렌 서버enlightened siren servers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MID 없이 비뚤어진 유인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이렌 서버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 우버와 같은 긱 이코노미의 대안으로, 조직 형태는 비슷하지만 실제 노동자가 소유하고 데이터 생산자가 돈을 받을 수 있는 집단: 자신이 긱 이코노미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대다수의 데이터 크리에이터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사회 운동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동맹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 인간의 생계에 필요한 자원 대부분을 선물gift-giving경제나 후원경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시장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려는 집단: 비교적 좁고 배타적인 공동체를 제외하면, 선물 경제가 무질서로 치닫고 종종 타인의 관대함을 이용하는 강력한 행위자들의 지배를 받은 역사적 사례를 고려할 때 회의적이다.

 

 

 

MID가 지켜야 할 원칙

 

MID가 많은 관심을 받고 관련 활동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점은 흐뭇하다.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제안도 물론 있지만, 아쉽게도 거의 대부분의 제안이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MID 사업이 성공하려면 MID를 구조화하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확실히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MID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자신이 설계한 MID가 향후 MID가 갖춰야 할 요건에 부합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다음 여덟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수탁자의 의무. MID는 데이터 크리에이터의 진정한 수탁자, 또는 데이터를 법적·경제적·구조적 측면에서 관리해 주는 진정한 수탁자가 돼야 한다.

 

MID는 법적으로 데이터 크리에이터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할 배타적이고 최우선적인 수탁자 의무를 진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최선의 이익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도 이 책임은 유효하다.

 

경제적으로는 MID가 자금을 조달할 때, 진정한 수탁자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해 충돌을 피해야 한다. 이를테면 거래 데이터의 양에만 비례해 가격을 매기지 말아야 한다. 이런 방식은 회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자 하는 MID의 의지를 흔들 수 있다.

 

구조적으로는 MID가 데이터 소비자처럼 본래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지닌 다른 조직과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 바람직한 MID 구조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매력적인 구조로 임무 주도형 비영리 조직이나 데이터 노동자 협동조합을 꼽을 수 있다. ‘데이터 노동조합의 기치 아래 구성된 이런 형태의 조직은 유럽과 미국에 이미 존재한다.

 

세이렌 서버는 수탁자가 될 수 없다. 동시에 너무 많은 주인을 위해 복무하기 때문이다. 마치 어느 뮤추얼펀드 그룹에 속한 재무상담사가 고객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다른 펀드를 홍보해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런 유형의 이해 충돌은 오늘날의 인터넷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근본 문제이기도 하다. 이 상황을 개혁해야 한다. 주로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이런 광고의 표적이 되는 소비자들의 수탁자가 되는 건 현실에 맞지 않다. 데이터 거버넌스나 금융처럼 고도로 복잡한 분야에서는, 독립적이고 이해 충돌의 여지가 없는 전담 수탁자가 아주 중요하다.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중앙집권적 수탁자는 이런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 법적 분쟁 중인 양 당사자를 한 명의 변호사가 변호할 수 없듯이 말이다.

 

당국이 규제를 통해 이런 갈등을 세세히 관리하는 방법도 현실적이지 않다. 기술기업 중역들이 정부 관계자 앞에서 진술할 때, 정치인과 규제기관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을 따라잡고 제대로 이해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고 잘난 체하듯 말하곤 한다. 그러나 바로 이런 복잡성, 역동성, 기술적 복잡성, 현대 디지털 경험의 심리적 영향 때문에 개인은 반드시 수탁자 의무를 지는 대리인과 조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MID가 바로 그 수탁자가 될 수 있다. 이해 충돌에서 자유로운 MID는 경쟁을 촉진하며, 이해관계와 철학이 서로 다른 상대에게 회원들을 대변해 줄 것이다.

 

 

견제하는 수탁자가 없다면 세이렌 서버가 하향식 사회통제라는 디스토피아적 관점을 수용할 것이다.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이 전형적인 사례지만, 구글의 악명 높은이기적 원장Selfish Ledger개념 같은 미국의 플랫폼 싱킹도 별다르지 않다. 이기적 원장은 사용자를 구글의 진정한 고객인 데이터의 수동적 하인으로 상정한다.

