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8월

의사결정이 주도하는 마케팅
에드와르도 히메네즈(Eduardo Gimenez),애디트야 조시(Aditya Joshi)


ARTWORK Markus Linnenbrink HOWTOSURVIVE, 2012, epoxy resin on wood, 13" x 17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폐쇄적인 사일로 문화를 붕괴하고 실적을 개선시킨다.

 

마케터들은 지금껏 브랜드를 구축하고 수요를 창출하며 판매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격변하는 환경에서는 마케터들이 수행해내야 할 아주 중대한 새 임무가 있다: 오늘날 마케터들은 전략가가 돼야 한다. 부족한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 기업의 긴급 사안 처리를 지원하는 동시에 투자 수익도 늘려야 한다. 마케팅 분야에 넘쳐나는 복잡한 기술들 중에서 가장 유용한 기술을 찾아내 활용할 수 있으려면 기술 전문가가 돼야만 한다. 또 과학자 역할도 해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맡고 있는 업무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전에 기획한 캠페인 활동에 부수적으로 행해졌던 실험들이 점점 마케터의 핵심 업무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 아니든가.

 

지난 몇 년에 걸쳐 우리는 수많은 마케터들이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나 대부분은 구조적 제약과 역량의 한계에 부딪쳐 좌절하고 만다. 전략적으로 우선 순위에 놓인 일들은 어찌된 일인지 조직 간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에는 영업과 마케팅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지경에 이른다. 마케터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정보기술(IT)이나 중앙 분석서비스 그룹(central analytics groups) 같은 전혀 다른 부문에 있을 때도 있다.

 

마케터 개개인의 포부와 마케팅 조직 차원에서 성취할 수 있는 결과 사이에 놓인 간극은 마케팅 실행 방식을 재정비하도록 강한 압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선도 기업들은 마케팅 부서와 최고위 임원진, IT, 영업, 재무 등 마케팅에 관여하는 기업 내 다른 업무 영역들이 맞닿은 경계에 초점을 맞춘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을 개발해왔다. 바로 이 경계에서 소통이 단절되고 업무 처리가 지연되는 일이 가장 자주 발생한다. 설상가상으로 경계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으며 일부 업무는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옮겨지고 있다. 최첨단 기업들은 덜 폐쇄적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훨씬 더 협력적인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조직을 창조해내는데 이런 움직임은 마케팅의 가치와 효과를 높인다.


 

About the Spotlight Artist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매달 스포트라이트 섹션 삽화를 기량이 뛰어난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채우고 있다. 사진작가, 화가, 설치예술가들이 창조해낸 생동감 넘치면서도 사색적인 작품들이 지면에 더 많은 활력과 지혜를 불어넣어 이따금 등장하는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에 친절한 설명을 보태준다.

 

이번 호에는 독일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마르쿠스 린넨브린크 의 작품을 실었다. 린넨브린크의 줄무늬와 방울들은 종종 방 크기 만한 공간을 창조해내기도 하는데 색상과 가공처리에 중점을 둔다. 더 많은 작품은 markuslinnenbrink.com에서 만날 수 있다.

  

Idea in Brief

문제점

마케팅 조직은 과거에 비해 다른 업무 영역들과 더욱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구조적 한계와 소통의 문제로 인해 필요한 정보와 자원으로부터 고립될 때가 있다.

 

해결책

선도적인 마케터들은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른 업무 영역들과의 접점에서 진행되는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했다. 이때 ‘기획과 전략’ ‘실행’ ‘운용과 인프라세 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결과

타깃과 노드스트롬을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마케팅과 다른 업무 사이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단순한 비결은 분명한 역할 규정과 구체적인 의사결정 기준, 알기 쉽게 정리된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한 데 있다. 

 

소통의 단절과 업무 처리의 지연은 마케팅과 다른 업무 영역들이 맞닿는 경계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한다.

