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6월호

그것은 성희롱이었나?
J. 닐 비어든(J. Neil Bearden)

그것은 성희롱이었나?

영업사원이 동료의 농담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에 빠졌다.

J. 닐 비어든

 

 

 

 

 

잭슨

 

잭슨 피어스는 솔직히 자기 생각에도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발될 만큼 뛰어나진 않았다. 잭슨은 분명 일을 잘했지만 영업사원들의 보편적 평가 기준인 실적을 보면 확실히 최상위권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음료회사 콜트라Coltra의 향후 재목이 될 2019년도 핵심인재 그룹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상사에게 듣고 뛸 듯이 기뻤다.

 

잭슨은 핵심인재 그룹 출범을 위한 CEO와의 콘퍼런스콜에 참석하러 회의실로 갔고, 반갑게도 라이너 울프슨을 만났다.

 

라이너는 무슨 일이건 척척 해냈다. 회사에서 제일 인기 없는 음료제품 판매를 맡거나, 그냥 사람들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일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3년 전 콜트라의 뮌헨 사무소에서 휴스턴 지사로 옮겼다.

 

“자네가 올 거라 기대했지.” 라이너가 말했다.

 

잭슨은 스피커폰의 무음 버튼을 누른 다음 라이너에게 익살을 떨기 시작했다. “도대체 우리보고 현재 업무도 모두 처리하면서 추가로 프로그램을 어떻게 들으라는 거야?” 그가 말했다. “나는 요새 이메일에 모두 답장 보내기도 버겁다니까.”

“우린 해낼 거야, 안 그래?” 라이너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주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당연히 좋지. 능력이 뛰어날수록 일을 더 많이 맡긴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회사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뽑았는지 알아?” 전 세계 지사에서 약 50명의 영업사원이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선발기준이 뚜렷하진 않지만1잭슨은 매출 실적이 큰 요소라고 추측했다. “자네야 선발된 게 당연하지만, 여기 온 사람들 다수가 지난 분기에 목표를 못 맞췄잖아.”

 

“그래도 목표가 터무니없이 높긴 했어.” 라이너는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회사에서 어떻게 그런 목표를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달성한 사람이 거의 없잖아.”

 

“자네는 달성했지.”

 

라이너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잉Ying도 그랬지.” 잭슨이 말했다. "단 한 분기도 놓치는 법이 없었어.”

 

라이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잉은 작년에 이 프로그램을 마쳤지.”

 

“또 누가 오나?”

 

“티아이라.” 라이너가 대답했다.

 

“그렇군. 요즘 아주 대단하지.” 잭슨의 목소리가 씁쓸하게 들렸다. 자기 실적은 그만큼 좋지 못했다.

 

라이너는 친근하게 잭슨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자네가 영업 선수가 아니라서 회사에서 리더십 그룹에 선발했는지도 몰라.”

 

잭슨은 웃었다.“그렇다면 당신은 왜 뽑았는데? 회사 입장에선 자네가 영업을 계속하는 게 훨씬 좋을 텐데.”

 

“내가 좀 잘생겨서 그랬겠지.” 라이너가 말했다.

 

“그래, 맞아.” 바로 그때 티아이라가 시계를 보며 들어왔다. 콘퍼런스콜을 이제 시작할 참이었다.

 

“어서 와.” 라이너가 폴리콤 전화기의 무음 버튼을 누르려고 몸을 숙이며 인사했다.

 

“당신도 예뻐서 뽑힌 거 같은데, 티아이라.”

 

잭슨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다른 두 사람은 웃지 않았다.2

 

 

 

라이너

 

라이너는 바로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티아이라의 표정을 보니 심상치 않았다. 어쩌면 단지 혼란스러운 표정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시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티아이라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열다가 멈췄다. 세 명은 CEO3피터 매켄지Peter Mackenzie가 소개를 시작하자 자리로 가서 앉았다.

