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월

월스트리트가 휘두른 권력의 대가
가우탐 무쿤다(Gautam Mukunda)

 

금융계의 과도한 영향력이 어떻게 기업들을 멍들게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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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 Hubert Blanz, Four Elevators, 060

2006, black-and-white baryta print on aluminum 80 x 199 cm

 

이 글에서월스트리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금융권은 광범위하다. 이곳에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으며 그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례로 예금이나 대출은 벤처캐피털과 무관해 보이고 실제로도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금융화의 원인 제공자인 동시에 수혜자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월스트리트라고 할 때는 대형 유니버설 은행1]과 투자 은행만을 가리킨다. 이 글에 제시된 개혁안 역시 우선적으로 유니버설 은행과 투자 은행을 대상으로 하며 사모펀드나 대형 자산관리업체 같은 금융권의 다른 분야는 부차적인 대상이다.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최신 여객기 기종인 787을 개발했지만 엄청난 비용 상승과 배터리 화재로 오점을 남겼다. 어떤 상품이든 기술적 결함은 있을 수 있다. 다만 보잉 787기의 경우에는 모든 문제가 전적으로 월스트리트의 지시를 따른 경영진의 의사결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97년 맥도넬 더글라스와 합병하기 전까지만 해도 보잉은 엔지니어링 주도의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었으며 신형 항공기 개발에 과감히 투자해온 역사를 자랑했다. 반면 맥도넬 더글라스는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하고 비용 절감과 재무성과를 중시하는 기업이었는데 두 회사가 합병되면서 이 기업문화가 보잉을 장악하게 됐다. 그 결과 보잉에서 다년간 근무한 엔지니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87기를 개발할 당시 전례 없이 높은 수준으로 아웃소싱이 단행됐다. 엔지니어들은 그 이유가 부분적으로는 순자산이익률(RONA)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웃소싱으로 인해 보잉사의 대차대조표에서 자산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공급망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면서 여객기가 갖춰야 할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엔지니어들이 우려했던 대로 개발 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지고 비용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보잉이 자산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다분히 월스트리트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금융계 애널리스트들은 RONA를 기초로 기업과 경영자들을 평가하며 이처럼 수치에 집착하는 경향은 그동안 많은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왔다. 실제로 존 애스커, 조앤 퍼레 멘사, 알렉산더 엉크비스트 같은 경제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이 자산에 투자하는 규모가 비상장기업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되는 것도 단기간에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욕심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소비재 판매 기업인 새라 리는 자산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의류와 식품을 제조해오다 브랜드 관리로 방향을 바꿨다. 새라 리의 CEO는 이렇게 말했다. “월스트리트는 기업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의 세력가들은 규칙을 만드는 룰 세터다…. 그들은 최소 자산으로 최대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에 프리미엄을 주기로 결정해버렸다.” 많은 전자 회사들이 연구개발 부문과 제조 부문의 긴밀한 융합이 혁신의 관건임에도 불구하고 보잉이나 새라 리처럼 제조 부문의 아웃소싱을 단행한 이유도 바로 주식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번 달 스포트라이트에 포함된 또 다른 글에서 나의 동료 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많은 기업들이 월스트리트가 선호하는 기준을 채택한 탓에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학자들과 경영자들이 한목소리로 월스트리트를 비판하는 이유는 단기적 사고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주주 이익을 위해 직원과 고객을 희생시키며 경영진으로 하여금 불가능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 부정을 저지르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경영에 미치는 금융권의 영향력이 너무 강력해진 나머지 최근 기업의 CF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월스트리트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고겉보기에 번지르르한실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경제적 가치를 포기하겠다고 답한 CFO의 비중이 78%나 됐다. 투자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순현재가치가 플러스 상태인 프로젝트를 포기하겠다고 답한 CFO 55%였다. 결국 자신이 속한 기업에 기꺼이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얘기다.