 

의사결정 관점

조직 내 장벽들과 맞닥뜨리면 수뇌부는 대개 조직도에 나와 있는 업무 분장과 보고 체계를 재정비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또 다른 사일로들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으므로 기껏해야 불완전한 해결책밖에 안 된다. 마케팅의 개척자들이 이미 밝혀냈듯이 보다 실효성 있는 처리 방법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케팅하는 데 수반되는 중대한 의사결정이 무엇인지 파악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런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은 마케팅 업무의 역할과 다른 관련 부서가 맡은 임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결정을 내리는 기준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규율을 강화한다. 이 방식은 복잡하지는 않지만, 사고방식을 새롭게 하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방식과 실제로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바꾸려고 함께 모든 관련 부문들이 노력해야 한다. 분명 조직 차원의 변혁도 고려해야 한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의사결정 관점은 어떤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든 간에 더 탄탄한 기반을 세우도록 도와주고 그 사이에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경계를 넘어서는 마케팅 관련 의사결정은 다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전략과 기획관련 의사결정에는 마케팅 목표를 비즈니스 및 고객 전략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하고 마케팅과 영업에서 각각 우선하는 사항들을 조율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이 같은 의사결정을 할 때는 보통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다루게 된다.

· 어떤 고객군과 제품 계열에 마케팅 지원을 집중해야 하는가?

· 가장 적절한 지출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마케팅 수단과 유통 경로에 어떻게 할당해야 바람직한가?

· 검증하고 학습해야 할 계획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실행’ 관련 의사결정은 전통적으로 마케터들의 권한이었으나 과거에 비해 훨씬 어려워졌다. 마케팅 수단이 급격히 증가하고 디지털 기술이 확대되면서 더욱 빨라진 실행 속도와 계속되는 예산 압박이 일상화된 환경에서는 메시지나 제안을 만들어 전달하는 작업이 엄청나게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실행 관련 의사결정에는 다음과 같은 사안들이 포함된다.

· 마케팅 활동에서 제품의 어떤 특징을 부각시켜야 하는가?

· 우리가 제안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이 이용해보거나 구매하도록 하려면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가?

· 전통적인 마케팅 수단과 디지털 마케팅 수단을 어떻게 적절히 혼용할 것인가?

 

‘운영과 인프라관련 결정에는 성공적인 마케팅을 이끄는 데 있어서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모든 새로운 역량들이 포함된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다뤄진다.

· 새로운 마케팅 기술과 수단에 대한 검증과 구매,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 디지털 마케팅과 전통적 마케팅은 어느 정도로 융합해야 바람직한가?

· 위 결정이 디지털 마케팅 역량의 성격과 범위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좀 더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마케터들은 내부에서 처리할 업무와 자동화할 부분, 아웃소싱을 의뢰할 부분을 결정해야 한다.

 

이 중에 마케팅 부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는데 그 이유는 이런 사안들이 전부 마케팅 업무와 다른 업무의 접점에 놓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최고경영자(CEO)나 사업부장과의 협업을 필요로 하고, 나머지는 영업이나 제품관리, 가격결정, 분석, IT, 혹은 그 밖에 마케팅과 관련 있는 다른 업무들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마케팅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접점참조.) 바로 이때가 우리가경계 허물기라고 부르는 작업이 실현되는 시점이다. 마케팅 부서가 핵심 사안에 대한 결정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다른 업무 분야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면 조직 내 병목 현상이 사라질 수 있으며 과거에 비해 일이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대부분의 마케팅 조직이 경험한 바에 비춰보면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업무 분야마다 인식이 다르고 서로 협력하거나 책임을 공유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분야나 다른 관련 부서에 각자 의사결정에서 맡은 임무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개 중구난방으로 답하기 마련이고 심지어 서로 모순을 이루기도 한다.

 

과거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면, 한 자동차업체의 유럽지부 소속 마케터들과 상품 개발자들은 서로 신형 모델에 어떤 특징들을 포함시킬지를 자신들이 최종 결정한다고 믿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라울 것도 없이 계속되는 실랑이와 지연 속에 제품 출시 자체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HBR 2006 1월 호에 실린 폴 로저스의 마르시아 블렌코의의사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나?’ 참조.)