 

라이너는 콜트라가 좋았다. 대부분의 영업팀 사람들처럼 대학을 마치자마자 회사에 들어왔다. 그리고 베를린 ESMT에서의 MBA 취득기간을 잠시 제외하곤 계속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의 과일탄산수 제품을 신뢰하고 문화를 사랑했다. 물론 어떤 경우 고위임원들이 내린 결정에 불만을 품었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은 없었다.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고, 몇 년 동안 해외근무 기회도 있었다. 휴스턴이 최고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미국 지사 중 가장 영업력이 강했기 때문에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회의실에서 라이너는 말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하며 티아이라와 잭슨을 계속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머릿속에 단어들이 계속 떠올랐다. ‘성희롱’ ’미투’ ‘목격자’.

 

방금 여기서 그 일이 벌어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성희롱이었나?

 

폴리콤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CEO의 목소리를 듣자니 라이너는 일년 전 전체회의 때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CEO는 성적 비행sexual misconduct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선포했고 직원 모두에게 콜트라를 안전한 일터로 만들 책임을 맡겼다.4직원들은 전부 성희롱 교육을 받았다. 많은 직원이 투덜댔지만 라이너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사실 라이너는 이를 계기로 콜트라나 다른 직장에서 여성들이 어떤 입장에 처하는지 눈을 떴다. 강사들이 직장에서 여성들의 진급을 가로막는 요인에 관한 여러 논문을 나눠 줘서 주의 깊게 읽어 보았다.5하지만 회사 전반적으로 양성평등gender parity 상황은 꽤 좋았다. 그리고 몇 년 내내 연속으로 여성인 잉이 최고영업왕 자리를 차지했다. 잭슨 같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헛소리를 하더라도 확실히 티아이라는 회사에서 지내기 괜찮았을 것이다.

 

라이나는 티아이라를 흘끗 보았다. 그녀는 찡그린 채 테이블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화가 났나? 잭슨이 여성을 깎아내리고 소외감을 느끼게 말을 한 것 같았다. 혼란을 넘어 이제 분노를 느꼈다. 잭슨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전화회의는 10시까지 예정돼 있었으나 10 15분이 넘어서도 끝나지 않았다. 잭슨은 다른 회의에 늦었다며 회의실을 급히 떠났다. 라이너는 티아이라를 따라 나가며 괜찮은지 물었다. 그는 무슨 뜻인지 티아이라가 알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냥정신을 못 차리겠어. 이 프로그램은 훌륭해 보이지만 추가로 할 일이 엄청 많네라고 대답했다.

 

라이너는 그녀가 힘을 차리게 노력했다. “장기적으로 우리 경력에 도움이 되겠지.”

 

티아이라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라이너는 자기 말대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티아이라도 그럴까?

 

 

 

 

수잰

 

수잰 빕은 받은 편지함에서 라이너 울프슨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라이너는 특별히 부탁하는 일도 거의 없고 절대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단지 승진과 연봉 인상, 표창만 받을 뿐이었다. 라이너에게 언제든지 들르라고 회신을 보냈더니 그날 오후에 나타났다. 첫눈에 봐도 라이너는 화가 나 있었다.

 

“조용히 넘어갈까 했는데, 베를린에 있는 친구에게 들어보니 인사팀에 신고하는 편이 좋겠다더군요.” 라이너가 말했다.

 

“신고라뇨?” 수잰이 물었다.

 

라이너는 잭슨과 티아이라 사이에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 자기가 먼저 가볍게 놀리기 시작하고 이어서 잭슨이 농담을 계속한 것은 알지만, 어쨌든 티아이라가 불편했다면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잭슨이 생각 없이 떠들고 다른 사람의 신경을 건드린다는 이야기를 이미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발된 여성에게 성과가 아니라 외모 때문에 뽑혔다고 암시하는 것은 회사가 규정한 성적 비행의 범주에서매우 심각한경우였다. ‘명백한 부당행위엄청난사건은 아니지만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었다.

