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10월호

즉흥 코미디가 가르쳐준 팀 결속력 강화 비결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

즉흥 코미디가 가르쳐준 팀 결속력 강화 비결

행동과학자가 10주간의 코미디 수업에서 얻은 교훈

프란체스카 지노

 

 

 

 

20년 동안 개인보다 팀 단위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향이 점차 확산됐다. 조사에 따르면 팀 조직이 직원의 업무몰입도를 이끌어내는 핵심 역할을 한다.(190p 아티클보이지 않는 팀의 힘참조) 하지만 심리학자 J. 리처드 해크먼J. Richard Hackman의 선구적인 연구를 포함한 지난 수년간의 심리학 및 경영학 연구를 통해, 우리는 팀이 직원의 업무몰입도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리더가 대화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경청할 줄 모르고, 남의 아이디어를 거부한다. 그 결과 팀원들은 종종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그저 따분하게 생각해 관심을 끊는 경향을 보인다.

 

나는 학술연구를 진행하면서 전 세계 다양한 조직에서 여러 유형의 팀을 연구했다. 모든 팀원이 기여하고 학습하는 최고의 소통집단은 업무단지가 아니라 즉흥 코미디 수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는 흔한 데이트에서 벗어나 색다른 시도를 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10주짜리 코미디 강좌에 등록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주 1회짜리 수업에서 내가 지금껏 봐 온 단조로운 팀 업무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도구를 알게 됐다.

 

즉흥 코미디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떤 장면scene을 구성하거나 이야기를 하든지 간에 모두 발언 기회를 갖는다. 멤버들이 제시하는 모든 의견은 환영과 존중을 받고, 참여자들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함께 협력하고 지지한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과 관점에 대해 논의하면서 서로에게 배우고 자신의 판단을 개선해 나간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내 의견을 존중한다고 느낄수록 더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싶어한다.

 

코미디언은 무대에서 받는 관심을 남들과 나눠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렇게 평등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까? 비결은 기본 원칙을 정해두고 협력을 북돋는 테크닉을 이용하는 데 있다. 비즈니스 리더도 이 접근방식을 기업 환경에 맞게 조정해 활용할 수 있다. 직원의 업무몰입도를 높이고자 하는 리더에게 특히 도움이 될 만한 세 가지 즉흥극 테크닉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1. 내가 할 말을 준비하는 대신, 귀를 열어라

 

가장 최근에 있었던 팀 회의를 떠올려 보자. 다른 팀원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제대로 듣고 있었는지, 아니면 해야 할 말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대부분이 후자에 해당한다.

 

즉흥극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타인의 말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는 것이다. , 남의 말을 충분히 듣고 상대방이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입을 다무는 것이다. 당신의 목표는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두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일은 주의 깊게 듣고 상대가 그 장면에서 설정한 감정과 리듬에 맞춰줄 때에만 가능하다. 타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면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흡수할 수 있다.

 

연기자가 더 능숙한 리스너가 될 수 있게 해주는 즉흥극 게임은 많다. 우리 수업에서 했던 게임 중마지막 단어 잇기라는 게 있다. 이 게임은 상대가 내뱉는 마지막 단어를 이용해 그 다음 문장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대가간밤에 꿈을 꿨어. 어떤 쥐에게 친한 친구가 생겼는데, 바로 다섯 마리의 고양이라고 말했다면, 당신은고양이로 시작하는 문장을 생각해내야 한다. 이 게임은 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불쑥 끼어들거나 잠자코 자신의 대답을 계획하는 대신, 상대방의 말에 온전히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리더는 이 게임방식을 변형해 팀 회의에 적용할 수 있다. 회의에서 누군가가 말을 끝내면, 다음 사람은 앞 사람이 뱉은 마지막 단어로 발언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다. 아니면 앞사람이 마지막으로 언급한 아이디어로 이어갈 수도 있다. 그리고 리더도 반드시 팀원들과 같은 룰을 따라야 한다.

 

경청은 남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고, 한 사람이 너무 오래 시간을 끌지 않게 해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혼자서 논의를 주도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나와 남편은 수업시간에한 단어 이야기라는 게임을 하면서 이 기술을 연습했다. 각 그룹 멤버가 한 번에 한 단어만 제시하면서, 마치 한 명의 화자가 보통 속도로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하듯이 말을 이어가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선생님이 이야기의 제목을 제시하고 게임을 시작할 사람을 지목한다. 지목된 사람부터 왼쪽으로 돌아가며 다음 단어를 계속 이어간다. 우리는난로 위에 올라앉은 털북숭이 강아지라는 제목을 듣고 게임을 시작했다. “어떤 - 강아지가 - 있었는데 - 이름은 - Hot이었고 - 빨갛고 - 노란 - 난로 - 위에 - 앉는 - 것을 - 좋아했는데···.” 이 게임은 지위나 직함에 상관없이 누구나 집단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흥미로운 단어를 보탤 수 있는 순서가 모두에게 돌아가지는 않지만, 제시되는 모든 단어가 이야기 전체를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원칙은 팀 조직에도 유용할 수 있다. 팀원마다 다른 계획이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기 때문이다. 팀원들은 아직 설익은 아이디어라도 팀과 공유해야 한다. 이런 아이디어가 다른 팀원에게 영감을 주고 생각을 완성할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쓸모없는 아이디어는 없다는 점을 리더가 명확히 밝혀 두면, 팀원들은 더 자신 있게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아니면 리더가 먼저 설익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2.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에 애착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대화나 팀의 업무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갈 때 열린 태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내가 동료들과 함께 연구한 결과, 사람들이 어떤 행동 방침을 한 번 정하고 나면 기존의 결정이 틀렸다는 증거가 있더라도 번복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마음을 바꾸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즉흥극 수업에서 했던 한 장면이다. 에릭이라는 학생이 밤색 가죽의자에 앉아 자동차 핸들을 쥐듯이 손을 앞으로 뻗고 있었다. 내가 그 옆에 앉자 에릭은 이렇게 말했다. “엔터프라이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혹시 새 유니폼 제작 기계에 대해 들으셨나요?” 강의실의 다른 사람들은 에릭이스타트렉의 커크 함장을 연기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몰랐던 나의 대답은 이 장면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틀었다. “, 그 소식을 듣고 실망했어요. 지난번 회의 이후에 다른 제품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우리 지난번에는 줄무늬 팬티가 차세대 대박상품이 될 거라고 얘기하지 않았나요?” 에릭은 내 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줬다. 의도했던 장면의 방향이 나로 인해 고의든 아니든 빗나가 버렸다는 사실을 재빨리 파악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에릭은 이제 우주선을 지휘하는 대신 차를 운전하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3]