 

경영자들은 월스트리트 의견을 존중하는 이유를 말할 때 흔히 자신들에겐 주주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신인의무(fiduciary duty)’2]가 있다고 설명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1970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경영진의 유일한 책무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이래로 하나의 신조가 된 말이다. 문제는 이 말이 틀렸다는 사실이다. 경영진의 도덕적 책임에 대해 어떤 신념을 지니고 있든 상관없이 신인의무는 특정 상황에서의 법적 의무 사항인데 법학 교수인 린 스타우트에 따르면 법률상 미국의 경영자들은 그러한 규정을 전혀 따를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이 자신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째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전혀 옳지 않은 것을 믿거나 아니면 믿는 척 행동할까? 나는 정치학자다. 경제학자들이 돈에 대해 생각하고 군인이 군대를 떠올릴 때 내 관심은 권력에 쏠린다는 말이다. 사람들, 그리고 국가들이 스스로의 이익에 반하는 쪽으로 행동하게 되는 상황은 무척 많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특정 부문이나 집단의 권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경우라면 이는 가장 중대하고도 위험한 상황이다. 이런 관점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살펴보고 나면 지나치게 거대해지고 불균형하게 발달한 월스트리트의 권력을 억제하기 위한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게 느껴질 것이다.

 

Idea in Brief

문제점

경영자들은 기업에 가장 이익이 되는 판단을 내리지 않고 월스트리트의 압박에 굴복하기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분석

금융권은 1980년대 이래로 엄청난 권력을 축적해왔다. 이런 현상은 정부 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을 왜곡해 경제를 약화시키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해결책

메인스트리트(실물 경제)와 월스트리트(금융권) 관계가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 경영진과 미국 정부, 양쪽 모두의 용기가 필요하다. 

 

 

[1]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결합한 형태로 예금, 대출 등 은행 본연의 업무뿐 아니라 신탁, 리스, 할부금융 등 모든 금융업무를 아우를 수 있는 은행 편집자주

[2]전문적 지위를 지닌 금융회사가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의무. ‘수탁관리자로서의 의무’, ‘신의 성실의 의무라고도 한다 - 편집자주

금융권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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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패권 장악

대공황이 찾아오기 전 금융업자들의 지위와 영향력이 어찌나 컸든지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이 JP모건을 대주주로 둔 철도회사를 상대로 대규모의 반독점 위반 소송을 사상 처음으로 제기하자 모건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잘못한 게 있다면 그쪽 사람(법무장관)을 내 변호사에게 보내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십시다.” 하지만 1929년 주식시장이 붕괴하자 미국은 글래스 스티걸 법(Glass-Steagal Act)3]을 통과시키는 등 금융권에 제약을 가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입법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들은 지난 수십 년 사이 대부분 무효 상태가 됐다. 그리고 그로 인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금융권이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금융과 보험산업 규모는 1950년만 해도 연간 국내총생산(GDP) 2.8%를 차지했으나 1970년에는 4.2%로 커졌다. 2012년이 되자 6.6%로 불어났다. 수익 면에서도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1970년 금융-보험업계의 수익은 나머지 다른 산업 분야들의 수익을 모두 합한 금액의 24%에 이르렀다. 2013년에는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이 비율이 37%로 더 커졌다.

 

이 같은 수치들로만 금융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표현하기는 역부족이다. 상당수의 비금융 기업들도 막강한 금융 사업 부문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의 금융 사업 부문 자산은 1980년대 초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0년이 되자 비금융 기업들이 보유한 유형자산과 그 규모가 같아지거나 심지어는 더 커졌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자동차 업체 포드는 자동차보다 대출상품(오토론)을 팔아 더 많은 수입을 거둬들였으며 GE의 경우에는 전체 수익의 절반가량이 GE캐피털에서 나왔다. 1980년 미국의 금융자산 가치는 비금융 기업들을 포함할 경우 GDP 5배나 됐다. 2007년에는 무려 10배였다.

 

금융권의 규모와 수익이 커지면서 정부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1998~2013년 금융, 보험, 부동산 업계가 쏟아부은 로비 자금은 거의 60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이는 의료서비스업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액수였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금융권은 정부에 대한 압력을 한층 강화했다. 2013~2014년에 치른 선거를 살펴보자. 2014 3월까지 금융, 보험, 부동산 업계는 다른 어떤 업계보다 많은 금액인 약 48500만 달러를 로비에 썼고 연방 선거에 나선 후보자 캠프에도 14900만 달러 가까이 기부했다. 이는 의료서비스 업계가 기부한 금액보다도 거의 3배 정도 큰 규모였다.

