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8월호

민첩한 리더십
케이트 아이작스(Kate Isaacs),일레인 백맨(Elaine Backman),데버라 안코나(Deborah Ancona)

민첩한 리더십

창조혼란사이를 걸어가기

 

 

 

 

데버라 안코나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일레인 백맨

MIT 리더십센터 연구위원

케이트 아이작스

MIT 리더십센터 연구위원

 

 

 

 

명령과 통제의 리더십을 권장하는 사람은 오랫동안 없었다.

하지만 완벽한 대안이 등장하지도 않았다.

 

 

 

 

 

IDEA IN BRIEF

도전과제

비즈니스가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은 혁신과 규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를 위해 조직의 모든 레벨에서 자발적으로 혁신을 꾀하는 창조적인 직원들도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내부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례연구

파크와 고어는 예외적인 경우다. 두 기업은 변화하는 업계 속에서 충분한 성장을 이루어냈지만 여전히 기업가정신과 혁신역량을 유지하고 있다.

 

발견

두 회사는 모든 레벨의 직원들이 리더 역할을 수행하도록 장려한다. 또한 직원들의 전체적인 행동에 따라 어떤 성장 프로젝트에 예산을 지원할지 결정한다. 그 결과, 전략적 목표에 의거해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며 관료주의는 최소한으로 유지된다.

 

 

 

 

이는 부분적으로 고위임원들이 본인들의 행동 변화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회사가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더 없이 잘 알고 있다. 권력과 의사결정, 자원배분을 조직 하부로 위임하지 않으면 그런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는 점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통제가 느슨해지면 조직이 혼란에 빠질까 봐 두려워한다.

 

필자들은 MIT에서 진행한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혁신해 온 조직들이 이러한 긴장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파고들었다.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민첩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관료적 조직이나 역사가 매우 짧은 창업 기업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필자들은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 오랫동안 기업활동을 지속하며 여건 변화에 수시로 적응하면서도 기업가정신과 최고의 혁신역량을 유지해 온 두 기업을 깊이 들여다봤다. 우리가 연구한 두 조직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제록스의 유명 R&D기업 파크PARC와 소재과학 업체인 W.L. 고어앤드어소시에이츠W.L. Gore & Associates.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여러 차례 질적 데이터 수집과 후속 인터뷰를 진행했고 2019년 자료를 업데이트했다. 이를 통해 다분야 통합팀 운영, 실험정신 등 민첩한 조직과 흔히 연관된 프로세스와 행동을 다수 발견했다.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리더십 패턴들도 볼 수 있었다.

 

첫째, 필자들은 세 가지 유형의 리더들을 확인했다. 창업가형 리더Entrepreneurial Leaders는 일반적으로 조직의 하위직급에 몰려 있으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가치를 창출한다. 이들은 조직을 미개척 영역으로 이끌어가는 집단이다. 조력가형 리더Enabling Leaders는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며 창업가형 리더들이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설계자형 리더Architecting Leaders는 조직의 상층부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주시하며 조직문화와 거시전략, 조직구조를 감독한다.

 

둘째, 파크와 고어 모두 초창기부터 혁신과 회복탄력성을 뒷받침해 온 문화규범들을 통합한다. 문화규범 중 다수는 회사 초창기부터 계승해 온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규범은리더십이 직함과 관계없이 이를 가장 잘 행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공통된 신념이다.

 

세 가지 리더십 역할과 문화규범 덕분에 파크와 고어는 놀라운 수준의 자율 경영을 실현할 수 있었다. 직원 다수가 스스로 업무를 정의하고 선택한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아이디어는 윗선의 전략가나 현업과 분리된 온실 속혁신가가 아닌 일반 직원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이 만든다. 이들은 프로젝트가 추진력을 잃으면 자유롭게 팀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 초기 예산은 사람이 모여드는 프로젝트에 제공한다. 성공이 누적될수록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작은 투자가 여러 번 이뤄지고 직원들은 어떤 프로젝트 팀에 참여할지 선택한다. 따라서 회사 자체가 좋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인재가 모이고 나쁜 아이디어는 걸러내는 일종의 시장이 된다.

