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월호

고객의 ‘해결과제’를 파악하라
캐런 딜런(Karen Dillon),데이비드 S. 던컨(David S. Duncan),테디 홀(Taddy Hall),클레이턴 M.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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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해결과제’를 파악하라

혁신활동의 성패는 원래 운에 달려 있다고?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고객의 선택을 좌우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면 말이다.

 

클레이턴 M. 크리스텐슨, 태디 홀, 캐런 딜런, 데이비드 S. 던컨

 

Idea in Brief

 

문제점

지난 수십 년간 혁신활동 성공률은 전 세계적으로 형편없이 낮았다.

 

개선할 점

마케팅 담당자들과 제품 개발자들은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에 숨겨진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에만 집중한다. 고객들이 특정한 상황 속에서 달성하고 싶어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관심을 쏟지 않았다.

 

해결 방안

혁신에 성공하는 이들은 고객이 일상에서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과제들을 파악하고, 파악한 과제들에 맞게 제품과 소비자 경험과 프로세스를 설계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혁신은 늘 리더의 최우선과제이자 가장 큰 골칫거리 였다. 얼마 전 맥킨지가 전 세계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에서 응답자 가운데 84%가 기업성장 전략에서 혁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응답했는데, 무려 94%가 자사의 혁신 성과를 불만족스럽게 여겼다. 혁신의 결과는 십중팔구 성에 차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다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이다.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객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빅데이터 혁명 덕분에 엄청나게 많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객 정보를 전례 없이 신속하게 수집해 복잡한 분석작업을 거뜬히 수행할 수 있는 시대다. 많은 기업이 조직적이고 규율화된 혁신 프로세스를 구축해 고도로 숙련된 인재들의 손에 관리를 맡기고 있다. 대다수 기업이 혁신에 따른 리스크를 신중히 계산해 완화시키고 있다. 언뜻 보면 기업들이 정확하고 과학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방법을 통달한 듯하다. 하지만 혁신활동의 결과는 여전히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근본적으로는 기업들이 생성하는 대량의 고객데이터가 대부분 상관관계를 파악할 목적으로 구조화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고객은 저런 경우에 해당하는 듯하다든지전체 고객 중 68% B버전보다 A버전을 선호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수치 안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작업도 나름 흥미롭지만, 패턴만으로 하나의 사실이 다른 사실을 유도했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가 같지 않다는 사실은 그리 새로울 것 없지만, 관리자 대부분이 상관관계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추측을 해볼 수는 있다.

 

어째서 이런 엉뚱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 글의 공저자인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을 예로 들어 보자. 크리스텐슨은 64세 남성이다. 신장은 2m를 살짝 넘고, 신발 치수는 300mm이다. 크리스텐슨 내외는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부부끼리만 살고 있다. 크리스텐슨은 혼다 미니밴으로 통근한다. 이 사람의 특징을 이렇게 많이 열거할 수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이 사람이 밖에서 <뉴욕타임스>를 사 보는 행동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크리스텐슨이 뉴욕타임스를 사 보는 이유는 훨씬 구체적이다. 기내에서 읽을거리가 필요해서일 수도 있고, 농구 팬들에게 중요한 전미 대학농구대회 시즌이어서일 수도 있다. 크리스텐슨과 관련된 인구통계학적 정보나 심리분석적 정보를 수집해 다른 구매자 세그먼트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런 구체적인 이유를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위대한 기업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본 뒤 우리는 상관관계와 고객정보 수집에 집중하는 기업일수록 전략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히려 관심을 쏟아야 하는 부분은 특정한 상황에서 고객이 개선하고 싶어하는 부분, 다시 말해 고객이 완수하고 싶어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를해결과제job to be done라고 부른다.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줄을 서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처럼 사소한 과제도 있고, 더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찾는 일처럼 큰 과제도 있다. 항공사가 위탁수하물을 분실하는 바람에 출장 중 비즈니스 미팅에서 입을 옷을 마련해야 하는 일처럼 느닷없이 생기는 과제도 있다. 아니면 등교하는 딸아이에게 건강식으로 점심도시락을 챙겨 주는 일처럼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의 본질은 과제를 수월하게 수행하기 위해 그 제품을고용한다는 점에 있다.

 

제품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다음 번에 같은 과제를 위해 동일한 제품을 다시고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제품이 과제를 시원찮게 수행했다면, 그 제품을해고하고 대용품을 찾아 나선다. 여기서제품은 기업이 판매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솔루션을 편의상 지칭하는 단어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가고용대상으로 고려하는후보군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말고도 매우 다양하다.

