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월

미래는 상황지능의 시대
타룬 칸나(Tarun Kh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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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 Tomás Saraceno Poetic Cosmos of the Breath 2013, Hong Kong, China

PHOTOGRAPHY: STUDIO TOMÁS SARACENO, 2013

 

30년간의 실험과 연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야 경영 지식에도 보편적인 것과 특정 시장이나 문화에서만 유효한 것이 따로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Idea in Brief

연구 결과

경영에 관한 보편적 진리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우수 기법이라고 해서 어디서나 무조건 다 통하진 않는 법이다.

 

시사점

글로벌 기업이 낯선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그에 맞춰 운영 모델을 조정하고, 필요하면 재구축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해결책

초기 단계가 가장 어렵다. 막연히 무엇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는 추정을 버린 후 실험을 통해 실제로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경영자로서든 학자로서든 우리는 배움을 얻고, 그것을 공식화하며, 이를 적용해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경영을 공부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영대학원에 가고, 사례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고 분석 틀을 개발하며, HBR을 읽는 이유다.

 

이런 작업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뿌리 깊은 확신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나 자신도 전 세계의 다채로운 환경에서 경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연구하는 데 학자로서의 경력을 바쳐왔다.

 

그러나 나는 어쩌면 의외로 들릴 수도 있는 결론에 도달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모든 지역에 획일적으로 경영 기법을 도입하려고 애쓰는 일은 부질없는 짓이라는 결론이다. 물론 열망으로 가득 찬 발상은 전 세계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라도 꽤 널리 통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예컨대 기업가와 경영자라면 다들 가치를 창출하고 인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소임이라는 데 동의하리라 본다. 하지만 그처럼 뻔한 설교 말씀을 걷어내고 보면 가치를 이루는 요소나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라는 사실이 금세 드러난다. 지역마다 처한 환경이 천차만별이어서 그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법칙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이란 경제 발전 수준뿐만 아니라 제도적 특성, 지리적 특징, 교육 규범, 언어, 문화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과거에 경영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예를 하나 들자면) 최고로 우수한 제조 기법이 충분히 뿌리를 내렸으니 각 지역 환경에 맞게 프로세스만 수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단순 수정이 아니라 대대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술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제반 여건에 따라 그 기술이 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런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경영대학원에서 학생과 경영자가 외국의 사례들을 공부할 기회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내가 교편을 잡고 있는 하버드경영대학원만 해도국제적인 연구를 학교의 핵심 사명으로 삼고 있으며, 현재 MBA 1학년 학생들을 세계 곳곳으로 보내 현지 사업체들이 직면한 문제를 짧게나마 체험해보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 시야에는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을 거둘 방법을 알고 있다고 과신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들어온다.

 

중요한 건 상황 혹은 맥락이다. 이런 말이 사회과학자들에게는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을 테고, 리더십을 연구하는 동료 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 전반에서는 지금껏 상황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분석 도구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그 도구들을 실제로 활용하는 데는 신중한 생각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상황지능(contextual intelligence)’, 다시 말해 우리의 지식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그런 지식을 그것이 자라난 토양과는 특성이 다른 환경에 맞춰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용어는 신조어가 아니다. 최근에 하버드경영대학원 동료인 앤서니 메이요와 니틴 노리아가 HBR 글에서 사용하기도 했고, 학계에서는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거론됐다.) 이런 종류의 지능을 확보해 활용하기 전까지는 국경 너머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사업의 실패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를 테고, 지구촌 각지를 무대로 하는 실험들을 통해 교훈을 얻는 데도 계속해서 한계에 부딪힐 것이며, 전 세계에 걸쳐 건전한 성장을 일궈내겠다는 포부도 계속해서 실현되지 못한 약속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국가별 산업 수익성의 상관관계는?