 

이 시스템의 진수는 자율경영이 가능한 메커니즘 덕분에 자유와 통제가 균형을 이룬다는 데 있다. 조직은 관료적 규칙을 최소화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새로운 기회를 신속하게 활용한다.

 

우선 세 가지 리더 유형과 그들이 구현한 문화적 규범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창업가형 리더Entrepreneurial Leaders

 

파크와 고어의 일선 리더들은 보다 관료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비해 주변의 기대치가 훨씬 높다. 창업가형 리더는 성장 기회를 감지해 붙잡고, 초기 자원 조달을 위해 로비 활동을 하며, 미래를 향한 비전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성과를 내는 기회를 십분 활용한다. 필자들이 관찰한 사람들은 대부분 세 가지 특성을 보였다.

 

자신감과 실행의지.이런 리더들은 자신을 믿는다. 과감히 실험에 나서고 실패하더라도 곧 회복한다. 예를 들어, 고어의 한 엔지니어는 자사의 독자적인 방수막 기술을 사용해 양털직물 봉제작업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 전문기술자들은 그의 아이디어를 터무니없다고 여겼다. 그는 양털깎기 도구를 손에 쥐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몇 달 동안 다양한 양털깎기 방법을 시도했고, 마침내 해결책을 찾았다. 이어서 같은 방식을 사용하되 보다 빠르고 정확히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를 동료들과 함께 발견했다. 그 정도 단계가 되면 통상적으로 프로젝트는 개발을 담당하는 다른 팀으로 넘어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엔지니어는 자신이 그 기계의 활용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계속 리더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를 이끌기로 했다.

 

전략 마인드.창업가형 리더는 조직과 사업 부문, 팀의 목표를 아주 깊이 이해한다. 이들은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행동을 취한다.

 

목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유는 조직에서 간단한 운영 원칙을 수립해 소통했기 때문이다. “제품이 참신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소비자에게 약속한 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신경을 씁니다. 충분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노력을 쏟을 정도가 되려면 50만 달러짜리 매출 기회로 부족합니다.” 고어에서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의 말이다. 파크에서는 저직급 기술자라 할지라도 공략시장, 상업계약과 정부계약 간 비율, 재무적 이익 예상치, 가용한 자원 등 회사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 상세히 설명할 수 있다.

 

창업가형 리더는 기업 목표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이해를 바탕으로 일선에서 고객 니즈를 접한다. 그들은 외부와의 접촉면을 확장하며 새로운 기회를 감지하고 제품 아이디어를 개선한다. “실제 사용자들의 니즈가 어떻게 변하는지 탐색하는 직원이 많습니다. 현지 트렌드가 무엇이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려고 하죠.” 한 창업가형 리더의 말이다.

 

이런 리더 중 상당수는 조직의 전략적 목표를 완벽히 체화했기 때문에 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을 어디에 투자할지 능숙하게 결정한다. 파크의 한 시니어리더는 자기 직원들이 적어도 세 가지 전략목표 달성에 기여하는일타 삼득의 기회를 노린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대외 발표, 정부자금 확보, 상업적 성과 창출, 조직 내 다른 부서들과 시너지 창출 등을 하나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달성하는 목표를 둔 팀도 있었다.

 

전략 마인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일하는 방식’, 즉 문화적 규범을 흡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어에서는 모든 혁신이 회사의 핵심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비즈니스는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 파크에서는고상한 안목을 늘 강조하며, 기술이 동종업계 최고여야 한다고 기대한다.

 

