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월호

인터넷은 미디어를 바꿨고 블록체인은 금융시스템을 바꾼다
로블레 알리(Robleh Ali),네하 나룰라(Neha Narula),이토 조이치(Joichi Ito)

TECHNOLOGY

인터넷은 미디어를 바꿨고

블록체인은 금융시스템을 바꾼다

이토 조이치, 네하 나룰라, 노블레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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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넷이 처음 등장하고 몇 년 후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그저 반짝 지나가는 기술일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우리가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 ‘아랍의 봄’, 2016년 미국 대선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은 이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암호화 화폐cryptocurrency와 블록체인이 있다. 과연 인터넷이 가져온 파급효과와 비슷한 일들을 보게 될까? 사실 이들 간에는 유사점이 많다.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 화폐는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등 새로운 오픈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한 핵심기술의 발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핵심기술은 처음부터 여러 개의 분산된 계층이 모여 전체를 이루도록 설계되었다는 점도 인터넷과 유사하다. 각각의 계층은 상호 운용이 가능한 개방형 프로토콜에 따라 정의되며, 개인이나 기업 모두는 자유롭게 이 프로토콜을 이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개발 초기단계인만큼 여러 기술이 서로 경합을 벌이고 있으니 블록체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도 정확히어느 블록체인을 말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도 인터넷과 같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같은 네트워크를 사용할 때 블록체인 기술의 힘이 가장 강력해지는 것이므로, 앞으로는 블록체인을 이야기할 때 여러 블록체인 중 단 하나만을 가리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그리고 인터넷을 구성하는 계층은 수십 년에 걸친 개발의 결과다. 각각의 기술적 계층은 폭발적인 규모의 창의적 응용과 사업활동을 이끌어냈다. 초창기 인터넷은 컴퓨터가 전선을 통해 비트(정보단위)를 전송하는 법을 표준화했고, 3Com과 같은 기업은 네트워크 스위치 제품을 통해 굴지의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컴퓨터 간 전송되는 데이터패킷의 호출과 통제에는 TCP/IP프로토콜이 사용되었는데, 시스코는 이 프로토콜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 2000 3월 글로벌기업 시가총액 기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989년 팀 버너스 리Time Berners-Lee가 개방형 프로토콜 HTTP를 선보인 이래 인터넷은 이베이,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을 현실로 만들었다.

 

 

 

블록체인의킬러 앱은 무엇일까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국방비로 개발된 초창기 인터넷은 연구기관과 대학을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지 상업용이 아니었다. 인터넷은 애당초 이윤 창출이 아니라 가장 탄탄하고 효과적인 통신망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자 만든 기술이다. 게다가 상업적 참여자나 그러한 이해관계의 부재 자체가 인터넷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네트워크 아키텍처 구성에 필요한 자원공유 방식은 시장 주도의 개발 체제였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기 인터넷의 이른바킬러 앱’, 다시 말해 온 세상이 인터넷의 가치를 인정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메일이었다. 이메일은 인터넷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네트워크를 강화시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 블록체인의 도입을 이끌고 있는 것은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중이며, 활발한 기술전문가 커뮤니티와 빈틈없는 코드 리뷰 프로세스 덕분에 비트코인은 여러 블록체인 중에서 가장 높은 보안성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메일이 그랬던 것처럼 아마 비트코인도 결국 몇 가지 형태만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s, 자산 등록asset registries, 그리고 금융 및 법적 용도 이상의 새로운 유형의 거래업무를 포함한 다양한 응용 형태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면 새로운 방식의 분산된 자동화 금융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소우주microcosm라고 정의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비트코인의 성능은 아직 상당 부분 제한적이다. 현존하는 다른 결제 시스템과 비교해 거래량도 부족하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규제시스템과 경제시스템을 포괄하는 코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높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모든 거래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받아들여지기 전에 반드시 특정 규칙을 만족해야 한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현재의 금융시스템에서는 사람이 규칙을 만들고 사람이 위반 행위를 잡아낼 감시인을 지정하지만, 비트코인에서는 코드가 규칙을 만들고 네트워크가 그 준수 여부를 감시한다. 거래 시 디지털 서명이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규칙 위반이 일어나면 네트워크가 자체적으로 그 거래를 무효화한다. 비트코인에서는 심지어통화정책도 코드의 일부다. 10분마다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며, 총 공급량을 항상 2100만 비트코인으로 유지함으로서 통화 공급을 정부가 결정하지 않고 원자재에 연동시키는 금본위제와 같은 경화hard money규칙을 따른다.

 

여기서 현재의 비트코인이 주는 선택권이 완벽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의 경화 규칙에 동의하지 않으며, 법률인들은 코드만으로 모든 것을 규제하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유용한 재량권이 가질 수 있는 역할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비트코인이 엄연히 실존하며 현재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미 비트코인에 실질적 경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보유하고 유지하는채굴자miners와 비트코인 거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디지털지갑 제공자wallet providers는 예외 없이 규칙을 준수한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각종 공격을 꿋꿋이 버텨왔고, 비록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안정적인 결제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처럼 블록체인의 응용범위를 넓혀 금융시스템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로 하여금 긴장 반, 기대 반의 시선을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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