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월

이제는 가치 확보의 시대
스테판 미셸(Stefan Mi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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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Peter Crowther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혁신은 커다란 가치가 없다.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기업 베스터가르트(Vestergaard)는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스트로(LifeStraw) 기술을 공개하면서 그 기술의 혁신 가능성을 입증했다. 오염된 물에서 수인성 박테리아는 99.99999%, 기생충은 99.9%를 제거하는 라이프스트로는 국제 구호단체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전 세계 거의 모든 재난 지역에 공급됐다.

그러나 식수가 오염된 지역 중에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 전 세계적으로 깨끗한 생활용수가 부족한 인구는 78000만 명에 이른다. 베스터가르트는 그들에게서 NGO들로 구성된 현재 고객 기반보다 훨씬 광범위한 잠재 시장을 확인했으며, NGO들과는 다른 혁신적 접근법을 증명했다. 문제는 개발도상국 주민 대부분이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라이프스트로의 가격이 아주 비싸다는 점이었다. 이에 베스터가르트는 그들이 라이프스트로를 구입할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을 찾아냈고, 말 그대로생명의 빨대를 선물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탄소상쇄배출권(carbon offset credit)이었다. 전 세계에서 탄소배출권이 거래되는 요즘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인 사실을 증명하는 모든 문서가 현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라이프스트로만 있으면 오염된 물을 끓이기 위해 석유나 나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베스터가르트는카본 포 워터(Carbon For Water)’ 캠페인을 전개했고, 덕분에 케냐의 수십만 가구는 라이프스트로를 구입할 수 있었으며 회사에도 커다란 성장 동력이 됐다.

 

이렇듯 베스터가르트는가치 창출(value creation)’가치 확보(value capture)’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중요한 혁신을 이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가치 창출을 위한 혁신에만 오롯이 초점을 맞춘다. 기존 접근법으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경우라면 때로는 가치 확보를 무시하고도 사업을 꾸려갈 수 있다. 그럼에도 가치 확보 측면을 철저하게 점검하지 않는 기업은눈먼 돈을 버리는 셈이다. 심지어 가치를 확보할 방법을 찾는 길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인 경우도 간혹 있다. 이는 오늘날 많은 출판 전문기업들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수입원은 갈수록 고갈되는 상황인 데 반해 소비자들의 콘텐츠 접근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페이스북처럼 첨단기술과 정보통신 산업이 주도하는 신경제 환경에서 활동하는젊은’ IT기업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월간 이용자 수가 13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이 고객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막대한 시가총액과 주가수익비율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가치를 확보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어떨까? 이는 급변하는 주가가 잘 말해준다. 다시 말해, 그 점에 관한 한 페이스북의 능력은 온통 물음표투성이다.

 

기업들이 가치 창출과 가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가치 확보를 더욱 창조적이고 실질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확보하는 효과가 검증된 열다섯 가지 혁신기법을 다섯 가지 주요 변화 영역으로 나눠 소개하려 한다. 안타깝게도 가치 확보라는 개념은비즈니스 모델 재창조라는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많은 경영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그래서 필자는 가치 확보라는 개념을 보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로 확립할 필요를 느꼈고, 중요한 단계로서가치 확보 혁신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이제 경영자들은 그것을 통해 각자의 상황에 맞는 가치 확보 혁신기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치 확보 혁신을 위한 프레임워크참조)

 

가치 확보 혁신을 위한 프레임워크

더 많은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기법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가치 확보 혁신에는 열다섯 가지 독특한 형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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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맹점