 

이 같은 통찰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 교수가 지난 20년간 담당해 온 수업에서 생겨났다.(HBR 2005 12월호에 실린 ‘Marketing Malpratices’ 참조) 이 글에서 소개하는해결과제이론은 파괴적 혁신 이론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발전됐다. 파괴적 혁신 이론의 핵심은 혁신에 대한 경쟁적 대응에 있는데, 이 이론은 붕괴 위험에 처한 기업들의 행태를 설명하고 예측해 주며, 어느 신규 진출 기업이 이들에게 가장 위협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파괴 이론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는지를 일러주지는 않는다. 반면에해결과제이론으로는 알 수 있다. 고객이 어떤 선택을 왜 했는지는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동원해도 알아낼 수 없지만 이 이론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고객이 어떤 구매결정에 이르게 한 요인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데 집중하는 기업들은 사업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삶을 옮겨주는 사업

 

지인 가운데 혁신 컨설턴트로 일하는 밥 모에스타라는 사람이 있다. 모에스타는 10년 전 디트로이트 지역의 한 건설사로부터 신규 아파트 분양률을 높여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이 회사는 은퇴나 이혼 등의 이유로 집을 줄였으면 하는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았다. 타깃층의 구미를 당길 수 있게 12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사이로 분양가를 책정하고, 고급 마감재를 적용해 럭셔리함을 더했다. 삐걱거리지 않는 바닥재를 깔고, 지하실은 3중으로 방수처리를 하고, 화강암 싱크대 상판을 설치하고, 스테인리스스틸 가전제품을 들여놓았다. 영업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주 6일 고객응대 체제도 마련했다. 그리고 주요 신문의 일요판 부동산 섹션에 대대적인 분양광고를 실었다.

 

내방객이 줄을 이었지만 실제 분양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돌출창을 달면 더 나으려나? 포커스그룹 참가자들도 이 아이디어에 호응을 보였다. 그래서 건축팀은 견본주택 몇 군데에 급히 돌출창을 달았다.(그리고 포커스그룹이 제안한 다른 세부사항들까지 반영했다.) 그런데도 분양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아파트 각 유닛에 적용된 모든 세부사항에 대해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했지만 누가 단순한 구경꾼이고 누가 실수요자인지 구분하는 법은 알 수 없었다. 분양률이 낮은 원인을 짐작해 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날씨가 궂어서, 영업사원이 일을 시원찮게 해서, 경기불황 조짐이 보여서, 휴가철을 맞아 분양시장이 한산해서, 아니면 아파트 입지가 별로여서일 수도 있다.

 

 

모에스타는 이런 요인들을 파고드는 대신 색다른 접근방식을 택했다. 이미 분양받은 이들이 이 아파트를 무슨 용도로고용했는지 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이 아파트에 입주하기까지 지나 온 과정을 시간순으로 나열해 달라고 부탁했죠.” 모에스타는 이렇게 회상했다. 수십 차례 진행된 면담에서 드러난 패턴들을 통해 모에스타가 가장 먼저 깨달은 사실은 이 방법으로는 어떤 사람이 아파트를 살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아파트를 산 사람들 모두 집 크기를 줄이려는 목적이 있긴 했지만, 인구통계학적 특징이나 심리분석적 특징 면에서 별 다른 공통점은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들이 구입 결정을 내릴 만큼 중시한 특징들 역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인터뷰 과정에서 특이한 단서가 드러났다. ‘식탁이었다. 잠재고객들은 큰 거실, 넓은 손님용 침실, 편안하게 앉아 먹고 쉴 수 있는 바 테이블이 있었으면 한다고 거듭 말했지만, 정찬용 식탁을 원한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실제 분양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면담에서 정찬용 식탁 얘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사람들이 계속 이러는 겁니다. ‘우리집 식탁을 어떻게 할지만 결정되면 언제라도 입주할 수 있어요라고 말이죠.” 모에스타는 말했다. 모에스타와 그의 동료들은 도대체 식탁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면담에 응한 이들의 주요 화제는 철 지난 낡은 가구를 자선단체에 보내거나 인근 폐기장에 내다버리는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모에스타는 성탄 연휴에 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누군가가 생일을 맞거나 휴일이 되면 모든 가족 활동이 이 식탁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평소에는 이 위에 아이들 숙제가 널브러져 있곤 했다. 식탁은 가족의 상징인 셈이었다. 모에스타는 건설사가 미처 제공하지 못한 기능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 물건을 포기해야 하는 데서 생기는 걱정 때문에 아파트 구매자들이 입주를 망설였다는 가설을 세웠다. 알고 보니 수십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구매한다는 결정은 가족 구성원들 가운데 크고 거추장스러운 집안의 가구를 기꺼이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모에스타와 그의 팀은 새로 알게 된 사실을 토대로 잠재적 주택구매자들이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우리가 주택건설업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모에스타는 말했다. “그런데 실은 삶을 옮겨주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고객의 해결과제를 비로소 이해하고 난 뒤 회사는 작지만 의미 있는 여러 변화를 도입했다. 예를 들면 건축팀은 각 유닛에 정찬용 식탁을 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손님용 침실의 크기를 줄였다. 입주자들이 이사라는 거사를 치르는 데 따르는 불안을 줄이는 일에도 역점을 뒀다. 이를테면 이사업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2년간 창고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아파트 부지에 물품 분류실을 따로 마련해 신규 입주자들이 버릴 물건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골라내도록 배려했다.