타룬 칸나, W. 리브킨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전략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수익성 양상이 저개발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리라고 봤다. 하지만 확신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는데, 경영 전략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지극히 일부 선진국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어떤 산업의 수익성이 뛰어나다면, 예컨대 독일에서 좋다면 태국이나 브라질에서도 수익성이 좋으리라고 추정하는 게 보통이었다.

 

2001년에 신흥시장에서 양질의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했으므로 우리는 그런 추정이 옳은지 확인하기 위해 43개국에서 각종 산업을 아우르는 평균 수익률을 계산한 뒤, 모든 나라를 둘씩 짝지어 상관관계를 따져봤다. (우리가 작성한 조사 보고서의 원본을 원한다면 tkhanna@hbs.edu로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로 한 나라의 수익성으로 다른 나라의 수익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이 도표는 유의미한 긍정적 상관관계(한 나라에서 수익성 있는 산업이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이며 그 관계가 우연히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청록색으로 뒤덮여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상관관계는 11%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처럼 서로 닮은꼴인 나라들의 경우다.

 

오히려 도표에서는 자홍색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를 일대일로 짝지어보면 대체로 산업 수익성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떤 산업의 수익성이 스웨덴에서 좋게 나타난다는 사실만으로는 싱가포르에서의 수익성이 어떨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것이 주는 의미는 놀랍다. 기업들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해당 산업의 속성과 자국 시장에서 거둔 성공의 밑바탕이 된 기술력에 한결같이 기댄 채 새로운 시장에 진입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보면, 본국의 시장에서 특정 산업에 대해 얻은 교훈이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거의 상관이 없을 수 있다고 말해도 별로 심한 과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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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국경을 잘 넘지 못하는 이유

내가 상황지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수년 전에 동료 잰 리브킨과 함께 각종 산업이 여러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보이는지 연구하면서부터였다. 그때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그냥 놀랍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였다.

 

먼저 배경 설명을 좀 해야겠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실증적 연구를 하는 경제학자들은 당시 관련 데이터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던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경제 현황을 연구했는데, 서로 유사한 산업들은 구조와 경제적 이익 면에서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특정 산업의 수익성은 어느 나라나 동일하리라는 추정, 그리고 우리가 가진 가장 엄밀한 도구라 할 수 있는 산업 분석을 통해 그런 추정이 입증되리라는 생각이 널리 확산됐다. 하지만 이후 다수의 OECD 비회원국들로부터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자 그러한 결과는 되풀이되지 않았다. 특정 산업이 한 나라에서 어떤 성과를 나타내는지 안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서도 무조건 어떤 구조나 수익을 낼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었다는 말이다. (‘국가별 산업 수익성의 상관관계는?’ 참조.)

 

어째서 성과의 차이가 나라별로 그처럼 크게 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멘트 산업을 예로 들어보겠다. 시멘트 생산 기술은 어디서나 비슷하지만 개별 시멘트 공장들이 위치한 지역의 특수한 상황은 가지각색이다. 예컨대 부패한 원료 공급자가 시멘트에 들어가는 배합물에 불순물을 섞을 수도 있다. 노조가 공장 운영에 협조적일 수도 있고 견제를 가할 수도 있다. 완성된 시멘트가 대량으로 건설사에 판매될 수도 있고 봉지에 담긴 채 개인에게 팔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변수들은 공통된 기술이 자아내는 통합 효과보다 강력한 힘을 내뿜는다. 한 지역에서 시멘트 공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낯선 환경으로 간다고 하면 그런 공장을 아예 운영해보지 않은 사람보다 유리하긴 하겠지만, 그 차이가 생각보다는 훨씬 작을 것이다.

 

우리는 기술 지식이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압도할 것이라고 가정하기보다는제도적 상황이 산업구조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해야만 한다. 마이클 포터가 제시한 산업구조분석 모형인다섯 가지 경쟁 요인(5 forces)’을 분석 틀로 삼자면 각각의 경쟁 요인들이 현지의 제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셈이다. 일례로 계약 이행을 강제로 진행하고 자금을 제공하는 제도를 들 수 있겠다. 이미 기반을 다진 기업들만이 이런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나라에서라면 기존 시멘트 업체들은 새로운 라이벌 기업들의 출현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처럼 힘을 합친다는 것은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영 전략가들이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업계 구성원들 사이에서 가치가 창출되고 분배되는 논리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실제로 이를 적용하는 데는 상황적 변수들에 의한 제약이 따른다고 하겠다. 그리고 시멘트 생산 능력보다는 이러한 제도적 상황이 기업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다.