 

금융권을 대표하는 인물들과 로비스트들은 이 분야를 감독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정부 기관들과 아주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블랍(The Blob)’4]이라고 부른다. 관련 부처에 속한 전·현직 관료의 면면을 보면 이해가 된다. 금융 분야를 감독하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재무부 장관이다. 재무부 장관 자리를 지키고 있거나 이미 거쳐 간 여섯 명의 인물들을 살펴보자. 현 재무무 장관 제이콥 루는 시티그룹 출신이다. 그의 전임자인 티머시 가이트너는 현재 월스트리트의 사모투자회사인 워버그핀커스 회장이다. 가이트너의 전임자인 행크 폴슨은 골드만삭스의 CEO였다. 폴슨에 앞서 재무부 장관을 맡았던 존 스노는 현재 사모투자회사인 서버러스 회장직을 맡고 있다. 스노의 전임자였던 래리 서머스는 퇴임한 뒤 헤지펀드인 디이 쇼에서 500만 달러 넘는 수입을 올렸다. 서머스의 전임자였던 로버트 루빈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시티그룹에 들어가 고위직을 맡았다.

 

내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리더가 권력을 잡기 전까지의 이력은 권력을 잡은 후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금융권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사람들끼리는 같은 세계관을 갖기 쉽다. 앞서 언급한 여섯 명은 모두 정권에 합류하기 전에 금융권에서 꽤 오래 일했거나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금융권의 이해관계에 충분히 동조적이었기 때문에(혹은 둘 다였던 경우도 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위와 보수가 아주 높은 일자리를 얻기가 수월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 의장을 지낸 쉴라 베어가 지적했듯이 문제는인지 포획(Cognitive capture)’5]이다. “부정부패를 저지른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대형 금융기관과 그곳을 대표하는 사람들(월스트리트)의 말은 지나치게 경청하는 반면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메인스트리트 사람들의 요구엔 충분히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월스트리트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엄청나다. 예를 세 가지만 들어보자.

 

· 월스트리트의작업으로 인해 이른바 볼커룰(Volcker rule) 입법이 늦춰졌다. 볼커룰은 당초 연방에서 보호하는 고객 예금을 은행들이 투자 목적으로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추진됐다. 그러나 초안을 공개하기 수개월 전부터 관련 기관이 외부인을 상대로 마련한 회의 참석자들 중 93%가 금융계 대표들로 채워지는 등 볼커룰의 내용을 약화시키려는 로비 활동이 벌어졌다.

 

·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파생상품들을 규제하려고 했지만 월스트리트가 로비 총력전으로 맞섰다. 그 결과 수많은 예외 조항이 생겨나 CFTC 규제가 미치는 범위는 세계 시장의 20%도 안 된다.

 

·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지난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일부 은행들은 규모가 너무 큰 나머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어 기소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월스트리트의 은행들이 막대한 규모로 인해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는 점을 뚜렷하게 시사한 발언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 사법기관의 수장조차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부 대형 은행들은 법 위에 군림한다고 선언한 셈이다.

 

금융계는 가장 많은 특권을 누렸던 1920년대 절정기를 회복하고 있다. 사실 뉴딜 정책이 시행되면서 월스트리트는 낙후된 곳으로 비쳐졌다. 1949년 피터 드러커는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20년 전만 해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재원들의 목표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취직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철강, 석유, 자동차 회사에 들어가려고 한다.” 2012년에는 사뭇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대 직장 목록에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다시 포함된 것이다. 그해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의 35%가 금융 서비스 분야로 진출했다. 45%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과 비교하면 줄어든 규모이긴 하지만 금융계는 여전히 하버드 MBA 출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진출 분야다.