 

마케팅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접점

 

한 자동차업체에서는 마케터들과 상품 개발자들이 저마다 신형 모델에 어떤 특징들을 포함시킬지에 대한 최종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믿었다.

 

경계 허물기: 실질적인 가이드

그렇다면 다른 업무들과의 경계에 놓여 있는 마케팅 의사결정 과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한 글로벌 금융서비스 기업이 마케팅 예산을 다양한 상품군에 배분하는 방식을 놓고 고심했던 모습을 생각해보자. 이런 작업 자체가제로섬성격을 지닌데다가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목적이 상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히 논쟁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다.

 

이 회사는 3단계 접근법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재설계했다. 먼저 기존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X-선 검사를 실시하고리셋한 다음,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의사결정 X-선 검사는 현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방식을 진단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한 팀이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예산 배분 결정에 참여하는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팀은 의사결정 과정을 상세하게 도표로 작성하고 수집된 의견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워크숍을 열었다. 많은 문제들이 부각됐다. 이들은 의사결정 절차에서 각자 맡은 임무를 분명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사결정자가 누구인지는 물론 (예산을) 어떻게 할당할지, 추천하는 일은 누가 맡고 있는지조차 의견이 분분했다. 의사결정 과정에 필요한 일관된 방법론이나 예산 분배에 지침이 될 기준, 필요한 자료에 대한 확실한 지침 등 기본적인 규율도 부족했다. 회의는 종종 분명한 결론을 내지 못하거나 다음 단계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끝났다. 당연히 이런 식의 의사결정은 질적으로나 속도 면에서 모두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다.

 

‘의사결정 리셋이란 의사결정 과정을 다시 설계해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말한다. 이 팀의 경우 먼저 마케팅, 재무, 그 외 관련 부서들의 대표들을 포함해 고위 임원들로 구성된 실무단(working group)을 꾸려 예산 배분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으로 재설계 작업을 시작했다. 마케팅 부문 대표가 실무단 단장을 맡아 최고마케팅책임자(CMO)에게 직접 보고했다.

 

세 번에 걸친 워크숍에서 실무단은 의사결정 과정의 모든 면면을 조사했다. 새로운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엇을, 누가, 어떻게, 언제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 정확히무엇을 결정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는 작업에는 마케팅 예산 배분을 위한 절차의 범위와 관련 업무 원칙에 대한 합의를 만드는 일이 포함됐다.

 

·누가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 참여자들이 수행할 임무, 이를 테면 권고안은 누가 작성하고, 의견은 누가 제시하며, 최종 의사결정은 누가 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었다. (임무 배정 방식의 한 예는 그림의사결정 방식 결정하기참조.)

 

·어떻게언제를 결정하는 작업에서는 예산을 배분하는 방법론과 기준, 참여자들에게 필요한 자료, 의사결정 시기에 대해 합의했다.

 

이러한 의사결정 재설계는 꽤 많은 시간 투자와 상당한 요령을 필요로 했다. 당시에 논의되고 있는 변화 자체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임무 배정과 관련해서는 참여자들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토론을 여러 번 거쳐야 했다. 그렇게 완성된 새로운 절차는 규율이 강화되고 효율성도 더 뛰어나며, 결정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업무 부서들로부터 동의를 확보했기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마지막 단계로 이 기업은 다음 분기 예산을 재전망하는 작업을 진행할 때 새로운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시험적으로 적용해 각 단계와 임무 수행을 점검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예산 배분 결과물을 평가했다.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팀 구성원들에게는 의사결정 수순과 임무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 뒤, 다음 예산 편성 주기에 새로 설계한 의사결정 과정을 반영했다. 오늘날 이 회사의 마케팅 업무는 전체 비즈니스 전략과 훨씬 더 확실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자 수행할 임무를 미리 규정해 의사결정 속도를 상당히 끌어올렸다.

 

이 같은 3단계 접근 방식은 다른 업무들과의 경계에 놓여 있는 다양한 마케팅 의사결정 사안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그 증거로마케팅과 전략’ ‘마케팅과 영업’ ‘마케팅과 IT 및 분석기술등 세 가지 주요 협력 사례를 살펴보자.