 

내가 진행했던 학술 연구 중 상당 부분은 제도적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료 학자 크리슈나 팔레푸와 손잡고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에는 신생 기업들이 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전문 중개인들(specialized intermediaries)’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탐구하기도 했다. 전문 중개인이란 분쟁의 시비를 가리는 법원, 자금을 빌려주는 벤처 투자자, 각종 주장의 진실성을 보증하는 공증기관을 뜻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제도적 공백은 기업가들과 행정 능력이 향상된 정부에 의해 메워진다. 마침내 공식 경제가 꽤 활성화되면서 그 나라는 신흥시장으로부상하게 된다. 우리의 분석 틀은 기업과 학자가 특정 국가의 제도적 상황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사업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할 때 유익한 것으로 증명됐다. (우리가 집필한 <신흥경제국에서 승리하는 법: 전략과 실행을 위한 로드맵>이란 책은 제도적 공백을 더욱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상황지능을 발달시키려면 제도적 상황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적재산권, 미적 취향, 권력에 대한 태도, 자유시장에 대한 신념, 나아가 종교적 차이 등 다양한 분야들을 다뤄야 한다. 대개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멘탈 모델(mental model)1]을 조정하고, 보편적 원칙들과 그런 원리들이 구체적으로 적용됐을 때의 특수한 전형들을 구별해 바라볼 수 있는 법을 배우며, 마음을 열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받아들이는 법을 아우르는 일련의소프트’ 스킬을 요하는 작업이다.

 

메트로는 마침내 인도에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큰 가치를 창출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주 더딘 실험을 거친 후였다.

 

유능한 기업들조차 몹시 고된 시련을 겪는다

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이라면 그 지역 상황에 맞춰 치밀하게 짜인 운영 모델과 고도로 정비된 문화를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모델과 문화를 해체하고 재건하는 일이 다른 회사에 비해 더 어렵기도 하다. 새로운 상황에 맞춰 운영 모델을 조정하려고 할 때 한두 가지 부분만 변경하면 되는 경우에는 그 작업이 간단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보다 훨씬 복잡한 조정 작업이 요구된다. 더군다나 회사 임원들은 왜 기존 모델이 효과를 내는지 정확히 아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2]이 더욱더 어려워지는데,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런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도시의 사업체들에 신선식품과 직물류를 판매하는 창고형 도매상 메트로 캐시앤캐리(Metro Cash & Carry)3]를 꼽을 수 있다. 메트로는 독일에서 시작해 다른 서유럽 국가들, 이어서 동유럽과 러시아로 성공리에 사업을 확장해나갔고, 그 과정에서 매번 값진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메트로의 중역들은 조정이 필요한 줄은 잘 알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학습을 통해 갈고닦은 기본적인 성공 비법을 이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많은 부분들을 바람직하게 처리하기도 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효과적인 현지 파트너십을 형성한 덕분이자 지방 정부가 식품 안전과 관련된 선진 기술을 실험하는 데 힘을 보탠 덕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던 각종 난관에 부딪혔다. 중국 어느 지역이든 정치계와 경제계에 몸담은 조직과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그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터득하려면 수개월이 걸렸다. 한 지역에서 얻은 교훈들이 다른 지역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전반적으로 지역 내 경쟁은 동유럽과 러시아 때보다 훨씬 심했다. (메트로가 동유럽과 러시아에 진출한 때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사회 전체가 결핍을 겪던 시절이었다.) 이제껏 덩치 큰 제도권 경쟁자들과 싸우는 데 익숙했던 메트로 경영진은 제도권 밖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다양한 라이벌들을 상대하자니 마치 안개가 자욱한 전장에서 싸움을 벌이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 밖에 현지인들의 기호에서 비롯된 애로 사항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많은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에서 살아 있거나 갓 잡은 동물을 구입하는 편을 선호했다. 이처럼 여러모로 어려움이 따르다 보니 메트로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14년 만인 2008년에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인도는 알고 보니 더 힘든 시장이었지만 그럼에도 메트로가 낙관론을 고수할 만한 근거들이 있었다. 우선 중간상을 배제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식품 품질 및 위생과 관련해 고질적인 문제를 겪고 있고 쓰레기 배출량이 어마어마한 인도의 환경에서 메트로는 표준화된 고품질 상품을 공급했다. 게다가 광범위한 상품을 구비한 덕에 목표로 삼은 고객층인 구멍가게들의 관심만큼은 확실히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 참고로 구멍가게가 아주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인도는 전 세계에서 1인당 소매점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러나 다른 시장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장애물들도 버티고 있었다. 메트로는 농가에서 나오는 모든 작물을 국영 경매기관에 판매하도록 하는 시대착오적 법령을 피할 방도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애초에 자사가 시장에 진출하면 혜택을 볼 것으로 판단했던 중간상과 소매상들은 환영은커녕 오히려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책임자가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난맥상도 회사 역사상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선뜻 자기네가 관할 당국이라고 나서는 단일한 정치기관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인도 소비자들은 비공식적인 매개물을 이용한 신용 거래에 익숙했고, 사회기반시설이 낙후돼 있다 보니 도매상에서 대량 구매한 상품과 작물을 직접 운반하기도 여의치 않았다.