 

IMF가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국가의 금융 부문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실제로는 성장을 저해하고 변동성을 높이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3]상업은행의 증권 업무를 금지함으로써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던 법. 1999년 폐지됨 역주

[4] 1958년 제작된 미국 공포 영화 제목이자 영화 속에서 크기가 점점 커져 작은 마을을 위협하는 아메바처럼 생긴 외계 생명체를 가리킨다 역주

[5]규제당국자들이 자신들이 규제해야 할 대상과의 이해관계에 몰입해 그들의 볼모처럼 돼 버리는 현상을 뜻함 - 편집자주

금융화가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금융화는 금융 시장과 금융기관들, 이 분야의 엘리트들이 경제는 물론 정부를 포함한 사회의 다른 기관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되는 현상을 뜻한다. 금융화를 겪은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사회학자인 지오반니 아리기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역사적으로 금융화가 이뤄진 다양한 사례들을 찾아냈다. 여기에는 14세기의 스페인과 18세기 후반의 네덜란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의 영국도 포함돼 있다. 놀랍게도 금융화가 진행되는 동안 네덜란드와 영국 사람들은 자국의 경제 변화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두 나라의 금융 엘리트들은 불어나는 재산에 자신감을 얻어 국가의 미래를 위해 금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정부를 설득했다. 일례로 1925년 영국은 자국 통화가 약세일 경우 제조업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그 대신 강() 파운드 정책을 펼쳐 금융업계에 혜택을 줬다.

 

금융화가 이뤄진 경제 상황에서는 금융의 꼬리가 경제의 몸통을 흔든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진행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가 발전의 초·중기 단계에서는 탄탄한 금융 시스템이 막중한 기능을 하지만 민간 부문 부채가 GDP 80~100%에 이를 정도로 금융 분야의 규모가 비대해지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고 변동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의 경우 2012년도 민간 부문 부채가 GDP 183.8% 수준이었다. 금융화가 경제 기반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는 보잉의 사례처럼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 말고도 두 가지가 더 있다. 첫째, 금융 시스템이 확대되고 복잡해질수록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이먼 민스키, 찰스 킨들버거, 라구람 라잔을 위시한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강조하는 내용이다. 라잔은 2005년에 금융 불안정이 지닌 위험성이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으나 금융 혁신에 회의적이었던 래리 서머스로부터러다이트(Luddite)”6]라고 묵살 당한 인물이다.

 

둘째, 과도하게 성장한 금융 시스템으로 인해 자원의 배분이 잘못 이뤄질 수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1984년에 지적했던 것처럼증권업계가 하는 일 중 실질적인 투자와 관련된 금융(자금 조달) 업무는 극히 일부다.” 토빈은꽃다운 젊음을 비롯한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 재화나 서비스 생산보다 금융 활동에 더 많이 투입됨으로써 사회적 생산성과는 균형을 맞추지 못한 채 개개인의 이익만 불린다고 우려했다.

 

이 문제는 자본 배분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경제학자 어즈거 오르핸가지의 연구에 따르면 금융화가 확대되면서 금융 자산 투자에 밀려 실물 자산 투자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시장이 단기적이고 유동적인 자산을 선호하며 비금융 기업들도 실물 자산 매입보다는 투자자 배당(주로 배당금이나 자사주 취득 형태)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갈수록 더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토빈이 지적한 대로 부적절하게 배분되는 자원에는 자본만 있는 게 아니다. 여기에는 인력도 포함된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로저 부틀(Roger Bootle)은 모든 경제 활동은생산분배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생산적인 일은 사회의 부를 늘린다. 반면 분배 활동은 부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길 뿐이다. 모든 산업에는 생산과 분배 활동이 포함된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분배 활동에 치중한다.

 

금융서비스 업계에서는지대 추구(rent seeking)’라고 하는 분배 활동도 아주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정부 정책을 활용해 이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수반한다. 경제학자인 케빈 머피, 안드레이 슐라이퍼, 로버트 비시니는 국가마다 생산성이 가장 뛰어난 인력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창업 활동에서 지대 추구 활동으로 초점을 옮기면서 경제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월스트리트로 몰려가지만 결국 부를 창출하는 대신 분배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 초단타 매매에 걸리는 시간을 10억분의 1초라도 더 줄이려고 애쓰는 아주 똑똑한 컴퓨터공학자나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있는 곳은 구글, 생명공학회사 암젠,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 같은 회사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차세대 구글, 암젠, 테슬라가 될 회사의 창업에 뛰어든 것도 아니다.)

