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4월호

재교육을 다시 생각하라
콜린 타펜(Colleen Tapen),하워드 러드닉(Howard Rudnick),윌리 C. 시(Willy C. Shih)

ARTICLE

재교육을 다시 생각하라

 

고령 노동자를 고용하고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기업이 새로운 방식으로 능력개발에 접근해야 한다.

윌리 C. , 하워드 러드닉, 콜린 타펜

 

 

 

 

졸업 당시 제 나이는 쉰여섯이었어요. 저는 제 나이를 개의치 않고 여전히 가치 있는 노동자로 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습니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과연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 마련이죠. 저는 제 나이나 출신지에 상관없이 제 가치를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직과 함께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죠.”

— 달린 미켈슨

 

 

2008년 달린 미켈슨은 34년간 재직했던 필립스 어드밴스 트랜스포머에서 해고됐다. 미국 위스콘신 주 남서쪽에 위치한 소도시 보스코벨 한구석에 자리잡은 이 공장은 수년간 필립스전자의 조명부품을 생산해 왔다. 회사가 공장을 폐쇄하고 멕시코 공장에 생산을 아웃소싱하자, 공구관리인이던 달린은 188명의 동료들과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 서른 살이던 딸 제시도 그 즈음 인근 비올라 시에 있는 S&S사이클 공장에서 해고됐다. 노동시장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모녀는 함께 페니모어 근처에 있는 사우스웨스트 위스콘신 테크니컬 칼리지의 회계 학위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그땐 정말 힘들었죠.” 달린은 말한다. “그 전에도 몇 년 동안 칼리지 과정을 몇 개 들은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먹고살기 위해 매일 직장을 다니다가 학교로 돌아가는 건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달린은 사우스웨스트 위스콘신 테크니컬 칼리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고, 2011년 졸업했다. 그리고 졸업한 지 이틀 만에 새 일자리를 얻었다. 지금 달린은 그랜트 카운티 경제개발공사에서 급여 및 세금 신고관리 업무를 도맡고 있다.

 

고령 노동자의 재교육과 관련해, 이들이 나이가 너무 많고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기술을 업데이트할 융통성이 없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이든 노동자가 경제에 상당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편협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능력개발 투자는 인간의 생애 초기 25년에 대부분 집중돼 있고, 그 후 공공부문이 정규 교육에 기여하는 부분은 현저히 줄어든다. 이젠 인구구조와 일자리의 속성이 극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급격한 기술 변화, 자동화, 세계화, 생산기지 해외 이전으로 인해 기존 산업이 빠르게 위축되는 한편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있다. 고용시장이 활기를 띠고 일자리의 속성이 변화하면서 기업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 재교육이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는 중대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고령 노동자가 제공할 수 있는 엄청난 가치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노후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계속 일할 수밖에 없거나, 단순히 활동적인 삶을 지속할 목적으로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령 노동자 재교육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를 노동시장에 곧바로 투입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이 컴퓨터·소프트웨어나 항공 같은 전문기술 관련 일자리를 얻으려면, 견습 프로그램이나 공업고등학교 프로그램을 거치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일지 모른다. 하지만 경력 있는 고령 노동자에게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들은 학교를 떠난 지 오래됐고, 가족이나 생계처럼 책임져야 할 다른 일도 많다. 이런 부분을 포함한 여러 이유에서 젊은이에 맞춰 설계된 프로그램에 고령 노동자를 밀어 넣는 건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다행히 효과적으로 고령 노동자 재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이들의 성공에 기여한 공통분모를 알아내기 위해, 2017년 말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7개 주에서 전화나 직접 대면을 통해 정해진 질문 내용과 방법에 따라 구조화된 인터뷰를 실시했다. 인터뷰 대상은 커뮤니티 칼리지, 테크니컬 칼리지, 대기업, 중소기업, 재교육 전문 비영리단체, 지역 경제개발단체 등에 소속된 이들이었다. 이들 조직 중 상당수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대부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재교육에 성공한 고령 노동자를 찾아 이들이 들은 재교육 프로그램의 공통점을 추려봤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비슷한 부분도 많았지만, 50대 이상에게 특히 중요해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교를 위해 독일과 덴마크에 있는 기업과 개인, 덴마크 노동조합 단스크메탈Dansk Metal도 인터뷰했다. 지금부터 그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실무 기반의 단기 프로그램

