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8월

최상의 마케팅 조직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여준상

이번 호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마케팅 조직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그중최상의 마케팅 기구(The Ultimate Marketing Machine)’ 아티클은 최근 잘나가는 기업의 마케팅 업무와 조직 운영 관련 공통점을 발견, 제시하고 있다. ‘마케팅2020’이라는 조사 연구를 통해 우수 기업의 마케팅 업무 특성 3가지, 조직 운영 특성 5가지를 각각 발견해 요약, 정리했다. 우수 기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IT의 발달로 마케팅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시대에 맞는 변화를 스스로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부서만이 아니라 전 부서에서 마케팅 관점의 업무대응을 한다는 점이 돋보이며 조직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맞춰 전략을 짜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한 회사 차원의 전략을 먼저 짜고 거기에 맞춰 조직을 만들어가는 점이 다르다.

 

아티클의 공헌점

저자 자신들도 본문 중간중간에 밝히고 있지만 일부 내용들은 이미 잘 알려지고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것이라는 점, 또 몇몇 제안은 아직 한국 상황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다. 하지만 내용의 상당 부분은 한국 기업의 최고경영자, 임원급에게 마케팅에 대한 조직적 측면의 이해, 새로운 관점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첫째, 그동안 마케팅과 관련해 조직적 측면을 이슈화한 연구가 별로 없었다는 면에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마케팅 하면 대부분 프로모션, 커뮤니케이션 관련 전략에만 초점을 맞춰왔기에 조직 측면에서 마케팅 주제를 다뤘다는 자체가 신선하다.

 
둘째, 어느 한 전문가의 경험, 직관을 바탕으로 개인적 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실증 조사를 바탕으로 실제 우수 기업의 마케팅 조직에 관련된 특성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정리했다는 측면에서 실체적 접근이다. 내용을 차치하고라도 이런 광범위한 실증 조사를 시도한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한국도 이런 범기업적 마케팅 역량 관련 실증조사가 시행된다면 많은 기업에 마케팅 관련 인사이트를 제공하리라 본다.

 
이 연구가 학회, 일반 기업체, 컨설팅사, 언론사, 시장조사회사, 소프트웨어사의 공동 기획이었다는 점, 350명의 마케팅 관련 최고책임자를 심층 인터뷰한 질적연구와 100여 개국 1만여 명의 마케터를 설문조사한 양적연구가 함께 실행됐다는 점도 돋보인다. 조사 대상기업의 3년간 매출성장률을 기준으로 우수, 비우수 기업으로 분류해 상호간 결과와 비교해 최상의 마케팅조직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간결하면서도 쉽게 전달했다.

 
셋째, 본문에 제시된 몇몇 키워드는 그동안 마케팅 문헌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 또는 구분을 제안했다. 그중에서도 마케팅 역량 또는 역할에 대한 3가지 구분(think, feel, do)은 향후 마케팅의 조직적 운영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과 사고가 차가운 머리에 해당된다면 감성에 기반한 고객과의 소통은 따뜻한 가슴에 해당될 것이며, 실체적 콘텐츠와 디자인을 구현하는 제작은 역동적 팔, 다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수 마케팅 조직의 특성

본 아티클은 우수 기업에 나타나는 마케팅 업무 방식의 공통적 특성 3가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첫째, 우수 기업에서빅데이터를 통한 인사이트 도출이 발견됐는데 최근 많은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이슈여서 새롭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잘나가는 기업에 나타나는 공통점이라는 것은 이것이 매우 중요한 원칙에 해당된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고객들이 왜 특정 행동을 하는지, 그들의 마음속 기저에 있는 근원적 욕구, 동기를 파악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본문에 나이키플러스 사례가 있다. 나이키플러스는 보상받기를 좋아하고 남과의 비교를 통해 성취를 느끼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를 잘 찾아내 이를 자극했다.

 

 
둘째, ‘목적이 분명한 포지셔닝이 우수 기업의 공통점으로 나타났다.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많은 기업의 포지셔닝을 보면 근시안적이고 지나치게 제품지향적으로 좁게 정의하는 특징이 있다. 본문에 소개된 아크조노벨의 듀럭스는 많은 기업에 좀 더 목적지향적으로 포지셔닝을 넓게 정의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단순히 벽에 페인트 칠하기 위함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색깔을 입힘으로써 긍정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포지셔닝으로 가져간 것이다.

