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월

자본가의 딜레마
데릭 반 베버(Dereck Van Bever),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우리가 투자 지침으로 사용하는 분석도구들은 일자리 창출과 신시장 개척을 위한 절호의 기회들을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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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 Hubert Blanz, Four Elevators, 090

2006, black-and-white baryta print on aluminum 80 x 184 cm

 

About the Spotlight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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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매달 스포트라이트 섹션의 삽화를 출중한 기량을 지닌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장식하고 있습니다. 사진작가, 화가, 설치 작가들의 생동감 넘치고 지적인 창작물은 스포트라이트 지면에 더 많은 활력과 지성을 불어넣어주는 동시에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달에는 독일 출신으로 현재 비엔나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허버트 블란츠(Hubert Blanz)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그는 건축물과 도시 공간에 주목해 작업합니다. www.blanz.net을 방문하면 블란츠의 더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기법을 활용한 연구

지난 한 해 동안, 하버드 경영대학원의성공 기업의 창업과 수성(Building and Sustaining a Successful Enterprise)’ 강좌를 수강한 졸업생을 포함해 150명 이상의 재학생들이 직접적인 참여와 온라인 협업 플랫폼을 통해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점들을 함께 연구했다.

 

 

새로운 접근 방식(A New Approach to Research)

우리는 이 글을 작성하면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성공 기업의 창업과 수성을 수강한 졸업생과 학생들에게 협업을 요청했다. 이 협업은 우리 학교 동문인 톰 흄(Tom Hulme)이 개발한 오픈아이데오 (OpenIDEO)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로 진행됐다. 이 작업은 카림 라카니 (Karim Lakhani) 교수가 이끄는 HBS 디지털 이니셔티브의 핵심 교수진 덕분에 가능했다. 이 연구 활동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들과 평생에 걸친 협업 커뮤니티를 결성한 첫 번째 시도에 해당한다. 참가자들로부터 허락을 받아 그들의 개인적인 성과물들 중 일부를 이 글에 공유한다. 이 연구를 진행하고 의견을 형성하는 데 크라우드소싱 기법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hbr.org/interactive/christensen을 참조하기 바란다.

 

최고 기술자도 진단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설고 골치 아픈 소음을 내는 낡은 기계처럼 세계 경제는 2008년의 경기침체 이래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라. 각종 경제 수치를 관리하는 기록자들이 경기침체가 종료됐다고 선언한 지 60개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삐걱거리며 저성장 기조와 더불어 실망스러운 고용 지표들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는 한 가지 현상을 주시하게 됐는데 이는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막대한 양의 현금을 쥐고 있으면서 성장을 촉진할지도 모를 혁신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들을 품게 됐다. 이런 행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좋은 기회가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경영진이 그런 기회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 같은 행동패턴과 전반적인 경기침체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도대체 무엇이 성장을 저해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경제성장 이론들은 3만 피트 상공에서 바라본 듯한 거시경제학적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거시경제학적 관점은 혁신과 성장의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성장의원인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기업 내부로, 그리고 기업에 투자하고 이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찬찬히 꿰뚫고 들어가봐야만 한다. 이 글은 두 명의 공저자 중 한 명인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 크리스텐슨 교수가 2012년 말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기고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기업의 경험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성장이론을 원점에서 다시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1년 전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성공 기업의 창업과 수성이라는 강좌를 수강한 졸업생과 학생들에게 이 연구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기업(corporate) 부문, 기업가(entrepreneurial) 부문, 금융서비스 부문의 단면을 제시했다. (‘새로운 접근 방식참조.) 연구 초창기에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은행의 낮은 대출 이율, 미국의 공공 연구지원 축소, 벨연구소 같은 혁신 플랫폼의 소멸 등을 포함해 회복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탐구했다. (이와 유사한 문제를 다룬 논문에서 우리의 동료 교수인 가우탐 무쿤다는 나날이 강력해지는 금융권의 권력이 주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논의의 초점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처음부터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주제로 향했다. 그건 바로 기업이 혁신에 투자할 때 내리는 선택들에 대한 것이었다. 일부 복잡한 거시경제적 요인들과 달리 이러한 선택 사항들은 기업을 경영하는 당사자들이 좌우한다. 우리는 왜 경영자들이 팔짱만 끼고 앉아 위험한 혁신이라 여겨지는 일들을 실행하기를 두려워하는지에 대해 알아냈다고 생각하며 이 점을 밝힐 수 있게 돼 기쁘다. 우리는 제대로 된 검토를 거친다면 그러한 혁신에 투자하는 일이야말로 경제적 수익성과 고용성장에 가장 확실한 경로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이 글에서는 이 분야의 의미 있는 발전을 위한 의제의 기초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의 핵심은 혁신의 유형에 따라 기업과 경제가 영향을 받는 방식도 굉장히 달라지기 마련인데도 이를 평가할 때는 여전히 동일한(그리고 결함 있는) 지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시장, 그리고 기업들이 사용하는 평가지표는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혁신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앞으로 우리는 고루한 가정 때문에 이런 시대착오적 지표에 의존하게 됐다는 점을 논할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조지 길더의 말을 빌리자면 그 고루한 가정은 자본이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아껴 써야 할희소한 자원이라는 주장을 가리킨다.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자본은 더 이상 부족하지 않다. 기업의 대차대조표상에 축적돼 있는 16000억 달러의 현금을 보라.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기업들은 절대로 지금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인재를 끌어모으는 능력, 성장의 기회를 대비해 그러한 능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프로세스가 현금보다 훨씬 획득하기 어려운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에서 투자에 대한 판단을 내리거나 어떤 자원이 희소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지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분석도구들은 이처럼 새로운 현실에 발맞춰 달라져야 한다.

