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월호

모든 직원에게 유급 육아휴가를
앨리슨 비어드(Alison Beard)

 

 

모든 직원에게 유급 육아휴가를

레딧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안, 육아휴가를 위해 투쟁하다. 

앨리슨 비어드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안은 투자회사 이니셜라이즈드 캐피털Initialized Capital을 공동창업해 매니징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테니스 챔피언 세리나 윌리엄스의 남편이자 두 살배기 딸 올림피아의 아버지 역할이라고 말한다. 육아휴가를 다녀오고,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 사는 법을 익히고 난 뒤, 오하니안은 유급 가족휴가 의무화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지난 8월 중순 오하니안과 함께 진행한 인터뷰를 편집해 아래에 실었다.

 

 

유급 육아휴가 보장을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하자면 제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그다지 생각해 보지 않은 이슈였습니다. 레딧에서도 16주 휴가를 제공했고, 16주를 다 쉬면서 육아휴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느꼈죠. 우리 부부는 상황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가사도우미가 있고, 가족들도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고, 다른 식으로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출산합병증을 겪은 다음에는 일 때문에 가족을 두고 나가거나 일과 가족 중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됐어요. 그때 절실히 깨달았죠. 육아휴가는 좋은 정책이 마련된 회사에 다니는 운 좋은 사람들만 받는 혜택이 아니라, 모두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혜택이라는 것을요.

 

 

레딧에 있을 때부터 비교적 후한 휴가정책을 실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년 동안 풀타임 경영진으로 일하다가 물러난 후 2014년에 회사로 복귀했을 때, 레딧에는 인사부서가 없었습니다. 케이틀린 할로웨이Katelin Holloway가 인사·문화 책임자로 회사에 합류하면서 유급휴가를 포함한 새로운 정책도 들여왔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 정책이 합리적인 것 같았습니다. 테크 업계에서 16주 휴가는 기본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은 중요한 이슈를 반영해 주죠. 테크기업들이 이런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는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한 업계이기 때문입니다. 테크기업들이 수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성과자들을 데려오고 붙들어 둘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테크 업계가 유급휴가 지원의 선봉에 서 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테크기업이 아니더라도 최고 인재, 특히 기술분야 인재를 원하는 업계라면 반드시 이에 동참해야 합니다. 더 많은 혜택, 아니면 더 좋은 혜택을 제공해야만 인재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혜택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기업은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요?

 

구글이 유급휴가를 12주에서 18주로 확대한 후 직원 자연감소율이 50%나 낮아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게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는 아닙니다만 중요한 변화인 건 확실하죠. 그리고 신규채용과 신입직원 교육에 드는 비용만 생각해봐도 엄청난 비용이 절감되는 셈입니다. 유급휴가 옹호 단체인미국 유급휴가 보장운동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77%가 회사에서 제공하는 유급휴가 일수가 직장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유급휴가는 인재 유치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유급휴가가 가져다 주는 가치가 반드시 단기 성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몇 달 동안 휴가를 보내줄 만한 여력이 없다고 말하는 스타트업, 중소기업, 비기술기업 리더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패스트 캐주얼 샐러드 체인인 스위트그린Sweetgreen 같은 기업을 예로 들고 싶습니다. 샐러드 사업은 소프트웨어 기업과 거리가 멀죠. 그런데도 5개월의 전액 유급 육아휴가를 마련했습니다. 이니셜라이즈드 캐피털이 주는 휴가보다도 길죠. 저는 스위트그린, 그리고 저와 같은 다른 고용주들이 이 정책을 통해 직원의 충성도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든 음식을 만드는 직원이든 상관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집과 가족이 안정돼 있어서 마음이 평온할 때 최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직원들이 딴 곳에 정신이 팔리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답답함을 느낀다면 직원들의 생산성도 악영향을 받을 겁니다. 제가 수많은 기업가들과 함께 일하지만 그들 중 저에게 유급휴가 정책이 나쁜 아이디어라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출산이나 입양 후 수개월 이상의 휴가를 주는 것 이외에도 좋은 유급휴가 정책을 만들려면 또 무엇이 필요할까요?

