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월호

차등의결권, 금지해야 하는가?
루미니타 에나체(Luminita Enache),아눕 시리바스타바(Anup Srivastava),시바람 라즈고팔(Shivaram Rajgopal),비제이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

FINANCIAL MARKETS

차등의결권, 금지해야 하는가?

비제이 고빈다라잔, 시바람 라즈고팔, 아눕 시리바스타바, 루미니타 에나체

 

 

 

국에서는 차등의결권Dual-Class Share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민주주의와 1 1투표 원칙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22조 달러의 자산을 감독하는 50개 자산운용사의 협력체인 ISG(Investor Stewardship Group)는 이 제도를 완전히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총 25조 달러의 자산운용사들을 대표하는 기관투자가협의회 CII(Council of Institutional Investors)는 차등의결권을 7년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홍콩과 싱가포르 거래소는 이전까지 차등의결권 주식 상장을 금지했지만 올해 들어 이를 허용했다. 금융투자자들의 요구와는 정반대의 길을 간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 거대 기관투자가들? 아니면 홍콩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차등의결권 제도는 완전히 폐지돼야 하는가, 아니면 적어도 일정기간 후 폐지되는 일몰(日沒)조항으로 둬야 하는가?

 

필자들의 견해로는, 차등의결권을 금지하자는 제안이 중요한 이슈들을 짚어주고는 있다 해도 결국 득보다 해가 될 것이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시대적 과제, 그리고 기성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필요성을 고려할 때 그렇다.

 

이 토론이 잘 이해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쉽게 설명해 보겠다. 미국에서 차등의결권 구조를 갖는 기업에는 일반적으로 두 종류의 보통주식이 있다. 한 종류는 다른 한 종류보다 더 강력한 의결권이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창업자 등 일부 주주가 이사회의 권력을 잡을 수 있다. 배당금 등 경제적 이익은 더 광범위하게 분산되더라도 말이다. 페이스북,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알리바바 등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규모가 가장 큰 기업 상당수가 차등의결권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포드자동차와 뉴욕타임스 등 일부 오래된 가족 지배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차등의결권을 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5분의 1이 차등의결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워런 버핏은 차등의결권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지만, 버핏 자신이 설립한 지주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는 계속해서 차등의결권을 유지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제도를 가진 대부분 기업은 하위 등급인 A급 주식보다 10배 더 많은 의결권을 가지는 B급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알파벳, 언더아머, 블루에이프런, 스냅챗 등 몇몇 기업들은 이 제도를 극단적으로 발전시켰다. 의결권이 아예 없는 C등급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의결권이 없는 알파벳의 C등급 주식이나 의결권이 있는 B등급 주식이나 거의 비슷하게 가격을 책정한다. 투자자들이 의결권이 적거나 심지어 의결권이 없는 주식까지 계속 사들이는 것을 보면 이 주식들이 존재하는 어떤 경제적 이유가 있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차등의결권의 장점에 대해 학술 연구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단일의결권Single-Class주식 기업들보다 차등의결권 기업들의 주가수익률과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더 낮다고 말한다. 또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데에는 경영진 스스로의 자리를 보전하거나, 경영진에게 높은 보상을 지급하거나,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주는 인수합병을 진행하려는 이기적인 동기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연구들은 차등의결권 구조가 특정 시나리오에서는 최적의 전략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또 주식 발행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는 기업은 종종 차등의결권 구조로 전환한다.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펴는 기업이나 가족이 지배하는 차등의결권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보다 장기 주주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투자리서치 기관인 MSCI 2007 11월부터 2017 8월까지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차등의결권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 컴캐스트, 디시네트워크, AMC홀딩스, 리버티미디어, 뉴스코퍼레이션, 비아콤 등 미디어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뉴스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구조를 도입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요즘은 테크기업들이 더 눈에 띈다. 최근 상장하는 테크기업의 거의 절반은 차등의결권 지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케이스스터디들을 조사해 차등의결권 구조를 사용하는 테크기업이 증가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우리 연구를 간단히 요약하면, 기업에서 무형 투자의 중요성이 증대되었고,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늘어났고, 시차이사회제도staggered board나 포이즌필poison pill등 다른 경영권 방어수단이 감소했기 때문에 차등의결권 도입이 늘어난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가 자본시장의 압력을 무시할 수 있게 해주고, 단기 투자자들과 주주총회를 앞두고 벌이는 위임장 대결을 피할 수 있게 해 주고, 연구개발을 축소하거나 기업 구조조정을 늦추는 등의 근시안적 조처를 피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기업에 최상의 방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차등의결권 주식을 전면 금지한다면 거기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예컨대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테크기업의 수가 감소하는 주된 원인은 주주 행동주의investor activism의 확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등의결권을 금지하면, 더 많은 테크기업이 비상장 기업으로 남도록 부추기거나,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한 테크기업도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하도록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반 투자자들은 B등급이나 C등급 주식마저도 살 수가 없게 된다. 이런 가능성이 커지면서 홍콩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도 애초의 태도를 바꿔 차등의결권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무적인 일몰조항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일몰조항이란, 기업공개(주식시장 상장)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위의결권 주식이 하위의결권 주식으로 자동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셜커머스서비스 기업 그루폰과 미국의 유명한 스테이크 체인점 텍사스 로드하우스의 주식은 각각 상장 5년 뒤 단일의결권 제도로 전환됐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판매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핏비트와 여행비교검색 사이트 카약, 생활정보리뷰 사이트 옐프도 이런 자동전환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일몰조항은 기업 초기에 일정기간 차등의결권 구조를 허용함으로써 설립자들이 단기투자자들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위험하고 과감한 이니셔티브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에 따르면 차등의결권 구조의 이점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경영진이 자기 자리를 보전하는 데 노력하느라 들어가는 비용이 단기투자자들의 위협에서 벗어남으로써 생기는 이익을 점차 넘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이 있다. 단일의결권 구조를 가진 회사에 비해 차등의결권 구조를 가진 회사가 갖고 있는 주가 프리미엄은 회사의 나이가 들수록 사라진다.