사람을 끌어모으는 능력.파크와 고어의 리더에게는 팔로어들이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리더들은 알아서 인재를 끌어모아야 한다. 많은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가 고위관리자의 지시로 시작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개인이나 팀이 특정 기회에 관심을 갖게 되고, 관련 검토를 한 뒤 추가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한다. 이 시점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은 사람과 예산을 끌어와 팀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설득력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의 제품 혁신 실적이 우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단 자원자들로 팀을 구성하면 창업가형 리더가 첫 지휘봉을 잡는다. 하지만 팀원들이 맹목적으로 따른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자들이 연구한 두 기업은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파크에서는 이 원칙이 초창기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예를 들어, 파크 컴퓨터연구소의 초대 소장은기술적 결정을 절대 혼자가 아닌 그룹 전체가 함께 내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고어의 한 관리자는 말한다. “이런 조직문화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라고 종종 반발할 것입니다. 좋은 팀 리더라면 이렇게 반응하겠죠. ‘좋습니다. 흥미롭고 새로운 정보네요.’” 다시 말해 창업가형 리더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큼 자신감이 있어야 하지만 근거 있는 반대 의견이 제시된다면 가던 방향도 바꿀 수 있는 개방적인 태도 역시 갖춰야 한다. 팀 전체의 합의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팀이 있는가 하면, 찬반 의견을 충분히 논의한 후 리더가 결정을 내리는 팀도 있다. 사람들은 프로젝트의 필요와 본인들의 관심에 따라 다소 유기적인 방식으로 팀에 합류하기도 하고 팀을 떠나기도 한다.

 

종합하면, 리더가 자신감, 전략 마인드, 사람을 끌어모으는 능력 등의 자질을 발휘할 때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새로운 제품 개발 아이디어가 탄생해 하의상달식으로 자유롭게 발전해 나간다. 이런 자질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지켜온 세 가지 문화적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직무 자율성이다. 고어는 직원이 자신의 직무 과제와 팀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고어만큼은 아니지만 파크도 마찬가지다. 업무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인력을 자발적이고 신속하게 새 프로젝트에 재배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작은 시도를 여러 번 하며 적시에 자원을 제공한다는 원칙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성공할지 알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러 번 베팅해야 한다. 두 조직 모두 어떤 아이디어에 계속 투자할지 결정하는 집단적인 검토 프로세스가 마련돼 있다. 이를 통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경영진의 승인을 기다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바로 예산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세 번째는 누구나 리더가 될 수도 있고 물러날 수도 있다는 원칙이다. 두 회사는 공식적인 권한이 주어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인다. 고어의 한 관리자는 신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자신이 리드해야 할 타이밍을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팔로어 역할을 해야 할 때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프로세스에서는 겸손과 존중, 자신의 업적보다 팀과 회사의 성공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필요로 한다.

 

 

 

 

조력가형 리더Enabling Leaders

 

창업가형 리더보다 경험이 많고 수평적 조직 내에서 서열도 높은 편에 속하는 리더들은 프로젝트 리더들이 개인으로서 성장하도록 돕는다. 조직 내 장애요소는 없는지 탐색하고, 다른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보다 거시적인 비즈니스 변화에 촉각을 세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려면 핵심 스킬이 필요하다.

 

코칭과 직원역량 개발.조력형 리더는 전통적인 개념의 상사라기보다는 코치나 멘토에 가깝게 행동한다. 코칭 대상이 꼭 직속 부하직원일 필요는 없다. 그들은 방향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경향이 있다. 한 영업관리자는 자신과 코치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조부서 출신이라 영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었죠. 그런데 30분 정도 함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제 뭔가 좀 알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제게 꼭 필요한 질문들을 던져 주셨거든요. ‘왼쪽으로 가라고 조언하는 게 아니라오른쪽과 왼쪽 중 어디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는 식이었죠.” 필자들이 인터뷰한 조력가형 리더들은 창업가형 리더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한 리더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요. 내가 대신 처리하죠. 그 사람에게 내가 전화할게요라고 말하고픈 유혹이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의존심만 키워주게 됩니다.”

 

코칭의 핵심 중 하나는 팀이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이런 맥락에서 조력가형 리더는 보다 적극적인 문제해결사가 될 수 있다. 종종 이런 리더들은 프로젝트 팀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지 깊이 이해하고 있다. 고어의 한 팀은 다른 동료들이 어떤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한 조력가형 리더는 그 프로젝트가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포지셔닝할지 팀원들이 충분히 생각해 보도록 도왔다. 그리고 해당 내용을 사업부문 리더 회의에 안건으로 올렸고, 프레젠테이션과 예상질문, 어떤 접근방식을 취할 때 회의 참석자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을지에 관해 코치했다.