 

[1]개인이 현실 세계에서 무엇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정신적 모형 - 역주

[2]이미 완성된 제품이나 서비스, 프로세스를 상세히 분석해 기본적인 설계 내용을 추적하는 것 - 편집자 주

[3]전 세계 28개국 750개 매장을 통해 호텔이나 식당, 케이터링 업체 등에 맞춤형 식자재를 판매하는 도매 유통업체편집자 주

 

메트로 경영진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회사의 모델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을 자각했지만 포기하는 것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글로벌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든 나라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때로는 새로운 환경에 맞추자면 조정해야 할 부분이 워낙 많은 탓에 핵심 운영 모델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 메트로는 마침내 인도에서 내가 보기엔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큰 가치를 창출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주 더딘 실험을 거친 후였다. 일부 원인을 따져보면, 현지 팀이 제안하고 본사에서 승인한 조정안들을 실행하려면 두서없는 정치적 절차를 밟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 낯선 미디어, 그것도 대부분 토착어를 사용하는 미디어에서 날 선 비판이 줄기차게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별 경영자들이 과거의 성공 공식을 과신하는 바람에 조직이 경직되고 말았다. 아무리 메트로 경영진이 일류 인력이라고 해도 상황지능은 서두르거나 명령한다고 해서 길러지지 않는다.

 

문화적 차이 파악하기

지역적 차이점들을 알기 위해서는 고객과 직원 양쪽을 모두 관찰해야 한다. ‘사는(buy)’ 쪽의 미적 취향 차이가 처음부터 경영진에게 확연히 인식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굉장히 중요하다.

인도에서 성공하기 위해 메트로 캐시앤캐리는 기존에 간결하게 정돈돼 있던 매장 복도를 이것저것으로 꽉꽉 채워서 발 디딜 틈 없는 인도 시장통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와 반대로 e베이는 중국 시장에서 미국식을 고수했다가 3년도 안 돼서 타오바오(Taobao)에 시장을 빼앗겼다. 타오바오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웹사이트를 좋아하는 현지인의 취향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과학자와 인지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문화 집단마다 정보와 상품의 표현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labinthewild.org에서 제공하는 검사로 자신의 관심 유형을 다양한 응답자와 비교해볼 수 있다.)