 

갑작스럽게 실직한 고령 노동자는 보통 장기 교육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가 인터뷰한 사람들 대부분이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고, 사라진 수입원을 하루빨리 대체하는 것이 유일한 관심사였다. 켄터키 주 페인츠빌에 자리한 아메리칸 메탈워크스는 항공우주, 자동화, 의료기기, 국방 분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 기계가공 시설이다. 이 회사는 빅 샌디 커뮤니티 앤드 테크니컬 칼리지와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곳의 공동소유자 데니스 로러Dennis Rohrer의 경험에 따르면, 고령 노동자 대부분이 16주 코스를 수강하고 싶어 한다. 또 강의실 수업보다 현장 수업을 훨씬 선호한다.

 

현장 연수 프로그램은 여러 종류가 있고(이를테면 파트너사의 작업장에서 매주 2~3일씩 실습하거나 몇 주간 매일 실습을 나간다),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실무교육은 학생들의 적극성을 높이고,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에 대해 학교 측에 즉시 피드백을 줄 수 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우는 지식을 확실히 숙지할 수 있다. 학생들 중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무교육 시 지급되는 실습비는 특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실무교육에 참여하면 실습 업체에 바로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직원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스콧 보웬은 15년간 켄터키 주 탄광업에 종사했다. 그는 2016 2월 해고됐다. 처음에는 재교육을 받으면서도 걱정이 됐다. “교육받는 동안 여러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잘 배울 수 있을까? 오랫동안 석탄 관련 일만 했는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스콧은 12주 코스를 통해 절삭 및 선반용 CNC(컴퓨터 가공 공작기) 가공 개념과 함께 CNC 툴 프로그램 언어인 G-코드를 접할 수 있었다. 널리 사용되는 컴퓨터 이용 설계·엔지니어링 툴인 솔리드워크스SolidWorks사용법을 익히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아메리칸 메탈워크스에서 매일 실습하면서 갑작스러운 경력 전환이지만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서서히 쌓을 수 있었다. 스콧은 말한다. “매일 공부하고, 새로운 일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면 계속 성장할 겁니다.” 스콧은 교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메리칸 메탈워크스에 채용됐다.

 

 

단계적으로 취득하는 자격증

 

수료율을 기준으로 할 때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재교육 프로그램은단계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자격증 시스템을 포함했다. 인증 과정이나 비학위 과정을 수료하면 발급해 주는 산업계 인정 단기자격증은, 학생들이 학업을 지속하면서도 직장생활이나 가족 부양을 적절히 병행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학습전략은 학생들이 핵심역량을 구축한 뒤 단계별로 추가역량을 습득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전략은 특정한 기술역량에 초점을 맞춘 여러 개의 단기 프로그램을 이은 형태로 구성될 수 있으며, 몇 개월 혹은 몇 년에 걸쳐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각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된다. 맨 처음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빨리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업계에서 인정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초점을 둔다.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 다음 단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저는 종종 커뮤니티 칼리지와 테크니컬 칼리지를 고속도로에 비유하곤 합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콜럼비아에 위치한 미들랜즈 테크니컬 칼리지의 전 총장 마셸소니’ 화이트Marshall ‘Sonny’ White는 말한다. “특정 지점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한동안 고속도로를 계속 타다가 어느 순간에 빠져나오죠. 그러다 다시 고속도로를 타는 겁니다. 이건 평생교육이기 때문이죠.”

 