 

고객의 해결과제에 대한 이런 통찰 덕분에 이 회사는 경쟁사들이 모방하기는커녕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방법으로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새로운 관점이 모든 것을 바꿨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500달러나 올랐는데, 이사 서비스와 창고 비용을 충당하고도 수익을 남기는 액수였다. 2007년 업계 매출이 49%나 급감하고 시장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 이 회사는 오히려 25%나 성장했다.

 

해결과제 이해하기

 

성공적인 혁신은 고객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게 도와준다. 즉 고객이 진행해야 하는 일을 도와주면서도 진전을 방해하는 걱정거리나 무기력함을 해결해 준다. 여기서 분명히 해둬야 하는 점이 있다. ‘해결과제는 만병통치약 같은 구호가 아니다. 이런 과제는 매우 복잡다단해서 정확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다음 몇 가지 원칙을 익혀 두는 게 좋다.

 

‘과제’란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정말로 달성하고 싶어하는 것을 편의상 나타낸 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목표는 대개 간단한 과업 이상의 일을 수반한다. 어떤 사람이 무슨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은퇴자용 아파트 구매자들은 다운사이징이라는 특정한 상황 속에서 삶의 방식을 바꾸고자 했다. 이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상황은 고객의 개인적 특징, 제품의 속성, 신기술, 혹은 트렌드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앞서 언급한 건설사는 근본적인 과제를 이해하기보다는 이상적인 아파트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혁신을 고객의 관점에서 살펴보니 경쟁의 장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이 신축 아파트가 경쟁할 상대는 다른 신축 아파트가 아니라, 집을 줄이지 않고 지금 이대로 눌러 살겠다는 생각이었다.

 

좋은 혁신은 지금까지 마땅한 솔루션이 없거나 솔루션이 아예 부재했던 문제를 해결해 준다. 아파트를 구매할 잠재고객들은 주택 소유에 따른 번거로움이 없는 단순한 삶을 누리고 싶어했다. 그러려면 집을 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버릴 물건과 남길 물건을 하나하나 솎아내는 지난한 작업을 견뎌내야 한다. 아니면 이사를 가지 않고 지금처럼 사는 방법도 있다. 나이가 듦에 따라 불편함이 늘어나는 상황을 감수할지라도 말이다. 이 모든 고려사항을 일거에 해소하는 제3의 대안이 등장했을 때에야 비로소 잠재적 구매자들이 실질적 구매자로 전환될 수 있었다.

 

과제는 단순히 기능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적·정서적 측면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아파트에 정찬용 식탁을 들여놓을 자리가 마련되면서 예상 구매자들은 현실적인 고민을 덜 수 있게 됐다. 기존 식탁을 맡길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다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로 들여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2년간 창고를 쓰게 해주고 아파트 부지 안에 물품분류실을 마련해 입주자들이 애착하는 물건 가운데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리할 수 있게 해줬다. 입주자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자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여기서는 이 원칙들을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 상황을 들어 설명했지만과제 B2B(기업과 기업 사이에 이뤄지는 거래) 상황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B2B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글 중간에 실린 관련기사 ‘B2B 고객을 위해 과제 해결하기에 나와 있다.

 

해결과제는 단순히 기능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사회적·정서적 측면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해결과제 파악하기

 

해결과제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이미 수집해 놓은 데이터와 연구를 모두 폐기할 필요는 없다. 페르소나, 에스노그래픽ethnographic·(민족지학적) 연구, 포커스 그룹, 고객패널, 경쟁분석 등에서 중요한 통찰을 발견하는 과정을 시작할 실마리를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과제를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질문이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가?위대한 혁신가 중에는 직관의 도움만으로 성공을 이룬 이들도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에 집착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놀라울지도 모른다. 플레전트 롤랜드는 자신의 어린 조카와 소통하게 해 줄 선물을 고르던 중 아메리칸걸 인형에게 새로운 기회가 있음을 발견했다. 실라 마르셀로는 가족을 돌봐 줄 사람을 찾는 데 애를 먹은 적이 있다. 마르셀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 노인, 반려동물을 돌봐 줄 인력을 구하는 이들을 위해 온라인 구인·구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어닷컴(Care.com)을 창업했다.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케어닷컴은 16개 국가에서 19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고, 14000만 달러 가까운 수익을 벌어들였다.

 

비소비(nonconsumption)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제품을고용하지 않은 고객은 제품을고용한 고객만큼이나 많은 통찰을 제공해 준다. 비소비에서 가장 많은 사업 기회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SNHU가 연령대가 높은 학습자들을 공략한 경우가 좋은 예다.