새로운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R&D 부서를 운영하고 파일럿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아이디어를 크라우드소싱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한다. 어쩌면 고위 경영자들은 혁신에 대한 투자를 지상과제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열성적인 혁신가들조차 가치 확보와 관련해 맹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일단 가치를 창출하면 보상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가치 확보를 위한 혁신이 간과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치를 성공적으로 확보하는 기업들이 때로는 가치 창출을 위한 혁신을 동시에 진행하는데 이때 후자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 온라인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Netflix)가 오프라인의 강자 블록버스터(Blockbuster)에 치명적인 위협이 됐을 때 모든 영광은 가치 창출의 몫이었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의 성공신화는 가치 창출을 혁신한 덕분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사실상 넷플릭스가 고객 각자에게 특화된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했고, 최신 히트영화를 빌리려고 매장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블록버스터의 고객들과는 달리 넷플릭스의 고객들은 그런 헛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신의 한 수는 가치 확보 측면에서 나왔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블록버스터의 수익 모델은 연체 수수료에 크게 의존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매달 일정액을 받는 유료 회원제 모델을 도입했다. 덕분에 똑같이 연체 성향이 높은 고객들을 상대로 하면서도 더 큰 수익을 창출했다. 연체료 문제로 고객들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은 건 물론이다.

 

가치 확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리자들조차도 그것을 가격 결정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가격 결정은 중요한 비즈니스 사안이고, 적절한 가격 결정 전략을 다루는 경영서도 넘쳐난다. 그러나 가격을 9.5달러에서 9.9달러로 올리는 것이나, 혹은하나 사면 하나 공짜같은 캠페인은 결코 혁신이 아니다. 가치 확보를 위해서는 전략적 의미가 한층 강화된 좀 더 근본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치 확보에서 혁신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가치 확보 혁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여라. 관리자들이 베스터가르트와 넷플릭스가 시도한 혁신 같은 새로운 접근법을 확실하게 이해한다면 맹점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런 다음에는 다양한 사례들을 철저하게 분석할 차례다. 이렇게 하면 구체적인 패턴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포함해서 말이다.

 

 

열성적인 혁신가들조차도 가치 확보와 관련해 맹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일단 가치를 창출하면 보상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

 

Idea in Brief

 

문제

기업들은 고객에게 유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한다. 그러나 가치를 확보하는 혁신을 점검하지 않는다면 가치 창출의 혁신이 아무리 획기적이라도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해결책

관리자들이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새로운 혁신 프레임워크는 최신의 가치 확보 혁신기법을 다섯 가지 주요 변화 영역으로 분류해 범주화한다. 가격 결정 메커니즘, 비용 부담 주체, 프라이스 캐리어, 교환 시기, 표적고객집단이다. 기업들은 이 다섯 가지 중 하나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실제 적용 사례

대형 항공사, 글로벌 전문 서비스 회사 등 많은 기업의 다기능 협업팀(cross-functional teams)은 사내 워크숍에서 혁신 프레임워크를 사용함으로써 이익 증대를 위해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확인했다.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바꿔라.가치 확보를 위한 첫 번째 혁신은 가격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메커니즘이나 근본적인 원칙을 포함한다. 가장 대표적인 접근법은가치에 기반한 가격 결정(value-based pricing)’이다. 이는 단순히 비용이나 경쟁기업들의 가격 수준에 맞춰 가격을 결정하는 대신, 특정 제품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위스의 기계부품 전문기업 보싸드(Bossard)가 판매하는 에코신(ecosyn) 윤활 처리 나사못 제품이 있다. (필자가 보싸드의 이사회 멤버임을 밝혀둔다.) 세계 최대 농기계 생산업체인 존 디어(John Deere)를 포함해 많은 제조업체들에 볼트와 너트 같은 조임장치를 공급하는 보싸드는, 거래처 직원들이 기계를 조립하는 것보다 나사못을 손으로 윤활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손으로 일일이 윤활 처리하다 보니 지저분한 데다 작업의 완성도도 고르지 않았다. 이에 보싸드는 화학회사와 손잡고 윤활 처리 나사못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제품 각각의 이윤 마진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보싸드의 영업 마진은 업계 평균의 거의 2배에 이른다. 그렇다면 보싸드가 윤활 처리한 나사못에 그토록 높은 가격을 매긴 근거는 무엇일까? 생산 원가일까? 아니면 윤활 처리한 에코신이 고객들에게 부여하는 가치, 즉 비용 절감에 주안점을 두었을까? 필자는 후자일 가능성에 한 표를 던진다.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바꾸는 또 다른 혁신들은 가치에 기반한 가격 결정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며 두 가지 목표에 초점을 맞춘다. 첫째, 고객들의 가치 지각(value perceptions)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는 고객마다 가치에 대한 지각 정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과정이다. 두 번째 목표는 지불 의사 정도에 따라 고객 각자에게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일이다.