 

수잰은 라이너에게 추가로 몇 가지 물어본 다음 와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라이너가 물었다.

 

수잰은 회사에서 이런 혐의들을 다루는 절차를 설명했다. 이른바 ‘#미투가 터진 다음 이런 불만들이 인사팀에 많이 들어 왔기 때문에6그녀는 절차를 환히 꿰뚫고 있었다. 수잰과 팀원들은 절차를 여러 차례 설명하느라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리고 인사팀에서 살펴 본 결과 많은 경우는 처벌할 만한 위반 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입을 닫는 것보다는 낫다고 자신에게 늘 되뇌었다.

 

수잰은 티아이라와 이야기한 다음 잭슨의 말을 들어 보고, 각자 상사들에게 통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신고한 사람들에게 모두 말씀하신다고요?” 라이너가 물었다.

 

“일반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직원에게 익명으로 할지 결정하게끔 합니다. 하지만 거기서는 당신이 유일한 제3자였으니 티아이라는 당신인지 분명히 알겠죠.”

 

 

 

 

“그렇네요.” 라이너가 말했다. “처음에 저는 별일 아니고 잭슨도 악의로 그러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에게 설명했더니 생각보다 심각하더군요. 제가 일을 너무 키우고 싶진 않습니다.”7

 

“아무도 안 그래요.” 수잰이 대답했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티아이라

 

티아이라는 음성 메시지를 틀었을 때 먼저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인사팀에서 전화가 오면 절대로 좋은 소식이 아니다. 연봉 인상과 승진, 새로운 부서 배치는 모두 상사가 말해 준다. 나쁜 소식은 인사팀에서 전한다. 그것도 전화로.

 

그녀는 메일 주소록에서 수잰 빕의 이름을 보았지만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않았다. 수잰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어제 잭슨의 발언에 대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라이너로군. 티아이라는 생각했다. 화가 났다. 왜 자기가 처리하게 맡겨두지 않았을까? 왜 먼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그러자 회의실에서 나올 때 라이나의 걱정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진짜 별일 아니었어요.” 티아이라는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말하자마자 정말 그런가 의문이 들었다. 잭슨은 출근 첫날부터 그녀와 경쟁을 벌였다. 대학이나 MBA를 할 때 또는 직장에서도 경쟁이 새삼스럽진 않지만, 잭슨은 회의에서 말을 자르고 때로는 아이디어를 가로챘다. 단지 과도한 경쟁심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남성적 행동으로 여길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잭슨에게 믿음이 가진 않았다.

 

하지만 쉽게 무시할 수도 있었다. 티아이라는 그날 늦게 잭슨을 만났다. 그는 어색하게 자기가 했던 말을 설명하려 했다. 별 의미 없는 농담이었고 대화 중간에 그녀가 들어왔기 때문에 앞에 자기와 라이너가 나눈 내용을 들었다면 무슨 뜻인지 알았을 거라고 말했다. 사과라기보다 변명에 가까웠지만, 그녀는 다른 회의에 가는 길이었으므로 넘어가기로 했다.

 

“혹시 제가 먼저 잭슨과 만나서 우리끼리 정리할 수 있을지 알아봐도 될까요?” 티아이라가 물었다.

 

“당신한테 달렸습니다.” 수잰이 대답했다. “하지만 인사팀은 이런 신고를 심각하게 봅니다.8그래서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외모 지적으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제가 고발 절차를 밟으면 어떻게 되나요?” 티아이라는 수잰에게 물었다. “잭슨은 해고당할까요?”

 

“상황을 더 파악하기 전에는 섣불리 말씀 드리긴 힘듭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요.9어떤 사람들은 해고를 주장할 겁니다. 특히 당신이 고발 절차를 밟으면요. 하지만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덜 엄격한 조치를 내리기도 하죠.”

 

 

 

 

 

CEO가 정책을 발표했을 때, 티아이라는 자신의 회사가 확실한 태도를 취해서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강경 노선이 정말 좋은지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은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고 분명히 잭슨의 발언은 저급했다. 하지만 해고감은 아니었다. 아닌가 그랬나?