 

그러면 그 해결책들을 다루기 전에 혁신의 유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Idea in Brief

문제점

미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기업들이 시장창출 혁신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현상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분석

투자자와 경영자들은 자본을 가장 희소한 자원으로 생각하도록 교육받았다. 하지만 이는 투자 기회를 평가할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해결책

우리에게는 잠재력을 평가하고 성공을 정의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고용 없는 경기회복

1948년 이래 미국이 겪은 경기불황 사례들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GDP가 반등한 지 6개월쯤 지나면 고용이 회복됐다. 하지만 1990년부터는 고용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이 급격히 늘고 있다. 가장 최근 발생한 불황의 경우, GDP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한 지 39개월이 지났는데도 고용은 증가하지 않았으며 회복세로 돌아서기까지 2~3개월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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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종류의 혁신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이라는 독창적인 개념은 필자 중 한 명인 크리스텐슨 교수가 기업 간 경쟁을 연구하면서 개발해낸 용어다. 이 두 가지 개념은 혁신이 기존 시장의 지배적 표준으로 자리잡고 신규로 진입한 기업들은 기존 세력에 도전하는 프로세스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볼 내용은 혁신의 결과물, 즉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따라서 혁신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분류해야 했다.

 

성능개선 혁신(Performance-improving innovations)은 기존 제품을 새롭고 더 나은 모델로 대체한다. 일반적으로 이 혁신은 대용적인 성격을 지니므로 일자리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고객들이 신제품을 구입하게 되면 더 이상 기존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판매했을 때도 고객들은 좀처럼 캠리를 구매하지 않았다. 크리스텐슨의 저서 <성장과 혁신(The Innovator’s Solution)>에서는 이러한 혁신을 존속적 혁신이라 규정했고, 성공한 모든 기존 기업들의 자원 할당 프로세스는 이러한 혁신을 반복적이고 끊임없이 창출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성 혁신(Efficiency innovations)은 기업으로 하여금 이전보다 우수하고 개선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작해 동일한 고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혁신은 이미 우리가 다른 기회를 통해 설명했듯이 로 엔드 파괴(low end disruptions), 즉 저가품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뜻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혁신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수립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보험 전문기업 가이코는 로 엔드 파괴 전략으로 혁신을 이룬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도요타의저스트 인 타임(just-in time)’ 생산방식과 같은 프로세스 개선이 바로 이 유형에 해당되는 혁신이다. 효율성 혁신은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생산성 향상은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인 사항이긴 하지만 일자리를 없애는 고통스러운 부작용을 동반한다. 둘째, 생산적인 용도에 투입할 자본이 확보된다. 예를 들어,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년이 아닌 2개월 단위로 재고관리를 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막대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시장창출 혁신(Market-creating innovations)은 혁신의 세 번째 유형으로 아주 복잡하거나 값이 비싼 제품을 대대적으로 탈바꿈시킨다. 그 변화가 워낙 급진적인지라 이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고객층, 또는 시장을 창출해낸다. 컴퓨터 산업에 일어난 변화를 살펴보라. 수십만 달러에 달했던 메인프레임 컴퓨터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 그 후 퍼스널 컴퓨터의 등장으로 2000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갔고 선진국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의 개발로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200달러 정도에 저렴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패턴은 정말로 빈번하게 볼 수 있기에 우리는 아예 이를 하나의 공리1]로 제안하고 싶다. , 전문적인 기술력과 풍부한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이 제품과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시장 혁신 기회가 있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시장창출 혁신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하나는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비용을 절감하는 실행 기술(enabling technology)2]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 기업이 지금까지 고객층이 아니었던 사람들(대개의 경우 기존 제품을 구입할 여유가 없어서)을 타깃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효율성 혁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할 때, 즉 비()소비를 소비로 바꿔놓을 때 비로소 시장창출 혁신으로 이어진다. 일례로 포드의모델 T’가 심플한 디자인과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 혁명적 조립라인을 갖춘 덕분에 대다수 미국인들은 손쉽게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휴렛팩커드는 솔리드스테이트(고체소자) 기술을 이용해 전 세계 수백만 학생과 엔지니어에게 저렴한 가격의 계산기를 공급했다.