 

금융권의 수익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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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따져보는 방법도 있다. 일부 산업 분야를 보면 거래는 관계자 모두에게 이익을 남기는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당신이 포드 자동차를 한 대 구입한다고 했을 때 이상적으로는 1년 뒤 당신과 포드는 둘 다 나은 처지에 놓여지게 된다. 당신은 돈보다는 차를 원하고, 포드는 차보다는 돈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주식을 팔 경우 1년 뒤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내가 웃을 테고, 주가가 오르면 당신이 웃는다. (그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전제한다면.)

 

[6]자유로운 사상의 경쟁과 투명한 공개적 담론이 펼쳐지는 장 편집자주

소매금융과 상업은행, 또는 보험과 벤처캐피털 같은 대부분의 금융권에서는 포지티브 섬 거래가 이뤄진다. 하지만 투자은행처럼 규제 철폐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금융 분야는 주로 제로 섬 거래를 다룬다.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높은 보수는 금융권의 막강한 영향력을 드러내는 또 다른 증거다. 경제학자인 토머스 필리폰과 아리엘 리셰프는 대공황 전에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수입은(높은 교육수준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업계 근로자들에 비해 엄청나게 높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33년 글래스 스티걸법이 통과된 뒤에는 이 같은 프리미엄이 급격히 축소됐고, 1980년엔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규제가 철폐된 뒤로는 트렌드가 빠르게 뒤바뀌면서 2006년에 이르자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대공황 이전 수준의 프리미엄을 회복했다.

 

이 프리미엄은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폭넓게 적용됐다. 2006년을 기준으로 보면 금융업계 직원들의 수입은 다른 경제 분야에서 일하는 동등 학력의 직원들에 비해 평균 50% 높았다. 고위 간부의 경우에는 그 격차가 훨씬 더 컸다. 금융업계 고위 간부들의 수입은 비금융업계 고위 간부들에 비해 250% 높았다. 그중에서도 월스트리트 고위 간부의 경우엔 수입이 더 높다. 실물 경제 진영에 속한 고위 간부들보다 300%나 많이 번다. 금융권의 이 같은 임금 프리미엄은 계산하기에 따라 1980년대 이후 미국 사회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 원인의 15~25%를 차지한다.

 

권력이 초래한 결과

우리가 지금 살펴보고 있는 금융 분야는 현대 사회에서 중추적 기능을 수행한다. (현대 경제는 은행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 부문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경제 성장을 늦추고 불평등을 확대하며 대형 사고를 일으켜 엄청난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 정부는 세수 손실과 지출 증가 등 2조 달러 넘는 손해를 봤다.) 문제점이 이렇게 많은데도 금융권은 여전히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상당수의 경영자들이 금융권에서 기업에 해로운 요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제기했던 문제점으로 돌아가보도록 하자. 우리 사회,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은 어째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은 두 단어로 축약될 수 있다. 힘의 불균형.

 

우주의 별들이 블랙홀의 중력에 이끌려 몇 광년씩이나 궤도를 일탈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주위에 대단한 권력과 명망을 지닌 세력이 버티고 있으면 직간접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직접적인 영향으로는 유인과 강압이 있다. 시키는 대로 하면 보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주는 당근과 채찍을 말한다. 이런 직접적인 영향력은 선거 때마다 기부금에 휘둘리는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나타난다.

 

간접적인 영향력은 분명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훨씬 더 치명적이다. 진정한 권력은 누군가에게 어떤 행동을 강요할 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꿔 내가 원하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유도할 때 비로소 생겨난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액턴이 한 유명한 말이 있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사람들은 대개 이 말이 권력을 획득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변화를 가르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액턴의 이 금언은 실제로는 우리가 권력자들을 판단할 때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본래 권력자는 선하고 공정하며 옳은 일을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권력과 명망은 이를 지닌 사람들이 실제보다 훨씬 자비롭게 비춰지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진정한 권력은 누군가에게 어떤 행동을 강요할 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꿔 내가 원하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유도할 때 비로소 생겨난다.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면 보상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줄 수 있는 권력집단의 능력은 이른바 사상의 자유시장(marketplace of ideas)7]을 왜곡하기도 한다. 부정부패로 이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신념은 이해관계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업튼 싱클레어가 말한 대로어떤 것을 이해하지 않아야만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그것을 이해하도록 강요하기란 어려운 일인 법이다. 따라서 결국에는 사회 전체가 가장 강력한 권력 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그 집단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일은 리스크가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역사적인 예가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독일 사회는 어느 면으로 보나 군대와 군 관련 산업이 지배하고 있었다. 영국에 식민지를 넓히고 위세를 한껏 높여준 탁월한 영국 해군에 질투심을 느낀 독일 군부는 영국과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음에도 영국을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전함을 확보하고 싶어 했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독일 해군은 정부에 예산을 늘려달라고 압박을 가하는 데 힘쓴 해군협회에 보조금을 지원했고 언론에 영향력을 가하기 위해 담당 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가장 탁월한 학자들(당대 최고의 사회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는 막스 베버를 포함해)을 섭외해 전국을 돌며 해군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도록 시켰다. 그 결과, 해군 예산이 크게 늘었고 독일 산업에 미치는 해군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졌다.