 

구글은경매방식으로 톡톡한 효과를 본다. 검색 결과 페이지 노출에 대한 광고 수입이 주요 수입원인 구글은 광고 단가를 정하기보다는 광고주들이 연관되고자 하는 키워드를 구매하기 위해 직접 입찰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은행과 증권회사들이모기지(mortgage)’라는 단어에 부여하는 가치는 각 조직의 우선순위와 광고비 예산에 따라 달라진다. 경매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용 가능한 최고가가 결정된다. (아마도 클릭당 5달러가 넘을 터인데, 이는 클릭당 평균 광고비인 35센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다.) 그리고 최고가를 제시한 광고주는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최상단에 노출될 자격을 얻는다.

 

판매자 입장에서 볼 때, 경매 방식의 단점은 만족하지 못하는데도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낮은 가격으로 낙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베이(eBay)의 많은 판매자가 이런 결과로 낭패를 봤다. 하지만 경매 방식을 통하면 판매자가 감히 제시하지 못할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는 행운이 따라올 수도 있다. 가령 어떤 고객이 경쟁자들보다 무려 6000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그 입찰 결과에 만족한다고 상상해보라. 믿기 힘들겠지만 스위스의 어떤 주()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 미국의 경우는 배너티 번호판(vanity plates)이 있어서 신청자가 돈을 얼마 정도 더 내면 번호판에 나오는 글자를 직접 지을 수 있지만, 스위스에서는 번호판이 무조건 일련번호 순으로 발급된다. 번호판이 반환될 경우에도 해당 번호는 다음 순서의 차주에게 자동으로 발급된다. 그런데 가끔은 규정대로 다음번 차주에게 그냥 주기에는 아까울 만큼 아주 특별한 조합의 번호가 반환되곤 한다. ‘SG-1’이라는 번호가 딱 그랬다. 그것은 상트갈렌(St. Gallen) 주에서 발급된 첫 번째 번호였다. 차량국은 그 번호를 인터넷 경매에 부쳤고, 무려 135000프랑( 15000만 원)에 낙찰됐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두바이 사업가 셰이크 사이드 알-쿠리(Sheikh Saeed al-Khouri)는 경매에서 ‘1번호판을 5200만 디르함( 140억 원)을 주고 낙찰받았다.

 

 

가치 확보 혁신기법 중 하나인 경매는 판매자가 감히 제시하지 못할 높은 가격으로 낙찰될 수도 있다. “

 

‘수요 중심 가격 결정(demand-driven pricing)’은 총수요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변화하는 가격 변동 방식이다. 항공사, 호텔, 렌터카 회사들의 수익 관리 프랙티스(yield-management practices)를 생각해보라. 효율적인 자산 활용에 극단적으로 집중하는 이들 산업은 과거의 예약 패턴을 토대로 설계된 수요 예측 모델을 사용함으로써 수요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예측하고, 그러한 예측을 기준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베를리너 리퍼블릭(Berliner Republik) 레스토랑도 수요 중심의 가격 결정 모델을 활용한다. 특이한 점은 이른바맥주거래소인 비어뵈르제(Bierbörse)를 통해 수익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사실이다. 맥주 가격이 저녁 내내 수시로 변동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참신한 아이디어다. 손님들은 맥주 가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모니터를 안줏거리로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는 수요를 분산시키고 피크타임에 서비스가 지체되는 사태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한편 가격 결정권을 고객의 손에 맡기는 두 가지 가치 확보 혁신기법이 있다. 미국의 인터넷 여행 서비스 업체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을 널리 알린 일등공신은원하는 가격을 직접 말하세요(Name Your Own Price)’ 서비스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는 고객이 특정 기간, 특정 장소에 대한 여행상품이나 숙박 시설에 자신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을 직접 제시하도록 하는 서비스로, 판매자는 고객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 고객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경매와 비슷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고객이 제시한 가격을 거래 당사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덕분에, 호텔과 항공사는 특정 기간 매출을 늘리기 위해 특별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나머지 기간에는 일정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 아이디어를 극단적으로 활용해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돈을 내고(pay what you want), 판매자는 그 제안을 무조건 수용하도록 한다. 혁신적인 접근법이긴 하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심지어 돈 한 푼 내지 않는 양심불량의 얌체족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고려하는 업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요즈음 외식산업의 강자로 떠오르는 패스트-캐주얼 레스토랑의 대표주자인 미국의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는 이러한 가격 결정 모델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지난 3년간 오직 기부금만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목적의커뮤니티 카페다섯 곳에서 이 제도를 실시한 파네라에 따르면, 고객 10명 중 2명은 제안된 기부금보다 적은 돈을 내거나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지만 제안된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기부한 고객도 20%나 됐다고 한다.