 

 

사람들이 어떤 차선책을 생각해냈나?고객이 아쉬운 대로 차선책을 택해 일을 해결하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눈여겨보라. 이 고객들은 아마 기존의 솔루션에 매우 불만족스러워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유망한 신규 사업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소기업들이 개인자산관리 프로그램인 퀴큰Quicken을 기업회계처리용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튜이트Intuit는 이들 소기업이 중요한 신시장이 되리라는 점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어떤 과업을 피하고 싶어하나?우리 일상에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과제들이 많이 있다. 이런 일들을부정적 과제negative jobs라고 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출신의 릭 크리거Rick Krieger는 어느 날 아들의 패혈성 인두염 검사를 위해 응급실에 갔다가 몇 시간이나 대기하느라 짜증이 난 적이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크리거와 그의 동료들은 CVS 미닛클리닉CVS MinuteClinics의 전신인 퀵메드엑스QuickMedx를 창업했다. 미닛클리닉에 가면 임상간호사가 결막염, 중이염, 패혈성 인두염처럼 일상적인 질병 때문에 예약 없이 온 환자들에게 방문 즉시 약을 처방해 준다.

 

기존의 상품을 원래 의도와 다른 용도로 기발하게 사용한 고객이 있는가?고객들이 기성제품을 원래와 다른 용도로 쓰는 사례를 토대로 최근에 생활소비재 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있다. 일례로 나이퀼NyQuil은 지난 수십 년간 감기약으로 팔려왔는데,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해 나이퀼을 두 스푼 정도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지퀼ZzzQuil이다. 지퀼은 나이퀼에서 감기환자에게만 필요한 유효성분은 제거하고 수면에 도움되는 성분만 담은 약이다.

 

과제를 중심으로 한 제품·서비스 설계

 

과제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고객이 어떤 부분을 기꺼이 절충하려 할지 추측하지 않고도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일종의 직무기술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컨설팅기업 닐슨의 2012~2016획기적 혁신보고서에서 분석한 신제품 2만여 개 가운데 92개 품목만이 출시 원년에 매출을 5000만 달러 이상 달성하고 이듬해까지 매출 기조를 유지했다. 유사한 라인의 확장 제품들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닐슨 보고서 주저자는 이 글의 공저자 태디 홀이다.) 인터내셔널 딜라이트 아이스커피, 허쉬 리즈 미니 초콜릿, 타이디캣 라이트웨이트[1]등 보고서 히트상품 목록에 오른 제품들은 얼핏 보기에는 이렇다 할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공통점을 하나 갖고 있다.

 

닐슨 보고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던 아주 구체적인 과제를 이들 제품이 속 시원히 해결해줬다고 설명한다. 인터내셔널 딜라이트 아이스커피는 일반 카페에서 파는 냉음료의 맛을 가정에서도 손쉽게 재현할 수 있게 해줬다. 타이디캣 라이트웨이트 고양이모래는 수백만 명의 고양이 주인들이 매장 진열대에서 크고 육중한 고양이 모래 상자를 꺼내 차 트렁크에 싣고 계단을 통해 집까지 옮길 때마다 겪는 고생을 덜어줬다.

 

허쉬는 어떻게 해서 지난 수십 년간 판매돼 온 피넛버터컵의 변형에 불과해 보이는 제품으로 뜻밖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허쉬 연구팀은 리즈 초콜릿을 즐겨 먹던 소비자들이 기존 형태의 리즈 제품을해고한 배경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운전을 하거나 붐비는 전철에 서 있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는 동안에 크기가 큰 리즈 초콜릿을 먹으려면 너무 번거롭고 깔끔하게 먹기 힘들다는 문제점을 알게 됐다. 그런가 하면 개별 포장된 소형 컵을 먹을 때는 두 손으로 포장을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거기다 컵을 먹을 때마다 은박 포장지가 점점 쌓이는 모습을 보면내가 이렇게나 많이 먹었어?’ 하는 죄책감이 들기 마련이다.

 

허쉬는 리즈 제품들 가운데 크기가 더 작은 제품들이고용된 이유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후 리즈 미니를 선보였다. 이 신제품은 몇 개를 먹었는지 보여주는 은박지가 없고, 한 손으로 쉽게 꺼내먹고 다시 밀봉할 수 있는 바닥이 평평한 봉지로 포장돼 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출시 직후 2년간 23500만 달러어치가 팔려나가고, 제품 범주가 획기적으로 확장됐다.

 

소비자 경험을 창조하라.해결과제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작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 특히 돈을 더 내고서라도 사고 싶게 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첫 단추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경험을 제대로 구축해 이런 소비자 경험을 기업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1]애완동물용 탈취제로 쓰이는 화장실 모래. 보통고양이 모래라 불린다.