 

[1]公理, 자명한 이치 편집자주

[2]고객들에게 획기적 성능 개선을 가능하게 해주는 부품기술이나 방법론 - 편집자주

 

시장창출 혁신을 전개하는 기업은 대개 내부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의 제조, 유통, 판매, 서비스를 담당할 직원들을 더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고용성장은 대부분 혁신기업의 공급사슬이나 새로운 플랫폼 구축에 도움이 되는 혁신을 자체적으로 해내는 협력업체들을 통해 이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렴한 비용으로 강철 생산을 가능하게 만든 최초의 기술인 베세머 전로(Bessemer Converter)3], 이 발명품은 1856년 특허를 받았다. ‘강철왕앤드루 카네기는 이 혁명적인 비용절감 가능성을 활용해 톰슨 강철공장을 설립했고 당시 철도회사들은 저렴한 강철을 사용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철강산업 고용규모는 19세기 마지막 분기에 4배로 증가해 1900년까지 18만 명에 이르렀고 철도산업 고용 규모는 불과 20년 만에 180만 명으로 늘었다.

 

신규 고객층이 원하는 바를 충족해 비()소비를 근절하고야 말겠다는 야망과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이 결합하면 혁명적인 결과를 빚어낼 수 있다. 10년 전, 애플 경영진은 편리하고 적당한 가격에 언제 어디서든 고객의 음원 저장소로 접근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도시바의 1.8인치 하드 드라이브에서 이 과업을 수행해낼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는 아이팟/아이튠즈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만일 코닝이나 글로벌 크로싱 같은 기업들이 저렴한 광섬유 케이블인 다크 파이버(dark fiber)4]를 개발하고 이를 대용량으로 설치하는 혁신을 일궈내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창출 혁신이 발달하려면 자본이 필요하다. 때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시장창출 혁신은 수많은 일자리들을 창출해내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물론 고용 창출은 이 혁신이 의도적으로 노린 효과는 아니지만 좋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모든 산업 현장에는 효율성 혁신의 원리가 늘 작동하고 있다. 바로 이때 발휘되는 효율성을 다른 용도가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좀 더 저렴하고 다가가기 쉽도록 만드는 데 활용한다면 일자리를 없애기는커녕5]새롭게 창출할 수 있다.

 

성능개선 혁신, 효율성 혁신, 시장창출 혁신, 이렇게 세 가지 유형의 혁신이 결합되면 국가, 산업, 기업의 고용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세 가지 혁신을 다루는 일은 꽤나 민감하므로 신중을 요하는 일이긴 하지만 효율성 혁신으로 확보된 자본을 시장창출 혁신에 투자한다면 경제는 꽤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바로 그 점이 중요한가정(if)’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혁명이 필요한가?

금융을 지배하는 통설이 너무도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설명하려면 현대판 마틴 루터가 필요할 정도다. 금융 개혁에서 다뤄질 수 있는 사안은 다음과 같다.

 

논제1혁신에 대한 투자를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성과지표들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것과 투자를 할 수 없는 것들을 결정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소수가 다수에게 그러한 지표들은 따를 것을 지시하는 행태를 허용했다. 다른 어떤 지표보다 순자산이익률과 내부수익률, 주당순익을 거듭 중시해왔고 이는 비용과 비현금성 자산을 긴축하는 방식의 혁신으로 귀결됐다. 그 결과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가 최선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창출 혁신은 우선순위에서 3위를 차지하게 됐다. 1위는 효율성 혁신이고, 안타깝게도 2위는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논제2더 이상 자본을 아껴서는 안 된다. 자본은 풍부하고 저렴해졌다. 우리는 자본을 활용해야지 축적해서는 안 된다.

경영자들이 자신들이 속한 기업 내부의 자원 배분 프로세스에서 목격하는 상황은 경제와 자본시장의 새로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허들 레이트는 신적인 존재로부터 물려받는신성불가침지표가 아니다. 자본비용이 달라진 것처럼 이 역시 달라질 수 있고, 또 달라져야 한다.

 

논제3희소성이 높고 값비싼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들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인재를 더 훌륭하게 키워내기 위한 투자, 혹은 재능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계속 보유하는 능력에 대한 투자가 성공적이었는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만일 시간을 희소한 자원으로 보고 우선순위에 둔다면 어떻게 될까?