 

비용 부담 주체를 바꿔라.이론적으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각자 획득하는 가치에 대해 지불하는 방식이 옳지만, 현실에서는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더욱 유리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들은 콘텐츠 제작 비용이 많이 들고 광고주들의 보조금으로 소비가 이루어지는 미디어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양면시장 모델(two-sided market model)로 불린다. 특정 유형의 비즈니스들은 다른 유형의 비즈니스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소비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럴 때에는 자신들이 구축한 귀중한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을 판매하는 양면시장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양면시장의 당사자들은 각자가 지불할 가격을 결정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 일간지 미누텐(20 Minuten)>은 독자 수가 무려 200만 명에 이르는데, 이는 14~70세 스위스 전체 인구의 33%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다.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같은 대중교통 장소에서 무료로 배급하는 덕분이다. 미누텐>은 오직 광고주들에게만 비용을 부담시킴으로써 혁신을 이뤘다. 그 모델의 성공 비결은 대중교통 장소를 유통 경로로 채택한 전략이었다. 요컨대 광고주들은 대중교통 이용자 대부분이 가처분 소득이 평균보다 높은 젊은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기꺼이 광고비를 지불한다.

 

기업들이 직면한 다양한 경영상의 문제에 대해 최적의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 컨설팅 기업을 찾아주는(예를 들어 비용 절감 분석에 대해선 A사를, 합병에 대해선 B사를 소개해주는) 메타컨설팅 업체(meta-consultancy) 카르데아(Cardea)도 비슷한 혁신의 수혜자다. 카르데아는 이미 고가인 컨설팅 서비스에 대해 (소개의 대가로) 또다시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는 클라이언트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가치 확보 모델을 수정해 추천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컨설팅 회사에 청구하기 시작했다. 컨설팅 회사들은 기꺼이 이를 받아들인다. 카르데아가 추천해준 덕분에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확보할 때 드는 획득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양면시장을 넘어 둘 이상의 고객 그룹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다면시장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가치 무리(value constellation)[1]에서 비용 부담 주체를 바꾸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다면시장으로는 미국의 과외 시장을 꼽을 수 있다. 2001년 연방정부가낙오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을 통과시킴으로써 일정한 학업 성취도 수준에 못 미치는 학생들의 부모는 정부가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과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학부모와 정부 말고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교육당국, 미래 고용주, 학교, 교사, 학생 등도 학업 성취도 결과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다. 이처럼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과외 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여러 수입원에게 분산하고 공동으로 부담시킬 수 있다.

 

한편 B2B 환경에서도 비용 부담 주체를 바꾸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여지가 크다. 그러한 환경에서는내부 예산 편성을 잘만 활용하면 다양하면서도 가변적이고 유익한 현금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필자가 재직 중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도 언젠가 이 전략을 사용했다. IMD는 기업들에 최고경영자 교육 과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떤 회사가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해왔다. 그때까지 그 회사는 우리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았던 터라 그 배경이 궁금했다. 궁금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 경영자 교육 예산이 대폭 삭감된 탓이었다. 결과적으로 말해, 그 회사는 필자의 동료 교수가 새로운 가치 확보 혁신 모델을 개발한 덕분에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글로벌 조직 책임자들을 만나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의 비용 절반을 해당 임원이 속한 부서의 예산으로 지원해주도록 설득했다. 그런 다음 그 프로그램에 책임이 있는 인적자원 부서의 최고 책임자에게 나머지 50%에 대한 지급 승낙을 받아냈다.

