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6월호

개인의 시간 관리와 기업의 시간 관리, 그 접점을 찾아서
임병권

Commentary on the Big Idea

개인의 시간 관리와 기업의 시간 관리, 그 접점을 찾아서

임병권

 

 

“커피 한 잔 사는 데 돈 쓰는 것은 걱정하지만, 수많은 자투리시간을 우리의 행복을 위해 쓰지 않고 허비하는 데 대해서는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인 애슐리 윌런스가 이번 호 HBR Big Idea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이 아티클의 전체적 메시지를 대변한다.

윌런스의 아티클은시간의 심리학에 대한 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는 주로 개인 생활에서의 시간이 주는 심리적 가치를 중요하게 다룬다. “무엇이 삶에 행복을 가져다 주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그 해답으로 돈이 아닌 시간을 제시한다. 윌런스가 말하는 시간이란 주로 여가시간을 의미한다. 가족·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과 능동적인 여가활동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아티클의 키워드인시간 빈곤time poverty’은 실제로 시간이 부족한 현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 물리적 시간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내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주관적 감정을 말한다. 사람은 시간과 돈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서 시간 빈곤을 더 느끼기도 하고 덜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아티클은 개인의 행복 측면에서만 시간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의 주된 연구 주제가 행복이기 때문이다.

 

시간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개인 삶에서 바라보는 시간과 조직에서 바라보는 시간이다. 윌런스의 말처럼 삶에서의 시간은 행복을 주는 시간으로서 의미가 있다. 반면 기업에서의 시간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시간의 의미가 강하다. , 기업에서는 시간의 심리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아티클은 시간의 심리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쓰였지만, 직장에서의 시간 관리 관점에서도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어떻게 시간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면서 직원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기업의 고민이다.

 

이 질문은 모든 기업이 풀어야 하는 과제다. 워라밸의 시대, 52시간 근무의 시대다. 개인의 행복과 조직의 성과 모두를 달성해야 하는 시대다.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필자는 이 아티클을 소개하면서, 기업의 관점에서 보는 시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자 한다.

 

시간보다 돈을 더 소중히 여기는 이유

 

윌런스는 이와 같은 시간 빈곤 현상이 돈을 중시하는 사고방식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 돈에 대한 심리적 측면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시간을 희생하면 나중에 더 많은 시간이 생길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재산이 더 많아야 행복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백만장자도 더 많은 돈을 벌어야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현재의 여유시간을 희생하면서 경제적 부를 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제적 부가 미래에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회사나 업무를 선택할 때, 그리고 회사를 옮길 때 경제적 보상은 중요한 결정 요인이다. 당장의 현금 보상의 크기와 복지 수준이 내 삶의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나친 여유시간의 희생은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여유시간은 휴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기계발과 전문성의 확대를 위해서도 여유시간이 확보돼야 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이런 생활방식이 미래의 커리어 관리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개인의 행복도를 높이게 된다.

 

이제 기업에서의 시간 개념으로 시야를 확대해 보자. 기업에서의 시간은 경제적 가치로 그 의미를 가진다. 시간은 기업의 소중한 자원이고, 그 자원의 양은 갈수록 줄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고 있는 것이다. 자원이 한정적일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경제적 이치다.

 

과거에는 시간의 양이 생산량과 비례했다. ,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이 일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과 생산이 비례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누가 더 적은 시간에 더 혁신적인 생산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창의성과 혁신성이 높은 개인과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시간 효율성은 더욱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가 쉽지 않은 이유

 

윌런스는 시간 빈곤을 느끼는 사람이 어떤 인지편향을 갖는지를 밝히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오히려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은 바쁘고, 바쁜 사람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인지편향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유독바쁘다’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실제로는 그리 여유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이런 유형의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HR 직무에서 일하면서 필자는 회사에서 바쁜 척하는 사람들이 고성과를 내거나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이런 사람들의 행동 특성이 있다. 대부분 장시간 근로를 한다. 일을 단순화할 줄 모르고 핵심적으로 일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바쁜 이유는 시간관리와 일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다. 핵심적으로 일한다.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실행 중심으로 일한다. 그들의 관심은 항상 최소의 시간을 활용하여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돼 있다. 핵심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시간 빈곤을 느끼지 않는다. 행동에 여유가 있고바쁘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필자는 시간 빈곤 문제를 기업과 조직 차원에서도 다룰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의 직장인은 항상 시간 빈곤을 느낀다. 일할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윌런스는 삶에서 시간 빈곤을 느끼는 이유로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직장에서 시간 빈곤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 때문이기보다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잘못된 것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