 

2. 품질 기준. MID는 품위, 높은 기준, 책임, 스스로 규정하고 인정하는 성취를 촉진할 것이다.

 

이른바 가짜 뉴스 문제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세이렌 서버가 기준에 부합하는 특정 뉴스 출처를 판단해 선택하기란 불가능하다. 부당한 관행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요즘 각광받는 가짜 뉴스 퇴치법 중 하나는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등이 크라우드소싱이나 대규모 저임금 노동자를 동원해 부적절한 의사 표현을 삭제하거나 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일부 이해관계자의 심기를 거스를 수밖에 없다. 대개 힘 있는 이해관계자일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정치인들은 뉴스의 진위를 판별하는 데 유독 거부감을 드러낸다.

 

넓게 봤을 때 플랫폼은 외설적이고, 폭력적이고, 선동적이고, 잔인한 콘텐츠를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했다. 그러나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만족하는 기준을 만드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아무리 선의를 지닌 세이렌 서버라 해도 모든 사안에 대해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정부는 형법, 식품안전규제처럼 모두에게 이로운 규정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필요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권위주의적인 것이 되고 만다. 정부가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행위가 권위적이듯이, 평론가들이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 특정한 형태의 의사 표현을 금지하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그 플랫폼을 더 권위주의적으로 만든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세이렌 서버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MID는 이런 권력을 분산시키고 절망적 딜레마의 대안을 제시해줄 것이다.

 

기업, 조합, 대학 등 MID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조직들은 사회적 진보를 촉진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진보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MID의 역할을 하는 다른 조직도 품질 기준을 시행한다. 동료평가로 과학적 방법을 요구하는 과학저널, 행동강령과 업무표준을 시행하는 직능협회가 대표적이다. 비평가들은 이런 사회기구가 디지털시대에 교양을 함양하고, 진실을 수호하고, 관용을 증진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MID는 이들에게 힘을 되찾아줄 수 있다.

 

 

모든 MID가 엘리트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엘리트 MID는 회원들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품질을 평가 및 추적하고, 회원들이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데이터 품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평판과 인센티브를 관리해 주는 엄밀하고 공평한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매우 중요하다. 단지 데이터 소비자와 협상할 때 강력하고 믿을 만한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데이터 생산자가 자신의 역량과 평판을 높여등급 상향’을 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버드 같은 명문대들이 학교의 명성에 힘입어 HBR 같은 출판물을 판매하듯이, 힘 있는 MID는 자체 기준과 품질 덕분에 사용자의 데이터를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3. 양도할 수 없는 프로비넌스. MID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효율적인 데이터 흐름을 촉진하고, 데이터, 특히 민감한 개인 데이터가 영구히 양도되거나 회원의 데이터 통제권이 사라지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지식재산은 라이선스 될 수 있지만, 작품에 대한 작가의 도덕적 관심까지 팔 수는 없다.

 

비슷하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데이터 접근권을 판매할 때 데이터를 특정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구매자가 정해진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최근 암호화와차등정보보호[4]분야의 진보 덕분에, 주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데이터 활용과 더 광범위한 용도의 기초데이터 통제 간 분리가 점차 쉬워지고 있다. 모든 데이터는 명확하고 영구적으로 용도를 규정해서, 향후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이 발생했을 때 데이터 크리에이터가 지분을 요구하고, 자신의 프라이버시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데이터 활용을 거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데이터가 어떤 중간 시스템에 통합되어 꾸준하고 점점 대범하게 활용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이 조금이라도 데이터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재 사용자 추적과 개인 맞춤형 광고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공학적 인프라가, 각 개인이 제공한 데이터를 근거로 각자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을 산정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와 기능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데이터 존엄성을 적용하려면 지불, 보안, 프로비넌스 등 새로운 공학기술이 필요하겠지만, 두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공학 기술은 서로 비슷하다.

 

4. 이익 공유. MID는 우리 사회와 경제에 필수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며 환영받아야 한다.