이는 교육에적시생산 방식just-in-time을 도입한 것과 같다. 생애 초반에 몰아서 학습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할 때면 언제라도 다시 교육을 받는 것이다. “물론 커뮤니티 칼리지와 테크니컬 칼리지가 일반적인 4년제 대학과 같을 순 없습니다. 4년제 대학생들은 대개 18~19세에 입학해서 4~6년 동안 교육을 받죠.” 화이트는 말한다. “우리 학생들은 그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습니다. 게다가 성인 학습자들은 다양한 경력 단계에서 갖가지 목적으로 입학합니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단계적 자격증 프로그램을 의무화하고 있다. 2007년 제정된 새 법에 따라 오하이오 주 이사회와 교육부는 예비대학과정 및 대학과정에 준하는 단계별 수료 시스템을 마련했다. 2016년 버지니아 주가 신설한신경제 노동자 자격증 기금 및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관은 반드시 비학위 노동자 자격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켄터키 주의 커뮤니티·테크니컬 칼리지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기술학위 프로그램을 여러 모듈로 쪼개서 학생들이 수료증과 학위를 단계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를테면 앨라배마 주 커뮤니티 칼리지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산업전자 관련 프로그램은 총 5학기로 구성돼 있다. 첫 학기는 직류·교류 전기 기초이론, 회로도, 수학 등 기초지식을 다룬다. 이후 4학기 동안 운동제어, 고급산업제어, 산업로봇공학 등 기초지식에 기반한 다양한 강좌가 개설된다. 기술 과목뿐만 아니라 화술, 영어 작문, 직장생활 예비지식, 사회과학 및 행동과학 관련 선택과목도 들을 수 있다. 한 학기를 수료한 학생은 수료증을 발급받는다. 5학기를 모두 수료하면 산업전자 준학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통합적 지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는통합 서비스wraparound services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원래는 의료서비스 업계 용어로, 다양한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이 치료 프로그램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힘을 모아 환자들에게 공식·비공식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학생이 다양한 경제적 문제를 겪는다. 어떤 학생은 등록금과 교통비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된다. 어떤 학생은 식료품비나 월세 같은 기본 생활비가 없다. 우리는 재교육 프로그램이 푸드뱅크, 긴급 자금지원, 상담, 학교 교직원의 개인적 도움 등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볼 수 있었다. 소니 화이트는 학교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경제적 형편과 통학 교통편이 문제였던 한 50세 싱글맘을 떠올렸다. “그분을 차에 태우고 집과 학교에 자주 데려다 주곤 했습니다. 학교에 가려면 1.6km 이상을 걸어서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가 자주 오지도 않았거든요.”

 

학생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만성적이기보다 일시적으로 발생한다. 많은 학생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 어떤 이들은 두 세개 일자리를 겸한다. “이들은 1년에 6만 달러를 벌려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단돈 몇 백 달러만으로도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화이트는 말한다. 

 

미들랜즈 테크니컬 칼리지 직원에 따르면,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가장 큰 사유가 경제적 문제다. 미 연방정부의 대표적 학자금 보조 프로그램펠 그랜트Pell Grants는 지금까지 학사 및 준학사 과정을 밟는 학생들만 지원해 줬다. 2018 7월 양당의 지지 아래 미국 하원에 제출된 에임 하이어 법Aim Higher Act은 수료 프로그램과 이에 준하는 다른 자격증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에게도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들에게 긴급 기금을 제공하는 학교도 점차 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 테크니컬 칼리지의 제이슨 우드Jason Wood총장은 학교의 통합적 지원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갑자기 주유를 해야 하거나 전기세를 낼 돈이 없을 때처럼 급전이 필요한 다양한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긴급 기금을 제공합니다. 이용하기 위한 행정절차도 간단하고요. 우리는 학생들이 금전적으로 위급한 상황을 잘 넘기고 강의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습니다. 이런 도움을 받은 학생은 학업성취도가 높아지고, 애교심도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긴급 기금에 상습적으로 의존하는 등의 악용 사례는 아직 없었습니다.”

 

놀라운 건 긴급 기금의 일부가 교직원들의 기부로 조성된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전체 교직원의 90%가 긴급 기금 재단에 기부했다. 기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배분된다. 사우스웨스트는 긴급 보조금을 지급한다. 미들랜즈는 무이자대출을 해주고 상환은 학생들의 선택에 맡긴다. 상환된 대출금은 다시 긴급 기금에 넣는다. 화이트에 따르면, 대출을 이용한 학생은기금을 상환하고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사우스웨스트 테크니컬 칼리지는 학생들을 위해 면접용 정장 제공 서비스, 자격증을 소지한 상근 정신건강상담사의 상담 서비스, 캠퍼스 푸드뱅크 서비스도 제공한다. “제대로 먹지 못하면 제대로 공부할 수 없습니다.” 우드 총장은 말한다.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칼리지가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저조한 졸업률을 확실히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고령 학습자(미국의 학력조회기관전국학생정보처리센터에 따르면, 6년 동안 약 40%만이 졸업한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달린은 자신의 재교육 경험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주 사소한 지원만으로도 학생들의 자신감을 북돋울 수 있습니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 맞추기

