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월

먼저 나온 제품이 더 좋은 제품을 이긴다.
마르크-다비드 L.자이델(Marc-David L.Seidel),헨리크 R.그레브(Henrich R.Greve)

 

연구 내용: 헨리크 그레브(Henrich Greve)와 마르크-다비드 자이델(Marc-David Seidel)은 어떤 기술이 살아남는지 결정되는 과정에서 초기 시장 진입자의 이점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들은 맥도넬더글러스의 DC-10과 록히드의 L-1011 트라이스타, 두 대형 제트 비행기의 판매 기록을 추적했다. 연구자들은 L-1011이 기술적으로 우세했지만 DC-10 1년 먼저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더 크게 성공을 거뒀다고 결론을 내렸다. 비록 설계상의 결함 때문에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DC-10은 실패를 회복하고 계속해서 팔려 나갔다.

 

논의점: 초기 시장 진입자의 이점은 정말 열등한 제품에도 해당이 될까? 그레브 교수와 자이델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레브 교수 / 자이델 교수:우리가 연구한 두 비행기는 새로 떠오르던 장거리 항공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항공기들이었습니다. 두 제품이 출시됐을 때는 서로 비슷한 기종으로 여겨졌죠. 그런데 L-1011보다 1년 앞서 출시된 DC-10에는 심각한 설계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한번은 화물칸 문이 비행 중에 항공기에서 떨어져 나간 적도 있었죠. 그런데도 DC-10은 출시 후 20년 동안 L-1011보다 두 배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DC-10이 시장을 장악한 데는 사소해 보이는 우연한 일들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열등한 제품으로 더 우수한 제품을 누를 수 있었습니다. 설계 결함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최종적인 결과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던 거죠.

 

HBR: 그 우연한 사건들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시죠.

두 기술이 생존을 위해 다투는 경쟁상황에서는 사소한 사건도 초반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좌우할 수 있습니다. L-1011의 문제는 엔진을 제작하던 롤스로이스였습니다.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이 회사 때문에 비행기의 출시가 지연됐어요. L-1011 1년 늦은 출시로 인해 DC-10은 경쟁력을 구축할 틈을 갖게 된 것입니다.

 

열등한 기술력으로 시장에 먼저 진입해서 성공한 다른 사례가 있나요?

소비재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사례는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쿼티(QWERTY) 키보드입니다. 원래 이 제품은 타자기 시장을 겨냥해 개발됐습니다. 이 키보드를 디자인할 때 우리에게 친숙한 알파벳 순서에 따라 자판을 배열하지 않은 이유는 타자기의 인쇄 해머가 엉키는 현상을 막기 위해 타자 속도를 늦추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요즘은 모두가 컴퓨터를 사용하니 빠른 타자 속도가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사실은 사람들이 더 빨리 글자를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죠. 그러나 의도적으로 비효율적인 디자인을 사용한 쿼티 키보드는 시장에 일찍 진입한 이점 때문에 알파벳 순서에 따라 설계된 키보드들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자동차 엔진입니다. 이 산업 분야의 초기 엔지니어들은 증기 엔진이 가솔린 엔진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유명 자동차 레이스에서 증기 엔진이 과도한 출력을 내는 바람에 자동차가 레이스 도중 터져버리는 상황이 벌어졌지요. 초창기에 발생한 이 우연한 사건들은 가솔린 엔진이 시장을 지배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가솔린 엔진은 출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고장이 덜 났거든요.

 

우리가 특히 흥미 있게 관찰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열등한 소비재가 우수한 소비재를 물리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는 일반 소비자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기업들이 어떤 제품의 도입을 결정하는 이유가 다른 기업이 그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관점에는 반대의 견해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는 기업들 역시도 그런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기업들은 일반 소비자에 비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많은 경제학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어떤 기술을 받아들이기 전에 장점과 단점을 세심히 고려한다는 말이죠.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특정한 기술의 가치도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기업을 참고합니다. 내 경쟁사가 어떤 기술을 받아들인다면 그 기술이 가치가 있다는 신호가 분명하니까요. 그러므로 어떤 기업이 특정 기술을 초기에 채택했다는 사실은 연쇄반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열등한 기술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지요. 우리는 기업들이 각 항공기의 사용을 중단함으로써 발생한 효과에 대해서도 연구했습니다. 사용을 중단했다는 사실은 그 제품의 가치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다른 기업이 향후 이 제품을 채택할 가능성이 줄어들지요. 즉 조직 차원에서의 동료 압박(peer pressure)과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연쇄반응이 우연의 산물일 수도 있겠지만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초기에 발생하는 사건들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다는 이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확대됩니다.

 

앞서 나가려면 먼저 문을 나서라

두 번의 치명적 항공 사고도 맥도넬더글러스 DC-10이 록히드 L-1011보다 1년 먼저 시장에 진입해서 확보한 선점효과를 뒤집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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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들은 상용 제트 비행기의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이론이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일반화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특히 B2B 산업에 초점을 두고 연구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고객들은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다투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는 비밀로 하지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이론은 일반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연구가 두 종류의 비행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을 모방해서 특정 제품을 채택하는 방식은 항공산업 이외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어떤 산업이든 고객들이 경쟁사의 결정 사항을 벤치마킹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곳이라면 이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 기업들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기업들이 제품을 출시한 후 처음 1년에서 2년은 정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제품이 경쟁 상태에 놓여 있다면 출발이 대단히 중요하며 고객이 제품을 초기에 채택하도록 하는 일이 핵심입니다. 또한 고객이 제품을 채택한 사례를 널리 홍보하는 작업도 필수적입니다. 그런 내용들이 가시화될수록 다른 잠재 고객에게 영향을 주어 그 제품을 도입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크니까요. 얼리어답터의 영향력은 모방을 통해 확대됩니다.

 

결국 두 제품이 경쟁을 벌이는 시장이라면 교수님은 우수한 제품으로 시장에 뒤늦게 진입하기보다 열등한 제품으로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방법을 추천하시는 건가요?

고객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가지고 시장에 최대한 일찍 진입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만일 초기에 제품을 도입한 고객이 사용을 중단한다면 시장을 선점했다는 이점은 사라지겠지요. 그러나 초기에 도입한 고객이 그 제품을 계속 사용한다면 더 많은 고객이 그 제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시장에서 승리를 결정하는 요소는 제품의 기술적 특징보다 이런 역학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헨리크 R. 그레브, . 마르크-다비드 L. 자이델

헨리크 R. 그레브 (Henrich R. Greve)는 인시아드(INSEAD)의 기업가정신 담당 교수다. 마르크-다비드 L. 자이델(Marc-David L. Seidel)은 브리티시컬럼비아대(University of BritishColumbia) 산하 사우더비즈니스스쿨(Sauder School of Business)의 조직행동학 조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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