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월

단골 고객을 더 큰 고객으로
데니스 무어(Dennis Moore),스티브 칼로티(Steve Carlotti),에디 윤(Eddie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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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심 높은 단골 고객이야말로 더 많이 팔 수 있는 대상이다.

 

불과 1년여 전만 하더라도 미국의 식품 기업 크래프트(Kraft) 경영진은 벨비타(Velveeta) 브랜드가 성장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다수의 소비자가 천연 유기농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실온에서 유통되는 가공 치즈 식품인 벨비타의 매출은 형편없이 하락했다. 벨비타 치즈를 구입하는 고객은 대개 1년에 한두 번 파티용으로 구입할 뿐이었다. 그런데 슈퍼마켓 판매 내역과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는 이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벨비타 골수팬’층이 꽤 두텁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전체 벨비타 구매자 수의 10%에 불과했지만 수익성을 따지자면 얘기가 달라졌다. 매출의 30~40%, 이익의 50% 이상이 이들 골수팬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이들을슈퍼 컨슈머(super consumers)’라 부르기로 했다. 포커스그룹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본 슈퍼 컨슈머들은 벨비타가 최고의 치즈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치즈가 부드럽고 잘 녹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고 단지 녹여서 찍어 먹는 방식 외에도 치즈를 사용하는 수많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퍼지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이들은 레서피와 e메일 주소, 전화번호를 서로 교환했다. 치즈를 중심축으로 한벨비타 친구들이 생겨난 것이다.

 

크래프트는 슈퍼 컨슈머들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벨비타 슈퍼 컨슈머의 규모는 약 240만 명으로 추산됐다. 제품 개발팀은 햄버거와 샌드위치용 냉장 슬라이스 치즈를 출시했다. 요리용 냉장 다진 치즈도 선보였다. 두 가지 치즈를 새롭게 내놓은 점 자체도 강력했지만 슈퍼 컨슈머 전략을 활용했다는 차원에서 더욱 의미가 큰 행보였다. 일부 판매점은 판매율이 훨씬 더 높은 냉장 유제품 코너에 벨비타 치즈를 진열하기 시작했다. 슈퍼 컨슈머 전략은 벨비타의 새로운 용도에 맞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급하는 장치가 됐다. 크래프트는 다채로운 소비자 레서피를 수집하고 이를 단골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까지 시장을 키우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은 제품 사용 빈도가 낮은 고객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슈퍼 컨슈머들과 대화하면서 이들은 우리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크래프트의 식품 마케팅 디렉터 그레그 갤러허(Greg Gallagher)는 이렇게 설명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새로 선보인 제품들은 무려 1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 작은 성공담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 회사는 참으로 오랜만에 실현 가능한 성장 전략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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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담당자라면 누구나 파레토 법칙을 알 것이다. 흔히 8020 원칙이라고 알려진 이 법칙에 따르면 제품 구매자의 5분의 1이 판매량의 5분의 4를 차지한다. 슈퍼 컨슈머에게도 이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닐슨사의 슈퍼마켓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상위 124개 소비재 상품 카테고리를 세심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소비자의 10% 규모를 차지하는 슈퍼 컨슈머가 매출의 30~7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이 기여하는 수익률은 그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대부분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슈퍼 컨슈머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VIP로 대우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내민다. 하지만 슈퍼 컨슈머를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자는 의견을 내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단골 소비자들의 구매 수준이 최대치를 넘어섰으므로 이들로부터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해버린다. 슈퍼 컨슈머에 관한 몇 가지 그릇된 통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재 업체들과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단골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판매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포착했다. 이 현상은 비단 소비재 상품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의류, 내구성 소비재, 재정 서비스 같은 다양한 산업에서 슈퍼 컨슈머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회사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매출을 뛰어넘는 수익을 거둬들이다.

 

슈퍼 컨슈머는 다른 종류의 구매자들과는 확실히 차별된다. 마케팅 용어로 자주 쓰이는헤비유저(heavy users)’와도 다르다. 헤비유저는 단순히 구매량으로 결정된다. 슈퍼 컨슈머는 경제적인 측면과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슈퍼 컨슈머는 헤비유저에 속하지만 상품 카테고리와 브랜드에 유별나게 충실한 고객이다. 이들은 제품을 혁신적으로 사용하고 새롭게 변형하는 데 관심이 많으며 가격에는 그리 민감하지 않다. 슈퍼 컨슈머는 제품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핫도그를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은 대부분 핫도그를 바비큐용 식품으로 여긴다. 반면 슈퍼 컨슈머는 핫도그를 간단한 식사로도, 짬 나면 찾는 간식으로도 애용한다.

 

지금까지 많은 경영자들은 슈퍼 컨슈머 개념을 아예 무시하거나 다소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분석 능력을 갖춘 기업들이 점차 슈퍼 컨슈머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결과 슈퍼 컨슈머가 특정 제품을 많이 구입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뿐 아니라 더 구매할 욕구까지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심지어 가장의외로 여겨지는 제품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소매상과 슈퍼 컨슈머

슈퍼 컨슈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은 소비재만이 아니다. 몇 년 전 우리는 판매 부진을 겪고 있던 미국 철물점 체인과 일한 적이 있다. 이 회사의 슈퍼 컨슈머는 적은 비용으로 집을 직접 수리하는 ‘DIY족’이었다. 슈퍼 컨슈머를 대상으로 매출을 신장시킬 방법을 연구하던 중 우리는 페인트에 주목했다. 페인트는 손쉽고 간단하게 공간을 바꿔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DIY에 반드시 들어가는, 그래서 이윤이 많이 남는 제품이다. 게다가 페인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량 판매점에서 얻기 힘든 조언과 개인적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 소매상은 페인트 판매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마케팅에 돌입했다. 예컨대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 카드’를 만들고 샘플 페인트를 제공해 고객이 적은 비용으로도 색상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참신한 시도는 슈퍼 컨슈머뿐 아니라 일반 고객에게도 적중했다. 이듬해 이 회사의 판매율은 14% 증가했다.