 

 

이렇게 하면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다. 인형 브랜드 아메리칸걸의 사례를 살펴보자. 주변에 아는 10~12세 여자아이가 없는 사람이라면 100달러가 넘는 돈을 주고 인형을 사는 것도 모자라 몇 백 달러를 더 주고 옷, , 액세서리 등 관련 상품까지 사 모으는 이들을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런데 아메리칸걸은 지금까지 인형 2900만 개를 팔아 매년 5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아메리칸걸의 어떤 점이 그리 특별한 걸까? 인형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아메리칸걸은 귀엽고 내구성 있는 인형들을 스타일과 인종별로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좋은제품이지만굉장한제품은 아니다. 그런데도 지난 30년 가까이 아메리칸걸이 시장을 지배해 왔다. 타사가 쉽사리 모방하지 못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경쟁우위를 오래 유지하는 힘이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에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아메리칸걸이 그렇게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형을 파는 게 아니라 경험을 팔기 때문이다. 인형 하나하나가 미국 역사에서 특정한 시대와 특정한 장소를 대표하고 있고, 인형에 얽힌 이야기를 알려주는 책도 나와 있다. 이 인형들 덕분에 여자아이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고, 다른 아메리칸걸 인형을 갖고 있는 친구들과 교감할 뿐만 아니라, 엄마나 할머니와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실제 구매자인 부모는 이전 세대 여성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얼마나 강인했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고, 당시 어떤 전통이 있었는지 딸들과 대화하며 소통할 수 있다.

 

아메리칸걸 창립자인 플레전트 롤랜드는 조카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던 중 이런 제품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롤랜드는 과하게 섹시한 바비인형이나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유치한캐비지 패치 키드인형을 조카에게 사주고 싶지 않았다. 아메리칸걸 인형과 인형들의 세계는 10~12세 소녀들이 인형을고용해 이루고 싶어하는 과제를 롤랜드가 나름대로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제는 바로 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정체성, 자아감, 문화·인종적 배경을 통해 확인하게 도와주는 일이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다.

 

굉장히 폭넓고 다양한 인물들을 대변하는 아메리칸걸 인형들이 수십 가지나 시중에 나와 있다. 카야를 한 번 살펴보자. 카야는 18세기 말 미국 북서부 지역에 살던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 소녀다. 카야의 이야기는 그녀의 리더십, 동정심, 용기, 신의에 대한 무용담이다. 커스틴 라슨이라는 인형도 있다. 커스틴은 미네소타 준주[2]에 정착했던 스웨덴 이민자 소녀다. 커스틴은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다. 모든 아메리칸걸 인형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각각의 캐릭터에 역사적 고증을 거쳐 정교하게 짜인 이야기를 부여한 점이 아메리칸걸 인형의 주요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롤랜드와 직원들은 과제 수행에 필요한 모든 측면의 소비자 경험을 꼼꼼하게 고려했다. 아메리칸걸 인형은 일반 장난감가게에는 입점되지 않았다. 오직 우편으로 주문하거나 미국 주요 대도시에만 있는 아메리칸걸 직영점에서 구입할 수 있게 했다. 매장마다 헝클어진 머리나 고장 난 인형을 수리해 주는 인형병원이 마련돼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인형을 데리고 와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는 매장도 있다. 이 레스토랑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마련돼 있다. 부모가 이곳에서 아이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아메리칸걸 매장을 방문하는 일이 특별한 가족 나들이가 되고, 아메리칸걸 인형은 아이들이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다.

 

아메리칸걸은 아무리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빨간색과 분홍색이 섞인 견고한 인형 포장박스를 예로 들어보자. 롤랜드는 흔히들벨리 밴드belly bands라고 부르는 폭이 좁은 마분지 끈을 인형 상자에 덧대는 안을 두고 내부적으로 논쟁을 벌인 기억을 떠올렸다. 디자이너들은 밴드 개당 가격이 2센트이고 포장작업을 할 때 27초가 더 걸리기 때문에 밴드를 빼자고 제안했다. 그렇지만 롤랜드는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 “제가 그랬어요. ‘전혀 이해들을 못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우리 인형을 선물받는 일이 특별한 경험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스를 열었는데 볼품없이 압축 포장된 물건이 들어있으면 안 되겠죠. 밴드를 벗기는 데 아주 잠깐이나마 시간을 들이고 박스 뚜껑을 열고 박엽지를 들추는 과정이 포장을 뜯을 때 느끼는 설렘을 더해줄 겁니다. 장난감가게 통로를 지나 선반에서 바비인형을 바로 꺼내오는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단 말입니다라고 말이죠.”

 

[2]1849~1858년 사이 존재했던 미국 자치주. 1858 5 11일 미국의 32번째 주로 승격돼미네소타 주로 불리게 됐다.

 

 

최근 몇 년 동안 토이저러스, 월마트, 심지어는 디즈니까지 훨씬 저렴한 가격에 아메리칸걸 인형과 유사한 제품을 내놓고 아메리칸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형 완구기업 마텔에 인수된 후 지난 2년간 소폭의 매출 하락을 겪기는 했지만 아메리칸걸의 시장 우위를 위협한 경쟁사는 하나도 없었다. 왜일까? 경쟁사들이인형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사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롤랜드는 생각한다. 롤랜드는 인형이 소중한 이유를 단 한번도 잊지 않았다. 인형과 함께 만드는 경험, 인형에 얽힌 이야기, 인형을 통한 교감을 말이다.