 

우리 견해로는, 이런 일몰조항이 최대 효과를 발휘하려면 모든 기업이 사업 모델에 더 이상의 변화가 필요 없을 정도로 성숙해지는 기간을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런 것이 어렵다고 본다. 첫째, 일몰조항이 창업 몇 년차에 적용되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우리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수명 주기를 분석해서 고성장 벤처기업이 상장 후 성숙한 기업이 되기까지의 기간을 계산해 봤다. 그 결과, 이 기간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이 기간이 10년이었다. 1990년대에는 7.6년까지 감소했고, 21세기에는 5년이 됐다. 또 성숙 기업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각 기업이 가진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모든 기업에 적용 가능한 일몰 연수를 규정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둘째 이유는 더 중요하다. 점점 빨라지는 창조적 파괴의 속도와 새롭게 부상하는 디지털 기업들과의 경쟁을 고려할 때, 기성 기업들 역시 그들이 현재 갖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영원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포드, 캐터필러, 월마트, 메이시스, 시어스, 보잉, 제너럴 일렉트릭, 존 디어, 듀크 에너지, 톰슨 로이터 등 유명 기업들도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 혼란을 겪고 있다. 아마존, 알파벳, IBM, 애플 등 많은 대기업도 스스로를 재창조해야만 했다. 이때, 차등의결권 구조가 기업의 변신을 촉진할 수 있다. 기업이 어떤 영구적인 비즈니스 모델 단계에 도달하면 더 이상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은 국가 경제의 혁신과 주주 가치 보호에 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헤지펀드들의 요구가 성공했더라면 펩시가 설탕음료에서 건강 식음료로 사업 방향을 바꾸지는 못했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차등의결권의 전면 금지나 의무적인 일몰조항을 도입하기보다는 좀 더 유연한 주식 보유 구조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일몰기간이 지난 후에도 전체(모든 등급) 주주 과반수의 승인을 받으면 차등의결권 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단일의결권 구조를 가진 기업도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서 차등의결권 구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기업의 혁신과 변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차등의결권 구조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예 상장 폐지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나은 길이다.

 

 

번역 손용수 에디팅 조진서

 

비제이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은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석좌교수다. 그는 라비 라마무르티(Ravi Ramamurti) 교수와 함께 〈Reverse Innovation in Health Care: How to Make Value-Based Delivery Work(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8)를 공동 저술했다.

 

시바람 라즈고팔(Shivaram Rajgopal)은 컬럼비아경영대학원 부학장이다. 라즈고팔 교수는

 

재무보고와 임원보상 문제를 연구하며, 회계와 재무 부문에서 유명하다.

 

아눕 시리바스타바(Anup Srivastava)는 캘거리대 해즈케인경영대학원 부교수다.

 

루미니타 에나체(Luminita Enache)는 캘거리대 해즈케인경영대학원 조교수다. 기술기업의 재무공시 분석이 주 연구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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