 

스테이플러가 좋은 예다. 사람들은 대부분 스테이플러를 한두 개 정도는 갖고 있다. 집에 하나, 사무실에 하나, 이렇게 말이다. 우리는 어떤 사무용품 업체와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평균치로 따졌을 때 스테이플러를 8개나 사용하는 슈퍼 컨슈머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스테이플러를 특별히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스테이플러를 많이 사는 이유는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스테이플러로 찍은 종이의 모습이 종이에 쓰인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는 스테이플러를 필요로 한다. 이들은 사무실, 주방, 지갑, 자동차 등 여러 장소에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스테이플러를 놓고 썼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이미 스테이플러를 8개나 갖고 있는 사람에게 9번째, 10번째 스테이플러를 팔려는 시도는 투자수익률(ROI)을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했을 게 뻔하다. 그런데 이 분석 결과를 살펴보니 오히려 슈퍼 컨슈머에게 스테이플러를 더 파는 게 일반 소비자가 스테이플러를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려서 새로 구입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현명한 성장 전략임이 드러났다.

 

슈퍼 컨슈머를 골똘히 파고드는 기업들은 판매 신장 같은 수치 말고도 어쩌면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수확을 올릴 수 있다. 일단 슈퍼 컨슈머는 접근하기가 쉽다. 다시 말하면 광고와 판촉 효과를 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대중 광고를 하거나 오랫동안 제품을 구입하지 않은 고객에게 사용하지도 않을 쿠폰을 발송하는 대신 기존 고객에게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슈퍼 컨슈머에게는 직접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이 효과적이다. 마케팅의 효율성은 소비재를 다루는 대기업들에는 특히나 의미가 크다. 이런 회사들은 연간 수십억 달러를 광고비로 지출하므로 만약 광고 효과가 1%만 증가해도 수천만 달러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슈퍼 컨슈머는 상품 전략 아이디어로 활용할 수 있는 탁월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제품에 대해 강한 열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신제품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때 가장 이상적인 대상이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직접 내놓는 경우도 많다. 크래프트의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브레이크스톤즈 사우어크림(Breakstone’s sour cream) 사례를 살펴보자. 크래프트의 브랜드 매니저 섀넌 레스터(Shannon Lester)와 그가 이끄는 팀원들은 상당히 많은 슈퍼 컨슈머들이 이 제품에 그릭 요거트를 섞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하면 사우어크림 맛은 그대로지만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단백질과 칼슘은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스톤즈는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조합의 제품을 만든 적이 있었지만 회사 내부에서조차 관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슈퍼 컨슈머 전략을 도입한 뒤 크래프트는 이 상품에 대한 테스트를 다시 시도해봤다. 이번에는 슈퍼 컨슈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테스트 참가자들은 이 유제품에 열띤 호응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내놓아 제품 개선에도 도움을 줬다. 특히 슈퍼 컨슈머들의 통찰력은 이 제품을 포장하고 광고하는 방식에도 반영됨으로써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도 큰 공을 세웠다. 브레이크스톤즈의 그릭 스타일 사우어크림은 놀라운 속도의 수요 증가를 기록하며 재테스트를 실시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미국 전역의 60%에 해당되는 식품점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신제품으로서는 입이 벌어질 만한 성공이었다.

 

슈퍼 컨슈머에 주목한 회사들과 일하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이 새로운 전략이 조직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슬로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 나온 지 오래된데다 성장이 더딘 제품을 판매해 온 회사의 경우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 최고의 전략이 대개 그렇듯 이 전략은 설명하기 쉽고 논리적이며 데이터가 뒷받침된다. “솔직히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대체 이 소비자들이 헤비유저와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라고 의문을 품었지요. 그런데 조사를 거듭할수록 헤비유저와 확연하게 다른 점이 나타났습니다.” 크래프트푸드의 제품 분석 디렉터 캐넌 쿠(Cannon Koo)의 설명이다. 현재 벨비타팀은 매체 구매(media buying)와 트레이드 프로모션(trade promotions), 신제품 라인을 계획하는 데 슈퍼 컨슈머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벨비타의 브랜드 매니저는 이 회사에서 9년을 일했지만 이렇게 빈틈없는 브랜드 계획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슈퍼 컨슈머 현상은 선순환(virtuous circle)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기업은 종종 가장 큰 사랑을 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사랑을 보냄으로써 번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디 윤, 스티브 칼로티, 데니스 무어

에디 윤(Eddie Yoon)은 케임브리지그룹(Cambridge Group) 회장(principal)이다. 스티브 칼로티(Steve Carlotti)는 케임브리지그룹 CEO. 데니스 무어(Dennis Moore)는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인 닐슨(Nielsen Company)의 부사장(exectutive vice president of advanced analytics)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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