 

의사결정 방식 결정하기

주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임무 배정은 복잡할 때도 있지만 상호합의에 이르는 도구를 이용하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베인앤컴퍼니가 개발한 것으로(순서가 뒤바뀌긴 했으나) 약자로 ‘RAPID’라고 알려진 이 도구를 사용한 팀들은 대개 한 명의 결정권자를 확정한다.


기업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의사결정 권한을 배정할 경우 다양한 업무들이 맡게 될 임무가 아래와 같은 도식으로 표현될 것이다.


 

마케팅과 전략.많은 기업들에서 마케팅의 초점은 주로 전략적인 기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에 맞춰진다. 일례로 텔레비전이나 인쇄 매체 캠페인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최종 승인의 권한을 쥐고 있는 건 최고위 임원진과 부서장, 또는 제품 관리자들이다. 마케팅의 역할이 이처럼 좁아서는 밤낮 없이 접속할 수 있고, 빠른 실행 속도를 원하며, 채널이 다양한 오늘날의 환경에서는 효율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또 자칫 기업의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핵심 사안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위험까지 초래한다.

 

2012년 제프 존스가 미국 대형 할인점 타깃의 CMO로 취임했을 당시 이 회사의 마케팅 조직은기적을 만든 다채로운 역사를 자랑했다. 마케팅 프로세스는 고도의 창의성을 보였으나 한편으로 꽤 주관적이기도 했다. 존스는 창의성을 유지하면서도 타깃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마케팅할 수 있는 기술적인 도구와 데이터, 구조적 기반을 갖춘 체계적인 접근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새로운 전략적 사고방식이 필요했는데 존스는 자신이 속한 마케팅팀에고객을 불러모아라’ ‘관계를 강화해라’ ‘고객의 브랜드 사랑을 강화해라라는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모든 주요 마케팅 계획에는 이 원칙들 중 적어도 한 가지는 반영돼야 했다.

 

존스와 마케팅팀은 체계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개발하기 위해 운영 모델을 개선했다. 그들은전략 지침이라는 도구를 만들었는데, 이는 모든 주요 마케팅 활동이나 캠페인을 기획할 때 이용되는 표준 형식이다. 이 지침은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상 과제에 특별히 강조점을 뒀다. 또 목표 고객에 대한 확실한 정의와 고객 행동 및 관련 시장, 경쟁사, 고객 성향에 대한 간결한 설명도 들어 있었다. 마케팅에 도전이 될 만한 요소와 고객 및 비즈니스 면에서 기대하는 결과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 모든 내용을 서류 두 장 이내로 정리했다. 자료만 엄청나고 통찰은 부족했던 전형적인 마케팅 서류 뭉치와는 확연히 달랐다. 전략 지침의 강점은 명쾌함에 있으며 어떤 마케팅 활동이든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분명한 통찰과 기준을 제시한다.

 

타깃은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각각의 전략 지침을 만들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의사결정 임무와 과정도 규정해야 했다. 먼저 수뇌부가 워크숍에 참가해 품목 마케팅, 판매, 미디어 전략, 고객 파악, 광고제작, 그 밖에 다른 업무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 권한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렇게 배정된 의사결정 권한들을 실무진이 실제 마케팅 활동에 실시간으로 시험 적용해 검증하면서 전략 지침 제작 과정을 설계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추가로 워크숍을 개최해 시험 적용 결과를 토대로 효과적인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가려내고 본격적으로 활용하기에 앞서 수정했다.

 

현재 타깃에서는 카테고리(품목별) 담당 마케터들이 각각의 전략 지침을 작성하는 일을 맡고 있는데 판매업자들로부터 수렴해야 할 의견과 미디어 전략, 고객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에 관한 요점을 잘 정리해 준비해 두고 있다. 또 각각의 마케팅 회의에서 어떤 사안이 결정돼야 하고, 누가 참석해야 하며, 각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각 참여자는 어떤 부분에서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놓고 있다. 이 같은 전략 지침 덕분에 한결 매끄러워진 경영의 연계성, 더 명확하고 투명해진 업무 절차를 등에 업은 타깃의 카테고리(품목) 마케팅팀은 회사 비즈니스 목표와 폭넓은 마케팅 전략을 공표하는 데 있어서 머천다이징 부서와 효과적으로 공조를 이뤄낼 수 있게 됐다. 또 품목 마케팅팀은 크리에이티브 전략이나 매체 조합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구함으로써 주요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작업을 더욱 매끄럽고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각양각색의 참여자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업무 처리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다.