 

그 외에도 조력가형 리더는 직원들이 자기 개발에 관해 생각해 보도록 독려하고, 점점 복잡해지는 역할들 속에서 회사의 니즈와 직원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자기조직화가 일어나는 팀의 속성 덕분에 이는 매우 수월한 과정일 수 있다. 누군가가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까다로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새 프로젝트 팀과 더 큰 업무를 맡아 달라고 너도 나도 러브콜을 보내올 것이다. 그 밖의 직원들에게 조력가형 리더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관해 피드백을 제공한다.

 

연결.코칭이 창업가형 리더의 개인적 성장을 지원한다면, ‘연결은 그들이창조적인 충돌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일반적으로 조력가형 리더는 팀 리더들에 비해 조직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넓은 시야로 바라본다. 덕분에 가치 창출 기회를 포착하고 메워야 할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s’을 찾는 데 능하다. 기업가를 최종소비자와 이어주거나, 유사하거나 상호보완적인 사내 프로젝트끼리 연결해 주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마케팅, 영업, 법무 등 다양한 기능 집단이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도록 신경 쓴다. 조력가형 리더는 여러 곳을 다니며 연결자로서 자신이 보유한 넓은 관계망을 더욱 확장하고 부서와 지리적 경계를 가로질러 사람들을 연결하는 경향이 있다. 한 관리자는 제품개발 부서에 네트워킹의 달인이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이 직원은 모든 제품 콘셉트를 파악하고, 항상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고 있어요. 그는애리조나와 타파니아, 프랑스에 있는 어떤 직원들이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네요. 이들이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게 만들어 보죠라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파크와 고어에서는 저직급 직원들조차도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앞서 언급했다. 조력가형 리더는 외부 환경에서 생기는 새로운 기회와 변화에 관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이런 직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업데이트하도록 엄청나게 애쓴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단순한 형태는 조직의 일부가 다른 부분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도록 하는 것이다.(각 조직의 업무는 전체로 볼 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특히, 지역별 우선순위가 글로벌 목표와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을 때 이는 매우 중요하고도 까다로운 작업이다. 한 조력가형 리더는 말한다. “일 년에 두 차례 사업 부문과 만나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는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에게 이런 유익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해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까? 여러분에겐 어떤 비즈니스 문제가 있습니까? 우리가 여러분이고 여러분이 우리입니다.’”

 

또한 조력가형 리더는 새로운 비즈니스 맥락이 주어져도 조직이 가치를 고수할 수 있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포괄적인 명령보다는 비즈니스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할 때 이 역할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고어에서 근무하는 한 프로젝트 리더에 따르면 공급사와 논의 중인 로열티 계약서를 검토하던 한 관리자가 즉각적으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상대방에게도 공정한 계약인가요?” 이 단순한 질문을 통해 협력사가 번영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고어도 번영할 수 없다는 핵심 가치를 강조했다.

 

조력가형 리더의 역할을 가능케 하는 문화적 원칙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파크와 고어는 오래전부터 조직 전반에 걸쳐 정보에 대한 신속한 접근과 높은 수준의 연결성을 중시해 왔다. 고어의 경우 면대면 상호작용과 정보교환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장 규모를 인간공동체 규모인 300명 미만으로 유지하려 노력했다. 기술의 변화와 함께 글로벌 팀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IT와 커뮤니케이션 도구도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있다. 고어는 대부분 직원에게 입사 후 6개월 동안은 조직 전반에 걸쳐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라고 조언한다. 파크는 세계 최초로 전 직원을 전산망으로 연결한 회사다.

 

둘째, 두 회사는 비전과 핵심가치, 단순한 원칙을 의사결정의 가이드라인으로 사용한다. 고어의 관리자가 공급업체와 공정한 계약을 맺는 데 신경을 썼던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필자들은 이런 의사결정 가이드라인이 성장과 혁신, 문화적 가치를 종종 뒷받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리스크 관리 메커니즘으로까지 작동하는 것을 보고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고어에서는 모든 직원이수면이 닿는 선 아래로는 배에 구멍을 뚫지 말라는 원칙을 알고 있다. 대화 중 불편함을 느끼면 직원은 얘기를 중단하고이건 회사에 리스크라고 말해야 한다. 이어서 해당 집단은 그 이슈에 관해 전문가와 상담한다.(수면이 닿는 선 아래로 손상을 입히면 배는 가라앉게 마련이다.)