 

[7]산업혁명 당시 기계화에 밀려 일자리를 잃고 폭동을 일으킨 노동자와 장인들 - 역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재앙을 초래했다. 영국은 독일 해군을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위협으로 여기고 프랑스, 러시아와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급기야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값비싼 독일 전함들이 별다른 활약을 못하자 독일 해군은 영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잠수함에 의지했다. 이런 행보로 미국마저 전쟁에 끌어들이게 되면서 독일은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은 한쪽으로 치우쳤던 권력구조로 말미암아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었지만 그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자산에 투입한 건 아니다. 영국과 미국으로 하여금 독일에 대적하도록 만들었으니 부정적 가치를 창출한 자산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더 심한 패착이었던 셈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권력을 가진 집단이 군부가 아니라 금융권, 특히 월스트리트다. 물론 탄탄한 금융권은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융 시스템은 경제에 있어서 마치 인체의 순환계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금융 시스템이 없으면 자본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돈이 유입되지 못한다. 금융 분야의 놀라운 성공을 견인해낸 대형 은행들은 금융 시스템의 심장이다. 그러나 심장이 지나치게 커지면 오히려 몸이 약해져 기본적인 기능조차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미국 경제는 이처럼 비대해진 심장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위험 부담은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는데도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돼 있다면 그 시스템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문제의 해결책은?

시스템의 균형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금융권의 권력과 위세가 거대한 규모와 수익성에서 비롯된 만큼 금융의 핵심 기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개혁을 통해 규모와 수익성을 건전한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관건은 금융 권력이 빚어낸 왜곡을 바로잡고 전적으로 경제적인 목적에 충실한 개혁을 선택하는 일이다. 금융권의 수익성을 낮추고 권력을 어느 정도 축소시키려는 개혁은 저항에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바로 거기에 핵심이 있다. 저항에 부딪치지 않는 개혁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경제 정책은 권력을 염두에 두고 세워야 한다는 생각은 미국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초대 워싱턴 행정부의 각료였던 제퍼슨과 해밀턴의 대립 관계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미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각기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단지 부를 창출하는 요소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요소에 대한 신념이 그런 차이를 빚어냈다. 20세기 들어 루이스 브랜다이스(글래스 스티걸 법안이 나오는 데 핵심적인 영감을 준 인물)가 반독점 아이디어를 낸 건 대형 금융업체들이 업계와 정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과 권력에 대해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개혁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이 몇 가지 있다.

 

은행 규모와 레버리지에 한계를 설정하라.미국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은행들은 금융 규제 철폐 이후 급격히 성장했으며 금융위기 이후에 그 규모는 오히려 더 커졌다. 1995년 미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6개 은행의 자산은 GDP 17% 수준이었다. 2006년엔 그 수치가 55%로 높아졌으며, 2013년엔 58%를 기록했다. 대형 은행들은 정부로부터 간접적으로 엄청난 액수의 보조금을 이끌어낸다. 금융 시장에서는 대출 이자를 낮춰주는 정부야말로 암암리에 채무 보증을 서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긴다. 2012년에 미국 정부는 이런 식으로 미국에서 8대 은행에 700억 달러(연방 세수 총액의 2.5%)를 지원했다. 만약 정부가 이 중 하나 정도는 부도가 나더라도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은행들의 몸집이 작게 유지된다면 은행 권력과 보조금을 둘 다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위험한 은행(13 Bankers)>의 저자인 사이먼 존슨 교수와 곽유신 교수는 유니버설 은행의 경우에는 자산이 GDP 4%를 초과해서는 안 되며 투자은행은 그 비율을 2%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제약을 받게 되는 대상은 소수에 불과하겠지만 바로 그 소수가 엄청난 권력을 휘두른다.