 

 

[3]용해된 선철에서 강철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로로, 영국인 헨리 베세머가 개발했으며무쇠에서강철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가능케 한 중대한 발명으로 간주된다 - 편집자주

[4]광섬유 심선을 전송 매체 그대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인터넷 접속량이 한계에 이르러도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가능케 하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 편집자주

[5]산업혁명 당시 기계화에 밀려 일자리를 잃고 폭동을 일으킨 노동자와 장인들 - 역주

 

신금융 이론

, 그러면 이제 우리의 핵심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살펴보자. 어째서 기업들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시장창출 혁신이 아닌 일자리를 없애는 효율성 혁신에 주로 투자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검증되지 않은 어떤 경제학적 가정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거의 종교적 신념에 가까워진 이 가정의 핵심은 기업의 실적은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신념은 투자자와 경영진 양측이 기회를 평가하는 방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우리가자본가의 딜레마라고 부르는 현상의 근원이다.

 

그러면 이 가정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거슬러 올라가보자.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에 필요한인풋들 중 일부가 마치 모래처럼 풍부하고 저렴하다는 점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이런 인풋들은 굳이 일일이 파악하지 않아도 되고 필요하다면 낭비해도 괜찮다. 그러나 희소하고 값비싼 인풋은 신중을 기해 아껴 쓰고 관리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자본은 희소하고 값비싼 요소였다. 그래서 투자자와 경영자들은 투입된 자본을 한 치도 어김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해 수익과 매출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배웠다.

 

희소한 자원을 엄중히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맞는 말이지만 자본이 희소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최근 분석을 통해 이 점을 정확하게 포착하면서 우리가자본 과잉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진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총금융자산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치의 거의 10배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신흥 경제국들의 금융 부문 발전에 힘입어 글로벌 자본은 오는 2020년까지 또다시 50%가량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자본이 넘쳐난다.

 

자본의 효율성이 곧 미덕이라고 믿고 배웠기 때문에 금융가들은 달러, 엔화, 위안화 같은 통화 기준이 아닌 순자산이익률(RONA), 투하자본수익률(ROIC), 내부수익률(IRR) 같은 비율 기준으로 수익성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비율은 분자와 분모로 표시되는 단순한 분수지만 투자자와 경영자들에게 그들 기업의 실적개선에 끌어다 쓸 수 있는 지렛대를 두 배 수준으로 제공했다. 물론 순자산이익률과 투하자본수익률을 올리려면 수익을 높여 분자에 해당하는 숫자를 크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그 방법이 도저히 어려울 듯하면 대신 분모를 줄이는 데 주력하면 된다. 다시 말해, 아웃소싱을 더 많이 단행해 대차대조표에서 자산 규모를 더 축소시킨다는 얘기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부 수익률 역시 수익을 높여 분자를 늘리거나 분모를 줄이면 상승하는데 기본적으로 수익을 얻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중요하다. 수익이 빨리 나는 사업에만 투자한다면 내부 수익률은 당연히 올라간다.

 

이러한 모든 요인들로 인해 시장창출 혁신은 덜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비쳐지게 됐다. 대개 시장창출 혁신은 5~8년이 지나야만 결실을 맺는 반면 효율성 혁신은 1~2년 안에 성과를 보인다. 더군다나 시장창출 혁신을 일정한 비율로 확대하게 되면 자본을 투입하게 하고, 그렇게 쓰인 자본은 대차대조표에 반드시 반영된다. 그러나 효율성 혁신은 오히려 대차대조표상에서 자본을 걷어낸다. 게다가, 효율성 혁신은 거의 언제나 시장창출 혁신보다 리스크가 적어 보인다. 이를 위한 기존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든 지금까지 설명한 여러 비율들을 활용해 투자 대상을 측정한다면 언제나 효율성 혁신이 더 나은 기회로 보일 것이다.

 

장기투자는 어떻게 됐나?