 

취향의 차이는 럭셔리 서비스에서도 나타난다. 예컨대 어떤 고객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호텔 객실 인테리어가 다른 고객에게는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제국주의 시대 영국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라면 요크에서는 흐뭇함을, 뭄바이에서는 짜증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잔칫집처럼 붉은색과 금색으로 치장된 세간살이에 익숙한 중국 간부들이 베를린이나 뉴욕의 호텔 객실에서 모던한 미니멀리즘을 접하면 차갑고 적대적이라고 느낄 가능성이 있다. 종교적 이미지도 그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도에서는 부를 상징하는 힌두교 여신을 이용해 상품을 번영과 연관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서양에서는 기업이 물건을 팔기 위해 종교적 상징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광고대행사들은 보편적 가치를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일례로 바틀 보글 헤거티(Bartle Bogle Hegarty)는 조니 워커 브랜드의 스카치위스키 광고를 진행하면서 해당 상품에 자기 계발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려 했다. 연구를 통해 그런 이미지가 남성이 거둘 수 있는 성공의 극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상징한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 브랜드의 유명한 엠블럼(힘차게 걷는 남성)은 인간이꾸준히 걸어야한다는 철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양에서 통했던, 개인의 발전에 초점을 맞춘 광고가 중국과 태국에서는 실패하고 말았다. 두 나라의 고객들은 반대로 동지애, 공동체 정신, 집단의 발전을 환기하는 광고에 호응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 광고에서 크리에이티브를 주도했던 한 명은 최근 나와 의견을 나누면서 엠블럼 속의 남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쓰는 사회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추측했다.)

 

한편파는(sell)’ 쪽에서 보자면 경영자들은 유인책, 동기 부여, 퇴사 방지 정책을 현지의 규범 및 기대에 맞추는 방안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가령 그 나라에 효율적인 주식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스톡옵션을 보수에 포함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마찬가지로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두드러지는 환경에서 개개인 중심의 보상 체계를 도입하면 별로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난관들은 신흥시장에 진입하려는 선진국 기업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인도에서 메트로가 겪은 시련은 1950년대 프랑스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기득권층에 대항해 들고 일어났던 푸자드 운동으로 상업계가 겪은 어려움과 비슷하다. 그 시기에 독일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개발도상국 기업들도 운영 모델을 변경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본토에서는 예컨대 현금으로만 거래하는 풍토, 간섭하기 좋아하거나 부패한 정부 관료, 인재 부족 같은 악조건을 피해(혹은 이용해) 성공했을지 모르나 선진국 시장에서는 또 다른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된다.

 

방갈로르에서 처음 설립된 나라야나 헬스(Narayana Health)가 좋은 예다. 이 병원은 심장외과로 유명한데, 이곳에서 집도되는 심장 수술이 연간 인도에서 실시되는 심장 수술 건 중 12%를 차지한다. 관상동맥 우회술(CABG)을 받기 위해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건당 2000달러에 불과해 미국의 6~10만 달러와 비교가 안 될 정도지만, 사망률과 감염률은 미국 의료기관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나라야나 심장외과의 기존 운영 모델이 2014 2월에 케이맨 제도에서 문을 연 산하 병원에 쉽게 전수될지는 불확실하다. 왜 그럴까? 기존 성공은 인도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인도는 심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워낙 많다 보니 의사들이 금방 전문성을 습득해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가난한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하는 데 방해가 되는 수송, 재정, 행동과 관련된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귀중한 교훈도 얻을 수 있다. 또 간호사들이 호흡치료사나 작업치료사로 활동하면서 1 2역을 해내고 있고, 현재는 환자 가족들도 수술 뒤 간호를 돕도록 요청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건설 자재가 저렴하고 규제가 허술해 실험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케이맨에서는 이런 운영 모델의 해체가 불가피하고, 짜임새 있는 대체 모델은 어디까지나 서서히 등장할 것이다.