 

[1]가치 창출 활동을 기업 내부에만 국한하지 않고 외부 조직과의 창조적 상호작용이나 관계 설정으로까지 넓힌 개념 - 역주

 

 

프라이스 캐리어를 바꿔라.당신의 제품에서프라이스 캐리어(price carrier)’[2]는 무엇인가? 프라이스 캐리어란 간단히 말해 가격표를 붙여놓은 경험의 일부를 뜻한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 고객 중에는 와이파이가 필요하거나 비 오는 날 아이들을 매장 내 플레이플레이스(PlayPlace)에서 놀게 하려고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그러한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일절 부과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경험이 무엇이건, 오직 고객이 주문하는 음식과 음료에만 가격을 매긴다. 이것과 관련해 기업들이 풀어야 하는 전략적 숙제가 있다. 고객의 전체 경험에서 적절한 부분에 가격을 부과하는가? 프라이스 캐리어를 바꾸면 회사의 수익은 물론이고 시장의 다른 주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프라이스 캐리어를 변화시키는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앞서 소개했던 넷플릭스다. 넷플릭스가 등장하기 전에는 고객과 대여업체 모두 DVD를 선택하는 과정과 실제로 비디오를 빌리는 행위를 별개의 거래로 취급하는 데 익숙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대해 잘 알고 적절한 영화를 추천해주는 비디오 대여점 점원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러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유료 회원제 모델을 도입하고 고객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가치 제안의 명백한 일부분으로 만들자 비디오 대여시장의 지형이 크게 변했다. 고객들은 연간 수백 편의 비디오를 빌려볼 수 있지만 더 이상 비디오 개당 가격은 무의미해졌다. 오히려 회원 가입을 통한 서비스가 새로운 프라이스 캐리어가 됐다.

 

캡슐 커피머신과 1회용 캡슐 커피를 제조 판매하는 네스프레소(Nespresso)의 성공신화에서도 프라이스 캐리어를 바꾸는 전략이 빛을 발했다. 물론 편리한 커피머신 자체도 가치 창출의 혁신이 분명했다. 그러나 19달러(원두커피 1kg의 평균 소매가격)짜리 상품을 최대 137달러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혁신은 가치 확보 사례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네스프레소가 성공적인 가치 확보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원두커피에서 완벽하게 준비된 한 잔의 커피로 프라이스 캐리어를 옮긴 덕분이었다.

 