 

마케팅과 영업.이 두 가지 업무가 빈번히 동떨어져 진행되고 협업은커녕 소통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는 모습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몇 년 전 한 글로벌 기술 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기업 간 거래(B2B) 회사들처럼 이 기업도 일부 숙련된 영업사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규모가 가장 큰 거래처들과의 계약을 성사시켜 매출을 올린다. 마케팅 부서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이들 영업 담당자를 지원하는 보조적인 홍보자료를 제작한다. 안타깝게도 과거에는 마케팅 부서에서 만든 홍보자료가 영업 담당자의 요구와 맞지 않아 영업담당자가 직접 홍보자료를 다시 손보거나 자체 제작하곤 했다. 실제로 내부 설문조사 결과 영업 담당자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거의 하루는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료를 찾거나 개발하기 위해 회사 내부를 뒤지고 다니느라 정작 고객을 만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여러모로 낭비일 뿐만 아니라 외관이나 분위기, 메시지의 일관성 면에서 격차가 큰 홍보자료를 만들어냄으로써 하나뿐인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창조하려고 투자해온 회사의 노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여기서 또 한번 의사결정 관점이 지닌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경영진은 영업부문장의 지휘를 받던 영업지원 부서의 업무 규정을 바꿔 마케팅 부서와 긴밀하게 작업하도록 지시했다. 그런 다음 의사결정 권한과 절차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했다. 영업지원 부서는 거래처 담당자, 영업 전문가(specialists), 사전 영업 담당자 등 영업 유형별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홍보자료 기준을 세웠다. 마케팅 부서는 그 기준에 맞춰 각 홍보자료에 들어갈 내용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견본을 제작하고 영업지원 부서에 최종 결정을 맡겼다. 마케팅 부서는 각 홍보자료가 외관상으로나 분위기 면에서 브랜드 고유의 시각적 가이드라인에 적합한지도 검토했다. 제품 특성에 관한 정보 제공과 가치 제안은 각 제품을 생산한 팀에서 맡았다. 목표가 명확하게 제시되고, 필요한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확보됨에 따라 마케팅 담당자들은 영업 부서는 물론 브랜드 관점에서도 만족스러운 홍보자료를 제작할 수 있었다.

 

이제, 자신들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제작된 보조 홍보자료를 손에 쥔 영업 담당자들은 최신 유행에 발맞춰 가고 있고 영업 부서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업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홍보자료 제작에 신경 쓰지 않고 순전히 영업에만 전념하는 시간이 늘어나므로 재정적으로도 조직에 확실히 이익이 된다.

 

또 다른 예는 소비재 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껏 소비재 마케터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품목을 늘리는 방법을 써왔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로 인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됐다. 상품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진열대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고객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관심을 끌어모아야 하는 영업 담당자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소매상들의 자체 역량이 확대되면서 신제품이 시장에 선보이더라도 지원이 미온적인 수준에 그치거나 전혀 이뤄지지 않을 때도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유럽의 몇몇 소비재 기업들은 신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그 과정을 진행할지에 대해 새롭게 규정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제품 마케팅팀은 처음부터 판매 거래처가 보유한 진열 공간의 한계를 염두에 두고 각 매장에서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간과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 앞에서 소요하는 시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따라서 요즘은 영업 담당자들의 임무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판촉 행사 일정을 감안한 제약과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양쪽 끝 진열대의 이용 가능성 등 영업 담당자가 제공하는 최전선의 현장 정보가 결정적인 고려사항이 되고, 때로는 상품 출시와 마케팅 전략을 제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최종 관문과 같은 구실을 하기도 한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초기부터 이러한 정보를 반영하도록 의사결정 과정을 다시 설정함으로써 유리한 시기에 신제품을 선보여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강력한 통찰력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기 위해 노드스트롬은 많은 분석 작업에 대한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을 마케팅 부서로 옮기고 IT부서와 협력하도록 했다.