 

은행들이 권력을 키워온 또 다른 방법으로는 레버리지 높이기가 있다. 레버리지를 늘리면 수익이 높아지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질수록 아주 사소한 실수에도 모든 것을 날려버리기 쉽다. 은행이 정부 구제조치에 기댈 수 있다면 그 위험은 공공의 몫이 된다. 위험 부담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데도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돼 있다면 그 시스템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감독기관은 은행의 정치권력에 막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경제학자인 어나트 애드마티와 마틴 헬위그는 <은행원들의 새 옷(The Bankers’ New Clothes)>이라는 자신들의 공저에서 은행의 레버리지를 31, 다시 말해 은행의 총부채 중 적어도 4분의 1 이상을 주주지분이 차지하도록 제한할 경우 은행들의 차입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부채를 우대하지 말라.채무증서(채권)시장은 주식시장에 비해 그 규모가 훨씬 더 크며 주식은 초래하지 않는 위험 요소들을 만들어낸다. 기업의 부채비율이 커질수록 그 기업은 금융시장 변동에 더 취약해진다. 동료 교수인 마이크 비어가 집필한 <애사심 높고 성과도 뛰어난(High Commitment, High Performance)>이라는 책에는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데 전념하는 CEO들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되도록 빚을 지지 않는 방법을 강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미국 세법은 이자 지급에 대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배당금은 해당 사항이 없다.) 자기자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채무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것이다. 이런 세금 우대 정책과 더불어 미국 법인세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는 편이 상당히 유리하다. 채무 보조금을 없애라. 그렇게 하면 금융권이 다른 경제 부문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나의 또 다른 동료 교수인 로버트 포젠도 법인세율을 낮추는 동시에 이자 지급에 대한 세금 공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라.오늘날 자본시장에서 이뤄지는 엄청난 금융 거래 규모 역시 금융권이 권력과 수익을 확보하도록 하는 중요한 원천이다. 이러한 금융거래는 개별적으로는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의 다른 부문들, 그러니까 금융업 종사자들과는 무관한 나머지 분야에 심각한 손해(성장 둔화세와 주기적인 정부 구제 금융 조치 같은)를 입힌다. 세금을 부과하는 일은 이처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다루는 하나의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주식거래에 드는 비용이 적은 탓에 투자자들은 주식을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금융상품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금융 거래에 대한 과세는 케인스가 1936년에 처음 구상하고 1972년에 토빈이 외환거래에 적용했는데 이는 변동성을 줄이고, 투자자들에게 장기적 투자 관점을 갖도록 유도하며, 금융 권력의 또 다른 요인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미 40개국에서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1914년부터 1966년까지는 미국에도 그런 세금이 존재했다.

 

투자소득을 경상소득과 동등하게 취급하라.자본이득에 대한 낮은 세율 역시 금융권에 속한 많은 이들에게는 일종의 유용한 보조금이다. 자본이득에 부과하는 세금을 낮추면 이론상으로는 투자가 장려되고 그 결과로 경제가 성장한다. 하지만 그런 연결고리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학자인 레너드 버먼이 정당과 무관한 미국의회조사국과 함께 밝혀낸 바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 성장은 자본이득세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처럼 세율에 차등을 둔다는 얘기는 결국 투자를 통해 이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 비해 수입의 훨씬 많은 부분을 주머니에 고스란히 챙긴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금융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과 주로 스톡옵션(경영자의 유일한 책무는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잘못된 신념에서 비롯된 보상 관행) 형태로 보수가 지급되는 경영진의 세후 수입이 크게 늘어난다. 그 결과, 당연히 이들의 권력과 명망도 높아진다.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과학자나 군인들에게 손해를 입혀가면서까지 금융회사 직원들과 고위급 간부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그럴듯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오류가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엘리트 그룹에 호의적인 정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는 권력의 불균형으로 인해 사고가 왜곡돼 버린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금융권은 한 세대에 걸쳐 엄청난 성장을 이루고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구성원들을 대단한 부자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비호를 받았다. 그 사이 미국에는 금융화가 진행되면서 소매금융과 상업은행 종사자들은 물론 벤처캐피털리스트와 보험사정인에 이르는 대부분의 금융업자들이 하는 핵심 업무의 본질이 흐려지거나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비금융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권력구조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권력에 대적할 수 있는 건 권력뿐이다. 월스트리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경제 부문에 속한 기업들이 뭉치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낸다. 대부분의 시장들이 과도하게 규제를 당하고 있는 데 반해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는 지나치게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믿음, 예컨대 항공기에 대한 규제 철폐는 대단히 훌륭한 아이디어지만 은행 관련 규제 철폐는 위험하다는 생각은 완벽하게 앞뒤가 맞는 얘기다. 금융시장은 비금융 시장과 다른 속성을 지닌 만큼 똑같이 다뤄서는 안 된다. 금융화가 성공에 걸림돌이 됐다는 인식으로 미국 경제계가 뭉친다면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