‘번들링(bundling)’언번들링(unbundling)’ 전략은 프라이스 캐리어를 변화시키는 가장 보편적인 기법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통신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고객 각자에 대한 솔루션은 대개 몇몇 요소로 구성되고, 각각의 요소에 대해 별도의 가격이 부과될 수 있다. 기업들은 여러 요소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전체 가격을 부과하는 번들링 전략을 통해 각기 다른 고객 그룹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솔루션을 통합할 수 있다. 또한 고객들이 여러 공급자들의 서비스와 가격을 비교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듦으로써 출혈 경쟁으로 인한 제살깎기식 가격 경쟁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한편 언번들링 전략을 구사하는 대표적인 업종은 항공산업이다. 과거에는 국제항공운송협회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규정에 따라 항공권 요금에 모든 서비스가 포함됐다. 그러나 시장에 탈규제화 바람이 거세지고 가격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 이지젯(Easyjet), 라이언에어(Ryanair)와 같이 서비스 종류를 줄이는 대신 저가 운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항공사들이 생겨났다. 그러자 예로부터 상품과 서비스를 번들링으로 묶어 단일가격에 판매하던 기존 항공사들은 경쟁에서 밀렸는데, 그러한 시스템의 특성상 항공료가 비쌀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항공산업의 패러다임이 더욱 크게 변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형 항공사들도 수하물, 좌석 예약, 기내식, 다리 쪽 공간이 넓은 엑스트라 레그룸(extra legroom) 좌석 등에 대해 각각의 요금을 부과하는 언번들링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저가 항공사의 선발주자인 사우스웨스트는 오늘날 승객 1인당 수하물 2개까지 공짜를 허용하는 무료 수하물 정책으로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하나의 가격에 비용 일체가 포함된-인클루시브 제안(all-inclusive offerings)’은 번들링의 사촌 격으로 ‘울트라번들(ultrabundle)’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인 번들링은 편의를 위해, 혹은 고객들이 더 많은 요소를 한꺼번에 구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통합가격(combined price)을 제안한다. 반면 올-인클루시브 제안은 고객들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특정한 솔루션에 필수적이라곤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시간적 제약이나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는 요소들을 결합시킨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크루즈 여행이다. 크루즈 회사들은 식사와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숙박까지 포함하는 올-인클루시브 상품을 제안한다. 사실 일반적인 여행상품은 그러한 모든 서비스를 하나로 묶지 않지만 크루즈 여행의 특성상 고객들은 그러한 니즈를 다른 데서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회사명조차 성()과 교육 훈련을 뜻하는 프랑스어샤토포름번들링한 샤토포름(Chateauform)도 올-인클루시브 제안을 활용한다. 유럽 전역의 휴양 리조트에서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회의와 세미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샤토포름은 추가 비용 없는 단일가격으로 숙박 예약과 식사에 대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가치 확보의 극대화를 꾀한다. (장시간에 걸친 워크숍이 끝난 후 와인과 맥주가공짜로 제공되기 때문에 많은 참가자들이 만족한다.)

 

시기를 바꿔라.이제까지 설명한 모든 혁신은 가치가 거의 동시에 교환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가치가 동시에 교환되지 않는 혁신 전략도 유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몇몇 유명한 사례가 있다.

‘설치 기반 가격 결정(installed base pricing)’은 일명 면도기-면도날(razor-blade) 모델로 불린다. 미국 면도용품 업체 질레트(Gillette)가 면도날을 교체하는 면도기를 출시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질레트의 면도기와 면도날을 처음으로 구입할 때는 상당히 저렴하고, 이 거래만 놓고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비용 대비 획득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면도날을 교체해야 하고, 질레트는 교체용 면도날에 높은 마진을 붙여 판매함으로써 면도기 가격을 교묘하게 포함시킨다. 잉크젯 프린터도 질레트와 비슷한 가격 모델을 사용한다. 즉 기본 제품은 저가로, 교체품은 고가로 판매하는 전략 말이다. 프린터는 상당히 저렴하지만 교체용 카트리지는 아주 비싸다. 엘리베이터 제조회사들도 이와 똑같은 논리를 적용한다. 쉰들러(Schindler)는 손해다 싶을 만큼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고객과 아주 유리한 가격으로 엘리베이터 유지 보수를 위한 10년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 시기를 변화시키는 가격 전략은 대개 프라이스 캐리어를 변화시키는 접근법과 관련이 있다. 솔직히 특수한 프라이스 캐리어의 혁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가격 전략의 성패는 미래의 수익원 확보에 달려 있다. 잉크젯 프린터 제조업체의 경우, 고객이 교체 카트리지를 제3의 공급자에게서 구입한다면 회사의 생존 자체가 크게 위협받게 된다.

 

시기를 변화시키는 또 다른 전략은선물계약(futures contracting)’이다. 사실 이것은 더욱 순수한 형태의 비동기성 가치 교환 전략이다. 선물계약의 기원은 1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중서부 지역 농민들은 농산물을 수확하기 전에 미리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선물계약의 원조인 셈이다. 농민들은 계약과 거의 동시에 판매 대금을 수령한 반면, 구매자들은 현 시세로 밀이나 옥수수 일정량을 확보했다. 오늘날 상품에 대한 선물계약은 상당히 보편화돼 있다. 굳이 상품이 아닌 다른 업종이라도 미래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면 선물계약 전략을 통한 혁신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가령 특정한 미래 시점에 특정한 개수의 호텔 객실이 필요한 회사가 있고, 어떤 체인호텔이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자. 이럴 경우 호텔은 그 회사에 필요한 개수만큼 객실을 사전에 판매할 수도 있다. 또한 화학회사는 특정한 가격에 특정한 양의 화학물질을 미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하기로 고객과 미리 계약을 체결할지도 모른다.