 

마케팅, IT, 그리고 분석역량.최첨단 마케팅 조직일수록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빅데이터 분석, 마케팅 최적화 도구, 그 밖에 수많은 전문 소프트웨어들이 그 예다. 지금까지는 IT부서가 대부분의 기술을 보유하고 관리해왔으며 중앙 분석 서비스 그룹에서 데이터를 찾아내고 가공하는 일을 맡았다. 그런 관행이 요즘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에서 마케팅 업무가 발전해온 방식을 살펴보자
. 노드스트롬의 중대한 전략적 목표는 여전히 매년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일궈내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노드스트롬의 핵심 마케팅 조직은 각 품목에 대해 판매자들이 기획한 내용을 실행하면서 수동적으로 요구 사항만을 접수하는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팀들이 자신이 속한 부서나 자신이 담당하는 상품 계열에만 집중한 나머지 고객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을 세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날 노드스트롬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노드스트롬백화점과 할인판매 전용 매장인 노드스트롬 랙, 노드스트롬백화점 온라인 사이트, 회원제 명품 쇼핑몰 오트룩까지 총 네 개의 판매 채널에 퍼져 있는 고객들을 파악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노드스트롬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수준 높은 분석력과 검증 능력으로 변화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노드스트롬은 일반적으로 복수의 채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한 채널만 이용하는 고객보다생애 가치(lifetime value)1]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일부 주요 품목에서 100달러를 소비한 고객이 다른 품목에서 100달러를 소비한 고객보다 생애 가치가 높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노드스트롬 마케팅 담당자들이 품목이나 브랜드보다 고객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노드스트롬의 새로운 CMO인 브라이언 데네히는시험하면서 배운다(test and learn)’는 공격적인 철학을 도입했으며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 고객 유치나 여러 채널로의 고객 이동, 고객 생애 가치 같은 지표들을 이용한다.

 

강력한 통찰력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기 위해 노드스트롬은 많은 분석 작업에 대한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을 마케팅 부서로 옮기고 IT부서와 협력하도록 했다. 이제 마케팅 부서는 필요한 분석 역량을 갖추기 위한 기술을 평가하고 선택할 때 IT부서와 협력한다. 기술과 관련된 일에서는 당연히 IT부서가 중요한 역할을 계속 유지하면서 상호접속 가능성이나 보안, 네트워크 안정성을 살펴 승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의사결정 권한을 새로 배정하고, 마케팅과 분석 서비스, IT 부서의 역할을 확실하게 규정한 덕분에 노드스트롬은 핵심 마케팅 수단과 기술 역량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다.

 

[1]한 소비자가 일생 동안 한 기업에 가져다줄 수 있는 이익 - 역주

어느 마케팅 조직에서든 여러 가지 업무 영역들 간의 경계 가운데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경계가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마케팅과 다른 업무 영역들이 만나는 여러 경계 중 세 지점만 살펴봤다. 각 경계가 가진 중요성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일 것이고, 어떤 조직들은 제품 개발이나 심지어 재무 같은 전혀 다른 업무 영역들과의 접점에서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어느 기업도 한번에 모든 경계들을 손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파악하고, 가장 효과적인 의사결정 방법을 습득한다면 그 조직은 훌륭하고 강력한 마케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실은, 그게 틈새시장입니다.”

 

애디트야 조시, 에드와르도 히메네즈

애디트야 조시(Aditya Joshi)는 베인앤컴퍼니의 파트너로서 고객 전략 및 마케팅 실무 대표를 맡고 있으며 마케팅 우수 성과 부문 책임자이기도 하다.

에드와르도 히메네즈(Eduardo Giménez)는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로서 소비재 실무 유럽 부문에 속해 있으면서 마케팅 조직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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