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월(합본호)

디자인에 접목되는 행동경제학 : 습관의 의미
주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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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대평가된 ‘고객충성도’현혹되지 말라 Customer Loyalty Is Overrated

-       버릇 여든까지는 간다 Counterpoint: Old Habits Die Hard, but They Do Die

-       “습관은 인간이 유대감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Habit Is How We Build the Connection”

-       습관은 어떻게 참신함을 이기는가 How Habit Beats Novelty

-       “사람들의 습관을 단단히 유지하게 해주는 제품” “A Product That Lets People Hold On to Their Habits”


디자인에 접목되는 행동경제학:

습관의 의미

 

A.G. 래플리 P&G 전 회장과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의 로저 L. 마틴 학장은 디자인의 비즈니스 가치를 설득할 수 있는 북미의 절친 콤비다. 래플리 회장은 마케팅사관학교로 불리던 P&G를 디자인 파워하우스로 변신시켜서 다양한 신제품을 성공시킨 사람이고, 마틴 학장은 토론토대 경영대를 혁신컨설팅이 가능한 비즈니스디자인 교육기관으로 변신시킨 사람이다. 이전까지의 토론토대 경영대는 파생상품의 대가인 존 헐 교수가 있던 파이낸스 중심이었다.

 

래플리와 마틴 두 사람은 전통적인 마케팅과 전략의 대안으로서 고객의 근본적인 니즈를 찾는 디자인을 주장해 왔다. 흥미롭게도 이번 글에서는 고객의 니즈 변화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서 혁신적인 제품을 추구하는 대신, 고객의 습관 자체를 추구할 것을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인스타그램과 마이스페이스를 들었으며, 유니레버는 실패하고 페이스북, P&G의 타이드 세제가 성공한 이유도 습관의 시작이 되는 익숙함이라 말했다. 이들은 익숙함을 습관으로 만들고(필수원칙 2), 이를 강화하는 브랜드 확장(필수원칙 3)과 커뮤니케이션 전략(필수원칙 4)을 수행하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가 형성된다고 결론을 맺었다.

 

흥미롭게도 본 글에서는 익숙함, 역치, 직관, 처리 유창성, 중독 등 심리학과 경제학이 접목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용어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마케팅과 전략의 대안으로 디자인을 받아들인 저자들이 이제는 대니얼 카너먼, 리처드 탈러, 댄 에리얼리 등으로 대표되는 행동경제학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블링크>를 쓴 맬컴 글래드웰 같은 사람을 통해서 그 학문적 성과가 외부에 많이 알려졌다. 이제는 습관을 만드는 신상품 개발 모델이 연구될 만큼 실무에 접목되는 속도가 빠르다. 이는 니르 이얄과 라이언 후버가 펴낸 <>이라는 책에 잘 나와 있다.

 

그럼 래플리와 마틴이 쓴 아티클을 심도 있게 살펴보자.

 

1. (기획자/마케터에게) ‘소비자가 습관을 형성하게 하라는 ‘시장이나 제품 대신 사람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기획이나 마케팅업계 종사자라면 저자들의 주장이 기존의 록인lock-in전략(고착전략 혹은 잠금전략)과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할 수 있다. 하지만 습관을 만들고 강화하라는 주장은 시장에 기반한 생각도 아니며 제품에서 출발한 개념도 아니다. , 같은 습관을 공유하는 사람이 시장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을 구분하는 용도로 습관을 사용할 수도 없고, 제품에 특정한 기능을 넣고 빼는 것이 습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진 바도 없다. , 습관이란 철저하게 사람(좁게 이야기하자면 한 명의 고객)의 입장에서 시작된 개념이기 때문에, 습관을 형성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형성된 습관을 강화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사람에게 어떠한 습관이 얼마나 들러붙는지 철저하게 이해하고 예측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 저자들은 시장점유율이나 제품판매액과 같은 단기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좋은 접근법이 아니며, 한 명의 사람을 위한 무언가를 기획하고 이를 의사소통하되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2. (디자이너에게) ‘습관을 강화하라는 말은 분석이 아니라 직관적인 대안이다.

 

기업 현장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면, 과거 디자인의 경영학적 가치를 열광적으로 주장하던 저자들이 심리학 이론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디자인의 본질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현재 상황에서 문제점을 찾고 이를 극복하는 대안을 찾아다니는데, 대안이라는 것이 하나의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영역에서 인사이트를 빌려올 수 있다.

 

디자이너와 마케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과거 많은 마케터들은 고객의 제품 구매를 예측하기 위해서 기대와 제품의 품질 사이에서 발생하는 만족/불만족(customer satisfaction)을 연구했다. 이런 지표는 측정과 관리가 편해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만족한 고객이 이탈하기도 하고 만족하지 않은 고객이 재구매하기도 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객충성도customer loyalty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라이켈트 교수가 제안한 순추천고객지수Net Promoter Score또한 측정과 관리가 편리했기 때문에 마케터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고객이 하나의 제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설문조사로 정량화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받아들인 디자이너들은, 더 나은 설문 문항이나 분석기법을 적용하는 대신, 관찰이나 인터뷰를 통해 제품에 대한 사랑을 정성적으로 이해하는 대안을 찾는다. , 이번 HBR 1·2월합본호에서 저자들이 제안하는 습관을 만들고 강화하라는 주장은, 기존의 정량적인 분석이 가능한 방법(고객생애가치를 고려한 시장 세그먼팅과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한 신제품 포지셔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디자이너들의 습성에 가까운직관적인 방법이다.