 

이를테면 MID는 데이터가 창출한 가치의 공정한 몫이 데이터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전체 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고려하면, 그 비율은 70% 정도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현재 기술업계에서 노동자가 받는 몫은 이보다 훨씬 낮은 5~20%. 데이터 노동자의 몫을 70% 가까이 끌어올려줄 수 없고, 창출된 가치의 대부분을 (MID가 아닌) 실제 데이터 크리에이터에게 전달할 수 없는 중개자 모델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데이터 관리 권한을 너무 많이 쥔 나머지 세이렌 서버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MID 규제법을 마련할 때는, 힘 없는 이들을 대표하는 조직의 힘을 보호하는 한편 이들 조직이 오만해지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마련된 노동법, 독점금지법 등을 참고해야 한다.

 

 

5. 역량 및 전문성. MID는 임무를 다할 수 있는 적절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데이터 소비자와 협상할 때 신뢰를 줄 수 있고, 양 당사자가 대등하게 협상하는 데 필요한 기밀 사업 정보를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신중을 기할 줄 알아야 한다. MID만의 독특한 임무를 지원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기술적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최고의 MID는 데이터 소비자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지적 역량을 개발해서, 데이터 활용 조건을 협상할 때 데이터 소비자와 대략 동등한 지식을 구비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MID는 회원들을 대신해 이미 라이선스 된 데이터를 감사audit하고, 데이터 현황을 파악하는 직원을 둬야 한다.

 

6. 생물학적 현실성.세이렌 서버는 노동자가 모든 복리후생을 제 손으로 마련해야 하는 긱 이코노미처럼 리스크를 외부로 떠넘긴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병가를 관리하거나 노후를 대비하기가 힘들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의 경우 특히 심각하다.

 

MID는 인간 본연의 생명주기를 고려한 혜택을 회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늙거나 세월에 따라 니즈가 변하지 않는 가상의 로봇 노동자에 비해 양적으로공평하다고 할 만큼의 혜택이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설계되고, 제대로 운영되는 MID, 회원들에게 데이터 로열티 수익원을 점점 늘리도록 유도할 것이다. 여러 개의 MID에 가입해 두면 다각화된 데이터 로열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서, 노년기에 들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수탁자 의무를 지닌 재무상담사가 클라이언트에게 투자를 다각화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래의 은퇴자는 그가 평생에 걸쳐 참여한 수백 가지 데이터 제공 활동(사진에 캡션 달기, 제품 리뷰 등)에서 나오는 소액의 수익을 얻는다. 수익은 사람들이 보통 이런 활동을 통해 벌 수 있는 예상 가능한 액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만의 전문 분야를 찾아낼 것이며, 전문 분야의 종류는 전 생애에 걸쳐 계속 달라질 것이다. 이를테면 MID에 가입한 간호사는 간호 로봇을 위한 머신러닝 프로젝트에 데이터를 제공해서, 앞으로도 계속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데이터를 보유한 차세대 간호사들이 과거에 투입된 데이터를 점진적으로 대체하더라도 말이다. 어쩌면 이 간호사는 몇 년 동안 로봇 초밥 요리사 열풍을 불러왔고, 여전히 소수의 팬을 거느린 새로운 초밥 스타일을 알리기 위해 태그를 달고, 홍보활동을 펼친 MID에 가입했을지도 모른다. 또다른 은퇴자는 대학시절에 만든 가상현실 체험 프로그램, 비즈니스용 인공지능에 통합된 관리자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하면서 입력한 수많은 문화 관련 콘텐츠에서 로열티를 받을지도 모른다.(미래의 시나리오가 허황되게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는 일이지만, 있을 법한 미래에만 대비한다면 미래를 대비했다고 말할 수 없다.)

 

 

