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4월호

고령 근로자와 함께하는 환경 만들기
김양팽

Commentary on the Big Idea

고령 근로자와 함께하는 환경 만들기

김양팽

 

 

 

저출산 혹은 저출생과 고령화는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진입 여부는 인구에서 특정 연령대 이상의 비율이 얼마인지로 판단하기 때문에 저출산은 고령화를 가속화한다.(‘고령화 사회란?’ 참조) 물론 의학과 위생·영양상태의 발달로 더욱 더 장수하고 있는 것 역시 중요한 고령화 촉진 요인이다.

최근의 언론 보도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고령화를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부정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출생으로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기에 미래 성장동력이 잠식된다고 말하는 게 바로 대표적인문제로서의 고령화 접근이다. 이렇게 무엇인가를문제라고 인식하면 쉽게 나오지도 않을해법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을기회라고 생각하면 다양한 활용방안이 나올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은 65세 이상 고령의 근로자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함께 일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노동력 부족 현상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거나, 체감하고 있더라도 여러 이유에서 고령의 근로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HBR에서 이 주제를 다룬 아티클들이 흥미로운 건 근로자의 고령화를 부정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측면도 함께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 근로자와 고령 근로자가 함께 윈윈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읽어볼 만하다.

 

이 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고령 근로자와 함께하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연장되는 은퇴 시기

 

“본인에게 적절한 은퇴시기는 언제일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의 건강상태 혹은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서 은퇴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불행하게도 자신의 은퇴시기를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업이나 조직에서 정한 것보다 이른 시기에 은퇴를 결심할 경우는 비교적 자신의 의지대로 은퇴할 수 있으나, 경제적인 사유 혹은 기타 자아성취를 위해 계속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년을 맞이하면서 은퇴를 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사회적 규정에 의해 강제적으로 은퇴를 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조직이 60세를 정년으로 정하고 있으며, 일본은 2004년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65세 정년이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노후대책이 여유롭게 준비되지 않았거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경우에는 자신의 은퇴를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특히, 의료기술의 발달로 60세 심지어 65세 정년을 맞이하고도 충분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고 가능한 한 늦게 은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에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은퇴시기가 정해져 있으나 앞으로는 은퇴시기가 늦어지고 자신이 원하는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맞이하는 빠른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의 구조변화를 야기한다. 인구학적으로 생산가능인구는 만 15~64세 인구다. 그러나 노동력의 관점에서는 만 15세부터 모든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포함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경제가 갑자기 위축되거나 붕괴되지 않는 한 저출생으로 인해 감소한 젊은 근로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65세 이상의 고령 근로자가 필요해진다는 얘기다.

 

한국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미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인구변화를 살펴보면 전체 인구는 2010년 이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15~64세 인구는 그 전부터 감소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15세 이상 전체 노동력 인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65세 이상의 고령 노동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HBR 아티클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노동인구의 고령화 현상이 일본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었으며, 우리에게도 머지않은 미래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 기업과 사례가 고령 근로자와 함께하는 환경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에서는 이미 여러 업종의 많은 기업들이 과감하게 정년연장을 시행하고 있다. 신사복 소매회사인 AOKI 2015년에 희망자 전원 70세까지 계속고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히로시마 시 신용조합(금융업) 2017년에 65세 정년을 도입하면서 동시에 희망자 전원 70세까지 계속고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요로즈는 2017년에 희망자 전원을 대상으로 계속고용의 상한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했으며, 기계공구 도매업체인 도라스코 나카야마는 2015년에 65세 정년을 도입하면서 정년 후 계속고용의 상한연령을 70세로 연장했다. 태양생명보험 주식회사에서도 2017 65세 정년을 도입하면서, 정년 후 계속고용 상한연령을 연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 기업의 머지않은 미래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호(介護)서비스

 

사리타 굽타와 아이젠 푸는 그들이 작성한 아티클직원의 가족 돌봄 문제를 돌보는 기업에서 부모님 돌봄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고령 근로자의 19%가 은퇴할 의향이 없는데도 배우자나 다른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찍 회사를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직장이 없는 36%의 여성이 가족 돌봄을 위해서 일을 그만뒀다는 설문조사도 제시한다. 이는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서 간접적인 노동력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의 경우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나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직장과 소득을 포기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개호(介護)서비스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일부 해결하고 있다. 개호라는 단어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것으로 간호와는 구별이 된다. 개호는 장애인과 고령자를 돌보는 것을 뜻한다. 원래는 1970년대 후반 장애인에 대한 공적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이 전개되면서 일본에서 자리를 잡게 됐다. 그 이후 일본의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도 개호 대상에 포함됐다. 즉 개인의 가족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사회 전체의 관심사로 확대됐다.

 

고령자에 대한 개호가 일본 사회에서 주목받게 된 계기는 두 가지였다. 우선, 1999년 당시 오사카 다카즈키 시의 에무라(江村) 시장이 치매에 걸린 부인(당시 75)의 돌봄과 공직수행을 병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장 직을 사임하면서 개호서비스가 공론화됐다. 두 번째 계기는 노부모 돌봄에 지친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일이 가끔 발생하면서, 후생노동성에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돌봄과 관련된 사망 사례를 집계한 것이었다. 실제로 2015년까지 247건의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확인됐다. 또 경찰청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389건의 살인사건이 노부모 돌봄 혹은 간병으로 인한 문제였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고령자 개호 서비스 관련 논의를 더욱 촉발시켰다.