 

프로세스를 정렬하라.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은 바로 프로세스다. 다시 말해 기업 내의 모든 업무기능이 해결 과제를 지원하도록 통합하는 방법이다. 프로세스는 대개 눈으로 파악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에드거 샤인 MIT 교수의 말처럼 프로세스는 조직 내에 존재하는 무언의 문화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프로세스는 조직 구성원들에게우리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프로세스를 해결과제에 맞춰 조정하면 모든 팀원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게 된다. 회사의 성공을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한 통찰을 무심코 저버리지 않게 해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방법이다.

 

서던뉴햄프셔대(SNHU)가 프로세스 정렬의 좋은 예다.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SNHU를 가장 혁신적인 미국 대학교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지난 6년간 34%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기록한 SNHU 2016년 회계연도 기준 연 매출은 53500만 달러에 달한다.

 

SNHU는 여느 교육기관과 마찬가지로 차별화와 생존 방안을 찾기 위해 분투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범주의 학생들, 즉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 상급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18세 젊은이들을 모집하는 게 SNHU가 오랜 세월 고수해 온 기본 전략이었다. 특정한 타깃 없이 뻔한 마케팅과 홍보 방식을 택했고, 학교 정책과 서비스 제공 모델에도 이렇다 할 차별점을 두지 않았다.

 

SNHU에는 온라인원격교육과정이 있었는데, 폴 르블랑 총장은 이 프로그램을캠퍼스의 보잘것없는 한 귀퉁이에서 하고 있는 따분한 사업이라고 묘사했다. 그래도 대학 중퇴생 중에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위를 마저 끝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꾸준히 유지됐다. 이 온라인 과정이 시작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학교에서는 여전히 사이드 프로젝트 취급을 받았고, 학교 차원의 지원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서류상으로는 일반적인 학생과 온라인 학생 간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회계학 학위를 따려는 학생이라면 35세든 18세든 상관없이 동일한 코스를 이수하면 되지 않는가? 그러나 르블랑 총장과 그의 팀은 온라인 학생들이 SNHU고용해 처리하고 싶어하는 해결과제가 고교 졸업 직후 진학한 학부생의 해결과제와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라인 학생의 평균 연령은 30세이고,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틈틈이 수업을 들으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전에 다니던 대학의 학자금 대출을 아직 다 갚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학에서 친구를 사귀거나 캠퍼스를 누비고 싶어서 SNHU에 등록하는 게 아니다. 이들의 목표는 명확하게 편리성, 고객서비스, 자격증, 속성 과정이라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비로소 이해한 SNHU는 엄청난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다.

 

SNHU 온라인 과정의 경쟁 상대는 현지에 있는 타 대학이 아니라 전통적인 대학들이나 피닉스대, ITT 기술연구소 등 영리목적 학교에서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SNHU의 경쟁상대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비소비 계층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었다. 이전에는 한계가 뻔하고 별 가치가 없어 보였던 시장이 어느 순간 광대한 미개척 시장으로 변모한 셈이다.

 

그러나 SNHU에는 온라인 학생들의 실질적인 해결과제를 지원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이나 체계나 프로세스가 거의 없었다. 어디부터 바꿔야 했을까? “전부 뜯어 고치다시피 했죠.” 르블랑 총장은 회상했다. 대학에서는 온라인 학생들을 학교의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대신 이들에게 중점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교수진과 행정직원 약 20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르블랑 총장 팀은 SNHU의 입학전형 절차를 전부 화이트보드에 그렸다.

 

마치 핵잠수함 설계도 같았어요!” 르블랑 총장이 말했다. 총장 팀은 프로세스상에서 SNHU가 당장 없애야 할 모든 장애요소들, 즉 사람들이 번거롭게 여기는 요소들에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그리고 이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온라인 학생들이 안고 있는 해결과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십 가지 변경 조치가 마련됐다.

 

 

르블랑 총장 팀이 SNHU의 프로세스를 재설계할 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들을 떠올렸다.

 

특정한 상황 속에서 고객이 해결과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어떤 경험이 도움이 될까?비교적 나이가 많은 학생들에게는 학자금 지원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더불어 학업을 이어가려면 그만한 시간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많은 이들이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아이들을 재운 뒤 밤 늦게야 여러 선택 사항을 찾아볼 짬이 난다. 그래서 수강 문의가 올라온 지 24시간이 지나서야 이메일로 답변을 주는 일반적인 상담서비스만 제공하다가는 많은 잠재고객을 놓치기 일쑤다. 이런 배경을 파악한 SNHU는 상담 문의를 받으면 유선으로 8 30초 이내에 답변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면 SNHU 등록자 수가 훨씬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할까?이전에는 잠재고객에 대한 학자금 지원 방식과 이전에 다니던 대학에서 받은 학점에 대한 인정 범위가 결정되기까지 수주일에서 수개월이 걸렸지만 SNHU는 이 기간을 단 며칠로 단축했다.