7. 인지적 현실성.이해할 수 없는 계약 조건과 지나치게 복잡한 의사결정의 책임을 MID 회원들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 제시된 계약조건이나 결정사항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서 회원들이 마지못해 수긍할 수밖에 없다면, 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안타깝게도 현재 온라인의 동의 중심적 관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알고리즘과 설계가 획기적으로 발전해야 하지만, 기존의 아이디어 중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게 있다. 예를 들어 각 MID 회원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데이터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단일한 가상 조절 손잡이virtual knob를 사용할 수 있다면, 수많은 의사결정 사항이 하나의 파라미터로 압축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절대가격을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MID가 회원들을 대신해 가격을 산정할 때 하나의 편향 요인으로 고려될 것이다. 수익보다 개인정보 보호를 더 중요시하는 개인은 손잡이를 최고가로 설정해서 기업이 구매하기에는 너무 비싼 정보로 만들 수 있다. 이제 막 시작해서 자신을 홍보하고 싶은 신규회원은 가격을 낮게 설정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MID는 최고가와 최저가의 한계를 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람은 가격을 중간값 부근으로 설정하겠지만, 시장 변동을 예측해 설정값을 자주 바꾸고, 어쩌면 이런 활동을 돕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지도 모른다. 어떤 MID는 회원의 시간을 가치로 산정해 그 값을 설정해 주는 손잡이 등 하나 이상의 손잡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회원이 복잡하지 않은 최소한의 옵션으로 설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명확성 없이는 힘도 없다. MID는 회원의 힘과 존엄성을 극대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의료계의 고지된 동의 원칙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지만, 여기에 적용하기에는 무리다. 정보체계는 의료체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8. 장기 지속성. MID는 국가처럼 영속하기 위해 설계돼서는 안되지만, 보험회사처럼 인간의 생애보다는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MID가 디지털과 관련한 지혜와 맥락을 여러 세대에 걸쳐 수호하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MID들은 서로 지속적이고 믿을 만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간호사를 대변하는 MID는 생물학적 데이터과학자를 대변하는 MID와 수십 년 동안 관계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생물학적 데이터과학자를 대변하는 MID는 신형 바이오센서 임상실험에 피험자로 참여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MID와 돈독한 관계를 쌓아야 한다. 모든 선진시장의 행위자들처럼 MID 스스로 가치사슬의 일부가 돼야 한다.

 

상호의존적인 MID들이초대형 MID’로 합병돼서 사실상 세이렌 서버가 되는 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초기에 등장하는 MID는 몸집을 키우고 힘을 한곳에 집중시켜 세이렌 서버의 힘에 대항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경제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MID의 단독 재량권을 줄이는 한편 이들이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어쩌면 대형 MID를 통제하기 위해 독점금지법이 동원될 수도 있다. 같은 MID 내 회원 간 경쟁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든다면, 소규모 MID의 수가 대폭 증가할 수도 있다. 법무법인이 상대 의뢰인을 변호할 수 없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데이터 파업(플랫폼이 협상에 응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일제히 데이터 접근권을 막아버리는 방법)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한 조정 장치와 새로운 내부 사업가internal entrepreneurship육성도 유망하지만, 아직은 확실하지 않은 방법이다.

 

 

신경망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경망에는 피드백을 축적하는 중간층 뉴런이 필요하다. 중간층 뉴런이 없으면 신경망은 학습이 불가능하다. 이 중간층 뉴런은 머신러닝 시스템에서 가장 끈질기게 살아남는 가치전달자가 된다. MID가 바로 이런 중간층 역할을 해서 경제 전체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에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 밖의 인터넷 개선 아이디어

 

MID 이외의 인터넷 개선 방법들은 점점 긴밀하게 얽히고 있는 시장과 정치적 논쟁이라는 두 영역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다. MID와 아래 소개할 아이디어들을 비교하면, MID를 솔루션으로 도입해야 할 이유가 더 명확해질 것이다.

 

자율 규제.사용자들이 세이렌 서버에 무료 사용자와 광고주의 활동을 규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 플랫폼이 혐오단체, 가학성애자, 포르노업자 등을 막아야 한다는 소비자와 활동가들의 요구는 자율규제가 작동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플랫폼이 자율규제를 통해 지나치게 잔인한 콘텐츠를 견제하는 데 성공한 경우도 있다. 이런 방법이 심리적, 사회적 퇴보를 어느 정도 막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 대한 플랫폼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대신 오히려 강화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되면 검열과 혼란이 혼재되는 결과가 나타날 뿐이다.