 

개호 서비스는 시설 이용과 가정방문 서비스로 나눌 수 있고, 일본에서는 개호 물품 등 관련된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폴 어빙이 아티클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새로운 소비자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개호 서비스 종사자 중 일부는 신체가 건강한 고령자들이다. 예를 들어, 지바 현에 있는 ()이치가와 시 복지공사는 방문개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2017 4월 현재 220명의 직원 중 52.3% 60세 이상이다. 정년은 65세이며, 희망자는 70세까지 정규직으로 재고용하고 이후 75세까지 비정규직으로 고용을 연장하고 있다. 그리고 근무성적 등을 고려해 79세까지 재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호라고 하는 가족 돌봄 서비스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해 소비를 창출하고, 고용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런 부분을 대부분 공공부문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폭증하는 수요 속에서 민간과의 합동 서비스로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주시해야 하는 말 그대로새로운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고령 근로자를 위한 환경 정비

 

니콜라 비안키 등은나이든 직원이 은퇴하지 않을 때 젊은 직원에게 생기는 일아티클에서 근로자의 은퇴시기가 늦춰지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세대와의 갈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사실 많은 경영자들도 고령 노동자는 젊은 노동자보다 고임금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고령 근로자 고용은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고 고비용, 저성과로 기업이나 조직 활동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필자는그럴 수도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라고 답하고

싶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고령 근로자들이 은퇴하고 그 자리를 젊은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청년 실업률 감소를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경영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임금의 고령 노동자를 줄이고 저임금의 젊은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비용을 절약해 경영난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이 매우 근시안적이다.

지금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피터 버그와 맷 피스첵이 작성한은퇴에도 끄떡없는 회사 만들기에는고령 근로자들이 은퇴함에 따라 기술 손실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발견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한 조직이나 기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고령 노동자는 자신의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학교나 전문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습으로만 업무를 익히고 현장에 투입되는 젊은 노동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오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문자나 미디어기기를 통해서는 전달하기 불가능한 노하우, 이른바암묵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의 문제해결을 위해서 우리는 오랜 기간 축적된 고령 노동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세대 간의 갈등이 촉발되지 않고 경영자는 비용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먼저 기업이나 조직의 구조변화를 통해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정년퇴직 후 계속 고용하는 고령 근로자와 새롭게 채용된 젊은 근로자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령 근로자에게는 젊은 근로자들을 교육하고 기술 전수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부여할 수 있다. 고령 근로자가 젊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보조자로서 존재하고 함께 공존하는 조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대 간 갈등은 줄어든다. 또 젊은 근로자들도 이렇게 바뀐 조직문화가 자신의 미래가 될 것임을 충분히 인지한다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비용 측면은 고령 근로자 근무환경 정비를 통해 오히려 간단하게 해결될 수가 있다. 근무환경 정비에는 작업도구나, 작업환경 정비와 함께 근무형태 변경도 포함이 된다. 고령 근로자는 건강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젊은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육체적 생산성을 달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고령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그들의 건강상태를 항상 확인해야 하며, 최대한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근무형태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하루 8시간, 5일 근무는 고령 근로자에게는 무리한 근무형태일 수 있다. 따라서 근무형태를 바꿔 출퇴근시간을 조정하고 일일 근무시간 및 근무일수를 조정함으로써 최대의 성과 도출은 물론 임금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하면 그 비용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될 것이다.

 

 

 

 

 

 

어떠한 미래를 만들 것인가?

 

이번 HBR 아티클들은 우리 사회는 과연 고령 노동자와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 사회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이나 조직 또한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령 근로자는 기업이나 조직에 귀중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되뇌며, 일본 고령 근로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마치고자 한다.

 

 

 

“아이치 현에 살고있는 나이토(66) 씨는 료에이 주식회사에서 설계부와 기계부 근무 경험이 있다. 정년퇴직 후 계속 근무할 것을 희망하였고 회사는 규정에 따라 1년 촉탁계약으로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조건으로 그를 채용했다. 채용조건은 퇴직 전 급여의 60%, 퇴직 전과 동일한 직함,

1 8시간, 4일 근무를 하는 것으로 정규직과는 다르다.

 

그는 퇴직 전까지 기계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기계 생산공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임무는 신입사원 교육이다. 신입사원은 기계가공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고 컴퓨터를 사용한 기계 제어는 가능하지만 선반이나 밀링머신을 이용해 직접 제품을 제작한 경험이 없다. 직접 가공을 통해 감각을 익혀야 작업하기 용이한 제품설계도 작성에도 유리하다.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신입사원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공식적인 임무는 아니지만 나이토 씨는 회사 내에서 부서간의 업무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료에이 주식회사는 기계를 제조해 납품하므로, 납품기일 준수는 회사의 신뢰가 걸려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설계부나 기계부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작이 지연되고 있을 때 도면을 해석하고 문제점을 발견하거나, 가공상의 애로점을 설계부에 전달하는 등 나이토 씨를 통하면 부서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회사 관리자는 나이토 씨가 건강하게 매년 계약을 연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나이토 씨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경험은 여전히 회사에 큰 공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료에이 주식회사의 최고령 근로자는 75세다.”

 

 

김양팽 연구원은 니혼(日本)대 상학연구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주일본 한국대사관 경제과 연구원을 거쳐 현재 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연구본부 신산업연구실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경영전략을 전공했으며 일본의 신산업, 반도체산업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는 일본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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