비록 이러한 측정 방식이 단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쳐졌을지라도 표면적으로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주목하는 기관투자가들은 이에 반대하는 압력을 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연기금을 예로 보겠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투자자 그룹에 해당하는 연기금은 무려 30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 거의 20조 달러는 미국의 연기금 펀드에 들어 있다. 이론적으로는, 연기금만큼 이른바인내하는 자본의 본보기를 몸소 보여주기에 유리한 입장을 지닌 투자자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기금 펀드들은 인내심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실제로 연기금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언제나 선두를 달렸다. 우리 연구에 참여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문들 사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교류됐던 의견들을 보면 자충수임이 뻔하게 보이는 연기금의 그런 행태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법에 초점을 맞춘 경우도 있었다. 연기금이 마땅한 의무를 완수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익률 감소, 상당한 규모의 단기 차입금 약정, 길어진 기대수명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연기금은 단기 수익에 눈을 돌리고, 자신들이 기금을 투자한 기업들, 함께 투자를 단행한 경영자들에게 높은 허들 레이트6]를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기대치와 허들 레이트를 조절하는 데 실패할 경우, 향후 수년 간에 걸쳐 연기금은 여전히 방관만 할 것이다. 안 그래도 나쁜 상황을 더 악화시키면서 말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 역시 비율 중심의 지표들을 무시해버릴 것으로 기대되는 투자 세력이다. 아무래도 시장창출이 이들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다수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성능 개선 혁신과 효율성 혁신을 창출하는, 그래서 수년 내에 해당 산업 분야의 대기업에 매각될 수 있는 업체들에만 주로 투자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우리 동문들 중에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과의 상호관계에서 이처럼 한쪽으로 치우쳐 버린 성향에 대해 언급한 이들이 있다. 이들에 따르면 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기업 경영진과 마찬가지로 사업 체계가 명확한 시장을 겨냥한 사업계획안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본의 저비용성은 어떨까? 낮아진 자본비용은 경영자와 외부 투자자들로 하여금 야심 찬 시장창출 혁신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자하도록 장려책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엄밀히 말하자면(기술적으로 말하자면), 자본 비용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은행대출 금리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기업과 투자자 어느 쪽도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 계획안을 보면 창업가들은 투자자들이 투자 자금의 5배를 돌려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그보다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한다. 기업 내부의 사업계획 보고서를 살펴보면 통상적으로 20~25%의 수익을 약속한다. 역사적으로 기업의 자기자본비용은 이 수준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경영자들은 모두 잠재적 투자에 대한 현재 가치의 계산은 리스크 차이를 감안한 자기자본비용을 바탕으로 산출해야 한다고 배웠다. 자금 조달을 모색하는 개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투자하기 전 자본의 공시가격은 결코 제로가 아니다.

 

[6]투자 프로젝트 채택 여부를 결정할 때 사용하는 최저 필요투자이익률 - 편집자주

 

그러나 개인들이 미처 보지 못하고 있는 점은 투자를 단행한 뒤 자본 투자자들이 가져가는 실제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제로에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기회를 주시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그러한 기회를 좇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경쟁적인 움직임들이 거래 비용을 치솟게 만들었고, 그 결과 투자자들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크게 줄어들었다. 거의 10년 동안의 기록을 보자면 최소 25%를 약속했던 벤처캐피털 주도의 투자가 거둔 실제 수익률은 매년 제로를 기록했다. 윌리엄 살먼 교수는 이러한 모순을근시안적 자본 시장이라고 명명했다.

 

해마다 미국 공기업들은 신성장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개발 예산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시장창출 혁신을 겨냥한 자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일부 자금이 성능개선 혁신에 투자되고 있지만 효율성 혁신에 할당된 자금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해당 기업의 경영진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우리 연구에 참여한 동문 중 한 명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연구자본수익률(RORC)’이라는 지표를 언급했다. 전년 연구개발비 대비 올해 이익으로 산출하는 이 지표는 가장 엄격한 잣대로 다뤄진 성능개선 혁신과 효율성 혁신 프로젝트만을 대상으로 그 타당성을 입증해준다.

 

우리 동문들은 자원 할당 프로세스가 높은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신규 시장에서의 기회들을 편견을 가지고 보며 현재 고객층에 초점이 맞춰진 예측 가능한 투자를 선호하는 것에 대해 심한 좌절감을 표출했다. 이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일이 쉬워 보인다는 것이다. 반대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없고 상당한 규모의 수익 창출 기회가 있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신규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는 어렵게 비쳐진다. 최근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100대 제조기업 중 한 곳에서 제품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는 한 동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축이라는 개념을 잃어버렸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사업에서든 핵심 재무지표들이 점진적 개선을 이루기를 기대하고 있지요.” 그는 이런 현상이 경쟁이 심하고,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근시안적인 사업계획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다른 접근방식을 밀어보려고 해도 반응은 뻔할 겁니다. ‘흥미로운 제안이군, 이번 회계연도 말에 다시 얘기해봅시다라고 말이죠.”