 

대형 플랫폼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순진한 개방성은 효과가 없고 자율규제도 할 수 없다. 오늘날의 콘텐츠는 조회수를 확보하기 위한 끊임없는 단기 경쟁을 통해 만들어진다. 선동적 콘텐츠는 광고와 설득이 유일하게 돈벌이가 되는 경제 구조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얻는 콘텐츠 중 하나다. 추천 엔진이 각광을 받으면서 고양이 동영상, 아기를 달래주는 동영상처럼 상투적이지만 무해한 인터넷 콘텐츠가 충격적인 콘텐츠나 허위 콘텐츠로 사람들을 안내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예의 바른 소통방식이 설 자리를 잃고 무례한 소통방식이 만연해 시민사회가 멍들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로 인해 플랫폼 기업이 보는 손해는 없다. 오히려 플랫폼이 자율규제를 하려고 나설 때 피해를 본다. 트위터가 가짜 계정이나 정보전 활동과 관련된 계정을 삭제하자 트위터의 기업가치가 하락했다.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를 몰아내려고 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페이스북의 IPO 이후부터 지금까지 투자자들이 플랫폼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해온 측정 항목들(일일 활동 사용자 수, 클릭 수 등)이 플랫폼의 규제 활동으로 인해 둔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짜 계정의 콘텐츠는 관심, 클릭, 반응을 유도하게끔 만들어지기 때문에 플랫폼에도 이득이 된다. 결국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사용자 참여 행태는 월스트리트의 눈으로 볼 때건강한활동이다. 이상하게도 오늘날의 규제는 기업들의 이런 활동 패턴을 없애기보다 촉진하는 방향으로 구조화돼 있다.

 

 

하지만 인기 MID(2품질 기준참고)이 혐오 표현을 비롯한 다른 유해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배제한다면, 이런 활동을 완전히 억누를 이유도 없고 플랫폼에 규제를 요구할 이유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저질 콘텐츠를 억제하는 대신 양질의 콘텐츠를 촉진하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질 좋은 콘텐츠가 특정한 글로벌 매시업 알고리즘에 포섭되는 대신 빛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표현과 행동을 통제해 달라고 대기업에 호소하는 대신 상식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의지에 호소한다. 끔찍한 콘텐츠는 인터넷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신문 가판대에서 선의의 콘텐츠를 밀어내지는 못했다. 심사숙고할 기회를 주면 대다수 사람이 올바른 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유용한 콘텐츠를 가려낼 때, 인간이 가늠할 수 있는 크기의 잡지 진열대가 무한한 디지털 잡지 진열대보다 훨씬 유용하다.

 

MID는 인터넷과 열린 사회에서 늘 소중히 여겨온 가치를 지켜준다. 모든 관계는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누구도 검열받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MID, 모두가 일제히 관심을 얻으려고 경쟁하는 일원화된 플랫폼의 대안이 될 수 있다. MID는 민주적이지만 무질서하지 않다.

 

개인정보 규제.디지털 개인정보 규제는 특정한 경우에 개인정보 남용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해줄 수 있다. 우리도 그런 규제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체계적이거나 미래 지향적인 방법은 아니다. 규제는 경제적 유인책을 활용해 나날이 발전하는 개인정보 침해 활동을 저지하지 못한다. 또 우리가 제시한 MID 원칙의 대부분, 특히 7인지적 현실성에 반한다.

 

게다가 개인정보 침해는 일관성 있게, 혹은 완전하게 특징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권리가 없는 프라이버시 권리는동의라는 개념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매우 기술적이고, 모호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조종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경우 동의는 무의미하다. 개인정보 문제에 대한 최선의 답은 인지적 현실성이 쥐고 있다.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도구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개인이 데이터 통제권을 요구하고 실제로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라이버시 개념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네트워크화 된 세계로 이전되지 않았다. 이런 환경을 규정한 세이렌 서버는 프라이버시가 진정으로 보장된 영역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데이터 프라이버시권을 강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권이 시행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기적이고 독립적인 감사를 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플랫폼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세이렌 서버는 진실을 숨기고 데이터의 출처를 얼버무리려는 경우가 많다. 설령 우리가 플랫폼을 신뢰할 수 있다 하더라도 데이터의 본질과 활용은 계속해서 예측 불가능한 방법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규제책을 미리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 프라이버시권과 상업적 권리를 연계한다면 회계사와 변호사가 데이터 활용 실태를 추적하고, 데이터 활용에 대해 협상을 벌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 회계사와 변호사가 성가실 때도 있지만, 이런 직업이 애초에 생긴 이유를 기억해야 한다. 비시장사회에서는 경찰만이 법을 집행할 수 있지만, 시장사회에는 민사소송을 할 수 있다. 계약서가 없는 경우 모든 개입은 하향식으로 이뤄진다. 프라이버시 권리 집행은 중앙집권적 권력의 한 형태다. 분산된 권력은 부패할 가능성이 더 적다.