 

그래도 일찍부터 꽤 고무적인 징조가 보이고 있기는 하다. 케이맨 제도의 자재 값과 인건비가 인도보다 비싸긴 하지만, 나라야나는 본토에서 갈고닦은 건설 능력 덕분에 웬만한 서양 국가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최첨단 병원을 설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창립 당시부터 이어져온 실험 정신이다. 케이맨 제도는 인도와 판이한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 제공 방식을 혁신하는 데 제약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며, 그것을 시시각각 조정하는 습관이 배어 있는 강점은 나라야나가 적응을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상황지능을 확보하는 방법 중 일부는 결코 쉽거나 저렴하진 않지만 뻔하긴 하다. 이를테면 두 지역 이상의 문화에능숙한사람 채용하기, 현지 기업과 제휴하기, 현지 인재 육성하기, 경영대학원에서 현장 연구와 학제 간 연구의 비중을 늘리고 학생들에게도 동일한 요구를 하기, 지역 차의 성격과 범위 파악하는 데 시간을 들이기 등이다. (앞 페이지문화적 차이 파악하기참조.) 이 기법들을 모두 살펴보는 것은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지만 그래도 몇 가지 간과하기 쉬운 점들만큼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하드’ 스킬을 필요로 하는 업무는 쉽다(믿거나 말거나).일단 경영진이 생각보다 아는 것이 적다는 사실과 새 시장에서는 기존의 운영 모델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면 그 나라의 제도적 상황을 조사하는 작업은 별로 어렵지 않다. 사실 일반적인 정보는 대부분 손쉽게 입수할 수 있는 편이다. 이때 로드맵이나 체크리스트는 생소한 현상을 인지하고 분류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유용할 수 있다. (<신흥경제국에서 승리하는 법>에 신흥경제국에서 상품, 노동, 자본 시장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제도적 공백을 발견하는 방법이 설명돼 있다.) 제도적 상황은 산업 분석뿐만 아니라 그 밖에 평소 사용하는 모든 전략적 도구들, 예를 들면 손익분기점 분석, 사내 핵심자원 식별 등에도 반영돼야 한다.

 

, 한 가지 크게 주의할 점이 있다. 개발도상국에는 OECD 국가의 경영 관리자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데이터 출처들, 즉 신용정보 관리기관, 시장조사 업체, 금융 분석가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제도적 공백은 기업이 자체적인 투자로 메워야 한다. 일례로 HSBC는 현지 소매 업체와 제휴해 폴란드 최초의 신용정보 관리기관을 만들었고, 씨티은행도 인도에서 신용카드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비슷한 작업을 했다.

 

한 가지 크게 주의할 점이 있다. 개발도상국에는 OECD 국가의 경영 관리자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데이터 출처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소프트 스킬을 요하는 일은 어렵다.멘탈 모델 중에는 실제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데다 발전을 저해하면서도 상당히 끈질겨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특히 신흥시장에 대한 모델이 그렇다. 그 중 하나가 모든 국가는 결국 자유시장경제를 받아들이게 돼 있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중국 같은 관치시장이 당분간 존속되리라고 볼 만한 증거는 대단히 많다. 나는 다른 지면을 통해 중국 경제에서는 정부가 기업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양 사회에서 흔히 생각하듯이 모든 활동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을 무조건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한 가지 완고하게 남아 있는 사고방식은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욕구다. 메트로 경영진이 운영 모델을 재구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는 한 번에 한 가지 요인만 처리하고 그 정도 조치만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길 바라는 더 편한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치는 대학 수업에서도 항상 이런 문제를 목격한다. 실제로는 서로 얽히고설킨 수많은 요인들을 처리해야 하는데도, 알 만큼 아는 중역들이 사례 하나만 읽고 한 가지 장애물만 공략하려 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향은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논문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닻 내림 효과와 과신 등의 인지 편향(cognitive biase) 때문에 더욱 강해진다.

 

보편적인 것은 무엇이고, 상황별로 다른 것은 무엇인가?