 

몇몇 학교에서는 졸업생의 공급과 기업의 수요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공급 제한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로써 자격을 갖춘 구직자가 넘쳐나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고, 일부 학생이 취업에 실패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 지역 고용주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제이슨 우드 총장은 사우스웨스트 테크니컬 칼리지가 입학생을 제한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우리 학교의 전력 배전(配電) 전문 프로그램을 들으려는 대기자가 100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연간 정원은 20~24명입니다. 이보다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면 시장이 포화돼서 업계가 전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지원자를 받아들이면 등록금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우리 학교는 업계 고용주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만 배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테크니컬 칼리지는 수요 공급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학생들에게 관심사, 역량, 등록 가능한 수업에 맞춰 프로그램을 안내해 준다. 간호학처럼 지원자가 종종 초과되는 분야에서는, 학생들이 풀타임 프로그램에 빈자리가 날 때까지 우선 파트타임 강좌를 통해 학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노력 끝에 사우스웨스트 테크니컬 칼리지는 2017년에 97%라는 놀라운 취업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재교육에 대한 자신감 불어넣기

 

재교육 프로그램을 듣는 고령 학생은 자신의 능력을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러스티 저스티스는 이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 러스티의 고향은 애팔래치아 산맥 중심에 위치한 켄터키 주 파이크빌이다. 러스티는 이곳의 광부들을 재교육할 목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빗소스Bit Source를 설립했다. 그가 탄광업이 쇠퇴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광부들을 모집하기 위해 광고를 낸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950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전체 지원자 가운데 60명을 추려낸 뒤, 러스티와 공동 창업자는 최종 11명을 선발했다. 첫 출근일에 이들 중 한 명이 나타나지 않았다. 러스티가 전화를 걸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저 늙고 어리석은 광부요. 이 일을 할 자신이 없습니다. 컴퓨터 코더가 될 자신이 없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결코 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러스티는 말한다. “그러니까 첫 번째 요지는 교육을 하는 동안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능력을 믿으라고 유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 생각해보는재구성훈련reimagination training을 실시했습니다.”

 

효과적인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는 교육생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프로그램 리더는 학생들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개인별 코칭을 제공해서 학생들의 자신감을 북돋울 수 있다. 많은 참가자가 재교육을 시작하기 전, 그리고 교육 초반에 걱정과 회의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무료로 IT 취업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퍼 스콜라스Per Scholas를 졸업한 가이 버햄은 재교육 초기에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퍼 스콜라스가 그에게있는 줄도 몰랐던자신감을 찾게 해줬다.

 

우수한 몇몇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코칭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학생을 선제적으로 끌어모으고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그저 교육시설만 지어 놓고모든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제 발로 찾아오진 않습니다.” 소니 화이트는 말한다. “그런 일은 거의 드물어요. 직접 나가서 교회 공동체나 다른 조직들을 찾아가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에게 재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정부 프로그램이 제공한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설계해야 한다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일련의 법제 활동을 통해 재교육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73년 제정한 포괄적 고용 및 훈련에 관한 법, 1982년 직업훈련협력법, 1998년 인력투자법이 그 예다. 인력투자법 덕분에 주와 지방의 인력투자 시스템이 수립되고, 다양한 보조금과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 법은 2014년에 인력 혁신·기회법으로 대체됐다. 개혁의 일환으로 제정된 인력 혁신·기회법은 주 정부가 고용주의 니즈에 맞춰 프로그램을 조정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증거 기반, 데이터 기반 방법을 도입해 공통 성과지표와 협상을 통해 설정된 성과목표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실직자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고 지방정부에도 자금 배분에 대한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했다. 이렇게 폭넓은 핵심 서비스와 추가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는데도 모든 실직자를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아쉽게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인터뷰한 이들 대부분이 인력 혁신·기회법으로 어느 정도 혜택을 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던 듯했다. 뭐가 부족한 걸까?