 

그 해결과제의 사회적, 정서적, 기능적 측면은 무엇일까? SNHU는 온라인 과정 광고 전략을 연령대가 높은 학습자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선회했다. 경력개발훈련과 같은 기능적 측면만 호소하지 않고 학위를 취득할 때 느끼는 자부심 같은 정서적, 사회적 측면도 공략하기로 했다. SNHU 버스가 전국 각지를 돌며 교정에서 열리는 졸업식에 미처 참석하지 못한 온라인 과정 학생들에게 액자에 끼운 커다란 졸업장을 배달해 주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졸업생들이 자기 집에서 환하게 웃는 장면이 지나가는 가운데 광고 속 내레이터는누구를 위해 이 학위를 받았나요?”라고 묻는다. 한 여성은 졸업장을 꼬옥 껴안으며절 위해서요라고 말한다. 30대 남성은 활짝 웃으며어머니를 위해서요라고 한다. 한 남성이 어린 아들을 보며널 위해서란다라고 말한다. 그는축하해요, 아빠!”라고 외치는 아들을 보며 눈물을 꾹 참는다.

 

그러나 잠재고객을 첫 번째 강의에 등록시키는 일은 과제 해결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SNHU가 깨달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NHU는 모든 온라인 학생에게 담당 상담사를 배정해줬다. 개인 상담사는 자신이 맡은 학생들을 꾸준히 관리하고, 과정 이수에 차질이 있을지 모르는 학생에게 사전 경고를 보내준다. 이런 지원 시스템은 일반적인 학생들보다 평생교육과정 학생들에게 훨씬 더 중요하다. 일상에서 학업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이들에게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주 과제를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도 확인하지 않았다면 상담사가 연락을 줄 것이다.

 

시험을 망쳤다면 상담사가 전화해 수업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학생에게 개인적인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올 것이다. 강의를 시청하는 노트북 컴퓨터에 이상이 생긴다면 상담사가 새 컴퓨터를 보내줄 것이다. 이처럼 보기 드문 세심한 지원 덕분에 SNHU 온라인 과정의 순추천고객지수[3] 10점 만점에 9.6점으로 다른 대학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게다가 약 50%에 이르는 졸업률은 미국의 어느 커뮤니티 칼리지보다도 높다. 이에 반해 등록금이 훨씬 높은 영리목적 코스들은 저조한 졸업률로 인해 빈축을 사고 있다.

 

SNHU는 다른 교육기관의 임원들에게 캠퍼스 견학을 제공하는 등 잠재적인 경쟁자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SNHU 온라인 과정이 구축한 경험과 프로세스를 이들이 쉽게 베낄 수 있는 건 아니다. SNHU가 모든 노하우를 자체 개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온라인 학생들이 SNHU고용해 해결하고 싶어하는 과제에 맞게 많은 프로세스를 바꾸는 데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전략이 유효했을 뿐이다.

 

그동안 많은 조직들이 의도치 않게 일관성 없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혁신 프로세스를 설계해 왔다. 데이터가 풍부한 모델들을 수집하는 데 돈과 시간을 쏟아 붓지만, 이런 모델은 현상을 기술하는 데는 유용할지 몰라도 앞날을 내다보는 데는 별 도움이 못 된다. 다행히도 다른 대안이 존재한다. 고객이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과제를 파악한 다음 혁신을 추진한다면 훨씬 훌륭한 예측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훨씬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고객의 해결과제에 초점을 맞춘 혁신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혁신의 성패를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반면에 그런 관점을 바탕으로 한 혁신전략을 도입한다면 경쟁자들처럼 굳이 운에 기댈 필요가 없다.

 

[3]현재 사용 고객 중 다른 고객에게 해당 제품을 적극적으로 추천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고객 비율

 

번역: 장효선

 

클레이턴 M. 크리스텐슨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킴 B. 클라크 교수다. 태디 은 케임브리지그룹 소속이며, 닐슨의 획기적 혁신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캐런 딜런 HBR 전임 에디터다.

데이비드 S. 던컨은 이노사이트의 선임 파트너이다. 네 사람은 출간을 앞둔 책 <Competing Against Luck: The Story of Innovation and Customer Choice(HarperBusiness/ HarperCollins, October 2016)>를 공동으로 저술했다.

 

 

B2B 고객을 위해 과제 해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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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트레이너Des Traynor는 인터콤Intercom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다. 인터콤은 기업이 웹사이트, 모바일웹, 이메일,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일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현재 1만 명이 넘는 고객이 인터콤을 이용 중이며, 2015년 한 해에만 4배나 성장했다. 아직 신생업체였던 2011년에해결과제관점을 도입해 사업전략을 다듬었다. 트레이너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성장·혁신포럼의 데릭 반 베버Derek van Bever, 그리고 로라 데이Laura Day와 함께 그간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의 대화 내용을 편집해 아래와 같이 실었다.