 

결국 디지털생활에 필요한 것은 프라이버시의 극대화가 아니다.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것이 여가의 극대화가 아니듯이 말이다. 두 경우 모두, 사람들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혼자 남겨질 권리다. , 타인이 한 개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적정한 능력, 한 개인에게 요구되는 노력의 적정한 제한, 이용 가능한 자기결정 수단, 개인이 포기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 사회 안에서 의미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긍정적인 환경이다.

 

MID는 개인이 이런 편익을 자연스레 실현하게 해주는 구조다.

 

기술적 탈중앙화. 인터넷 개혁론자들은 디지털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을 분산시키기 위한 새로운 아키텍처를 적극 제안한다. 이를 위한 메커니즘으로 블록체인이 자주 거론된다.

 

기술 아키텍처를 통한 탈중앙화는 할 수만 있다면 매력적인 아이디어지만, 애초부터 집중화를 초래하는 힘인 네트워크 효과와 인지 부하에 부딪쳤을 때는 부적절한 아이디어다. 효과가 일정하지 않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무료미디어라는 이상은 권력의 급진적 탈중앙화를 가져왔어야 한다. 노동력은 무료로 제공하도록 유도했지만, 자본이나 플랫폼 통제권은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노동이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되면서, 결국 개인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해 우리를 조종하는 거대 기업들만 이득을 봤다.

 

오늘날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블록체인 커뮤니티 내에서 경제적 유인책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둔다면, 오픈 소프트웨어 커뮤니티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네트워크 효과를 극복하고 개인이 이용약관을 어려움 없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완전한 탈중앙화를 위한 노력은 네트워크에 대한 개인의 저항을 훨씬 어렵게 만들 것이다. 중앙집권적 정부 당국과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권력을 넘겨주지 않거나 넘겨줄 수 없다면, 우리가 MID 같은 대항세력을 키워야 한다.

 

더 나아가 블록체인을 둘러싼 기술 유토피아적 비전에도 불구하고, 코드만으로 어떤 사회 계약을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코드가 효과를 내려면 언젠가는 물리적 세계와 연계돼야 한다. 부패, 사기, 조작의 조짐이 보일 때가 적절한 연계 시점이다. MID는 사회적 계약을 긍정적으로 강화해 줄 것이다.

 

 

 

기업에는 득인가, 실인가?

 

대형 기술기업들은 MID가 등장할 미래를 두려워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우리도 이런 대형 기술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이들을 좋아한다.) 결국에는 플랫폼이 편익을 얻겠지만 저항이 있을 것이다. 아마 다음과 같은 반론들이 나올 것이다.

 

사람들은 공짜를 원한다.사람들이무료인터넷에 익숙해져 있는 세상에서, 데이터 거래 시장과 MID 세계가 만들어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전에는 무료로 누리던 데이터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다. 한때는 온라인 동영상을 보기 위해 돈을 내는 사람은 없다는 믿음이 만연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유튜브 같은 많은 무료 비디오 사이트가 유료 옵션을 도입했다. 이와 비슷하게 애플도 앱스토어 유료 앱 성공을 입증했다.

 

더구나 공짜는 엄밀히 말해 공짜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원가분석을 할 때 고려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이 부분에 대해 MID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이미 사생활 침해와 정보 왜곡으로 인한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감시 및 광고와 관련된 막대한 간접비를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양보다 많은 데이터 전송비를 지불하고 있다.