 

자리로 돌아오는 사이 좌절감이 밀려왔다. 티아이라는 콜트라에 여성 임원이 얼마나 드문지에 생각이 미쳤다. 고위경영진 전체에 최고인사담당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였다. 이사회에는 여성이 한 명뿐이었다. 잭슨이 말한 것 같은 내용이 문제가 될까? 자신은 이런 농담을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어떤 동료들은 안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잭슨이 무의식적이건 아니든 그녀를 비하하려는 생각일 수도 있었다.

 

그러다 라이너가 무음 버튼 위에 손가락을 얹고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혹시 다른 사람들이 잭슨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왜 아무도 나서지 않았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 그녀는 나서달라고 요구해야 할까?

 

 

1.기준이 모호하면 승진과 고용, 교육 기회 결정 시 편견이 끼어들 수 있다.

2.이 말이 부적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말한 사람의 의도 때문인가? 상대방은 어떻게 들었나?

3.여성이 이끄는 포천 500대 기업의 수는 2018 25%만큼 줄었다. CEO 4.8%만이 여성이었다.

4.리더의 입장에 따라 성희롱에 대한 직원의 우려가 높거나 낮아진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5.최근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간의 승진율 차이는 행동 때문이 아니라 처우 방식에 기인한다.

6.2018년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는 성희롱 신고가 6년 동안 꾸준히 감소하다 갑자기 늘었다고 보고했다.

7.윤리적 의무들이 부딪치면 개인은 어떻게 해결할까? 라이너는 사건 신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행동을 취하면 비합리적인 결과가 생길까 걱정한다.

8.연구에 따르면 성희롱 주장이 한 건만 생겨도 해당 조직의 채용 및 승진에 대한 공정성 인식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9.이런 정책하에서 성희롱 신고의 근거가 충분하면 가해자는 해고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

 

 

 

 

티아이라는 잭슨을 고발해야 하나?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

 

마리아 갈린도Maria Galindo는 프리랜서 마케팅 컨설턴트다.

 

 

티아이라는 이 발언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아마 잭슨은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피해를 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젠더와 관련된 고정관념과 오해로 발생한 상호작용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우리 문화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잭슨의 발언은 판단하기 애매하다. 라이너가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에 빠진 것을 보면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명확하게 기준을 설정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잭슨이 말할 때 악의가 없었다고 해서 결백을 의미하진 않는다. 만일 당신이 팔을 세게 휘두르다 내 코를 부러뜨리면, 해칠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책임은 져야 한다. 잭슨은 말하고 행동할 때 동료들을 존중해야 한다.

 

내 경험상 성희롱은 콕 집어서그러면 안 돼요라고 할 만큼 명백한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성희롱 대상과 목격자들이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사회의 산물인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고정관념에 놀아날 수 있다. 잭슨은 여성을 자기편에 두려면 상대를 칭찬하는 게 좋다고 배웠을까? 티아이라는 자신의 경력에 해가 갈 수도 있으니 너무 심각하거나 적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런 말에 분명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웠나?

 

나는 불행히도 비슷하지만 더 심한 상황에 부닥친 적이 있었고 알아차리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 나는 회사가 좋았고 세 번이나 승진했으며 회사에서 든든히 밀어준다고 느꼈다. 입사 5년차 때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 임원이 새로 생긴 부사장급 자리로 영입됐다. 얼마 후, 그는 내가 맡은 행사들을 진행할 때 협업을 하자고 요청했다. 신임 임원은 내가 한 일을 칭찬하고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그러면서 우리 부서의 상사들은 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할 때 그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그룹에 와서 일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함께 행사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가끔 내 팔을 만지거나 사생활에 대해 묻기는 했지만, 나는 친근하고 개방적인 히스패닉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 고객 행사가 끝난 다음 그는 저녁을 먹으며 행사 보고를 받겠다고 했다. 그는 내가 싫다는데도 술을 마시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내 결혼생활을 물어보며 어떤 동료들과 성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지 말했다. 나는 대화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위험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별 상관없다고 느꼈다. 다음날 나는 불현듯 내가 조종당하고 유혹의 대상으로 무시 받았음을 깨달았다. 미리 본색을 알아 채지 못해 마음이 상했다. 직속상사에게 그동안 벌어진 일을 모두 보고하자 신속하게 법무팀과 인사팀을 불렀다. 그는 일주일도 안돼 해고됐다.