 
셋째, 우수 기업의 공통점으로총체적 경험 제공이 도출됐는데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고객접점이 더욱 다양하게 진화하는 디지털시대에 고객향 경험의 폭과 깊이 관리는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맥코믹 사례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창출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요소 활용, 경험의 특별성을 제공하기 위한 고객맞춤형 레서피 추천 활용의 예를 배울 수 있다.

 

마케팅 조직 운영과 한국적 상황

마케팅2020’ 조사연구를 통해 조직운영 측면에서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5가지 요인이 도출됐다.

 
첫째, 우수 기업의 경영진은 마케팅을 조직 내 다른 부문과도 긴밀하게 연결시킨다. 마케팅과 다른 분야를 통합시켜 조직 내 자기영역에 대한 폐쇄적인 분위기를 없앤다는 의미인데 상당히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물론 최고책임자 통합 부분에서 마케팅과 HR을 통합하는 것과 같이 일부 예시는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 가능한 것인지, 또 업무의 연관성이 낮아 통합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지속경영, 고객기술 간의 결합은 의미 있는 시도다. 사실 이런 조직적 연결을 시도하는 기업이 아직 많지 않다. 많은 한국의 기업들은 아직도 경영의 각 기능별로 독립적 조직운영을 하고 있으며, 더구나 마케팅은 마케팅 부서의 전유물로 인식되면서 타 부서, 타 업무와의 연결성이 약하다. 이 아티클을 통해 향후 마케팅 중심의 조직적 연결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둘째, 우수 기업은 조직의 모든 임직원에게 자기 브랜드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는다. 이 대목은 한국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아직도 많은 한국 기업은 브랜드는 마케팅부서에서, 그리고 고객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브랜드는 마케팅부서를 통해 고객에게 커뮤니케이션되기에 앞서 회사 전 부문의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도록 커뮤니케이션돼야 하며 이를 통해 회사 전체 차원의 마케팅 지향성이 생겨날 수 있다. 인사, 재무, 생산운영 모두 자기 회사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영감을 바탕으로 업무에 나서야 하며 그래야 고객에게도 그 기운이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유니레버는 직원들이 자기 회사 브랜드에 얼마나 빠져 있는지(brand engagement), 구글은 직원들이 구글다움을 실천하는지(Googliness) 체크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셋째, 우수 기업은 직원들에게 몇 가지 핵심 우선사항에만 집중하도록 한다넷째, 민첩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갖춘 팀을 조직하며다섯째, 성공에 필요한 내부 역량을 축적한다. 이 중에서 민첩성을 위한 네트워크형 조직 운영이 눈길을 끄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마케팅최고책임자, 브랜드최고책임자 등 고위급 임원들은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 같은 통합적 조정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Think(분석적사고), Feel(감성적관계), Do(실체적행동) 3가지 마케팅 역량 또는 역할이 조직 전체 내에 잘 스며들도록 통합, 조정, 관리하는 것이 우수 기업의 마케팅 지향적 조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마케팅 역량을 축적하기 위한 교육훈련의 지속성과 전직급으로의 확대성은 한국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필자가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기업체 교육을 하다 보면 많은 관리자들이 이 교육을 임원들에게도 할 필요가 있음을 자주 언급한다. 마케팅 역량 교육은 사원, 관리자급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 주제에 대해 최고책임자에서 사원에 이르기까지 차별 없는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특히 본문 내에 소개된 일부 기업에서 행하는역멘토링(reverse mentoring)’은 임원들이 하위 관리자나 사원으로부터 디지털, 첨단과 관련된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배울 수 있음을 가늠케 하는 좋은 사례다. 한국 기업에서도 직급과 무관한 좀 더 유연한 마케팅 역량 교육과 디지털에 능한 부하직원으로부터 마케팅 관련 역량을 배울 수 있다는 열린 관점이 요구된다.

 

여준상

여준상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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