모든 지역에서 통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밝히는 작업은 이 글에서 거론된 기존 기업들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나 급성장하는 벤처기업에도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라는 비영리단체를 보자. 1980년대 말에 설립된 이 단체는 재능 있는 대학 졸업생들이 미국 내 학습 부진 학교에서 몇 년 동안 교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한다. 최근에는티치 포 올(Teach for All)’이라는 국제 네트워크로 확장됐지만, 이 조직의 기조는 변함없다. 뜻이 있고 도움이 절실한 학교와 대학을 갓 졸업한 인재를 이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을 다양한 상황에 맞춰 조정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상황지능이 요구된다. 인도의 인재 평가 서비스 회사인 어스파이어링 마인즈(Aspiring Minds, 필자도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다)의 경우도 비슷하다. 인재 시장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이 회사는 여러 시장에서 다양한 비주류 구직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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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은 골치 아파도 꼭 필요하다.어떤 멘탈 모델과 편향을 버려야 하는지 밝혀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모델과 인식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모델과 틀도 당연히 불완전하겠지만 더 나은 지식 기반을 다지려면 새로이 배우게 되는 것들을 계속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제아무리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일지라도 신생 회사를 세우는 창업가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무엇이 효과가 있을지 가설을 세우고, 가정을 문서화하고 검증하며, 실험을 거쳐 무엇이 통하고 통하지 않는지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진이 빠질 만큼 과도하게 실험 결과를 분석해서는 안 되고, 결과에 맞춰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보편적 발상은 전이가 잘되지만 구체적인 관점들은 그렇지 않다.반드시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듯, 가치 창출과 노동자에 대한 동기 부여는 어디서나 필수적으로 여겨지지만가치의 의미와 동기 부여 방법은 문화에 따라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메트로는 국경을 넘어도 언제나 자사를 중소규모 사업체에 각종 내구소비재와 비내구소비재를 공급하는 B2B 도매기업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런 정의가 다양한 상황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조정 작업이 필요했다. 결제와 운송 방식을 예로 들자면, 메트로는 현금을 지불한 후 고객이 자가 운반하는 종전의 캐시앤캐리뿐만 아니라 현금/배송 서비스, 신용/고객 자가 운반, 신용/배송 서비스로 운영하는 법도 터득했다. (‘보편적인 것은 무엇이고, 상황별로 다른 것은 무엇인가?’ 참조.)

 

미래를 앞당길 수는 없다.우리는 모두 사회적, 경제적 변화에 걸리는 시간을 실제보다 적게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기술적 변화들은 즉각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휴대폰은 신흥시장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 현상은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서 발명된 신기술을 도입하자면 평균 수십 년 정도 걸린다는 사실이 탄탄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제도적 변화는 어느 편인가 하면 그보다도 훨씬 느리다.

 

예컨대 내가 동료 학자 크리슈나 팔레푸와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칠레에서 은행 대출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풍토가 증권 발행 위주로 바뀌는 데는(이는 기업가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치는 변화다) 20년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조직과 규정만 만든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개별 기업과 경영자들이 변화된 상황에 맞춰 행동을 조정해야 했다.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일어난 때는 외국인들의 정보 요구로 칠레 현지에서 금융 분석가와 투자 고문이 등장한 이후였다. 이들은 일단 투자에 대한 전문성부터 수준급으로 키워야 했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기업들이 차입경영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주식 발행에 의한 자금 조달로 전환하는 속도는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변화를 주창한 이들의 예측보다 훨씬 더뎠다. 분석가들이 편향된 인식을 폐기할 시간이 필요했고 진정한 의미의 사외이사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칠레와 한국에서 본 현상과 비슷한 이유로 회계, 기업지배구조, 지적재산권 규범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은 기존 경영계의 예측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된다. 보통은 현지의 정치적 반발이 그 원인이다.