 

데이터의 가치는 미미하다.어떤 경제학자들은 데이터를 얻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돈의 액수가 미미하기 때문에,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판매할 수 있다 해도 들인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이득은 적을 거라고 주장한다. MID 운영비용은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데이터의 가치를 산출해도, 많은 미국인이 연 500~10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이 수치가 낮게 잡은 추정치라고 생각한다. 이 계산은 데이터의 현재 가치 대부분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 마치 여성들이 가사노동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사노동 시장이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는 여성들이 노동인구에 편입된 뒤 대규모 가사도우미 시장이 생성됐다. 디지털 시스템이 세상에 가치를 더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 가치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개별 데이터의 가치가 제대로 계산되기 시작하면, 전체 데이터 시장의 윤곽이 드러나고 제공되는 데이터의 질이 개선되면서 이 시장이 매우 커질 거라고 믿는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 경제가 예상대로 성장한다면, 자동차 등 새로운 석유 활용 방법이 등장하면서 석유의 가치가 폭등했듯이 데이터의 가치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 설령 인공지능이 전체 경제의 10%를 차지하는 데 그치더라도, 데이터 존엄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인공지능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활동으로 미국 평균 4인 가족의 수익이 연 2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여기에서 디지털 서비스 비용은 제외해야 할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MID가 존재하는 선진 정보경제에서, 개인들은 지금은 경제적 틈새로 인식되지 않지만 훗날 발견하게 될 분야에서 전문화를 꾀할 것이다. 이를테면 하이킹을 좋아하는 식물학자는 저개발 지역의 나무에 관한 유용한 사진과 데이터를 수집하는 MID에 가입할지도 모른다. 이 데이터는 삼림업체, 부동산 자산 관리사, 송로버섯 채취업자, 기후 변화에 관심 있는 규제 당국, 드론을 이용해 산림지역에 자동으로 배송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업체 등에게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귀중한 데이터가 등장하거나 더 명확해지고, 더 체계적으로 정리돼 훨씬 유용한 데이터로 변모할 것이다. 시장의 목적은 단지 한정된 파이를 나누는 게 아니라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하는 활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이들은 공개 시장이 제공하는 가장 기초적인 혜택을 잊고 있다.

 

우리는 MID가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상쇄하고, 노동분배율을 과거 수준에 버금가게 회복할 만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판매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일이 반드시 일어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 잠재성을 보려면 물질적 결핍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사회가 완전 자동화돼 일자리가 모두 사라진 미래를 한 번 상상해 보자.(그런 사회가 실제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사고 실험일 뿐이다. 하지만 기술문화계에서 널리 쓰이는 사고 실험이다.)

 

우리가 앞서 말했듯이, 사회에서 데이터를 끌어오지 못한다면 이 시나리오에서 말하는 자동화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데이터가 과연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만큼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까? 이것은 사업계획 철학의 문제다. 만약 광고와 설득을 위한 고객만 존재한다면, 이런 사회의 데이터는 결코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사회는 주로 비시장원칙에 따라 작동하고, 권력은 고도로 집중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사회에 가치 있는 데이터와 관련된 고객이 존재한다면, 시장은 그 시장이 떠받치는 사회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유일하게 결핍된 자원이 더 나은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과연 많은 이들이 가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까, 아니면 오직 소수만이 이 활동에 참여할까? 지금은 스스로 인공지능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는 구글 같은 세이렌 서버가 모든 이들에게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만일 사이렌 서버가 수집할 가치가 없는 데이터를 가진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들을 배제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MID는 플랫폼의 존재를 위협한다. 경제학자들은 종종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생산자 간에 제로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여긴다. , 존재하는 자원을 누가 선취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

 

거대 기술기업들은 데이터 존엄성의 세계를 무리 없이 헤쳐나갈 것이다. 이들이 차지하는 부분은 더 적어지겠지만, 파이의 전체 크기는 훨씬 커졌을 것이다. 더 나은 연산자원과 데이터 툴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을 것이다. 콘텐츠 큐레이션과 데이터 검증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훨씬 잘 관리할 수 있는 MID 생태계에 위탁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속여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려는 음흉한 온라인 갈등에 가담하는 대신, 데이터 존엄성 덕분에 대다수 시장 행위자의 이해관계가 훨씬 잘 정렬될 것이다.

 

사실 데이터 존엄성은 대형 플랫폼에 상당히 의존한다. 네트워크 효과의 필연적인 발생을 거부하는 대신 편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오히려 MID가 촉진하는 합리적인 시장은, 지금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반발이 불러올 존재론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앞으로 데이터가 필요 없어질 것이다. 미래의 인공지능은 개인 데이터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인공지능이 자체 유지능력을 갖추기 전의 이 짧은 기간 동안 수집된 개인 데이터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할 기회는 사라질 거라고 냉소적으로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논의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지만, 더 깊은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선진 경제에는 화장품,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패션, 관광, 예술, 저널리즘, 비평, 게임 등 주관적으로 가치를 매긴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분야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 모두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가치 있는 표현으로 이뤄져 있다. 실제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소유한 세이렌 서버에서 교환되는 가치는 거의 다 이 범주에서 나온다.