 

행동경제학자들이 볼 때, 인간의 습관과 관련된 심리학적 기제는 익숙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엔 다양한 비합리성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비합리성은 때로 차단할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고, 또는 극복할 수도 있다.

 

 

3. (행동경제학자들에게) 습관 형성과 강화에 필요한 것은익숙함뿐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자들이 볼 때, 인간의 습관과 관련된 심리학적 기제는 익숙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엔 다양한 비합리성irrationality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비합리성은 때로 차단할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고, 또는 극복할 수도 있다. 아래는 기업이 고객의 비합리성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알려주는 세 가지 사례다.

 

<사례 1>

우리는 종종 감정을 듬뿍 실은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나중에 크게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술 취해서업된상태에서 낮에 혼난 상사에게 화풀이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기분이센치해진 밤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다시 만나자고 글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이 맑아진 다음날에는 보낸 메일을 취소할 수가 없다. 이메일 서비스를 운영하는 경영자라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지메일Gmail엔지니어였던 존 퍼로Jon Perlow는 공학적 해결책 대신 메일을 작성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하고 메일고글스Mail Goggles라는 기능을 2008년에 선보였다. 이 기능을 켜놓은 상태에서 메일을 작성하면, 보내기 버튼을 눌러도 곧바로 전송되지 않는다. 그 대신 사칙연산 문제 5개가 들어있는 화면이 등장하면서 제한시간 60초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정답을 모두 맞히고 다시 한번 보내기 버튼을 눌러야만 비로소 메일이 전송된다. 메일고글스는 산수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메일을 쓰면서 뜨거워졌을지도 모르는 본능을 끄고 차가운 이성을 켜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카네기멜런대 조지 로웬스타인George Loewenstein교수가 진행하는 본능에 관한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 이 기능은 특히 알코올 등의 작용으로 본능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금요일 오후 10시부터 토요일 오전 4시까지 많이 사용되었고 2012년에 서비스가 중단되기 전까지 많은 지메일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지메일의 엔지니어는 비합리성을차단해서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사례 2>

필립스전자 미국지사의 임원들은 비합리성을받아들여서다른 문제를 해결했다. 2000년 초반까지 필립스전자 미국지사의 직원들은 대부분 퇴직연금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당장의 돈이 아깝고 미래의 퇴직금이 손에 잡히지도 않으니,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최소액만 납부하고 기본옵션을 선택한 뒤 조정을 하지 않았다. 임원들은 직원들에게 합리적인 판단을 강제하는 대신, 상당한 일정액이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기본옵션에 각종 선택과 최종수령액이 쉽게 이해되는 SMarT(Save More Tomorrow)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2002 1월에 2개 부서에 실험삼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넛지>의 저자인 시카고대의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교수가 제안했다. 보통 사람들이 월납부액, 운용회사, 투자상품, 투자처, 절세혜택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서 선택하지 않고 기본옵션을 아무 생각없이 선택한다는 비합리성을 활용하여, 처음부터 최선의 옵션을 기본옵션으로 제공한 것이 핵심이었다. 프로그램 도입 후 1년이 지난 2002 3월에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프로그램이 적용된 2개 부서의 연금 가입률은 이전에 비해 평균 1.6% 상승했으며, SMarT에 가입한 직원들은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에 비하여 연금 가입률이 평균 3.5% 높았다.

 

<사례 3>

최근에는 경쟁이나 즐거움을 적용해서 비합리성을극복하여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등장한다. 디자인혁신회사 IDEO는 채소를 거부하는 캘리포니아 어린이들을 위해서 요리법을 개선하거나 주방을 바꾸는 대신, 점심시간에 다른 어린이들과의 경쟁을 강조해서 채소를 많이 먹도록 유도하는 게임을 실행하는 프로젝트를 2014년에 수행했다. 빈 병을 아무데나 버리는 환경문제를 좀 더 재미있게 해결하기 위해서 폴크스바겐은 2009 ‘Bottle Bank Arcade Machine’이라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쓰레기나 빈 병이 특정 구멍에 들어오면 아득히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점수를 주는 게임기 모양의 쓰레기통을 도시에 설치해서 사람들이 빈 병을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유도했다.

 

이제까지 살펴본 사례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비합리성에 대처해서 타인에게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했다. 비합리성을 차단한 엔지니어도, 비합리성을 받아들인 임원도, 비합리성을 극복한 디자이너도 모두 심리학과 경제학이 융합된 행동경제학이라는 응용학문이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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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지메일에서 제공했던 메일고글스 사칙연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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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폴크스바겐에서 실시했던 ‘Bottle Bank Arcade Machine’ 영상

 

저자들은 디자인의 가치를 한 단계 높여서 기업의 전략과 한 몸이 되기(align) 위해서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주력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듯싶다.

 

결론: 습관은 강력하다

 

저자들은 디자인의 가치를 한 단계 높여서 기업의 전략과 한 몸이 되기(align) 위해서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주력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듯싶다. , 끝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말고 이를 무시해도 괜찮다는 주장을 통해서, 자신들의 기존 주장, 디자인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더욱 정교화하고 있다. 저자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앞으로 경영학, 마케팅 분야 연구자들과 실무자들이 디자인과 행동경제학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인사이트를 더욱 많이 받아들여서, 영역에 상관없이 풍부하고 정교한 비즈니스 개선의 기회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또한 본능, 자기관리,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 미래의 감정에 대한 예측 등 다양한 종류의 비합리성을 파고드는 행동경제학을 이해해서 가정이나 직장 또는 사회에서도 더 나은 의사결정이 유도되기를 기대한다.

 

주재우

주재우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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