 

워싱턴 의회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답을 조금은 알게 됐다. 우리는 의회 사람들에게 실직자 재교육이 공익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공공자금을 지원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사익을 위한 활동이기 때문에 고용주나 피고용자가 책임져야 하는지 질문했다. 지금 인력의 기술역량과 고용주가 요구하는 기술역량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당이 대체로 동의하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해결 방법과 해결 주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누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까요?” 팀 케인 민주당 소속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의 교육정책수석고문 카리시마 머천트Karishma Merchant가 물었다. “정부가 견습 프로그램에 대해 세액공제를 허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사람이 필요한 고용주가 책임져야 할까요? 저희 의원님이라면 아마정부와 고용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실 겁니다. 커뮤니티 칼리지와 고용주가 함께 커리큘럼을 짜보는 방법은 어떨까요?”

 

효과적인 프로그램 설계의 핵심은 지역의 니즈를 이해하고, 이 니즈를 정부 및 기타 지원 주체의 지원과 연계하는 것이다. 정부 프로그램은 기본 자원을 제공할 수 있고, 지역 리더는 그 자원을 해당 지역의 고용주 및 재교육 후보자들의 니즈와 매칭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풀뿌리 리더십

 

우리는 위스콘신, 애팔래치아,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어느 지역이든 성공적인 프로그램은 밑바닥부터 활동을 시작한 지역사회 리더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들은 시민정신이 투철하고, 실직자들을 찾아내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인력 혁신·기회법 자금을 받아내거나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도 잘 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완성된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특정 니즈에 맞게 프로그램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매우 고되고, 일한 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만난 이들도 좌절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회의감이 드는 날도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이웃들을 보면 일해야 한다는 의욕이 솟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미래에 중요한 일이라면 당파에 상관없이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발견한 또 한 가지 재교육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은, 새로운 실직자를 찾아내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사람들이었다. 사우스웨스트 테크니컬 칼리지에는 커리어서비스 매니저, 성공 코치, 그리고 달린 미켈슨처럼 실직했다가 교육을 받고 새 일자리를 찾은 노동자가 운영하는 비상대응팀이 있다. 비상대응팀은 다른 지역사회 조직에 접촉할 수 있는 재정지원팀 직원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폐업하는 회사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실직한 직원들을 재빨리 찾아가 이들에게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희망을 북돋아준다. “사람들에게는 분명 기회가 있습니다.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아야 합니다.” 달린은 말했다. 그러면서이 사람도 해냈어요라고 자신을 가리켰다. “이들이나도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을 갖게 해줘야 합니다.”

 

일자리의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기술 변화와 세계화가 직업의 붕괴를 가중시킬 것이다. 이 아티클의 필자 중 한 명인 윌리 시는 뉴욕 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이스트만 코닥의 임원으로 있으면서 필름업계의 몰락을 목격했다. 뉴욕 주 유티카에서도 GE가 떠나면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피츠버그의 철강산업은 쇠퇴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가구 및 섬유 제조업은 소멸했다. 탄광, 통신, 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업계의 수백만 개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됐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 기술자들도 직장을 잃었다.

 

이런 붕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 등장하는 자동화 및 인공지능 기술은 고통스러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이전보다 훨씬 빈번하게 나타나고, 훨씬 광범위한 직업군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모든 업계가 극적인 변화를 겪고, 심한 경우 갑자기 사라져 버릴 것이다. 제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서비스 업계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볼 때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더 유연한 노동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효과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은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편집자 노트. 본 아티클은 하워드 러드닉과 콜린 타펜이 하버드경영대학원 학생 시절에 연구를 수행하고 작성한 것이다. 여기에서 언급한 의견은 이들이 현재 소속된 직장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윌리 C. (Willy C. Shih)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관리 관행 분야의 로버트&제인 시지크 교수다. 2007년 하버드경영대학원에 임용되기 전에 테크 업계에서 여러 임원 직을 역임했다.

 

하워드 러드닉(Howard Rudnick)은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다. 공공 이슈에 대해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토빈 프로젝트의 연구부책임자를 지냈다.

 

콜린 타펜(Colleen Tapen)은 컨설팅, 정부기관,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으며 데이터과학을 활용해 통찰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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