 

자체 데이터를 생성하라.기업이 특정한 지역의 상황과 관련해 경영진의 추정이 아니라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다면 가능할 때마다 자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특히 서양의 경영자들이 북미와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중요하다. 일부 학자들이 소위 위어드(WEIRD, 즉 서양, 고학력, 산업화, 풍족, 민주주의) 사회라고 불러온 국가들은 공정성에 대한 신념, 협력 성향, 귀납 추론과 도덕 추론의 사용, 자아 개념을 포함하는 다양한 척도에서 여타 국가들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외부 업체들을 고용해 시장 조사를 실시하고 다른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진출 방식에 대한 정보를 취합할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실험을 실시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회사가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데이터 수집을 실험하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전망이 아주 좋은 기법이다.

 

정보를 도출할 때는 상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어떤 환경에서는 개인 차원의 유인책들보다 공동체 규범이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래서 수자원 보호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라면 가정에서 어떤 식으로 물을 쓰는지보다는 주민들이 마을 우물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연구할 때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지도 모른다. 위계질서가 강한 사회에서는 포커스 그룹이 별로 효과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신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경제적 변화에 걸리는 시간을 실제보다 적게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기술적 변화들은 즉각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성공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앞서 말했다시피 제도적 변화는 서둘러봤자 소용없다. 전사적 차원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은 전도유망한 직원들이 특정 지역의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광고회사 WPP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문화적으로 유연한 시각을 갖춘 리더들을 육성하기 위해 특별 연수 프로그램을 거쳐 연간 10명의 신규 채용자를 세계 각지에 있는 사업장에 배치한다. 각 연수 사원은 WPP 고위 간부에게 멘토링 수업을 받으며 인지도와 관여도를 높이는 기회를 가진다. 이 프로그램이 조직 내에서 출세의 보증수표로 여겨지기 때문에 여기서 배출된 전도유망한 간부들의 근속률은 65%(장기적 관점에서 본 수치)에 이르는데, 이는 이직률이 높기로 악명이 자자한 업계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결과이다.

 

관리자들은 기존의 시장 조사에 의존할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실험을 실시해 현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상황지능의 보편적 중요성

우리의 지식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상황지능의 핵심이자 인간의 이해력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어서 플라톤부터 이사야 벌린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들을 괴롭혀왔다. 그 중 벌린은 1996년 출간돼 상당히 널리 읽혔던 에세이에서사실을 아는 것판단을 내리는 것을 구별했던 철학자다.

 

나는 상황지능이 조직적 차원에서 저평가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고 본다. 이 글에서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문제로 씨름하고 있는 거대 국유기업, 창업가, 비영리조직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수월하게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의 예를 들자면 현재 비공식 경제에서 생계 활동을 하는 40억 인구를 편입시킬 수 있도록 공식 경제를 확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처럼 배제된 사람들은 상황이 나은 경우라 해도 어디까지나 원시적인 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개인적인 관계를 매개로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들과 효과적으로 교류하려면 엄청난 수준의 상황지능이 필요하다. 수많은 일들에 대해 지금보다 해박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다. 자원이 극도로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가? 어떤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에 반응할 것인가? 담보물 없이 어떻게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가? 답은 뭄바이냐 나이로비냐에 따라 다를 것이고, 나이로비냐 산티아고냐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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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 SHOTA MATSUMOTO, 2012

 

About the Spotlight Artist

매달 본지는 스포트라이트 기사에 실력 있는 예술가의 작품을 싣습니다. 사진가, 화가, 설치미술가들의 재기 발랄하고 지적인 창작물로 지면에 생명력과 지성을 불어넣음으로써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이달에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토마스 사라세노(Tomás Saraceno)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건축을 전공한 사라세노는 사람과 환경, 사람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작가입니다. tomassaraceno.com에서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타룬 칸나

타룬 칸나(Tarun Khanna)는 하버드경영대학원 호르헤 파울로 레만(Jorge Paulo Lemann) 기금 교수이며 하버드대 남아시아연구소(South Asia Institute)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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