 

상호 연관된 이런 실패들 때문에 여러 기관들은 자본주의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 특히 은행의 경우에는 많은 중소기업이(사업가능성을) 입증하려 해도 상업대출 업무에 시큰둥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이렇듯 대출을 꺼리는 현상은 은행의 독점 사업권을 영구적으로 잠식할 것 같다. 바로 그 공백을 채워갈 다른 형태의 대출기관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량 공급을 늘리고 금리는 낮추는 방책을 경기부양의 주된 수단으로 삼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노력도 통하지 않는다. 금리는 더 이상 기업의 비용 구조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로 다음과 같은 점이 자본가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겠다: 투자지침으로 사용하는 분석기법의 논리에 비춰보면 장기적인 번영을 위해 아무리 올바른 선택을 내렸더라도 대다수 투자자들에게는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만다는 모순이 그것이다. 우리는 자본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오히려 수익률이 감소하는 결과를 맛보게 된다. 이 시대의 자본가들은 진정한 자본주의, 특히 시장창출 혁신의 발전을 지원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이처럼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은 자본가의 딜레마는후기 자본주의시대의 막을 열게 할지도 모르겠다. 애덤 스미스의보이지 않는 손은 배후에서 작동하도록 돼 있다. 가격과 이윤이 상승하는 산업 분야로 자본과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한편 하락하는 부문에는 투입되는 자원을 줄이면서 말이다. 그러나 자본 비용이 미미하다면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이 언제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를 가장 희미한 형태로만 받게 될 것이다.

 

시스템 쇄신하기

이처럼 시장창출 혁신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집단적 행태가 벌어지는 이유가 간단명료하게 나타나긴 하지만 자본가들은 간단한 해답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탐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4가지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자본목표재설정.7]자본 공급자와는 대조적으로 자본 자체는 상당히 가변적이다. 특정 정책이 자본을설득해 다른 식으로 행동하기를원하도록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늘날 대부분의 자본은 이동성(migratory) 자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자본은 일정한 서식처가 없다. 일단 투자가 단행되면 이동성 자본은 가능한 한 빨리 떠나고 싶어 하며, 그러기에 앞서 되도록 더 많은 돈을 뽑아내려 한다. 자본의 두 번째 유형은 소심한(timid) 자본이다. 이 자본은 위험을 회피한다. 소심한 자본의 상당량은 현금 상태로 대차대조표상에 축적돼 있다. 대차대조표에서는 실패할지도 모를 투자를 단행하는 것보다 차라리 투자하지 않는 게 낫기 때문이다. 자본의 마지막 유형은 진취적(enteprise) 자본이다. 진취적 자본은 일단 기업에 투입되면 거기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자본가의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이동성 자본과 소심한 자본을설득해 진취적 자본으로 변신하도록 해야 한다.

 

자본목표재설정(Capital Repurposing)을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세금정책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동참한 우리 동문들은 초단타 매매를 줄이기 위해 금융거래에 부과하는 토빈세 도입의 타당성에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로 인해 비()유동성이 늘어날 수 있고, 이는 곧 혁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금정책을 시행하는 일이 결코 쉬운 건 아니지만 주주의 주식보유기간(shareholder tenure)을 연장하는 방법이 자본목표재설정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학문적, 경험적 증거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접근 가능한 해결 방식은 주주들의 충성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동문들은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그중 하나는 주주들의 영향력을 주식 보유기간에 맞춰 조정하고 이로써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방식처럼 이들이 시간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제안한 동문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껏 몇 주나 몇 달 정도만 주식을 들고 있는, 관광객이나 다름 없는 단기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과 완전히 동일한 의결권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입니까?” 또 다른 방법으로는 L주식8]으로 알려진, 추가(보너스) 주식이나 특별 배당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가장 인기리에 통용되고 있는 L주식 제도는 콜워런트(call warrant). 주식을 로열티 기한까지 계속 보유하면 사전에 정해진 시기와 가격을 기준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기법이다.

 

[7]새로운 기능이나 목적에 맞게 조정해 기존과 다른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 - 역주

[8]로열티 주식, 즉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제공되는 주식제도 - 역주

 

이런 방법들을 비롯해 로열티(loyalty) 주식과 각종 보너스들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제안들, 장기적인 관점의 시장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수익금(royalty)의 공유 같은 시도들은 아직까지는 낯선 방식인데다 돈을 둘러싼 온갖 도박성 게임의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사회의 토론과 기업의 사업 설명서에서 점점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스프레드시트: 전략적 의사결정의패스트푸드