 

표적고객집단을 바꿔라.지금까지 소개한 네 가지 범주의 혁신들은 기존 고객 기반 내에서 가치를 확보한다. 반면 다섯 번째 종류의 혁신은 해당 기업의 신규 고객이나 해당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고객들로부터 가치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백히 표현하면서도 현재 가격으로는 지불할 마음이 없거나 능력이 없는 고객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들 고객에게 유익한 제안을 제시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2]가격을 부과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경험 - 편집자 주

 

 

교과서적인 마케팅 접근법은 시장 분석 작업으로 먼저 목표를 결정하고 그런 다음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소위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 경로(place), 판매 촉진(promotion) 4P를 결정하는 일을 포함해 고객 세분화와 표적고객 선정,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반대로목표원가 결정(target costing)’ 기법은 시장 분석을 통해 고객 통찰(customer insight)을 획득하고, 그런 다음 특정 제품에 대한 잠재적 고객집단에게 제안할 가격을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그 가격을 토대로 충분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비용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B2B 환경에서 목표원가 결정 전략을 구사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다우코닝(Dow Corning)의 실리콘 브랜드 자이아미터(Xiameter). 세계 최대 산업용 실리콘 제조업체 중 하나인 다우코닝은 고객 통찰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의 니즈를 토대로 시장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혁신적 솔루션이 필요한 고객집단, 입증된 솔루션을 원하는 고객집단, 비용 절감 솔루션을 추구하는 고객집단, 가격 지향적 고객집단 등이다. 앞의 세 고객집단 사이에서는 다우코닝의 포지셔닝이 이미 확실하게 구축돼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길 원하는 네 번째 고객집단에서는 다우코닝의 경쟁력이 아주 취약했다. 이들은 제품의 기능이나 서비스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최저가로 제품을 구입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다우코닝은 나머지 세 고객집단에 대한 가치 제안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네 번째 고객집단을 끌어들이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바로 자이아미터다. 다우코닝의 주력 비즈니스 모델과는 상당히 다른, 인터넷 기반 브랜드인 자이아미터는 컨설팅 등 일체의 관련 서비스를 배제한 채 오직 제품만 판매하고, 덕분에 다른 브랜드와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아주 독특한 가격 전략이 탄생했다.

 

세분화를 통한 또 다른 혁신기법은 자기 세분화(self-segmentation)를 포함한다. 지불 의사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하는 방법은 불법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불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불공정한 상행위로 여겨진다. 비슷한 제품에 다른 가격을 부과한다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입했던 기존 고객들이 저가 브랜드로 갈아탈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지불 의사에 따라 고객들을 확인하고 분류하는 과정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해결책은 있다. 필자가자기 세분화 울타리 치기 전략(self-segmented fencing)’이라고 부르는 기법인데,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고객들은 고가형 제안과 저가형 제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세분화한다. 둘째, 해당 기업은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강한 고객들이 저가형 제품을 구입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고객들이 차익을 실현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울타리를 친다. 쿠폰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울타리 치기 전략 사례다. 식료품 소매점은 모든 고객에게 식료품을 저가에 판매하기보다는 특정 시간에 특정 상품을 할인해주는 쿠폰을 발행한다. 쿠폰을 사용하려면 쿠폰을 찾아내고, 상세 내역을 확인하며, 해당 상품을 찾아 계산대에서 쿠폰을 제시하는 등 시간과 품을 팔아야 한다. 이러한 번거로움으로 절약 지상주의 고객들과 편리함을 더욱 가치 있게 생각하는 고객들 사이에 울타리가 쳐지고, 이로써 고객들의 자기 세분화가 완성된다.