 

비금융권은 이미 반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주요 금융 기업들이 알루미늄 보관 창고를 이용해 (골드만삭스가 소유한 창고 시설만으로도 북미 지역 알루미늄 재고의 70%를 수용할 수 있다) 알루미늄 가격을 끌어올렸으며 이 때문에 2010년부터 미국 소비자들에게 50억 달러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보도했다. 알루미늄을 재료로 쓰는 기업들이 항의하자 상원 청문회가 열리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은행들도 실물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했던 2003년의 결정을 재검토했다. 이 사건은 널리 퍼져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는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이 점을 깨닫고 기업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어떤 사안들에 대해서도 그러하듯이 매우 강력하게 금융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주요 은행들은 알루미늄 보관 창고를 이용해 알루미늄 가격을 끌어올렸으며 이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50억 달러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어느 모로 보나 리더십은 중요하다. <인디스펜서블: 리더가 꼭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에서 나는 리더들이 환경의 제약을 받을 때도 있지만 적합한 인물이 적절한 때와 장소를 만나게 되면 기업이나 군대, 심지어 나라 전체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남북전쟁으로 화마에 휩싸였던 미국을 다시 일으켜세웠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암흑 같았던 대공황 시절 미국 국민에게 뉴딜 정책을 제시했다. 리더들, 특히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이들이라면 정치적 논쟁의 판을 새로 짜고 나라 전체가 훨씬 균형 잡힌 새로운 정치를 경험하도록 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금융 시스템이 너무 취약해 이 글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수준의 개혁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2013년에는 금융 시스템이 충분히 회복돼 월스트리트의 평균 상여금이 164530달러로 200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장기 실업과 저성장, 중간소득 침체, 그리고 경제가 상처를 입었을 때 나타나는 모든 다른 면모들을 접하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절룩거린 탓에 이 상태가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잡을까봐 우려스러울 정도다.

 

꼭 그렇게 돼야 하는 건 아니다. ‘문제를 처리해보자는 모건 회장의 제안에 루즈벨트 대통령은 단호하게 응수했다. “그렇게는 안 됩니다.” 당시 법무장관은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가 원하는 바는 단순히 문제를 매듭짓는 게 아닙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2년 뒤 루즈벨트 행정부는 모건의 트러스트를 해체시켰다. 당시 모건은 오늘날의 그 어떤 금융계 거물보다도 월등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아마도 미국에서 조달되는 전체 자본의 40% 상당을 그가 통제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시도들은 별 효과가 없었다. 경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들이 부동산 거품에 가려졌던 금융위기 이전에도 그랬다. 오늘날의 경제 상황 역시 미국인들에게 일자리와 적정 수준의 수입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는 분명 사회의 균형을 바로 잡고 미국 기업들을 해방시켜 지금껏 그들이 언제나 잘해왔던 일을 해내도록 할 수 있다. 미국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부를 창출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가우탐 무쿤다

가우탐 무쿤다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조교수이며 저서로는 <인디스펜서블: 리더가 꼭 필요한 순간 Indispensable: When Leaders Really Matter,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출판부, 2012)>이 있다. 트위터: @gmuku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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