저렴한 패스트푸드가 비만과 당뇨병 확산에 일조한 것처럼 스프레드시트의 인기는 투자자본수익률이나 내부 수익률과 같은 지표들에 병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1978년 이전, 그러니까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이 스프레드시트를 개발했을 당시만 해도 앞에서 언급한 지표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 계산은 어렵고 복잡했다. 간단한 사칙연산 계산기를 이용해 수동으로 추정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표들은 일종의인풋으로 신중하게 사용되긴 했으나 투자 결정에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스프레드시트의 등장으로 애널리스트(분석가)들은 기업의 재정 모델을 간편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서로 다른 인풋과 추정치들이 지표 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게 됐다. 스프레드시트라는 도구로 무장한 26세의 젊은 월스트리트 분석가는 여성 CEO와 데스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을 말해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만일 새로운 금융 이론을 따르지 않을 경우시장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해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고안한 이 게임의 룰은 CEO에게는 불리하고 자신들의 스프레드시트에는 유리한 방향으로 판도를 뒤엎어 놓았다. , CEO가 예상 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를 예측하고 공매도나 맞춤형 파생상품을 미리 설정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튜이트 창립자이자 회장인 스콧 쿡(Scott Cook)은 금융지표의 횡포라고 생각하는 문제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 역시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문으로 우리의 연구활동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는 혁신과정에서 지나치게 빨리 재무성과에 초점을 맞추면야망이 위축되는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재무지표는 예측 능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비참하고, 값비싼 대가를 치른 모든 비즈니스의 실패에는 근사해 보이는 재정분석 스프레드시트가 있었습니다.” 현재 인튜이트의 신상품 개발 팀에서는 작업과 테스트를 착수하기 위해 재정 분석 스프레드시트를 제출하지 않는다. 스콧 쿡이 말하길 오히려삶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다. 실은, 너무도 많은 기업 임원들이 편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영양가가 없는 이 도구에 경영 판단과 의사결정 작업을 위탁하고 있다. 스프레드시트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간단한 방법은 투자 논의를 시작할 때나 마칠 때는 결코 스프레드시트를 참고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경영대학원 리밸런싱.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상당히 가슴 아픈 일이지만 자본가의 딜레마가 생겨난 데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포함한 명성 높은 경영대학원들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영학의 지형도를 그릴 때 서로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는 학문 분야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지 않고 분리해 다뤘으며, 아무리 좋게 봐도 피상적일 뿐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해악을 끼치는 성과지표들을 개발해왔다.

 

대부분의 경영대학원에서는 금융이란 과목을 독립적으로 가르친다. 경영전략 역시 독립적으로 가르친다. 마치 자금이 없어도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현실은 이렇다. 만일 각 분야의 가장 탁월한 지식의 속성들을 종합해 협력적 투자 의사결정을 끌어내기 위한 접근법과 모델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얼마 안 있어 금융이 경영전략을 아침밥으로 집어삼킬 것이다. , 금융의 논리가 전략적 지상과제를 가뿐히 압도할 것이라는 뜻이다. MBA 커리큘럼과 지식 활동에서 외부와 담을 쌓고 소통하지 않는 접근방식을 고수하는 한 우리 졸업생들이 주도하길 열망하는 분야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고 점점 실패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위험을 무릅쓰는 셈이다.

 

자원 할당 프로세스 같은 복잡한 작동 원리에 대해서는 경영대학원에서 전혀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MBA 과정을 밟는 학생들은 한 부서에서 내린 결정이 다른 부서의 우선순위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혹은 그런 우선순위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거의 알지 못한 채 졸업한다. 우리 동창생들 가운데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프로젝트에 투자를 해야 하는가를 배웠던 유일한 수업은 FINI(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금융 입문 과정)이었어요.” 묻지도 않았고 그래서 대답할 수도 없었던 다수의 질문들이 여기 있다. 장기적인 성장을 창출하는 투자기회를 알려주는 조건들을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 신규 시장을 겨냥한 투자를 평가할 때 미래현금흐름을 예측하기 위해 어떤 주요 지표들(proxies)를 사용할 수 있는가? 비고객층이 필요로 하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혁신을 어떻게 파악하고 창출해낼 것인가? 내부 수익률이나 순현재가치 같은 전통적 지표들이 가장 적합한 경우는 언제인가? 이 지표들을 사용했을 때 잘못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기업의 다양한 기능들은 상호의존적이므로 경영대학원의 교육 과정에도 반드시 이러한 질문들을 반영해야 한다.

 