 

 

설계자형 리더Architecting Leaders

 

시니어 리더들은 조직문화와 구조, 자원에 변화가 필요한 거시적 이슈에 집중한다.

 

소유권이나 지배구조 변화로 인해 판 전체를 재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사업 부문이던 파크는 2002년 제록스 구조조정 과정에서 독립자회사가 됐고, 이에 따라 사업다각화가 필요했다. 생존하려면 돈이 되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정부 프로젝트를 더 많이 수행하며,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했는데, 이런 메시지는 최고경영진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기업 내부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해 판을 다시 짜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고어의 하부조직 중 어느 곳도 아시아에 제조설비를 둘 때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내다볼 정도로 폭넓은 안목이 없었다. 하지만 최고경영진은 아시아 설비 투자가 회사에 가장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자원을 재분배했다.

 

설계자형 리더는 외부 위협과 기회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내부 운영의 돌봄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은 조직 하부에서 시작된 움직임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이는 조력가형 리더와 창업가형 리더가 추진한 지속가능성 증진 이니셔티브를 확대 발전시킨 고어 경영진의 모습에 잘 나타난다. 설계자형 리더는 로컬 조직이 인식하지 못한 공백을 메우기도 한다. 파크의 시니어 리더들이 기업가 마인드를 지닌 박사 인력 채용을 추진한 경우처럼, 조직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길을 찾아내기도 한다.

 

고어의 시니어 리더들은 신제품 개발의 성공률이 하락하는 상황을 염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능 부서 리더와의 협의하에 창업가형 리더들이 신규 프로젝트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현실성real/경쟁력real/가치worth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이 프로세스에서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제품과 시장에 현실성이 있는가?

그 제품과 회사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고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는가?

 

 

마지막으로, 개별집단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지만 회사 전체로는 최선이 아닐 경우에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별집단은 자체적인 전산, HR, 재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존 사례를 볼 때, 이런 기능을 분산하면 회사 전체적인 조율과 협업에 방해가 된다.

 

 

 

 

큰 변화를 추진하는 중이라면 시니어 리더는 하향식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이는 물론 집단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역행한다. 리더들은 이런 때에 특히 설명하고 경청하는 데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기울여도, 변화에 저항하는 직원이 있고, 시니어 리더가인정사정 없이더 과감하게 밀어붙이길 바라는 직원도 있을 것이다. 이런 변곡점에 직면할 때, 설계자형 리더는 조직 내 평판이 훌륭해야 성공할 수 있다. 회사도 외부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다면 변화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위의사티야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문화를 재창조하는 법을 보면 변화를 도입해 더 민첩한 조직으로 거듭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앞서 논의한 문화적 원칙들은 세 가지 유형의 리더십을 모두 뒷받침한다. 이렇게 리더십과 문화가 결합하면 유연하게 적응하는 자기강화 시스템이 구축된다. 엄청난 자율성이 주어진 덕분에, 재능 있는 직원들이 언제든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관심 가는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다. 권력이 조직 전반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자유롭게 프로젝트로 추진 가능하다. 이들은 또한 조기에 리더십 교육을 받고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하며 적합한 사람을 프로젝트로 포섭하는 법을 터득한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연결하고 공동 목표를 커뮤니케이션하면 창조적인 충돌이 일어난다. 이를 통해 서로 단절됐던 프로젝트는 시너지를 발산하는 협업으로 발전한다. 필요에 따라 자원을 일괄 배분하는 방식은 유망한 프로젝트가 필요한 만큼 지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명확한 가치를 폭넓게 공유하고 단순한 원칙을 강조하면 조직의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시스템에는 주목할 만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리더십의 분산.파크와 고어에서는 자신을 리더라고 칭하는 직원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기업문화도 직원들에게 그런 태도를 기대한다. 그 결과, 이 두 기업에는 언제라도 리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정예 인력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상황에 맞게 리더 교체가 쉽게 일어난다.