 

나는 잭슨을 꼭 해고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더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티아이라의 경력에 영향이 있을까 우려가 된다. 왜냐하면 내 사례를 공유할 때마다 나도 계속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옳은 일을 하면서 누구도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미 벌어진 사건 외에 가해자 때문에 우리의 진정성이 또다시 상처를 받는 일을 막아야 한다. 사람들이 직장에서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우리 모두 돌이켜봐야 한다.

 

 

새러 뷸리Sarah Beaulieu는 전국벤처자선기관의 시니어 어드바이저다.

 

안타깝게도 콜트라의 무관용 정책을 고려하면 티아이라는 두 가지 나쁜 선택지만을 갖게 된다.

 

고발을 철회하면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을 수 있다. 계속 진행하면 잭슨이 심각한 처벌을 받고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고 어떤 옵션이 있는지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공식적인 절차를 보류해야 한다.

 

티아이라가 무엇을 바라는지 분명하지 않다. 잭슨이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교훈을 주길 바라나? 콜트라가 정책에 초점을 두기보다 포용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길 바라나? 동료들이 부당하게 겪을지 모르는 역풍을 최소화하고 싶은가?

 

의도는 좋았지만 라이너는 티아이라에게 미리 알리고 먼저 그녀와 상의했어야 한다. 회사 규정상 신고 의무가 있다면, 사건을 신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어야 한다. 자기도 모르게 라이너는 티아이라의 기회와 선택권을 빼앗아 곤란하게 만들었다.

 

콜트라에서 자신의 입지와 성과를 감안할 때, 티아이라는 회사에 교육을 늘리라고 압박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목격자 개입Bystander intervention과 피드백부터 시작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그녀는 예측되는 결과들을 명확히 검토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무관용 정책이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문제가 있다. 동료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벌이 갈까 걱정을 하면 사람들이 경미한 위반이나 위험 신호를 보고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따라서 문화적 충돌cultural challenges과 지식 격차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를 놓치게 된다. 또한 무관용 정책 때문에 성희롱을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크고 천편일률적인 해결책밖에 남지 않는다. 이런 정책은 신고에 실제 걸림돌이 되는 금전적 그리고 사회적, 직업적인 장애물을 간과한다.

 

언젠가 자선 디너에서 부유한 기증자가 내게 말했다. “내가 스무 살 젊었거나 당신이 스무 살 더 들었다면, 당장 당신 뒤를 졸졸 쫓아다닐 거요.” 우리는 모두 웃었고 나는꿈도 꾸지 마세요같은 말로 받아쳤다. 그 순간 나는 위험하게 느끼지 않았고 티아이라처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말들로 인해 사람들이 더 취약해지고 가해자들이 더 나쁜 행동을 해도 모면할 수 있는 문화가 생긴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인사팀이 경찰처럼 개입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면 어린애 취급 당하는 느낌을 받고 내가 일을 하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되게 그의 부자 친구 중 누가 혼내 주길 바랐다. 아니면 저속한 농담에 잘 대응할 수 있게 우리 팀원들에게 워크숍을 열어 주었으면 했다.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는 성희롱을 알아서 받아 넘기기를 기대하는 것과 진압 경찰을 불러 농담에 대응하는 방법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행동은 절대적이지 않다. 우리 규율 체계와 책임도 그래야 한다.

 

번역 박정엽 에디팅 고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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