세상이 자본으로 넘쳐날 때

인텔은 주요 반도체 업체로서는 아직도 자체적으로 칩 생산을 하고 있는 유일한 미국 기업이다. 그런데 만약 자산수익률 지표를 이용해 수익성을 측정한다면 인텔이 아닌 다른 기업들의 수익성이 훨씬 높게 나타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같은 도급업체에 제조를 아웃소싱하면 그 비율에서 분모 값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2009년 이 글의 공동 저자인 크리스텐슨 교수는 TSMC 창립자 모리스 창(Morris Chang)과 이러한 현상을 논의하는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모리스 창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부사장을 지낸 뒤 고국인 대만으로 돌아와 TSMC를 설립했다. 인터뷰 당시 TSMC는 전 세계 반도체 회로의 절반 이상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크리스텐스가 모리스 창에게 말했다. “새로운 고객이 당신에게 아웃소싱을 위임할 때마다 그 고객의 대차대조표에서 떼어낸 자산이 어떤 식으로든 당신 기업의 대차대조표에 기록됩니다. 둘 다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측정한다면 둘 다 옳은 결정일 수도 있죠.” 모리스 창이 대답했다. “미국인들은 순자산이익률, 경제적부가가치(EVA), 자본이익률(ROCE) 등의 비율을 좋아합니다. 대차대조표에서 자산을 줄이면 비율은 올라갑니다. 지금도 그런 현상이 계속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비율들로 표시된 예수금을 받아들이는 은행을 한 곳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은행은 오로지 통화(currency)로 표시된 것만 받아들이죠.”

 

“자본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모리스 창은 계속했다. “그리고 저렴합니다. 그런데 왜 미국인들은 자본 사용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겁니까?”

전략과 자원배분의 틀 재편성하기.이번 연구에 동참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문들은 시장창출을 도모하는 혁신의 기회에 반하는 자원 할당 프로세스에 대한 잠재적 해법들을 다양하게 논의했다. 여기서 거론된 모든 해결책들은 기회를 평가할 때 리스크 조정 자본비용을 설정하는 것이 선택 사항이라는 통찰력을 기초로 삼았다. 만일 우리가 실제 자본비용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장기투자가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또 동문들은 지금 우리가 지금 개발하고 있는 분류체계에 따라 지출내역을 구분하는혁신 성과표(Innovation Scorecard)’ 제도를 수립해 R&D 지출의 투명성을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에 폭넓은 지지를 보였다. 이러한 제안의 목적은 혁신의 파이프라인과 그 파이프라인에 내재된 성장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한 내부 차원의 도구들을 리더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경영진의 속박을 풀어주기.많은 관리자들이 장기투자에 중점을 두고 싶어 하지만 이를 선택 사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의 주식보유 기간이 평균적으로 약 10개월이기 때문에 경영진은 단기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만약 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자신들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전전긍긍하는 관리자들도 많다. 따라서 관리자의 직무는 단기 수익을 내도록 숫자들을 동원하고 조합하며 실어 나르는 수준으로 축소된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대부분 기업들은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주주들을 두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장기 투자에 주목하는 주주들도 있다. 앞에서 사용한 비유로 표현하자면 이들은 관광객이 아닌 시민이다. 이 두 가지 유형의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바는 늘 일치하지 않는다. 한쪽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면 다른 한쪽의 요구와 충돌하게 된다. 어떤 정책도 주주 전체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없으므로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접근방식은 회사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일은 경영인이든 학자든 모두가 맡아야 할 책무다. 이를 위한 유용한 도구로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하면 산뜻하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보완하는 것이지 대체하지는 않는다. (‘스프레드시트: 패스트푸드를 연상케 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의 병폐참조.)

 

물론, 문제는 우리가 사용하는 분석도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 동문이 자신이 올린 굉장히 재미있는 게시물에서 지적했듯이 비율과 분석기법은 그것들이 알려준다고 표방하는 바만을 딱 알려줄 뿐이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인용하자면) ‘총자산순이익률이란 말 그대로자산에 대한 이익이라는 뜻이고 현금흐름할인법(DCF)이란 그야말로할인된 현금의 흐름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수익률을 나타내는 각종 비율들을 이해하고 적용하는지에 대한 방식이다. 우리는 (피터) 드러커와 (시어도어) 레빗 같은 경영학 구루들이 제품이나 SIC코드9]를 기준으로 비즈니스의 한계를 정하지 말며 비즈니스의 핵심은 고객을 창출하는 데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촉구했던 시절로부터 줄곧 퇴보해왔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무엇인지, 그 배경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유능한 이들도 딜레마와 역설로 인해 좌절하게 된다. ‘혁신가의 딜레마가 그동안 수많은 똑똑한 관리자들을 무력하게 만들어버린 데도 바로 이런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할애해 혁신가의 딜레마를 이해했던 관리자들은 파괴적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자본가의 딜레마에 직면한 것 같다. 이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본 우리의 시도가 여러분 가운데 많은 이들을 고무시켜 자본가의 딜레마를 해결할 방안을 함께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단지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장기적인 번영을 위해서 말이다.

 

[9]업종을 분류하는 표준산업분류코드 - 편집자주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데릭 반 베버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다. 데릭 반 베버는 자문회사 CEB의 창립 임원이며 현재 하버드 경영대학원 조교수이자 성장과 혁신을 위한 포럼(The Forum for Growth and Innovation)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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