 

즉흥극에서 사람들은 예측 불가능성을 주고받는다. 당신은 상대방이 다음에 어떤 말을 할지, 당신의 행동이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심지어는 언제 어떻게 이 장면이 마무리될지 전혀 알 수 없다. 언제나 순전히 즉흥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 바로 즉흥극의 묘미다. 이런 식의 개방성은 팀 업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리더는 회의 첫머리에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으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해야 한다. ?” “어떻게?” “만일 ···한다면?”과 같은 유형의 질문을 던져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내가 이전에 HBR에 기고한 아티클회사에 호기심 많은 인재가 필요한 이유’(2018 9-10월호)에서도 썼지만, 호기심은 소통의 통로를 열어주고, 갈등을 줄여주고, 업무몰입도를 높여준다.

 

즉흥극 수업을 듣기 전에는 나도, 내 남편도 즉흥적으로 유머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도 우리가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할 만큼 웃기다고는 감히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는 스스로 웃길 줄 알고, 일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물론 연습이 필요하지만 어떤 팀원이라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테크닉이다.

 

 

 

 

3. 모두가 겁내지 않고 참여하게 하라

 

단체 대화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한다면 대화의 효율을 훨씬 높일 수 있다. 누구나 남의 아이디어를 속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남들보다 권력이 많은 사람이 이런 충동을 특히 더 강하게 느낀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사람들에게 문제해결 과제를 주고 팀을 이뤄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일부 그룹의 팀 리더에게 권력감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권력감을 느낀 리더들은 논의를 주도했고, 따라서 팀원들의 참여가 낮았다. 결과적으로 이런 팀은 리더가 권력감을 느끼지 않은 팀보다 과제 수행도가 훨씬 낮았고, 팀원들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도 덜했다. 나는 또 다른 연구를 통해 실망스러운 피드백을 받은 사람은 이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제공한 이를 피하고 성과도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즉흥극에서는 참여자마다 권력 차이가 별로 뚜렷하지는 않지만, 재능이나 자신감이 유독 뛰어난 참가자가 무대를 장악할 수가 있다. 어쨌든 여기에는 위계도 없고 따라야 할 대본도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 즉흥극은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그리고···’의 핵심 원칙을 사용한다. 이 원칙은 누군가가 정한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의 설정에 수긍하고 그 설정을 거스르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어떤 장면의 첫 번째 연기자가 당신에게 이렇게 제안한다고 해보자. “, 이 사과 받아요.” 당신은이건 사과가 아니라 아주 작은 수박인데요라고 대답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대답하면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극을 망칠 것이다. 그보다는좋아요. 그리고 이 사과에 독을 넣은 다음 여왕에게 갖다 주면 되겠군요라고 대답하는 편이 좋다. ‘, 그리고···’의 원칙은 연기자들이 모든제안혹은 전제에 수긍하고, 상대방이 시작한 대사를 살리는 말을 보태는 것이다.

 

리더도 이런 원칙을 팀에 적용해 팀원들의 업무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다. 비즈니스계에서는 이런 테크닉을플러싱(plussing, 더하기)’이라고 부른다. 플러싱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의견을 더하고, 하지만···” 대신, 그리고···”라고 말하는 기법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회의를 할 때 바로 이 플러싱 기법을 통해 비판을 긍정적으로 활용한다. 플러싱은 단정적 판단보다는 호기심을 표현해서 부드럽게 비판하고, 듣는 사람이 훨씬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무대에서든 회사 팀에서든 열린 분위기는 자신감, 즉흥성, 신뢰를 북돋아준다. 나는 연구를 통해 리더가 어떤 아이디어라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향을 보여주면, 직원들이 훨씬 거리낌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렇게 리더는 직원들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고 자신감과 안전감을 불어넣어줘서, 직원들이 각자의 생각을 말로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리더가 이런 즉흥극 기법을 팀에 적용하면 모든 팀원이 훨씬 재미있게 업무에 임할 수 있고,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촉진할 수 있다. 또 모든 팀원이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혼자 일하기보다 팀을 이뤄 일하는 걸 선호하게 될 것이다.

 

 

[3]엔터프라이즈는스타트렉에 나오는 우주선 이름이기도 하고, 미국의 유명 렌터카업체 이름이기도 하며, 사업체라는 뜻의 일반명사이기도 하다.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는 행동과학자이자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다. 지은 책으로는 <  긍정적 일탈주의자: 내 안의 탁월한 말썽꾸러기 해방시키기  > (한국경제신문사, 2019) <  Sidetracked: Why Our Decisions Get Derailed, and How We Can Stick to the Plan  >이 있다. 트위터 계정은 @francescagin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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