 

인공지능에 관한 미사여구들은 주관적 분야가 개인 데이터를 끊임없이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데이터의 가치를 서로 교환하는 일이 바로 이 분야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설사 인공지능이 모든 영화를 감독하고 로봇이 모든 분장을 담당하는 날이 오더라도, 미래 인공지능의 취향은 여전히 사람들로부터 나올 것이다. 만일 사람들이 자유 의지를 계속 수호하려고 한다면, 가치는 여전히 사람들이 서로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활동과 분리될 수 없을 것이다.

 

정보기술에 매우 의존하는 경제가 미래에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해 주는 사람들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이런 아이디어가 당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한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진정으로 대등한 협상을 할 수 있는 시장과 함께 데이터 크리에이터의 가치를 옹호하고 보호하는 보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MID와 같은 데이터 크리에이터 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인터넷이 공짜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가난한 이들이 소외될 것이다. 페이스북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자주 거론하는 또다른 반대 논리는, 유료 서비스가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분명히 문제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책은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킨다. 개인용 차량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더 나은 일자리를 주지만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킨다. 어떤 것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지 않는 것보다 강력한 민주적 정책을 갖춘 시장을 마련하는 것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나은 해결책이다. 공공도서관이 공짜로 책을 볼 수 있게 하고 대중교통이 자가용의 합리적 대안을 제공하듯이, 유료화된 인터넷에도 유사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고 반드시 마련될 것이다. 제품을 유료로 제공하는 기업 대다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한다. 이를테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부분의 제품을 유료로 제공하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제품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춘다.

 

 

게다가 무료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는 와중에도 소득불평등은 점점 심화되고 노동자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년 간 우리는 대규모 컴퓨터 자원 근처에 있는 이들이 새로운 부를 거머쥐는 모습을 목격했다. 무료 인터넷은 저소득층은커녕 중산층의 이익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 개선 논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논의가 주로 인터넷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인터넷은 대중의 심기를 건드려 참여를 촉진하는 세이렌 서버에 점령됐기 때문에, 인터넷상에서의 논의는 쉽게 끓어오르고 험악하게 전개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이 아티클에서 매우 천천히, 길고 상세하게 우리의 주장을 설명했다. 아티클이 이렇게 길어진 이유 중 하나는, 신생 MID들이 보내온 수많은 질문에 우리가 하고 싶었던 답을 총망라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우리가 소개한 사업 제안 가운데 데이터 존엄성 요건을 모두 만족한 제안은 단 하나도 없었다. 데이터 존엄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창의력과 모험심이 필요하다. MID에 찬성하는 논거들은 근본 원칙에서 나온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교훈이 축적됨에 따라 데이터 존엄성의 요건 역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진화해야 한다. 인터넷이 인간 경험의 모든 측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든 데이터 존엄성을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

 

 

[3]data provenance, 데이터의 근원 정보를 기록하도록 설계된 구조화된 메타데이터. 이를테면 해당 정보가 어디서 왔는지, 누가 사용했는지, 어떻게 변화됐는지에 대한 정보가 데이터 프로비넌스에 해당한다.

 

[4]differential privacy, 개인의 데이터를 다른 사람의 수많은 데이터와 조합해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통계를 얻을 수 있는 기술. 데이터로 개인을 역추적해 내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번역 장효선 에디팅 조영주

재런 래니어(Jaron Lanier)는 마이크로소프트 옥토퍼스(OCTOPUS·Office of the Chief Technology Officer Prime Unifying Scientist)이자 뮤지션이다. 저서로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가 있다.

 

E. 글렌 웨일(E. Glen Weyl)은 뉴욕 시 소재 마이크로소프트리서치 책임연구원이며,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근저로는 에릭 포스너(Eric Posner)와 함께 쓴 < Radical Markets: Uprooting Capitalism and Democracy for a Just Society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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