 

물론 서로 다른 유형의 리더들이 늘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각자의 과업이 딱 떨어지게 구분되진 않는다. 예컨대, ‘전략 마인드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내용은 어떤 리더십 유형에 포함시켜도 무방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세 가지 리더십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역할은 앞서 설명한 것보다 더 유동적이다. 훌륭한 창업가형 리더는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신제품 아이디어를 속속 내놓는다. 타고난 조력형 리더도 어떤 직위나 직급에 있든지 연결하고 커뮤니케이션하며, 코칭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필자들은 설계자형 리더가 맡을 법한 대규모 변화 캠페인을 조력형 리더가 시작하고 관리하는 사례도 수차례 볼 수 있었다.

 

다수의 힘.학계에서는 하위집단의 개인적 상호작용으로부터 시스템 차원의 질서가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출현emergence’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우리는 파크와 고어에서 이런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새로운 제품개발 팀에 합류하는 자원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프로젝트 예산지원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친다. 프로젝트 시작 후 인력이 추가로 팀에 합류한다면, 자원이 지속적으로 유입된다. 이런 형태의 크라우드 소싱 전략과 설계자형 리더십의 결합이 CEO의 상명하달식 의사결정보다 더 효과적일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일단 지금까지 실적은 양호하다. 또한 많은 직원이 환경의 변화를 읽고, 고객과 대화하며, 직접 관찰한 사실에 따라 실행하면서 조직 전체가 민첩해지고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자유와 통제가 균형을 이루는 프로세스. 리더들과 이런 종류의 시스템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은 권력, 의사결정, 자원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 머리로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들에겐 조직이 혼란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그러나 파크와 고어의 사례는 다른 어떤 관료주의적 규제보다 질서를 잘 유지하면서도 혁신까지 뒷받침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이런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두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질서를 유지하는지도 살펴보자.

 

 

개인들은 자신이 납득할 수 있어야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따라서 개발 프로세스 초기에 직원의 피드백과 우려사항을 프로젝트에 반영한다. 성공 가능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에서는 인재가 빠져나간다.

조력가형 리더가 새로운 정보에 대한 논의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는 덕에, 어느 누구도 전략적 마인드가 경직되는 법이 없다.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문화적 가치와 단순한 원칙들이 일상 대화와 의사결정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게 된다.

집단적인 검토과정을 거치므로 특정 리더가 아끼는 프로젝트라고 해서 투자 결정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소규모 투자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재투자가 반복해서 이뤄지는 식이기 때문에, 잘못된 투자 한 번으로 전체 운영이 망가지는 일은 없다.

 

 

앞서 설명한 리더십역할과 문화적 규범, 시스템 차원의 점검은 규정하기 어렵지만 매우 실질적인 디딤돌을 이 기업들에 제공한다. 필자들은 고어를 방문할 때마다 예상치도 못한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비행기 안에서도 무선인터넷을 끊김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절연 케이블에서부터 부피는 크지 않지만 보온 효과가 뛰어난 신발 제조기술까지 다채롭게 연구 중이라고 한다. 파크와 고어에서는 놀라운 에너지와 삶의 즐거움이 넘친다. 신제품 성공률을 개선하고 직원 몰입도를 높여야 하는 기업이라면 주목하길 바란다. 

 

번역 류아람 에디팅 김성모

 

 

데버라 안코나(Deborah Ancona)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셀리 석좌교수이자 MIT 리더십센터 설립자다.

일레인 백맨(Elaine Backman) MIT 리더십센터의 연구위원이다.

케이트 아이작스(Kate Isaacs) MIT 리더십센터의 연구위원이자 디아로고스 경영컨설팅(Dialogos Generative Capital)의 파트너다. (참고: W.L. 고어앤드어소시에이츠는 연구자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법적 합의하에 본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 비용 일부를 지원함.)

 

  • 아티클 다운로드
    (PDF)
    5,000원

    담기바로구매

  • 2019년 7-8월호
    25,000원
    25,000원

    구매하기

  • 디지털서비스
    1년 150,000원

    디지털서비스란

    신청하기

인사조직 다른 아티클

무료 열람 가능 아티클 수 0/1 회원가입 | 서비스상품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