 

많은 한국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은 여전히시간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과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시간을 관리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과거에는 이런 방식이 통했다. 시간과 생산량이 비례하던 시절에는 장시간 근로가 생산량을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시간 중심 관리가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환경, 필요한 역량, 직원의 의식 등 모든 것이 크게 변했다. 일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 일하는 방식도 변해야 한다. 시간을 통제한다는 것은 직원이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다. 일의 시작은 여전히 상사의 지시와 결재로부터 시작되고, 사소한 의사결정도 계급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직원의 전문성과 주도성이 발휘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전히 시간 통제와 단속을 당연시하는 문화 때문이다. 시간 관리의 주도성이 직원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직원은 항상 시간 빈곤을 느낀다.

 

사람은 주도적으로 일할 때 만족도가 올라간다. 일의 주도성은 시간 관리의 주도성이다. 내가 나의 성과를 책임진다는 것은 시간 자원도 자율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는 직원에게 자율성과 주도성을 넘겨주는 대신 성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 주도성이 없으면 성공에도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고 실패에는 훨씬 더 큰 좌절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시간 관리의 주도성을 직원에게 폭넓게 넘기는 것은 일의 성과는 물론 직원의 행복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고용주가 할 수 있는 일

 

개인의 행복을 논함에 있어 조직과 일에 대해서까지 논의를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일과 조직을 떠난 개인의 행복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의 업무만족이 기업의 성과와 조직의 창의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가 실증하고 있다.

 

필자가 오랫동안 근무한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들의 휴가 사용에 대해서 매우 관대했다. 직원들은 휴가를 가는 것이 권리가 아니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 번에 장기간 동안 휴가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휴가시기를 두고 상사와 갈등을 벌이는 일은 거의 없다. 리더는 휴가나 근로시간에 대해 폭넓은 자율권을 주는 대신 성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통제한다. 평가는 성과와 전문성을 기준으로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하는 문화에서는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고 업무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

 

글로벌 기업의 리더는 시간 관리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 조직원이 휴가를 가지 않거나 근로시간이 길다는 것은 무능하거나 시간관리 능력이 없는 리더라고 인식해도 된다. 이러한 리더는 조직을 비효율적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하는 것이 효율적인 시간 관리인가?

 

첫째, 시간 확보 측면이다. 없는 시간을 낼 수는 없다. 시간을 잘 확보하는 방법은 불필요한 시간을 제거하는 것이다. 윌런스가 말한시간 구매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를 기업 차원에서 실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의미 없고 불필요한데도 관행이나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유지되는 프로세스가 많다. 복잡한 형식과 절차들은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프로세스의 단순화는 결과적으로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시간 활용 측면이다. 확보된 시간은 핵심적인 일에 써야 한다. 고객의 가치와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핵심 업무에 시간을 집중해야 한다. 핵심적이지 않은 일상 업무에 매몰되면 시간은 늘 부족해서 조직 차원의 시간 빈곤을 느끼게 된다.

 

결론

 

“인간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항상 불평하면서 마치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로마시대 사상가 루키아스 세네카의 말이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시간 빈곤감은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이는 개인 생활에서도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시간 빈곤감은 개인의 행복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시간의 심리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자. 윌런스의 아티클은 개인의 시간 관리를 행복이라는 차원에서 흥미롭게 다뤘다. 그가 제시한 실천 방법들은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필자는 이 방법들을 기업에서도 적용해 보기를 제안한다.

 

 

 

 

임병권은 현대카드와 DHL코리아 인사팀을 거쳐서 OTIS엘리베이터코리아 인사상무, 힐튼호텔 인사전무를 지냈다. 25년간 다양한 산업과 기업 환경에서 인사, 조직, 문화와 관련된 폭넓은 이슈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글로벌 기업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이라는 주제의 저서 <8시간>을 출판했다.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인사조직 MBA를 취득했으며, 현재 연성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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