 

유연근무제가 필요합니다. 저는 케이틀린이 직원 가족의 니즈에 맞게 16주 휴가를 나눠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기 전까지 레딧에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태어난 첫달에는 집에 있으면서 24시간 내내 가족을 돌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그러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출근하고,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집에 있으면서 본인과 가족이 새로운 생활에 차츰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식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동등하게 휴가를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산모의 경우 임신이나 분만과 관련된 건강합병증으로 더 긴 휴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휴가를 의도적으로가족 휴가family leave라고 부르는 이유는, 저를 포함한 아빠들도 동등한 양육책임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념은 직장 내 평등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지금은 여직원들이 임신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가족휴가가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성별에 상관없이 어떤 직원이든 언젠가는 부모가 되고 아이를 위해 휴가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더 좋은 일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부모가 특정한 역할과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오히려 선택의 자유를 주는 거라고 할 수 있죠. 제가 받는 가장 큰 비판은나는 애를 낳고 일주일 넘게 쉬지 않아도 되는데라고 말하는 트윗들입니다. , 일주일만 쉬어도 괜찮습니다.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하지만 육아휴가를 쓸 권리는 조만간 부모가 될 모든 직원들에게로 확대돼야 합니다.

 

 

변화속도가 빠르고, 압박이 심하고, 경쟁이 치열한 업계나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당신에게 주어진 육아휴가를 모두 써도 괜찮다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저는 더 많은 기업계 리더들이 이런 육아휴가 정책을 채택하도록 권장할 뿐만 아니라 저처럼 자녀가 있는 직장인들, 그중에서도 특히 고위임원들에게 직접 휴가를 쓰라고 설득합니다. 이렇게 하면 조직 내부의 다른 사람들도 경력에 흠이 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게 됩니다. 오히려 육아휴가를 쓰기로 한 것이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죠.

 

저는 사람들이 육아휴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데에는 소셜미디어의 공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아빠가 된 남성들이 뿌듯함을 느끼는 건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아빠가 되는 일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요새 바뀌고 있죠. 요즘 세대는 자기 표현을 잘하고 솔직한 편입니다. 매일 수십만 명의 레딧 이용자가 게시물을 올리는아빠의 반사신경Dad Reflexes이라는 서브레딧subreddit1이 좋은 예입니다. 사람들은 소파에서 떨어지려는 아이를 반려자가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붙잡는 아빠의 모습 같은 영상을 여기에 올리거나 시청합니다. 이제는 이처럼 아빠가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와 놀고, 아이를 먹이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담은 짤막한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장면을 더 이상 놀라워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우리 회사 남자 직원들이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진지하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서 오늘은 일찍 퇴근하겠습니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과거 경력을 보고도 제가 열정과 일 욕심이 부족한 기업가라고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정책의 변화까지 주장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육아휴가법이 없는 나라입니다. 전체 미국 여성의 25%가 출산 후 2주일 만에 일터로 돌아갑니다. 갓 태어난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터무니없는 요구가 아니라는 점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없기 때문이죠.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난 뒤 봉합 부위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직장에 복귀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가족의 가치를 그렇게 중시하는 나라에서 이래도 되는 걸까요? 하지만 저는 육아휴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투쟁하는 단체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데이터, 그리고 이 정책을 지지하는 수많은 민간부문 기업가, CEO, 좌파와 우파 국회의원들 덕분에 힘을 얻습니다.

 

 

어느 국회의원과 함께 일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법안을 지지하시나요?

 

저희 팀은 10월에 워싱턴DC에 갑니다. 면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양당의 상하원 의원들을 두루 만날 예정입니다. 그중에는 요람법, 가족법 등 다양한 버전의 육아휴가법을 추진해 온 조니 언스트Joni Ernst, 키어스틴 질리브랜드Kirsten Gillibrand상원의원도 있습니다. 지금은 자금 조달이 가장 큰 화두인 것 같습니다. 다른 정책자금을 끌어올 것인지와 보조금 지급방법을 결정해야 하겠죠. 국가마다 접근방식은 다릅니다. 어쩌면 추가적인 내용은 모두 빼고 육아휴가만 다루는 법안을 새로 만들 수도 있겠죠. 저는 6개월 유급 가족휴가를 보장하는 연방법을 지지합니다.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연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으니까요.

 

앨리슨 비어드(Alison Beard)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선임 에디터다.

 

1. 레딧 웹사이트에서 주제별 게시판 역할을 하는 하위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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