 

관리자들이 가치 확보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라

이 글에서 소개한 혁신기법들은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솔직히 서로 결합될 수 있는 접근법들도 있다. 또한 모든 기법이 모든 시장에 두루 적용될 수 있는 전략도 아니다. 간단한 패턴 인식을 통해 개발된 이러한 분류화의 목적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경영자들이 가치 확보 영역을 혁신하는 데 유익한 길라잡이가 되고자 함이다.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혁신은 고위 경영자들이 조직의 문제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 회사는 가치 창출과 가치 확보 사이에서 균형이 잘 잡힌 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고위 경영자들은 가치 확보에 대한 참신한 사고가 회사의 모든 전략과 혁신 노력에서 중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핵심 팀에게 가치를 확보하고 현재 상태에 도전할 방법을 다시 생각하도록 주문해야 할지도 모른다. 팀원들이 오해의 여지 없이 아이디어를 토론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개발하고 긴박감을 조성할 수 있는 전담 팀을 구성하라. 그러한 팀은 본질적으로 복합적인 기능(cross-functional)을 수행할 수 있는 협업팀이어야 하는데, 가치 확보 혁신은 연구 개발, 전략 수립, 시장 조사, IT, 법률 등의 업무를 넘나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핵심 팀 말고도 조직 전체에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책임이 있는 모든 구성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핵심 팀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규칙적으로 제공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핵심 팀은 연중 어느 때라도 가치 확보 혁신에 대한 비전을 구상하는 데 최소 하루 이상을 꼬박 바쳐야 한다. 이럴 때는 이 글에서 소개하는 혁신 프레임워크를 브레인스토밍 회의의 토대로 삼아도 좋다. 언젠가 유럽의 대형 항공사가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가치 확보 혁신 워크숍을 개최했을 때, 참석자들은 신속하게 새로운 가능성을 도출해냈다. 어떤 참석자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기업고객이나 여행이 잦은 고객들에게 티켓 가격이 아니라 일정한 비행 거리를 토대로 계약을 제안하면 어떨까요? 가령 정해진 금액으로 100만 마일을 구입한 다음 어느 항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엉뚱하게 들리지만 편도 화물을 운송한 후 빈 상태로 돌아오는 역수송 문제에 대해 논리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특정한 날짜와 특정한 항로에 한해 화물 운송료를 받지 않으면 어떨까요?” 물론 모든 아이디어가 항공 규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거나 수익성 좋은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익한 결과 하나만으로도 전체 과정이 가치 있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고객집단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전 세계에서 종업원 수가 25만 명이 넘는 글로벌 서비스 제공회사의 CEO는 언젠가 이틀짜리 사내 워크숍에서 고위 팀에게 특별 주문을 했다. 최근에 5.5%까지 추락한 영업 마진을 높일 수 있는 방안, 그것도 대략 5.7% 정도가 아니라 9.5%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라는 주문이었다. 우선 그들은 여섯 가지 주제별로 묶인 24개 가치 확보 혁신기법에 대해 사례 연구를 시작했다. 각 주제에 대해 2시간 동안 심층적으로 토론하면서 회사가 비슷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워크숍이 끝났을 때에는 몇 가지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마련됐다. 솔직히 그 워크숍에서 나온 어떤 조치도 영업 마진을 9.5%까지 끌어올리진 못했지만, 마진율이 조금은 회복세로 돌아섰다.

 

필자는 그동안 12개국 50개 이상의 기업들과 함께 일한 경험으로 분명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기업들은 가치를 확보하는 혁신보다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에 시간과 돈, 노력을 더 많이 투자하며, 따라서 그러한 불균형을 해소한다면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별한 자동차 번호판에 135000프랑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운전자가 있다면, 이는 많은 판매자들이 이미 커다란 가치를 창출해놓고도 그 가치를 최대한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1kg 137달러나 하는 원두커피를 기쁜 마음으로 구입하는 커피 애호가가 있다는 것은 고객의 니즈를 더욱 확실하게 이해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획득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이 놓치고 있는 가치 확보 혁신이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라.

 

스테판 미셸

스테판 미셸(Stefan Michel)은 스위스 로잔 국제경영개발연구원 (IMD)의 마케팅 및 서비스 관리 담당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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