 

성장·혁신포럼: 혁신과 전략을과제중심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트레이너: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1년 당시 인터콤은 엔지니어 4명으로 구성된 작은 회사였고, 약간의 벤처 투자자금을 받아 둔 상태였습니다. 어느 날 한 콘퍼런스에서 스타트업 경영에 대해 강연을 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콘퍼런스에 갔더니 첫 번째 연사로 등장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가 ‘해결과제’에 대해 언급하는 걸 듣게 됐죠.

 

그게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뭘까요?그때가 마침 사업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인터넷 업체들이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이 충분히 가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지는 모르고 있었어요. 고객지원 부서일까? 마케팅 부서? 아니면 시장조사 부서? 거기다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도 몰랐죠.

 

그렇다면해결 과제접근방식을 접하기 전까지는 이런 의문점들에 어떻게 접근했습니까?세분화를 하려고 페르소나 기반 접근방식을 적용해 봤지만 그다지 효과를 못 봤어요. 인구통계나 직책 같은 특성을 기준으로 세분화해 봤는데 이렇다 할 공통점이 없는일반 사용자가 너무 많더군요. 사람들이 왜 이 플랫폼을 찾고 왜 이 플랫폼을 이용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에 균일가를 책정하기로 했습니다. ‘고객’과해결할 때 도움이 필요한 문제를 구분할 줄 알게 되자 마치 머릿속에서 전구가 번쩍하고 켜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공동창업자인 이건 맥케이브EOGHAN MCCABE에게과제 해결에 초점을 둔 회사를 만들자고 말했죠.

 

어떤 과제가 적절한 해결 대상인지는 어떻게 파악했나요?혁신컨설턴트인 밥 모에스타에게 연락했습니다. 밥은 해결과제 접근법을 실제로 많이 다뤄 본 사람이에요. 밥의 팀이 고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개별 면담을 실시했습니다. 면담 대상은 최근에 인터콤과 계약한 고객들, 그리고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서비스 용도를 대폭 수정한 고객들이었습니다.

 

밥은 고객들이 구매 결정을 하기까지 거쳐 온 과정들을 시간순으로 이해하고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만든동인을 알아내려고 했습니다. 밥은 고객들이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때 항상 갈등을 느낀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걸갈등의 순간STRUGGLING MOMENT이라고 불렀습니다. 고객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솔루션을고용하게 하는 압박이 존재하고, 타성, 변화에 대한 두려움, 실행을 방해하는 불안 같은 힘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고 인터콤을고용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이고, 인터콤이 지금까지 일을 얼마나 잘해 왔는지를 고객의 언어로 설명하는 게 밥의 전반적인 목표였습니다.

 

저는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네 건의 면담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두 가지 사실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첫 번째는 인터콤 서비스를 맛보기로 이용해 본 잠재고객이 대체적으로 들쑥날쑥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고객의 증가율은 저조했고, 이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면담자들이 우리 제품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용어들이 업계에서 흔히 쓰는 용어들과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을 신규회원 가입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인게이지ENGAGE라는 단어를 계속 쓰는 겁니다. 우리는 그걸아웃바운드 메시징OUTBOUND MESSAGING이라고 하는데, 이 둘의 느낌이 굉장히 다르죠. 밥은 이게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기업들은 업계 전문용어를 애용합니다. 기업들은 이들이 가치 전달보다는 기술 제공에 더 큰 관심을 둡니다.

 

사람들이 인터콤을고용해 해결하고 싶어하는 과제에 관해 어떤 점을 알게 됐나요?사람들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과제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첫째, 관찰하게 해 달라. 우리 제품 사용자들이 그걸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다는 겁니다. 둘째, 관여하게 해 달라. 이건 단순 가입자를 실사용자로 전환하는 문제를 말합니다. 셋째, 가르침을 달라. 풍부한 피드백을 줄 만한 사람들을 찾아 피드백을 받아 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원을 제공해 달라. 즉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거죠.

 

고객마다 처리해야 할 과제가 다르다는 점을 깨달은 뒤 사업전략이 얼마나 바뀌었나요?아주 많이요. 지금 인터콤에서 네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각각의 서비스가 앞서 말한 네 가지 과제에 맞춰 개발됐습니다. 120명 규모의 연구개발 조직은 네 팀으로 또 나뉩니다. 각 팀이 과제 하나씩을 맡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인터콤이 어느 한 가지 과제도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조리 원하는 고객은 없었기 때문에 필요 없는 서비스에 대한 값까지 지불해야 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우리 제품이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겠죠.

 

그렇다면 이런 사업 전략상 변화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나요?예상고객이 원하는 과제에 맞는 서비스만 골라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 전환율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클라이언트 조직들 전반에 걸쳐 다수의 판매 시점POINT OF SALE을 구축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고객 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논리적인 경로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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